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제도적 기반도 점차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임상, R&D 지원, 사업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업신문은 관련 기업 임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 기획은 이를 바탕으로 이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짚는다.<편집자 주>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병목은 더 이상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이를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단계로 밀어 올리는 구간이 더 큰 병목으로 지적받고 있다. 국내에는 국가신약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지원사업 등 여러 연구개발 지원 체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들 지원이 기업의 공정개발, 비임상, 초기 임상, 제조품질관리(CMC) 등 제품화 수요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 첨단바이오 기업 임원은 “제약바이오 R&D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구간은 비임상과 임상 단계”라며 “초기 연구 지원은 있지만 기업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는 단계의 지원 프로그램은 적고, 실제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단에서 과제를 받아 후보물질을 만들더라도 뒤에 개발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다”며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원천연구만으로 산업이 되지 않으며, 공정개발과 비임상, 임상으로 이어지는 뒷단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천연구는 있는데, 개발 후단이 약하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신약보다 개발 과정에서 제조와 품질의 비중이 크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는 후보물질 자체의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생산공정의 재현성, 세포 품질, 원료 관리, 보관·운송 조건, 투여 방식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초·원천 연구 이후 공정개발, 분석법 확립, 비임상 독성평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임상용 시료 생산, 허가자료 준비까지 이어지는 연속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과정이 단계별로 촘촘히 연결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R&D는 여전히 산업계 체감상 앞단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초기 연구를 지원받아도 막상 공정개발에서 비임상, 임상으로 넘어갈 때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단계라는 것은 후보물질을 찾은 뒤 실제 의약품으로 만들기 위해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으로 들어가는 구간”이라며 “이 구간은 과제 수가 적고 비용 부담은 크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비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트랙이다. 기업은 파이프라인을 기획할 때 어느 단계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천기술 발굴부터 비임상, 초기 임상, 기술이전 또는 후속 개발까지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단발성 과제 넘어 ‘예측 가능한 개발 트랙’ 필요
산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원 체계의 파편화다. 특정 기술이 주목받을 때마다 별도 과제가 생기고, 그때그때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붙는 방식은 단기 처방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업에는 불확실성을 키운다.
또 다른 관련 기업 임원은 “바이럴 벡터가 부족하다고 하면 바이럴 벡터 과제가 생기고, CAR-T가 필요하다고 하면 CAR-T 과제가 생기는 식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어렵다”며 “그 시점에 준비된 일부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다음 세대 기술을 준비하는 기업은 다시 지원 공백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것은 특정 기술 유행에 따라 생기는 이벤트성 과제가 아니라, 단계별로 예측 가능한 개발 트랙”이라며 “원래 골격이 튼튼해야 부족한 부분을 이벤트성 과제로 보완할 수 있다. 지금은 골격보다 땜질식 지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중복성 논란과도 맞물린다. 새로운 과제를 만들 때 기존 사업과 겹친다는 이유로 지원이 제한되면,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한 구간이 비어 있어도 정책적으로는 ‘이미 지원하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산업계가 말하는 공백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업명은 존재하지만, 기업이 개발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실질적 통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을 넘어, 제도 개선과 실무 협력을 논의할 공동 창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는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 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력체다. 관련 기업들은 CARM을 통해 제도 개선, 규제 대응, 산업 교류, 사업화 지원 과제를 논의하며 산업계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산업계는 CARM과 같은 협력체가 기업의 제조·품질 경험과 의료기관의 임상연구 역량을 연결하는 실무 창구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이 환자에게 도달하려면 연구성과뿐 아니라 제조, 품질, 임상, 허가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중심 제도 한계…기업은 ‘기술 파트너’
첨단재생의료 영역에서도 기업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첨단재생의료는 의료기관 중심 제도지만, 실제 세포 제조와 품질관리, 공정 설계, 임상 운영, 규제 대응 경험은 기업에 축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 임상연구를 수행하더라도 세포의 품질과 제조 안정성, 투여 전후 관리 체계는 기업의 기술적 협력 없이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첨단재생의료에서 기업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단순히 세포를 공급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세포의 출발물질 관리, 배양 조건, 품질시험, 보관·운송, 투여 전 확인 절차가 모두 임상 결과와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환자 진료와 임상연구 수행의 중심에 있지만, 세포 제조와 품질 시스템은 기업이 축적한 경험과 맞물릴 때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의료에서도 기업의 협조는 절대적”이라며 “기업은 돈을 대는 스폰서가 아니라 세포 제조와 품질, 제도 운영을 함께 뒷받침하는 기술적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시설을 만들고 배양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과 연구자가 상생하는 협력 구조를 공식화해야 하며, 제대로 된 세포를 공급하고, 제도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영역은 제도상 구분되지만 기술과 제조 기반은 연결돼 있다. 재생의료가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기업의 제조·품질 경험이 필요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의료기관과의 임상 협력도 필요하다.
