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6년제 정책지원 당위론만으론 안돼
교육부가 향후 약대6년제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나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약계가 각각의 사안에 대해 그 명확한 지향점과 비젼, 그리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 이기봉 대학학무과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한국약학대학협의회 주최로 열린 '약학대학 6년제 준비와 추진과제 워크숍'에 참석, 이날 제기된 약학계열 분리, 실무실습교육 지원방안 마련 등 요구사항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제도적 개선 부분에 대해 발표한 강원대 이범진 교수는 학제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선결 과제는 제도 및 법적 체계를 미리미리 확립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교육부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사안들을 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 약대가 대학설치 기준령에 자연계열로 분류돼 있어 교수당 학생수, 시설기준, 강의시간 등이 직능 교육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게 제한돼 있다"며 "교과과정 등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대를 자연계열에서 의치약계열과 같이 약학계열로 따로 분리하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김종국 교수도 "현행 기준 하에서는 실무교육을 위한 직능전문가를 교수로 뽑으려 해도 SCI논문 기준 때문에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을 선발하지 못하는 만큼 실무교육을 맡을 교수에 대해서는 논문 등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발 시스템 전환을 교육부차원에서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최응칠 교수는 2+4학제가 결과적으로 다수의 나이든 수험생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서울대 신완균 교수는 병원 실습의 경우 의사 병원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교육부가 제도적으로 실습과 관련한 틀을 잡아주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기봉 과장은 약대6년제를 통해 사회에 배출하고자 하는 약사상은 무엇이고, 이런 약사를 교육하기 위해 어떠한 인적·물적 기반이 필요한지, 어떤 제도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약계가 탄탄한 내부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정당한 제안을 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가 약대6년제 학제개편을 결정하는 과정도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진행해 왔는데 이런 여러 제도적 조치들 또한 단지 당위론만으로는 법 개정과정 등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
이 과장은 "4년제 졸업생과 6년제 졸업생의 차이가 없다면 정부도, 약계도 곤란에 빠질 것"이라며 "학제개편의 이유를 항상 음미하고, 다양한 연구와 의견 개진을 통해 바른 학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 김종국 교수는 종합토론 발언을 통해 "면허 취득을 위한 직능교육과 연구자를 학부에서 함께 양성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약대교수들이 취할 것은 취하고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교수들에게 뼈있는 화두를 던졌다.
워크숍에 앞서 대약 원희목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워크숍을 통해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외부 단체의 외풍은 대약이 책임지고 막을테니 교수님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학제 마련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 20개 약대 학장·부학장 및 교수들과 대약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워크숍은 지난해 8월 교육부의 6년제 실시 발표이후 지금까지 약대협 차원에서 추진해온 △약학입문교육과정 △전문교육과정 △교육제도 △약사국시 △재교육 등에 대한 연구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문제점을 도출, 해결점을 찾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은 평일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전 약학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그 동안의 추진 성과를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중대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한 두 대학만이 거의 전 교수가 참가했을 뿐 대다수의 대학 교수들의 참가율이 저조해 약대 교수들의 6년제 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의심케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초부터 우선적으로 전문교육과정과 입문교육 및 입시제도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실행위원회도 벌써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특히 현행 교과목의 조정이라는 첨예한 문제가 걸려있는 전문교육과정 부분에서는 실질적인 진척이 거의 없다는 것이 위원회에 참가했던 몇몇 교수들의 전언이다.
현행 4년의 약대 교육 커리큘럼 중 일부가 2년의 입문교육과정으로 가야하고, 4년의 전문교육과정에서 현재는 없는 실무실습이 무려 1년에 질병 및 약리, 임상약학 등에 관련된 새로운 교과목이 대거 신설돼야 하는 만큼 기존 교과목의 전면적인 개편과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그 속에서 어느 누구도 어떤 과목을 입문교육과정으로 보내야 한다거나 어떤 과목은 이제 단계적으로 퇴출 해야 한다거나, 어떤 과목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잔뜩 긴장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 되거나 제 논에 물대기에 바쁜 사람이라는 지탄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약대6년제 실시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한다면 언제까지나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될 때임을 알 수 있다.
2009학년도 약대6년제 실시라는 말은 2009학년도 대학입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입문교육과정 2년을 거쳐 2011년에 약대 전문교육과정으로의 진학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2008년 말에 실시되는 2009학년도 대학입시 요강 발표 시점에는 약대 입학을 위해 필요한 모든 내용과 약대에 진학해서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아웃라인이 발표돼야 한다.
즉, 늦어도 2008년 초나 2007년 말에는 현재 진행되는 입문교육과정 및 PCAT, 그리고 전문교육과정을 비롯한 전반적인 약대6년제 체제 하에서의 제도들이 확정 발표돼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고작 18개월에서 20개월 전후가 된다는 말이다.
지금 약대6년제가 확정 발표 된지 9개월 지났다. 9개월 동안 이렇게 진행된 내용이 없다면 남은 18개월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우물쭈물 하다가는 18개월이라는 시간은 지난 9개월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보면 또 코 앞에 닥쳐서 일부 대표주자 몇 명의 손에서 뚝딱뚝딱 날림으로 만들어진 6년제 시행방안이 나오고 그로 인해 수많은 약대 입시생과 학부모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약학계와 약사회를 포함한 약계가 약대6년제를 그토록 주장해 왔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타 직능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승인한 상황에서 부실한 제도를 만들어낸다면 직능과 정부 모두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약계 스스로도 "그것 보라지. 항상 이런 식이잖아"하는 식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리는 자괴감을 한번 더 늘려가게 된다.
김종국 교수의 뼈 있는 일갈이 단순히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떤 상황이 되던 피해 받지 않을 노 교수의 내지르기식 발언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라도 교수들 모두가 보다 관심을 기울임은 물론 약대6년제 시행의 대의명분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하고 각각의 부분적인 이해관계는 일단 접어두고 큰 틀의 원칙들을 정해가야만 할 때다. 의견이나 불만이 있다면 망설일 것 없이 탁 털어놓아야 한다. 솔직한 '브레인 스토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약대6년제의 필요성이나 그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의견과 검토, 그리고 대안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돼 있고 많은 이들이 제시해 놓은 방안들이 있다.
이제 칼자루와 칼날을 양손에 쥐고 있는 약학계가 좀 더 대의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약대6년제 논의에 나서야 할 때다.
김정준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