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통합돌봄 시행 앞두고 재원 공백 우려…"국가 책임 강화 요구"
통합돌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재원 마련 방안을 점검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남인순·이수진·백혜련·김윤·서미화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최혁진 의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위원장 황병래), 건강돌봄시민행동(대표 강주성)이 공동주최한 ‘통합돌봄 재원 마련 방안 국회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이날 참석자들은 오는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현행 재정 규모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현재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총 914억원 수준이지만,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비 등을 제외할 경우 실제 서비스에 투입 가능한 예산은 약 62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229개 시·군·구에 차등 지원되는 구조까지 고려하면, 초고령사회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특히 통합돌봄지원법에 재원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구조가 매년 예산 논쟁을 반복하게 만들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Aging in Place)’라는 정책 목표 역시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통합돌봄이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공 중심의 인프라 확충과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재원 마련을 위한 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토론회를 제안한 서영석 의원은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며 “재정과 전달체계, 기관 간 협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발제를 맡은 김창보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은 통합돌봄 재정이 여러 사업과 재원으로 분산돼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김 위원은 “법상 재원이 부재하고 재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서비스 간 연계와 통합적 운영이 어렵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기 힘들다”며 “재정의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공공 돌봄기금 신설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토론에서는 현행 재정 규모와 구조에 대한 구체적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기존 돌봄서비스 예산과 비교할 때 620억원 수준의 예산으로는 통합돌봄이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으로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유창훈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실장은 “재정 규모뿐 아니라 구조적 설계 역시 중요하다”며 “대상자, 서비스,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재원 확보와 집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돌봄의 공공성과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라며 “정부는 현재의 재정 수준에 대해 책임을 돌아보고, 공공성 강화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재정 투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주현 한국노총 선임차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구분한 재정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전국 단위의 보편적 돌봄을 위한 재정 확대와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기금 조성을 통해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장미옥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현장연구위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재정 확보, 인력, 인프라 문제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며 “통합돌봄 재정 부족을 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두 제도 모두 부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날 토론회에서는 재정 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돌봄기금 또는 특별회계 신설, 기존 기금의 재편·활용, 지방재정 확충 등이 주요 대안으로 언급됐으며, 단기적으로는 기존 재원의 조정을 통한 사업 추진,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재원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분산된 재원 구조로는 서비스 간 연계와 통합적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재정의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책임이 불명확한 현 구조가 지속될 경우 지역 간 격차와 서비스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이번 토론회는 통합돌봄이 선언적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전하연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