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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3 –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책 속의 글자도 쉬어가는 곳이 있고, 자동차가 달리는 고속도로에도 쉬어가는 곳이 있고, 해님도 달님도 쉬어가는 곳이 있고 바람도 쉬어가는 곳이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도 지금 쉬어가는 중이다.”
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쉬어가는 곳을 만들어주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베네수엘라 빈민가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경제학자이자 음악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창단한 음악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베네수엘라 아동 및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국민적 시스템을 위한 국가재단’이라는 긴 정식명칭 대신 엘 시스테마(el Sistema)로 잘 알려져 현재는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포르투칼, 필리핀, 페루, 독일까지 전 세계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신화이자 모델로 자리잡았다. 2021년 1만2천여 명의 청소년, 성인들이 모여 ‘세계 최대 오케스트라’라는 기네스북에 도전하며 다시 한번 전 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엘 시스테마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엘 시스테마는 대략 40년을 거슬러 1975년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된다. 경제학자이자 이상주의였던 호세는 11명의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총 대신 악기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소리가 2015년에는 베네수엘라 전역에 400여 개의 센터와 85만 명의 아동이 함께하는 거대한 울림이 되었다.
현재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프로그램이 더욱 체계화되어 단계적 레파토리 체계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배워나간다. 유아기에는 노래로 접하기 시작해 아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3개월마다 레퍼토리를 하나씩 완성해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 청소년들은 자연스레 빈민가 거리를 방황할 시간에 안전한 센터에서 하루에 4시간씩 연습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아이들은 지역의 대표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기도 하니, 자연스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전문 음악인으로서 진로를 개척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청소년들은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스 외에도 스위스의 루체른 음악제,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엘 시스테마의 최정상 청소년 교향악단격인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연주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밖에 엘 시스테마의 교육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프로그램의 원리 및 교육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교사가 되어 다시 아이들을 지도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사용하는 악기의 수리와 제작을 담당하는 아카데미에서 일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은 모두의 예상을 훌쩍 넘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첫 번째 대표주자로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작은 도시 바르키시메토 출신으로 음악가인 부모님 밑에서 성장해 엘 시스테마에서 본격적으로 지휘를 수학, 18세에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되었다.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Youth Orchestra of Los Angles를 창단, 현재는 미국 내 많은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에딕손 루이스도 엘 시스테마를 통해 전문 연주자로 성장해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자리를 꿰찬 엘 시스테마의 성공 신화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는 엘 시스테마가 추구하는 목표 그대로 빈민가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거칠게 성장하던 중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을 접하고 전문 음악가의 진로까지 개척할 수 있었던 대표 사례로, 처음에는 주위의 권유로 엘 시스테마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에 즐거움을 느낀 그는 비올라를 거쳐 콘트라베이스로 전공을 바꾸고 15세에 미국의 폴리스 국제 콩쿠르 1위, 17세에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으로 멋지게 성장했다.
이 외에도 플루티스트 페드로 에우스타체,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에드워드 풀가르, 오보이스트 겸 지휘자인 나탈리아 루이스-바사 등이 엘 시스테마의 수혜자로 해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있는 음악인들로 손꼽힌다.
엘 시스테마를 거쳐간 많은 이들은 공통된 목소리로 “오케스트라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속감을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간 시간은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는 것 이상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성장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엘 시스테마는 정서적 안정부터 진로 문제까지 모두 안전한 환경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해결 가능한 과제임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정체성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엘 시스테마는 그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에서 협동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법, 그리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정신적인 ‘쉼표’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에 악기를 배우는 대부분은 입시 제도를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음악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보다 합격을 위한 압박감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불합격의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여유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누구도 쉬이 답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엘 시스테마는 이런 음악교육에도 반문을 던져준다. 음악이 청소년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는가? 함께 연주하고 완성해나가는 울림을 통해 음악을 즐겁게 경험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가? 진정한 음악교육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음악교육 역시 진정한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때가 왔다. 47년의 명맥을 이어오며 질적,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엘 시스테마에 참여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우리의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고찰할 차례이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2022-05-13 1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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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악 Prologue !
국악과 함께하는 어린이들 세상
신록이 역동적으로 세를 넓히는 계절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이 국악과 친해지길 바라며, 어린이 관객을 위해 전통 예술의 재미를 담뿍 담아 마련한 5월의 공연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전북 전주의 국립무형유산원 공연장 얼쑤마루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이야기보따리’가 어린이 친구들을 기다린다. 그중 어린이날 열린 첫 공연 <수상한 외갓집>과 21일 열릴 예정인 <숲속음악대 덩따쿵>은 엄마들이 직접 제작에 나서 눈길을 모으는 작품들이다.
<수상한 외갓집>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 공백이 생긴 여성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제작한 공연이다. 오래된 한옥을 배경으로 집지킴이 신들이 등장하며 농악과 굿, 민요와 연희가 어우러지는 음악극이다. 우리 고유의 삶과 정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작품으로 아이들은 우리 전통문화와 조우할 기회를, 엄마․아빠는 웹툰 ‘신과함께’에 등장했던 가신들과 재회할 기회를, 할머니․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추억 소환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어린이날 공연을 아쉽게 놓쳤다면, 인천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보자.
소래아트홀에서 21일(토) 공연하는 <수상한 외갓집>을 비롯해,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을 수상한 <어딘가, 반짝> 등 15편의 공연을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인천의 공공 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사단법인 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와 인천의 10개 공공 기관이 손을 잡고 마련한 '아시테지 IN 인천 - 아시테지 BOM 나들이' 축제로, 자세한 내용은 아시테지 누리집(assitejkore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숲속음악대 덩따쿵>은 국립민속국악원 연주 단원인 엄마들이 모여 만들고, 아이들의 모니터링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온 공연이다. 극중 배경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요 ‘산중호걸’에 등장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다. 해금․가야금․거문고․아쟁 등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했다. 국악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 엄마 마음이 곳곳에 묻어나는 공연이다.
이밖에 14일(토)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의 <토끼가 어떻게 생겼소?> 공연은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브로 전통 연희가 어우러지는 작품이고, 28일에 펼쳐질 잔치마당의 <금다래꿍>은 교과서에도 실린 서도 민요, ‘금다래꿍’을 바탕으로 사물놀이가 곁들여진 음악극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음악극축제' 역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어린이 음악극들을 선보인다. 5월 둘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제비씨의 크리스마스>가, 그 다음 주에는 <만보와 별별머리>가, 마지막 주에는 <말하는 원숭이>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제비씨의 크리스마스>는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어린이 국악극으로 녹였다. 2019년 제27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에 빛나는,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작품이다. <만보와 별별머리>는 창작 연희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광대생각’의 2014년 데뷔작이자 전통 연희 활성화 사업의 창작 작품 부문 대상 선정 작품으로, 탈놀이와 재담 등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웃음보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말하는 원숭이>는 창작 판소리 작품 제작에 특화된 ‘타루’가 2016년 만들어 초연한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오르는 인기 작품이다.
유아기부터 전통 음악을 보다 친밀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국립국악원의 ‘토요국악동화’도 연중 상설 공연을 이어간다. 5월에는 도깨비와 삽살개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깨비친구 삽살이>가 풍류사랑방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지난 4월 말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관련하여 '음악과 교육 과정 시안 개발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 과정에서 국악 관련 내용이 축소 혹은 배제됨에 따른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간 학교 교육에서 국악의 비중을 점차 늘려왔지만,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우리 음악을 들으며 자란 세대와 비교하면 갈 길이 여전히 먼 것이 현실이다. 무언가를 없애기는 쉬워도 다시 만들기는 어렵고, 오래 묵은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대물림하여 간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지키고자 하는 곡진한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져야 비로소 ‘전통’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물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임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되는 계절이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22-05-13 1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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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병준의 클래스토리
<전원 교향곡 이전의 전원 교향곡>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지만 자연에 대한 경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알면 알수록 자연에 대해 경탄하게 되지요. 문학과 미술 등 많은 분야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표현해왔고 이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을 그려낸 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곡이 바로 베토벤(L. v. Beethoven, 1770-1827)이 작곡한 교향곡 제 6번 전원(Sinfonia Pastorale)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1808년 초연된 <전원 교향곡>은 총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악장마다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들이 붙어 있지요. 널리 알려진 그 제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악장: 시골에 도착했을 때 즐거운 감정이 일어남
2악장: 시냇가에서의 풍경
3악장: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뇌우, 폭풍
5악장: 목동의 노래. 폭풍이 지나간 후의 기쁘고 감사한 감정.
