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GPO 보편화, 정부 주도 의료비용 절감”
지영호 박사 '의료-의약품 유통 지원 선진GPO시장 확대 필요'
입력 2015.10.26 06:20 수정 2015.10.2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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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 의료기기가 미국 내 대표적인 구매대행사 (GPO, 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프리미어’와 의료기기 공급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이를 통해 그간 유럽이나 미국 등의 제조사들이 주도하고 있던 디지털 엑스레이(DR), 컴퓨터단층촬영기(CT), 초음파 진단기 등 장비를 미국 내 의료기관 등에 소개,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프리미어는 지난 7월 기준 미국 내 3,400곳 이상의 회원병원과 11만개 이상의 기타 의료기관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Top 4 GPO로, 연간 구매액 규모가 41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GPO사와 공급계약 체결만으로 삼성의 미국 내 의료기기 사업확대가 기대된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구매원가 절감과 업무 효율화 등 선진화된 GPO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100년 역사 미국 GPO,정부차원 포용정책으로 산업 활성화 적극 장려

GPO는 역사가 무려 10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 미국 뉴욕지역 병원들의 자발적 수요에 따라 설립,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동으로 묶어 대량 구입하며 가격을 낮추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70년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의 공적 건강보험제도 도입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기 시작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 요양급여비용사전검토제도 (the Medicare Prospective Payment System, PPS)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용에 대한 통제를 위한 관련 제도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미국 내 의료기관들의 비용절감 자구책으로 GPO 시장이 본격 주목 받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2013년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인의 범위가 넓어져 전반적으로 미국 의료시장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 역시 중요해짐에 따라 GPO의 역할과 규모도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다.

미국 GPO협회 HSCA (Healthcare Supply Chain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5,000 여 개 병원의 96% 이상이 GPO에 가입되어 있으며 병원당 평균 2~4곳의 GPO사를 활용하고 있을 만큼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 내 운영 중인 GPO만도 600 여 개 이상으로, 의료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IT 등 연계된 관련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구매대행업무 외 임상자원 관리, 경영컨설팅 및 수익사이클 솔루션 서비스, 데이터 및 정보 서비스, 아웃소싱 등 의료기관의 비용절감과 효율적 구매, 품질관리를 위한 다양한 영역에서 그 서비스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 내 GPO산업의 활성화는 1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통해 입증되어 온 구매절감 효과에 기인한다. 지난 해 미국 의료경영 전문컨설팅업체 Dobson DaVanzo & Associate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GPO를 활용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 대비 평균 10~18% 가량 구매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GPO를 통해 절감이 예상되는 건강보험규모가 무려 3,92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도 GPO 위탁 보편화 추세

공공병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유럽지역 역시 GPO를 통한 경영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경우 대형병원의 약 85% 이상이 소속되어 있는 보건성 산하기관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대부분의 의료서비스가 관리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구매/물류관련 업무는 NHS 산하 PASA (Purchase and Supply Agency)를 통해 관리해왔으나 전문성 결여로 인해 비용 및 시간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006년 민간물류기업 DHL과 함께 NHS Supply Chain 이라는 법인을 설립, 구매/물류 업무를 10년 계약으로 위탁하며 DHL의 세계적 물류네트워크와 구매력 등 노하우를 통해 재정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DHL의 CEO인 Frank Appel은 “NHS의 구매 및 물류 위탁을 통해 영국 정부는 그동안 약 8억파운드(한화 1조4000억)를 절감했으며 이것은 혁신적인 공공-민간 협력의 대표적인 win-win 사례“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유럽 내 GPO 도입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독일의 경우 전체 병원의 약 80%가 GPO를 통해 구매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병원 지출 비용 중 GPO를 통한 구매비율이 2002년 20%에서 2010년 4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2010년 한해 GPO를 통한 절감규모가 무려 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일 내 이러한 GPO 활성화 영향으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주변국가에서도 병원 내 GPO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프랑스 경우 지난 2011년 공공보건분야 개혁을 위한 ‘PHARE programme’ 도입, 병원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면서 공공병원 중심 GPO 기능강화를 통해 2012년에서 2014년 2년간 9.1억 유로(한화 1조2천억)이상의 건보재정 절감을 목표하기도 하였다.

               국내 대형병원 중심 선진화된 GPO 도입으로 경영효율화 나서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과 함께 국내에도 지난 2000년 전자정부 구현에 부응하여 선진적 형태의 GPO기업이 처음 설립됐다. 선진적 형태의 GPO 기업은 IT시스템을 통해 병원과 인터페이스를 연동하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수 병원과의 거래를 통한 구매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인 구매를 진행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현재 이지메디컴이 거래금액 7,300억원 규모로 선진적 GPO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최근 아이마켓코리아 등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병원의 경우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하여 선진적 GPO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구매대행과 물류, 위탁재고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왔다. 이 같은 난점 때문에 국내에는 개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초기적인 형태의 의약품 도매상과 의료기기 대리점 다수가 난립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하지만 선진적 GPO 기업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의료분야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의료기관의 비교정보를 통한 구매 경쟁력 향상과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공급사 간 공정경쟁 기회 부여 및 마케팅 비용 절감 등 B2B e-마켓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의료용품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에서의 사회적 비용 절감 방안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오고 있다.

실제 GPO기업 이지메디컴에 구매사무를 위탁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강원대학교병원 등 대표적인 국공립병원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보험품목을 상한가 이하로 구매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연평균 612억원씩 총 1,837억원 가량 절감하는 등 GPO 도입이 건보재정 누수를 막고 공공병원의 예산 운영을 효율화하는 대응책으로 입증되고 있다.

          GPO는 보편적 추세, 정부차원 규제개혁 통한 관련 산업 활성화 필요

미국 내 GPO시장의 성장은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확인된 순기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정부차원의 적극적 장려정책이 주요했다. 유럽지역 역시 관련한 정부주도의 적극적 정책추진을 통해 GPO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경우 최근 선진적 GPO와의 협업을 통해서 병원 구매비용을 효율화하고 건보재정을 절감한 사례가 소개되고, 선진적 GPO구매프로세스를 도입한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공병원의 일부는 자체 구매만을 고집하고 있다. 관련 법령 및 허가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대학병원,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병원은 의료기관의 성격에 따라 병원장의 승인을 얻은 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주무부처의 승인을 1차적으로 받은 뒤,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기획재정부장관의 최종 허가가 있어야 외부 계약사무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의료기관의 비핵심 업무인 구매물류 업무를 전문기업에 위탁하고, 의료진은 핵심 업무에만 집중하여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의료기관 비용과 프로세스를 모두 효율화하는 GPO의 기능이다.

이는 세계적인 의료기관 효율화 전략으로, 국내에서도 GPO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료기관 담당자의 인식 확대와 제도적 지원책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지영호 박사=보건의료물류 전문 컨설턴트(물류학 박사)로, 현재 서경대학교 물류유통경영학과 외래교수,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외래교수, 한국 SCM학회 이사, 인천광역시 물류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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