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의약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글로벌 전문가들은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면서 정부혁신과 실행력을 중요 요소로 꼽았다. 한국 내수 시장에 갇히는 데는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28일 '2017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에 참여한 마이클 고틀러(Michael Goettler) 화이자 글로벌 희귀질환 사업부 총괄 대표, 악셀 바우어(Axel Baur) 맥킨지 아시아 제약·바이오 총괄 대표, 마이클 웨이너 (Michael S. Weiner) IBM 헬스케어 수석의료정보 책임자 등 3명의 기조강연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국내 기업을 위한 제언에 나섰다.
엑셀 바우어 대표는 "4차 산업 혁명은 이미 세계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래를 위한 핫키워드가 틀림없다"며 "제조업·광업 등 일부는 4차산업혁명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수용이 느린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고틀러 대표는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떤 회사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과거 많은 돈을 헬스케어에 쓰던 시대가 지나고 전세계적으로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우리가 만드는 가치만큼 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좋은 마케팅과 목소리가 아닌, 연구를 통한 좋은 결과가 필요하다"면서 "마케팅도 환자에게 줄 수있는 가치와 결과를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모든 기술을 통합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기업을 위한 성장전략으로는 '차별화'와 '실행력', 'IT 기술을 통한 인공지능 개발'을 꼽는 동시에, 내수 시장에만 갖혀있지 말라고 당부했다.
악셀 바우어 대표는 "(한 가지 효능군)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2~5개 제품이 있더라도 제네릭은 불가능하겠지만 분명 제품에 대해 차별성을 둘 수 있다"며 "항체분야, 특히 면역항암과 관련된 분야에서 다양한 의약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되고 20년 연구 후 재생의학에서도 발전이 있었다. IBM의 왓슨이 이 분야에서 강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평판이 좋은 한국 기업으로 삼성과 현대를 언급할 수 있는데, 이들은 휴대폰 영역과 자동차 영역에서 후발주자임에도 차별화를 뒀기 때문에 성공했다"며 "이런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민첩성'이라고 생각한다. 이틀간 살펴본 바이오파마 기업들은 열정·의지·민첩성을 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가 개방적 혁신을 지원하고, 인센티브, 민첩성, 실행력 등 모든 요소를 통합한다면 바이오 향후 5년후 삼성과 같은 기업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수 시장에 매몰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경고에 나섰다.
악셀 바우어 대표는 "만약 한국의 바이오 기업이 한국 시장만 공략한다고 하면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이 아닌 세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세계는 글로벌화가 돼 있고 IBM왓슨도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다양한 기술도입하는데 내수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한국시장만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없다"고 일축했다.
마이클 웨이너 수석의료정보 책임자는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의약품 개발 가능성에 대해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회사들이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을 개발하는 가운데, IBM은 헬스케어 시장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며 "인공지능(AI) 개발은 전세계로 확장될 것이고 한국도 획기적인 인지솔루션이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IBM도 한국기업과 헬스케어분야에서 제휴를 강화해 윈-윈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또 바이오의약 산업 발전과 관련한 규제에 대한 생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악셀 바우어 대표는 "규제가 경쟁을 막는 것이 아닌,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유럽은 EU수준에서 많은 규제를 통일해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도록 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전세계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고틀러 대표는 "강력한 규제는 항상 필요하고, 제약사·환자 등 사회 모두가 더 강력한 규제를 필요로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규제 간 조화"라며 "최근 한국이 ICH의 정회원이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규제 조화가 많은 역할을 하는 만큼 규제당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