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⑥ - 제약기업간 전략적 제휴의 문제점과 대책
김원배
·서울대약대 졸
·동아제약 전무이사
·동아제약 중앙연구소장
상호 목표 불분명 파트너십 저해
지나친 일부 프로젝트 의존 지양해야
작년 7월에 발표됐던 화이자사 파마시아사간의 합병추진이 독점 문제로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1/4분기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당시 세계제약업계 15위였던 Warner-Lambert사를 인수하면서 세계 No.1 제품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Lipitor'를 손에 넣었던 화이자사는 비교적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온 파마시아사와 합병하게 됨으로써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이 되었다.
그 결과 마케팅 측면에서는 관절염 치료제 `Celebrex'와 같이 파괴력 있는 블록버스터 제품을 또 다시 확보하게 되어 북미시장에서의 선두 유지는 물론, 상대적 취약지역이었던 유럽·일본·남미 등에서도 최고의 시장지배력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 사의 합병 결심은 단순히 현실적인 경영 시너지 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의약품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면서 R&D 생산성이 기업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한 지금, 빅딜을 통해서라도 R&D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려는 미래 지향적인 의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질병 형태가 빠르게 바뀌면서 R&D도 다변화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이를 실천하기는 불가능해 결국 M&A라는 처방으로 R&D 역량을 강화시키려는 전략도 숨겨져 있다.
하지만 M&A를 통한 R&D 생산성 제고는 실제 막강한 자금력이 필요한데다 인수·합병에 따른 사회적 파장과 기업문화의 충돌로 발생되는 복잡한 문제 때문에 성사가 그리 쉽지는 않다. 대신에 연구영역 또는 연구프로젝트 별로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경우에 따라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양도하는 라이센싱과 일정기간 R&D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파트너십의 형태로 체결되고 있다. 여기에선 먼저 R&D 분야의 전략적 제휴가 왜 필요한지를 짚어보고, 특히 그 동안 국내·외에서 있었던 파트너십 제휴사례와 수행과정 중에 발생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
전략적 제휴는 `두개 이상의 대등한 회사가 R&D·생산·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와 자원을 제공하여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간 협력'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은 합의된 공동목표를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하지만, 여전히 독립된 회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협력과 경쟁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기업간의 과열경쟁은 자칫 소모전으로 치우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상처뿐인 패자만 남게될 수 있으므로, 때론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냉정한 경쟁과 함께 협력하면서 공생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제약산업 R&D 분야의 전략적 제휴는 보다 다양한 목표를 향해 출발하는데, 크게 볼 때 재정 규모와 적용 기술이 의사결정에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 세계시장에 하나의 신약을 발매하기 위해선 평균 8∼10억 달러의 연구개발비가 필요하고 개발기간은 10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신약개발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리스크가 뒤따르는 작업이다.
따라서 제약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려는 차원에서 적정 수의 연구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프로젝트마다 적정 규모의 자원을 할당하지만, 경우에 따라 투자규모가 증가하게 되면 위험성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적극 검토하게 된다. 가령, R&D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중견기업이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했을 때,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국적 제약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것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술력 보완 차원에서의 전략적 제휴도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제약산업은 연구영역과 활용기술이 광범위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게놈 프로젝트 이후로는 새로운 약물 타깃의 발굴 및 신기술 태동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해당 기술에 따라 기업의 전문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약개발 과정 중 자신의 기술 취약성을 보강하기 위해 전문기술을 가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개발된 제품을 개량할 목적으로도 전략적 파트너십이 흔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오리지널 메이커가 자사 제품의 품질을 개선한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또는 특허권 연장을 위해 drug delivery system(DDS) 연구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 밖에 다른 산업간의 기술융합을 통해 신사업을 창출하는 것도 최근 새롭게 볼 수 있는 전략적 제휴로, 바이오 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bioinfomatics 좋은 사례이다.
