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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짜 약사’에 속은 약국운영자,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바뀐 판결의 의미는?
심연와 변호사의 법률상담
편집부
입력 2026-03-10 1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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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약사’에 속은 약국운영자,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바뀐 판결의 의미는?

최근 약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판결이 있었습니다. 약사 면허증을 위조한 가짜 약사를 고용하여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약국운영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제주지방법원 2024. 8. 13. 선고 2024노378 판결).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이유와 약국 운영에 주는 시사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피고인 A가 약사면허증을 위조하여 약국에 취업

피고인 A는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과거 약국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약사 행세를 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구한 약사면허증 양식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을 붙여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약사면허증을 위조했습니다.
이후 A는 구인 사이트를 통해 제주시 E약국에 판매약사로 지원했고, 약국장 H와의 면접에서 “I대 약대를 졸업했고, 육지에서 3년간 약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거짓말하며 위조한 약사면허증 사본을 제출했습니다.
피고인 A는 이에 속은 약국장 H을 통해 피고인 B가 운영하는 약국에 판매약사로 고용되어, A는 2020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약 2년 7개월간 무자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했습니다. 그가 판매한 의약품은 총 49,596회, 합계 14억 7,695만 원에 달했으며, 그 대가로 급여 1억 3,824만 원을 받아 편취했습니다. 결국 A는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약사법위반,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원심의 형이 유지되었습니다.

1심과 2심, 약국운영자 B에 대한 엇갈린 판단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E약국의 개설자인 약국운영자 B 역시 약사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종업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약사법은 약사가 아닌 자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며,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하면 약국 개설자에게도 벌금형을 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약국운영자 B에게 벌금 500만 원의 유죄(집행유예 1년)를 선고했습니다. B는 “A의 사기 행각에 속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A가 진정한 약사인지 여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채용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약국운영자 B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벌규정의 단서 조항, 즉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B가 A를 약사로 오인하고 채용한 이상, 일반 직원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주의·감독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B가 A의 무자격 판매 행위를 막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판결의 시사점

이번 1, 2심 판결은 약국운영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고도 미묘한 법적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심 판결은 채용 시 면허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은 반면, 2심 판결은 사기 피해자인 약국운영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양벌규정의 책임을 면제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약사 채용 시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항소심의 무죄 판결은 약사 채용 과정의 모든 책임이 면제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다른 정황, 예를 들어 급여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했거나, A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의심스러운 제보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국운영자들은 직원 채용 시 ‘스스로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먼저 사본은 위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면허증 원본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나 대한약사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면허의 진위 여부를 조회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무리

이번 항소심 판결은 사기 범죄의 피해자인 약국운영자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구제일 뿐입니다. 채용 단계에서 단 몇 분만 투자하여 면허를 조회했다면, 약국운영자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법적 분쟁과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약사 업무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철저한 직원 검증은 약국을 보호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필자소개>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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