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법시험 43회(사법원수원 33기) 합격
·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학사)
·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졸업(석사)
·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케어 최고위혁신과정 수료(2024)
· (前) 메디톡스 법무팀장
· (前) JW홀딩스 준법경영본부장
· (前) 법무법인 에이펙스(Apex) 파트너변호사
· (現) 법무법인 위너스(Winners) 파트너변호사

몇 년 전부터 비만치료제 시장이 뜨겁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 같은 치료제가 나왔다. 이제는 체중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투여 주기를 늘리거나 요요 현상을 줄여주는 의약품, 근육 손실과 같은 부작용을 줄여주는 의약품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비만과 MASH는 모두 ‘대사’ 관련 질환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몸 안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다. 2030년경에는 비만치료제와 MASH 치료제를 합해 200조원이 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올릭스의 핵심 기술은 siRNA 기술이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데 단백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효소, 호르몬, 항체 등이 모두 단백질이다. 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각종 수용체와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이나 인터루킨도 모두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들은 모두 DNA, mRNA, 아미노산, 단백질 순으로 이어지는 Central Dogma(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벨트를 타고 만들어진다.
siRNA는 mRNA 단계에 개입해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차단한다. 사람의 몸에서 단백질이 하는 일이 많은 만큼 siRNA의 응용 범위도 넓다. 비대 흉터는 결합조직성장인자(CTGF)라는 단백질이 문제의 원인이고, 탈모는 안드로겐 수용체(AR) 단백질,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단백질이 원인이다. 올릭스는 siRNA 기술을 이용해 이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비만치료제가 부상하면서 아주 큰 시장에 뛰어들었다.
30억개 염기로 된 기찻길
RNAi(RNA interference, RNA 간섭 혹은 침묵) 기술은 앤드루 파이어(Andrew Fire)와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가 1998년에 발견했다. 두 사람은 그 공로로 2006년, 50세가 되기도 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사람의 DNA는 길이가 약 1.8m이고 약 30억개의 염기쌍(base pair)으로 구성돼 있다. 이 거대한 설계도는 히스톤 단백질에 똘똘 감긴 상태로 세포의 핵 속에 보관돼 있다. DNA 서열 중 단백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유전자’는 약 2만3000개다. 여기서 ‘사용한다’는 것은 ‘유전자 정보를 읽어 레시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DNA가 침목 30억개짜리 철로라면 유전자는 그 위에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철도 건널목과 같다. 각각의 유전자는 수만개에서 수백만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다. 염기(A, T, G, C) 3개인 ‘코돈’ 하나당 아미노산 하나가 지정된다. 우리 몸에는 약 20종의 아미노산이 있다.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면 유전자 중 하나를 읽어 mRNA를 만들고(전사), 이것이 리보솜으로 가면 리보솜은 여러 아미노산을 연결해 단백질로 조립한다(번역).
세포 속 품질관리 시스템
전사 과정에서는 간혹 오류가 생긴다. 특정 염기를 빠뜨려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수 있다. 그러면 잘못된 mRNA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리보솜으로 가서 번역되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9개의 염기를 읽어야 하는데 8개밖에 읽지 못하면 아미노산이 2개밖에 만들어지지 않아 불량품이 된다. ‘잘못된’ 단백질이란 우리 몸에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불량품으로 잘못 복사된 사본인 mRNA를 스스로 검열해 폐기하는 품질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정상적인 mRNA는 시작 코돈과 종료 코돈이 양쪽 끝에 있고, 그 사이에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이 자리한다. 예컨대 특정 mRNA를 검사해 보니 종료 코돈 서열이 끝부분이 아니라 뜬금없이 중간 부분에 있다면 불량품이다. 우리 몸은 이런 mRNA를 감별해 분해한다.
한편 정상적인 단백질이라도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문제가 된다. 이를 막는 메커니즘이 miRNA다. miRNA(micro RNA)는 약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진 짧은 RNA 가닥이다. 비부호화(non-coding) RNA이기 때문에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는다. RISC 효소와 결합한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특정 mRNA와 결합해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을 차단한다.
