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당국이 발표한 자료 중 두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동네의원들의 주사제 사용이 외국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과 둘째는 환자들이 같은 질병을 가지고 하루 두곳 이상의 병원을 찾았다는 보도이다. 의원급에서 주사제의 남용이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동네의원들이 외래환자에게 주사제를 처방한 것이 10명중 4명, 42.4%로 종합병원이 6.1%인데 비해 무려 7배나 된다. 그 중에는 내과의 감기환자 주사제 처방률이 54.5%나 되고 서울의 어떤 의원은 주사제의 처방률이 심지어 96.1%나 되었다는 놀랄만한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감기환자에게 매일 의원에 와서 주사를 맞으라거나 어깨가 아픈 환자에게 매일 무슨 주사인지를 맞아야 된다는 얘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 사실로,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주사제는 효과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빠르고 반면에 효과가 24시간 지속되는 것은 드물다. 동네의원에 오는 환자가 주사를 맞아야 할 만큼 위급한 환자가 종합병원보다 더 많은 것도 아닐텐데 이처럼 주사제 사용이 많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의 동네의원들이 그만큼 이상한 medical practice(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주사제를 약국에 안 내줄려고 싸웠던 의사들의 의도가 仁術(인술)이 아닌 다른데 있었음을 반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겠다.
또한 보험을 남용하는 데 있어서는 환자 자신들도 의사를 뺨친다. 감기환자가 똑같은 증상을 가지고 하루에 두곳 이상의 동네의원을 찾은 경우가 128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감기가 하루에 낫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의원 巡禮(순례)를 한 환자들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감기는 의사를 보는 순간에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가? 아니면 보는 의사마다 못미더웠을까? 또는 한 의원에 가서 주사를 한대 맞고 다른 의원에 가서 또 주사를 맞아야 속이 풀렸을까?
경상남도에 사는 어떤 환자는 하루동안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하루에 무려 7곳의 의원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아마 이는 기네스북에도 올릴 수 있는 세계기록이 될 것이다.
감기를 비롯한 치과질환, 고혈압 등의 질환으로 하루 2곳이상의 동네의원을 찾은 환자의 수는 작년에 67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 7명중 한명이 같은 질환으로 하루 2곳이상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 된다. 당연히 이들 중의 상당수는 약국에 가서도 중복되는 처방을 조제해 갔을 것이다. 진료의 남용, 주사제의 남용뿐 아니라 의약품의 남용과 오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남용은 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이 진료비 청구나 약가지불제도를 온라인화 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진료당시에 컴퓨터에 자료가 입력되어 보험에서의 지불여부가 결정되게 하면 중복진료를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IT실력으로 이는 충분히 실현 될 수 있다.
제약회사들에게 약값 내리라고 急迫(급박)하는 것보다 중복진료의 방지는 더 많은 돈을 절약 할 수 있다. 보험 적자를 말끔히 몰아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