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내성균 박멸, 난치성 세균질환 치료에 희망 줄 것
세균성 질환의 치료에 있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세균의 내성 강화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이 같은 내성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토종개구리로 내성을 지닌 세균을 죽일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인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봉진 교수를 만나봤다.
최근 서울대 약대 이봉진 교수 연구팀이 토종개구리가 만들어낸 항생 펩타이드의 구조를 밝혀 기존에 개발된 물질들보다 효과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항생제를 개발해 내성균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고 있던 이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펩타이드 구조 바꿔 효과·경제성 높여
개구리에서 분리된 항생 펩타이드들의 3차원 구조를 핵자기공명법을 이용해 밝혀낸 이봉진 교수팀은 그 구조를 바꿔 내성균까지 박멸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 펩타이드를 발견했다.
이 교수는 "기존 항생제는 세균의 내부를 공격, 세균이 내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이번에 개발한 항생 펩타이드는 세균의 외부로부터 공격해 들어가 완전 붕괴시키기 때문에 내성이 생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개구리를 통한 항생제 연구는 이미 서구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추진해 온 것으로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다수의 개구리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민간요법으로 개구리의 피부를 말리고 갈아서 상처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고, 이태리에서는 입에 상처가 나면 작은 개구리를 잡아 물고 있는 것으로 치료하는 등 흥미로운 사례도 다수 발견된 바 있다.
특히 개구리 항생제에 대한 연구는 개구리 알에 대해 연구하던 미국의 한 외과의사가 개구리 배에서 알을 추출하고 봉합시술을 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을 깜빡하고 방치했음에도 상처가 말끔히 회복되는 것을 발견한 사건을 통해 촉발됐으며, 이후 Magainins, Bombinins, Esculentin, Brevinins, Ranalexins, GAEGURINs 등 여러 치료제가 개발돼 왔다.
개구리 항생제는 균의 막을 외부로부터 공격해 표피에 구멍을 뚫고 고정됨으로써 균의 내부 물질을 표피 밖으로 배출시켜 버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균을 죽임으로써 균의 내부에서 작용하던 기존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작용 기전을 가져 심각한 문제가 되던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자체를 봉쇄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인간의 정상세포와 균을 명확히 구분해 공격함으로써 인체에 무해할 뿐 아니라 곰팡이, 암 등에도 작용하는 등 광범위한 활용 영역을 갖고 있다.
이번에 이봉진 교수팀이 내놓은 연구성과의 괄목할만한 점은 또한 기존 개구리의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생물질이 효과는 높음에도 크기가 커 먹는 약으로 개발이 어렵고 대량생산도 힘들었던 단점을 보완해 크기를 대폭 줄였으며 그 과정에서 세포표피를 뚫고 고정시키는 힘은 대폭 강화시켜 효과를 더욱 배가시켰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존 서구에서 개발된 아프리 카개구리를 사용한 항생제보다 국산 개구리 추출 항생제의 효과가 한층 강력한 것으로 확인하는 고무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개발된 개구리 항생 펩타이드의 구조. (사진 7, 8)
이 교수 팀은 원 펩타이드의 구조에서 균 표피에 먼저 끼어 들어가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확인하고 나머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 버리는 방법으로 그 크기를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이에 따라 활성이 없어져 표피에 흡착되는 힘이 줄어드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표피에 펩타이드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사진1의 W, 사진 2의 녹색부분)을 기술적으로 접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봉진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로 먹는 약 개발이 가능하고 제조비용도 4분의 1 수준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빠르면 3년 이내에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항생 펩타이드에 관한 연구성과는 국내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며, 2003년에 제약업계에서 수여하는 이선규 약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국제적으로도 금번 연구성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4월14일부터 1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되는 국제 Protein Science 학회에 연사로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인 JBC(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생물화학회지)에 9일자로 게재됐다.
국내 연구인프라 구축이 촉진제 역할
이 교수팀의 연구는 지난 1999년 경 시작됐다. 일본의 오사카대학 단백질연구소와 일본 단백질 공학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며, 그곳에서 진행되던 곤충으로부터 추출한 물질을 이용한 항생제 개발 과정을 보고 자신의 주 전공분야인 단백질과 펩타이드 영역의 지식을 활용한 효과적인 신약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중 개구리로부터 추출된 물질에 관심을 갖고 이 연구에 뛰어들게 된 것.
물론 그가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핵자기공명법 등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위한 고가의 장비들이 국내에 마련되면서부터다. 이전에는 아이디어는 있어도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방학 때마다 일본 등 외국의 시설에 가서야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 그 진행이 매우 더딜 수밖에 없었다.
또한 2002년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 매년 2~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게 되면서 연구에 더욱 가속을 붙여 이 같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
제약사와 연계, 우수 신약개발 도전 희망.
이봉진 교수팀의 연구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벌써 많은 환자들로부터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내성균으로 인해 최종 단계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까지도 듣지 않아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이 교수의 연구 결과는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는 현재 국내 특허 출원에 이어 국제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현재의 기술로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물질을 개발한 상태이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작고 효과가 강력한 물질을 개발한다는 목표 하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개구리 항생제 개발에 그치지 않고 동 대학교의 오우택 교수가 발견한 고추 캡사이신 리셉터, 항암·항염증제 단백질 등 여타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질병 치료물질의 구조 규명을 통한 신 물질 개발 연구도 함께 추진하는 등 그 동안 축적된 구조 규명과 변형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봉진 교수는 "개구리 항생제가 이미 그 우수성이 입증됐음에도 높은 생산단가와 제형의 제한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던 분야였지만, 이러한 걸림돌을 모두 해소하는 연구 성과를 거둔 만큼 관심 있는 제약사와 연계돼 우수한 효과와 시장성을 가진 신약으로 개발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들어 단일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에서 확보하기 힘든 고가의 연구장비들이 국내에도 하나둘 갖추어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해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연구개발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하고,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와 정부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일본의 JBIRC와 같은 공동출자 연구소를 설립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정준
200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