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흡입식 인슐린, 주사제 대체할 날 온다"
미국 일리노이州 시카고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토니 올리비에리 씨(61세)가 처음 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것은 경찰관으로 일하던 지난 1977년의 일이었다.
올리비에리 씨는 한 동안 경구용 항당뇨제로 자신의 증상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뒤부터는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1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주사바늘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올리비에리 씨에게 어느날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인슐린을 흡입해 혈당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항당뇨제가 개발 중이라며 임상시험 자원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접했던 것이다. 응모키로 결심하는데 잠시의 망설임도 느껴야 할 필요가 없었음은 불문가지.
이 약물이 바로 지난 1월 말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했던 화이자社의 '엑슈베라'(Exubera)이다. 실로 '엑슈베라'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식이 도입된 후 80여년만에 미국시장에 선을 보인 최초의 비 주사제형 항당뇨제였다.
특히 '엑슈베라'는 환자가 입을 통해 흡입하면 인슐린이 폐 내부로 공급되고, 혈류 속으로 신속하게 흡수되는 획기적인 타입의 신약이다.
임상에 참여한 올리비에리 씨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던 시카고 소재 임상시험위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s) 레이디언트 리서치社(Radiant Research)의 제프리 지오하스 박사는 "나 자신부터가 당뇨병 치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기대감 속에 이번 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아 당뇨병으로도 불리우는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하는 유형에 속하는 반면 성인들에게서 발생하는 2형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이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는 차이가 있다.
1형 당뇨병의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주사제 투여를 통해 인슐린을 공급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2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주사제 투여를 꺼리는 것이 대부분. 그러나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데 실패할 경우 혈관과 신경에 손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감염증이 유발되고, 결국 시력상실, 신부전, 뇌졸중, 수족절단 등 무서운 결과로 귀결되기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지오하스 박사는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수치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이처럼 무서운 합병증으로 인해 고통받게 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그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무게가 4온스에 불과한 데다 안경집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휴대가 간편한 '엑슈베라'를 1일 3~4회 흡입하는 것은 주사제에 비하면 사용법이 거의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엑슈베라'는 1형 당뇨병 환자들도 주사제와 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엑슈베라'를 주사제를 대체하는 단독요법제로 사용하거나, 경구용 약물 또는 주사제와 병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리비에리 씨만 하더라도 아직은 주사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전에 '엑슈베라'를 꾸준히 흡입한 결과 혈당치를 한결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건강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엑슈베라'의 임상시험을 총괄한 화이자社의 네빌 잭슨 박사는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자신의 증상을 조절하고, 치명적인 부작용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지난 10여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엑슈베라'가 허가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잭슨 박사는 덧붙였다.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엑슈베라'의 경우 아직은 성인용도로만 사용이 허용된 상태이다. 주사제 타입의 약물이 그래도 흡입식 인슐린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또 FDA는 '엑슈베라'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록 유의할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었지만, 기침, 숨참, 인후통, 구갈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만성 폐질환을 앓는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아예 '엑슈베라'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도 뒤따르고 있다. 이들은 폐 조직의 침투성이 훨씬 더 높아 흡입된 인슐린이 고르게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 피험자들 가운데 누구도 부작용으로 인해 '엑슈베라'의 사용을 중단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잭슨 박사는 강조했다. '엑슈베라'는 또 설령 흡연자라고 하더라도 금연 후 6개월이 경과한 뒤부터는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엑슈베라'는 올여름부터 본격적인 발매가 이루어질 예정으로 있다.
올리비에리 씨는 "일찍이 내게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 가운데 '엑슈베라'의 허가취득은 최고의 선물이었다"면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덕규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