국내·외 사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이후부터 작년 2/4분기까지 제약산업에서 이루어졌던 전략적 제휴는 총 2,164건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는 분기 당 평균 200건 이상 체결된 것을 의미하므로 전략적 제휴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중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형태의 제휴는 1,434건으로 전체의 66.3%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라이센싱의 형식이었다. 관련기업 별로는 biotechnology 회사가 874건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40.4%로 가장 많았고, 특히 바이오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32%로 높은 분포를 보였다. 또한 제약기업과 바이오 회사간 전략적 제휴의 경우, 재정 조건이 다른 경우보다 약 80% 이상이나 높아 비교적 비중이 컸던 계약으로 나타났다.
기술분야 별로 분석해보면 genomics와 관련된 제휴가 약 32%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게놈 프로젝트 이후 새로운 약물타깃 발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떠오른 bioinformatics 분야의 기술제휴는 재정조건이 타 기술분야에 비해 무려 215%에 달해 가장 가치가 높았으며, DDS 분야에서는 2002년 상반기에 체결된 계약 수가 전년도 하반기의 것보다 22% 정도 증가하여 수치상 최고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2001년 하반기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전략적 제휴를 연구영역 별로 분류했을 때, 암, 감염질환, CNS 분야의 순서로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이 분야들이 공동의 관심분야였다기 보다는 비교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상호 협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체결된 전략적 제휴(표 참조) 중 계약의 재정조건이 가장 컸었던 사례는 지난 2001년 9월 Bristol-Myers Squibb사와 ImClone Systems사간에 있었던 항암제 IMC-C225의 공동연구개발 계약이다.
IMC-C225는 일부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Epidermal Growth Factor(EGF) 수용체의 작용을 효과적으로 저해하기 때문에 결장암·두부경부암·비소세포성 폐암 등과 같은 일부 암종에 대해서 뛰어난 임상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FDA는 2001년 2월 재발성 결장암 치료를 위한 IMC-C225 사용을 빠르게 검토할 것을 의결한 바 있다.
IMC-C225에 관한 양 사간 전략적 제휴의 계약내용을 보면, BMS사가 정액 기술료로 현금 10억 달러를 3회에 걸쳐 ImClone Systems사에 지급하고, ImClone Systems사의 주식매입 및 2018년까지 일정 비율의 경상기술료를 지급하는 조건인 총 20억 달러 규모였다. 이 경우처럼 계약액수가 큰 전략적 제휴는 풍부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기업이 소규모 제약기업의 핵심역량을 확보해 조기 개발하고자 할 때 주로 이루어지는데, 소규모 기업은 자사 기술이나 신약후보물질의 상용화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대형 제약기업은 단기간에 R&D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수 있어 상호 Win-Win 전략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R&D 분야의 전략적 제휴는 자주 발표되고 있으나 보수적인 문화환경 때문에 정확한 계약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주로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기업간에 많이 이루어지며, 비교적 규모가 큰 제약기업간에는 제휴 사례가 극히 드물다.
이런 까닭에 정부기관에서는 특정 연구사업을 통해 기업간 공동연구를 장려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으나, 대부분 연구목표만 공유하는 형식을 취할 뿐 R&D 자원을 공동 투자하는 실질적인 전략적 제휴로는 발전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로 가장 바람직한 사례는 1998년 시작한 동아제약(주)과 (주)유한양행이 맺었던 골다공증 치료제 연구개발을 들 수 있다. 골다공증은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양 사는 기존의 치료제와 차별화 하기 위해 아직 개발제품이 없는 Cathepsin K 저해제라는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했고,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R&D 자원을 통합하는 획기적인 전략을 운영했다. 즉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투자 비용과 인력자원을 똑같이 출자해 수행하고 있으며, 과제가 성공할 경우에도 동일한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원칙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다만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직능기술 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상호 자극·보완토록 했으며, 그 결과 후보물질 OST-4077을 성공적으로 도출하여 현재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R&D의 초기단계부터 공동 목표를 도출하여 수평적으로 파트너십을 제휴하는 방식은 상호간에 강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형 제약기업과 소규모 바이오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제휴처럼 대부분 수직적 가치사슬(Value Chain)에 따라 전략적 제휴가 체결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의 수명이 짧아짐에 따라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포착하여 다른 기업으로부터 신기술을 취득(Acquisition)해 조기에 제품화(Development)를 추진하는 A&D방식의 전략적 제휴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D·기술력 상호 보완의 키워드
재정규모·적용기술 결정 핵심요소
'98년 동아-유한 개발제휴 모범사례
문제점과 대책
전략적 제휴가 무한경쟁 시대의 핵심적인 선택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절대적 도구는 결코 아니다. 때에 따라 회사의 기밀이 노출된다거나 상대기업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으므로 전략적 제휴를 실패로 몰아가는 일반 요소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주 거론되는 R&D 파트너십의 실패요인들을 살펴볼 때,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목표가 불분명하고 달성여부의 측정이 어렵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애초부터 협력관계의 형성을 어렵게 하고 상대 기업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게 되는데, 대부분 실질적 제휴에 초점을 두기 보단 제휴 자체에 의미를 두었을 때 표면화된다.
