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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3> 다심(多心)
<33> 다심(多心)
인간의 사고(思考)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의식적으로 '의식'만을 인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무의식은
인간 사고의 95%를 지배한다.
이는 신의 축복과도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인간은 미쳐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한 모든 일들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마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들이 쌓이게
된다.
그렇게 다층(多層) 구조로 된 마음(心)이
생긴다.
생각에 따라서 마음의 모양도 변해간다.
여러 개의 층(多層)으로 이루어졌으나,
나올 때는 하나로.
때로는 마음 밖으로 때로는 마음속으로 삼킨다.
의식과 무의식의 혼돈 속에 세월과 함께 마음이 겹쳐지니
마음의 자장(磁場)도 힘이 흐트러진다.
종일토록,
좋은 자장은 남기고 나쁜 자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쓴다.
여러 개의 마음(多心)이 있다.
오늘도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정돈하는 심장.
김영조<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6-10 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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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2> 포용_쉼
<32> 포용_쉼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어머니 자궁 안에 등을 기대고 있는
태아(胎兒)의 모습과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자세.
세상일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가끔은 저렇게 한숨 자다 가고 싶다.
물의 포용,
너그럽게 감싸 안는 어머니의 마음.
쉰다는 것은
그 어떤 시간과의 단절이 아니라
지나온 모든 것을 포용하고
다가올 미래를 단순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5-21 0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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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 영리한 발전기
<31> 영리한 발전기
심근세포는 모두 스스로 박동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심장세포가
다툼 없이 일관성 있게 차례로 박동하여 혈액을 뿜어내는
모습은
가히 신비로움 자체다.
심장이 이 신비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심장에 전기 신호가 필요하다.
심장박동은 심장 내, 4개의
방의 율동적인 수축이다.
심장박동을 위한 심장의 전기 신호는
우심방 상단에 있는 특수 신경조직인 동방결절에서 시작한다.
좌우심방과 좌우심실에 있는 특수 조직인 전도계를 통해
심근 곳곳에 전기신호를 보내 심장의 수축을 완성한다.
본래 동방결절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는 1분에 100회 정도이나
말초신경과 뇌에서 오는 간섭으로 안정 시에는 보통 80회 정도이다.
운동할 때는 조직에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더 빠른
전기 신호를 발생한다.
필요에 따라 발전기는 더 많이, 더 적게 신호를 생성하면서
우리 몸에 맞추어 발전기를 돌린다.
또한, 전도계는
선행된 신호의 간격을 기억하여
중간중간 전기신호의 전도를 느리게 전달하거나 차단한다.
그래서 전도계는 기억능력이 있는 조직이다.
심장의 이런 영리함은 태고 적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그 비밀을 아는 이 없어
우리는 다만 이 신비로움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김영조<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5-07 1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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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 원만 (圓滿).
<30> 원만 (圓滿)
원만(圓滿).
이 둥근 마음에 무엇을 가득 채울까.
이 둥근 마음도 처음엔
각 선 모서리를 지닌 마음이었으리라.
모서리가 깎이고 깎여서
원만함이 된다.
버릴 것을 버리고 나서야
가득 차게 된다.
모서리가 아닌 빈 곳을 빈틈없이 채우면
더 큰 원만함이 된다.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나서야
가득 차게 된다.
이 단순함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각 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까.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원장/ 전 영남대 의대교수>
2019-04-19 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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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 맑은 영혼
<29> 맑은 영혼
이른 새벽, 닭이 '꼬끼오'하는 소리에
일어나 반야심경을 읽는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색불이공... 색즉시공... 모지 사바하"
아침 공기를 가르며 산을 오른다.
5월이라 아직 새벽 공기는 차다.
숨이 헉헉거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벼락바위에 앉아 책을 본다.
시간이 지나간다.
추운 것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무엇이든 담을 준비가 되었다.
2019-04-01 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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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 고 독
<28> 고독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은 다르다.
외로움(loneliness)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와 격리될 때 느끼는 감정이지만
고독(solitude)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사회적 관계로부터 분리시킬
때 온다.
외로움은 고통으로 나타나지만
고독은 홀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기쁨이다.
바쁜 현대인들의 고질병은
바쁜 일상생활 못지않게
여가시간조차 잠깐의 외로움도 허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대부분의 중년들은 TV를 보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물가에 앉아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즐기거나
조용한 저녁에 자유로운 사색에 잠기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치열한 당신의 삶에 그리고 무리하고
있는 당신의 심장에
여백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외로움의 심장을 고독의 심장으로 바꿀
때
고통은 기쁨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끔은 거기에 서서
멈추라!
김영조<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3-18 1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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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 깨어진 심장 (Broken Heart)
<27>깨어진 심장 (Broken Heart)
때론 심장은
깨어지기 쉬운,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 붉은 항아리이다.
대리석같이
매끄럽고 강할 줄 알았던
심장이 깨어졌다.
갑자기 찾아온 심한 감정적 손상.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혼, 배신 등의
감당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심각한
정서적 상처가
심장을 깨뜨린다.
의학적으로 'Broken Heart Syndrome(깨진 심장 증후군)'이라고
명명한다.
심하면, '스트레스성 심근증'으로 발전한다.
심한 정서적 데미지가 생긴 후, 급성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는데
심장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펌프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한 부정맥이 동반되어 갑자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증'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감별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성 심근증'은 대부분 치료 후 심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나
드물게는 심장기능이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 깨어진 심장은
다시 붙이기 어렵다.