베토벤은 작품의 1악장 악보에 “(음악적)회화 보다는 감정의 표현(Mehr Ausdruck der Empfindung als Malerei)”이라고 적어놓으며 이 작품이 자연을 그저 단순히 묘사하기만 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 자신이 회화적인 음악을 비웃었던 것도 이러한 메모 작성의 한 이유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를리오즈(H. Berlioz, 1803-1869)가 <전원 교향곡>을 가리켜 “이 놀라운 풍경화는 푸생이 구성하고 미켈란젤로가 그려내기라도 한 것 같다.”고 감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자연에 대한 묘사 자체도 매우 뛰어나지요. 2악장 끝에 등장하는 유명한 새소리의 묘사나 4악장에서의 폭풍 장면은 이러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에 대한 묘사의 측면에서, <전원 교향곡>의 모델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했던 하이든(F. J. Haydn, 1732-1809)의 오라토리오<천지창조/Die Schöpfung>와 <사계/Die Jahreszeiten>, 그리고, 유스틴 하인리히 크네히트(J. H. Knecht, 1752-1817)의 교향곡<자연의 음악적 초상 혹은 대교향곡/Le Portrait musical de Nature ou Grande Symphonie>입니다.
작곡가 유스틴 하인리히 크네히트 (출처: wikidata.org)
하이든과는 달리 크네히트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곡가가 아닙니다. 독일 남부 출신인 그는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 그리고 음악 이론가였으며 또한 교사이자 교회의 음악감독이기도 했습니다. 제목부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크네히트의 교향곡 <자연의 음악적 초상>은 베토벤이 아직 고향인 본을 떠나 빈으로 오기 전인 178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전원 교향곡>이 작곡되기 20여년 전이었지요. <자연의 음악적 초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작품에서도 <전원 교향곡>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와 시냇물, 그리고 폭풍 등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전원 교향곡>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작품의 구성이 아닐까 합니다.
교향곡 <자연의 음악적 초상>은 <전원 교향곡>처럼 5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베토벤이 훗날 그랬던 것처럼 크네히트도 각 악장마다 제목을 붙였지요. 짤막한 베토벤의 제목들과는 달리, 크네히트의 제목들은 상당히 긴 편인데, 그 제목들과 그 흐름은 <전원 교향곡>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가 빛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며,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곳에서(1악장), 서서히 폭풍이 다가오고(2악장), 강력한 폭풍이 몰아치다가(3악장) 서서히 잠잠해진 후(4악장), 자연은 창조주에게 달콤하고 평안한 노래로 감사한다(5악장).’ 또, 폭풍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묘사한 2악장부터 폭풍이 끝나고 창조주에게 자연이 부르는 노래가 들어있는 5악장에 이르기까지 악장 사이에 쉼 없이 계속해서 음악이 이어지는 것도 <전원 교향곡>의 3악장에서 5악장까지의 흐름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원 교향곡>보다 20년 정도 앞서 작곡된 이 작품을 보며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토벤은 크네히트의 이 작품을 알고 있었을까?’ 베토벤이 이에 대해 언급한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베토벤과 이 작품 사이의 연결고리는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학자 그로브(G. Grove, 1820-1900)는 그의 유명한 저서 <베토벤과 그의 9개의 교향곡들>에서 베토벤의 초기 작품인 세 개의 <선제후 소나타>와 크네히트의 교향곡이 1784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이 두 작품의 광고가 같은 페이지에 실렸다고 적었습니다. 그로브는 아마도 어린 베토벤이 크네히트의 교향곡의 각 악장 제목들을 이를 통해 알았을 것이라 추측했지요. 베토벤 전기를 쓴 솔로몬(M. Solomon, 1930-2020)도 이 견해를 따랐습니다. 물론 이와는 결이 다른 견해도 있는데 음악학자 게크(M. Geck, 1936-2019)는 각 악장에 붙인 베토벤의 제목들과 고전적•낭만적 문학과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베토벤이 <전원 교향곡>을 작곡할 때 크네히트의 작품을 알고 있었는지는 상관이 없다는 견해를 비추었습니다.
‘전원 교향곡 이전의 전원 교향곡’이라 할 수 있는 크네히트의 <자연의 음악적 초상>과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흥미로운 비교에서 새삼스레 드는 생각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가 하는 것이지요. 이 위대한 작품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탄생한 것이 아니라 그 탄생에 이르기까지 영감을 준 인물들과 작품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왠지 모를 겸허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게 영감을 주고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음악의 역사의 흐름이 앞으로도 풍성하게 이어져 가기를 기대합니다.
추천영상: 크네히트의 교향곡 <자연의 음악적 초상> 전곡입니다. 25분 정도 연주되는 이 작품을 감상하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과의 유사성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o6Q-6FAsL0
<필자소개>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2022-05-07 1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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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무대 위로 펼쳐진 감각의 대향연, 뮤지컬 ‘킹아더’
뮤지컬 '킹아더' 공연 포스터
뮤지컬 ‘킹아더’가 3년 만에 더 화려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 전설인 ‘아더왕’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현대적 감성을 더해 재해석했는데,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구성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생동감 가득한 퍼포먼스와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은 ‘킹아더’만이 가진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장면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라인이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덕분에 재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특히 이번 ‘킹아더’는 초연에 비해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아 더욱 흥미롭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무대의 변화다. 2019년에 선보였던 무대 디자인은 무대 절반을 감싸는 반원형 형태의 계단식 구조가 중심이 돼 다양한 배경과 소품이 계속해서 바뀌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 2022년 ‘킹아더’는 상대적으로 배경을 단순화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대신 훨씬 강렬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조명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금속 소재의 무대 세트를 현란하게 비추며 멋스러운 분위기를 강화했다.
스토리에도 속도감을 더하고 약간의 변주를 가미했다.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에 얽힌 이야기는 워낙 잘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검이 스스로 주인을 결정했다는 내용만 알아도 사실 충분하다. 다만 극 초반부 서사가 꽤 줄어들다 보니 목동이었던 아더가 검을 뽑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인물의 과거 사연이 생략된 부분은 보기에 따라 다소 아쉽다 느낄 수도 있다. 여기에 오직 한국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넘버 ‘아더의 기도’가 추가되면서 왕이 품은 의지와 고뇌를 부각했는데, 덕분에 모든 것을 건 인물의 여정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야심 찬 변화만큼이나 돋보이는 출연진 역시 눈길을 끈다. 우선 엑스칼리버가 선택한 운명의 주인공 아더 역에는 송원근, 고훈정, 이충주가 캐스팅됐다. 그중 ‘킹아더’ 초연 당시 멜레아강을 연기했던 이충주는 이번 재연에서 상대역인 아더를 맡아 묵직한 운명을 짊어진 왕의 발자취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뮤지컬 '킹아더'의 한장면 <사진제공 : 알앤디웍스>
아더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의문의 여인 모르간 역은 정영주, 최현주, 홍륜희가 맡았고, 엑스칼리버를 뽑는 데 실패하면서 왕위와 사랑까지 잃게 되자 분노의 복수를 감행하는 멜레아강은 김찬호, 백형훈, 김진욱이 연기한다. 또 백의의 기사 랜슬롯 역으로 임병근, 이승헌, 노윤이 무대에 올라 충직한 기사도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운명으로 엮인 사랑의 주인공 ‘귀네비어’ 역에 린지, 이지수, 이지연이 함께하며, 아더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마법사 멀린 역은 김태한과 지혜근이 맡아 뮤지컬 ‘킹아더’를 완성한다.
원했으나 얻지 못한 자와 원하지 않았으나 얻게 된 자 사이에 벌어진 틈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동시에 나라를 구원할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신으로부터 정해진 운명이 있을지라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진한 잔상을 남기는 대목이다. 지독하게 얽힌 운명은 벗어나려 애쓸수록 복수와 파멸을 재촉하지만, 미래를 알게 됐다 하더라도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 다짐하는 모습도 인상 깊다. 자세히 보면 ‘킹아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상처를 품고 있어 더 안타깝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다를 수밖에 없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모든 캐릭터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풀어가는 스토리와 넘버 사이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의 무대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온몸 가득한 에너지와 절도 있는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처 깨어나지 못한 감각들을 짜릿하게 깨운다.
지난 3월 22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킹아더’는 오는 6월 6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무대 위로 펼쳐진 온갖 감각의 대향연을 꼭 만끽해 보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2022-04-29 1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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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동·서양 문화사에 담긴 병을 이기는 수호그림들”
2년간 우리를 괴롭혀온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느덧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었다. 한 마디로 코로나19의 완전 퇴치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오랜 봉쇄에 지친 국민들의 일상과 침체에 빠진 경제 회복,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 및 의료비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한 대안책인 셈이다. 확진자 수 억제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 여행길이 조금씩 열리면서 경제도 유통도 숨을 쉴 전망이다.
