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재고의약품 해법은 있나?
재고의약품의 해법은 있나?
의약협업(분업)을 시작한지도 5년이 넘었다. 어떤 제도이든 그것이 정착하고 안정화되려면 수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지만, 좀더 빠르고, 좀더 국민을 위한 제도가 되려면 관련자 또는 관련단체가 좀더 양심적이어야 하고, 좀더 국민을 위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의약협업은 국민의 건강의 유지, 질병의 예방, 질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와 약사가 이중점검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런 이중점검이 환자에게 의약품을 오투약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차단하고, 환자의 질병에 가장 효과적인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의약협업 5년이 지난 지금도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의약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몇 가지가 있다. 의사와 약사와 이중점검이 되면 부당청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의사들의 부당청구가 여전하다는 기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들의 가장 최근의 일로 요양기관 66곳이 심평원 조사에 의해 부당 청구한 것이 밝혀졌으며, 그 피해액만도 4억 원을 넘는다. 리베이트도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 2월경에는 제약사들의 의사들에 대한 리베이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해 복지부는 리베이트 근절과 유통의 투명화를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이 힘들다는 이유로 쉬운 제네릭에 치중하면서 판매를 위해 의사들에게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의사들은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등으로 인한 약가 인하 요소가 발생해 3월에는 대대적인 약가 인하가 단행되어 선량한 약국들만 피해보는 불합리한 처사도 있었다.
리베이트는 주로 의사들이 받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약국에 전가되는 것이다. 의사들의 의약협업에 대한 비협조도 문제다. 원활한 동일성분조제와 의약사간의 긴밀한 협조를 위한 전화, 팩스, 이메일 등의 연락 방법을 생략한 처방도 다수 발행되고 있으며, 리베이트에 기인한 의사들의 잦은 처방 변경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더 큰 문제점들은 위와 같은 잘못된 형태로 인해 피해는 약국의 재고의약품으로 남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반적인 사업들은 자신들의 재고를 사업자가 관리한다. 매출의 추세를 보고 매입을 결정하고, 재고관리를 통해 불용재고는 처분을 스스로 한다. 반면 약국은 다르다. 의약품의 포장단위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을뿐더러, 의약품의 매입가 매출을 결정짓는데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주변 의사들의 처방에 의해 또는 먼 의사들의 처방에 의해 재고가 결정지어진다.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의사들의 비협조로 같은 성분이며, 정부가 인정한 의약품임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줄 수 없으며, 의사들의 부정적인 이미지 작업으로 인해 환자들 또한 동일성분조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의 개선에 대해 정부는 수수방관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고의약품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조절이 불가능한 재고는 의사의 변심에 의해 반품이 불가능하고, 사용기한이 끝나면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궁여지책으로 약국간의 교품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태생적 한계로 활성화될 수 없고, 유통과정 상의 우려로 인해 지향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지역의약품목록을 제출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의사들의 비협조는 늘 그래왔고, 실제 제출한 지역도 별로 없다. 엄연히 법이 존재함에도 지켜지지 않고 사문화되는 법들이 약사법에는 상당히 존재한다. 처방전 2장 발부도 그런 예 중 하나이다. 의사들의 권력은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환자들의 생명을 쥐고 흔드는 직업은 신의 권력에 버금가는 집단이 아닐까 싶다.
근래 의약품은 고가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재고 비용 또한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고, 결국 이런 비용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료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온갖 방법을 써서 약가를 인하시키려고 하고,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줘야 하는 제약사로써는 계속해서 새롭고 비싼 제네릭을 양산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의사들이 자주 처방을 바꿔야 돈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고, 이런 돈 맛을 알게 된 의사들은 이에 동조해 열심히 처방을 바꾸고 있다.
이런 관행에 대한 실례로 대한약사회 권경희 교수가 지난 2004년 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세파클러 250mg의 보험등재된 의약품수가 무려 110품목에 이른다고 하였다. 또한 이 의약품이 약국에 재고로 남아 있는 금액이 1억 7천만여 원이라고 한다.
필자의 개국시절 근처의 대다수 의원들은 처방 변경 기간이 몇 년 이상씩 되었으나 유독 몇몇 의원들은 6개월이 멀다 하고 또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다녀가기만 하면 처방이 바뀌기 일쑤였다.
재고의약품의 폐해는 약국의 재고부담만이 아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 취임한 유시민 장관은 이런 말을 하였다. "재고의약품이 환경오염과 약국의 재정압박 문제, 제약사의 부담 등이 뒤얽힌 민감한 사안"이라고 했다.
환경오염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와 세계는 지구의 오존화를 막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노력하고 있으며, 도시 주변의 자연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약국의 재고의약품은 대량 생산을 위해 대부분 합성 물질로 이를 폐기하게 되면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재고약 환경까지 위협' 사회인식 절실
DUR 통해 처방비용 적절성 평가 필요
지난 번 SBS 방송에서는 폐의약품 처리과정을 방영한 바 있고, 98년 사이언스 뉴스에 의하면 인간이 쓰다 버린 콜레스테롤 저하제, 항생제, 진통제, 방부제, 아드레날린 작용 억제제, 기타 약물들이 음용수, 호수, 강에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해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더불어 재고약품은 제약사에도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환경적 문제로 폐의약품의 처리까지 제약사 부담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한약사회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반품 사업 등은 제약사의 부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문제를 일시에 없앨 수 있는 기묘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근절해야 할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약국에 남는 재고의약품이 국민의 사회 비용을 증가시키고, 스스로 복용하다가 버리는 의약품이 환경을 버린다는 의식이 가슴속에 있어야 한다. 이를 처방하는 의사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의약품을 최소한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시스템의 개선이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이런 인식들이 뿌리내려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시행하려는 DUR을 통해 의사들의 처방이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가장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평가를 하여야 한다. 나아가, 약사들을 통한 통계 분석이다.
의원들이 처방을 변경하는 기간을 분석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야 한다. 또한, 재고가 남지 않도록 포장 단위를 개선하고, 먼저 의약협업을 시행한 나라들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의약협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셋째는 교육이다. 의약협업은 의사와 약사가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그주도권은 의사들이 쥐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교육받는 시점부터 의사의 양심에 대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일선 의사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알리고, 나쁜 점들을 교육하여 소크라테스 선서가 부끄럽지 않은 의사들을 생산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고의약품은 여러 가지 병폐의 산물이며, 이는 의사, 약사, 정부와 함께 온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며, 그 중에서 의사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편집부
200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