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③ 공급업체·요양기관 변화
생산·출고 적정화…제약·도매 경쟁력 강화
처방약 구매·보험청구 수월…요양기관 경영 안정
변화의 요인
정부의 의약품 유통개혁 기본방향은 뒷거래 차단과 경쟁력 확보에 있는 만큼 개혁의 물결에 공급업체와 요양기관이 함께 묶여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유통정보시스템과 의약품공동물류센터를 양대 기본축으로 유통개혁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실거래가상환제 개선, 포괄수가제·스마트카드 건강보험증 도입 등 양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끔 '윤활제'를 첨가해 제도를 매끄럽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보험재정의 건전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위하는 것인 만큼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유통정보시스템과 물류조합을 중심으로 이들이 전면에 나설 경우 공급기관인 제약사와 도매상, 요양기관인 약국과 병·의원의 변화 양상은 어떤 것이 있으며 과연 연착륙이 가능한 지 점검해본다.
공급업체의 변화
한 다국적제약사의 2002년 하반기 어느날 아침.(이때쯤이면 공동물류센터도 가동될 예정에 있다)
출근과 동시에 영업관리부 K과장은 컴퓨터에 들어와 있는 간밤의 주문내역을 확인한다.
Helfline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한국의약품정보센터(KOPAMS) 컴퓨터를 거쳐 실시간으로 제약사로 전송된다.
이 과정에서 거래내역은 이미 정보센터 메인 컴퓨터에서 분석·처리된다.
K과장은 주문내역을 직접배송, 물류센터 활용 건으로 분류하고 이를 전산 처리한다.
오전 10시면 모든 주문접수가 끝나고 제약사 물류창고와 공동물류센터에서는 피킹 및 패킹작업까지 완료되고 화물차가 문을 빠져나간다.
오전이면 간밤의 주문에 대한 배송이 완료된다.
오전에 들어오는 주문은 같은 방법으로 오후 일과 전까지 배송을 완료한다.
당일 배송체계가 갖춰진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도 전국 배송망을 가진 대형 도매상들은 당일 배송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도매상의 하루 일과도 제약사와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공급업체인 제약사와 도매상간의 거래는 기존방식을 유지하거나 희망에 따라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Helfline을 이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부는 공급업체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주먹구구'식 관리가 사라져 계수관리가 철저해진다는 측면을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바코드시스템이 생산단계가 아닌 유통단계서부터 활용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계수관리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자원관리가 용이해진다는 설명이다.
또 유통정보시스템과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할 경우 공급업체는 우선 대금결제 측면에서 약제비 정산을 위해 요양기관에 대한 공급 데이터를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약제비를 직접 지급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의약품 주문접수에서 공급까지 모든 절차를 유통정보시스템인 'Helfline'으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인건비 등 관리비가 절감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바코드시스템을 이용한 공급 정보를 다양하게 분석, 자료화할 수 있어 각종 정보와 수급 적정성을 기할 수 있다.
이는 전 요양기관의 의약품 주문, 사용형태 등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 정보를 이용하면 기간별 생산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의약품 주문이나 주문내용의 배송확인 등을 하루 중 가장 편리한 시간에 컴퓨터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업무처리가 개선돼 경쟁력이 강화된다.
유통정보센터는 현재 영업사원들의 업무가 자사제품 판촉, 수금업무, 배송확인 업무 등 상당히 복잡한 관계로 일부 선진제약사를 제외하고는 학술적인 판촉 기능이 미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Helfline을 이용하게 되면 영업사원들의 불필요한 업무가 대폭 감소된다.
그리고 공급업체와 요양기관 직거래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영업 경쟁 과열 현상과 그에 따른 판촉비 과다지출 현상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모든 요양기관이 사용하는 Helfline을 통한 전략적 영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영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업 인력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해진다.
또 각종 비용 절감은 가격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의약품물류의 정확한 정보를 이용해 국내 제약 및 유통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부의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요양기관의 변화
경기도 일산 P약국 C약사는 출근 때마다 깨끗하고 단촐하게 정리된 약국 진열장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의약분업도 정착되고 지역별 처방약리스트가 발표되면서 불필요한 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Helfline을 이용한 후부터 2일 이상 재고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히 약 진열장을 줄이고 남는 공간은 환자대기실로 꾸몄다.
C약사는 환자들이 만족하면서 입소문을 통해 점차 처방전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에 의약품 유통개혁을 참 잘했다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서너개에서 많게는 10∼50개 공급업체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복잡함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특히 기존 거래를 유지하면서도 편리한 재고 파악과 주문시스템으로 일손을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주문, 접수시스템, 주문내용의 배송확인 등은 연중 무휴로 운영되기 때문에 C약사는 약국 폐문시간이 임박한 한가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장점은 보험약 구입과 그동안 외주를 주다가 때로는 직접 몇일을 끙끙대며 고생한 보험청구 문제가 Helfline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영안정화에 기여하고 의약품 대금결재의 부담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정보센터에 따르면 실제로 주문비용을 계산해 봤을 때 4만5천 요양기관에서 매일 발생하는 1,600만건에 이르는 약품거래 주문건수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건당 7,500원 절감돼 총 1,200억원의 절감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업계 양상
앞서 공급업체와 요양기관의 변화는 의약품 유통개혁이 순기능적으로 작용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정부가 이와 같이 장점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넘어 점차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유통정보시스템과 의약품공동물류센터의 문제점은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일부는 역기능 분석을 넘어서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에 급급한 것도 없지 않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공급업체와 요양기관의 일부 반대에 부딪혀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토로하고 있다.
반대 논리의 핵심에는 약제비 직접지급 제도가 경제논리와 법 정서에 맞느냐는 것인 데 이 문제는 법 보다 시장 논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와 업계의 이러한 논리는 현재 평행선을 그으면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각종 토론회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등 입장차를 좁히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변화이전의 문제점
정부의 유통개혁안은 98년 대통령보고때 작성한 내용에서 크게 변한 게 없다.
그만큼 단호하고 견고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지만 시장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늦었지만 최근 업계, 학계가 나서서 약제비 직접지급 제도에 대해 '아우성'을 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나친 데 대한 반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현재의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앞서 그려본 2002년 공급업체, 요양기관의 변화상은 어쩌면 '장밋빛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시장은 유연한데 정책은 경직하게 느껴지는 것은 또다른 의미로 시장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장밋빛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정부와 업계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업계를 포용하고 업계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논리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때만 정책의 실효성과 윈-윈을 거둘 수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을 그동안 불신해온 업계는 무조건 반대가 만성화됐다"면서 "의약품 유통개혁은 타 산업과 형평성에 맞게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200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