“소통 가능한 치유”라는 시각 속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마스크나 백신이 점차 일반화 됐던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치료제와 함께 새로운 극복의 코드로 읽힐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법이 흔치 않던 전통 시대 속에서 백신이나 치료제의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찌 보면 약업의 보편화가 과학시대와 맥을 같이 한 것이기에, 유행병이 인류를 급습할 때마다 과학을 대체한 것은 ‘종교나 샤머니즘’이 아니었나 싶다. 이른바 부적 같은 그림들은 악귀를 물리치는 처용설화에서부터, 역병을 구한다는 기독교의 ‘성 세바스티아누스(Saint Sevastian)’, 인간을 고통에서 구원하는 ‘중생의 구제자 관음보살(觀音菩薩)’ 등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할 것 없는 구원 같은 바람 속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그림1.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리는 '처용문화제'
2022년 56주년을 맞이한 처용문화제는 울산의 향토 문화뿐 아니라 전통연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기획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그림2. 악학궤범 속 처용(좌) / 정조의 을묘년(1795년. 정조 19년) 화성행차를 기록한 의궤의 제 14면에 소개된 처용그림(우)
악귀를 물리치는 대표적인 이야기, 처용
“서울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아내)이다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이 돌아온 것을 알고 두려움에 떨던 역신(疫神; 당시의 천연두)은 그가 노래와 춤만 추고 화를 내지 않자 모습을 드러내고 꿇어앉아 말했다. “내가 당신 아내의 아름다움을 흠모하여 잘못을 저질렀으나 그대는 화내지 않으니 그 마음에 감동하였습니다. 맹세코 앞으로는 당신의 얼굴이 있는 그림만 보아도 그 문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역신은 조용히 물러났다. 이 일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이 처용의 모습을 그려 문에 붙여 나쁜 악기를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아들이게 되었다. 이 설화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처용설화의 내용이다. 신라 헌강왕 때의 「처용설화(處容說話)」에서 비롯된 가면무(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는 조선 초기 오방처용무(五方處容舞)라는 다섯 방위의 춤으로 구성돼 다양한 그림으로 기록되었다.
『악학궤범』에 따르면 12월 회일(晦日;그 달의 마지막 날) 하루 전날 궁중에서 나례(儺禮: 잡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를 행한 뒤에 처음과 끝 두 차례에 걸쳐 처용무를 추었다. 조선 초 <악학궤범>, 전(傳) 김홍도(1745~1806)의 <부벽루연회도>, 정조의 을묘년(1795) 화성행차를 기록한 의궤의 제14면 혜경궁(홍씨) 회갑잔치 장면 등에는 5방위를 상징하는 처용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늘날의 백신과 같은 역할을 했던 처용과 관련한 그림과 춤은 역병을 내좇고 행운을 불러오는 상징으로 여겨져 ‘유행을 뛰어넘는 종교’와 같은 기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역병 희생자를 위로하는 기독교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벌거벗은 채 온몸에 화살이 박힌 한 남자, 3세기경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근위병이었던 성 세바스티아누스다. 몰래 믿었던 기독교 신앙이 발각되자 죽음을 맞았는데, 화살이 집중포화 됐음에도 주요 신체 부위들을 모두 빗겨간 기적이 이루어졌다. 화살을 맞고도 살아난 성인, 바로 이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그를 방패와 같은 성인으로 생각했다. 특히 중세는 페스트 같은 무서운 질병들에 노출돼 있던 시절이다. 이런 질병은 신이 쏜, 보이지 않는 화살 때문이라는 옛 이교 신앙의 관념이 병마가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새롭게 되살아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성 세바스티아누스 같은 성자의 존재가 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가 화살을 맞고도 죽지 않았기에 그를 경모하는 이들 역시 자신이 전염병의 화살을 맞고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이 성인의 숭배 의식은 14세기 이후 유럽 민중에게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무렵 특히 페스트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1347년부터 1350년에 걸쳐 유행한 페스트는 유럽에서만 약 2000만에서 3500만 명가량의 희생자를 낳았다. 페스트의 유행은 기사와 성직자 계급이 지배하던 중세유럽의 봉건 제도를 뿌리째 뒤흔들었고, 이는 사회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했다. 기도나 고행이 병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인식은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역병이 죄에 대한 벌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회의를 품게 했다. 역설적이게도 역병은 소수인권의 성장, 종교개혁의 가속화, 신문물로의 전환 등 낡은 패러다임을 몰아내고 새로운 가치와 희망찬 미래를 여는 동력이 되었다.
그림3. (우) 한스 홀바인, 전염병 희생자들의 수호성인 성 세바스티아누스(Sebastian)의 순교, 1516 / (좌) (우) 안드레아 만테냐, 1480
중생의 구제자 관음보살(觀音菩薩)
관음신앙은 대표적인 불교의 구원사상으로, BC 2세기에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는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이타구세(利他救世; 고통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신앙으로 불교의 전파 경로를 따라 인도에서 서역지방을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고,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삼국시대에 전래된 관음신앙은 고구려와 백제 및 신라를 고쳐 고려불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의 내용 중에서 선재동자가 53명의 선지식(善知識)을 찾아서 깨달음을 얻는 가운데, 보타락가산에 머물고 있는 관음보살을 28번째로 찾아가 진리를 구하는 장면을 묘사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살펴보자.
그림4. 보물 제1903호, 고려 수월관음보살도 (호림박물관 소장)
산호가 장식된 암벽에 앉아서 왼쪽을 바라보는 관음보살과 왼쪽 아래서 합장한 선재동자를 중심으로 대나무와 정병을 그린 전형적인 형식을 갖췄다. 그 가운데 관음보살의 뒤에 뻗어 있는 청죽(靑竹)과 왼쪽의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淨甁)은 깨끗함과 정갈함을 상징하지만, 중심에 있는 버드나무 껍질은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제 역할을 한다. 바로 인간이 얻고자 하는 깨달음의 한가운데에는 고통어린 현실, 아픔로부터 벗어나 구원을 바라는 단순한 명제가 담겨있는 것이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22-04-22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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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악 Prologue !
제주의 민요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다. 해마다 새로 움트는 봄처럼, 제주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던 8,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올레길을 통해 도보 여행의 성지가 되었고 그 이후에는 ‘한달살이’ 혹은 ‘일년살이’를 실현하는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제주가 여전히 타지 사람들로 하여금 설렘과 동경을 품게 하는 것은 그곳이 간직한 낯설고도 신비롭고 또 특별하게 느껴지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제주에는 육지에서 유입되어 ‘창민요’라 불리는 통속 민요 외에도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된 노동요가 풍부하다. 부녀자들의 노래, 아이들을 위한 동요까지 두루 남아 있어 제주를 ‘민요의 보고(寶庫)’라 일컫기도 한다. 경토리, 육자배기토리, 수심가토리, 메나리토리 등 음악적 특징으로 구별 짓는 다른 지역의 민요에 비해 제주의 민요는 노랫말의 특색이 도드라진다. 제주의 자연 풍광이나 생활 모습을 묘사하는 노랫말은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으며, 소재를 달리하는 사설의 종류도 매우 풍부하다.
다만 타 지역 사람들이 알아듣기는 쉽지 않다. 경․서도 민요나 남도 민요에 비해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제주가 고향이 아니면 지레짐작도 하기 어려운 제주 사투리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같은 곡조에 가창자에 따라 노랫말을 새로이 지어 불러 사설이 다양한 것은 민요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여기에 더해 제주 민요는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 여러 개인 경우도 많다. 아래아(ㆍ)가 현대국어의 한글맞춤법에서 규정하는 자음에 포함되지 않지만 지역 방언에는 아직 남아있는데 제주가 대표적이다. 맷돌을 돌리며 부르는 ‘맷돌노래’의 다른 이름인 ‘ᄀᆞ래 ᄀᆞ는 소리’는 ‘고래 고는 소리’, ‘가래 가는 소리’로 쓰기도 한다. ‘이어도 사나’는 해녀들이 노를 저을 때 불렀던 노래로 ‘해녀 노 젓는 소리’, ‘해녀 노래’ 등으로도 불리는데, 해녀의 제주 말이 ‘ᄌᆞᆷ녀’이므로 ‘잠녀’ 혹은 ‘좀녀’라고 발음하여 ‘ᄌᆞᆷ녀 소리’, ‘ᄌᆞᆷ수질 소리’, ‘ᄌᆞᆷ으질 소리’라 하기도 한다.
제목부터 생소한 제주 민요 가운데에도 ‘너영나영’, ‘멸치(멜) 후리는 소리’, ‘오돌또기’, ‘이야홍타령’, ‘서우젯소리’ 등 교과서에 실린 곡들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노랫말도 표준어에 가깝게 정리되어 내용도 한결 이해하기 쉬운 곡들이다. 너영나영은 남녀 간의 사랑을, 오돌또기나 이야홍 타령은 제주의 경승지를 주로 노래한다. 멸치 후리는 소리․서우젯소리 등은 바다에서 일하며 부르는 노래들이다.
제주 민요는 198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제주의 토속 민요인 맷돌노래를 비롯해 육지에서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는 ‘산천초목’, ‘오돌또기’, ‘봉지가’ 등 4곡이 대표 곡목에 해당한다. 맷돌노래는 제주 민요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으로 꼽힌다. 노랫말 역시 제주 여인들의 삶 면면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산천초목과 오돌또기는 앞부분의 가사가 판소리 흥부가 등과 유사하며, 봉지가는 사당패의 소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제목의 ‘봉지’는 꽃봉오리의 제주 사투리다.
