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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1> 제비꽃(앉은뱅이꽃)(Viola mandshurica)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사 제비꽃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가장 사랑받는 식물이다. 길가나 인가 주변을 비롯해서 풀밭에 무리지어 옹기종기 자라는 제비꽃은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제비꽃은 제비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잎이 돋아나고 기다란 입자루가 있으며 세모꼴 가까운 기다란 주걱 형이다. 뿌리에서 몇 개의 가느다란 꽃줄기가 돋아나고 8-1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며 4-5월 경 줄기 끝마다 보라색 또는 자주색 꽃을 한 송이씩 옆을 향해 피운다.
꽃의 중심부는 흰색이고 꽃잎에는 진한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꽃잎은 5장이고 크기가 같지 않으며 그 중 하나는 앞 쪽으로 튀어나와 곤충의 착륙장 역할을 한다. 수술 5개, 암술 1개이며 수술이 암술대 밑을 둘러싸고 있다.
꽃의 뒷부분이 기다란 자루처럼 튀어 나와 있는데 이것이 꿀주머니로서 전문용어로 거(鋸)라고 한다. 꿀주머니에 들어있는 꿀에 접근하려면 기다란 빨대를 갖고 있는 나방이나 나비가 유리하다. 열매는 익을 때 3갈래로 갈라지고 각각 10-15여개 정도 씨가 소복이 들어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 쯤 꽃이 핀다고 하여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음력 3월 3일을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이라 하여 고려시대 9대 명절의 하나였고 명절음식으로 화전(花煎)을 부쳐 먹었는데 사용하는 봄꽃은 진달래를 비롯해서 제비꽃이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리 운다. 이른 봄은 양식이 부족하기 쉬운 계절인데 봄철이 되면 북방 오랑캐들이 양식을 약탈하러 자주 쳐들어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제비꽃은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키가 작아서 앉은뱅이꽃, 병아리처럼 귀엽다고 병아리꽃, 꽃반지 만들기 놀이에 이용되었다고 해서 반지꽃, 장수꽃, 외나물, 씨름꽃 등이다. 별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과 밀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별명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제비꽃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여종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60여종이 올라있고 새로운 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변종이 많다는 것은 다른 종과의 교합이 많다는 뜻이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바람둥이라는 뜻이다.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남산제비꽃, 잎에 알록 무늬가 있다고 해서 알록제비꽃, 잎이 나올 때 고깔처럼 말고 나온다고 해서 고깔제비꽃, 노랑꽃을 피운다고 해서 노랑제비꽃 등이다.
60여종 제비꽃은 외모에 유사점이 많아서 웬만한 전문가도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 도시장식용 화분에 많이 심는 팬지는 외래종이며 제비꽃의 원예 종으로 자주, 노랑, 흰색이 석인 삼색제비꽃이다.
속명 비올라(Viola)는 라틴어로 ‘보라색’의 뜻이고 종명 만츄리카(mandshurica)는 ‘ 만주지방‘이라는 뜻이다. ’만주지방에서 발견된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비올라 속명이 영어명 바이올렛(violet)이 되었고 또한 독립된 색의 명칭이기도 하다.
제비꽃은 서양에서도 사랑받는 꽃이다. 특히 나폴레옹이 젊었을 때 좋아했다고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를 ‘제비꽃 소대장‘ 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엘바섬에 유폐되었을 때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에서 동지를 확인하는 암호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엘바섬을 탈출해서 파리에 입성했던 시기가 바로 제비꽃이 필 무렵이었다고 하니 나폴레옹과 제비꽃의 관계는 운명적인 것 같다.
봄철에 냉이처럼 잎과 뿌리를 데쳐서 우려낸 다음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전초말린 것을 지정(地丁), 자화지정(紫花地丁), 근근채(菫菫采)라 하고 피를 맑게 하고 이뇨, 종기, 설사에 사용했다.
현대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항산화작용, 항당뇨 효능이 밝혀졌고 천식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에이즈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가능성이 있다. 플라보노이드(flavonoid)계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다. 황록색 염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서양에서는 향료제조 원료로 사용한다.
2018-04-1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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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ca)
식물 이름에는 부르기도 민망한 식물이 여럿 있다. 큰개불알풀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 토종식물은 아니고 유럽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지 않은 세월 우리와 함께 했을 것이다.