분노와 흥분은
심장을 깨뜨리는 망치와 같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3-04 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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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6> 현대인의 심장
<26> 현대인의 심장
현대인은 급박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플라밍고를 추는 무희와 같이 화려하고 멋있게
조급한 마음을 숨기며 살고 있지만.
하나,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는 스트레스.
생활은 항상 긴장되어 있고
쫓기듯이 살다 보니 여유가 없다.
오른쪽은 괴물 같은 토끼의 형상.
토끼는 경계심의 자장(磁場)이 가득하다.
왼쪽의 마음에는 욕망이 들끓고 있다.
경계심과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심장이
현대인의 심장이다
김영조<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2-18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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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5> 여수(如水)
<25> 여수(如水)
물은 세상의 모든 것을 관대하게 수용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위가 있으면 돌아간다.
구정물이 흘러들어도 기꺼이 받아들여
맑게 화합한다.
때 묻은 많은 것과 함께 하지만
제 심성은 흩트리지 않는다.
일정한 모양을 하지 않아
둥근 그릇에서는 둥근 모습,
네모진 그릇에서는 네모 모습을 한다.
때로는 증발하여 이슬과 비로 다시
태어나고,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자기의
역할을 한다.
옛날부터 '물이 올랐다', '물이 갔다' 등과
같이
젊음, 아름다움, 건강, 싱싱함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하였던 것을 보면
물이 우리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선천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의 속성 또한, 이 물의 속성과 다르지 않다.
몸을 낮추어 겸손하며
남을 내 마음에 수용하는 삶.
물의 지혜를 닮은 자연스러운 심장.
김영조 원장<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전 영남대 의대교수>
2019-02-01 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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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4> Know Thyself
<24> Know
Thyself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요즘 시대에 어쩐지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을 나무랄 때 많이 사용한다.
이 명언의 주인인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통해
살면서 모자라는 지혜를 갈고닦아 삶 속에서 최선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
심장에 보이는 크고 작은 삶의 흔적들.
삶의 흔적들이 많아질수록 이와 함께 더 궁금해진다.
'나는 누구인가?'
젊은 시절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생
함께할 동반자를 만나고,
환자들을 보면서, 또,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때마다 그들에게 투영되는 나를 보게 된다.
가끔 그들을 통해 낯선 나, 새로운 나를 만나 왔었다.
나로 인해 그들의 세상이 나아지고,
그들로 인해 나의 세상이 한 단계 성숙해진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타인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여행인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더 많은 좋은 인연들이
나의 여정에 동참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의원 원장>
2019-01-14 1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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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3>기도하는 심장
<23> 기도하는 심장
구름 위에 심장이 떠있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을 받아주는 심장이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 다 받아주다 보니
그분의 심장도 고통과 슬픔의 심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기도는 다시
그분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하는 시간이 된다.
'주님. 저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당신의 은총으로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9-01-02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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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2> Beautiful Heart
<22> Beautiful
Heart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노년 시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년을 위해서 어떤 삶을 살며,
노년을 어떻게 잘 정리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지나온 자신의 발자취를 둘러보고
고요한 마음, 맑은 정신, 원만, 포용, 평상심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이 말들에선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은 청춘이 아니라,
힘겹게 걸어오긴 했지만
삶을 버티고 가꾸며 잘 살아온
노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어머니의 삶처럼.
아름다운 마음이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김영조<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8-12-17 1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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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1> 오뚝이
<21> 오뚝이
넘어져도 금방 또 일어난다.
엎어져도 금방 또 일어난다.
내가 없으면 당신이 힘들기 때문이고
내가 병들면 당신이 아프기 때문.
나는 칠전팔기의 오뚝이 심장이다.
오늘도 아픈 마음 뒤로하고
나는 다솜 가득한 마음으로
님을 위한 향기로운 꽃이 되어
님이 꽃멀미에 취해 있는 모습이 보고 싶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8-12-03 1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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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 경 외
<20> 경 외
아무런 이유 없이 자주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한 중년 남성이
고민 어린 표정으로 진료실에 왔다.
몇몇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운동부하검사, 24시간
생활심전도, 심초음파검사, 뇌CT검사 등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보았지만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빵을 좋아한다는
사실,
운동 전에 빵을 가끔 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논문을 찾아보고
드물지만 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분간 운동이나 일하기 전에 빵을 먹지 말라"라고 처방을 주었고,
빵을 끊고 난 후, 그는
더 이상 실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 마음은 환자를 공경하고 어려워하는 마음,
곧, 경외심에서
솟아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종종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환자는 영원한 의사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마음이 두 손을 올려
당신을 존경합니다.
마음이 떠받드는 손 위엔
정녕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올려져있습니다.
오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올려놓을 하얀 모시수건과
은쟁반도 준비해 놓고 있겠습니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8-11-19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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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9> 또 다른 나
<19> 또 다른 나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말하기 힘든 두 가지 길에서 망설이는 상황이 많다.
'어떤 약을 환자에게 처방할까'하는 문제에서부터
환자의 상태가 진료를 해도 호전되기 어려울 경우,
환자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의사만의 고민이 시작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료를 포기해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진료를 권해야 할지
깊은 갈등을 하게 된다.
이런 두 가지 길에서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비단 의사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항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두 가지 길에서
망설이게 하는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심장에도 두 개의 머리가 있다.
우리 본래의 참 마음과
시비를 거는 또 하나의 머리.
또 다른 마음을 잘 보살피고 달래서
지혜의 길로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머리가
늘
적(赤)의 머리이거나
흑(黑)의 머리인 것은 아니다.
두 개의 머리는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조 <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2018-11-05 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