불량 mRNA 분쇄기, siRNA
어쩌다 실수로 잘못된 mRNA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DNA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대부분 사람의 특정 부분 유전자 서열이 ATGCGATAA인데 어떤 사람은 ATGCAATAA라면 어떻게 될까?
앞의 ATG는 개시 코돈으로 ‘여기서부터 단백질 합성을 시작한다’는 뜻이고, 끝의 TAA는 종료 코돈으로 ‘여기서 합성을 끝낸다’는 뜻이다. 이 예에서는 가운데 3개 서열이 다르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르기닌(CGA)이 생성되지만, 이 사람에게는 글루타민(CAA)이 만들어진다. DNA 자체가 잘못된 설계도이기 때문에 비정상 단백질이 계속 만들어지고, 몸에 내장된 miRNA 시스템으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된다. CRISPR-Cas9과 같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DNA를 교정하거나 siRNA(작은 간섭 RNA) 같은 약물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RNAi 기술은 잘못 만들어진 mRNA를 인위적으로 제거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중간 단계에서 차단하는 기술이다. DNA 편집과 비교하면 DNA 편집은 설계도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로잡는 기술이고, RNAi는 설계도의 사본을 없애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iRNA 기술은 miRNA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으로, 대표적인 RNAi 기술 중 하나다.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이중가닥의 siRNA(small interfering RNA)를 만들어 몸속에 넣는다. 염기서열 20개 전후의 짧은 길이이기 때문에 ‘small’이다.
RISC(RNA-induced silencing complex) 효소는 두 가닥의 RNA를 인식하고 그중 한 가닥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쳐야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중가닥(double strand)으로 만든다. siRNA를 세포까지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LNP(지질나노입자)나 GalNAc 접합체 기술이 이용된다.
세포 안에 있는 RISC 효소가 siRNA를 인식하면 한 가닥인 센스 가닥(sense strand)은 버리고 나머지 가닥인 안티센스 가닥(antisense strand)과 결합한다. 이러면 RISC 효소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타깃 mRNA를 찾는 안내자인 siRNA의 안티센스 서열과 파괴자인 RISC 효소의 세트가 완성된 것이다.
siRNA와 결합한 RISC 효소는 안티센스 가닥과 서열이 상보적인 타깃 mRNA를 만나면 결합해 분해한다. ‘상보적’이라는 말이 어려운데, 짝이 맞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몸에 들어간 siRNA의 서열이 AUGCAG라면 서열이 UACGUC인 mRNA와만 결합한다. RNA에서는 DNA의 T(티민) 대신 U(우라실)가 아데닌(A)의 짝이 된다.
올릭스의 비대칭 siRNA
올릭스의 핵심 기술은 siRNA다. 그런데 siRNA의 모양이 기존에 개발된 일반적인 치료제와 다르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안티센스 가닥(antisense strand)이 센스 가닥(sense strand)보다 길다. 그래서 ‘비대칭 siRNA(Asymmetric siRNA, asiRNA)’라고 한다. 이를 통해 오프 타깃(Off-target)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 안전성을 높였다.
RNA 간섭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하는 siRNA는 두 가닥의 RNA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이중가닥 형태다. 기존에 개발된 일반적인 siRNA는 양쪽이 동일하게 약 21개의 염기(nucleotides)로 구성돼 길이가 같았다.
문제는 두 가닥의 길이가 똑같다 보니 자물쇠 역할을 하는 RISC 복합체가 가끔 헷갈려 버려야 할 센스 가닥을 취하고, 정작 필요한 안티센스 가닥을 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센스 가닥을 길잡이로 장착한 RISC 복합체는 원래 파괴해야 할 질병 원인 mRNA를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상적인, 심지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일 수도 있는 mRNA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오프 타깃 효과는 RNAi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올릭스는 두 가닥의 길이를 다르게 해 문제를 해결했다. ‘DNA 이중나선’이라고 하면 서로 마주 보고 아귀가 딱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해법은 역발상에서 나왔다.
