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는 왜 대정부 투쟁에 나섰나
포괄수가제 확대시행과 2013년 수가인상분 유보 사태에 대해 의사들이 대정부 투쟁을 선언, 의사협회장은 단식투쟁에 나섰다. 오는 17일 토요일에는 개원의들의 휴진도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의협 내부에도 대정부 투쟁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구체적인 방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 의협은 지난 7일 열린 1차 회의에 이어 오늘(15일) 오후 7시 2차 '전국의사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을 열고 대정부 투쟁에 대한 향방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7일 열린 1차 연석회의에서는 의협 집행부가 제시한 대정부 투쟁안에 대한 방법을 놓고 의견차를 보여 추인에 실패한바 있다. 연석회의에는 시도의사회장, 이사, 의장단 및 감사단, 대한의학회장 및 학회이사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및 각 개원의사회장, 각 직역 단체장 등이 참석한다.
의협의 대정부 투쟁 로드맵에는 휴진, 수술거부, 파업 등의 강경대응이 포함돼 있어 연석회의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수가협상 유보’ 대정부 투쟁의 시발점 대정부 투쟁의 시작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포괄수가제 확대라고 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뇌관을 건드린 사건은 ‘2013년 수가 협상’이다.
의협과 건보공단은 10월 17일까지 예정됐던 2013년 수가협상의 합일점을 끝내 찾지 못했다. 이에 의원급 요양기관의 수가인상안은 정부, 의료단체, 시민단체 대표들로 이루어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결정으로 수가가 결정될 상황이 됐다.
10월 25일 열린 건정심에서는 공단 제시안이었던 2.4%와 패널티를 적용한 2.2% 인상안이 상정됐으나 심의를 통과할 수 없었다. 두 개의 안건 중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었으나 의협이 포괄수가제 확대시행 당시 이를 거부, 건정심을 탈퇴해 의협 관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수가결정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건정심은 12월 12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의원급 수가 결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의협은 건정심 결정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원가 이하의 저수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수가결정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며 그 도구로 건정심이 사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환규 회장 단식 돌입, 내부 의견조율은 아직?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수가 유보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자 의협은 지난달 29일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의협 내부의 의견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지만, 노환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 회원들에게 투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단식 투쟁에 앞서 노환규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면서 정부 앞에서가 아닌 의사협회에서 단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제도와 정부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먼저 용기를 내고, 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제도가 바뀔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왜 의사는 투쟁을 해야 하나의사들이 대정부 투쟁의 이유로 내세우는 첫 번째는 ‘국민의 건강 보호’이다. 저수가 제도로 인해 가속화되는 의료의 왜곡과 의료의 질 하락을 중지시키고 의료의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민건강의 증진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쟁의 가장 큰 목적은 ‘의사의 권익 보호’ 이다.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진료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마련하고, 더 이상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제도개선을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집행부는 처음 맞는 진료수가협상 과정에서 지금의 진료수가 구조를 수용한다면 내년 5월에 진해될 2014년 수가협상에서도 또다시 현 시스템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지금이야 말로 대정부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수가협상에서 성분명처방, 총액계약제를 건보공단을 통해 부대조건으로 공식 제안함으로써 회원들이 결속할 수 있는 대정부 투쟁의 이슈가 마련됐으며 대선을 앞둔 시기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담스러운 시기이기 때문에 의협이 대정부 투쟁을 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이다.
투쟁의 목표는 수가결정구조 개선으로 건정심의 구조 및 역할 변경, 수가조정위원회 구성, 협상거부권 명시, 협상결렬 시 합리적 기준안 마련과 상시 의정협의체 및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특별협의체 구성, 성분명처방 추진 중단,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포괄수가제도 개선 등이다.
또, 전공의들은 법정근무시간 제도화로 주40시간 근무 기준, 추가근무시 수당지급, 법정최대근무시간 주당 80시간과 병원신임평가(수련평가)기관 신설하거나 혹은 이관해 엄정한 평가기준마련 및 기준미달 시 대체수련 보장과 수련의 법적 보호장치 마련(병원부담 하 의료사고배상보험가입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의 로드맵…휴진, 수술거부, 파업 의협이 제시한 대정부 투쟁의 로드맵은 단체행동의 시작에서 협상을 통한 종료까지 약 20일을 예측하고, 국민적 저항이 적으면서 명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나가는 방식이다.
투쟁의 방법과 시기, 그리고 정부의 태도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문단의 의견을 일차 수렴한 후 투쟁의 종료는 전체 회원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회원참여도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12일 의협회장의 일주일 단식투쟁을 시작으로 개원의 40시간 근무 토요일 휴무 원칙과 전공의 40시간 근무원칙을 발표하고 17일 토요일 개원의 휴진을 처음 시행할 방침이다.
2주 후 정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때는 개원의, 전공의의 토요일 휴무에 주중 1일(수) 을 추가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포괄수가제 해당질환 중 비응급수술인 백내장수술, 자궁및부속기적출술, 탈장수술, 치질수술, 편도제거술 등의 수술을 무기한 연기할 방침이다.
그 다음의 2주간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12월 10일부터는 개원의, 전문의의 주 3일의 휴무와 포괄수가제 수술 연기 등을 계속해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그 후 1주간 협상 진전이 없다면 개원의 전면 휴폐업, 전공의 전면 파업에 교수와 봉직의도 파업에 참여한다는 방식이다.
최재경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