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 GMO와 동일 규제는 족쇄"... 유전자교정 규제 혁신 이뤄져야
"유전자교정,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핵심 경쟁 무기..LMO법 개정으로 산업 성장 동력 확보해야"
"지금 시작해도 10~15년 뒤처진 후발 국가"...규제 족쇄 풀어야
정부 측 "과학적 근거, 사회적 합의 바탕으로 개선 방향 다시 찾겠다"
입력 2025.11.21 06:00 수정 2025.11.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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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유전자교정 기술을 유전자변형 생물체(GMO)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현행 법률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산·학·연·관 전문가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첨단바이오산업 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현하기 위해 2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유전자교정 기술과 규제 혁신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유전자교정 생물체(GEO)를 GMO 규제에서 제외하고, 연구자와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 최수진 의원은 개회사에서 "유전자교정 기술은 이미 의료, 농업 등 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의 핵심 무기"라며 "세계 주요국이 GEO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하며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GEO를 GMO와 동일하게 규제해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불필요한 제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준비 중인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 의장인 유종상 툴젠 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유전자교정 원천기술 보유국가로, 툴젠은 CRISPR-Cas9 원천특허 분야의 글로벌 '빅3' 기업으로 꼽힌다. 이처럼 세계적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규제 프레임워크의 모호성으로 인해 유전자교정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 일본의 'GABA 토마토', 미국의 CRISPR 치료제 'CASGEVY' 승인 등 해외의 적극적 산업화를 예로 들었다.

한국, 원천기술 보유국임에도 'GEO=GMO' 규제에 산업 정체

김진수 카이스트 공학생물대학원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카이스트 김진수 교수는 발제에서 유전자교정 기술이 질병 치료, 식량 및 기후 위기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는 LMO법과 생명윤리법에 의해 산업화 속도가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이 2013년 개발된 이후 유전학 연구를 넘어 의학, 농업, 환경, 바이오헬스 전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GEO의 글로벌 상용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국내 규제의 시급한 개혁을 촉구했다.

실제 의료 분야 경우 미국과 EU에서는 2023년 말부터 유전자를 고쳐서 질병을 치료하는 최초의 세포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가 겸상적혈구증 및 지중해성 빈혈증 치료제로 승인돼 상용화됐다.

식품 분야도 일본에서는 2021년부터 특정 아미노산 성분을 강화한 유전자교정 토마토와 빨리 크게 자라는 복어, 도미 등이 GMO 규제에서 제외돼 판매되고 있다.

김 교수는 유전자교정 기술 기반 창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반면, 한국의 GEO 산업은 현행 법률에 발이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LMO법이 GEO와 GMO를 구별하지 않고 규제하는 것과, 생명윤리법이 인간 배아 연구를 금지하는 조항 때문에 GEO 관련 산업화와 연구 속도가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GEO와 GMO를 구분해야 하는 과학적 이유도 역설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GMO는 유전공학 기술로 외부 유전자를 도입해 만드는 반면, GEO는 크리스퍼 같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식물 자체 유전자에 정밀한 변이를 유도한다.

또 GEO에 의한 변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과학적으로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GMO와 달리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김 교수는 툴젠이 개발한 '갈변 억제 GEO 감자'와 지플러스생명과학의 '비타민 D GEO 토마토'가 국내법상 여전히 GMO로 간주돼 국내 재배와 판매는 물론 사실상 수출도 불가능한 현실을 지적하며 "해외 GMO는 수입하겠다면서, 국내에서 만든 GEO 감자와 토마토는 굳이 GMO로 묶어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용어 사용 중요성...'유전자편집' 대신 '유전자교정'

김 교수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을 위해 용어의 신중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유전자 에디팅(editing)'의 번역어로 '유전자편집' 대신 '유전자교정'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32억 개 염기쌍 중 극히 일부를 수정하는 것을 '유전체 전체를 편집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자 오류이며, 오히려 '교정(Correction)'이 주어진 텍스트에서 일부를 수정하는 에디팅의 의미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유전자편집'이라는 표현은 일반인들에게 비인도적인 생체실험 등을 연상시켜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감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용어의 신중한 사용이 GMO가 과거 '유전자 조작 작물'로 번역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던 사례와, MRI(자기공명영상)가 '핵자기공명'에서 '핵'을 삭제하고 개명되어 널리 쓰이게 된 사례처럼, 기술 수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과학적 안전성 입증..."오프타겟 이슈는 동식물에 해당 없어"

차 진 박사,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 발전 협의회 자문위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GEO의 안전성 평가 기준에 대한 과학적 논의도 이어졌다.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 발전 협의회 자문위원인 차진 박사는 GEO가 GMO와 너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전자교정 식물의 안전성은 전통 육종 산물만큼 안전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과학적 결론"이라고 밝혔다.

차 박사는 유전자 가위가 목표로 하지 않는 곳을 자를 수 있다는 이른바 '오프타겟(Off-target)' 이슈는 인체 임상에서의 윤리적 문제이지, 동물이나 식물에서는 결함이 있는 개체가 육종 과정에서 버려지기 때문에 실제 안전성 이슈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정부가 마련했던 LMO법 개정안은 GEO를 여전히 GMO로 규정하고 중복된 유해성 심사를 요구하는 등 제도적으로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GEO를 GMO 규제에서 면제하는 최수진 의원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실로 드러난 산업 피해..."기술은 수출하고 산업분야는 소외"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GEO 규제가 초래하는 구체적인 산업 피해 사례도 공개됐다. 

최성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회사가 개발한 '비타민 D 토마토' 사례를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교수는 "유전자교정을 통해 식물에서 비타민 D를 만들게 한 세계 최초의 기술을 글로벌 종자회사 바이엘에 이전했지만, 국내에서는 법이 막혀 상업적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하다"며 "기술은 해외로 수출하고, 우수한 품종을 생산할 기회를 잃은 것은 결국 농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구상억 발라드 동물병원장 역시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돼지호흡기생식기증후군(PRRS) 저항성 돼지를 개발 중인 현황을 공유했다.

 구 병원장은 "이미 미국 등 다국적 기업이 저항성 돼지를 상업화하고 있다"며  "씨앗(종돈) 시장은 한 번 빼앗기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지금 시작해도 10~15년 뒤처진 후발 국가인데, 규제 족쇄로 인해 저항성 종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 축산 농가들은 생산성 측면에서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완 조선비즈 부국장은 현행 규제가 GEO 기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GMO와 동일한 틀에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GEO는 외래 유전자를 넣지 않는 기술술”이라며 “GMO와 동일 규제로 관리하는 건 결국 ‘어렵고 복잡하니 그대로 두자’는 게으른 규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부국장은 “영국에서 GMO 논란이 일었을 때 과학자와 언론이 참여해 팩트 기반 합의 구조를 만들었다”며 “유전자 교정 기술은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 팬데믹, 고령화 문제에 필수적인 만큼, 한국도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승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팀장은 “연구는 앞서 있는데 산업화는 어려운 현실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GEO는 합성생물학, 인공지능(AI)과 결합해 국가 전략 기술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GEO의 명확한 정의와 기준을 세우고 과학적 근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개선 방향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최광준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도 “산업부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나 의사소통으로 합의한 대안, 과학에 기반한 대안이 만들어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김진수 교수의 발제 내용을 포함해 이날의 심도 깊은 논의를 토대로 국회에서 최수진 의원이 발의한 LMO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유전자교정 기술이 국민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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