임상연구 펀드도 다각화해야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임상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연구비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체계는 중요한 공적 기반이다. 다만 산업계는 하나의 공적 지원사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는 다양한 연구자 임상과 기업 협력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관계자는 “첨단재생의료가 활성화되려면 임상연구를 뒷받침할 펀드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며 “정부 지원뿐 아니라 민간 펀드, 기업 협력, 기부 기반 연구비 등 여러 자금원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심의와 연구비 지원 여부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 다양한 펀딩 구조가 자리 잡기 어렵다”며 “임상연구 허용 여부와 연구비 조달 방식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은 오랜 기간 연구자 임상과 공공 연구비, 민간 자본이 축적되며 성장했다. 한국도 단일 사업이나 단기 과제로는 같은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 연구자 임상, 기업 주도 임상, 병원-기업 협력 임상이 각각 작동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디어 경쟁에서 실행 경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이제 아이디어 경쟁을 넘어 실행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더 먼저 공정을 잡고, 비임상 데이터를 만들고, 임상에 진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에게 보여줄 수 있는 패키지를 완성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아이디어 싸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누가 먼저 해보느냐, 누가 먼저 임상에 들어가고 물건을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임상 진입 이후 데이터 축적 속도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 제조 일관성, 투여 가능성, 탐색적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논의의 출발점도 마련된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도 비임상·임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경쟁국 기업이 먼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산업계는 개발 후단 공백을 해소하려면 부처별로 흩어진 지원 기능을 개발 단계 중심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원천 R&D △보건복지부는 임상연구와 첨단재생의료 제도 △산업통상부는 산업화 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품질 규제를 각각 맡고 있다. 문제는 이 기능들이 기업의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 단계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느냐다.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 전문가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연구 아이디어가 좋아도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 중 한 단계에서 막히면 산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원천연구를 지원하는 체계와 임상·허가·산업화를 지원하는 체계가 따로 움직이면 기업은 그 사이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생의료를 안전하게 제도권 안에서 운영하는 일과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제품으로 개발해 산업화하는 일은 따로 움직일 수 없다”며 “임상연구, 허가, 제조, 투자 단계가 맞물려야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기업 지원이 아니다. 원천연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개발 후단의 경로다.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만들어질 때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연구 과제를 넘어 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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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제도적 기반도 점차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임상, R&D 지원, 사업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업신문은 관련 기업 임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 기획은 이를 바탕으로 이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짚는다.<편집자 주>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병목은 더 이상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이를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단계로 밀어 올리는 구간이 더 큰 병목으로 지적받고 있다. 국내에는 국가신약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지원사업 등 여러 연구개발 지원 체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들 지원이 기업의 공정개발, 비임상, 초기 임상, 제조품질관리(CMC) 등 제품화 수요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 첨단바이오 기업 임원은 “제약바이오 R&D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구간은 비임상과 임상 단계”라며 “초기 연구 지원은 있지만 기업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는 단계의 지원 프로그램은 적고, 실제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단에서 과제를 받아 후보물질을 만들더라도 뒤에 개발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다”며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원천연구만으로 산업이 되지 않으며, 공정개발과 비임상, 임상으로 이어지는 뒷단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천연구는 있는데, 개발 후단이 약하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신약보다 개발 과정에서 제조와 품질의 비중이 크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는 후보물질 자체의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생산공정의 재현성, 세포 품질, 원료 관리, 보관·운송 조건, 투여 방식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초·원천 연구 이후 공정개발, 분석법 확립, 비임상 독성평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임상용 시료 생산, 허가자료 준비까지 이어지는 연속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과정이 단계별로 촘촘히 연결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R&D는 여전히 산업계 체감상 앞단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초기 연구를 지원받아도 막상 공정개발에서 비임상, 임상으로 넘어갈 때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단계라는 것은 후보물질을 찾은 뒤 실제 의약품으로 만들기 위해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으로 들어가는 구간”이라며 “이 구간은 과제 수가 적고 비용 부담은 크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비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트랙이다. 기업은 파이프라인을 기획할 때 어느 단계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천기술 발굴부터 비임상, 초기 임상, 기술이전 또는 후속 개발까지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단발성 과제 넘어 ‘예측 가능한 개발 트랙’ 필요
산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원 체계의 파편화다. 특정 기술이 주목받을 때마다 별도 과제가 생기고, 그때그때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붙는 방식은 단기 처방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업에는 불확실성을 키운다.
