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製藥의 큰 별’되신 故 임성기 회장님을 추모하며"
[추모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입력 2020.08.05 09:43 수정 2020.08.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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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후회막급’이라는 표현이 이렇듯 절절한 느낌으로 제 가슴을 때릴 줄 몰랐습니다.

회장님께서 영면의 길에 접어든 그 시각, 회장님의 소천을 알리는 전화를 받던 그 순간, 그래서 저의 억장이 무너져 도저히 잠 못 이루던 그날 밤, 구슬픈 비바람과 천둥소리로 가득 채운 깜깜한 창밖을 바라보며 회장님을 일찍 찾아뵙지 못한 저 자신을 얼마나 탓 했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까지 만해도 안 좋으셨던 건강이 꽤 호전되셨다 하여 “조만간 뵙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바쁜 일정 핑계 삼아 회장님 안부만 전해 들으며 몇 달을 스쳐 보냈습니다.

약사로서도,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직으로서도 저의 영원한 멘토이신 대선배님을 뵈올 수 있는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 저의 어리석은 처신을 이제와 후회한들 그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고 임성기 회장님.

회장님께 송구스럽기만 한, 지금의 제 복잡한 마음과 머리를 헤집고 갑자기 지나 간 일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한미약품그룹 임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

2016년 회장님께서 2800명의 한미약품 직원들에게 1100억 원 가량의 주식을 무상증여 하시면서 이렇듯 어느 매체를 통하여 언급하신 한 줄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나눔과 베품’이란,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정신, 그리고 생명존중의 제약기업의 이념을 실천에 옮기신 회장님을 바라보며 진정한 ‘약업계의 거목’이라 여기며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갔었습니다.

그런 회장님께서는, 선배님께서는, 제게도 힘들 때마다 힘을 주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대한약사회장에 올라 처음 선배님을 뵈러 갔을 때 “원 회장은 잘 할거야. 하는 일 열심히 응원하고 밀어주지”라며 다정하고 호기롭게 말씀하셨고 또 그 말씀이 단 한 번도 허언에 그치지 않게 하셨던 회장님이셨습니다.

제게 가장 당신이 사랑하는 약사후배의 자리를 선뜻 내어 주셨고, 때로는 저의 무례한 응석까지도 받아 주셨던 다감하신 선배님이셨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제약강국, 신약강국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수의 글로벌 제약기업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신약개발 기술을 수출하는 위상으로까지 한미약품의 성장을 일군 임성기 회장님. 그런 선배님께서는 제가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맡기 전부터 저의 롤 모델이셨습니다. 그런 인생의 대선배님을 잃은 저의 슬픔은 먹먹함을 넘어서 기댈 언덕이 사라진 막막함이 되어 한참이나 넋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가시는 길에 협회장도, 회사장도 모두 마다하시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루어 달라는,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남기신 회장님. 그런 당신의 소박함이 다시한번 저희를 숙연케 한 것도 임성기 회장님 다우신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회장님께서는 22년 약국경륜을 밑거름으로 글로벌 제약인 으로서의 찬연한 명성을 일구며 한미약품을 넘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드신, ‘체구는 작지만 꿈은 위대한 거인’ 이셨습니다.

당신의 천명은 요즘 세월에 비춰보면 짧다할 수 있는 향년 80에 그쳤지만 당신께 주어진 하늘의 계시를 담은, 또 다른 당신의 천명은 이미 하늘마저 그 소임을 온전히 완수하였음을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먼 미래를 밝힐 횃불처럼, 저 하늘의 큰 별이 되셨으니까요. 회장님의 걸음 하나하나가 이제 대한민국 의약품 제조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가 되었으니까요.

 

존경하는 임성기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아직도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저 하늘나라에서, 더 많은 모습들을 굽어 살피시리라 믿습니다.

사랑스러운 회장님 가족의 행복한 앞날의 모습은 말할 나위없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미약품의 자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눈부신 영광과 이를 뒷받침 할 제약바이오협회의 성장과 발전의 모습을 말입니다.

이제 쉴 틈 없이 달려오신 그 걸음, 그 가쁜 숨 내려놓으시고 좋은 곳에서 편히 영면에 드실 것을 기원합니다.

회장님께서 저와 마주하실 때 면 늘 편안하고 온화한 ‘파안대소’의 얼굴로 대 하셨듯이, 저 역시 눈물로 회장님을 보내드리는 나약함일랑 잠시 접어 두고자 합니다.

하여, 마치 선배님께 안부 전화를 드린 예의 그날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선배님, 밤이 깊었습니다.

그만 안녕히 주무십시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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