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10대 뉴스
의료계로선 올 한해가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해였을 것이다.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일어난 수차례의 크고 작은 폐·파업투쟁, 30여차례를 넘어선 정부·약사회와의 협상, 이로 인한 병원경영의 악화 등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이번 의료사태는 그동안 숨겨져왔던 국내의료 전반의 문제점을 수면위로 부상시키는 기회가 됐지만, 의료계는 이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혼란했던 의료계의 10대 뉴스를 정리해 본다.
△의협임총…유성희 회장 불신임
대한의사협회 사상 최초로 현 회장을 불신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의협은 1월 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유성희 회장 사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341명의 대의원 중 285명이 참여, 이중 157명이 사퇴수리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유회장의 사퇴를 가결하고 아울러 김두원 부회장의 회장 직무대행체제로 긴급 운영키로 했다.
이와 함께 총회는 지난달 구성된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 예산 및 행정에 대한 모든 권한은 물론 의약분업에 대한 모든 대정부 투쟁방안에 대한 전권을 위임키로 결정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재신임이 유력하던 유성희 회장의 사퇴서가 처리된데는 일반회원의 집행부에 불신 팽배와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후 의료계는 혼란에 접어들게 됐다.
△의쟁투 출범
의료계사태의 핵심세력이었던 의쟁투에게 올 한해는 영욕의 시간이었다.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투쟁의 필요성에 따라 탄생했다.
특히 1월8일 임총 결의에 따라 의쟁투는 의약분업 추진과 관련, 의권투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완전의약분업의 실현과 의보수가 현실화를 위해 탄생한 의쟁투는 4차례의 휴폐업투쟁을 주도하는 등 의사들의 대오에 탄력을 주게 됐으며, 개원의에 국한됐던 투쟁을 전공의, 학생, 봉직의, 교수들까지 동참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소불위'의 존재로 군림해 오던 의쟁투는 그러나 올 12월 11일 의약정 협의가 이루어지고 김재정 회장의 주도권 획득에 따라 사실상 해체되게 된다.
△의사 결의대회
모래알 같던 의사조직을 하나로 단결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장충체육관 결의대회로 시작된 의사들의 결의대회는 올 2월 17일, 약 4만여명이 참석한 '여의도집회'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김재정 당시 의쟁투위원장을 중심으로 의사면허증을 반납하는 등 격렬하게 진행된 이날 대회는 조직적인 대규모 집회의 향후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후 의료계의 입장이 대외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일면서 6월4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또 한번의 결의대회를 가지고 '10개 요구항'을 발표했다.
8월31일엔 분업 파행시행과 공권력 탄압에 항거하며 또다시 서울 보라매공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 투쟁을 지속했다.
이밖에도 전공의, 교수, 의대생 등 각 직역별로 크고 작은 대정부 투쟁을 강행했다.
△휴·폐업투쟁
의사들이 병·의원 문을 닫은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의료계는 6월 20일 전공의와 봉직의, 의대생, 교수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무기한 폐업투쟁을 선포했다.
영수회담으로 이번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의료계는 이후 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8월11일, 9월15일, 10월6일 4차례에 걸쳐 휴·폐업투쟁을 지속했다.
의료계의 투쟁은 국내 의료전반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각 직역간 입장차로 인해 갈등의 불씨가 됐다.
△병원 경영악화
의료계 휴·폐업사태로 인해 각 병·의원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됐다.
지난 국감에서 발표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기간동안 전국 병원의 진료비 손실액이 약 9,784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6월 20일부터 9월 27일까지 전국병원의 진료비 손실액은 종합병원이 약 6,608억2,000만원, 병원이 약 3,175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종합병원 한 곳당 21억원, 병원 한곳당 4억7,000만원씩의 손해를 본 셈이다.
△교수·의대생 등 유급투쟁 동참
'시대의 양심'으로 불리는 교수와 의대생들의 파업참여로 의료계 파업투쟁은 상당한 힘을 얻게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1차폐업에서 전면 진료철수하며 파업을 지지했고, 8월30일엔 전국의대교수결의대회를 개최하며 개원의와 전공의 중심의 파업투쟁에 명분을 제공했다.
의대생들 역시 1차폐업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가며 선배의사들과 뜻을 같이했다.
9월로 접어들며 와해조짐을 보인 의료계 투쟁을 전공의들과 함께 주도한 의대생들은 수업불참, 국시거부 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현재는 추가국시 등의 문제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전공의 위상 재정립
의료계 휴·폐업투쟁의 원동력이었으며 이번 투쟁으로 이들에 대한 의료계내에서의 중요성이 새삼 인식됐다.
특히 이들의 투쟁은 7월 29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며 본격화됐고 8월 5일 전국전공의 결의대회로 구체화됐다.
11월8일, 3개월여를 넘긴 장기파업을 철수하기까지 내분으로 혼란스러웠던 의료계를 사실상 지휘했으나, 투쟁 막바지에는 다른 직역단체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전공의들의 투쟁은 이들에 대한 실상과 왜곡된 의료환경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심사평가원·의보공단 출범
건강보험법 시행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7월1일 공식 출범했다.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심평원은 서재희씨를 초대원장으로 급여비용의 심사, 급여의 적정성 평가, 심사 및 평가기준의 개발 등을 수행하게 됐다.
그러나 양질의 적정의료를 국민에게 보장하고 보험재정의 안정과 진료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의 목적을 위해선 공단과의 재정분리를 통한 독립기관으로의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평원과 함께 의료보험통합공단의 출범 역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사회보험노조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어 국민불편과 보험재정에 큰 부담을 가지고 왔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재정안정화의 실현은 여전히 선결과제로 남아있다.
△의보수가 인상
복지부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분업참여 유도를 위해 작년 11월 수가인상 이래 의보수가를 잇따라 4차례 인상했다.
지난 해 11월 15일자로 보험약가를 평균30.7% 인하하면서 의보수가를 평균 12.8% 인상한 이후 실거래가상환제 실시에 따른 약가마진 보전책의 일환으로 4월 1일 다시 6%, 7월1일자로 9.2%, 9월 1일자로 6.5%를 인상했다.
△의약정합의안 연출
지난 12월 11일 극심한 내부 진통 끝에 의·약계는 약사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특히 의료계는 9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극적으로 김재정 회장 재신임과 개정안 국회상정을 통과시켰다.
이날 서명식서 의약계와 복지부는 "상호 신뢰와 노력을 바탕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진료와 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분업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고 분업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건의키로 했다"면서 "이를 국회에 공동으로 건의한다"고 밝혔다.
감성균
200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