올릭스의 독자 기술인 ‘비대칭 siRNA’ 플랫폼은 타깃 mRNA를 파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티센스 가닥의 길이를 21~31개 염기로 충분히 길게 하고, 버려져야 할 센스 가닥의 길이는 15~16개 염기 정도로 매우 짧게 했다. 길이가 짧은 센스 가닥은 RISC와 물리적으로 단단하게 결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서 쉽게 분해된다. ‘센스 가닥+RISC 조합’은 만들어지기 어렵고, ‘안티센스 가닥+RISC 조합’은 잘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오프 타깃 효과는 낮아지고 약효는 높아진다.

간세포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GalNAc(갈낙)
올릭스가 일라이 릴리에 수출한 기술은 비대칭 siRNA와 GalNAc(갈낙)을 결합한 것이다.
siRNA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외부 물질이기 때문에 혈관에 그대로 주사하면 체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거나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만들어진 siRNA를 질병이 발생한 장기의 세포 속으로 들여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난관을 해결하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 바로 GalNAc 접합 기술이다. GalNAc은 N-아세틸갈락토사민(N-Acetylgalactosamine)이라는 특수한 탄수화물 분자다. 간세포 표면에 집중적으로 돋아나 있는 ASGPR(아시알로당단백질 수용체)과 N극과 S극처럼 강력하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올릭스는 자사의 비대칭 siRNA 분자 끝에 GalNAc 분자를 매달아 인체에 투여한다. 그러면 약물은 혈액 속을 떠돌다가 다른 장기로 빠지지 않고 대부분 간세포에 달라붙는다. siRNA에 붙은 갈낙 꼬리가 간세포 표면의 ASGPR 수용체와 결합하면 내포작용을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간 환경 개선! MARC1 유전자 억제
여기까지 비대칭 구조로 siRNA를 만든 후 GalNAc 꼬리를 붙여 간으로 약물을 보낸다는 것으로 올릭스의 기술을 설명했다. 이제 올릭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OLX702A를 통해 약물이 간세포로 들어간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MARC1(Mitochondrial Amidoxime Reducing Component 1, 최근에는 MTARC1로도 약칭함) 유전자는 주로 간세포에서 발현한다. 특이하게도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오히려 지방 축적이 억제되고 간 섬유화도 덜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경 ‘전장 유전체 상관성 분석(GWAS)’을 통해 ‘이 유전자가 이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GWAS라는 말이 어렵지만, ‘증상인 표현형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유전자를 대조해 보니 MARC1 유전자가 핵심 변수더라’라는 뜻이다.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를 이용해 45만명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고 비교해 찾아낸 것이니 믿을 만해 보인다.
올릭스의 OLX702A 약물인 siRNA는 간세포로 들어가 MARC1 mRNA를 공격한다. MARC1 mRNA를 억제하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지방간 개선), 간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방지해(섬유화 억제) 전반적으로 간의 대사 환경을 개선한다.
2025년 2월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와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및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OLX702A 공동개발·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Upfront)과 마일스톤(Milestone)을 합해 약 9000억원(6억3000만달러)이다. OLX702A는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임상 1상이 끝나면 이후 개발은 일라이 릴리가 맡는다. 임상 2상부터 발생하는 막대한 임상 비용을 일라이 릴리가 부담한다는 의미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같은 GLP-1/GIP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한다. 이들은 뇌의 식욕 중추를 속여 평소보다 밥을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하고, 위장의 소화 속도를 늦춘다. 체중을 20% 이상 줄여주니 비만인들이 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약물들에는 약점이 있다. 첫째, 굶어서 살을 빼는 방식이어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질 수 있다. 이른바 ‘근 손실’이다. 둘째, 투여를 중단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식욕’이 폭발할 수 있다. 이른바 ‘요요 현상’이다. 어쩌면 비싼 약을 계속 투여하면서 동시에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할 수 있다.
