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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악 Prologue!
액맥이 타령 vs 대취타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 달은 공연 비수기지만, 국공립 단체나 기관들은 신년 음악회나 설 공연을 준비하곤 한다. 국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를 여는 공연은 희망적이고 진취적이며, 명절에 흥겨움을 더할 신명 나는 레퍼토리로 준비하기 마련이다. 대체로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루거나 관객에게 기쁨이나 감동을 선사하는 판소리 눈대목들,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장구춤, 소고춤, 진도북춤 등 춤 종목들. 그리고 역병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최근에는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은 처용무나 살풀이춤 또는 태평세월을 바라는 태평무를 비롯해 가곡 태평가, 민요 태평가 등도 단골 레퍼토리다.
액맥이 타령
설 공연에서는 친근하고 흥겨운 민요들을 흔히 듣게 된다. 명절 놀이를 소재로 한 ‘윷놀이’나 ‘널뛰기’를 비롯해 가정의 안녕을 비는 ‘성주풀이’ 등이 자주 불린다. 성주풀이는 성주굿에서 부르는 무가巫歌이고, 성주는 집터를 관장하는 신이다.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할 때 외에도 정초에 집안의 화평을 기원하며 성주굿을 한다. 민요 성주풀이는 무가 성주풀이에서 비롯되어 남도 민요로 자리매김했다.
‘액맥이 타령’도 정초에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지신밟기(혹은 마당밟기)를 하는 마을굿에서 불리던 노래다. 지신밟기는 집터를 지키는 지신地神에게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을 비는 행사다. ‘액맥이’는 액을 막는다는 의미를 지닌 액땜․액막이와 같은 말로, 액맥이 타령은 일 년 열두 달을 순서대로 읊어가는 월령가 형식을 띤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관장하는 다섯 장군이 노랫말에 등장하여 ‘오장군 타령’이라 부르는 곳도 있다. MBC에서 전국의 토속 민요를 채록하여 103장의 음반으로 엮은 「한국민요대전」의 음반 자료 사이트(www.urisori.co.kr)에서 전북 완주와 순창, 전남 여천군(현 여수시)의 액맥이 타령을, 그 밖에 여러 지역의 ‘고사 소리’에서 지역별 액맥이 타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소리꾼 김용우가 토속 민요를 모아 1996년에 낸 첫 번째 독집 앨범 「지게소리」에 액맥이 타령이 실려 있다. 국악 그룹 ‘이상’은 2015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자신들에게 금상을 안겨준 액맥이 타령을 편곡해, 지난해 풍류대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2020년 가야금 병창 이수자 전해옥이 낸 음반에서는 가야금 병창으로 부르는 액맥이 타령을 들어볼 수 있다. 또 1995년 발매한 들국화 3집에는 전인권이 부른 액맥이 타령이 수록되어 있고, 2012년 안치환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에서도 민요와는 또다른 버전의 액맥이 타령을 감상할 수 있다.
대취타
빈 필하모닉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 음악회 앙코르 곡으로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우리 음악에도 신년 음악회에 자주 등장하는 행진곡이 있다. 2020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대취타’가 바로 우리 전통 행진 음악이다.
창덕궁에서의 대취타 연주 장면(©문화재청)
대취타는 군례악으로 군대의 행렬이나 왕의 행차 등에서 주로 연주되었다. 불어서[吹] 소리 내는 악기와 쳐서[打] 소리 내는 악기들을 큰 규모로 편성해 ‘대취타(大吹打)’란 이름이 붙었다. 악기 편성은 시대나 음악의 쓰임에 따라 달라졌는데 최근에는 태평소와 나발, 나각, 북, 장구, 징, 자바라 등으로 구성된다.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로는 태평소가 유일하다. 나발과 나각은 보통 한 음을 길게 내는 방식으로 연주하며, 북은 북통에 용을 그린 용고를 사용한다. 자바라는 놋쇠로 만든 두 개의 원형 판을 마주쳐 소리 내는 악기로, 서양의 심벌즈와 닮았다.
대취타 연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악사들의 연주 복장이다. 무관들의 복장인 철릭을 입고 새의 깃털을 단 전립을 쓴다. 조선 시대 행사 장면을 기록한 반차도(班次圖)에서는 행렬 중 붉은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의 모습도 더러 찾아볼 수 있으나 오늘날 대취타 연주자들은 꾀꼬리같이 노란 황철릭을 입고, 같은 색깔의 전립을 쓴다. 한편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의 취타대도 재현 시점에 따라 복장의 차이를 보이는데, 조선 예종 때 기록을 재현한 경복궁 의식의 취타대는 검은 전립에 붉은 철릭 차림인 것과 달리, 조선 후기 기록을 따른 덕수궁 의식의 취타대는 대취타 악사들과 같이 노란 의상으로 차려입는다.
수문장 교대 의식의 취타대 연주는 악기 편성과 음악의 빠르기 등에서 대취타와 차이를 보인다. 실로폰처럼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 타악기 ‘운라’가 함께 편성되고, 수문군의 씩씩한 걸음에 어울리는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연주한다. 이에 비해 대취타는 느리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오래된 행진 음악은 백성을 살피며 혹은 백성들과 더불어 걷기에는 맞춤한 음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이때, 대취타를 들으며 우리 모두가 서로의 속도를 살피고 맞추어 걸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22-01-21 1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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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성은의 Pick 무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로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후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다.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1940년대부터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뉴욕에 제2의 할렘을 형성하기 시작한 데서 착안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안을 발전시켰다. 뉴욕 웨스트 사이드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유럽계 이민자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 사이의 갈등을 로미오와 줄리엣식 비극의 씨앗으로 만든 것이다. 비극적 결말이 당대의 밝고 낭만적이었던 로맨스 뮤지컬들과 사뭇 달랐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있었으나 모던한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로 톤 앤 매너를 최대한 가볍게 가져간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뮤지컬의 인기에 힘입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 영화로 제작되었고, 뮤지컬 영화로 가장 많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다. 그 아성 때문일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랫동안 다시 영화화되지 못하다가 2021년, 50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또 한 편의 걸작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담당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이미 당대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로, 인종적 요소와 미국 음악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적도 있는 만큼 이런 이야기의 음악을 맡기에 적격이었다. ‘아메리카’나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유명하지만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노래는 역시 ‘투나잇’이다. 어느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토니’(안셀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그들 나름의 발코니 신에서 ‘투나잇’을 부른다. ‘당신을 본 순간, 내 모든 세상은 당신 말고는 무의미해졌어요. 오늘 밤, 이 밤, 오늘밤은 오직 당신 뿐이에요.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당신뿐이에요.’ 라는 달콤한 가사가 방금 사랑에 빠진 두 십대의 기분을 반영하듯 점점 피치를 올려가는 선율에 착 달라붙는다. 로맨틱하면서도 속삭이기 보다 웅장하게 연출되는 노래의 절정부가 어쩐지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을 예견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내용만큼이나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영화로,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3만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마리아역을 거머쥔 레이첼 지글러의 목소리가 스크린에서 흘러나올 때만큼은 황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밀가루처럼 곱고 순수한 음색으로 소화해낸 ‘투나잇’은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국에서 한동안 뮤지컬로 만나보기 어려웠다가 올해 말 재공연을 앞두고 현재 캐스팅 단계에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 듣던지 번스타인의 음악 자체가 가진 힘, 그 시들지 않는 생명력 만큼은 동일한 에너지로 느껴질 것이다.
윤성은의 Pick 무비 /
범죄자를 잡는 범죄, ‘경관의 피’
명품 수트를 입고 외제차를 타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데는 일등이지만 어디서 어떤 돈을 후원금으로 받는지 의심스럽다. 만에 하나 경찰이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면 또 다른 경찰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신입경찰 ‘민재’(최우식)는 내사과 ‘인호’(박희순)의 회유로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뒤를 캐기 위해 강윤의 팀에 배치된다. 원칙주의자인 민재는 강윤이 수사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해 보지만 수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강윤은 민재에게 자신의 수사방식을 모두 공개하며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민재는 오히려 그런 강윤의 카리스마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인호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민재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법 자금을 의심하며 강윤의 숨통을 조여오고, 민재는 혼란스러워 한다.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사사키 조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에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애환과 딜레마를 비롯해 3대에 걸쳐 경찰을 하고 있는 민재의 집안 내력이 더 상세하게 등장한다. 68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120분 안에 담아내야 했던 영화는 작전 중 사망한 아버지가 생전에 민재에게 ‘경찰만은 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직업적 고뇌를 집약적으로 이야기한다. 민재가 경찰이 된 것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다는 두려움보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처단하고픈 정의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입경찰인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서 무슨 짓을 해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영화는 강윤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그와 신종 마약사범들을 소탕해야 하는 민재의 갈등과 함께 첩보 액션신을 구사하다가 민재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처음부터 강윤의 캐릭터를 선과 악 어느 한 쪽으로 몰아넣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민재의 선택, 즉 영화의 결말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첩보물의 스릴과 함께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도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22-01-21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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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종원의 커튼 콜
아프리카 밀림의 왕은 사자다. 위대한 정글의 왕 무파사는 어린 아들 심바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려 한다. 그러나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던 무파사의 동생 스카는 어린 심바를 이용해 형을 제거하고 아무도 몰래 그 죄값을 물어 심바를 변방으로 추방하고 하이에나를 시켜 제거하려 한다. 어린 사자는 아무 위협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던 하이에나는 귀찮은 나머지 추격을 포기한다.
