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고등법원(제주) 2025. 1. 8. 선고 2024노101 판결을 중심으로 -
약국을 평생 운영해 온 약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건강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 경우 약사 면허가 없는 자녀가 약국 운영을 돕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는 약사 아버지 B를 도와 약국 운영에 관여한 비약사 아들 A에게, 약사법 위반(사무장 약국)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요양급여 편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사무장 약국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약사인 아버지 B씨는 1996년부터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해오다 2004년경 뇌경색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B씨의 아들인 피고인 A씨는 약사 면허가 없었지만, 2006년경부터 아버지를 도와 약국의 재정 및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해왔습니다.
검찰은 A씨가 2018년경부터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직원 고용, 자금 관리, 의약품 관리 등 약국 운영을 총괄하며 실질적으로 약국을 개설·운영하였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65억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했다고 보아 약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A씨가 약국 업무 보조를 넘어 운영 전반을 주도했고, 약국의 수익 또한 A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새로운 개설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법원은 A씨의 약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아버지 B씨의 약국 개설·운영행위가 단절되고 아들 A씨의 새로운 개설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계속된 관리·감독 권한 행사
B씨는 고령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사연수교육을 이수했고, 인지능력과 의사소통능력에 문제가 없어 약국의 개설자로서 약국을 책임지고 포괄적으로 지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종종 약국에 출근하여 직접 약사 업무를 수행하고 직원들을 감독하기도 했습니다.
▶ 관리약사 제도의 활용
이 사건 약국에는 아버지 B 대신 약국의 관리를 총괄하여 담당할 ‘관리약사’가 항상 근무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 등을 직접 관리하고 관련 업무를 감독하는 역할을 아들 A씨가 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아들의 역할은 ‘보조’의 범위
A씨가 재정, 행정, 인사 관리 등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개설자인 아버지 B씨로부터 위임받거나 관리약사의 지휘·감독 아래 이루어진 ‘보조적 역할’로 보았습니다. A씨가 B씨의 지배를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약국을 운영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가족 공동생활비 성격의 수익 배분
1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았던 ‘수익의 귀속’ 문제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A씨가 아픈 부모님을 부양하며 함께 생활하는 등 가족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약국 수익 일부가 A씨에게 이전된 것을, 약국 운영 성과가 개설자가 아닌 A씨에게 귀속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약사 가족이 약국 운영에 관여할 때 ‘사무장 약국’으로 판단되지 않기 위한 중요한 기준점들을 제시합니다.
첫째, 개설 약사의 명목상 지위가 아닌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 유지가 핵심입니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로 상시 근무가 어렵더라도, 약사연수교육 이수, 정기적인 약국 방문 및 업무 감독, 주요 의사결정 참여 등을 통해 개설자로서의 지배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둘째, ‘관리약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설 약사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약사법에 따라 관리약사를 지정하고 그에 따른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개설 약사의 관리 의무를 다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가족인 비약사 직원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채용, 회계, 행정 등 업무를 위임하더라도,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은 개설 약사 또는 관리약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관련 서류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자소개>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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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을 평생 운영해 온 약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건강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 경우 약사 면허가 없는 자녀가 약국 운영을 돕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는 약사 아버지 B를 도와 약국 운영에 관여한 비약사 아들 A에게, 약사법 위반(사무장 약국)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요양급여 편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사무장 약국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약사인 아버지 B씨는 1996년부터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해오다 2004년경 뇌경색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B씨의 아들인 피고인 A씨는 약사 면허가 없었지만, 2006년경부터 아버지를 도와 약국의 재정 및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해왔습니다.
검찰은 A씨가 2018년경부터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직원 고용, 자금 관리, 의약품 관리 등 약국 운영을 총괄하며 실질적으로 약국을 개설·운영하였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65억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했다고 보아 약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A씨가 약국 업무 보조를 넘어 운영 전반을 주도했고, 약국의 수익 또한 A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새로운 개설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법원은 A씨의 약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아버지 B씨의 약국 개설·운영행위가 단절되고 아들 A씨의 새로운 개설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계속된 관리·감독 권한 행사
B씨는 고령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사연수교육을 이수했고, 인지능력과 의사소통능력에 문제가 없어 약국의 개설자로서 약국을 책임지고 포괄적으로 지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종종 약국에 출근하여 직접 약사 업무를 수행하고 직원들을 감독하기도 했습니다.
▶ 관리약사 제도의 활용
이 사건 약국에는 아버지 B 대신 약국의 관리를 총괄하여 담당할 ‘관리약사’가 항상 근무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 등을 직접 관리하고 관련 업무를 감독하는 역할을 아들 A씨가 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아들의 역할은 ‘보조’의 범위
A씨가 재정, 행정, 인사 관리 등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개설자인 아버지 B씨로부터 위임받거나 관리약사의 지휘·감독 아래 이루어진 ‘보조적 역할’로 보았습니다. A씨가 B씨의 지배를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약국을 운영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가족 공동생활비 성격의 수익 배분
1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았던 ‘수익의 귀속’ 문제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A씨가 아픈 부모님을 부양하며 함께 생활하는 등 가족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약국 수익 일부가 A씨에게 이전된 것을, 약국 운영 성과가 개설자가 아닌 A씨에게 귀속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약사 가족이 약국 운영에 관여할 때 ‘사무장 약국’으로 판단되지 않기 위한 중요한 기준점들을 제시합니다.
첫째, 개설 약사의 명목상 지위가 아닌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 유지가 핵심입니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로 상시 근무가 어렵더라도, 약사연수교육 이수, 정기적인 약국 방문 및 업무 감독, 주요 의사결정 참여 등을 통해 개설자로서의 지배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둘째, ‘관리약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설 약사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약사법에 따라 관리약사를 지정하고 그에 따른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개설 약사의 관리 의무를 다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가족인 비약사 직원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채용, 회계, 행정 등 업무를 위임하더라도,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은 개설 약사 또는 관리약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관련 서류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자소개>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