RNAi 치료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 올릭스의 siRNA 치료제는 MARC1 mRNA를 억제해 영양소가 간을 비롯한 조직에 지방으로 쌓이는 대사 경로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가 올릭스의 기술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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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메디톡스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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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법무법인 에이펙스(Apex)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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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비만치료제 시장이 뜨겁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 같은 치료제가 나왔다. 이제는 체중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투여 주기를 늘리거나 요요 현상을 줄여주는 의약품, 근육 손실과 같은 부작용을 줄여주는 의약품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비만과 MASH는 모두 ‘대사’ 관련 질환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몸 안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다. 2030년경에는 비만치료제와 MASH 치료제를 합해 200조원이 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올릭스의 핵심 기술은 siRNA 기술이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데 단백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효소, 호르몬, 항체 등이 모두 단백질이다. 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각종 수용체와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이나 인터루킨도 모두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들은 모두 DNA, mRNA, 아미노산, 단백질 순으로 이어지는 Central Dogma(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벨트를 타고 만들어진다.
siRNA는 mRNA 단계에 개입해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차단한다. 사람의 몸에서 단백질이 하는 일이 많은 만큼 siRNA의 응용 범위도 넓다. 비대 흉터는 결합조직성장인자(CTGF)라는 단백질이 문제의 원인이고, 탈모는 안드로겐 수용체(AR) 단백질,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단백질이 원인이다. 올릭스는 siRNA 기술을 이용해 이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비만치료제가 부상하면서 아주 큰 시장에 뛰어들었다.
30억개 염기로 된 기찻길
RNAi(RNA interference, RNA 간섭 혹은 침묵) 기술은 앤드루 파이어(Andrew Fire)와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가 1998년에 발견했다. 두 사람은 그 공로로 2006년, 50세가 되기도 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사람의 DNA는 길이가 약 1.8m이고 약 30억개의 염기쌍(base pair)으로 구성돼 있다. 이 거대한 설계도는 히스톤 단백질에 똘똘 감긴 상태로 세포의 핵 속에 보관돼 있다. DNA 서열 중 단백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유전자’는 약 2만3000개다. 여기서 ‘사용한다’는 것은 ‘유전자 정보를 읽어 레시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DNA가 침목 30억개짜리 철로라면 유전자는 그 위에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철도 건널목과 같다. 각각의 유전자는 수만개에서 수백만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다. 염기(A, T, G, C) 3개인 ‘코돈’ 하나당 아미노산 하나가 지정된다. 우리 몸에는 약 20종의 아미노산이 있다.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면 유전자 중 하나를 읽어 mRNA를 만들고(전사), 이것이 리보솜으로 가면 리보솜은 여러 아미노산을 연결해 단백질로 조립한다(번역).
세포 속 품질관리 시스템
전사 과정에서는 간혹 오류가 생긴다. 특정 염기를 빠뜨려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수 있다. 그러면 잘못된 mRNA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리보솜으로 가서 번역되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9개의 염기를 읽어야 하는데 8개밖에 읽지 못하면 아미노산이 2개밖에 만들어지지 않아 불량품이 된다. ‘잘못된’ 단백질이란 우리 몸에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불량품으로 잘못 복사된 사본인 mRNA를 스스로 검열해 폐기하는 품질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정상적인 mRNA는 시작 코돈과 종료 코돈이 양쪽 끝에 있고, 그 사이에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이 자리한다. 예컨대 특정 mRNA를 검사해 보니 종료 코돈 서열이 끝부분이 아니라 뜬금없이 중간 부분에 있다면 불량품이다. 우리 몸은 이런 mRNA를 감별해 분해한다.
한편 정상적인 단백질이라도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문제가 된다. 이를 막는 메커니즘이 miRNA다. miRNA(micro RNA)는 약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진 짧은 RNA 가닥이다. 비부호화(non-coding) RNA이기 때문에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는다. RISC 효소와 결합한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특정 mRNA와 결합해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을 차단한다.
