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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체험형 영화, 체험형 클래식
코로나 사태속에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집구석에 콕 박혀있다가 이것만은 영화관에서 봐야하는데하고 고심하던 영화 <1917>. 결국 밤에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 심야영화를 택했다. 띄엄 띄엄 떨어져 앉은 앞줄의 몇 명을 제외하곤 영화관을 전세낸듯 고즈넉히 마주했던 이 작품은 '영화적 체험'의 끝판왕이었다.
단순한 관람차원을 넘어 이제 생생한 체험으로 이끄는 영화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스토리 중심의 극적 전개보다 현장감 위주의 내러티브로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적지않다.(가상·증강현실을 비롯한 기술의 혁신이 낳은 자연스러운 소산일 터.) 2013년 영화<그래비티>를 시작으로 매해 선보인 <인터스텔라>,<마션>같은 우주영화들은 탁월한 '현장감'을 선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두시간짜리 전쟁 체험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잘 알려져있다시피 2020년 영화 <기생충>을 위협하던 경쟁작으로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1차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영국의 두 병사가 장군에게 미션을 부여받는다.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군에게가서 공격 중지 메세지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주어진 '전령'임무를 가지고 적진으로 향하는 병사의 고된 사투를 그리고 있다. <1917>은 무엇보다도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하나처럼 만든 '원 컨티뉴어스 숏' 편집기법이 화제다. 이 영화가 대담한 이유는 특정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이 기법이 긴 호흡으로 적용된 것인데 주인공과 함께 전쟁터를 경험하는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1917>의 생생한 현장감에 감탄하며 한 클래식 곡이 떠올랐다. 칸투스 아르크티쿠스 (Cantus Arcticus). 핀란드 작곡가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의 대표작으로 '북극의 노래'라는 뜻인데 '새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 방송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일할 때 직접 접했는데 그 첫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대화하듯 플륫 두대가 번갈아 연주되다가 어느 시점부터 실제 새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지는 것이다. 악기들은 새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점점 변주해나가는데 마치 북유럽 자연속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았다.
이 작품을 작곡한 라우타바라는 1928년생으로 시벨리우스 이후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는 음렬주의,우연성음악과 같은 현대음악적 기법을 비롯하여 신낭만주의와 같은 좀 더 대중적인 스타일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왠지 '아메리칸 뷰티'와 같은 드라마 영화서부터 대중적인 007 첩보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솜씨 껏 요리해내는 멘데스 감독과 닮아있는 듯 하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핀란드 라민카 늪지대와 북극권에서 다양한 새소리를 채록했다.사실 새소리를 묘사한 기법은 흔하지만 직접 새소리를 녹음하여 음악과 조합시킨 시도는 흔치않으며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음악을 담백하게 배치시킨 '절제미' 또한 돋보이는데 드라마틱한 음악적 전개보다는 새소리가 현장감을 더하는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어찌보면 영화 <1917>이 극도로 플롯을 '단순화'시키고 영화 2시간동안 관객이 전쟁을 실감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칸투스 아르크티쿠스'는 3악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습지대>, <멜랑콜리>, <백조의 이주>. 1악장은 봄철 습지대의 새들을 담았는데 실제 새소리와 새소리를 흉내낸 관악기들간의 조화가 압권이다. 종달새의 소리를 담은 2악장은 새하얀 설경을 연상시키는듯한 미세한 현악기군이 절제된 어조로 노래하며 3악장에 다다르면 백조떼의 웅장한 모습이 떠오르는데 음악은 이전보다 큰 스케일로 곡의 절정으로 향한다.흥미롭게도 2악장 악보 서두에 "새들이 서로 흉내내는 소리를 관객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는 침묵한다" 라는 작곡가의 주문이 적혀있다. 이는 관객이 오롯이 작품을 체험하게끔 배려한 작곡가의 의도가 아닐까.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생생한 '현장감'을 용감하게도 하나의 롱테이크라는 미학에 담아냈다면 작곡가 라우타바라는 실제 새소리를 무대로 옮겨와 음악과 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 <1917>이 생생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면 '칸투스 아르크티쿠스'는 신비스러운 북극의 새들이 자아내는 자연계를 경험케 한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디스토피아적인 정서가 만연한 이 힘든 시기. 북극의 경이로운 대자연과 어우러진 새들의 노래가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3악장 모두 감상하길 권하지만 그 중에 한 악장을 고르라면 마지막 악장인 '백조의 이주'를 추천한다.
떠남을 준비하는듯한 백조떼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 움직임을 닮은 악기군들이 현악기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더해지며 선굵게 절정을 향한다. 곡이 끝날 즈음 수평선 넘어로 떼지어 사라지는 새들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다.
