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계 한의계 갈등 증폭
'한약사시험' 韓·藥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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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20일 처음 실시 예정인 한약사시험을 앞두고 [한약관련과목심사위] 구성이 약학계와 한의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약대협(회장 권순경 덕성여대 약대 학장)은 과목심사위 구성이 파행으로 운영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고, 한의계는 지난달 30일 전국 시 군 구 분회장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약대 졸업생의 이중면허 취득을 저지키로 결의했다.
갈등의 시작은 복지부의 한약관련과목심사위 구성으로부터 비롯됐다.
약대협은 국시원의 요청에 따라 한약사시험과 관련 270개 과목을 지난 7월말 국시원에 제시한 바 있음. 국시원이 과목선정을 지연시킨 가운데 복지부는 의사 1명을 비롯 한의사 5명, 약사 5명, 유관분야 5명(변호사, 교육학 교수, 행정학 교수, 복지부 국시원 관계자 각 1명)등 총 16명의 한약관련과목심사위(위원장 박찬웅)를 구성한 바 있다.
약대협은 지난달 12일 열린 첫 회의를 마친 후 구성인원의 전문성 결여 약학대학 교육의 독립성 저해를 지적하고 원칙적인 수정이 없는한 과목심사위 불참 의사를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후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심사위 재참석을 요구하며 [법정 20개 과목 이외의 과목을 이수한 자가 한약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동 과목의 인정절차가 불가피 ] 입장을 약대협에 밝혔다.
회신에서 약대협은 법정 20개 과목 인정절차에 대한 규정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심사위가 전문성, 객관성을 유지하거나 운영이 불가능하므로 계속 참여치 않는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한약사시험 응시자격]
97년 개정된 약사법 시행령 부칙에는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에 관한 경과 조치로 한약사 응시 자격은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에 재학중인 자로서 1996학년도 이전에 입학한 자,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전공한 자 중 구 약사법시행령에 의한 한약관련과목을 이수한 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약대생 중에서 95 96학번만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나머지 약대생은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95학번은 이미 졸업한 상태이며 96학번은 4학년에 재학중인 상태. 총 2600여명이 응시가능하다. 이중 이번 한약사시험 응시율은 50%대로 예상되고 있다.
[한약관련과목 시각차]
한약관련과목에 관한 규정(구 약사법시행령 제3조의 2-한약관련과목과 이수학점 명시)에 대해 약계는 한약은 약학의 영역이므로 약대 교과목 대부분이 한약관련과목에 해당된다고 강조하고, 95학점 이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의계는 약사의 한약조제를 금지하기 위해 도입된 한약사제도의 취지를 감안 한약관련과목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약관련과목에 관한 규정에 있는 과목만을 이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대협 입장]
약대협은 95 96학번 약대생의 한약사시험 응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시원에 제출한 270개 과목을 인정하거나 과목심사위가 약학대학교수 중에서 전문영역별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약학교육과 무관한 비전문인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운영은 공개해야 하고, 심사위원회의 활용시한이 여유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대하고 전문적인 검토안을 한달내에 완료하겠다는 식의 운영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계가 참여치 않은 가운데 심사위가 운영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의계 입장]
한약사 시험과 관련해 한의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약대 출신자들에게는 단 1명도 응시자격을 주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현안 목표로 삼고 있다.
만약 오늘(4일)까지 복지부의 확실한 입장이 발표되지 않을 경우 5일 과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약사 시험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9, 30일 연속해서 긴급회의를 열고 약대졸업생의 한약사 시험 응시를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
최고 의결기관인 대의원총회 결의사항을 통해 복지부 실무진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입장]
국시원은 오는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로 예정된 응시원서 접수를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험 일정은 국시원이 정하고 복지부의 승인에 따르는 것으로써 아직 변동사항에 대한 복지부의 별다른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한약사 시험은 한약학과 출신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약대생들의 응시자격 여부에 관계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원서접수가 끝나는 대로 시험장소를 공고하고 오는 연말까지 출제문제를 선정한 후 2000년 2월20일에 시험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입장]
복지부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한약관련과목심사위원회의에 약대협이 불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자리를 약사출신 공무원으로 대체해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의보통합 등 굵직한 정책추진에 상당히 시달렸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비교적 작다고 판단, 극도로 몸을 낮추고 관망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입장]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관망 자세이다.
약대협이 전면에 있기 때문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면에 나설 경우 또다시 한-약분쟁이라는 좋지 않은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럴 경우 의약분업안 도출과정에서 얻은 국민적 지지를 자칫 잃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학부의 일이기 때문에 약대협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에서 전면에 나서기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승덕
1999.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