현삼과에 속하는 두해살이식물로서 밭이나 밭두렁 또는 길가나 빈터 어디든지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자라며 대표적인 잡초로 취급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꽃이 작아서 화려한 큰 꽃에 밀릴 수밖에 없고 딱히 인간에게 어떤 대단한 쓰임새가 있지 않는 한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잡초의 운명은 그야말로 참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뽑히고 짓 발피고 갈아 업히고 무시무시한 제초제의 세례를 받으면서도 용케 생명력을 이어가기에 그 생명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큰개불알풀은 이른 봄 3월 경 잎겨드랑이 마디에 돋아난 꽃자루 끝에 한 송이 씩 꽃을 피우며 추위가 심하지 않은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도 꽃을 피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10-30 센티미터 정도 옆으로 자라면서 비스듬히 서고 잎 모양은 세모꼴이다. 꽃이 작아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큰 꽃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청초한 인상을 주는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4개의 꽃잎 중 하나는 약간 작으며 선명한 하늘색(코발트색)이고 꽃잎마다 짙은 색의 줄이 여러 개 그어져 있고 꽃 중심부는 흰색이다. 꽃받침 4개, 수술 2개, 그리고 암술 1개이며 수술 끝에 꽃 밥은 검은 색을 띄고 있어서 하늘색 꽃잎과 잘 어울린다.
저녁이 가까워 오면 꽃은 시들어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는 꽃봉오리에서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큰개불알풀의 유사종으로 개불알풀이 있는데 꽃의 색깔이 옅은 홍색을 띄고 있고 꽃의 크기가 큰개불알풀보다 작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은 일본의 식물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의 식물도감에는 ‘큰개의 음낭’(大犬の 陰囊)로 되어있다. 이러한 이름이 생기게 된 것은 열매 모양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콩팥 모양의 열매는 중앙부가 세로의 깊은 홈으로 갈라져 양쪽의 둥근 모습이 생긴다.
열매 모양에서 영락없이 개 불알이 연상된다. 열매에는 8-15개 정도 종자가 들어 있다. 개불알풀에는 ‘봄까치꽃’이라는 예쁜 우리말 이름도 있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인식되어있기에 봄까치꽃은 봄소식을 전해 주는 봄의 전령사 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봄꽃에는 안성맞춤인 훌륭한 이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이 귀여워서인지 봄까치꽃에 대한 시가 많다. 저명한 이혜인 수녀의 시 한 구절을 옮겨보면 ‘까치가 놀러 나온/잔디밭 옆에서/가만히 나를 부르는/봄까치꽃/하도 작아서/눈에 먼저 띄는 꽃/어디 숨어 있었니.....’ 이다.
라틴명의 속명 베로니카(Veronica)는 전설상의 성녀(聖女)다. 서양 사람들은 딸이 태어나면 베로니카라는 이름을 많이 지어준다. 서양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예수가 골고다 언덕 사형장으로 십자가를 메고 올라갈 때 이마에 흐르는 피땀을 손수건으로 닥아 준 여인이 베로니카였고 순간에 기적이 일어나 예수얼굴이 손수건에 각인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복음서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종명 페르지카(persica)는 라틴어로 복숭아를 의미한다. 서양 사람들은 열매모양에서 복숭아를 연상했던 모양이다. 학명은 ‘복숭아 모양의 베로니카’라는 뜻이다. 한자명으로 지금(地錦)이라고 하며 ‘땅을 덮은 비단’이라는 뜻이다.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 또 하나 있는데 ‘개불알꽃’이다. 이 두 식물을 동일종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불알풀은 현삼과 식물로서 잡초취급을 받지만 개불알꽃은 난초과 식물로서 멸종 위기 종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개불알난’ 또는 복주머니난 이라고도 부르며 커다란 홍색 꽃을 피운다. 큰개불알풀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한방에서 식물 전체 말린 것을 파파납(婆婆納)이라 하고 요통, 백대하 치료에 사용했다.
2018-04-0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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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9> 두루미꽃(Majanthemum bifolium)
소나무나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 밑에는 일반적으로 초본식물(풀)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한편 잎이 커서 침엽수보다 그늘지게 할 수 있는 활엽수림에는 오히려 다양한 초본식물이 분포한다.
침엽수는 상록수여서 겨울에도 잎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침엽수림에는 사시사철 나무 밑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빛의 세기도 약하다. 탄소동화 작용에 활용되는 빛의 파장은 가시광선 내 적색광 부근의 파장이다. 그래서 나무 밑에 도달하는 광선은 일차적으로 상록수에 적색광이 흡수되고 나머지 파장이 들어오게 된다.
또한 침엽수의 낙엽에는 탄소 이외에 영양분이 결핍되어 있고 나뭇잎에서 분비되는 수액(樹液)이 떨어져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제초제처럼 작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활엽수는 여름한철 무성하던 잎이 가을을 거치면서 떨어짐으로 이듬해 새싹이 돋아나 잎이 다시 무성해지기 전까지는 나무 밑에 많은 햇빛이 도달할 수 있다. 또한 활엽수 낙엽 속에는 영양분도 풍부해서 작은 초본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된다. 초본식물들은 빛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 이른 봄부터 서둘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를 만든다.
