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을 머금은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제약업계는 ‘잔인한 2월’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야말로 지난해 제약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트렸던 제도들이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8.12 약가제도 개편’으로 시행된 일괄약가인하 작업이 건성심 심의까지 마치고 마무리됐다. 2월의 마지막 날인 29일 고시돼 일괄 인하된 약가는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단계적 인하를 요구했던 제약업계로서는 이제 법적인 대응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그동안 내부적인 준비를 착실히 해온 제약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제약사는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법적인 대응도 리베이트 조사 등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업계로서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일괄약가인하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 한미 FTA의 발효일이 3월 15일로 확정되면서 제약업계는 ‘허가특허연동제’로 인한 피해도 현실화가 된다. 이제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에게 의무적으로 통보를 해야 하며 3년 후에는 시판방지제까지 적용돼 오리지널 제약사가 소송기간 중 제네릭의 시판을 금지시킬 수도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 중소 제약사는 이제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해 졌다. 정부는 200여 곳이 넘는 제약업계 중 경쟁력 있는 기업만을 육성․지원할 방침이어서 올해에는 제약업계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전문가들은 향후 신약개발 비용증가, 바이오 의약품시장의 대형화, 복제약의 경쟁심화 등으로 제약산업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약가인하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이 있는 업체를 선별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제약산업의 대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 제약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