불량 mRNA 분쇄기, siRNA
어쩌다 실수로 잘못된 mRNA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DNA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대부분 사람의 특정 부분 유전자 서열이 ATGCGATAA인데 어떤 사람은 ATGCAATAA라면 어떻게 될까?
앞의 ATG는 개시 코돈으로 ‘여기서부터 단백질 합성을 시작한다’는 뜻이고, 끝의 TAA는 종료 코돈으로 ‘여기서 합성을 끝낸다’는 뜻이다. 이 예에서는 가운데 3개 서열이 다르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르기닌(CGA)이 생성되지만, 이 사람에게는 글루타민(CAA)이 만들어진다. DNA 자체가 잘못된 설계도이기 때문에 비정상 단백질이 계속 만들어지고, 몸에 내장된 miRNA 시스템으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된다. CRISPR-Cas9과 같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DNA를 교정하거나 siRNA(작은 간섭 RNA) 같은 약물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RNAi 기술은 잘못 만들어진 mRNA를 인위적으로 제거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중간 단계에서 차단하는 기술이다. DNA 편집과 비교하면 DNA 편집은 설계도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로잡는 기술이고, RNAi는 설계도의 사본을 없애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iRNA 기술은 miRNA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으로, 대표적인 RNAi 기술 중 하나다.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이중가닥의 siRNA(small interfering RNA)를 만들어 몸속에 넣는다. 염기서열 20개 전후의 짧은 길이이기 때문에 ‘small’이다.
RISC(RNA-induced silencing complex) 효소는 두 가닥의 RNA를 인식하고 그중 한 가닥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쳐야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중가닥(double strand)으로 만든다. siRNA를 세포까지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LNP(지질나노입자)나 GalNAc 접합체 기술이 이용된다.
세포 안에 있는 RISC 효소가 siRNA를 인식하면 한 가닥인 센스 가닥(sense strand)은 버리고 나머지 가닥인 안티센스 가닥(antisense strand)과 결합한다. 이러면 RISC 효소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타깃 mRNA를 찾는 안내자인 siRNA의 안티센스 서열과 파괴자인 RISC 효소의 세트가 완성된 것이다.
siRNA와 결합한 RISC 효소는 안티센스 가닥과 서열이 상보적인 타깃 mRNA를 만나면 결합해 분해한다. ‘상보적’이라는 말이 어려운데, 짝이 맞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몸에 들어간 siRNA의 서열이 AUGCAG라면 서열이 UACGUC인 mRNA와만 결합한다. RNA에서는 DNA의 T(티민) 대신 U(우라실)가 아데닌(A)의 짝이 된다.
올릭스의 비대칭 siRNA
올릭스의 핵심 기술은 siRNA다. 그런데 siRNA의 모양이 기존에 개발된 일반적인 치료제와 다르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안티센스 가닥(antisense strand)이 센스 가닥(sense strand)보다 길다. 그래서 ‘비대칭 siRNA(Asymmetric siRNA, asiRNA)’라고 한다. 이를 통해 오프 타깃(Off-target)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 안전성을 높였다.
RNA 간섭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하는 siRNA는 두 가닥의 RNA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이중가닥 형태다. 기존에 개발된 일반적인 siRNA는 양쪽이 동일하게 약 21개의 염기(nucleotides)로 구성돼 길이가 같았다.
문제는 두 가닥의 길이가 똑같다 보니 자물쇠 역할을 하는 RISC 복합체가 가끔 헷갈려 버려야 할 센스 가닥을 취하고, 정작 필요한 안티센스 가닥을 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센스 가닥을 길잡이로 장착한 RISC 복합체는 원래 파괴해야 할 질병 원인 mRNA를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상적인, 심지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일 수도 있는 mRNA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오프 타깃 효과는 RNAi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올릭스는 두 가닥의 길이를 다르게 해 문제를 해결했다. ‘DNA 이중나선’이라고 하면 서로 마주 보고 아귀가 딱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해법은 역발상에서 나왔다.