활엽수림뿐만 아니라 침엽수림에서도 자라는 식물로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인 두루미꽃이 있다. 두루미꽃은 매우 단출한 식물로 줄기 하나에 잎 2개를 갖고 있다. 전국 높은 산 정상 부근의 나무 숲 속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음지식물이다.
뿌리에서 줄기 하나가 돋아나 8-15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잎은 잎자루가 있고 세모꼴의 심장형으로 왁스질이 덮여 있어서 표면에 광택이 있다. 개화기가 5-7월로 줄기 끝에 이삭모양의 총상화서 꽃차례로 20개 정도의 흰 꽃이 달린다. 꽃잎과 수술이 각각 4개, 암술 1개로 암술머리가 둘로 갈라지며 꽃잎이 뒤로 말려 있어서 암술과 수술이 밖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두루미꽃의 이름은 이 식물의 자태가 두루미를 닮은 데서 비롯되었다. 줄기 중간 위치에 2개의 잎이 서로 어긋나게 붙어있는데 이 2개의 잎은 학의 날개모습이다. 잎 아래 쪽 줄기는 학의 다리처럼 보이고 잎 위쪽은 흰 꽃 이삭이 마치 두루미가 위를 향하여 목을 길게 빼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식물전체가 영락없이 두루미의 고고한 모습이다. 열매는 익기 전에는 표면에 무늬가 보이지만 완전히 익으면 붉은 색이다.
속명 마얀테뮴(Majanthemum)은 희랍어로 ‘5월’과 ‘꽃’의 합성어이고 종명 비폴리움(bifolium)은 희랍어로 ’2‘의 뜻인 비(bi)와 ’잎‘을 뜻하는 폴리움(folium)의 합성어로 ’2개 잎‘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명의 뜻풀이는 ‘잎이 2개인 5월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영어명은 ‘may lilly’로 ‘5월의 백합’이다.
한방에서는 전초 말린 것을 이엽무학초(二葉舞鶴草) 또는 무학초(舞鶴草) 라하고 피를 맑게 하고 지혈, 토혈, 월경과다 등 각종 출혈증상 개선에 사용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서양에서 지피식물(地被植物)로 정원에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유사한 동속식물로 큰두루미꽃이 있는데 조금 클 뿐 모든 식물모양이 동일하며 잎이 3개이다. 각종 동물 이름이 들어가는 식물명이 많이 있다. 두루미가 들어가는 식물명 중에 두루미천남성을 비롯해서 모두 3종이다.
동양에는 신선사상에서 유래한 십장생(十長生)이 있다. 장수하는 10가지를 말하는데 무생물 5종과 생물 5종이다. 장수하는 생물 5종은 소나무, 불노초, 거북, 사슴 그리고 학(두루미)이다.
학은 깨끗하고 함부로 범접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고하고 기품이 있는 새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민화, 문인화, 시,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해서 매우 친근하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두루미를 아무 데에나 결부시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두루미꽃은 두루미의 품위에 손색이 없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18-03-2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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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8> 중의무릇(Gagea lutea)
1개의 잎과 1개의 꽃줄기만을 갖고 있는 아주 단출한 식물이 있는데 중의무릇이다. 중부 이북의 산의 숲속에 자라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대부분의 작은 봄꽃이 그러하듯이 아직은 활엽수의 나뭇잎이 자라기 전이어서 나무 밑이라도 비교적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함으로 햇볕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나무 잎이 자라서 무성해지면 나무 밑에 자라는 작은 풀꽃들은 햇빛이 완전 차단되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봄꽃들은 나무 잎이 무성해지기 전에 일찌감치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일정을 서둘러 주위에 다른 식물이 돋아나기 전인 이른 시기에 싹을 틔우고 꽃이 피도록 진화했다. 땅 속에는 작은 달걀모양의 비늘줄기가 있고 여기에서 한 개의 칼 모양의 좁고 기다란 잎과 1개의 꽃줄기가 돋아난다. 꽃줄기는 15-2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잎은 안쪽으로 약간 말리고 꽃줄기의 밑 부분을 감싸고 있으며 비스듬히 휘어진다.
꽃줄기의 윗부분에서 몇 개의 꽃가지로 갈라지고 4-5월에 각각 한 송이씩 작은 노랑꽃이 달린다. 한포기에 4-10 송이 정도 꽃이 핀다. 꽃 뒷면이 약간 푸른색을 띠고 있어서 푸른 끼가 도는 노란색이며 옅은 녹색 줄이 있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6개이고 암술은 1개이다.