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0-04-06 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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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오스티나토란 무엇인가
가수 어셔(Usher)의 히트곡 'Yeah!'에 등장하는 오스티나토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오직 3개의 음에 강한 비트의 리듬을 입혀 반복시키는데 강력한 중독성을 뿜어낸다. 오스티나토?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알고보면 우리와 친숙하다.
이 단어는 라틴어 'Obstinatus'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고집스런'이라는 의미다. 오스티나토는 일정한 단위의 선율·리듬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놀라운건 중세시대에 등장한 이 기법이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클래식을 넘어 이제는 팝,재즈등 다양한 장르에 등장하는 이 오스티나토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스티나토는 심플하다.
주로 베이스 성부에 배치되다보니 클래식에선 바소 오스티나토로 불리워지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길이가 짧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가 "변주곡 형식에서 가장 쉽게 식별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처럼 단순하니 귀에 쉽게 박힌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파헬벨의 카논도 대표적인 오스티나토인데 2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 소절만 들어도 쉽게 알아본다.
이와 같은 짧고 명료한 악구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오스티나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서 반복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뉴스위크지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음악을 예측하고 그 예측이 해결되는 과정이 반복될때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중음악에서 오스티나토를 즐겨쓰는 이유 중 하나도 캐치(catchy)한, 쉽게말해 음악이 귀에 착 감기는 특성때문이다.
2020-03-09 1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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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미니멀리즘이 음악 속에 나타난 양상
클래식도 어려운데 클래식 전공자도 어려워하는 현대음악을 언감생심 일반인에게 소개한다면? 익숙한 모짜르트, 베토벤말고 생경한 현대음악 추천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을때면 언제나 망설였다. 미니멀리즘 음악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니멀리즘 음악은 1960대 이후 미국에서 등장했고 시각예술과 궤를 함께하며 장식적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단순성을 추구했다. 필립 글래스, 스티브 라이히, 존 아담스가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곡가로 손꼽힌다.
미니멀리즘 음악과의 첫 대면은 비엔나 대학시절이다. 현대음악 교수님께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작품을 들려주시며 미니멀리즘 음악이라고 소개해주셨다. 낭만주의 클래식의 유려한 선율과 극적인 화성에 익숙해있던 터. 너무 단순한 음악을 엄격하게 구간반복하는 미니멀리즘은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그 이후 음악장르적 취향이 잡식이라 다양한 음악을 들어왔지만 미니멀리즘 음악과는 오랫동안 담쌓고 지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2014년 개봉한 우주영화 '인터스텔라'가 미니멀리즘에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줄 몰랐다. 영화관람 후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작곡한 중독성있는 테마와 존엄한 파이프 오르간의 우주적 사운드에 꽂혀 귀가 닳도록 들었다. 놀라웠던건 이 음악에 다소 극적인 요소가 강조되긴 했으나 반복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미니멀리즘 음악이라는 사실. 토론토 대학 영화학과 벤자민 라이트 교수는 이런 음악에 '로맨틱 미니멀리즘'이란 표현을 썼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미니멀리즘 음악이 이때 다르게 다가온 이유가 뭘까. 영국의 가디언지가 미니멀리즘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를 소개하면서 "반복을 통해 최면에 빠진듯한 기쁨의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평했는데 여기 시사점이 있다. 미니멀리즘 음악은 사실 감상보다는 체험적인 음악에 가깝다. 큰 사고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존재했다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작은 음악조각들이 무의식적으로 반복을 통해 각인되면서 어느 시점에 극적 긴장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 관련 최근 한 영화감독이 내게 해준 얘기다. 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갈때 인터스텔라 음악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나올때 우주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다고.
미니멀리즘 음악의 구조적 특징은 간단히 두가지다. '반복'과 '변형'. 앞서 언급했듯 미니멀리즘 음악은 음악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미세한 선율적, 리듬적 변화를 함께 수반한다.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음악패턴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음악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은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면서 음악적 방향이 감지되는데 비해 이 음악은 어디로 향하는지 감이 안잡힌다. 이것이 대학시절 이 음악을 처음 접했을때 생경했던 이유다.다른 한 편 미세하게 진행되는 '변형'도 주목해야한다. 반복적 음악속에 화성의 움직임이 매우 더딘편인데 선율이나 리듬의 미세한 변화는 음악의 지속적인 네러티브를 이어가게끔 도와준다.
이제는 비주류가 되어버린 클래식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니멀리즘이 오히려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단 사실은 놀랍다.전설적인 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를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라 부르며 함께 작업할 정도로 광범위한 행보를 보였던 필립 글래스. 그의 음악적 스타일은 팝, 영화음악등 다양한 장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강렬한 비트의 테크노도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간주한다. 그래서 오히려 클래식에 몸 담은 사람보다 일반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오는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것이 현대음악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에게 미니멀리즘을 추천하는 이유다. 단순하고 친숙하다.