또 다른 관련 기업 임원은 “바이럴 벡터가 부족하다고 하면 바이럴 벡터 과제가 생기고, CAR-T가 필요하다고 하면 CAR-T 과제가 생기는 식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어렵다”며 “그 시점에 준비된 일부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다음 세대 기술을 준비하는 기업은 다시 지원 공백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것은 특정 기술 유행에 따라 생기는 이벤트성 과제가 아니라, 단계별로 예측 가능한 개발 트랙”이라며 “원래 골격이 튼튼해야 부족한 부분을 이벤트성 과제로 보완할 수 있다. 지금은 골격보다 땜질식 지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중복성 논란과도 맞물린다. 새로운 과제를 만들 때 기존 사업과 겹친다는 이유로 지원이 제한되면,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한 구간이 비어 있어도 정책적으로는 ‘이미 지원하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산업계가 말하는 공백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업명은 존재하지만, 기업이 개발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실질적 통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을 넘어, 제도 개선과 실무 협력을 논의할 공동 창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는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 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력체다. 관련 기업들은 CARM을 통해 제도 개선, 규제 대응, 산업 교류, 사업화 지원 과제를 논의하며 산업계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산업계는 CARM과 같은 협력체가 기업의 제조·품질 경험과 의료기관의 임상연구 역량을 연결하는 실무 창구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이 환자에게 도달하려면 연구성과뿐 아니라 제조, 품질, 임상, 허가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중심 제도 한계…기업은 ‘기술 파트너’
첨단재생의료 영역에서도 기업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첨단재생의료는 의료기관 중심 제도지만, 실제 세포 제조와 품질관리, 공정 설계, 임상 운영, 규제 대응 경험은 기업에 축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 임상연구를 수행하더라도 세포의 품질과 제조 안정성, 투여 전후 관리 체계는 기업의 기술적 협력 없이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첨단재생의료에서 기업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단순히 세포를 공급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세포의 출발물질 관리, 배양 조건, 품질시험, 보관·운송, 투여 전 확인 절차가 모두 임상 결과와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환자 진료와 임상연구 수행의 중심에 있지만, 세포 제조와 품질 시스템은 기업이 축적한 경험과 맞물릴 때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의료에서도 기업의 협조는 절대적”이라며 “기업은 돈을 대는 스폰서가 아니라 세포 제조와 품질, 제도 운영을 함께 뒷받침하는 기술적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시설을 만들고 배양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과 연구자가 상생하는 협력 구조를 공식화해야 하며, 제대로 된 세포를 공급하고, 제도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영역은 제도상 구분되지만 기술과 제조 기반은 연결돼 있다. 재생의료가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기업의 제조·품질 경험이 필요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의료기관과의 임상 협력도 필요하다.
임상연구 펀드도 다각화해야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임상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연구비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체계는 중요한 공적 기반이다. 다만 산업계는 하나의 공적 지원사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는 다양한 연구자 임상과 기업 협력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관계자는 “첨단재생의료가 활성화되려면 임상연구를 뒷받침할 펀드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며 “정부 지원뿐 아니라 민간 펀드, 기업 협력, 기부 기반 연구비 등 여러 자금원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심의와 연구비 지원 여부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 다양한 펀딩 구조가 자리 잡기 어렵다”며 “임상연구 허용 여부와 연구비 조달 방식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은 오랜 기간 연구자 임상과 공공 연구비, 민간 자본이 축적되며 성장했다. 한국도 단일 사업이나 단기 과제로는 같은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 연구자 임상, 기업 주도 임상, 병원-기업 협력 임상이 각각 작동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디어 경쟁에서 실행 경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이제 아이디어 경쟁을 넘어 실행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더 먼저 공정을 잡고, 비임상 데이터를 만들고, 임상에 진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에게 보여줄 수 있는 패키지를 완성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아이디어 싸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누가 먼저 해보느냐, 누가 먼저 임상에 들어가고 물건을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임상 진입 이후 데이터 축적 속도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 제조 일관성, 투여 가능성, 탐색적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논의의 출발점도 마련된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도 비임상·임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경쟁국 기업이 먼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산업계는 개발 후단 공백을 해소하려면 부처별로 흩어진 지원 기능을 개발 단계 중심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원천 R&D △보건복지부는 임상연구와 첨단재생의료 제도 △산업통상부는 산업화 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품질 규제를 각각 맡고 있다. 문제는 이 기능들이 기업의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 단계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느냐다.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 전문가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연구 아이디어가 좋아도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 중 한 단계에서 막히면 산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원천연구를 지원하는 체계와 임상·허가·산업화를 지원하는 체계가 따로 움직이면 기업은 그 사이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생의료를 안전하게 제도권 안에서 운영하는 일과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제품으로 개발해 산업화하는 일은 따로 움직일 수 없다”며 “임상연구, 허가, 제조, 투자 단계가 맞물려야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기업 지원이 아니다. 원천연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개발 후단의 경로다.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 허가, 투자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만들어질 때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연구 과제를 넘어 산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