꽃줄기가 갈라지는 지점에 잎처럼 보이는 것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길고 다른 하나는 짧다. 이것을 통상적인 잎과 구별해서 포(苞) 또는 포엽(苞葉)이라 하는데 꽃 주변에 형성되며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꽃을 보호하고 역할을 한다.
포엽은 잎이 고도로 변태해서 만들어 지며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수국의 꽃송이를 이루고 있는 꽃잎처럼 보이는 것도 포이고 세포(토양)액의 산성도에 따라 빨간색, 보라색, 또는 푸른색으로 변한다.
극락조화는 노란색 꽃잎 밑에 빨간색과 푸른색 포엽이 밖으로 뻗어있는데 꽃잎으로 착각할 수 있다.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작용 외에 수분매개체인 곤충을 유인하는 꽃잎 역할도 담당한다.
중의 무릇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문헌상으로 그 유래에 관한 것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다만 추축컨대 혹시 ‘중이 먹어도 되는 무릇’이란 뜻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견해를 피력한 학자가 있다.
절에서는 수도승에게 육식뿐만 아니라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자극적인 5 가지 채소류도 먹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그 다섯 가지가 파, 마늘, 달래, 부추, 무릇으로서 ‘무릇’이 포함되어 있다. ‘중의무릇’과 ‘무릇’은 생김새가 전혀 다른 식물이다.
하지만 모두 백합과 식물로서 크기가 비슷한 계란 모양의 비늘줄기를 갖고 있다. 원래 무릇은 민간에서 ‘물구지’라 부르고 양식이 부족하던 시절 구황식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반 가정에서 알뿌리를 캐서 삶아 먹었고 어린 싹은 나물로 먹었다.
불가에서 ‘무릇’은 중이 먹는 것을 금하고 있으니 중이 먹을 수 있는 무릇 즉 ‘중의무릇’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라는 견해이다. 타당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학명의 속명인 자게아(Gagea)는 영국의 박물학자 토마스 게이지(Gage) 경의 이름에서 비롯되었고 종명 루테아(lutea)은 ‘노란색’이란 뜻이다. 중의무릇 꽃의 노란색에서 비롯되었다. 영어명은 ‘베들레헴의 노란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다.
꽃잎이 5개여서 별모양이고 노라기 때문에 노란별은 이해가 가지만 여기에 베들레헴이 왜 끼어든 것일까.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베들레헴은 예수가 탄생한 곳이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베들레헴 하늘에 나타난 별의 인도를 받아 찾아 갔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바로 그 별을 상상하면서 지은 이름은 아닐까. 독어명은 그냥 노란별(Gelbstern) 또는 황금별(Goldstern)이다. 민간에서는 비늘줄기를 자양강장제로 사용했고 한방에서는 정빙화(頂氷花)라 하며 심장질환에 사용한다.
2018-03-0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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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7> 피뿌리풀(꽃)(Stellera rosea)
제주도 특산식물 중에 피뿌리풀 또는 피뿌리꽃 이라고 하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남한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고 다른 곳에는 자라지 않는다. 북한에는 황해도와 강계지방이 자생지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
만주, 몽골, 우수리 등지에도 분포하는 북방계식물이다. 피뿌리풀은 볕이 잘 드는 풀밭에 무리지어 자라며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뿌리가 더덕처럼 생겼고 붉은 색을 띄고 있으며 여러 개의 줄기가 30-4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가지는 치지 않는다.
줄기의 아래서부터 위까지 바늘같이 뾰족한 잎이 어긋나며 수없이 많이 돋아나 있다. 5-7월경에 줄기 끝에 꽃이 15-22 송이 모여서 핀다.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전에는 붉은 색을 띄고 있다가 꽃이 피면 꽃 내부가 흰색이다. 꽃봉오리가 노랗고 안쪽이 흰 꽃도 있다.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받침이 진화한 것이고 전체 모습이 통 모양으로 길고 끝부분이 5 가닥으로 갈라져 수평을 이루고 있다. 수술은 10개이고 5개는 길고 5개는 짧으며 암술은 1개이다. 뿌리의 색이 피처럼 붉기 때문에 피뿌리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속명 스텔레라(Stellera)는 라틴어로 ‘별’의 뜻인 스텔라(stella)에서 그리고 종명 로제아(rosea)는 장미라는 ‘로제(rose)’에서 비롯되었다. 학명은 ‘별 같은 장미’라는 뜻이다.