올릭스의 독자 기술인 ‘비대칭 siRNA’ 플랫폼은 타깃 mRNA를 파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티센스 가닥의 길이를 21~31개 염기로 충분히 길게 하고, 버려져야 할 센스 가닥의 길이는 15~16개 염기 정도로 매우 짧게 했다. 길이가 짧은 센스 가닥은 RISC와 물리적으로 단단하게 결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서 쉽게 분해된다. ‘센스 가닥+RISC 조합’은 만들어지기 어렵고, ‘안티센스 가닥+RISC 조합’은 잘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오프 타깃 효과는 낮아지고 약효는 높아진다.

간세포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GalNAc(갈낙)
올릭스가 일라이 릴리에 수출한 기술은 비대칭 siRNA와 GalNAc(갈낙)을 결합한 것이다.
siRNA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외부 물질이기 때문에 혈관에 그대로 주사하면 체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거나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만들어진 siRNA를 질병이 발생한 장기의 세포 속으로 들여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난관을 해결하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 바로 GalNAc 접합 기술이다. GalNAc은 N-아세틸갈락토사민(N-Acetylgalactosamine)이라는 특수한 탄수화물 분자다. 간세포 표면에 집중적으로 돋아나 있는 ASGPR(아시알로당단백질 수용체)과 N극과 S극처럼 강력하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올릭스는 자사의 비대칭 siRNA 분자 끝에 GalNAc 분자를 매달아 인체에 투여한다. 그러면 약물은 혈액 속을 떠돌다가 다른 장기로 빠지지 않고 대부분 간세포에 달라붙는다. siRNA에 붙은 갈낙 꼬리가 간세포 표면의 ASGPR 수용체와 결합하면 내포작용을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간 환경 개선! MARC1 유전자 억제
여기까지 비대칭 구조로 siRNA를 만든 후 GalNAc 꼬리를 붙여 간으로 약물을 보낸다는 것으로 올릭스의 기술을 설명했다. 이제 올릭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OLX702A를 통해 약물이 간세포로 들어간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MARC1(Mitochondrial Amidoxime Reducing Component 1, 최근에는 MTARC1로도 약칭함) 유전자는 주로 간세포에서 발현한다. 특이하게도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오히려 지방 축적이 억제되고 간 섬유화도 덜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경 ‘전장 유전체 상관성 분석(GWAS)’을 통해 ‘이 유전자가 이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GWAS라는 말이 어렵지만, ‘증상인 표현형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유전자를 대조해 보니 MARC1 유전자가 핵심 변수더라’라는 뜻이다.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를 이용해 45만명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고 비교해 찾아낸 것이니 믿을 만해 보인다.
올릭스의 OLX702A 약물인 siRNA는 간세포로 들어가 MARC1 mRNA를 공격한다. MARC1 mRNA를 억제하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지방간 개선), 간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방지해(섬유화 억제) 전반적으로 간의 대사 환경을 개선한다.
2025년 2월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와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및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OLX702A 공동개발·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Upfront)과 마일스톤(Milestone)을 합해 약 9000억원(6억3000만달러)이다. OLX702A는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임상 1상이 끝나면 이후 개발은 일라이 릴리가 맡는다. 임상 2상부터 발생하는 막대한 임상 비용을 일라이 릴리가 부담한다는 의미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같은 GLP-1/GIP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한다. 이들은 뇌의 식욕 중추를 속여 평소보다 밥을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하고, 위장의 소화 속도를 늦춘다. 체중을 20% 이상 줄여주니 비만인들이 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약물들에는 약점이 있다. 첫째, 굶어서 살을 빼는 방식이어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질 수 있다. 이른바 ‘근 손실’이다. 둘째, 투여를 중단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식욕’이 폭발할 수 있다. 이른바 ‘요요 현상’이다. 어쩌면 비싼 약을 계속 투여하면서 동시에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할 수 있다.
RNAi 치료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 올릭스의 siRNA 치료제는 MARC1 mRNA를 억제해 영양소가 간을 비롯한 조직에 지방으로 쌓이는 대사 경로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가 올릭스의 기술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