둘째, 자체 핵심역량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가끔 주위의 여론이나 기술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자신들의 R&D 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범위에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때가 있다. 이 경우 제휴를 주도하기가 어렵고 상대 기업의 핵심역량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관계 자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순위
계약내용(계약 년월)
회사 1
회사 2
계약조건
(백만 달러)
1
IMC-C225, EGF 수용체 저해제 ; 항암제(01. 9)
Bristol -
Myers Squibb
ImClone Systems
2,000
2
비만 및 성인당뇨병치료제(01. 2)
Bayer
Curagen
1,460
3
Protein Kinase 타깃약물개발(00. 5)
Novartis
Vertex
815
4
세포치료 ; 항암면역치료(02. 1)
IDM
Sanofi-
Synthelabo
550
5
Genasense(G3139) ; Antisense 항암제(02. 4)
Aventis
Genta
480
6
염증질환 치료제 및 기술(00. 6)
Aventis
Millenium
450
7
리드 창출/라이브러리 디자인 및 Infomatics 기반기술(01. 12)
ArQule
Pfizer
363
8
20개의 종양항원 발굴 및 개발 (00. 10)
Genzyme Molecular
Oncology
Purdue Pharma
330
9
주요 질환에 대한 DNA-based 진단 (01. 7)
deCODE
Roche
300
10
경구용 인슐린(02. 5)
GlaxoSmithKline
Nobex
283
셋째, 제휴 기업간의 현격한 기업문화 차이도 주요 실패요인이다. 특히 관료적인 절차문화를 가진 대기업과 모험정신이 강한 벤처기업간에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대기업은 주로 의사결정이 느리고 위험을 피하려 하며 담당자의 변경이 잦다는 문제가 있어 소규모 기업에게 불신을 안길 수 있다.
넷째, 최고 경영진의 관심부족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실패요인이다. 대개, 최고 경영자는 파트너와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만 참석하고는 전략적 제휴의 존재조차 잊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도록 R&D 부서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R&D 전략적 제휴를 상호간의 Win-Win 게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앞서 거론한 실패요인에 대한 처방을 미리 준비해야함은 물론, 환경에 적합한 성공 견인전략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먼저 R&D 분야의 전략적 제휴는 일반적으로 기술 및 노하우 교류에만 집착하기 쉬운데, 기업가의 관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상대방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역량 외에도 그 기업이 지니고 있는 강점들을 학습·접목하여 R&D 조직을 보다 생산성이 높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R&D 전략적 제휴는 협력인 동시에 경쟁의 관계이므로 지나치게 일부 프로젝트에 의존도를 높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업과의 제휴에 너무 큰 비중을 둔다면 환경변화가 발생할시 전략적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엔 경쟁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전략적 유연성을 항상 유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R&D 전략적 제휴를 경영의 틀에서 설계해야 한다. 이미 제약기업에서의 R&D는 미래의 생존전략일 정도로 경영의 핵심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중·장기 경영계획을 통해 반드시 R&D 비전이 제시돼야 하며, 특히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소명을 능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선 R&D 전략적 제휴가 주도적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편집부
200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