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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2+4년제 약대 안팎 난제 양산
심층기획 Ⅰ에서 약대학제개편의 추진 현황과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와 위험성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호에는 왜 약대6년제 성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학제의 유형 선택 결과에 따른 위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는지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 연재 순서
Ⅰ. 정부 정책 결정 현황과 전망
Ⅱ. 학제유형 무엇이 문제인가?
Ⅲ. 약대6년제, 그 목표와 방향은?
이번 약대학제개편 논의 과정에서 약계는 보장형 6년제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혀 왔다. 그러나 지난 호에 살펴보았듯 현재 상황은 교육부가 개방형 2+4년제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개방형 2+4년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까?
이미 그 동안의 학제개편 용역결과에 대한 보도들에서 누차 언급되었듯이 보장형 6년제는 '현재와 같이 처음부터 약학대학에 입학해 6년의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유형'이고 개방형 2+4년제는 '자연과학계열 등 타 대학에서 예과 2년 과정을 거치며 전문 약학교육을 이수하기 위한 선수과목으로 이수하고 또 한번의 시험을 거쳐 약대로 진학해 4년의 약학전공 교육을 받는 유형'이다.
물론 이밖에도 5년제, 4+4년제, 4+2년제 등 다양한 학제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약계와 교육부에 의해 지지 받는 이 두 학제가 가장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장형 6년제 vs 개방형 2+4년제
그럼 우선 약계가 보장형 6년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주장돼 온 약대6년제의 가장 큰 목적은 의약분업 제도하에서 약사들에게 요구되는 복약지도·처방검토를 비롯한 제반 약사로서의 실무능력을 기르고, 이런 약사들의 실무 능력 배양 과정을 정규 약대 교과과정에서 구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로서도 포화상태라고 지적되는 약대 커리큘럼에 실무 이론 및 현장실습 과정을 포함해 2년 이상의 교육과정이 추가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한국 약학교육 및 약학은 기초 연구분야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으며, 지금 대부분의 4년 커리큘럼 역시 이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신약개발의 경제적 효용 가치로 인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올바른 약의 사용을 위해서도 기초약학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춰야 하는 만큼 미국식의 순수 임상위주 약학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약학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기초 중심의 기존 교육 시스템과 새로이 요구되는 실무 중심 교육이 융합한 한국적 약학교육 모델로의 이행으로 약계 내부적인 합의가 도출됐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개방형 2+4년제는 교육부 용역으로 시행된 약대학제개편 타당성 연구에서 가장 타당성 있는 학제 유형으로 지지 받았다.
현재 4년의 약대 교육과정에서 기초교양과 약학전공 교육을 모두 실시하고 있지만 초기 2년의 예과과정에서 기초 교양교육을 충실히 받고, 약학대학에서의 4년과정에서는 약학에 대한 전문지식교육과 실무 교육을 통해 약사를 양성하는데 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등에서 채택되고 있는 교육제도로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개방적 약학교육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입장에서는 예과 과정을 거치며 보다 성숙한 상태에서 전공이나 직업분야의 선택에 대해 숙고할 수 있고 약학대학도 한 단계의 검증을 더 거침으로써 인성과 적성이 적합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개방형 2+4년제 과연 좋은가
그러나 약학계와 개방형 2+4년제 도입시 고래싸움에 휩쓸린 새우 격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동참하게 될 자연과학대 측은 이 학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개방형 2+4년제를 도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은 어떤 들이 있을까.
우선 약대 내부적인 문제.
개방형 2+4년제가 시행되면 결과적으로 약학대학에는 4년의 교육과정만 남는다.
동일한 4년의 과정 안에 현재 약대 교육의 주를 이루는 기초분야의 비중을 줄여서 충분한 실무 교육 기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대다수 약대 교수들의 지적이다.
개방된 2년의 교육과정에서 선수과목을 이수한다고 하지만 이 기초과목을 약학분야로 응용한 부분의 교육은 또 다시 이루어져야 하고 결국 일부가 중복되더라도 현재 약대 교과목들을 없애거나 시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접근해 보더라도, 각 대학의 교수 충원 숫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4년 과정 내에 현재 거의 전무한 실무 관련 커리큘럼이 대거 포함된다면 과연 그만큼의 교수진이 확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립대학들은 현재 상태로도 타 단과대학에 비해 현저히 작은 정원 수준에도 불과하고 약학대학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교수를 충원하는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결국 개방형 2+4년제의 시행은 자칫 이번 학제개편의 핵심 목표인 실무능력 배양 교육 확충은 충분히 이루지도 못한 채 교육과정만 2년 늘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자연과학대학 등 약학대학의 예과과정을 맡게 될 타 대학도 문제다.
개방형 2+4년제 도입을 통해 이들 대학의 재학생들에게 약대 진출 문호가 전면적으로 개방될 경우 자연과학대학 입학자들은 입학부터 대학생활 모두를 약학대학 진학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만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자연과학계열 교육에 미치는 파행적 영향에 대한 지적은 지난 5일 공청회에 참가한 서울대 자연대 교수의 입장 발표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자연과학대학들이 학생의 유출을 막기 위해 약학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선수과목들을 3학년이나 4학년에 배치하거나 최소한 1, 2학년에서 이수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도록 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약대에 응시하고자 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자연대에서 3년, 혹은 4년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세부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각 대학에 권한이 있는 현실에서는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또한 제도상으로는 2학년 과정을 마친 이들이 약대 진학 시험에 응시하는 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학년, 4학년생들까지 응시하게 될 것이고, 정작 진학 시험에서는 후자들의 경우가 더 유리할 것은 뻔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6년으로의 학제 연장조차 과도한 교육비 지출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마당에 실질적으로는 약사가 되기 위해 8년을 소비해야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교육부, 학제개편 여파 합리적 판단 필요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등교육정책 방향의 좋은 취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교육에서 이러한 정책방향에 의해 도입돼 온 학부제는 학문적 유사성으로 형성된 동일 대학교의 단과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시도돼 2년의 학부단위 교육 이후 전공을 선택하는데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약학대학 학제개편 과정에서 유사한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약계가 학제개편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원 목표를 퇴색시킬 가능성과 함께 약학분야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재해 온 자연과학분야에 엄청난 변화, 심지어는 학문 영역의 붕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더불어 단순히 약학분야와 자연과학분야에 국한된 적용이 아닌, 전 보건의료분야, 나아가 대학교육제도에 포함되는 전 전문직능교육분야에 예과 교육 후 전공을 선택하는 동일한 학제를 시행한다면 모를까 유독 약학분야에서만 이러한 제도를 시행해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대학입시제도에 또 하나의 문제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학제개편의 확정이 임박한 현 상황에서 약대6년제를 도입하고자 한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내·외부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연 어떤 유형의 학제가 선택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부의 보다 합리적인 판단, 그리고 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약계의 부단한 노력과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정준
200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