사막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한 심바는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를 만나 근심 걱정을 잊으라는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며 성장하게 된다. 한편, 하이에나 무리와 손을 잡은 스카는 왕으로 군림하고 프라이드랜드는 황폐해진다. 사냥감이 사라진 것은 새로운 왕에게 왕비가 없어서라고 생각한 스카는 심바의 여사자 친구인 날라와 결혼하려 한다. 이에 무리를 떠나 달아나던 날라는 우연히 심바와 재회를 하고 고향 소식을 전한다. 심바는 과연 아버지의 복수를 이뤄내고, 정글의 왕자였던 자신의 본분을 되찾을 수 있을까. 뮤지컬 ‘라이언 킹’에서 펼쳐지는 무대위 이야기다.
뮤지컬은 작품마다 ‘명당’이 다르다. 워낙 다양한 볼거리나 독특한 연출이 공연을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는 1층 가운데 앞줄이 좋다. 유령이 천장에서 흔들어대던 샹들리에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틸다’는 가운데 조금 뒤쪽 자리가 좋다. 알파벳이 별처럼 수 놓인 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2막 첫 장면의 그네 씬에서도 가장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위치다.
객석 통로쪽 자리를 강하게 추천하고픈 공연도 있다. 내한공연이 올려지는 ‘라이언 킹’이다. 압권을 이루는 노래 ‘써클 오브 라이프’탓이다. 코끼리에서 기린, 코뿔소 그리고 형형색색의 열대 조류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식물 인형들이 그 통로를 통해 무대로 모여든다. 아기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입이 딱 벌어지는 대장관이 연출된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입장권을 가장 많이 판 문화 콘텐츠는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다. 디즈니가 만화로 만든 원작을 가져다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이 작품 ‘라이언 킹’이다. 지금까지의 매출 규모는 우리 돈으로 환산해 9조 6천억원에 육박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기록이라는 점이다. 신년 벽두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번 프로덕션은 인터내셔널 투어팀으로 꾸며져 외국 배우들과 스텝들이 직접 내한해 무대를 꾸미는 ‘오리지널’ 공연이다. 이제 심지어 극동아시아인 대한민국에서까지 벌어갈 금액마저 감안하자면 감히 그 돈벌이의 끝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라이언 킹’은 백인 위주인 서구 공연계에 흑인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켜 글로벌한 흥행을 이뤄낸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은 단역이나 조연으로만 활용되던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음악과 정서, 리듬과 문화를 적극 빌려 이국적인 정취를 즐기게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덕분에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에는 남아공출신의 흑인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뉴욕 타임즈가 ‘라이언 킹’이 어떻게 남아공 사람들의 경제와 일상을 바꿔놓았는가에 대한 특집기사를 기획취재해 대서특필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엘튼 존과 레보 M이 만들어낸 뮤지컬의 음악들은 원작 애니매이션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고 날 것 그대로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악기나 발성, 소리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그렇다. 극중 사회자 역할을 하는 라피키는 아프리카어로 ‘친구’라는 의미이며, 주인공 이름인 심바는 ‘사자’라는 뜻이다. 애니매이션 때부터 유명한 노래인 ‘하쿠나 마타타’도 원래는 스와힐리어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알고 봐야 더 즐길 수 있는 이 뮤지컬의 묘미다.
영미권 공연가의 디즈니 뮤지컬 공연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극장을 들어서는 입구는 길가에 있지만, 출구는 대개 디즈니샵을 거쳐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찾았다면 아이를 위한 기념품 하나쯤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문화가 돈이 되고, 산업이 되며, 미래를 여는 창구라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리고 영악(?)하기까지 한 디즈니의 마케팅 노하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라이언 킹’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던 것은 1994년의 일이다. 디즈니사의 23번째 장편만화영화였던 이 작품은 당시 디즈니 애니매이션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된 무비컬 ‘라이언 킹’이 시작된 것은 1997년이다. 이후 뉴욕과 런던 등 영미권에서 20여년 세월을 훌쩍 넘는 장기 흥행을 기록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파죽지세의 흥행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999년 일본의 극단 시키(四季)가 막을 올린 일본어 버전이 가장 오래 공연된 사례로 역시 수십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사랑받는 인기 뮤지컬로서의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2002년 독일어 버전과 2004년 네덜란드어 버전, 2007년 프랑스어 버전, 2010년에는 스페인어 버전이 제작되면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서의 위용도 넓히게 됐다.
‘라이언 킹’의 글로벌 흥행은 원작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도 탄생시켰다. 제일 뜨거웠던 논쟁은 일본산 만화영화에 얽힌 것이다. ‘우주소년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 원작 애니매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던 일본 애니매이션의 표절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라이언 킹’의 극 구조는 세익스피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적이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삼촌에게 아들이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는 바로 ‘햄릿’의 극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삶은 결국 다시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이야기의 결론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과 다소 결이 다르지만, 인간 세상에 빗대 표현한 무대적 상상력은 많은 가족단위 관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집중시키며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류의 위기가 뜨거운 화두가 됐던 시절이 있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BTS가 그래미상에 후보로 오르는 등 새로운 한류 붐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다시 한번 한류의 위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진짜 위기는 콘텐츠의 생명력이나 창작인력의 부재가 아닌, 한국 문화가 지닌 가능성, 그 부가가치 극대화에 둔감한 우리가 아닐까. 디즈니와 ‘라이언 킹’을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하는 진짜 이유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2022-01-14 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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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준 열정의 힘
‘라보엠’, ‘아이다’, ‘나비 부인’ 등 최고의 오페라를 관람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뉴욕에서 가장 화려한 밤을 맞이하는 곳. 바로 뉴욕 맨하탄 62번가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일명 ‘The Met(이하 메트)’은 1880년 창립. 1993년 구노의 ‘파우스트’로 개장해 현재까지 오페라계의 최고로 일컬어지는 극장이다. 로비 정 중앙에는 샤갈의 대형 작품 2점이 관객들을 성대하게 맞이하고, 객석에는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선물 받은 10만 조각의 수제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가 반짝거린다. 마리아 칼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리시도 도밍고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빛냈고 말러, 토스카니니, 라이너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거쳐간 무대. 매년 240회의 공연으로 뉴욕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문화예술 공간이며 링컨센터의 12번째 조직 중 하나이다.
<조셉 볼프>
이곳을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성장시킨 장본인. 조셉 볼프(Joseph Volpe)는 여타 경영자들과 다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브루클린 옷가게를 운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브로드웨이 극장의 목수가 된 그는 24세가 되던 1964년 메트의 무대기술팀으로 합류했다. 1978년, 드디어 메트 무대감독이 된 그는 무대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무대기술팀 경력을 살려 무대의 제반 사항을 통제했는데 그가 기술팀 시절부터 갈고닦은 기술은 무대 전환에 있어 필요한 인건비를 절약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보통 스탭들이 30분에 걸쳐 해결할 무대 전환을 3분 안에 해결해내는 그의 능력을 메트에서 높이 사 1990년 드디어 오페라 극장의 대표가 되었다. 총 42년 세월 동안 메트에 몸담은 그는 대표 재임 기간 동안 4개의 세계 초연, 22개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초연, 47개의 뉴프로덕션을 성공시켰다. 그 밖에 유럽과 일본의 국제 투어 유치, 티켓팅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 ‘Tessitura’ 개발까지 800만 달러의 재정 적자로 허덕이던 메트를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그의 혁신적인 경영은 뉴욕 대학교, 예일 대학교 등 세계 유명 대학에서 다룰 정도로 이슈가 되었으며 예술 경영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또, 그가 남긴 많은 혁신적인 성과들 중 ‘Met Titles’은 관객과 무대의 소통을 한 차원 격상시킨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Met Titles는 관객석 의자 뒷면에 작은 스크린 창을 달아 노래 가사를 관객들이 바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메트에서 최고의 공연을 위해 볼프가 했던 많은 도전들은 경영이나 무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공연의 질과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가차없는 선택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 중 유명한 일화가 바로 소프라노 캐서린 배틀과의 사건이다. 당시 최고의 소프라노였던 그녀는 리허설에 매번 늦고 다른 음악가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콧대높은 태도로 팀워크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쳤는데 볼프는 소프라노로서의 명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트에서 그녀를 해고해버렸다. 이 사건은 음악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이후 리허설 시간에 너무 늦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개런티를 요구하는 음악가들은 메트에 설 수 없게 되었다. 그의 행동은 몇몇 유명한 음악가들의 눈치를 보며 공연 준비를 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팀워크를 발휘해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환경을 마련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그가 이렇게까지 메트 경영에 열정적이고 도전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감히 “음악에 대한 열정”이라 정의해본다. 그는 목수였고 음악과는 먼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이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가였으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오페라에 대한 사랑과 목수 시절 쌓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노동자였고, 고집 세고 거친 성격으로 불편한 인물에 불과했던 볼프는 보수적인 예술계가 가진 한계에 정면으로 도전해 메트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고, 오페라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목수에서 세계 최고 오페라단의 수장이 된 조셉 볼프. 그가 이뤄낸 눈부신 성과들에는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하나 그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벌이다. 우리는 종종 학벌이나 스팩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우를 범한다. 학벌이 마치 누군가의 꿈과 열정을 설명해주는 도구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볼프의 열정과 그가 이뤄낸 성과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정말로 누군가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학벌이, 스펙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가.
