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OPD환자 '삶의 질' 심각-정부지원 절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송정섭 이사장)는 2006년 '제4회 폐의 날' 을 맞아 전국 51개 병원에서 300명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환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질 저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가 COPD 병기에 따른 삶의 질 악화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경증 환자 69명, 중등증 75명, 중증 96명, 고도 중증 60명 등을 고루 인터뷰 한 결과, 환자들의 심리적·육체적·사회적인 삶의 질이 모두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병세의 악화가 삶의 질 저하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 결과와 관련, 학회는 COPD의 질환 특성과 한국의 사회적 흐름간 비교를 통해, 향후 COPD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COPD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금연 정책의 강화, COPD 환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촉구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보이사 김영환 교수(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는 "COPD 환자 중에는 죽을 힘도 없어 마지 못해 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COPD는 폐암보다도 고통스러운 질환이지만,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폐 기능이 손상되기 전에 빠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금연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강력한 시행을 촉구하는 한편, 저소득층이 많은 COPD 환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학회는 COPD의 위험을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11월 17일 '잃어버린 숨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병원에서 제 4회 '폐의날' 행사를 갖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OPD 강좌 및 폐기능 무료 검사와 건강상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서베이 결과 요약
▶40%의 공포, 46.3%의 절망, 25.7%의 자괴감
COPD 환자들의 심리 상태는 공포감, 좌절감, 자괴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COPD 환자의 40%가 '숨이 막힐까 봐 무섭고 공포를 느낀다'고 했으며, 46.3%는 자신의 호흡기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한 25.7%의 환자는 자신이 COPD로 인해 나약하고 쓸모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생각은 COPD 삶의 질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3중 1명, 세수나 옷 입는 기본 생활 동작 조차도 힘들어
숨을 쉬어야 생존할 수 있는 인간에게 있어서 호흡의 어려움은 일상 생활 자체를 힘겹게 한다. 일상적인 생활조차 힘들다는 것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고통이다. 세수나 옷 입기도 힘들고(36.3%),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걷거나 중간중간 쉬어야 하고(58.7%),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갈 수 없다(29.7%)는 것은 삶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셋 중 하나는 대인관계 자신감 상실 경험, 중증 환자는 직장 생활도 포기
이번 조사에서 전체 환자의 30.3%는 숨이 차고 기침이 나서 남들 앞에 나서기 힘들다고, 37%는 호흡기 문제로 가족이나 친구, 이웃에 폐를 끼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고도 중증 환자의 경우엔 세 명 중 한 명이 COPD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환자의대인관계를 통한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킴으로써 삶 자체에 총체적 악순환을 일으킨다.
▶20년 후 고령층 현재 두 배, COPD는
작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COPD는 전체 환자의 77%가 60대 이상인 고령층에 많은 질환이다. 40대에 주로 발생하지만,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통계청은 현재 약 13% 정도인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이 2024년에는 2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 시대에 COPD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흡연 부모는 불량 부모? 자식의 COPD 발병률 높여
흡연은 COPD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학계에서는 환자의 80~90%는 흡연 때문에 COPD를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의 82.6%가 흡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후반부터 담배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점과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흡연율은 향후 COPD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학회는 흡연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를 지적했다.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을 경험한 COPD 환자의 부모 중 한쪽이 흡연을 한 경우(74.2%)는 흡연을 경험하지 않은 COPD 환자의 부모 중 한쪽이 흡연을 한 경우(53.8%)에 비해 20.4%가 높게 나타났다. 부모의 흡연이 자식의 흡연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결국, 부모의 흡연은 자식의 COPD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COPD는 약자의 질병? 63.7%가 중하층 및 빈곤층
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COPD 환자의 63.7%가 가계연소득이 2,200만원 이하인 중하층 및 빈곤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계층별 가구 비율 추이'에서 빈곤층과 중하층이 각각 18%와 11.9%로 합계 29.9%였던 것을 감안하면, COPD 환자가 경제적으로 상당 수준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COPD로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 환자의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COPD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권구
200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