예능보유자였던 조을선이 별세한 후 제주민요보존회가 설립되었다. 이후 문화재청은 제주민요를 단체종목으로 구분하고 제주민요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조을선의 외손녀이자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된 바 있는 강문희를 중심으로 제주민요보존회는 성읍민속마을의 무형문화재 전수관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존회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행사와 상설 공연 등 제주민요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초대 보유자인 조을선과 전수교육조교였던 이선옥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도 음원 사이트나 제주특별자치도 유튜브 채널 등에서 들어볼 수 있다.
2020년 발표한 토리스의 싱글앨범 「제주민요연곡」에는 아카펠라로 편곡한 이야홍타령, 서우젯소리, 너영나영이 실렸다. 서의철 가단은 제주 민요 명인들의 음반을 바탕으로 국악기 반주를 곁들여 제작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2021년 공개했다. 이들의 곡들은 보다 경쾌하고 세련된 제주 민요다.
[K-ASMR] 국가무형문화재 제95호 제주민요(출처: 문화유산채널 https://youtu.be/iIMliwcKHlY)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 ‘ASMR’ 목록에서 제주 민요로 만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담담히 이어가는 노랫소리와 가만가만 내리치는 물허벅 장단이 듣는 이로 하여금 맺힌 데 없는 마음까지 풀어지게 한다. ‘힐링in문화유산’이란 해시태그에 걸맞은 치유와 휴식을 경험하게 하는 영상이라 하겠다.
노란빛 유채 만발로 시작한 제주의 봄은 이미 끝자락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담백하고 구슬픈 제주 민요는 어쩐지 봄 진 자리 초록이 분연히 일어나는 제주의 사월을 닮았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22-04-22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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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 음악드라마 ‘코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열렸던 제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례 없는 윌 스미스의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윌 스미스는 무대 위에서 아내의 탈모증을 희화화 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얼굴을 가격해 물의를 일으켰다. 가족이 소중해서 그랬다는 변명도, 뒤늦은 사과의 말도, 아카데미 회원 자진 탈퇴도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을 수는 없었다. 어린이를 포함한 전세계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가 자행한 물리적, 언어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인들의 축제를 망쳐버렸다는 것도 크나큰 실례다. 이 날 작품상을 비롯한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코다’(감독 션 헤이더)팀은 기쁨과 영광을 만끽할 기회를 빼앗겼다. 오스카 레이스 내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던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 ‘벨파스트’(감독 케네스 브래너) 등을 제친 이변이었기에 주목받지 못한 아쉬움은 더 컸다.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감독 에릭 라티고)를 리메이크한 애플TV+의 작품으로,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음악드라마의 범주에 포함된다.
국내 개봉 당시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작은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만 7천 명이라는 관객을 불러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한 건청인인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만 가족들의 수화 통역을 돕느라 자신의 미래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새벽부터 바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루비는 평소 좋아했던 남학생 ‘마일즈’(퍼디아 월시-필로)가 합창단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덩달아 합창단에 들어갔다가 괴짜 음악선생 미스터 ‘V’(에우헤니오 베르데스)를 만난다. 버클리 출신인 V는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한다. 루비는 부푼 꿈을 안고 고군분투하지만, 가난한 어부의 딸이자 온 가족의 통역사로 사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차다.
노래 부르는 십대가 주인공이다 보니 스코어 보다는 삽입곡들이 강렬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절정부를 장식하는 곡은 루비가 음대 입시에서 수화와 함께 불렀던 ‘Both Sides, Now’다. 주디 콜린스가 1968년에 먼저 불렀으나 본래 조니 미첼이 만든 곡으로, 이듬 해 그녀의 앨범 ‘Clouds’에 수록되었다. <러브 액츄얼리>(감독 리차드 커티스)를 비롯한 대중영화들과 국내 CF에도 여러 번 삽입되었던 곡이기에 멜로디가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수어와 동시에 전달되는 가사일 것이다. “이제 인생을 양 쪽에서 보게 됐어. 이기는 쪽과 지는 쪽에서. 정상과 바닥에서. 그런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인생의 환상일 뿐. 인생의 실체는 모르겠어, 전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곁을 지키는 길과 꿈을 위해 떠나는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상황은 양 손에 떡을 쥘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음대 진학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모든 상황을 해결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코다’는 ‘장애인 가족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요’라고 외치는 대신 그들이 당면해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깊고 차분하면서도 어둡지 않은 ‘Both Sides, Now’의 음율은 이러한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 루비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의 비단결 같은 목소리 뿐 아니라 온 몸으로 전달하는 리듬과 노래의 가사 때문에 더 특별한 OST다.
윤성은의 Pick 무비
인간 곁에 고양이를 데려와준 사람,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고양이는 언제부터 반려동물이 되었을까? 기꺼이 고양이들의 집사를 자처한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질문일지 모르겠다. 그들은 아마도 고대부터 고양이는 인간의 친구였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별나게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루이스 웨인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고양이를 의인화한 그림으로 그러한 변화에 크게 기여한 화가다.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감독 윌 샤프, 이하, ‘루이스 웨인’)는 루이스 웨인의 정신과 사랑, 정신세계에 대해 환상적이고도 통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사람보다 동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그러던 중 낮은 신분의 가정 교사 ‘에밀리’(클레어 포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당시로서 파격적이었던 결혼까지 감행하는데, 불행히도 에밀리는 암선고를 받아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이후, 루이스는 에밀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반려묘 ‘피터’를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 그림을 그려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그림으로 대중들에게 고양이도 개만큼이나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를 잃은 후 그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영화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분열증으로 피폐해져가는 루이스의 인생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을 고양이들의 그것과 맞바꾼 것처럼, 말년으로 갈수록 더 큰 고통으로 얼룩졌던 루이스의 삶을 다시금 애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22-04-18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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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종원의 커튼 콜 (Curtain Call)
비극적인 오페라속 이야기를 가족 뮤지컬로 탈바꿈시키다_뮤지컬 아이다.
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온다. 벌써부터 남다른 기대감을 보이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행렬이 대단하다.
원작은 이탈리아 가극의 아버지 베르디가 만든 동명의 오페라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축하하려고 당시 이집트의 국왕이었던 이스마일 파샤가 제작을 의뢰했다. 썩 마음내키지 않았었다는 후문도 있지만, 거듭되는 의뢰와 이야기의 감동 탓에 결국 4천 파운드라는 고액의 작곡료로 승낙을 했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오페라의 스토리를 빌려와 상업적인 무대용으로 재가공한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산물이라 인정할 만하다.
뮤지컬과 오페라와의 차이점도 있다. 특히 두드러진 부분은 엔딩씬이다. 가족 오락물을 주로 만드는 다국적 기업인 디즈니는 이 오페라의 뮤지컬화에 있어서 지고지순한 비극 대신 그들 특유의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변화를 더하고자 노력했다. 뮤지컬에서는 그래서 동양의 윤회사상을 대입시켜 환생을 한 두 연인이 왠지 모를 끌림을 느끼게 된다는 식의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첫 장면으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이집트 전시관에서 서성이며 마주하던 어색해 보이지만 싫지 않아 보이는 남녀의 만남이 극의 맨 마지막에서는 어떤 의미가 담긴 해후였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다시 한 번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함을 선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페라의 아련한 뒷맛을 무리하게 가족 오락물로 적용시켜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이유다. 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거품이 되는 대신 행복하게 결혼해서 잘 살고, 아이다는 환생해 라다메스와 재회하게 된다는 달갑지 않은 지적들이다. 오페라 애호가 입장에서는 아이다의 디즈니식 재해석이 원작을 망가뜨린 개악이라며 악평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던 디즈니의 노력 자체가 부정됐던 건 아니다. 사실 디즈니는 오래전 애니매이션을 만들 때부터 뮤지컬적 기법을 활용하려 노력해왔다.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들이 노래하는 ‘하이 호’라든지 ‘피노키오’에서 귀뚜라미 지미니가 부르는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오늘날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초창기 디즈니의 흥행 콘텐츠속 뮤지컬적 기법들이다. 80년대 일련의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는 자신들의 흥행 애니매이션을 무대화해 브로드웨이에서도 일대 파란을 연출하는데, 예를 들자면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이 대표적이다. 잇단 흥행에 고무된 디즈니 씨어트리클은 본격적으로 애니매이션 원작이 아닌 성인용 콘텐츠로서의 뮤지컬 제작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 실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뮤지컬 ‘아이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뮤지컬 ‘아이다’는 성인식을 치르려했던 디즈니의 도전과 실험 정신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 인정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 엘튼 존이 음악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죠셉 앤 어매이징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등을 만든 작사가 팀 라이스가 함께 작업하며 작품의 근간을 만들고 정리했다. 아무래도 아기자기한 가족 뮤지컬을 잘 만들던 회사의 작품이다 보니 형형색색의 유려한 이미지들은 이 작품 특유의 완성도와 매력을 잘 담아낸다. 원색을 잘 활용한 세트나 소품들도 그렇거니와 흡사 나일강 강변의 노을 지는 풍경을 강물에 비춰진 열대 식물들의 모습에 담아 묘사해낸 것이라든지 일사분란하게 춤추며 노래하는 비밀조직의 움직임 등은 정말 만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인상적인 이 작품만의 묘미를 완성해낸다.