그의 행보들을 되짚어보면 어쩌면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수단이며 성공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할 수 있게 만드는 힘,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에는 항상 열정이 있다. 조셉 볼프 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처럼 열정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학벌이 성공을 담보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쯤에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아이들이, 사회가 달성해야 할 것은 과연 학벌과 좋은 스펙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뜨겁게 즐길 수 있는 열정인가.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2022-01-14 1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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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병준의 클래스토리
연주회에 가는 묘미 중 하나가 본 연주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등장할 수도 있는 앙코르에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와 <라데츠키 행진곡>처럼, 예상가능한 앙코르를 듣는 즐거움도 크지만 어떤 작품이 연주될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상하게 되는 앙코르 무대의 특별함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보통 1~2작품 정도를 연주하는 것으로 끝나기 마련인 앙코르 무대에서 어떤 연주자들은 더 많은 작품들을 연주하며 꽤 긴 시간동안 청중들을 열광시키기도 하지요. 얼마나 많은 앙코르를 연주할지 항상 궁금하게 하는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E. Kissin)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앙코르(Encore)라는 단어는 ‘여전히, 아직, 다시’ 등 여러 뜻을 지닌 프랑스어입니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에서는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앵콜’이라는 단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사실 앵콜은 앙코르가 잘못 발음된 것에 불과합니다.
앙코르에 대한 흥미로운 칼럼을 썼던 제레미 니콜라스(J. Nicholas)와 제임스 베넷(J. Bennett II)의 글들을 비롯한 몇몇 자료들을 살펴보면 앙코르 관습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앙코르에 대한 언급은 18세기 초의 자료에서도 나올만큼, 앙코르 관습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당시의 앙코르는 프로그램에 있던 작품 혹은 작품의 일부를 ‘반복’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본 프로그램과는 다른 작품이 연주되곤 하는 오늘날의 관습과는 차이가 있지요.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바로 앙코르를 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오늘날 앙코르는 본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뒤에 연주하게 되는데 18세기, 그리고 적어도 19세기 전반에는 청중이 박수를 열렬히 보내면 연주자들이 본 프로그램 중간에도 앙코르를 연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지요. 이는 악장 사이, 심지어는 작품이 한창 연주되고 있는 와중에도 박수를 치곤 했던 당시의 관습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베토벤(L. v. Beethoven)의 교향곡 7번의 초연 무대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청중들은 특히 2악장을 좋아했는데 초연 당시 2악장은 전곡이 모두 끝난 후가 아닌, 2악장이 끝난 후 열광적이었던 청중들의 반응에 따라 다시 한 번 연주되었지요.
이렇듯 작품의 진행 중간에도 그 일부가 반복된다는 것은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므로 언뜻 생각하면 마냥 좋을 것만 같기도 하지만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작품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작품 진행의 흐름이 끊길 위험이 높았던 것이었지요. 하이든(F. J. Haydn)이 그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Die Schöpfung)의 초연 당시, 청중들에게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작품의 연속성이 방해받지 않도록 앙코르를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걱정했던 작곡가의 마음을 잘 나타냅니다.
늘 풍성한 앙코르 무대로 화제를 모으는 피아니스트 키신
(출처: www.klavierfestival.de)
오늘날의 앙코르 관습이 언제 정착되었는지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란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콘서트홀과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앙코르 관습이 원래는 서로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정착되었다는 점입니다. 콘서트홀에서는 작품의 진행 중간에 나오는 박수가 점차 사라졌고 앙코르는 본 프로그램 이후에 새로운 작품들로 연주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여전히 작품의 진행 중간에 예를 들면 아리아가 끝난 후 박수가 나옵니다. 간혹, 청중들의 열광적인 박수는 앙코르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게 발생하지요. 그리고, 드물게 이루어지는 즉각적인 앙코르는 새로운 작품이 아닌, 방금 불리웠던 아리아 혹은 합창의 ‘반복’입니다. 즉,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앙코르는 반복의 의미가 강했던 옛 앙코르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요.
사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앙코르는 방금 끝난 아리아의 반복을 넘어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와는 상관없는 아리아가 공연 중간에 앙코르로 불리워질 정도로 자유분방한 면이 다분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관습이었겠지만,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앙코르는 토스카니니(A. Toscanini)와 같이 이를 끔찍하게 여겼던 지휘자와 오페라 하우스 측에 의해 점차 사라졌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 온 앙코르 관습. 앞으로도 변화가 이어지겠지만 연주회를 더욱 기억에 남게 하는 앙코르의 매력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앙코르의 옛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1963년 9월, 뉴욕에서는 에릭 사티(E. Satie)의 <벡사시옹(Vexation)>이라는 작품이 초연되었습니다. 이 제목은 짜증, 괴롭힘, 학대 등으로 번역되지요. 작품은 단 한 페이지의 악보로 되어있는데 문제는 이를 840번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초연 당시 12명의 피아니스트가 교대로 연주했는데 연주는 저녁 6시부터 다음날 낮 12시 40분까지, 총 18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는데 성공한 청중은 단 한 명이었지요. 이를 취재했던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는 새벽 4시경 잠이 들었으며 결국 마지막에 남아있던 청중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연주가 마침내 끝났을 때, 남아있던 청중 한 명이 외쳤습니다.
“ENCORE!”
추천영상: 다니엘 바렌보임과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2017년에 열었던 에서의 앙코르입니다. 이 음악회에서는 어린이들이 많이 자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본 프로그램의 구성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졌지요. 영상 첫 부분에 등장하는 바렌보임의 멘트에서도 이 음악회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요. 바렌보임과 아르헤리치는 앙코르 무대에서 어린이들을 무대 위로 초대하여 그들의 연주를 정말 코 앞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을 이들의 앙코르.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 이들에 둘러싸여 연주하는 바렌보임과 아르헤리치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uXr_tQXYPw
<필자소개>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2022-01-07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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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지나간 추억의 그림자에 사로잡혀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처럼 불필요한 감정이 또 있을까 싶지만, 눈앞에 놓인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이들에게 당장 이런 말이 와닿을 리 없다.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대상과 나를 견주어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마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 듯 좀처럼 반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불리한 사람이 누군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뮤지컬 <레베카> 속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남편의 전 부인이자 모든 이들이 사랑했던 여인 ‘레베카’가 드리운 그림자는 생각보다 크고 짙었다. 작품은 그런 ‘나’의 환상이 그린 프롤로그로부터 출발해 그가 ‘레베카’란 망령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공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사진제공 EMK>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의 결정체, 뮤지컬 <레베카>가 여섯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 김준현, 에녹, 이장우가 새로운 ‘막심 드 윈터’ 역으로 합류해 눈길을 끌었고, ‘레베카’의 뜨거운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인물 ‘댄버스 부인’ 역에 신영숙과 옥주현이 더블 캐스팅되면서 대체 불가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민영기,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이창용 등이 함께한다. 공연은 지난 11월 16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해 내년 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출신 대중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쓴 1938년 작 원작 소설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 작 동명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언뜻 보면 평범한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론 놀라운 서스펜스 기법과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극찬받아 온 베스트셀러다. 미스터리 고전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레베카>는 뮤지컬 외에도 영화와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제작된 작품은 2020년 10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배경, 세련된 연출로 돌아온 현대판 <레베카>는 히치콕 감독이 남긴 불후의 명작과 비교되며 주목받았지만, 공개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주연배우의 사생활 문제와 맞물리면서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뮤지컬이나 전작 영화보다 긴장감이 덜한 이유도 한몫했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은 로버트 요한슨 연출, 극본가 겸 작사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에 초연됐는데,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총 83만 관객의 찬사를 받으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뮤지컬로 이미지를 굳혔다. 전개 자체도 흥미롭지만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영원한 생명’, ‘하루 또 하루’, ‘레베카’ 등 강렬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많아 더욱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사진제공 EMK>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몬테카를로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나’와 ‘막심 드 윈터’는 ‘나’의 고용주였던 ‘반 호퍼 부인’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워 간다. 어린 나이에 가진 것 없이 혼자였던 ‘나’에게 신사답고 부유한 어른 남자 ‘막심’은 매일 함께하고 싶은 행복이었다.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뒤 방황을 거듭한 ‘막심’이 상대적으로 지극히 평범한 여자와 재혼해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호사가들로부터 화제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저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지만, 유령처럼 어른대는 ‘레베카’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큰 키에 화려한 외모, 매력적인 성격을 지녔다던 ‘레베카’는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고, 그런 새 안주인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집사 댄버스 부인까지 압박해오면서 ‘나’의 존재는 갈수록 더 흐려진다. 결국 막심과도 오해가 쌓여 결혼생활에 위기가 찾아오고 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단서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여전히 모든 것이 ‘레베카’로 물든 저택에서 ‘나’ 캐릭터가 보여준 심리묘사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흥미롭다. ‘나’는 심지어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했을 만큼 어디에서도 영향력이 없는 듯 보이지만, 원작과 달리 훨씬 주체적이고 강단 있는 성격을 지닌 인물로 등장해 더욱 재미있다. 특히 초연 이후 7년 만에 ‘나’로 무대에 선 임혜영은 여리고 사랑스러우면서도 힘 있는 모습으로 무대를 누비며 반가운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빠른 장면 전환과 화려한 무대 구성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다. 그중에서도 ‘댄버스 부인’의 위력이 느껴지는 회전 발코니 장면은 뮤지컬 <레베카>의 백미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발코니에서 ‘나’에게 죽음을 종용하는 듯한 ‘댄버스 부인’의 모습은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한다. 배우의 남다른 해석과 오랜 경험이 쌓여 완성된 캐릭터가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특히 옥주현의 ‘댄버스 부인’은 과거 ‘레베카’와의 관계를 유추하는 동안 묘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마치 ‘레베카’를 같은 여성으로서 바라본 이상적 여성상의 전형을 바라보듯 표현하다가도 진심으로 사랑했던 대상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눈여겨보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제공 : EMK>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줄다리기 끝에 결국 승기를 거머쥔 ‘미세스 드 윈터’는 과연 누구였을까. 치밀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와 흥미로운 심리전이 궁금하다면 올 연말 맨덜리 저택의 문을 두드려 보자. <레베카>의 황홀한 그림자가 당신을 단번에 압도할 것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2021-12-30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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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빈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프리드리히 굴다에 대하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리드리히 굴다의 '첼로 협주곡'을 담은 음반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클래식 장르를 무색하게 만들며 스윙밴드 스타일의 재즈,록, 오스트리아 토속음악 등 여러 장르를 한껏 버무려놓은 이 작품이 요즘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느 성공한 클래식 피아니스트답지 않게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오갔던 당시 그의 파격 행보가 현대인의 정서와 문화에 어느 정도 부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프리드리히 굴다(Friedrich Gulda)는 1930년생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으로 놀라운 신동이었다.16세의 어린 나이에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듬해 세계적인 음반사 Decca와 계약했으며 20세가 되던 해 뉴욕 카네기홀 리싸이틀 무대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불과 20세의 나이에 말이다.
