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민투수' 박찬호 선수는 지난해 빈약한 타선의 지원 탓에 승수쌓기가 순조롭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야 했다.
이에 따라 부쩍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야구용어가 하나 있다. 선발투수가 6회까지 3실점 이내로 상대팀의 공격을 막아냈을 때 쓰는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일라이 릴리社가 지난해 11월말 최초의 중증 패혈증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취득했던 `자이그리스'가 발매 한달 만에 매출실적 2,100만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어림잡아도 한해 매출액이 2억달러를 훌쩍 웃돌아 이른바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할 것임을 예고하는 `億소리'인 셈이다.
의미는 다르지만 '퀄리티 스타트'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퀄리티 스타트'급에 해당하는 신약은 `자이그리스' 말고도 한둘이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社가 지난해 항궤양제 `로섹'의 후속약물로 내놓은 `넥시움'은 발매 6주만에 첨예한 경쟁이 현재진행형인 프로톤 펌프 저해제 시장에서 점유율 5%를 돌파했다.
2000년 2월 발매된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社의 폐렴백신 `프레브나'는 그 해에만 4억6,100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려 10억달러대 초과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평을 받았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는 미국시장 데뷔 후 불과 2년만에 처방건수 1,000만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지난 1999년 7월 항암제 `선플라'가 시판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제 막 국산신약이 하나둘씩 시장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한 맹아기임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도 `퀄리티 스타트'를 끊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비록 그것이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일만큼이나 가능성이 그리 높지 못한 확률게임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