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국 포화현상 ‘개국이 두렵다’
분업 이후 약국 수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처방을 둘러싼 약국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약국가에서 개국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약국의 경영방식을 처방위주로 변화시키면서 소위 ‘목 좋은’ 입지에 대한 쟁탈이 심화돼 마땅히 개국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
또 개국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약국 간 경쟁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사리 개국을 할 수 있는 실정도 아니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구나 약국간 경쟁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약국 분양가 때문에 급격히 늘어난 약국 개설비용도 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약국가에 일고 있는 개국 기피현상은 최근 전반적인 사회불황에 따른 약국의 경영악화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2004년 상반기 약국 19,584곳
실제 약국 수는 분업 직후 대폭 감소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위 안정적인 처방만 이루어진다면 약국운영이 원만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분업 직전인 2000년 약국 수는 19,530곳이었던 것이 2001년 18,354곳으로 무려 1,176곳 줄어들었다.
전면적인 제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약국들이 일시적으로 구조조정 된데다 소위 ‘동업약국’의 형태도 유난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의약분업이 정착되는 모습을 보이며 약국 수는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2002년 18,727곳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더니 2003년에는 1만9,262개로 전년 대비 535곳 증가했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19,584곳으로 전년 말 대비 322곳 늘어났으며 이는 전년 동기와 대비해서는 610곳 증가한 수치다.
이는 분업 직전인 2000년(19,530곳)을 상회한 수치로 이 상태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2만곳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국 순수입은 300만원 불과
약국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약국경기가 덩달아 회복된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처방경쟁에 뒤쳐진 약국들은 ‘빈익빈’에 시달리며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2년 건강보험심사 통계지표와 약국요양급여비용 현황을 집계 분석한 결과 약국간의 처방전 분포는 실제 심각한 왜곡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청구 건강보험청구액이 300만원 미만인 약국이 2,500여곳에 달하는 반면 11개곳의 약국은 월평균 급여비 6억이상에 하루평균 1,850건이상의 처방전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자료는 전국 약국의 1/3 가량이 월 평균 1천만원이하의 건강보험 청구를 하고 1일 평균 30건내외의 처방전을 수용하는 영세약국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전체약국의 1%도 못되는 약국들이 2억원이상의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처방전 집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심평원의 '2004년 상반기 진료형태별 요양기관 이용현황'분석에서도 약국이 올 상반기 벌어들인 건강보험관련 수입은 약값을 제외한 순수 조제수입이 월 평균 802만원이었다.
이는 약국 운영에 드는 각종 비용을 뺄 경우 동네약국 월 수익은 300~40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약국간 경쟁 심화…부작용 양산
이처럼 약국 수의 증가와 이에 따른 입지쟁탈전은 약국가의 각종 부작용을 양산시키고 있다.
우선 약국분양가가 타 업종에 비해 3~5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분업 이후 약국간의 처방전 수용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문전약국 인근으로 이전하려는 약국이 늘어나자 건물주들이 권리금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는 약국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업자들의 극성스런 농간을 부추기며 약사들의 피해를 잇따라 발생시키고 있다.
실제 부동산 임대와 관련해 독점 입점 등을 약정해 놓고 여러 곳의 약국을 입점시키는 가 하면 처방전 수용건수를 부풀려 권리금을 높게 받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
더구나 이 문제는 수차례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면서 동업자정신을 흐리게 하고 있다.
또한 약국가의 고질적인 문제인 난매와 담합등이 더욱 성행하는 등 약사직능이 희석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개국만이 능사인가
지난 2002년 인천지역에서 개국을 했다가 최근 경영악화로 사업을 접은 A약사는 “약사라면 당연히 개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름의 입지를 선정, 개국했지만 기대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한 데다 초기 과도한 개설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약국을 접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모 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약사는 “개국을 하면서 갖는 장점도 많지만 아무래도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이 상대적으로 좋은 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경기지역 대학병원 근처에서 문전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B약사는 “경기불황, 약국간의 경쟁, 환자수의 감소, 지속적인 수가감소, 늘어나는 고정비용 등 문전약국의 어려움은 새삼 말로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약국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번도 더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까지 지역약사회 임원을 역임한 한 원로 약사는 “개국이 대부분 약사들의 희망사항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약사직능 확대를 위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한 것 같다”며 “특히 약대 6년제도 결국 개국만이 아닌 보다 강화된 약사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 아니냐”고 강조했다.
감성균
200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