1950년대에 걸쳐 녹음한 건반악기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음반은 지금까지 최고의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건반악기의 구약성서라 불리는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녹음에 대해 그라모폰지는 '퍼스트 클래스'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게다가 빈 필과 함께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녹음 이후 그에게는 모짜르트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다녔다. 보기드문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클래식에서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던 그가 50년대부터 재즈에 심취하더니 점점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연미복을 벗어버리고 짙은 색안경에 히피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으며 클래식에 재즈, 전자음악을 입히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와 모짜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녹음한다거나 클래식 공연에서 재즈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등 당시로써는 파격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빈 음악 아카데미 회원들이 수여한 명예로운 상 '베토벤 링'을 자진 반납하면서 경직된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며 음악계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튀는 행동들은 '배드 보이', '테러리스트 피아니스트'와 같은 수식어를 그에게 안겨주었으며 언론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했다. 빈 필과 모짜르트 협주곡을 연주한 이후 자작곡인 'Concerto for Myself '를 연주했을때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Kurier'는 '모짜르트와 방귀'라는 원색적인 기사제목을 내놓기도 했다.
비엔나 출신이라는 프리미엄과 젊은 시절 잘 다져놓은 화려한 이력을 뒤로한 채 누구도 예상치못한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비엔나 출신으로 조성의 틀을 깨버린 쇤베르크과 그의 추종자들이 이어간 형식과 문법에 치우친 현대음악에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그는 젊은 시절,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으며 언제나 음악의 본질을 강조했다.
독일 유력 주간지 '차이트(Zei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재즈를 연주하지 쇤베르크를 연주하지 않는다"며 "쇤베르크의 길을 걷고 싶지않기 때문에 조성 음악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20세기말, 의식적으로 현대음악을 연주해야한다는 무브먼트에 맞서 청중과 호흡하는 음악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타고난 재능 덕분에 이른 성공을 거뒀지만 보수적이며 지나치게 아카데믹한 빈 음악계에 대한 반발심 또한 그의 느닷없는 행보와 연관이 깊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다보니 결점없는 연주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터. 그는 마치 스포츠에서 기록을 매기는 것처럼 매번 연주때마다 틀리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힘들었다고 한다. " 클래식 무대에서는 만족감,평안,사랑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덧붙임과 함께. 실제로 그의 바흐, 베토벤 음반들은 전통적인 조형미가 한껏 살아있는데 온전히 정통 클래식이란 틀 안에서 성장했기에 예술적 자유를 꿈꿔왔던 그는 무척이나 답답했을 것이다. 비엔나 아카데미 회원들이 수여한 베토벤 링을 반납했던 그의 치기어린 결기는 좋은 예이며 확고한 저항이었다.
1999년 본인의 가짜 부고소식을 언론사에 알리고 결국, 버젓이 살아있음을 기념하는 '부활 파티'를 여는가 하면 나체로 연주하는 극단적인 기행도 서슴치않았는데 이는 많은 이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비엔나 스타일의 음악과 재즈 블루스를 절묘하게 결합해낸 것을 비롯해 음악 장르간의 경계를 허문 성과나 가장 보수적인 비엔나 음악계 한복판에서 솔직담백한 입담과 행동으로 '예술적 자유'를 외쳤던 그의 용기는 박수 받을만 하다. 현재 그는 클래식을 비롯해서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오간 천재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예술세계는 참신함과 더불어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된 예술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는 현시대와 궤를 같이한다. 자기 자신을 '20세기 후반,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비엔나 출신 음악가'로 추켜 세우다보니 생전 호불호가 갈렸는데 개인주의적 성향과 소신 발언에 거침없는 이 시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어떤면에서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 아닐까.
그의 저서' Wort zur Musik'에서 그는 주장한다. "음악가의 과제는 관객에게 행복감을 주거나 최소한 기분이 나아지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다". 괴짜,미치광이라는 수식어에 아랑곳하지않고 오롯이 자신의 자유로운 예술철학을 견지했던 그가 이 시대에 인정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굴다 첼로 협주곡 op.129는 5악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1악장 '서곡(Overture)'을 들어보라. 빅밴드 스타일의 금관악기에 첼로의 경쾌한 리프와 록,펑크 스타일이 녹아있으며, 또한 이와 대조적으로 서정적인 오스트리아 민속 음악도 등장한다. 재즈나 펑크,록에 어울릴 법 하지 않은 첼로가 돋보이면서도 다양한 음악장르가 녹아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며 듣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음악임에는 틀림없다.
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XgvUfJKEvPU&list=RDC1vtL63PWn8&index=2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1-12-23 1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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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장문원_이음 공모, 장애예술가들을 향한 예술지원의 힘”
코로나19는 지난 2년간 우리의 삶을 멈추게 하고 모두가 삶의 불편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장애 예술가들은 늘 이러한 불편함을 이겨내고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치유의 장’을 펼친다.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 비대면 예술활동, 다양한 국가지원사업, 배리어프리(barrier free)에 대한 관심 등이 고조되는 등 아픔 속에서 2022년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프로젝트들이 한국예술현장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를 주도해온 곳은 다름 아닌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안중원, 이하 장문원·이음), 여느 문화재단보다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펼쳐지지만 아직 이를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지원 사업들은 공연과 시각, 다원예술 등 창작과 향유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의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사업 내용. 2022년 사업도 1월초 공지될 예정이다. 공모 요강과 사업내용은 장문원 홈페이지(www.i-eum.or.kr) 참조
장문원 이음의 ‘장애예술인 지원사업’ 이모저모
2021년 창작 활성화 지원은 11억원예산에 지원 대상은 장애인 단체(4000만원), 개인(1000만원)이며, 지원분야는 공연, 시각예술, 문학 등 3개였다. 지원신청 시 최근 3년간 주요 문화예술 활동 경력을 제출해야 하며, 개인 예술가의 경우 개인발표물, 작품집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유망예술 프로젝트 지원은 최대 1억원으로 장애인 예술의 기획・창작・역량강화를 통해 대표적 프로그램 개발 및 제작을 지원해 특성화된 장애인예술 콘텐츠 발굴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총 예산은 5억원이다. 장애인 예술 인력의 전문화를 위한 역량강화(교육, 워크숍, 연수) 프로그램 및 국내・외 장애・비장애 예술가와의 협업 등을 통한 융복합적 실험 프로그램, 고유 레퍼토리 개발 등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대상은 장애인 예술단체로 한정하며, 2년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1차년도 성과 평가 및 2차년도 지원금 확정 심의를 통해 2차년도 지원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제출자료는 지원신청서와 최근 3년간 주요 문화예술 활동 경력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향유 프로그램 지원 예산은 총 9억원으로, 한 단체당 최대 4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지원 대상은 장애인 예술단체, 비장애인 예술단체지만, 비장애 단체의 경우 장애인 단체가 주체거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지원신청 시 최근 3년간 주요 문화예술 활동 경력을 첨부해야 한다. ‘커뮤니티 예술 활동 지원’은 총 2억원의 예산 규모로, 공연, 시각예술, 문학 등의 분야인 아마추어 장애인 동호회 등 장애인 5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가 지원 대상이다. 또 발달장애인 가족 등 이해관계자들간의 자발적 문화예술 활동 모임도 대상에 포함됐다. 한 단체 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지원’은 총 6억원 규모로, 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예술가 육성,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을 하는 장애인 예술단체, 비장애인 예술단체가 그 대상. 한 단체 당 최대 4000만원 지원받는다.
지원분야는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운영 사업(교육, 실습)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사업(유형별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연구, 시청각 장애인 교안 개발 등)이다. ‘기획공모’ 역시 장애인 미술행사의 발전을 위한 ‘장애인 미술행사 지원’ 사업으로 총 4억3000만원이 편성되어, 최소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지원했다. 사업내용은 ▲장애인 미술가의 발굴, 육성, 교류 등을 목적으로 기획된 전시, 교류, 유통행사 지원 ▲사업의 기획과정, 운영과정, 행사구성을 창의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대표적인 장애인 미술행사 발굴 및 지원 등으로, 기존 장애인 국제교류전, 장애인 아트페어 등을 참고하되 기존 사업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참신한 장애인 미술행사여야 한다. 2022년 사업은 올해보다 개편되는 부분이 있지만, 앞의 내용을 참조해서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다.
