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식품 형태와 친해져라"
오는 9월말부터 건강기능식품 제형 자유화가 예정된 가운데 장기적으로 약국 건강기능식품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 바뀌는 안은 기존 6개 제형을 삭제하고, 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제품을 모두 포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럽, 겔, 젤리, 바 등 거의 모든 제형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판매가 가능해지고, 심지어 개별인정형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경우 빵과 두부와 같은 제품도 가능하다.
그동안 약에 가까운 형태로 제한되어 온 건강기능식품 제형이 확대됨에 따라 약국시장도 점진적인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제형에 대한 이해, 시장활성화에 대한 인식공유가 요구되고 있다.
◇ 기대와는 다른 시장
건강기능식품법이 시행될 무렵 약국시장은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의약품과 유사한 타블렛이나 캅셀 형태의 제품이 많아 취급에 유리하고, 전문인으로서 상담 역할이 가능해 일반인의 인식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건강기능식품 취급을 위해 필요한 판매자교육도 면제 대상이라 뜻만 있으면 쉽게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실제상황은 사뭇 달랐다. 의욕을 갖고 많은 업체가 진출했지만 냉담한 반응에 시장에서 잠정 철수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탄력을 받지 못한 약국시장은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 가운데 10%에도 못미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문매장이나 홈쇼핑보다 낮고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 체계적인 접근 부족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은 건강기능식품에 맞는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성장 가능성과 높은 관심에 비해 실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약국이나 약사가 많지 않았다. 물론 의약분업의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의약품시장과 다른 건강기능식품시장에 의약품과 유사한 유통-판매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와 약국간의 이해관계를 좁히는데도 실패했다.
한 건강기능식품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나 인터넷 판매가 활발해진 것도 약국시장 활성화를 더디게 했다"고 강조하고 "성분이나 품질을 떠나 단순 판매가격 비교가 가능해져 '약국의 건강기능식품은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덧붙였다.
◇ 주요제품, 영양보충용에 국한
약국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판매되는 제품도 한정돼 있다. 영양보충용 제품이 대부분이고, 아직 인기가 살아 있는 글루코사민 정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성북구 한 약사는 "그나마 판매가 괜찮은 건강기능식품은 영양보충용이나 글루코사민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아마도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비슷한 품목이 있기 때문에 설명도 쉬운 부분이 있어 비슷한 상황을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 약국에서 과자를 판다?
일부에서는 제형확대가 약국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시장확대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묶여 있던 6개 제형의 경우 약에 가까운 형태라 어느정도 약국과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반면 제형 자유화로 일반식품에 가까운 새로운 제형이 도입되고 제품화되면 이같은 효과가 반감되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취급자인 약사의 인식전환이 전제된다면 일반 소비자도 의식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의 등장에 맞춘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판매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가지려면 '약국에서 빵을 팔 수 있을까'와 비슷한 의문을 버려야 하고, '약국에서 과자를 어떻게 판매하느냐'는 고집도 접어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거부감 없애야
지난해말부터 약국시장에 선보인 롯데제과의 '껌'을 예로 들 수 있다.
출시 초반 약국에서 '졸음방지 껌'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물음도 있었지만 앞으로 일선 약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콜레스테롤 개선 빵'이나 '체지방 감소 쿠키'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는 젤리' '비타민 보충용 스낵' 등 각양각색의 건강기능식품이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려는 약국과 약사는 이들 제형에 대한 거부감이 없애는 한편, 관련 기능성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기능식품 관련 강의와 교육을 반복하더라도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할 수 없다.
◇ 시간두고 꾸준한 관심
하지만 제형이 자유화된다고 해서 새로운 제형의 제품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일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전으로 관리가 불가능한 일반식품 형태의 경우 업체 스스로 기준·규격 자료를 제출해 별도의 인정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 그만큼 기술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또 캅셀이나 정제 등 삼키는 형태가 아닌 경우 조건을 맞춰 맛을 내는 일도 쉽지 않다.
따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다변화 될 제품 가운데 어떤 특색 있는 제품을 어떤 접근을 통해 판매에 나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출시되는 새로운 제형의 제품에도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제형이 확대된다는 사실은 시장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하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일반식품보다 비싼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실제로 구매할 것이냐는 고민해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일반인에게 구체적인 상담과 설명을 진행해 장기적으로 인식을 바꿔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갖고 있는 강점은 살려야
건강기능식품을 접하는 보통의 소비자 경향은 특정 제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3년여전 글루코사민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시점에는 하드캅셀 형태가 시장을 주도했고, 감마리놀렌산이나 개별인정형 CLA 제품이 바통을 이어 받으면서 소프트캅셀이 시장의 주류가 됐다.
스테디셀러에 가까운 홍삼제품은 대부분 농축액 형태의 '홍삼정'이나 파우치형태의 액상 제품 위주로 시장을 형성해 왔다. 이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제조, 판매업체도 비슷한 제형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투명하고 맑은 색상의 소프트캅셀에 대한 쏠림이 심한 편"이라며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 판매업소에서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나름대로 강점을 있다고 판단되는 제형과 제품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두고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임채규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