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성공 공식 다시 쓴다…항체·링커·페이로드 전문가 총출동
ADC, 유방암 넘어 다양한 암종 핵심 치료로 부상
항체 선별, 결합력보다 종양 선택성·세포 내재화 중요
페이로드만으로 독성 설명 못 해…통합 설계 필수
입력 2026.08.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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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성공 조건을 찾기 위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임상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ADC 개발 경쟁이 강한 약물에서 종양 선택성과 세포 내재화, 독성 예측을 아우르는 정밀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에임드바이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4회 삼성서울병원X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행사에는 공동 주최사인 에임드바이오를 비롯해 갤럭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메디라마, 삼성바이오로직스, 소바젠, SK바이오팜, 에이비스(AIVIS), 에이비엘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이노크라스, 인투셀, 트리오어, 피노바이오 등이 참여했다. 행사에서는 ADC 연구개발과 임상 진입, 기술이전 및 글로벌 사업화 전략이 공유됐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행사는 국내 ADC 혁신을 이끄는 전문가와 임상의, 연구자, 제약·바이오산업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와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과 협력의 장”이라며 “현재 ADC 시장은 인공지능 기반 항체 설계부터 링커 기술, 혁신적인 페이로드까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콘퍼런스는 타깃 발굴부터 임상 진입까지 이어지는 ADC 전주기 개발 전략과 최신 기술 동향, 글로벌 제약사의 비전, 실제 임상 현장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폭넓게 다룬다”며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심도 있는 논의와 전략적 교류가 국내 ADC 연구·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와 환자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혁신 신약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ADC, 유방암 등 암 치료 핵심으로 부상

기조강연에 나선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ADC가 유방암 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유방암에서는 ADC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며 “ADC의 발전 과정과 임상 성과를 보면 현재 유방암 치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DC를 ‘트로이 목마’에 비유했다. 박 교수는 “목마가 항체라면 그 안에 숨은 병사는 세포독성 페이로드이고, 링커는 페이로드가 종양세포 안에서 선택적으로 방출되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ADC의 치료역은 페이로드의 효능과 약물항체비율(DAR), 링커 안정성의 균형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페이로드가 강력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계 원리를 임상적 성공으로 연결한 대표 사례가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다. 고형암 ADC의 가능성을 입증한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에 이어 등장한 엔허투는 평균 약물항체비율이 약 8이며, 종양세포 안에서 절단되는 링커와 세포막 투과성이 있는 페이로드를 적용했다.

표적 세포에서 방출된 페이로드가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 효과’를 통해 일부 HER2 저발현·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까지 치료 대상을 넓혔다.

DESTINY-Breast09에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독립적 중앙 맹검 평가 기준 40.7개월로, 기존 탁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병용요법의 26.9개월을 넘어섰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상대 위험은 44% 감소했다.

엔허투의 치료 영역도 후속 치료에서 1차 치료와 수술 전후 치료로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2025년 HER2 양성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에 이어 2026년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의 수술 전·후 치료까지 승인 범위를 넓혔다.

박 교수는 엔허투를 5차 치료로 투여한 뒤 각각 75개월, 82개월, 96개월 이상 생존한 실제 환자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다수 치료를 거친 환자들이 엔허투 투여 후 장기간 생존하고 있으며 일부는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 외래에서 추적 관찰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성 관리는 여전히 과제다. 박 교수는 “엔허투는 위장관 독성이 강해 항구토제를 함께 사용해야 하고 치명적인 간질성 폐질환(ILD) 위험도 있다”며 “ADC는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특성을 함께 가진 만큼 장기 독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DC 항체, 종양 선택성·내재화로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는 ADC용 항체를 선별할 때 단독항체와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합력과 에피토프만으로 내재화 성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종양 선택성, 세포 내재화, 실제 세포독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세포와 동물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ADC 항체는 표적에 결합한 뒤 세포 안으로 페이로드를 전달해야 하므로 단독항체처럼 높은 결합력이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결합력이 비슷한 5개 항체를 세포독성시험으로 비교했더니 효력이 10배 이상 차이 났고, 결합력이 낮은 항체가 오히려 더 잘 내재화되는 사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EGFR과 MUC1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ADC ‘ABL209’를 개발했다. 종양에서 발현량이 높지만 정상조직 독성이 우려되는 EGFR과 종양 선택성이 높은 MUC1을 조합해 정상조직보다 암세포에 ADC를 더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이다.

정 이사는 “이중항체 ADC는 두 표적의 장단점을 보완해 기존 AD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공학적 대안”이라며 “정상조직보다 종양에 더 선택적으로 많은 약물을 전달하고 낮은 농도에서도 효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지만, 표적이 2개로 늘어나면 고려해야 할 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ABL209의 EGFR 결합력은 약 60nM로 세툭시맙보다 30배 이상 낮다. 그러나 같은 용량의 ADC를 비교한 비임상시험에서는 세툭시맙 기반 ADC보다 우수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높은 EGFR 결합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상 피부조직 독성과 표적 매개 약물동태(TMDD), 종양 내부 침투를 제한하는 ‘결합부위 장벽’을 줄이면서도 효능을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정 이사는 “ABL209의 결과는 결합력만으로 ADC의 항암 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현재로서는 세포와 동물 수준의 경험적 효력시험을 통해 항체를 선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내재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량적 시스템 약리학(QSP)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복잡한 변수를 동시에 분석하면 더욱 합리적인 ADC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DC 독성, 전체 설계로 접근해야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ADC 독성이 페이로드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독성 원인을 페이로드 하나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ADC 독성의 주된 원인은 페이로드지만 모든 독성을 페이로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항체와 표적 항원, 링커, 약물의 체내 분포와 방출 특성을 함께 살펴보고 각 구성요소를 정교하게 조정해야 독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로드 계열에 따라 혈소판감소와 간독성, 말초신경독성 등 주요 독성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손 교수는 페이로드를 교체하거나 항체의 Fc 기능과 링커, 세포 내 체류 특성, 바이스탠더 효과를 조절해 독성을 낮춘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다만 비임상에서 개선된 안전성이 임상에서 그대로 재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로 다른 약물을 하나의 ADC에 탑재하는 이중 페이로드 전략은 독성 예측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손 교수는 “최근 이중 페이로드 ADC가 시도되고 있지만 특성이 다른 페이로드를 조합하면 사람에게 나타날 독성을 예측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며 “동물에서 확인한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ADC 개발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떤 페이로드를 선택하는지가 중요하고, 독성이 확인되면 표적 항원의 특성과 항체, 링커, 페이로드를 다시 검토해 설계를 조정해야 한다”며 “축적된 비임상 자료와 문헌, 계열 효과, 자체 데이터를 통합한 근거 가중 방식의 독성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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