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 홈페이지의 다양한 공모사업 및 예술관련 소식들 (이음 홈페이지)
재난 속 정체성찾기, 장애예술가들의 경계 건너기
2020년 7월 서울문화재단은 ‘재난과 장애예술’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김승수 극단 핸드스피크 배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장애예술가들의 경제적 제약을 ‘큰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일반인들보다 소외된 장애예술인들이 겪는 일상과 창작활동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었다. 작년 장애관련 뉴스들은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듯 국고지원과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두 가지 시각의 주제를 보여주었다. 장애예술인지원법 국회 통과와 문체부의 장애예술인 지원 확대, 대다수의 문화운영 시설 휴관, 포스코1%나눔재단의 장애예술인 대중화 지원 프로젝트 론칭 등과 같은 사례이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화두들은 1년이 지난 2021년의 상황 속에서 비대면 예술로의 확장과 장애예술가들의 치유중심의 예술활동이 대거 늘어나는 등, 폐쇄적 환경을 극복하고 장애인의 공간적 제약을 거꾸로 새롭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비장애 작가든 장애 작가든 관계없는 함께 누리고 나누는 ‘유니버셜 아트’의 실현이 그것이다. 작년에는 신선했던 화상회의와 협업을 통한 온라인 전시·공연 등이 어렵지 않게 행해지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어찌 보면 코로나19에 직면한 장애예술인들의 자세는 포스코 코로나 시대가 가져올 함께하는 예술과 공간적 배리어프리에 대한 다양한 정체성을 질문하게 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2020년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한 전초전이었다면, 2021년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를 받아들이고 험난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장애 예술계가 “2020년 실현된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을 전면적으로 시행한 해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웹진 이음 24호는 문화적 권리로서의 배리어프리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출처: 이음웹진 홈페이지)
앞서 언급한 법제도 개선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산하기관에 장애예술 및 장애예술인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부분이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문화예술계에 마련된 배리어프리 프로그램, 이는 장애를 극복한 새로운 창작형식을 통해 주변중심의 소수자의 예술로 치부되던 시각예술 환경을 가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해설, 자막, 수화, 점자 등의 삽입을 넘어 예술자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느끼게 하는 통감각적 예술로 보는 기회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12월1일에서 12일까지 열린 '2021무장애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 포스터
마이너 예술장르에서 확장된 예술로 ‘무장애예술주간 2021’
올해 두 번째 행사인 ‘무장애예술주간’은 장애의 다양한 층위를 동시대 예술 속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관점과 재료를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한 장애예술의 창작과정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무장애예술주간은 장애예술과 관련된 국내외 주요한 이슈와 동시대 필요한 담론을 형성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완성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장애예술 플랫폼이다. 고무적인 것은 장애예술 현황과 쟁점을 짚어보는 탭톡(Tap Talk)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예술 관련 지식과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한 댄스필름, 시어터필름, 연극, 접근성에 관해 탐구하는 디자인전시, 전시퍼포먼스, 시각예술 매거진 발간 등 장애와 비장애의 선을 허무는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객을 맞이했다.
장애와 컨템퍼러리를 주제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국내외 장애·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한 축제의 장으로, 아티스트 토크, 온라인 포럼 등이 장애 예술의 대중화와 다양성을 열었고, 장르간 협업과 국제교류를 여는데 기여한 행사였다. 이렇듯 장애인들의 예술은 우리 사회의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대등한 주체로써 함께해야할 이웃들의 고민이자 사회공통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장애문화예술인식 확산과 장애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지속가능한 교류와 내용들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21-12-17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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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해마다 12월이 되면 어김 없이 들려오는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 그 중에서도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이하 ‘All I want’)는 아기 예수 대신 크리스마스의 심볼이 된 듯하다. 발매한 지 25년이 훌쩍 넘게 흐르는 동안 이 곡은 유수의 문화콘텐츠들과 함께 언급되어 왔다. 2003년 관객들을 만난 후 역시 이 시즌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손꼽히는 ‘러브 액츄얼리’(감독 리차드 커티스)가 대표적이다. 머라이어 캐리와 브라질 출신의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월터 아파나시프가 함께 작곡한 ‘All I Want’를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열 살을 갓 넘긴 소녀의 앳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수많은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얽혀 있는 이 영화에서 ‘샘’은 최근에 엄마를 잃은 소년이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게 그 슬픔을 이겨내고 있지만 학교 친구 조애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아빠의 도움을 받아 드럼을 연주하며 그녀의 눈에 띄고자 하지만 인기 많은 조애나에게 고백을 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영화는 샘을 통해 조애나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정작 그녀는 베일 속에 감춰 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공개한다. 관객 모두를 기립하게 만드는 공연이 끝나면 무대 커튼이 열리면서 또 다른 주인공인 영국수상의 진한 키스신이 이어진다.
대다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밝혀지고 갈등이 풀어지는 절정부를 수놓기에 ‘All I want’ 선곡은 신선하지는 않을지언정 적확한 것이었다. 여기서 코러스와 밴드, 댄서를 대동하고 화려하게 등장해 능숙한 노래 실력을 뽐낸 이는 1992년생의 올리비아 올슨이다. 활발하지는 않으나 최근까지도 배우 및 작가로 활동을 간간이 이어오고 있다.
‘러브 액츄얼리’에는 ‘All I Want’ 외에도 크리스마스 성가는 물론이고 ‘All You Need is Love’, ‘Christmas is All Around’ 등 귀에 익숙한 명곡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그 여파로 ‘물랑루즈’(감독 바즈 루어만, 2001), ‘위대한 게츠비’(감독 바즈 루어만, 2013) 등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스코어가 묻힌 것이 다소 아쉽지만 영화의 유전자에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었음은 분명하다.
윤성은의 Pick 무비
부디 당신에게 318분의 러닝타임이 행복할 수 있기를 ‘해피 아워’
25분짜리 드라마 에피소드 한 편을 보는데도 스마트폰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한 관객들에게 5시간 18분짜리 영화는 고문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당장 지난 달 개봉한 ‘이터널스’(클로이 자오, 2021)의 흥행성적(관객수 약 300만명)은 엔터테이닝 무비의 최고봉에 있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조차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속화시킨 OTT 콘텐츠의 붐 앞에서 무기력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시국에 액션도 천재지변도 없는 318분짜리 영화를 개봉시키다니, 이 영화의 관계자들은 동시대의 문화적 기류를 거스르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해피 아워’(하마구치 류스케, 2021)는 의외로 보다 느리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세상에 꽤 많을 거라는 전제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아주 천천히 주인공들의 일상과 감정에 스며들면서 그들의 결정에 동의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픈 사람들, 영웅서사와 자극적인 표현들에 지친 사람들, 몇 시간이라도 핸드폰을 손 멀리 치워놓고 싶은 사람들, 대개는 남다른 취향을 가진 그들이 이 영화를 볼 준비가 된 관객들이다. 그 기저에 뭐가 있든 특별한 것만은 사실이다.
‘아카리’(다나카 사치에),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 ‘후미’(미하라 마이코), ‘준’(가와무라 리라)은 성격도 직업도 다르지만 자주 모이고 여행도 함께 다니는 친한 친구들이다. 아카리는 이혼하고 혼자 사는 요양병원 간호사이며, 준은 외도를 해 이혼 소송 중이고, 후미와 사쿠라코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꽤 묵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네 주인공이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각자가 처한 상황과 해결점에 대해 토론과 반목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천천히 진행되던 개별 사건들이 결말에 도달한다. 준이 사라져 버리고 아카리가 다리를 다치는 중반부, 사쿠라코와 후미가 결혼 생활을 끝내려 하는 결말부 사건과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모든 신들을 가능한 한 담담하게 풀어낸다.
가령, 사쿠라코와 후미가 남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들은 공히 조용하고 이성적인데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들이 이런 상황에서 나누는 현실 대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연출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감정을 자제하고 논리를 앞세우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개인적 성향인지는 알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그가 시끄러운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는 점일 것이며, 이것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화 곳곳에 다큐멘터리처럼 길게 이어지는 진득한 대화신들을 배치해 등장인물들 각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보게 한다. 때로는 스파크를 일으키며 오가는 말들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의 힘과 가능성이 느껴진다. 그 끝에 누군가에게는 원치 않는 결론이 있다 할 지라도 진솔한 대화는 슬픔과 분노, 원망 등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주는데 예외 없이 유익하기 때문이다. 318분의 러닝타임이 당신에게 ‘해피아워’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21-12-17 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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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악 Prologue!
아쟁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함께 부르는 아쟁 병창. 활로 켜서 연주하는 거문고와 가야금. JTBC 풍류대장에 등장하는 국악인들의 색다른 시도들은 듣는 즐거움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태평소, 장구, 정주, 나발, 나각 등등 그간 알지 못했던 혹은 잘 알고 있다 여겼던 국악기들을 새로이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악기 중에도 피리와 북은 궁중과 민간에서 두루 연주되며,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온 악기들이다. 우리는 피리와 북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어 소리 내는 모든 악기의 이름, 피리
피리는 가장 흔히 듣는 국악기 이름 중 하나다. ‘빈 대에 구멍을 뚫고 불어서 소리 내는 악기’를 통틀어 ‘피리’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리코더부터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리리’ 개구리 왕눈이가 연주하는 악기까지 모두 피리라 통칭한다. 그래서 국악이 낯선 이들은 ‘피리’라는 이름을 가진 특정 악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기도 한다.
프랑스 화가 마네의 그림에는 ‘피리 부는 소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림 속 소년은 악기를 가로로 들고 연주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한 박노수 화백의 그림 ‘피리부는 사나이’나 조각가 윤승욱의 ‘피리부는 소녀’도 모두 악기를 가로들고 분다.
