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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조항연 약사의 커피믹스 개발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이종운
입력 2026-06-04 09: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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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연 약사의 커피믹스 개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동창회보』 제100호 (2022, p170-173)를 보면 ‘조미료, 진짜꿀, 그리고 커피믹스의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조항연 약사 (사진, 서울대 약대 11회 졸업, 1953~1957)가 쓴 글이 실려 있다. 그 글에 의하면 그가 동서식품의 생산과 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1975년(?) 경에 커피믹스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커피믹스 개발과 관련된 부분만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조항연 약사와 커피믹스   ©약업신문 

“어느 날 등산이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먹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커피 1술, 크림 1술, 설탕 1술을 섞어서 봉지에 담아 5봉짜리 포장물을 만들어보니 담배갑 1개 크기가 되었다. 나는 내심 ‘이거 잘 하면 좀 팔리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1봉지를 개봉하여 컵에 쏟은 다음 더운 물을 붓고 차 숟갈로 저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상하게도 몇 번을 시도해봐도 깨끗이 용해되지 않고 무언가 불용물(不溶物)이 표면에 뜨는 것이었다. 아무리 궁리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커피의 산성 때문에 커피크림 성분중의 하나인 '카제인 나트륨'이 '카제인'으로 석출되면서 표면에 뜨는 것이었다. 다행히 학교에서 배운 것이 생각나서, 이런 때는 '약산(弱酸)의 염(鹽)'을 조금 넣어주면 완충(緩衝) 역할을 하여 카제인이 석출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소량의 인산 나트륨, 인산 칼륨 등을 봉지에 넣고 섞은 다음, 더운 물에 녹여보았더니 정말 부유물이 생기지 않고 깨끗하게 녹는 것이었다. 과연 학교에서 배운 대로 약산의 염은 완충제(緩衝劑, buffer)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이것이 최초로 ‘커피믹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의 커피믹스는 튜브형 포장으로 시판되지만 처음에는 네모난 파우치형 봉지로 출시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구식인 봉지포장기를 몇 대 돌리며 생산하여 공급하였으나, 순식간에 커피믹스가 인기를 끌어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그래서 이런 구식 포장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하여 적당한 포장설비를 찾다가 미국에 1초에 10봉을 포장하는 포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 포장기 회사를 찾아 갔더니, 회사는 설탕으로 포장 시범을 보일 준비를 다 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정말 분당 600포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설탕이 포장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세월이 조금 지나면서 시판 설탕의 포장이 네모 포장에서 연필 굵기의 막대 포장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마케팅 및 판매부서로부터 커피믹스도 막대형(튜브형)으로 포장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국제포장전시회에 따라다녀 봐도 튜브형 포장은 기껏해야 3~4줄로 포장되는 기계가 전부이고 그 이상의 기계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그래서 동서식품은 발전성이 보이는 모 기계제작소와 상호 협력하여 10줄짜리 포장기를 국내에서 개발하였다. 능률이 외국제의3배는 되는 포장기가 개발된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를 통해 동서식품이 세계에서 유수한 튜브형 포장기 메이커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16년 전의 일이다 (후략).”

최근 (2026.4.22) 조선일보는 조필제 동서식품 부회장이 101세를 일기로 영면하셨다는 기사를 실으면서, 그를 ‘커피믹스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기사에 의하면, 조 부회장은 자서전인 『사막에 닻을 내리고』 (문지사, 2017)’에서 “품질관리 담당 사원이 커피, 프리마 (동서식품 크리머 브랜드), 설탕을 한꺼번에 배합해서 물만 타면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 시발점이 되어 커피믹스 개발에 들어갔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그 품질관리 담당 사원이 바로 조항연 약사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조항연 약사의 현장 아이디어가 조필제 부회장의 경영적 판단에 힘입어 ‘커피믹스’라고 하는 휴대용 커피가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은 돌아볼수록 흥미롭다.  

<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어 순차적으로 발간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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