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혈압은 얼마로 조절해야 할까?
“약사님, 이건 집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입니다.”
KL이 건네준 종이에는 그가 지난 한 달간 매일 집에서 측정한 수치가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수축기 혈압은 평균 118 (mmHg. 이하 단위 생략)이었으며, 가장 낮은 것은105, 가장 높은 것은 128 이였다. 이완기 혈압은 61에서 74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으며 평균은 67이었다.
“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약사님이 새로 처방한 약인 클로르탈리돈 (chlorthalidone)을 시작한 이후 혈압이 더 낮아졌습니다.”
“어지럽거나 현기증 난 적은 없고요?”
“없습니다.”
“다른 특별한 문제는 없으신가요?”
“아무 것도 없는데요.”
지난 방문 때 그가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높아 기존에 복용하고 있던 암로디핀과 올메사탄에 클로르탈리돈을 추가했었다. 그는 세 종류의 혈압약을 복용하게 되었는데 부작용없이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약사님, 혈압은 얼마로 조절해야 하나요?”
혈압을 얼마로 조절해야 하는가 - 즉 목표혈압 (target blood pressure)은 환자마다 다르다. 왜냐하면 목표혈압을 정할 때에는 환자가 가진 동반질환,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 경험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6년 미국 당뇨병 학회의 치료지침서도 환자에 맞춰 목표혈압을 달리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60대인 KL은 고혈압 외에도 당뇨병을 동반질환으로 갖고 있다. 그의 신장기능은 저하되어 있어서 사구체여과속도가 50이다 (정상은 120 이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혈압약을 세 종류나 복용하고 있음에도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이런 경우 최근 발표된 BPROAD라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수축기 목표혈압을 120 미만으로 잡을 수 있다.
중국에서 수행된 BPROAD는 약 13,000명이 참여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이 임상시험은 5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 중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심순환기 병력이 있거나 사구체여과속도가 30에서 60 사이로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흡연 등 심순환기 위험인자를 두 개 이상 가지고 있었다. 또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130 이상, 그렇지 않은 환자는 140 이상이었다.
BPROAD 임상시험은 참여한 환자들을 목표 수축기혈압이 120미만인 군과 140미만으로 설정한 두 개의 군에 무작위로 배분하여 이에 따라 혈압을 조절하였다. 그 결과 시험 시작 1년 뒤,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미만으로 설정한 군의 평균 수축기 혈압은 121.6인 반면,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미만으로 설정한 군은 평균 135.0이었다.
BPROAD 임상시험은 이 환자들의 심근경색, 뇌경색, 심부전증의 발생 또는 심순환기 질환에 의한 사망 여부를 4년여에 걸쳐 추적조사하였다. 그 결과 100명의 환자를 1년간 추적하는 것으로 환산할 때,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한 군은 1.65명에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한 반면,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조절한 군은 2.09명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면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21% 더 낮았다. 즉,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14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목표혈압을 낮게 잡으면 혈압약을 더 많이 쓰게 되어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BPROAD 임상시험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은 평균 2.1 개의 혈압약을 써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잡은 군의 1.3개 보다 약 1개의 혈압약을 더 사용했으며, 고칼륨혈증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41% 더 많이 발생했다.
혈압약 중 우리 몸의 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들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약들이 심순환기 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거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추천되기 때문에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에서 고칼륨혈증이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혈압약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인 저혈압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이 약 8배 더 높았다. 요약하면, 목표혈압을 낮추어 혈압약을 더 많이 사용했을 때 예상대로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제 견해로는 KL님의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KL님은 당뇨병이 있으시고 신장기능도 좀 떨어져 있거든요. 이 경우, 수축기 혈압이 120미만으로 조절되면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수축기 혈압을 높게 유지할 때보다 약 20% 정도 줄어듭니다. 물론,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늘기는 하지요. 하지만, KL님은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을 겪은 적도 없고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이거든요. 그래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낮게 잡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지난 30일간 저의 수축기 혈압 대부분이 120미만이었으니 괜찮은 거네요.”
“네. 그동안 드시던 세 종류 약을 계속 드시면 될 것 같아요. 혈압은 매일 측정하는 것을 권하고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혈압을 잘 관리하고 계시니 재진은 3개월 뒤에 하도록 합시다.”
“네, 3개월 뒤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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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재규 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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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의 혈압은 얼마로 조절해야 할까?