하지만 국악기 피리는 대표적인 종적(縱笛) 즉, 세로로 쥐고 부는 악기다. 서양 악기인 오보에처럼 악기에 서(리드)를 끼워 연주하는 ‘겹서 악기’이기도 하다. 크기는 작지만 소리는 깜짝 놀랄 만큼 크다. 전통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웅장한 관악합주곡의 주선율을 이끌고, 때로는 애절한 가락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어린이 음악극의 방귀 소리까지 거뜬히 흉내 내는 악기가 바로 피리다.
피리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로 나뉘는데 가장 많이 연주하는 것은 향피리다. 향피리보다 굵고 소리가 큰 당피리는 종묘제례악 등에, 셋 중 가장 가늘고 소리도 작은 세피리는 실내악 연주나 가곡 반주 등에 쓰인다.
‘관악영산회상’, ‘수제천’과 같은 곡에는 국악기 ‘피리’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선율 악기이고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악기이기에 독주곡이나 협주곡으로 작곡한 창작곡도 많다. 피리 연주자 윤형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4장의 음반을 연달아 냈다. 영산회상부터 산조, 창작 음악까지 다채롭게 담겨 있어 취향껏 골라 들을 수 있다. 처음 듣는 국악곡이 낯설다면 유튜브에서 피리로 연주한 가요들을 찾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절절함도 흥겨움도 옹골지게 표현해내는 피리의 매력은 장르 불문이다.
궁중 음악 ‘수제천’ 연주 모습(ⓒ 국립국악원)
북, 간명한 악기의 여러 가지 이름
북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악기다. 이름은 한 글자에 지나지 않으나, 다종다양한 국악기 ‘북’은 전통 예술에서도 가무악(歌舞樂)에 두루 쓰이는 명실상부 대표 타악기다.
국악 공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북으로, 소리북과 풍물북이 있다. 소리북은 소리판에서 북재비, 고수鼓手가 치는 북이다. 판소리의 반주를 담당하며, 고수는 북채와 맨손을 함께 사용해 장단을 친다. 판소리 고법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소리북은 북통에 가죽을 씌우고 놋쇠 못을 박아 고정해 만든다.
이와 달리 풍물북은 사물놀이나 판굿에서 쓰는 북으로 북채를 이용해 연주한다. 북통 양쪽에 가죽을 대고 끈으로 엮어 매어 모양새부터 소리북과 차이를 보인다. 소리북과 풍물북 모두 북채 하나를 사용하지만 승무와 진도북춤, 무고 등의 춤을 출 때는 양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친다.
쉽게 접하기는 어렵지만 궁궐의 각종 의례에서 사용했던 북의 종류는 더욱 다채롭다. 제사와 잔치에서 악기를 달리해 썼기 때문이다.
제례악에서 사용하는 북으로 ‘절고’와 ‘진고’가 있다. 제례악은 ‘등가’와 ‘헌가’라고 불리는 두 개의 악대가 번갈아 연주를 했는데 절고는 등가에, 진고는 헌가에 편성되어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악구(樂句)를 구분짓는다. 이밖에도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는 북면이 각각 6개인 뇌고와 뇌도가, 땅에 지내는 제사에는 북면이 각각 8개인 영고와 영도가, 사람에 지내는 제사에는 북면이 각각 4면인 노고와 노도가 쓰였다.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사직제례악 공연에서 영고와 영도를, 문묘제례악 공연에서 노고와 노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의 건고
한편 궁중의 잔치 모습을 남긴 병풍 그림에서는 악사들의 모습과 함께 각종 악기를 볼 수 있는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건고’다. 전통 악기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북이다. 북틀에 매달아 치는 ‘응고’와 ‘삭고’ 사이에 위치하며,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궁중 잔치가 없는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국악원이 개원 60주년, 세종대왕 탄신 615주년 등을 기념해 경복궁 근정전에서 ‘세종조 회례연’을 재현한 공연에서 연주된 바 있다. 궁궐의 뜰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장엄한 북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던 그날의 잔치가 돌아오는 새봄, 다시 열릴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21-12-10 1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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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종원의 커튼 콜
최근 국내 무대에서 오스트리아 뮤지컬들의 인기몰이가 대단하다. 오랜 세월, 음악과 이야기를 더해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독일어권 공연시장, 특히 독일어 오페라의 전통이 현대의 뮤지컬 산업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양상이다.
오스트라아의 수도인 비엔나에 가면 라이문드 극장이나 베토벤의 여러 교향곡들이 초연됐다는 유서 깊은 씨어터 안 데어 빈 등에서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오페라의 유령’의 독일어 버전인 ‘다스 판톰 데어 오퍼(Das Phantom der Oper)’나 ‘거미 여인의 키스’의 독일어 제목인 ‘쿠스 데어 쉬피넨프라우(Kuss der Spinenfrau)’등 영미권 뮤지컬들의 독일어 번안작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제는 독자적인 오스트리아산 창작 뮤지컬도 흥행시키며 각광받는 문화산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우리 뮤지컬 산업과 견주어보아도 매력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
국내에 소개된 오스트리아산 흥행 뮤지컬들로는 ‘모차르트’와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이 있다. 대부분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을 지배했던 시기나 시민혁명의 근대 변혁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탓에 화려한 궁중의 무도회와 드레스를 차려 입은 귀족들, 혹은 새로운 사상과 신념에 변화를 꿈꾸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튬 플레이’ 혹은 ‘코스튬 뮤지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화려한 복식의 볼거리 많은 무대라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흥미롭게도 이 부류의 작품들은 일본에서 먼저 인기를 누리고 우리나라로 유입된 경향도 있는데, 아마도 ‘아시아의 유럽’이고 싶어하는 일본 대중들의 관심이 반영된 탓이라 추측된다. 합스부르크의 황녀로 태어나 14살의 나이에 프랑스 부르봉 왕가로 시집갔던 비운의 황녀 ‘마리 앙투와네트’는 그런 일본인들의 관심이 반영됐던 일본산 유럽배경의 뮤지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카라즈카로 유명한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엇비슷한 성격의 문화적 산물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스트리아산 뮤지컬의 전부는 물론 아니다. 다양하고 폭넓은 실험과 도전은 비엔나산 창작뮤지컬들에서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다. ‘사극’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장 흥미로운 변주의 사례가 바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터리 뮤지컬 ‘레베카’다.
원작은 영국의 여류작가인 데프니 듀 모리에가 1938년에 발표했던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녀 스스로가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특히 그녀의 대표작인 ‘레베카’는 28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을 정도로 영국에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가 글로벌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서스펜스 스릴러의 대가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 제작했던 동명 타이틀 영화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로 치면 ‘땅끝 마을’쯤 되는 영국의 남서쪽 지방인 콘월을 배경으로, 상상 속 전원저택인 멘덜리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주인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펼쳐진다. 히치콕의 영화는 흑백버전이라 언뜻 생각해보면 컬러 동영상에 익숙한 요즘 대중들에겐 색 바랜 이미지를 연상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영화를 시작하면 눈길을 떼기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매력을 담고 있다. 히치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첫 오스카상의 영광을 안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은 노블컬이라 부르고, 영화가 원작이면 무비컬이라 부른다. 뮤지컬 ‘레베카’는 소설과 영화를 모두 적절히 반영한 노블컬과 무비컬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초연은 빈의 라이문드 극장으로 3년여의 장기 흥행됐다. 초연의 인기는 독일어권 시장으로의 확대로 이어졌고, 핀란드나 일본, 우리나라 등지로까지 번안무대가 꾸며지는 글로벌 흥행을 이뤄냈다. 원작과 작사를 맡은 미하엘 쿤체가 처음 소설을 접한 것은 그가 10대시절이었다.
미스터리한 이야기 전개는 단번에 그를 매료시켰고, 훗날 다시 소설을 접하며 뮤지컬화의 꿈꾸게 됐다. 하지만 무대화는 순탄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작가로부터 다양한 파생상품 제안을 받았던 모리에의 아들이 판권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그가 미하일 쿤체의 흥행 뮤지컬인 ‘엘리자벳’을 처음 보게 됐고, 이에 매료돼 결국 뮤지컬화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다시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 작업이 2년여동안이나 전개되는 오랜 정성 끝에 뮤지컬 ‘레베카’는 세상에 등장했다. 처음엔 영국에서 독회를 여는 등 영미권 시장을 겨냥했지만, 창작진의 본 무대인 독일어권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방향이 수정됐다. 프란체스카 자벨로가 연출한 초연은 버라이어티로부터 ‘꿈같은 무대’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흑백 스크린으로 구현됐던 히치콕 특유의 알싸한 뒷맛을 남기는 등장인물들과 소설속의 고즈넉한 저택은 우리나라 무대로 진출되며 형형색색의 무대 장치와 감탄을 자아내는 영상 효과로 대체됐다.
오스트리아나 일본에서의 무대를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국내로 옮겨오며 이 작품이 얼마나 효과적인 비주얼적 완성도를 가미했는지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원작자인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하며 큰 만족을 전했다는 소문도 그래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고 또 이해할 만하다.