사실 뮤지컬 ‘아이다’는 초연때부터 여배우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워낙 고음의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배역으로 처음 무대에 섰던 오리지널 캐스트는 흑연 여배우 헤더 히들러(Heather Headler)였다. ‘라이언 킹’에서 주인공 사자 심바의 여자친구인 날라 역으로 데뷔를 한 그녀는 흑인 특유의 가창력을 선보여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일대 파란을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바통을 이어 노래 잘한다는 흑인 여가수 토니 브랙스톤과 데보라 콕스 등이 스타 마케팅으로 무대에 섰는데, 헤더 히들러의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자 주인공인 라다메스 장군 역의 아담 파스칼도 내로라하는 뮤지컬계의 인기 스타로 뮤지컬 ‘렌트’에서 에이즈에 걸린 고독한 기타리스트 로져로 등장해 인기를 누렸던 바로 그 인물이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초연 당시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특유의 가창력으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예복의 춤’, ‘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해’는 특유의 고음을 선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원스런 선율과 힘 있는 노래들은 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로 손꼽힐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게 만들었다.
올해 막을 올리는 2022 앙코르 무대에서는 아이다 역으로 윤공주와 전나영 그리고 무서운 신예 김수하가 등장한다. 라다메스 장군 역으로는 김우형과 최재림이,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로는 역시 가수 출신의 뮤지컬 배우인 아이비가 요즘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민경아와 함께 더블 캐스트로 나온다. 한때 원 캐스트로 무대를 꾸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올해 앙코르 무대에서는 다수의 배우들을 함께 세우면서 여러 조합의 콤비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했다. 대체로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겠지만, 그래도 관객 입장에서는 누가 나올 때 가장 나을지에 대한 정보수집과 노력에 따라 작품 감상의 감동이 달라지는 변화를 체험할 것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아이다’의 묘미는 역시 화려한 비주얼과 엘튼 존, 팀 라이스의 매력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발견할 수 있는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디즈니 특유의 유려하고 섬세한 작품의 완성도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암네리스의 노래 ‘나의 옷은 나의 무기’나 이집트 궁궐의 수영장씬,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마지막 순간을 보냈던 상자가 눈깜짝할 사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시물로 뒤바뀌는 모습 등은 기대해도 좋을 만큼 탄성을 자아내는 이 작품의 명장면들이다. 오페라와 다른 뮤지컬의 재미를 만끽해보기 바란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2022-04-18 1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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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교육 2
베를린 필하모니와 名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교육 철학
마크 어빙이 2009년(국내)에 출간한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건축물 1001’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랑하는 건축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는 왕관 혹은 서커스단의 텐트를 떠올리게 하는 독일의 아름다운 건축물도 있는데 바로 ‘베를린 필하모니’이다. 1963년 한스 샤론에 ‘음악을 중심으로’라는 모토 아래 건축된 이 아름다운 콘서트홀은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상주 콘서트장이다.
베를린 필하모니 홀 외관
베를린 필하모니(이하 베를린 필)의 엠블럼(상징,표상)은 다른 오케스트라의 엠블럼들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크고 작은 세 개의 오각형이 다양한 각도로 겹친 기하학적인 형태를 하고 있고 엠블럼 뿐만 아니라 베를린 필 공연장 역시 내부가 오각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베를린 필을 설계한 건축가 한스 샤론의 ‘음악을 중심으로’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공연장 어디에서나 관객들이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오각형으로 설계되었으며 엠블럼은 음악과 사람, 공간의 통합을 의미한다. 베를린 필은 과연 ‘음악과 사람, 공간의 통합’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고 있을까.
베를린 필의 철학이 본격적으로 명확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사이먼 래틀의 취임 이후이다. 사이먼 래틀은 젊은 나이와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으로 2002년 베를린 필의 지휘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의 비즈니스 감각은 2002년 취임 직후 진행한 교육 프로젝트 ‘Rhythm is it!(베를린 필과 함께 춤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음악이나 무용 관련 경험이 없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 250명과 안무가 로이스터 말둠이 참여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클래식이 모든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수단으로써 제대로 기능할 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래틀은 한 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기세를 몰아 2018년까지 베를린 필의 ‘미래(Zukunft@BPhil)’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해왔다.
9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 3세에서 73세까지 3,00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고 약 20만여 명의 관객들이 그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오픈 리허설, 강연, 가족을 위한 음악회,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음악회, 보육원이나 감옥에서 열린 음악회 등 베를린 필의 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해지고 체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시작된 ‘Vocal heroes’는 배를린 필의 대표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이자 학령기 아동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6세에서 18세를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Rhythm is it!’에서 래틀이 보여준 ‘음악과 공간과 사람의 통합’을 계승해 좀 더 일상적인 순간에서 ‘클래식’과 ‘음악교육’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Vocal heroes’ 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베를린 필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노래는 음악을 즐기는 직관적인 수단이며 음악적 표현의 근본적인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동시에 다른 이들과 한 공간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성취감을 선사한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부끄러워 무대에 서기가 어렵다면 ‘관람’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고 원한다면 리허설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Vocal heroes’에 참여하는-관람하는 아동들까지- 모두가 음악과 사람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에 동참하게 된다. 2015년부터는 사이먼 래틀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거둔 ‘디지털 콘서트홀’에서도 상영해 ‘Vocal heroes’의 공연을 전 세계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음악과 사람과 공간의 통합’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베를린필하모니 공연포스터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을 떠났지만 래틀이 뿌린 교육에 대한 열정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베를린 필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가지를 높게 뻗어가고 있다. 특히 ‘Vocal heroes’는 새로운 예술감독 사이먼 홀시와 함께 베를린의 여러 지역에서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공간을 확장시키며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베를린 필은 그들이 교육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예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확실성, 저항을 거쳐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술적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삶을 변화시키고 재배치시키며 의미를 발견해냅니다.”
클래식 음악교육이라 하면 대체로 조금 어렵고, 암기해야 할 것이 많고, 음악에 재능있는 사람들만이 경험하는 특별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언제든지 들려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베를린 필의 교육 프로그램 역시 문화 예술 교육이 단지 음악적 지식의 확장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에 대한 교육임을 알고 실천 중이다.
음악교육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에 함께해야 할 이유는 역시 음악교육이 곧 살아감에 대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삶에 어떤 음악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게 만들 수 있을까.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2022-04-01 1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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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병준의 클래스토리
<고별의 기록>
“죽은 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한 때 살았었으므로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최인호)
우리는 수많은 영원한 이별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삶이 유한하니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의 마지막 기록은 그가 한 때 살았었음을 더없이 선명하게 각인시키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떤 음악가의 마지막 작품 혹은 마지막 연주 기록은 설사 그 완성도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지라도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특별하게 남아있지요.
음악가들의 고별의 기록을 이야기할 때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D. Lipatti, 1917-1950)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루마니아 출신인 리파티는 천재적인 음악성을 발휘했지만 불행하게도 20대 중후반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결국 1947년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 신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을 진단받게 됩니다. 그리고 1950년 12월, 고작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지요.
현재는 이 병의 완치율이 높지만 리파티 생전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이었습니다. 리파티는 1950년 5월, 류마티스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코티손(Cortisone) 주사를 맞기 시작하였고 일시적으로 회복되어 여름에 열흘이 조금 넘었던 녹음 일정을 소화해냅니다. 하지만, 이 주사는 근본적인 치료약이 아니었고 이 주사를 계속해서 맞을 수도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코티손 주사를 이용한 치료를 두 달 이상 지속할 수 없으며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고 그의 주치의가 월터 레그(W. Legge, 1906-1979, 레코딩 프로듀서)에게 알렸던 것에서도 알 수 있죠.