“약사님, 이건 집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입니다.”
KL이 건네준 종이에는 그가 지난 한 달간 매일 집에서 측정한 수치가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수축기 혈압은 평균 118 (mmHg. 이하 단위 생략)이었으며, 가장 낮은 것은105, 가장 높은 것은 128 이였다. 이완기 혈압은 61에서 74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으며 평균은 67이었다.
“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약사님이 새로 처방한 약인 클로르탈리돈 (chlorthalidone)을 시작한 이후 혈압이 더 낮아졌습니다.”
“어지럽거나 현기증 난 적은 없고요?”
“없습니다.”
“다른 특별한 문제는 없으신가요?”
“아무 것도 없는데요.”
지난 방문 때 그가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높아 기존에 복용하고 있던 암로디핀과 올메사탄에 클로르탈리돈을 추가했었다. 그는 세 종류의 혈압약을 복용하게 되었는데 부작용없이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약사님, 혈압은 얼마로 조절해야 하나요?”
혈압을 얼마로 조절해야 하는가 - 즉 목표혈압 (target blood pressure)은 환자마다 다르다. 왜냐하면 목표혈압을 정할 때에는 환자가 가진 동반질환,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 경험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6년 미국 당뇨병 학회의 치료지침서도 환자에 맞춰 목표혈압을 달리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60대인 KL은 고혈압 외에도 당뇨병을 동반질환으로 갖고 있다. 그의 신장기능은 저하되어 있어서 사구체여과속도가 50이다 (정상은 120 이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혈압약을 세 종류나 복용하고 있음에도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이런 경우 최근 발표된 BPROAD라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수축기 목표혈압을 120 미만으로 잡을 수 있다.
중국에서 수행된 BPROAD는 약 13,000명이 참여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이 임상시험은 5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 중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심순환기 병력이 있거나 사구체여과속도가 30에서 60 사이로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흡연 등 심순환기 위험인자를 두 개 이상 가지고 있었다. 또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130 이상, 그렇지 않은 환자는 140 이상이었다.
BPROAD 임상시험은 참여한 환자들을 목표 수축기혈압이 120미만인 군과 140미만으로 설정한 두 개의 군에 무작위로 배분하여 이에 따라 혈압을 조절하였다. 그 결과 시험 시작 1년 뒤,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미만으로 설정한 군의 평균 수축기 혈압은 121.6인 반면,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미만으로 설정한 군은 평균 135.0이었다.
BPROAD 임상시험은 이 환자들의 심근경색, 뇌경색, 심부전증의 발생 또는 심순환기 질환에 의한 사망 여부를 4년여에 걸쳐 추적조사하였다. 그 결과 100명의 환자를 1년간 추적하는 것으로 환산할 때,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한 군은 1.65명에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한 반면,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조절한 군은 2.09명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면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21% 더 낮았다. 즉,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14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목표혈압을 낮게 잡으면 혈압약을 더 많이 쓰게 되어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BPROAD 임상시험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은 평균 2.1 개의 혈압약을 써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미만으로 잡은 군의 1.3개 보다 약 1개의 혈압약을 더 사용했으며, 고칼륨혈증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41% 더 많이 발생했다.
혈압약 중 우리 몸의 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들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약들이 심순환기 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거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추천되기 때문에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에서 고칼륨혈증이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혈압약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인 저혈압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잡은 군이 약 8배 더 높았다. 요약하면, 목표혈압을 낮추어 혈압약을 더 많이 사용했을 때 예상대로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제 견해로는 KL님의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KL님은 당뇨병이 있으시고 신장기능도 좀 떨어져 있거든요. 이 경우, 수축기 혈압이 120미만으로 조절되면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수축기 혈압을 높게 유지할 때보다 약 20% 정도 줄어듭니다. 물론,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늘기는 하지요. 하지만, KL님은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을 겪은 적도 없고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이거든요. 그래서, 수축기 혈압을 120미만으로 낮게 잡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지난 30일간 저의 수축기 혈압 대부분이 120미만이었으니 괜찮은 거네요.”
“네. 그동안 드시던 세 종류 약을 계속 드시면 될 것 같아요. 혈압은 매일 측정하는 것을 권하고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혈압을 잘 관리하고 계시니 재진은 3개월 뒤에 하도록 합시다.”
“네, 3개월 뒤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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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재규 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