특히 영국 콘월지방을 알고 무대를 보면 이 뮤지컬이 만들어내는 비주얼적인 향취를 더욱 만끽할 수 있다. 웨일즈 남단의 콘월 지방은 우리의 강원도처럼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청정지역이다. 아더왕 전설의 배경이 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별장이나 저택 등 옛 귀족들의 주거지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극의 공간적 배경인 맨덜리 저택 역시 엇비슷한 장소다. 특히 우리말 무대에서는 영상이 이런 공간적 배경을 잘 살려주는 효과적인 매개체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절벽 아래의 바닷가 풍경이나 검푸른 어둠속으로 비가 내리는 영국 시골의 정취, 매서운 바닷바람이 들이치는 발코니나 잠깐씩 비추는 햇살 속에서도 빠르게 흐르는 구름 등은 영국 전원 마을 특유의 정취를 완성도 높게 시각화해낸다. 원래 독일어나 일본의 번안 무대에서는 없었던 우리만의 표현기법과 연출이라 더욱 감탄을 자아내는 이 뮤지컬의 숨겨진 감상 포인트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2021-12-10 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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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
<요요마 연주장면> 2021년 3월, 특별한 연주가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도시의 지역 대학에 설치된 코로나 진료소. 진료소의 구석에 자리잡은 중년의 남자가 조용히 첼로를 꺼내 연주를 시작했다. 널찍이 떨어져 앉아 접종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내 첼로의 선율이 진료소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과 아베마리아가 울려퍼지는 동안 사람들은 그의 연주에 가만히 귀 기울였고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검은 헌팅캡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구석에서 15분의 연주만으로 진료소를 근사한 콘서트장으로 변신시킨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는 바로 첼로의 거장 요요마. 조회수 28만을 기록한 그의 영상은 진료소를 넘어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전 세계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있다.
요요마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첼리스트로 1955년 프랑스에서 출생해 미국에서 교육 받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해 인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음악가로서는 제법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8번의 그래미 수상과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첼리스트로도 알려진 요요마의 앨범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레퍼토리 뿐만 아니라 초연곡도 상당수이며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도 심심챦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음악적 탐구심은 클래식계와 대중음악, 민속음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의 활동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약20개국에서 모인 음악가들로 구성된 이 앙상블은 클래식, 비(非)클래식, 민속음악 등을 접목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음악의 장르적 융합에 대한 높은 관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의미있는 행보에 적극적으로 음악을 활용하는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앞서 언급한 코로나 진료소의 연주 역시 “음악인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는 그의 신조를 옆볼 수 있는 사례이다.
그의 인간적인 행보는 이전에도 한 차례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2018년부터 2년간 진행된 바흐 프로젝트에서 그는 “Culture Connect Us"라는 슬로건으로 6개 대륙에서 36번의 바흐 무반주 곡을 연주했다. 그는 전 바흐의 음악에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 주목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이 문화를 어떻게 연결하며 더 나은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시작에 앞서 요요마는 “우리는 모두 문화적 존재입니다. 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연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라고 전했으며 칠레에서는 유럽남방 천문대를 방문해 우주와 지구의 연결을 의미하는 연주를, 레바논에서는 최악의 전투를 경험한 도시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연주를 진행했다. 또, 2019년 9월에는 한국 비무장지대를 찾아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했다. 대성동 초등학교에서는 리기태 민속연 명장과 함께 어린이들과 미래의 소원을 담은 공연을 꾸미고, 도리산역에서는 정부 관계자, 이산가족, 탈북자, DMZ 주민 등이 참석해 남한과 북한을 음악으로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방한기간중 DMZ를 방문한 요요마>
그는 바흐의 음악에는 분열된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있다고 믿고 공연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바흐를 즐길 수 있도록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 공연장을 선택했고, 연미복이 아닌 야구모자와 와이셔츠만으로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음악을 매개체로 사회 이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행동의 날(Days of Actions)"로 이름 붙인 특별한 행사에서는 지역 사회의 이슈를 프로젝트의 화제로 삼아 각 나라와 지역의 상황에 따라 교육ㆍ기술ㆍ정치ㆍ환경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음악과 연결해 교류하는 장을 열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음악적 행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음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신을 드러내 왔다. 2019년 미국이 멕시코 접경에 장벽을 건설할 당시에도 “문화는 벽이 아니라 다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건설 현장에서 연주를 했고, 코로나 진료소 연주 이후 이어진 조선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며 “음악인이라는 내 직업이 지닌 사회적 책무는 과학자와 화가, 작가와 결코 다르지 않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요마 역시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 첼리스트 중 하나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통해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했고 대중들에게 분명한 울림으로 닿았다. 실크로드 앙상블을 통해 그는 음악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바흐로 분열된 사회에 분명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코로나 사태로 지쳐가는 사회에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행보의 저변에는 그의 뛰어난 공감 능력이 있었다. 사회에 대한 공감, 아픔을 감응하는 능력,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사회의 주요 문제들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리고 사회는 그의 음악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예술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그리고 사회의 건강한 움직임을 위한 목소리는 공감능력을 통해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음을 배운다.
코로나 펜데믹 동안에는 'Songs of Comfort and Hope'라는 주제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첼로로 부르는 위안과 희망의 노래이다. 그는 팬데믹이 사람들 간의 교감을 빼앗아 갔지만 음악은 마치 실제로 우리를 만져주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고 했다. 그가 또 한번 음악으로 어떻게 우리를 어루만져 줄지 기대가 된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2021-12-03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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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병준의 클래스토리
10분.
짧은 시간일까요? 아니면 긴 시간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10분의 시간을 짧다고 여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침에 조금만 더 자고 싶을 때, “10분만 더 잘께..” 라고 말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10분을 더 자고 일어난 탓에 지각을 하고 말았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도 꽤 되겠지요. 별 것 아닐 것 같은 10분의 차이. 하지만, 그 차이는 경우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것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일레아나 코트루바스(I. Cotrubas, 1939-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와 <라 보엠>의 ‘미미’ 역으로 특히 유명했던 그녀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51세라는 이른 나이에 무대를 떠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드라마틱하게 스칼라 극장에 데뷔했다는 것이지요.
1975년 1월 7일, 스칼라 극장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 공연될 예정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로돌포’ 역에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L. Pavarotti, 1935-2007)가, 여자 주인공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M. Freni, 1935-2020)가 캐스팅된 상태였습니다. 이 오페라의 공연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캐스팅으로 손꼽히곤 하는 이들의 호흡을 많은 이들이 무척 기대했을텐데, 공연 당일 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프레니가 아파서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었지요. 그러자, 파바로티가 ‘코트루바스를 데려오자’고 제안합니다. 당시 코트루바스는 런던 근교에 살고 있었는데, 스칼라 극장에서 아직 노래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극장 측에서는 그녀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았고, 그녀는 당시 ‘미미’를 1년 정도 부르지 않았던 상태였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비행기 티켓을 사서 급히 스칼라 극장이 있는 밀라노로 향했습니다.
시간은 매우 촉박해서, 코트루바스는 비행기 안에서 분장을 스스로 시작해야 했고, 극장 측에서는 공항으로 그녀가 타고 올 차를 보냈는데, 경찰이 호위한 상태였지요. 극장에 도착했을 때는 공연 시작 불과 15분 전. 그녀는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의 지휘 방식에 대한 지휘자의 메모만 전달받은 채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를 망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 공연은 대성공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성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녀는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가 끝나자, 극장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고도 회고했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의문이 생깁니다. 보통 극장에서는 공연에서 주역 가수가 갑자기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하여, 대타를 마련해놓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수를 커버(Cover)라고 부르지요. 그러니, 멀리 있었던 코트루바스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와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코트루바스가 공연 시간에 임박하여 극장에 간신히 도착했을 때, 이미 한 가수가 분장을 마치고, 가발까지 쓴 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수의 이름은 지네트 필루(J. Pilou, 1937-2020). 이 <라 보엠> 공연 한 달 전,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조연인 ‘마르첼리나’ 역으로 스칼라 극장에 데뷔했던 가수였지요. 필루는 이미 1967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데뷔하는 등, 당시의 코트루바스처럼 국제적인 커리어를 잘 다져가고 있던 가수였습니다. (그녀의 메트 데뷔는 공연 당일 아팠던 가수를 대신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아팠던 가수도 프레니였습니다.)
코트루바스(왼쪽, 출처: www.taminoautographs.com)와 필루(오른쪽, 출처: parsifal79.blogspot.com)
스칼라 극장은 만약 코트루바스가 공연 시작 10분전까지 도착을 하면, 코트루바스가 공연을 하고, 만약 5분 전에 도착하면, 필루가 공연을 할 것이라는 방침을 필루에게 전달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필루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파바로티부터 스칼라 극장 측까지 코트루바스를 제 시간에 데려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상황은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이 상황 속에서도 스칼라 극장에서 주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을 듯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코트루바스가 공연 시작 15분 전에 도착해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그녀는 분장을 지우고 극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불과 10분 차이였지요. 코트루바스가 10분만 더 늦었더라면, 그 무대에는 분명 필루가 올라갔을 것입니다. 물론, 무대에 오른다는 것과 성공적으로 그 무대를 마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만, 세계적인 무대에 주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 자체가 10분 차이로 날아가 버린 아쉬움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 <라 보엠> 공연 이후, 코트루바스는 확고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스칼라 극장에서는 몇 차례 더 <라 보엠>을 공연하였고, 독창회를 두 번 갖기도 했지요. 반면, 필루는 1977년 드디어 주연으로 스칼라 극장에서 노래했지만, 그 이후로 스칼라 극장 무대에 서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녀가 메트나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같은 다른 유명한 극장에서는 상당히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것을 생각해보면, 스칼라 극장 무대에 많이 서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만일 필루가 그 <라 보엠> 공연에서 노래했다면, 이러한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10분 차이로 두 가수의 희비가 엇갈려버린 <라 보엠> 공연 이야기에서, 코트루바스의 데뷔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때에는 알 수 없는 달콤씁쓸함이 느껴집니다. 모두가 행복하기는 힘든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지요. 어쩌면 그래서 더욱 곱씹어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추천영상: 필루와 코트루바스가 부른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를 비교하여 감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보다 맑은 음성의 필루와 보다 부드러운 음성의 코트루바스가 창조해낸 미미를 들어보세요. 필루의 음원은 1969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의 녹음이고, 코트루바스의 영상은 1979년 스칼라 극장의 공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979년 영상에서도 상대역은 파바로티가 맡았지요. (영상 퀄리티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참고로, 필루에 대한 일부 자료에서는, 그녀가 1960년에 이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스칼라 극장에서 데뷔하였다고 적혀있는데, 스칼라 극장 홈페이지의 아카이브에 따르면, 필루는 <피델리오>와 <파우스트> 두 작품으로 스칼라 극장에서 노래하였으며, 두 프로덕션 모두 1970년대 중반에 공연되었습니다. 그리고, 1960년에는 <라 트라비아타> 자체가 공연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1960년에 필루가 데뷔하였다는 정보는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필루가 부른 ‘내 이름은 미미’: https://www.youtube.com/watch?v=gcDYNELmNEI
<필자소개>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2021-12-03 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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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지킬앤하이드 공연포스터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인간은 때때로 이중적인 모습을 표출한다. 겉으로 드러난 자아와 본질적 자아가 완벽히 일치하는 경우란 지극히 드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둔 듯,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철학적 사고로부터 발전한 고찰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연구로 발전하는 데 이르렀고, 자아 성찰의 결과물로 남아 수많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킬 밑거름이 되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도 그러한 시대의 흐름이 잘 나타나 있다. 신사답고 능력 있는 의학박사 지킬이 좀처럼 풀리지 않던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신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과연 그가 어떻게 응답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은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탄식을 이끌며 작품이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도록 만들었다. 어느덧 올해로 17년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흥행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뒤 오는 2022년 5월 8일까지 긴 호흡을 이어갈 예정인데, 일부 자극적인 장면을 감안해 이번 시즌부터 14세 이상 관람가로 관람 등급을 높였다.
