병원·의료
처방전 처리시간 단축 - 약국24시
본지는 분업 이후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은 문전약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후문 혜화동 소재 서울종로약국의 협조를 얻어 약국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약 90여평의 3층 건물인 서울종로약국에는 약사만 1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수만 해도 10여명이 넘어 작은 기업에 비교해도 될 만큼 그 규모가 크다.
서울종로약국은 의약분업 시행 직후 문전약국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철역이 바로 앞에 있어 역세권에 속하는 그야말로 '황금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루에 약국에서 처리하는 처방전 건수는 400건 정도에 달하며 문전약국이라는 특징 때문에 서울대병원의 처방전이 주로 나오며 진료환자들의 상당부분이 지방 사람들이 많아 장기처방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외에 성균관대학 부근에 있는 H내과, 가정의원 이 두곳에서 처방전이 가끔 나오고 있으나 미약한 수준이며, 정문과 후문 그리고 혜화동 일대 약국은 10여곳이 넘어 약국 밀집지역이라 할 수 있다.
서울종로약국은 문전약국이지만 대학로라는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일반의약품에 대한 판매를 꾸준히 해왔으나 최근에는 경기체감지수가 낮아져서인지(?) 일반의약품에 대한 판매가 줄고 있어 폐문시간을 조금 앞당겨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종로약국의 개문시간은 오전 8시 30분경. 대표약사인 최 은 약사는 약국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개문 직후 직원들의 모습이 한둘 보이며 약국은 빠르게 생기를 찾아갔다. 약국을 찾는 손님들에게 청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매대와 진열대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어 냈으며 약국 밖의 거리 청소까지 완벽하게 함으로써 하루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풀로 가동되던 약국은 오후 6시가 되면서 점차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순번에 따라 다른 직원보다 일찍 나온 몇몇 직원들은 먼저 퇴근하기 전에 하루 동안의 처방전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으며, 처음 약국 문을 열었던 최 약사의 마지막 점검을 끝으로 약국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를 동행 취재한 기자는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도 육체적 피로를 느꼈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약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현장에서 약에 대한 지식을 통해 환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는 약사의 모습 속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 버릴 수 있었다.
문전약국의 가장 바쁜 시간대는 각 과별 진료 이후 처방전이 몰리는 때다. 처방전은 병원 진료가 시작된 직후부터 시작해서 병원에 환자들이 가장 붐비기 시작하는 10시 이후인 11시경이었다.
본격적으로 처방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때는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였다. 이때부터 점심시간 무렵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며 1, 2층 접수대와 대기 장소에는 각각 10여명에서 20여명의 환자들이 북적댔다. 다른 약국들과 마찬가지로 식사시간은 쫓기기 마련이며 2∼3명씩 교대로 3층에 마련돼 있는 조그만 간이식당에서 바쁘게 식사를 끝냈다.
오후 2시경에서 3시전까지 잠깐 한가하다 싶으면 3시부터 다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4시 30분까지 또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이날 오후 1시까지의 처방건수를 취합한 결과 약 180건에서 200건 정도, 오후 4시까지 약 350건 정도가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 오전 1시경까지 하루평균 처리하는 처방전의 50%를, 오후 4시까지 90%를 처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6시경부터 2층 직원들은 하루동안 받은 처방전을 질환이나 진료과별로 분류해 나름대로의 통계를 냈다.
문전약국의 특징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90% 이상이 병원 처방전이었다. 서울대병원 앞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종로약국이 받는 처방전의 90% 이상이 서울대병원 처방인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나머지 10%는 주변 의원 혹은 타 병원 처방전이 차지했다.
최 약사는 "분업이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는 요즘에는 보유 의약품을 서울대병원 처방약품 위주로 바꾸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처방전이 나왔을 경우는 주변 약국이나 다량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약국으로 환자들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약사에 따르면 하루에 처리하는 처방전은 400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내방객은 1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 60일과 7∼10일 처방은 각각 30%를 차지하며 30일 처방은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렇듯 60일 처방이 많은 이유는 서울대병원에 병세가 중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어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지방 사람들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종로약국은 90% 이상이 처방전을 처리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약품을 조제함으로써 전체 매출의 90%를 얻고 있었으며 보유 의약품 중 전문의약품은 2,000품목, 일반의약품은 500여 품목으로 4:1의 비율을 보이고 있었다.