1950년 여름이 지나며 리파티의 상태는 다시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9월 16일, 리파티는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도시 브장송에서 열린 독주회 무대에 오릅니다. 프로그램은 바흐의 파르티타 1번, 모차르트의 소나타 8번, 슈베르트의 즉흥곡 2곡, 그리고 쇼팽의 왈츠 14곡이었지요. 리파티에 대해 중요한 글들을 쓴 마크 에인리(M. Ainley)에 따르면 연주 당일 오전 리허설 때만 해도 리파티의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리파티는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주치의는 연주회를 취소하라고 하죠. 취소를 원하지 않았던 리파티 자신도 연주를 할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주홀이 연주 시작 두 시간 전에 청중들로 이미 꽉 찼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결국 연주를 하기로 결정하고 몇몇 주사들을 맞은 후 연주홀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연주회에서의 디누 리파티 (사진: Michel Meusy)
리파티는 이 연주 2주 후에 있었던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몸이 너무 약해서 연주 한 시간 전에 전체 프로그램의 고작 절반만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연주 취소를 고려했다는 상황과 어쩐지 모순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리파티가 밝힌 연주 한 시간 전의 상태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몸이 그나마 조금 나아졌을 때였습니다. 연주홀에 도착한 그는 계단도 아내와 주치의의 도움으로 오를 정도로 약했지요. 이 상황에서도 연주는 프로그램의 거의 끝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쇼팽의 왈츠 한 곡을(Op. 34 No. 1) 마저 연주할 여력이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지요. 리파티는 일단 연주를 시작했지만 곧 멈추었고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그리고, 홀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지요. 다시 등장한 리파티는 쇼팽의 왈츠 대신 그가 언제나 첫번째 앙코르로 연주했다는, 바흐의 칸타타 147번 중 합창곡(Choral) “예수는 나의 기쁨되시니(Jesus bleibet meine Freude)”의 피아노 편곡버전을 연주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그 날의 연주가 마무리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 연주회를 리뷰한 두 개의 지역 신문에 따르면 리파티는 총 3개의 앙코르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3개의 앙코르 모두 바흐의 작품이었고요. 다른 두 앙코르가 어떤 곡이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예수는 나의 기쁨되시니”가 그 날의 유일한 앙코르가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곡이 유일한 앙코르는 아니었지만 원곡이 ‘예수가 나의 기쁨이며, 내 마음의 위안이자 생명수이고, 내 삶의 힘’이라는 고백적인 가사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 앙코르가 주는 울림이 특히 남다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병마에 쇠약해진 리파티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청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리고, 그 때 리파티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가 즐겨 연주했던 앙코르였지만 그 날의 앙코르는 그에게 더 특별했을까요? 너무 아쉽게도 이 앙코르들은 녹음되지 못해서 그 날의 이 울림은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연주회가 리파티의 마지막 연주회로 남았기에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을 대신한 “예수는 나의 기쁨되시니”를 두고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했던 그의 마지막 연주’라는 식의 의미부여도 있어 왔습니다. 실제로 이 연주 후 3개월이 채 못되어 리파티는 세상을 떠났지요. 그런데, 사실 리파티는 그 날의 바흐 연주가 청중 앞에서의 자신의 마지막 연주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의 연주와 녹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으니까요. 또, 그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바흐의 작품 하나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이 앙코르가 그날의 유일한 앙코르도 아니었고요. 그러니 우리는 그 앙코르의 순간을 어쩌면 조금은 과장된 감정으로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장을 걷어내더라도 병마에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을 다그치며 이루어낸 그 날의 연주는 여전히 더없이 숭고하게 다가옵니다. 또, “예수는 나의 기쁨되시니”가 연주된 순간은 여전히 몇 마디의 말로는 감히 섣불리 묘사하기 힘든 그런 순간이라고 상상하게 되지요.
이 연주회 실황은 후에 음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곡을 시작하기에 앞서 리파티가 몇 개의 화음을 아르페지오(Arpeggio: 분산화음)로 부드럽게 연주하는 모습이 흥미롭지요. 연주는 눈부시지만종종 숨이 조금 가쁜 듯한 인상을 주며 실수도 들리곤 하는데 이는 그 날 리파티의 상황을 먹먹하게 그려보게 합니다. 짧은, 하지만 빛나는 한 때를 살았었던 리파티. 그와 레코딩 작업을 함께 했던 월터 레그가 리파티에 대해 했던 말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신은 우리가 디누 리파티라고 부른, 당신이 선택한 악기를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빌려주었다.”
추천영상: 본문에서 언급한 대로, 그의 마지막 리사이틀에서 연주했던 바흐의 “예수는 나의 기쁨되시니”는 녹음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마지막 리사이틀이 열리기 두 달 전 즈음에, 그가 병에서 일시적으로 회복되었을 때 이 곡을 녹음한 음원을 소개합니다. 평소 즐겨 연주하던 곡임에도, 리파티는 녹음 당시 그 자신이 만족한 버전이 나올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고 하지요. 차분한 진행 속에 명상적이고 경건한 느낌이 인상적인 이 음원을 감상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2JJlYr1azQ
<필자소개>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2022-04-01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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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창작 뮤지컬 ‘프리다’, 또 하나의 예술을 빚다
2021년 11월 16일(미 현지시간), 프리다 칼로(1907~1954)가 남긴 마지막 자화상이 소더비 경매를 통해 개인에게 낙찰됐다. 라틴아메리카 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달러로 3490만 달러, 환산하면 약 413억 원 정도다. 일단 엄청난 낙찰가만 봐도 놀라운데, 프리다의 생애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더라면 또 한 번 시선이 갈 수밖에 없던 소식이었다.
디에고와 나(Diego y yo)’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은 그가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마무리 짓기 5년 전인 1949년에 완성됐다고 한다.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시원한 터치가 인상적인데, 굳은 듯 묘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엔 프리다의 인생이 요약돼있다. 그림 하단에 무겁게 떨어진 머리칼을 보면 마치 그의 목을 조여오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짙은 눈썹 위로는 눈이 세 개나 달린 디에고 리베라가 그려져 있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한 애증의 존재와 심리적 무게가 그렇게 캔버스에 담겼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에도 ‘프리다’가 찾아왔다. 강렬한 음악과 춤, 섬세한 감성이 담긴 쇼 뮤지컬로 말이다. 지난 3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월드 프리미어 뮤지컬 ‘프리다’는 EMK뮤지컬컴퍼니와 연출 겸 작가 추정화, 작곡가 허수현이 완성한 창작 뮤지컬로, 제작사의 첫 중소극장 뮤지컬 도전작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
멕시코 태생의 예술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가 한국에서 뮤지컬화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물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20년 트라이아웃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뮤지컬 ‘프리다’는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 수상으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고, 이듬해 제15회 동일 행사에 공식 초청되는 등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후로 더 완벽해진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29일까지 계속된다.
의미 있는 초연인 만큼 캐스트 역시 눈부시다. 뮤지컬 ‘프리다’는 총 아홉 명의 여성 배우들로만 꾸며진다. 먼저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주인공 ‘프리다’ 역은 최정원과 김소향이 맡았다. 그중에서도 작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한 김소향은 마치 프리다가 되살아난 듯 완벽한 해석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 전공인 현대무용에 기반한 표현력으로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쇼 진행자로서 가상의 디에고를 맡아 연기하는 ‘레플레하’ 역에 전수미와 리사가, 보이지 않는 죽음을 관념화한 ‘데스티노’ 역에 임정희와 정영아가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프리다의 또 다른 자아로서 평행 우주 속 완벽한 존재를 의미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프리다로 분한 ‘메모리아’ 역으로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이 함께 하며 에너지 가득한 공연을 펼친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임종을 앞둔 프리다가 ‘The Last Night Show’ 리허설에 초대돼 삶을 되짚는 과정을 액자 형식으로 담았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해 꿈꾸던 바를 이룰 수 없었던 프리다는 온몸이 아스러져 고통 속에 던져졌을 때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울리던 ‘사이렌’은 적절한 긴장감을 주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그를 다시 일으킨 힘이 바로 그림이었다. 죽음이 항상 곁을 맴도는 가운데 꿋꿋이 견디던 모습,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슬픔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의지에 경외심마저 든다.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전해진 넘버들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코르셋’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핵심 넘버다. 버티기 어려운 몸을 옥죄던 코르셋과 또 하나의 발이 된 목발을 갑옷과 검처럼 들었다던 가사는 삶에 대한 프리다의 태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어서 더 감동적이다. 오프닝과 클로징을 장식한 ‘라비다(Lavida)’ 또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생애 전체를 상징하며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전한다.
이밖에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조명, 세련된 의상,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또 하나의 예술로 빚어진 뮤지컬 ‘프리다’는 어두운 무대 위로 초록빛 희망을 펼쳐낸다. 어쩌면 ‘평화’란 뜻이 담긴 이름처럼 이제 고단했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랐던 걸까. 일찍이 외출을 떠나며 다시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그였지만, 괴로워서가 아니라 충분했기 때문에 그랬다던 외침이 그새 마음속에 새겨진 듯하다. 평범했던 삶이 갈수록 더 멀게만 느껴지는 시기, 위기 속에 침전한 우리가 뮤지컬 ‘프리다’를 꼭 만나야 할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2022-03-25 1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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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전쟁에 의한, 평화를 위한 음악
쇼스타코비치의 '핀란드 주제에 의한 모음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 세계인들은 전쟁확산으로 이어질까 좌불안석이다. 푸틴은 몇몇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러시아어로 '변방의 땅'을 뜻하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변방의 나라가 아닌 대국 러시아에 맞선 용감한 대통령과 국민들의 결사항전에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떠올랐다. 이번 러시아의 침공을 목도하면서 1939년 11월 30일 발발한 겨울전쟁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핀란드 침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를 호시탐탐 노리던 스탈린의 소련 군대는 불가침 조약을 깨고 국경지대에서 핀란드군이 러시아 진영을 포격했다는 날조된 사건을 빌미로 침공을 감행했다. 손쉽게 핀란드를 접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건 전술의 부재도 한몫했지만 판란드인들의 격렬한 저항때문이었다.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빈틈없는 게릴라 전술과 화염병으로 용맹하게 맞서 싸운 핀란드군은 수많은 전투에서 우세를 점하며 끈기있게 저항했다. 결국 핀란드는 1940년 3월까지 버텼고 땅의 일부를 내어주긴 했지만 나라를 지켜내며 소련
에 흡수되지 않았다.