복잡다난한 사회로부터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이 단순함을 추구하게된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리빙,패션, 디자인을 비롯해 애플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도 단순함을 지향하는 흐름이 잘 반영되어 있다. 여기에 '미니멀'한 음악도 한번 더해보는건 어떨까.
필립 글래스의 대표작 글래스웍스(Glassworks)는 꼭 추천하고 싶다. 17만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이 음반은 그가 일반 대중과 만나기위해 내놓았다고 공언했을만큼 듣기 쉬우면서도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잘 담고 있다. 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악의 조각들을 미니멀한 형식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서정적인 피아노 솔로가 아름다운 첫 악장 Opening만 들어도 인생득템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0-02-10 16: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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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시대가 소환한 작곡가 코른골드
90년대 가수 양준일의 히트곡 리베카를 기억하다니. 그를 쉽게 기억속에서 끄집어낸 건 그는 튀었기 때문이다. 당시 독특한 몸짓과 다소 어눌하면서도 직설적인 노랫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단정(?)하기 그지없는 노랫말이 당시 영어를 많이 써서 '퇴폐적'이라는 심의를 받았다니 격세지감이다.
그는 최근 JTBC 슈가맨이란 프로그램에서 50대의 나이에 멋진 무대를 선보이며 단숨에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게다가 대놓고 싫다고 면박을 주었던 출입국 담당자의 비자 거부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나 가수의 꿈을 접고 서빙일에 종사해왔던 롤러코스터 같았던 인생 스토리 역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양준일 신드롬을 접하며 떠오른 천재 작곡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에리히볼프강 코른골드( Erich Wolfgang Korngold).
1897년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신동중에서도 역대급이었다. 9살에 그가 작곡한 칸타타를 듣고 작곡가 말러는 그를 천재라고 불렀다. 눈사람(Schneemann)이란 발레를 극장에 올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때 나이가 고작 11살이었다. 20대 초반에 오페라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로 대박을 터뜨린 그는 '새로운 모짜르트'라는 수식어와 함께 유럽음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유럽에 전운이 짙게 감돌던 1934년, 젊은 그는 인생의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라는 저명한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라인하르트는 코른골드를 할리우드에 초청하였고 그 무렵 나치정권이 오스트리아를 강제로 병합하자 코른골드는 1935년 할리우드에 정착했다. 이후 워너 브라더스사와 인연을 맺게 된 그는 로빈 후드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 바다 매(The Sea Hawk)와 같은 굵직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도맡으며 승승장구하여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할리우드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빈에 소재한 코른골드 소사이어티는 "코른골드는 타고난 실력과 성품으로 놀라운 팀을 조직하여 현재의 영화음악 프로덕션 수준에 비견할만한 성과를 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 뉴요커(The New Yorker)지 또한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코른골드가 할리우드 황금기의 소리를 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어벤져스나 스타워즈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들의 심포닉 사운드가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인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후 코른골드는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잊혀져 버린다. 전통 후기 낭만주의를 표방했던 코른골드가 전위적인 예술사조가 주류였던 당시 예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음악은 진지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를 평가절하했으며 평론가였던 아버지조차 그를 못마땅해했다. 전쟁 이후 그는 첼로 협주곡을 비롯한 콘서트용 작품들을 발표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음반이었다. 1972년 RCA 레코드에서 발매된 바다 매(The Sea Hawk)라는 영화음악 모음집 앨범이 흥행에 성공 했던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영화음악이 더 이상 부수적인 장치가 아닌 음악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시대적 변화다.
대중문화의 두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영화'와 '음악'이 거대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영화음악의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모짜르트라 불리우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후 그의 대표적인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세계 극장 단골 레파토리로 부활하였으며 21세기에 들어서며 다양한 작품들이 녹음되었다. 지금의 코른골드는 영화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특색있는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 작곡가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데 성공했다.
진지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으로 구분하며 영화음악을 저평가했던 과거의 시대적 패러다임에서 이제는 그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로 넘어왔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전통 클래식 중심에 서있는 빈 필하모닉은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를 빈으로 초청했으며 티켓은 단시간에 매진되었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 죄르지 리게티같이 현대음악과 영화음악을 넘나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코른골드와 이 시대의 '합'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가치는 역시 언젠가 스스로 증명해낸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요즘 가장 힙(hip)한 작품, 바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이다. 초인적인 기교를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가 연주를 맡았을 만큼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하며 이는 화려한 쾌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그가 이전에 작곡했던 영화음악이 각 악장마다 절묘하게 녹아있다. 로맨틱하고 웅장한 1세대 할리우드 황금기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스페셜한 협주곡이다.
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0-01-10 13: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