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포커스>국내사, 칼바람속 구세주 '개량신약' 혁명
정부의 계속된 약가 인하 정책, 새 GMP, 한미 FTA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제약산업에 또 다른 도전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몰아치고 있는 이 바람은 다름 아닌 세계적 공룡 제네릭사들의 잇따른 한국진출이다.
제네릭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국내 제약사에 신약이 아닌 제네릭으로 승부수를 거는 이들 공룡제약사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아직까지는 물음표이지만 분명한 것은 적게 또는 크게 국내 제약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자의가 됐건 타의가 됐건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이젠 국내를 넘어 세계를 겨냥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바, 액타비스 등 유럽발 공룡 제네릭사 한국 행 '러쉬'
화이자, 얀센, 릴리, MSD, GSK 등 그동안 한국 시장을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은 저마다 오리지날 신약을 장착하고 국내 제약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세계적인 약제비 절감 추세와 맞물려 제네릭이 각광받으면서 공룡 제네릭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29일에는 산도스, 테바등에 이어 전 세계 제네릭의약품 매출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악타비스사가 라인센싱 형태로 국내 제약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라이센싱 회사인 J&M Pharm과 제네릭 품목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악타비스는 앞으로 퍼스트제네릭을 비롯한 제네릭들을 지속적으로 국내에 도입하는 한편 J&M사는 향후 국내 유통을 위해 제약사나 도매업소 등과의 제휴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악타비스사는 아이슬란드 소재의 제네릭 전문회사로 지난해 매출이 약 2조9천억 원에 달하는 세계 5위의 거대 제네릭 전문 제약사로 현재 미국, 아이슬란드, 영국을 비롯한 14개국에 21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국내 제약사외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국내영업을 진행했던 산도스는 항우울제, 신경과 품목, 항암제, 이식면역억제제 등을 출시하며 직접 영업에 나서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2008년 1분기 순이익만 5억2,900만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이자 1위 제네릭 기업인 이스라엘 '테바'도 한국 진출 타진을 위한 적극적인 작업에 들어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테바 아태평양지역 대관업무 담당자는 지난달 17일 식약청을 방문, 국내 인허가 시스템과 관련해 상담을 실시하고 돌아갔다.
테바의 관계자가 식약청을 직접 방문, 국내 허가시스템에 대해 파악을 한다는 것은 한국 진출을 충분히 고려한 가운데 이뤄지는 후 단계 작업으로 테바의 한국진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최근 테바는 일본 코와와 손잡고 합병회사 '코와테바'를 설립, 일본에 진출했다는 점은 한국 진출 가능성을 더 높게 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네릭 명국 인도의 란박시, 닥터레디, 시플라 등 제네릭 전문 회사들을 속속 국내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판도변화에 국내 제네릭의약품 시장의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보이며, 자칫하다가는 다국적 오리지날사 품목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던 국내 의약품 시장이 이제는 거대 공룡 제네릭사들에게까지 안방을 내놓을 위기에 놓인 신세에 놓이게 될지도 모를 운명이다.
거대 공룡 제네릭사 국내 성공 지수 50 : 50
하지만 이 같은 공룡 제네릭사들의 본격적인 행보에 대해 업계는 불가피한 경쟁 심화를 예견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다소 여유로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A제약사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세계적인 제네릭 회사라 해도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나 시장 특성에 적응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국내 제약 시장은 네가티브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테바나 액타비스 등 선진 제약사들이 이 같은 풍토에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겠냐"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들 제네릭 중심 제약사뿐만 아니라 FTA 발효 후 미국의 제네릭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자국중심의 우리만의 제네릭 문화를 갖고 있고 기술력이 아닌 가격적인 면으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보니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B제약 관계자는 "공룡 제네릭사들이 나 홀로 진입이 아닌 라이선싱 또는 현지 제조공장 인수 또는 품목별로 코마케팅 전략 등으로 진출을 꾀한다면 별 어려움 없이 국내 시장의 흐름을 파악, 성공적인 안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 제약사들은 우리나라 제약사들과는 경쟁이 안 될 정도의 거대자본을 무기가 있는데다 특허소송과 관련해서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노하우가 갖춰져 있고 게다가 우리처럼 소량 다품종이 아닌 대량 소품종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 대형 할인 체인점인 까르푸가 우리나라에서는 퇴출되는 비운을 겪었듯이 한국의 정서와 제약시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좋을 결과를 얻기 힘들 것" 이라며 "지금은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제네릭 시장을 옥죄어 올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 살길...퍼스트제네릭 넘어 '개량신약'
이 같은 거센 도전속에 우리가 살길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테바, 액타비스, 란박시 같은 기업이 국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네릭 중에서도 퍼스트 제네릭 등 한 템포 앞서 나가는 경쟁을 펼칠 것" 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이런 부침을 이겨내고 제네릭 중심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량신약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개량신약 약사산정기준은 개량신약을 오리지날 대비 최대 90%까지 약가를 인정한다는 방침이어서 개량신약은 더욱 더 제약사들에게 희망의 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원희목 의원이 발의한 '제약산업 육성 특별법'의 골자도 혁신형 기업의 R&D 및 수출지원, 성공불융자, 건축 및 조세 특례 등을 담고 있어 개량신약의 활성화 토대는 계속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문제는 국내 제약사들의 의지와 결실이 얼마만큼 현실화되는 것이다. 투자보다는 방어, 기술 개발 보다는 영업에 중점을 두었던 국내 제약회사들이 세계시장 아니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임세호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