클래식 전공자라서인지 겨울전쟁하면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오버랩 된다.1906년생으로 15개에 달하는 교향곡이 대표적이며 발레곡, 실내악곡, 영화음악등 다양한 형식을 탁월하게 소화해낸 러시아니즘의 거장이다. 특히 그는 스탈린의 압제속에 인생의 대부분을 공산체제의 눈치를 봐가며 곡을 써야했으며 당시 숙청의 위기속에 당국의 지침에 순응해야 했다.
구 소련의 핀란드 침공(겨울전쟁)이 있기 전 11월 말, 그에게 공산당의 중앙위원장 안드레이 즈다보프의 은밀한 지시가 떨어진다. 뜬금없이 '핀란드 선율을 담은 관현악곡을 작곡하라는 것'이다. 데드라인은 12월 2일. 작곡에 착수한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이11월 30일 핀란드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제서야 영문을 알았을 것이다. 이 곡은 애초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당도하게 될 붉은 군대의 행진곡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핀란드 주제에의한 모음곡'은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하게되었지만 크나큰 인명피해를 비롯해서 손해가 막심했던 소련이었기에 결국행진을 위해 연주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일곱개의 짧은 핀란드 민요로 이루어져 있는데 헬싱키에 입성할 붉은 군대의 행진에 어울릴 법한 음악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핀란드 민속적 색채를 고스란히 담은 각각의 민요들은 대부분 밝고 경쾌하기 그지없다. 특히 '하늘은 푸르고 하얗구나'라는 제목을 가진 두번째 민요를 두고 핀란드에대한 우호적인 음악적 제스처로 간주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란색과 흰색이 핀란드 국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국의 지시에 순응했을 뿐 그들이 의도했던 프로파간다적 요소는 배제한채 오롯이 핀란드의 자연과 멜로디를 엮어 아름다운 관현악곡으로 완성했다. 공산체제를 대변하는 프로파간다 영화음악을 비롯해서 교향곡을 통해서도 체제를 찬양하는 음악어법을 구사할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이웃나라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다. 훗날 이 작품을 쓰게된 동기가 불편했던 쇼스타코비치는 작품 목록에서 지워버렸지만 2001년 그의 아내 이리나에 의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핀란드 악단에 의해 최초로 녹음되었고 핀란드 음악인들은 쇼스타코비치의 고충을 헤아리고 작품의 진의를 믿어주었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우크라이나 국가의 연주영상을 SNS에 올려 응원메세지를 보내거나, 평화를 기원하는 공연을 기획하며 우크라아니인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물질적인 도움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푸틴정부가 도발을 정당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있다는 뉴스에 마음이 무겁다. 득보다 실이 너무 컷던 겨울전쟁을 반면교사 삼길 바라며 빠른 전쟁의 종식을 기원한다.
소프라노, 테너 그리고 관현악 앙상블 편성의 이 작품 속에는 민속음악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소소한 감성이 배어있다. 두번째 민요 '하늘은 푸르고 하얗구나'의 나타냄말은 giocoso로 '익살스럽게'라는 뜻이다. 전쟁의 포화속에 내몰린 군인들에게 따뜻함과 향수를 선사하는 듯한 음악이다.
* 추천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Smvs5-xrsoA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2-03-25 1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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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문화유적을 지키는 상호공존, 인류의 유산을 지키는 길”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 파괴 소식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국일보 2022년 3월7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 역사 지우는 러시아...파괴 위험에 문화재 숨기는 박물관”을, BBC뉴스 2022년 3월 6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술 작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영토 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박물관과 미술관들에 비상매뉴얼 가동과 각 지역 유물들의 안전이슈에 대한 내용들을 정부 공식트위터인 'MFA of Ukraine’를 통해 실시간 보도중이다.
BBC는 "우크라이나 소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몇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작품의 목록을 서둘러 디지털 파일로 정리하고, 작품을 은밀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 심지어는 박물관 직원들이 가장 귀중한 예술품 보관소에 장벽을 치고 잠을 자며 지키는 상황이라고 한다."라는 속보를 전달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실제 뛰어난 민족예술가 Mariia Pryimachenko의 작품 약 25점이 불타는 사례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당시 도네츠크 역사박물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4만5천여 점의 문화재가 소실된 적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재들은 단순한 그들만의 자산이 아닌 인류 모두의 유산이다.
우크라이나의 반달리즘 행위를 다룬 BBC 코리아 기사
반달리즘,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행위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Vandals)에서 비롯된 반달리즘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의 약탈행위로부터 유래한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북아프리카 히포(Hippo)의 주교로 있을 때 반달족의 침공을 직접 겪었는데, 실제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했을 때 파괴와 약탈 행위가 유독 심하게 자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반달족=문화 파괴자(약탈자)’라는 인식은 고대 로마문화를 이상화했던 르네상스 이후 확산되었다.
1794년 프랑스 블루아(Blois)의 주교인 투르 앙리 그레구아(Henri Grégoire)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반달리즘은 주로 전쟁이나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빈번히 나타나며,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종교적·민족적 갈등의 경우 더욱 가혹하게 자행된다. 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하는 행위,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신전을 파괴하는 행위,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bamiyaan) 석불을 파괴한 행위, 2015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시대에 폐불(廢佛) 정책으로 사원과 석불, 석탑, 불화 등을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의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카를 브률로프(Карл Брюллов)가 그린 <로마를 약탈하는 게이세리쿠스> 유럽인들은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예술품을 훼손하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소행을 벌였다고 생각해,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파괴되기 전 바미안 석굴(왼쪽), 파괴하고 있는 모습(가운데), 파괴된 후 모습(오른쪽) (출처: 위키리스크)
약탈문화재 반환에 관한 국제법과 ‘오타니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나라 유물들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 코너에 전시돼 있는 ‘오타니 컬렉션’이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의 니시혼간지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4년까지 중앙아시아로 세 차례 탐험대를 보내 도굴해온 유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유물들에 대해 “오타니 탐험대라 불리는 일본의 승려 조직도 이곳을 세 차례 답사하며 많은 유물을 수집했고, 당시 수집품 중 일부가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타니 수집품의 일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191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고, 해방 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오타니 컬렉션은 석굴에서 절취한 벽화 등 종교미술과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 등에서 출토한 <복희여와도>(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창조신 '복희여와도‘)와 같은 고분 발굴품, 토기·인형·연장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작은 벽화 파편들까지 합쳐 1500여 점에 이른다.
1998년 1월, 중국 정부는 둔황 막고굴 발굴 100주년을 앞두고 영국·프랑스·일본 등으로 유출된 문서를 되찾겠다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유물 약탈국들은 반환 요청은 고사하고 임대 요청도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국제 규약은 1970년 11월17일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6월24일 로마에서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발굴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협약은 ‘외국 군대의 점령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채택 이전의 문화재 반출에까지 소급되지는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타니 컬렉션이 야만적인 문명파괴 행위의 결과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반환에 대해선 팽팽하게 맞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고, 이에 대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아직까지 변화된 것이 없다.
오타니 고즈이가 수집한 유물을 싣고 내몽골의 사막을 지나는 오타니의 3차 탐험대. (1914년 3월에 촬영)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22-03-18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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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클래식 감성의 현대적 뮤지컬 ‘시라노’
비록 흥행에서 참패를 맛보고는 있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뮤지컬 영화 러시는 유행이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할 만큼 두드러진다. 그 중에서도 ‘디어 에반 핸슨’(스티븐 크보스키, 2021년 11월 개봉),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스티븐 스필버그, 2021년 12월 개봉), ‘시라노’(조 라이트, 2022년 2월 개봉)로 이어지는 뮤지컬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많다.
영화보다 먼저 무대 공연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따뜻하고도 슬프고, 로맨틱하면서도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기획된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개봉 시기가 비슷한 것을 보면 팬데믹 시대 마지막 골짜기의 집단적 우울함에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감성적인 음악이 위로가 될 거라 믿었던 것 같다. 흥행 실패에 대한 이유는 조금씩 다른데 톱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히 마케팅에 불리한 지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시라노’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므로, 태생적으로 주인공의 미모가 장점이 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시라노’는 삶의 영원한 난제, 사랑에 대한 순수함과 절절함으로 가득차 있다. 시인이자 군인인 ‘시라노’(피터 딘클리지)는 ‘록산’(헤일리 베넷)을 오랫동안 사랑해왔지만 난장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친구 이상으로 다가설 용기가 없다. 그러다가 부하로 들어온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도 록산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는 곡절 끝에 크리스티앙 대신 연서를 써주게 된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를 좋아하는 록산은 아무것도 모른 채 크리스티앙의 황홀한 글솜씨에 끌려 부부의 연까지 맺는다. 그러나 두 남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최전방으로 차출되고, 세 사람은 운명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시라노’의 음악은 아론 데스너, 브라이스 데스너 형제가 작곡했다. 록 밴드 ‘더 내셔널’의 멤버이자 팝 스타들의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두 사람의 음악적 성향이 잘 드러난다. 트렌디한 리듬과 편곡 덕분에 19세기 말에 쓰여진 원작 소설의 오래된 서사가 생기를 얻어 젊고 발랄하게 되살아났다. 화려한 수사에 허영심이 많은 록산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겁쟁이인 시라노를 성숙하고 남자답게 포장하는 것도 각 캐릭터가 부르는 넘버들이다.
