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독일 세계원료의약품 박람회
안승호<한국유나이티드 연구소 소장>
우리는 때때로 세계의 흐름을 느껴 보고자 하는 충동이 일어난다. 특히 경제가 어렵고 일이 잘 안 풀리면 밖의 세상과 접촉하여 숨통을 트이고 신선한 공기와 분위기를 맞보려 한다.
우리와 같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더욱 숨통이 트이는 돌파구를 찾기에 급급할 줄로 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국민이라는 더 큰 식솔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원료의약품 박람회에 다녀왔다.
3일간은 박람회에 참여하여 제품전시, 고객상담, 주문수수, 정보수집 및 정보교환 등의 업무를 하고 마지막 날 오전에는 잠깐 관광을 포함한 귀국길에 오르는 일정으로 여정이 잡혀져 있었다.
이번의 독일 방문은 4년전에 비하여 독일에 대한 냄새라 할까, 인상이라 할까 느낌이 다른 듯 싶었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그 이름에서부터 `독'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 나라인데, 이는 아마도 나치 히틀러에 의한 사회 노동혁명으로 과격한 변혁과 유태인들의 대학살이란 역사적 혈흔이 가져다주는 선입견이 아닌가 싶다. 이는 마침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고 비정한 군화 자국과 총 뿌리의 매서운 겨냥이라는 전쟁의 비극을 안겨다 주기까지 했다.
아직도 독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쟁 도발국이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전쟁 영화의 제작이 금지되어 있으며, 미국에서 만든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영화에서 독일군은 멋들어지게 죽어 넘어가는 들러리의 원천으로 영화의 소재를 주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보고서 참고 견디는 독일로서는 독한 마음으로 주어진 형극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일 게다.
60년대와 70년대에 우리는 너무나도 못사는 나라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이민 형식으로 파견하여 그 당시로서는 힘들었지만 고임금의 수혜를 위하여 가난의 돌파구로 물색했다는 과거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하 2,500미터의 깊은 광도에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하여 번 돈으로 가난의 찌들림으로부터 해방되어 보려는 의지는 그 당대의 사람으로서는 누구나 이해 못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깊은 갱도 속의 탁한 공기는 그들에게 진폐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안겨다 주었으며, 그로 인하여 아까운 생명을 먼 이국 땅에서 외롭게 잃어버리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 간호사들은 매우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간혹 독일 남자와 만나서 결혼하면, 그 독일 남자는 큰 횡재를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돈 잘 벌고, 남편 공경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교육 잘 시키고, 집 장만하여 남부럽지 않게 생활을 리드해 나갔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의 사상이 어느 정도 깔려 있는 독일인에게는 집 장만하고, 밤낮으로 일하여 저축하는 것에는 길 들여있지 않아 한국인의 악착같은 아이들 교육 욕심과 저축 욕심은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독일에 이민간 간호사들은 대 환영을 받았고, 반면에 광부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건강을 해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송금은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부모, 형제들에게 허기진 배를 채워주곤 했다.
독일 이민 1세들의 고달픔, 외로움, 병마와의 투쟁은 우리 근대사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소식은 60년대에 경부 고속도로를 맨주먹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모래와 자갈을 나르던 아줌마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편집부
200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