작품은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전체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에 이르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며 초대형 흥행작다운 면모를 빛내왔다. 사실상 매회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놀랍게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한국에서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이 같은 결과는 뛰어난 감각으로 정평이 난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작품을 논 레플리카 제작 방식으로 들여와 ‘한국 스타일’에 맞춰 새로이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젊고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 캐릭터와 뚜렷해진 드라마로 완성된 ‘지킬앤하이드’가 탄생하게 됐고, 이제는 한국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흥행작으로 기록됐을 뿐만 아니라 제명 자체로서 이중인격을 대표하는 수식어로도 자리 잡게 됐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원제 , 1886)’으로부터 출발했다. 작품의 배경이 된 19세기 영국 사회상을 짚어보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죄악처럼 여겨져 내면에 품은 욕망을 겉으로 드러낼 수조차 없던 시기였다. 사회는 갈수록 발전을 거듭했으나 계층 간 틈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고, 기득권의 위선과 모순이 극에 달할 즈음 초월적인 인간을 향한 갈망이 뚜렷해졌다. 이 같은 경향은 뮤지컬에도 녹아들었다.
미스터리 추리물이지만 다소 평이한 전개로 펼쳐졌던 소설과 비교하면 뮤지컬은 훨씬 극적으로 각색됐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엠마와 루시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지킬과 하이드로 각각 나뉘는 인물의 입체적 면모를 서로 대비하며 부각한다. 이로 인해 스토리가 더욱 흥미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킬 박사가 품고 있던 인간 본연의 이중성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었지만, 여성들이 일종의 도구적 요소로 쓰이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킬앤하이드 공연장면 <사진제공 : 오디컴퍼니>
그럼에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앞서 밝힌 배경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환상적인 넘버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길을 거친 ‘지킬앤하이드’에는 리프라이즈를 포함해 총 서른아홉 가지 넘버가 등장하는데, 요즘 말로 ‘넘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 하나라도 좋지 않은 곡이 없다. 작품을 대표하는 넘버이자 쇼 스토퍼로 손꼽히는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 넘치는 힘이 매력적인 ‘Alive 2(얼라이브2)’, 지킬 박사와 하이드 사이 첨예한 대립이 돋보이는 ‘The Confrontation(대결)’은 최근 음원으로도 제작돼 공개됐을 만큼 인기가 많다. 또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A New Life (시작해 새 인생)’, 지나간 사랑의 추억이 눈앞을 스치는 듯한 ‘Once Upon a Dream (한 때는 꿈에)’, 앙상블의 저력이 느껴지는 ‘façade(가면)’도 놓칠 수 없다.
단순한 듯 직관적인 무대를 170분 동안 가득 채우는 역할은 역시 배우들의 몫이다. 최고의 역량을 지닌 배우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배우들로부터 ‘꿈의 무대’로 손꼽힌다. 이번 시즌은 초연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지킬의 역사’ 류정한과 믿고 듣는 ‘홍지킬’ 홍광호, ‘록지킬’이란 타이틀로 처음 합류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신성록이 함께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모든 배우가 늘 완벽한 무대를 선사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홍광호의 변신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한층 깊어진 연기와 여유로움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거침없는 인물을 선보였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유연하게 변주해 부른 노래 역시 큰 박수를 자아낸다. 올해 다시 ‘지킬앤하이드’로 무대에 선 홍광호가 과연 앞으로 얼마만큼 더 놀라운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계속된 흥행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인간 본성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인간이 가진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과연 어디에 판단 기준을 두어야 할지 모를 상황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품이 화두로 삼은 명제는 간접적으로나마 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무대와 온몸을 휘감는 전율,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의 분출을 감각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만나 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 확신한다.
* 논 레플리카 (Non-Replica) : 라이선스를 취득해 들여온 뮤지컬 원작을 공연이 진행되는 나라의 정서나 트렌드에 맞춰 변형 가능한 제작 방식을 뜻한다. 작품이 본래 가지고 있던 음악이나 대본에 바탕을 두고 수정과 각색, 변안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2021-11-26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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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존 케이지 (John Cage). 출처: Smithsonian Magazin
알레아토릭(Aleatorik)에 대하여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전직 교도관들이 민사 소송을 당했다. 수감자들에게 수갑을 채운 채 '아기 상어'를 몇 시간동안반복 재생해서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는 이유에서. 어쩌다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있는 한국의 깜찍한 인기 동요 ' 아기 상어'가 그들에게 '고문'으로 인식되었을까. 아무리 좋은 노래도 무한반복하면 넌더리가 날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클래식은 매년 레퍼토리가 거의 비슷한데 같은 작품만 연주하면 실증이 안나냐는 최근 만난 클래식 문외한 친구의 질문에 클래식의 정의를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떠오른 장르 ' 알레아토릭(Aleatorik) 음악'. 알레아토릭은 예술작품에 우연성을 도입한 것으로 그 어원은 라틴어로 주사위를 뜻하는 alea이다. 20세기 중반 이성을 음악에 철저히 반영한 음열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 몇몇 작곡가들이 일정한 틀안에서 연주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작품에 우연성이라는 여지를 허락했다.악보에는 음정, 강약,음가등이 명확하게 주어져있지 않으며 주어진 틀 안에서 연주자가 악구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있다. 그 결과 디테일 속에 매번 다른 예술적 결과물이 도출된다.
알레아토릭은 20세기 음악의 산물은 아니다. 18세기 주사위를 던져 우연성에 기댄 작곡기법이 게임처럼 성행한 적이 있다. 모짜르트의 음악적 주사위 놀이로 알려진 K.516f는 주어진 176개의 악절을 바탕으로 주사위를 던져 서로 조합하는 형식의 알레아토릭이다.
알레아토릭 기보의 예 출처: https://forums.steinberg.net
20세기의 알레아토릭은 이보다 진지한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그 중심에 서있는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를 빼놓을 수 없다.그는 엄격히 체계화된 음열주의(Serialismus)에 회의를 느끼고 음악에 우연성을 도입하였다. 중국의 역경(易經, I Ching)을 작곡원리에 대거 활용할 정도로 동양사상에 심취해있던 그는 서양식 필연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이치를 담은 동양철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변적인 '우연성'을 도입하였다
'Music of Changes for Piano'는 1951년 작곡된 곡으로 그의 대표작이다. 전체적인 형식은 정해놓고 음고, 음가와같은 음악적 요소들이 주역의 8괘와 세개의 동전을 던져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로 정해지는 것이다.
Credo in us라는 작품은 피아니스트, 타악기주자외에 기존의 클래식 음악,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을 무작위적으로 선별하여 틀어주는 사람이 더해진다.임의로 고를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 예를 들어 라디오 토크쇼, 광고등 모두 음악적 재료로 쓰일 수 있다. 이는 그때 그때 쓰이는 음악적 재료와 조합이 달라지면서 듣는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연주자에게는 재량권을, 듣는 이는 매번 참신함을 경험하는 것이다.존 케이지 외에도 슈톡하우젠, 루토스와프스키, 펠트만등 적지 않은 작곡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알레아토릭을 풀어냈다.
알레아토릭이라는 개념의 대중화에 기여한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가 알레아토릭을 활용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품의 진행이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듯 다른 듯, 색다른 참신함을 선사하는 알레아토릭. 클래식의 비밀병기다.
사실 케이지의 작품이 예기치 않은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그의 '소리예술'이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는 익숙치 않을 수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Witold Lutosławski )의 작품속에는 클래식의 전통적인 사운드 속에 알레아토릭이 적절히 녹아있다. 체인(Chain)은 그의 대표작으로 음악적 요소들이 서로 포개지며 흐름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어느정도 콘트롤된 형식속에 연주자들이 임의로 연주를 변주해낸다. 들을 수록 내면에 새로움이 꿈틀거리는 음악이다.
Yutube Link: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 'Chain(체인)'
https://www.youtube.com/watch?v=yB5zNed3HGI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1-11-26 10: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