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6년제... 누가 약속을 깼는가!
약대학제개편의 타당성에 대한 교육부 용역연구를 수행해 온 약대학제개선방안연구팀(책임연구원 홍후조)의 연구결과 보고 내용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연구용역팀이 결과보고서를 통해 약대학제개편 안으로 '2+4년제'가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할 것이며 이에 따라 교육부 결정도 2+4년제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러한 내용은 31일 오전 한 의료계 전문지 인터넷판을 통해 처음 보도됐고, 이어 한 약계 온라인 매체는 이 같은 내용에 더해 약대 교수의 견해와 나름대로의 분석 및 전망까지 내보내며 마치 2+4 제도가 확정이라도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섰다.
연구팀의 결과보고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자료 보강과 내부 의견 조율 과정 등을 거치며 2-3회 연기를 거듭하다 지난 31일을 최종 시한으로 보고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종 시한도 넘긴 채 다음 주 중 보고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 연구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지연은 연구팀 내부적인 논의 과정은 최종 마무리 됐으며 책임연구자에 의한 정리 작업으로 인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보고는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내용이 교육부의 공식적인 검토 및 발표 이전에 공개되고 그에 대한 자의적인 추측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것이 정당한가는 한번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의 용역 과제는 학문적으로 약대학제개편이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또는 다양한 개편 방안 중 어떠한 형태가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및 약사양성 교육제도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평가 결과는 2+4 제도가 가장 좋은 것일 수도, 4+2 제도가 가장 좋은 것일 수도, 혹은 5년제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단, 당초 연구팀의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그 문제의 직능집단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연구 완료에 따른 교육부 보고 시점까지 논의 내용에 대해 대외 함구령이 내려졌다.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한 정보가 알려짐으로써 연구 자체의 원활한 진행에 방해가 되거나 학제개편 검토 및 진행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학제 유형에 대한 연구결과가 알려진 과정을 보면 이 약속이 여지없이 깨졌다. 교육부 약대학제개편 담당자에 따르면 이 내용이 기사를 통해 알려진 31일 오전 시점까지 아직 교육부에는 어떤 결과 보고서도 제출되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아직 최종 결과 보고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누출시킨 것이다.
아직 보고는 되지 않았다고 해도 어차피 최종 확정된 평가 결과이니 하루 이틀 먼저 공개 돼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글쎄... 룰은 룰이다. 특히 국민의 건강을 담보한 제도를 결정하는데 대해 이처럼 민감한 직능간 알력 다툼으로 공정한 제도 입안이 어려움을 겪는 사안과 관련된 것이라면 룰은 더더욱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누출시켰을까. 우선 관련 내용의 보도는 의료계 협회지에 처음 게재됐다. 이미 연구 용역 시작 시점부터 의료계 대표로 참석했던 모 의대 교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던 용역팀 구성 및 운영 계획에 대한 자료를 의료계 전문지에 공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책임연구원인 홍후조 교수는 연구용역 시작 즈음에 전화통화를 요청했던 본 기자에게 간곡히 보도 자제를 당부할 만큼 공론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밖에 교육학 전문가나 보건경제학 분야 전문가들은 이 연구과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알고 있고 자칫 자신들에게 무수한 지탄의 화살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과정이 종료됐고 최종 보고만을 남겨둔 상태이니 밝혀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약대 대표로 연구용역에 참여한 두 교수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학제개편 추진에 직능의 이권이 달린 의료계와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이견을 갖고 있는 약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되지 않은 자료가 누출돼 오해를 불러일으킬 경우 지금까지의 숱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과연 성급하게 나팔을 분 사람은 누구였을까. 약대 학제개편의 원활한 추진에 제동을 걸고 싶었던 사람일수도 너무 오래 임금님 귀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느라 힘들었던 누군가였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추측만이 가능한 부분인 만큼 -물론 이야기를 한 당사자와 처음 이 내용을 보도한 기자는 알고 있으리라- 범인 색출의 재미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그럼 단지 룰을 어긴 사람에만 잘못이 있는가? 기자는 이 내용을 보도한 매체들이 조금 더 신중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못내 떨쳐버릴 수 없다. 