피뿌리풀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에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남한 어디에도 자생하지 않는 북방계식물인 피뿌리풀의 자생지가 하필이면 최남단 섬인 제주도라는 사실이다. 현재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몽고에서 망아지가 들어온 이후에 이 식물이 퍼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몽골초원에는 피뿌리풀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필자도 현지에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다. 역사서를 참고해보면 고려 말 삼별초 항쟁이 여몽연합군에 의해 진압된 후 몽골은 일본 정벌의 야망을 품고 1276년 군마 방목장소로 수산평(首山坪)에 탐라목장을 설치했다.
수산평은 오늘날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이다. 여름이 짧은 몽골의 초원보다는 겨울에도 따뜻한 제주도가 말을 키우기에 훨씬 좋은 조건이다. 몽골에서 종자 말을 들여올 때 말의 털이나 마구(馬具)에 씨앗이 붙어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피뿌리풀 자생지도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성산 인근 오름 지역이다.
불행히도 제주도 특산식물인 피뿌리풀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생지가 일반에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었다. 꽃이 예뻐서 캐가기도 했겠지만 다른 한편 약이 된다는 소문으로 남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멸종 위기 종은 비단 피뿌리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식물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 야생화의 아름다움까지도 개인의 소유물로 삼으려는 욕심이 근본 원인일 것이고 이것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주머니의 푼돈이 되고 있으니 슬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피뿌리풀은 독성식물로서 먹을 수는 없고 뿌리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낭독(狼毒)이라 하며 중국 최고(最古)의 약물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과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수록되어 있다. 피부병과 인체기생충제거(구충제) 약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피뿌리풀은 몽골에서 많이 이용되었으며 징기스칸 시대에 병사나 말의 상처치료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피뿌리풀의 상처치유 효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몽골과의 합동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추출물은 항염증, 항암, 항균, 살충효과도 입증되었고 기존 상처치유 원료인 병풀 추출물보다 창상 치유효과가 더 빠르다는 것이 동물실험결과 밝혀졌다.
중국과 티베트에서는 뿌리 섬유질이 로프와 고급 종이제조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종이는 지폐제조와 같은 특수목적으로 이용된다. 중국에서는 책 보관에 방충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천연물 신약이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산업화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중요한 자원식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년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피뿌리풀의 대량증식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2018-02-2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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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6>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쥐오줌풀은 초여름인 5월부터 늦여름인 8월 까지 비교적 개화기간이 길어서 전국 어디에서든지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주로 산지의 습한 그늘진 곳에 잘 자라며 식물이름에서도 짐작이 가듯이 쥐 오줌이 연상되는 특이한 냄새를 풍긴다.
쥐오줌풀은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마타리과를 패장과(敗醬科)라고도 부른다. 마타리라는 식물은 된장 썩은 냄새를 풍기므로 패장(敗醬)이라고 부른데서 연유한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자라고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돋아나 50-8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줄기 윗부분에서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에서 돋아난 잎은 꽃이 필 무렵이면 말라 없어지고 줄기의 마디마다 2장의 잎이 서로 마주나고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 5-8월에 원줄기 끝과 갈라진 가지 끝에 흰색이 도는 연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모여 피는데 꽃송이 전체가 겹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작은 꽃에는 꽃잎이 5개이고 수술은 3개이며 꽃잎 밖으로 길게 뻗어있다. 유사종으로 털쥐오줌풀, 넓은잎쥐오줌풀, 좀쥐오줌풀이 있다.
잎과 꽃에서는 냄새가 그리 강하지 않으며 뿌리에서 냄새가 매우 강하다.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는 곤충마다 좋아하는 냄새가 각각 다르듯이 사람도 냄새에 대해서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식물에서 나는 냄새가 쥐 오줌을 연상시킬 만큼 역겨운 냄새는 아니다.
결국 특이한 냄새로 인해서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속명 발레리아나(Valeriana)는 라틴어로 ‘강해진다’는 뜻의 발레레(valere)에서 비롯되었는데 이것은 약의 효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명 파우리아이(fauriei)는 사람 이름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식물 채집가인 포리(Urbain Jean Faurie)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서 학명에 넣었다고 전해진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나 쓴맛이 강함으로 데친 후 물에 담가서 우려낸 다음 이용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쥐오줌풀의 뿌리 말린 것을 길초근(吉草根) 또는 힐초근(纈草根)이라 하며 진정, 정신불안, 신경쇠약, 부인과 질환에 사용했다.
