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국가 결핵관리체계 전면 재검토 불가피
결핵환자 신고체계인 결핵정보감시체계(TBnet)를 통한 환자 파악이 의사들의 신고기피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핵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21일 국립보건원과 결핵협회에 따르면 지난 1965년부터 매 5년 간격으로 시행해 오던 전국결핵실태조사 대체수단으로 인터넷 기반의 실시간 결핵환자 신고체계인 'TBnet'을 통해 작년 신고 환자를 분석한 결과 4만6,082명으로 전년대비 9,219명(20%)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환자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는 97년 5만5,854명, 98년 5만9,123명, 99년 5만9,170명 등으로 조사된 환자수를 놓고 볼 때 2000∼20001년 사이 환자수가 실제 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TBnet'을 통한 환자관리 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
이와 관련 결핵협회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결핵환자를 보건소에 보고하지 않아서 수치가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결핵환자 발생과 사망시 반드시 해당 보건소에 이를 보고함으로써 감시·관리체계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신고를 기피하는 이유는 결핵환자의 경우 보건소를 통해 치료를 받을 경우 국가에서 무료로 약값을 지원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이용하던 환자가 보건소로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결핵예방법 20조(의료기관등의 신고의무)는 의료기관의 장 및 의사 기타 의료업무종사자는 결핵환자의 발생과 사망에 관하여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관할 보건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에는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현황=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결핵정보감시센터(http://tbnet.nih.go.kr)를 운영하고 있다.
결핵정보감시체계(TBnet)는 전국 보건소와 민간 병·의원을 인터넷으로 연계, 신고와 보고를 받는 선진국형 감시시스템으로 도입 당시 큰 기대를 걸었다.
감시체계는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해당지역 보건소는 인터넷을 통해 결핵정보감시센터에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민간 병·의원은 환자 발생후 1주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로 환자 정보를 신고하도록 했다.
인터넷이 미비한 경우는 결핵협회나 보건소가 제공하는 소정 서식을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를 감시체계 정착 1단계로 정하고 민간 병·의원의 결핵환자 신고율 제고와 정착에 목표를 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결핵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보고환자 분석 결과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의료기관 계도와 함께 감시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문제를 집고 넘어가지 않으면 2004년까지 전국 보건소와 민간 병·의원을 묶는 통합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결핵균 DNA지문 정보감시체계를 완성하는 2단계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의 현황=최근 일본 오사카에서는 15개국이 참가한 결핵대책회담이 열려 결핵대책에 관한 5개항의 '오사카선언'을 채택했다.
이는 지금까지 관주도로 행해졌던 결핵대책을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한 것으로 국내에선 결핵연구원이 참가했다.
일본의 경우 99년 결핵긴급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결핵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결핵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령화 사회로 진전 중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사카선언은 △의료종사자의 복약 확인시스템인 DOTS 적용 △환자의 조기발견 △양질의 결핵치료 의료서비스 제공 △인권을 고려한 적절한 감염방지 조치 △민간·NGO 등의 참여가 주요 골자다.
한편 일본은 지난 20일 후생노동성이 새로운 결핵대책을 세우고 '표준의료대책' 보급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PZN'을 포함한 4제병용 단기화학요법과 치료법을 의사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지킬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또 결핵감염자가 많은 도시에서 주거부정 환자의 대책, 고령 환자 증가대책 등 결핵 전반에 대한 대책에서 중점대책으로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약국을 이용한 DOTS 체계 구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TBnet'의 허점이 발견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결핵감시체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예산·인력 등의 문제로 쉽게 풀어질 문제는 아니다.
유병률을 줄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DOTS는 예산과 환자의 인권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핵협회 관계자는 "유병률을 줄이고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현재의 예산과 조직으로 새로운 감시체계를 도입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감시체계인 전국실태조사와 병행하는 방법도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차 결핵치료제에 대한 낮은 보험약가 때문에 제약회사가 항결핵제 생산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 중에 하나다.
최근 이 문제가 불거지자 복지부는 보험약가를 80원으로 인상, 성진제약 등이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채산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책=의료기관에 대한 계도와 결핵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보다 적극적인 감시체계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유병률 억제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이 준비하고 있는 약국을 이용한 DOTS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은 결핵환자 대부분은 다시 약국으로 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국을 결핵환자감시체계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추가 예산 없이 DOTS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성호
200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