서두에 언급한 전문지들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2+4제에 가장 후한 평점을 주었으며, 이것이 교육부 보고 후 학제개편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분명 2+4제도에 보다 후한 점수를 준 것이 확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동시에 기사 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연구 결과가 교육부의 학제개편 안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 약대학제개편 담당자는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연구팀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약대측 연구팀 참가 교수도 연구팀은 다양한 학제의 타당성을 학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며 교육부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참조하고 공청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들 매체의 예측대로 2+4제가 교육부 안으로 확정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이러한 결론은 그들의 추측일 뿐이라는 점이다. 확정 발표되지도 않은 내용으로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사안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보도를 하는 것은 많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나 이 추측이 학제개편 자체의 추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 매체는 2+4제가 약대 학부교육을 4년으로 국한해야 한다는 의사협회의 주장을 수용해 의협의 반대 명분을 없앴고, 약계는 부족했던 전공수업을 4년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용적인 6년제를 성취하는 상호 윈윈 안으로 합의점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2+4 제의 첫 2년은 약학대학이 아닌 자연과학대학이나 대학 본부가 직접 관장하고 이들 중 희망자가 약대에 편입해 4년간 교육을 받고 약사국시를 통과해야 약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약대는 기초과목 교수인력의 구조조정과 함께 실질적인 약사실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수인력 채용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이들의 추측대로 이러한 형태의 6년제가 확정, 시행될 수 있을까? 기자의 판단은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 약학계의 합의를 이끌어 낸 약대6년제 안은 신약개발(연구)분야와 의약분업 제도 하에 바뀐 약사직능 수행에 필요한 지식 함양, 그리고 실무교육 강화라는 세 가지 명제와 함께 매우 점진적인 약학대학 체질 개선 및 교수인원의 구조조정을 상정하고 있다.
만약 위에 언급된 형태대로 초기 2년 교육과정이 전적으로 자연과학대학이나 대학본부로 넘어간다면 약학계 내에서 무수한 반발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기 2년 과정의 자연과학대학 이전으로 인해 발생할 급진적인 약대 기초분야 교수의 구조조정이 순탄할 리 없으며, 4년 과정 내에 위 세 가지 명제를 동시에 수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정쩡한 상태로 세 가지 중 어느 명제 하나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연구분야 교과목 비율의 무리한 축소로 교수들의 반발에 부딛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요소를 내포한 추측을 이 시점에서 내놓는 것은 학제개편 논의 자체의 진행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쯤 되면 뭔가 의도된 정보 유출 아니냐는 음모론 하나쯤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추측만에 근거한 억측이 될 수 있으므로 삼가도록 하자. 아무튼 이러한 학제개편안의 성급한 보도 및 추측은 결코 합리적인 약대학제개편에 도움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약사 양성제도의 올바른 개선 차원에서 고민한다면 학제개편안에 대한 공개 및 보도, 나아가 모든 관계자들의 업무 추진은 한층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더불어 약계 관계자들, 특히 약학계는 무수한 설과 추측들에 현혹돼 약계의 백년 지 대계를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올바른 약대학제개편은 크게는 국민 건강에 올바로 기여하기 위한 직능의 개발과 그를 바탕으로 한 보다 뛰어난 보건의료체계의 형성의 전제사항이며, 보다 가깝게는 약사라는 직능의 보다 발전된 미래를 담보하는 중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처지에 있는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능과 국민의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보다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과 상황 대응에 힘써야 할 때다.
나아가 약계, 의계 그리고 복지부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 특정 직능단체, 집단의 이해관계나 보신주의·편의주의적 행정 차원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는 사안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모두 조금은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 주로 계획돼 있다고 하는 연구결과 보고에 이은 교육부의 결과 발표, 그리고 의견수렴 과정과 교육부의 최종 개편안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차근차근 지켜보도록 하자.
김정준
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