쥐오줌풀 추출물이 담배의 독특한 향기를 내는데 향료로도 이용되었다. 오지에서 생활하는 산골 사람들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쥐오줌풀을 수면제로 활용하고 있다. 쥐오줌풀을 베서 방안에 갖다 놓거나 달인 물을 마시면 쉽게 잠이 들게 됨으로 부작용 없는 훌륭한 천연수면제이다.
최근에는 일본 오사가 대학 연구진에 의해서 쥐오줌풀 뿌리에서 에이즈 예방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쥐오줌플 뿌리는 동양에서 보다는 서양에서 더 오랜 옛날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 전 5세기경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안정과 경련해소, 불안감과 신경과민에 쥐오줌풀을 권장했다고 하며 중세 유럽에서는 각종 질병의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고 죽음과 공포의 전염병인 페스트 치료에서도 사용되었고 전해진다.
특히 독일에서는 지금도 길초근의 추출물로 물약을 만들어 불면증이나 진정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고양이가 쥐오줌풀 냄새를 좋아한다고 해서 고양이풀(캇첸크라우트, Katzenkraut)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쥐오줌풀의 냄새는 휘발성이 강한 정유 성분 때문인데 개미산, 초산, 길초산과 같은 저급지방산의 보르네올(borneol) 에스테르가 주성분이다.
쥐오줌풀의 약효와 관련된 전설 하나를 소개한다. 신경과민으로 정신이상이 된 사람이 산과 들로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산기슭에 쓰러져 잠이 들었고 바로 그 주위에 쥐오줌풀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잠자는 동안에 자연히 쥐오줌풀의 냄새를 흠뻑 들어 마시게 되었고 그런 일이 있은 후 정신이상이 말끔히 나았다고 한다. 이런 우연한 일로 인해서 쥐오줌풀의 약효가 발견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쥐오줌풀은 매우 중요한 미래의 자원식물의 하나이다.
2018-02-0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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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5> 돌단풍(Aceriphyllum rossii)
맑은 물이 흐르는 산 계곡의 바위틈에 자라는 식물 중에 돌단풍이라는 식물이 있다. 강원도와 중부 이북 지역의 산에 주로 분포해서 산에 가야 볼 수 있었지만 근래는 식물원이나 공원 같은 곳에 조성된 개울가에도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돌단풍은 야생에서처럼 반드시 개울가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적응성이 좋아 평지 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하지만 돌단풍은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야생화는 자생지를 옮기면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죽는다.
산에서 가져온 야생화를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놓으면 십중팔구 말라죽는 경험을 많은 사람이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야생화는 자연 상태에서 자신이 뿌리박고 자라던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말라죽게 된다.
돌단풍은 범위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5월에 흰 바탕에 옅은 분홍색이 감도는 자잘한 꽃을 피운다. 바위틈 사이에 뿌리를 내린 관계를 뿌리줄기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른 봄 뿌리에서 여러 개의 새순이 돋아나며 처음은 붉은 색을 띄고 있지만 자라면서 녹색으로 변한다.
새순은 기다란 잎줄기와 어린이 손바닥 크기로 자라고 단풍나무 잎처럼 5-7 갈래로 갈라진다. 뿌리에서 돋아난 꽃줄기는 3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잎을 갖고 있지 않다. 끝 부분이 몇 가닥으로 갈라지고 5월경에 줄기 끝에 자잘한 옅은 분홍색을 띈 흰 꽃들이 모여서 핀다.
꽃 전체의 모습은 고깔 모양이다. 작은 꽃을 관찰해보면 꽃받침 6개, 꽃잎 5-6개, 수술 6개,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는 2개이다. 꽃받침이 꽃잎보다 길고 수술은 꽃잎보다 약간 짧지만 꽃이 필 무렵 꽃받침과 꽃잎은 뒤로 젖혀진다. 여름이 시작되면 열매가 익기 시작하고 계란 모양을 한 열매가 충분히 익으면 스스로 벌어져 좁쌀만 한 씨앗을 사방에 퍼뜨린다.
나무 잎은 가을에 단풍이 들지만 풀(초본식물)들은 가을까지 기다릴 수 없다. 대부분의 풀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나면 가을이 되기 전에 잎을 비롯해서 식물전체가 말라버리므로 풀잎단풍은 보기 드물다. 돌단풍은 초본식물 중에서도 예외적으로 가을까지 잎이 남아 있다가 붉게 물들기 때문에 예뿐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돌단풍은 꽃이 피기 전 어린잎과 꽃줄기를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옛 문헌에 돌단풍이 민간약이나 한방약으로 쓰인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돌단풍 잎 추출물에서 항산화작용과 피부노화억제 효능으로 주름살방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돌단풍의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돌 + 단풍 즉 바위틈에 자라는데다 잎의 모양이 단풍잎을 닮았기 때문일 거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잎은 가을에 실제로 단풍이 들기도 한다. 바위틈에 자라는 나리꽃 같다고 해서 ‘돌나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명 아세리필럼(aceriphyllum)은 라틴어로 ‘단풍나무’인 ‘아서’(acer)와 ’잎’ 이라는 뜻의 필루스(phyllus)의 합성어로 ‘단풍잎’이라는 뜻이다.