또한, 롱테이크, 쇼트테이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조 라이트 감독의 편집 리듬과 사운드트랙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Someone To Say’, 낮게 읊조리는 듯한 ‘Your Name’도 빼놓을 수 없는 넘버지만 엉뚱하게도 주인공들이 부르지 않는 노래 하나가 유명해졌는데 바로 ‘Wherever I Fall-Pt.1’이다. 저예산 음악영화로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원스’(존 카니, 2006)의 주인공, 글렌 핸사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수상 가수이면서도 다른 목소리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병사의 고통만을 전달하려 한 배려가 돋보인다. 흥행 여부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개성과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윤성은의 Pick 무비
중증 장애인의 아주 특별한 하루,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 이하 ‘그 남자는’)의 주인공 ‘야코’(페트리 포이콜라이넨)는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지만 앞을 볼 수 없고, 춤추듯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휠체어 신세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력도 잃고 하체도 마비된 야코의 유일한 낙은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여자친구와의 대화다. 여자친구도 암투병 중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여느 연인들과 다름 없이 다정하고 로맨틱하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고 우울해 하자 야코는 혼자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의 야심찬 모험은 금세 벽에 부딪치고 만다. 돌발적인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야코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야코가 장애인 택시 안에서 ‘자유!’를 외친지 몇 시간도 안 되어 마주한 것은 장애인의 돈을 노리는 나쁜 인간들일 뿐이다. 야코는 과연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남자는’은 지난 10년간 가장 인상적인 형식의 영화 중 한 편인 ‘사울의 아들’(감독 라즐로 네메스, 2015)을 떠올리게 한다. 카메라가 시종일관 야코의 얼굴을 집요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얼굴 외의 부분은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흐리게 보일 뿐이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 주변의 어떤 사물이나 상황도 확신할 수 없는 야코의 답답함에 관객들이 몰입하게 해주는 장치다. 대신 사운드와 대사에 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특히, 야코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그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중증 장애인이 고생하는 이야기라 불편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유머와 온기, 긍정으로 가득차 있다.
실제로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페트릭 포이콜라이넨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경이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페트릭은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기도 하고, 험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생은 늘 예측불가이기에 살아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적확한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 우리가 바라는 영화의 예술성이란 이런 것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22-03-18 1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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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종원의 커튼 콜
동화속 이야기를 성인용 뮤지컬로 환생시키다_뮤지컬 난쟁이들
‘골 때리고, 기상천외하고, 적나라하고, 익살스런’ 재미는 작은 뮤지컬들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다. 요즘 MZ세대들, 특히 공연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은 바로 그런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무대다.
물론 제목은 ‘백설공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난쟁이들이 주인공이라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무대에선 소극장 뮤지컬의 재미를 담아내기 위해 동화속 이야기의 재연을 넘어서는 파격과 실험이 등장한다. 줄거리 자체가 기발하고 발칙하다. 주인공인 찰리는 공주와 만나 인생 역전을 이루겠다고 꿈꾸는 야심찬 난쟁이이다. ‘백설공주’를 만난 후 오매불망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난쟁이 빅과 함께 숲 속의 마녀를 찾아가 인어공주에게 그랬던 것처럼 ‘긴’ 다리를 만들어주는 마법의 약을 얻는다.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3일. 그 안에 공주와의 키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면 인어공주가 그랬던 것처럼 거품이 되고 만다. 그로부터 뮤지컬에는 난쟁이들의 공주 ‘꼬시기’ 프로젝트와 촌철살인의 유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실 ‘백설공주’를 무대에서 활용한 창작 뮤지컬이 이 작품이 최초의 시도는 아니다. 공주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일곱 난쟁이 중 한 명인 반달이의 이야기를 그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도 이미 큰 인기를 누렸던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이다. 줄여서 말하기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에겐 ‘백사난’이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눈물 쏙 뺄 만큼 애틋하고 아름다운 짝사랑 이야기로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경우다.
엇비슷한 소재의 무대지만, 창작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진 ‘난쟁이들’은 ‘백사난’과는 사뭇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훨씬 직설적이고 과감한 접근을 보여주는 탓이다. 무대에는 시종일관 19금의 외설스런 대사와 직설적인 표현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공연의 부제로 쓰인 홍보문구 역시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익살스런 표현이다. 어린이의 ‘린’에 X자를 긋고 새롭게 ‘른’이란 단어를 써놓았던 적도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된 ‘어른’ 관객만 미리 그런 작품이란 것을 이해하고, 충분히 인지하고 그리고 알아서 보러 오시라는 재미난 마케팅 전략이 담긴 홍보문구다.
소극장 뮤지컬답게 설정 자체가 이미 파격이고 가히 충격이다. ‘난쟁이들’은 동화속 판타지 대신 현실적인 재해석들을 과감히 덧붙여 뼈있는 웃음을 선보인다. 여장남자 배우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막말을 쏟아내는 천방지축 공주 ‘신데렐라’는 진정한 사랑보다 재력을 더 따지는 속물로 그려져 있고, ‘백설공주’는 보석탄광에서 삽질을 하며 꿈틀대는 근육을 자랑하던 난쟁이들의 남성미를 잊지 못하는, 야한 남자를 좋아하는 색녀로 그려진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우스꽝스럽고 허접스러운 왕자들은 ‘끼리끼리’를 노래하며 연인관계에서는 신분과 계급이 중요하다며 요즘 세태를 풍자하고 우스꽝스레 노래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폭소 속에 담겨있는 ‘뼈 있는’ 현실이라는 뼈 한 조각이 이 작품만의 별스런 재미와 묘하게 거슬리는 웃음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낸다.
뮤지컬 ‘난쟁이들’은 코미디 뮤지컬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코미디가 뮤지컬 장르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공연장 나들이라는 것이 흔한 체험도 아닐뿐더러 연극인들이 주축이 돼 작품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선보이다보니 진지하거나 예술적 체험에 방점을 둔 작품들이 오히려 더 선호돼서 생긴 현상이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엔드 같은 서구 사회에서 뮤지컬은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기를 누려왔던, 그래서 하루의 피로를 덜어줄 여가거리로서의 정체성을 지녀 오히려 코미디가 더 인기인 대중문화의 산물이자 첨단의 오락거리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 ‘난쟁이들’은 바로 그런 부류의 전형적인 코드를 담고 있는 창작 뮤지컬 작품이다. 일상의 번잡스러움을 잊고 가볍게 즐기기에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특히 뮤지컬하면 서양의 드레스 입은 궁중 무도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라면 꼭 공연 관람을 추천하고 싶을 만큼 독특하고 유별난 재미와 기발한 웃음을 잘 담고 있다. 서울 충무아트홀에서의 초연에 이어 얼마 전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가면서 익살과 개그, 대놓고 얘기하는 적나라한 풍자의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복잡할 것 없이 그냥 웃고 즐기기에 이만한 재미가 담긴 작품은 또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2022년 앙코르 버전의 ‘난쟁이들’은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꽤나 화려한 캐스팅을 선보이고 있다. 팬텀싱어 출신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세중과 뮤지컬 배우 최민우가 난쟁이 찰리 역으로,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을 선보이는 조풍래, 류제윤, 황두헌이 할아버지 난쟁이 빅으로 등장한다. 인어공주 역의 조윤영과 정우연, 백설공주의 문진아와 한보라도 웃음을 보내기에 아쉬움이 없다. 그래도 제일 배꼽잡게 만드는 것은 역시 왕자 1, 2, 3으로 등장하는 영오, 선한국, 서동진이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익살스레 풍자하고 뼈있는 농담을 더한다. 고개를 들어 콧대를 한껏 높이고 감정을 자제한 체 콧소리로 잘난 체 대사를 읊는 모습 자체가 중독성이 있는 익살이요 풍자다. 극장을 나서며 말타고 달리듯 흉내내는 관객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체험이다. 잔상이 오래 남는 올해 최고의 소극장 뮤지컬 캐릭터들이다.
무대가 작아서 극적 상상력이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뮤지컬들은 다양하고 도전적인 내용을 펼치기 좋은 실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소극장 출신의 연출가나 배우가 그때의 경험을 잘 살려 스타 반열에 올라서는 일도 낯설거나 드물지 않다. ‘지하철 1호선’이나 ‘사랑은 비를 타고’가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배우 사관학교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입장권 가격이 낮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연인과 함께 봄나들이로 극장을 찾는 것은 꽤나 근사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문화예술의 체험이 될 수 있다. 한참 웃다보면 세상이 행복해 보이는 것도 소극장 뮤지컬이 주는 마법의 효과다. 만끽해보기 바란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2022-03-11 1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