분업 전에 이 약국의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의 1.5배 수준이었던 것을 비교해 보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처방전 중에 소아과 처방이 6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신경외과 진료가 인기여서 이 과의 처방전이 2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골고루 분포하고 있었다. 치과처방의 경우 하루 20건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서울종로약국은 점차 서울대병원 처방위주로 구비 품목을 콤팩트화하고 있으나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이기 때문에 기존에 취급했던 노하우를 살려 일반의약품 판매를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분업 시행 10개월. 다른 약국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종로약국도 처방전 처리가 단축됐으며 접수부터 약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안팎이었다. 이는 분업 초 20∼30분까지 걸리던 조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서울종로약국은 약국을 찾는 손님들의 만족감을 더해주기 위해 조제시간을 단축해 신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착안, 7,000여만원을 들여 자동포장기기를 분업 이후 사들였으며 이외에도 반자동포장기기도 2대나 구비했다. 또 약국을 찾는 손님들도 10여분을 길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 분업제도에 익숙해져 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와 함께 업무 분할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처리에 효율성을 기하고 있었다. 1층에 있는 약사들은 일반의약품 판매나 조제 이후의 복약지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2층 직원들과 약사들은 보험처리를 위한 전산업무와 처방전 해독에 따른 조제를 중점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업 전후 약사의 복약지도 내용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학계와 약업계 관계자들의 지적대로 약사들의 복약지도 내용에 있어 분업 전후의 차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지적한 기자에게 최 약사는 "복약지도 수준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사회 차원의 복약지도에 대한 매뉴얼 마련이 아쉽다는 지적과 함께 자체 복약지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분업 이후 개국가의 가장 큰 변화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고객 서비스의 강화이다. 서울종로약국의 약사들은 원칙대로 흰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다른 일반직원들은 산뜻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개나리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처방전과 의약품이 없다면 일반 기업의 창구나 은행을 방문한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무리가 없었다. 청결한 유니폼처럼 깔끔한 말투의 친절한 설명은 기본이다. 마치 따로 직원들을 교육시킨 것 같은 한결같은 친절함은 직원이라기보다 한 가족이라는 기분을 느끼게끔 하는 서울종로약국만의 경영방침이 그 비결이란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충분히 앉을 수 있게 좌석이 마련돼 있었으며, 24시간 방송되는 유선방송과 음료수대 그리고 커피·음료·껌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 또 약국을 홍보하는 문구와 일일 뉴스를 간단하게 제공하는 전광판이나 잡지 및 도서를 배치하고 있어 조제시간 동안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충분히 배려를 하고 있었다.
또 특이할 만한 점은 의약품 배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면 우선 약을 조제한 후 전달할 때 처방전과 조제료를 받는 식으로 배달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었다.
요즘 최 약사의 고민은 2주전부터 주변 약국에서 차를 이용해 서울대병원 손님들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주 동안 하루 처방전의 1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버스운행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 최 약사는 "버스운행이 불법인지 합법적인지도 불분명한데다 특별한 제재가 없을 경우 분업 초기 단골손님을 잃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뷰-최은 약사
"분업 이후 문전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들의 주요 업무는 직원관리가 되고 있어요."
문전약국을 경영하는 최 은 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달라진 약사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이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경영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정확할 겁니다."
경영이라는 것은 투자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과감한 투자는 곧 앞으로의 경영성과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최 약사는 20여명의 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고심하고 있는데 관리약사들이나 직원들에게 업무의 고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근무시간을 시간대별로 분류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중이다.
"과중한 업무는 오히려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측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를 소개했다. 앞으로 약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며 복약지도의와 친절서비스 강화를 위한 자체교육 실시를 고려하고 있다.
신수경
200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