강원도 동강은 동강할미꽃의 자생지로 유명 하다. 강 양쪽의 산이 깎아지른 듯 절벽을 이루고 있고 절벽에 동강할미꽃이 만개하는 이른 봄에 가 보면 강물과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동강의 할미꽃이 시들 무렵 돌단풍이 뒤를 이어 하얀 꽃으로 장식한다.
신선은 먹지 않아도 늙지 않고 수 백 년을 산다고 했다. 모든 식물이 좋아하는 비옥한 대지가 아니라 척박한 절벽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저 꽃들은 신선임에 틀림없지 않겠는가. 동강할미꽃이나 돌단풍은 연약한 풀에 지나지 않으나 험난한 자연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 강인함에 한 번 더 경외감을 느낀다.
2018-01-2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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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4> 두메부추(Allium senescens)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볼 수 있는 꽃 중에 두메부추가 있다. 원래 두메부추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식물 중의 하나지만 북부지방의 비교적 높은 산의 볕이 잘 드는 척박한 곳에도 잘 자라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땅속에는 파뿌리와 비슷한 비늘줄기가 있고 부추 잎과 같은 가는 잎 여러 개가 뿌리에서 모여서 돋아난다. 뿌리에서 돋아난 꽃줄기가 30-50 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고 줄기 끝에 둥근 공 모양의 홍자색 꽃이 피는데 지역에 따라 꽃 색이 진하기도 하고 엷은 홍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꽃송이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즉 꽃줄기 끝에는 20-30개 정도의 짧은 꽃줄기가 방사상으로 갈라지고 꽃줄기 끝마다 작은 꽃이 하나씩 달린다. 그래서 꽃송이 전체 모습은 파 꽃과 같은 둥근 꽃차레(산형화서)를 만들므로 둥글게 보인다. 작은 꽃은 꽃잎이 6개이고 수술 6개 그리고 암술은 하나이며 수술은 꽃 잎 밖으로 길게 뻗으며 꽃 밥은 자주색이다.
두메부추는 농가에서 재배하는 부추의 형제식물로서 산부추, 강부추, 산마늘, 산달래, 한라부추 등 유사 종이 많다. 특히 두메부추와 산부추를 혼동하기 쉬워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자생지, 잎의 모양, 그리고 꽃의 생김새와 개화시기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두메부추의 잎은 두텁고 육질이 많은 반면 산부추의 잎은 굴기가 가늘다. 또한 산부추의 꽃송이는 작은 꽃의 수가 적어서 다소 엉성하게 보인다. 산마늘은 꽃 피는 시기가 5-7월로 빠르고 흰 꽃을 피운다. 하지만 부추의 종을 구별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부추 속 식물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잎을 잘라서 단면의 모양을 관찰해 보면 단면의 모양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산부추는 단면이 삼각형, 강부추는 속이 빈 원형, 또는 어떤 부추는 반달형, 마름모 모양이라고 한다.
두메부추 식물명은 두메에 나는 부추라는 뜻일 거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높은 산골짜기에 자라는 부추라는 뜻이다. ‘두메’는 도시에서 멀리 덜어진 산골을 의미하지만 식물명에서는 보통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뜻한다.
속명 알리움(Allium)은 라틴어로 ‘마늘‘을 의미하지만 이 말은 ’피한다‘는 희랍어 알레오(aleo)에서 유래했다. 서양 사람들은 마늘냄새를 싫어해서 피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비늘줄기를 비롯해서 식물 전체를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비늘줄기는 쪽파처럼 맵싸하면서 맛이 일품이다. 한방에서 두메부추뿐만 아니라 야생 부추 형제식물을 야산(野蒜)이라 하고 이뇨, 강장제로 사용했고 항균작용이 있어서 염증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두메부추에서 나는 양파냄새는 마늘냄새처럼 유황화합물 때문이다.
절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채소와 나물로 식단을 차린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물 중에서도 계율로 정하여 금기시 하는 5 가지가 있는데 이것이 오신채(五辛菜)이다. 자극성이 있는 5 가지 채소류라는 뜻으로 파, 마늘, 달래, 무릇과 함께 부추가 해당된다.
이 식물들은 양기를 돋우고 정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금욕해야하는 수도승에 적합지 않다하여 금기시 하는 것이다.
특히 부추는 정력과 관련된 이색적인 별명이 많다.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부추의 파옥초(破屋草)라는 별명이다. ‘파옥’이란 집이 무너진다는 의미이니 ‘집 무너뜨리는 풀’이라는 뜻이다. 부추가 양기를 북돋우는 최음효과가 강해서 부부가 밤낮 없이 집이 부서질 정도로 성 생활을 요란스럽게 하게 된다하여 생긴 별명이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부추를 정구지(精久持)라 하는데 부부간의 정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는 뜻이고 남자의 양기를 세우는 풀이라는 기양초(起陽草), 장복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破壁草), 과부 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세 진다는 월담초(越담草) 등 다양하게 불린다. 불가에서 왜 오신채에 부추를 포함시켰는지 이해가 간다.
2018-01-1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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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3> 석잠풀(Stachys riederi)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인 석잠풀은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매력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
최근 이 석잠풀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서 치매예방과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 석잠풀은 전국 각지의 들판이나 논두렁 또는 풀밭에 자라며 습기 있는 곳을 좋아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꿀풀과에 속한다.
줄기는 네모지고 30~8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며 가지를 치지 않는다. 줄기에 2개의 잎이 서로 마주나며 잎의 모양은 길쭉한 타원형 꼴로 잎자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끝이 뾰족하다.
하얀 지하경이 옆으로 길게 뻗어있고 끝에는 누에고치처럼 생긴 괴근(塊根)이 여러 개가 달린다. 여름에서 초가을에 이르는 시기인 6~9월에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자그마한 연한 자주색 꽃들이 돌려가며 층층으로 핀다.
꽃은 입술모양이어서 위아래로 벌어져 있으며 윗입술꽃잎은 원형이고 아랫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지고 짙은 흑색 반점이 있으며 밑으로 처져있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끝이 가시처럼 뾰족하다. 수술은 4개로 2개는 길고 2개는 짧으며(2강웅예) 암술은 1개이다.
전 세계에 300여종의 석잠풀속 식물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우단석잠풀, 개석잠풀, 털석잠풀과 더불어 4종의 변종이 있다. 식물전체에 털이 있으면 털석잠풀이라 한다. 다른 꿀풀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향기가 있고 꿀이 많아 양봉에 중요한 밀원식물이다.
석잠풀의 지상부를 초석잠(草石蠶), 또는 광엽수소(廣葉水蘇)라 하며 꽃을 포함한 모든 부분이 약재로 사용되었고 어린 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초석잠은 감기, 두통, 기관지염, 폐병에 사용되었고 지혈작용이 있어 토혈, 월경과다에도 사용되었다. 알려진 성분으로는 페닐아세테이트(phenylacetate), 콜린(choline), 스타키드린(stachydrine)이 있다.
석잠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몇 가지 설이 있으며 그 중에서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것을 소개하면 한자어로 석잠(石蠶)은 ‘돌누에’라는 뜻이다. 석잠은 물에 사는 곤충의 이름이며 ’물여우’라고도 하고 곤충의 어린벌레가 누에고치 모양의 원통 집을 짓고 그 속에 들어가 산다고 한다.
그래서 석잠이라고 불렀다. 석잠을 민간에서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누게 하는 이뇨제로 사용했다. 석잠풀의 땅 속 줄기의 덩이뿌리가 단단하고 누에나 번데기 모양을 닮았고 석잠과 마찬 가지로 감기 등 열을 내리는데 사용되므로 식물성 석잠이라는 뜻에서 ‘풀’을 첨가하여 석잠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초석잠(草石蠶)의 한글명이 석잠풀이다. 석참풀과 초석잠이 동일종이 아닌 각각 다른 식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초강목에 석잠풀의 지상부를 초석잠이라 했으며 열을 내리거나 지혈제로 사용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석잠풀의 덩이뿌리에 치매와 관련된 치료 및 예방효과가 있다고 일본 연구진이 처음 발표했다.
덩이뿌리를 달인 액을 쥐에 먹인 결과 뇌세포가 활성화 되고 다른 쥐에 비해 3배나 오래 살았다고 하며 이를 근거로 기억력 향상 및 노인성 치매 치료 예방 가능성을 추정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석잠풀의 알뿌리가 치매에 효력이 있다는 주장은 아직 초보적 단계인 것으로 생각된다.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치매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어 하는 당사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과신은 금물이다.
석잠풀은 독성이 없음으로 덩이뿌리로 장아찌를 담가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으며 잎은 녹즙이나 차로도 마실 수 있다. 농촌에서는 새로운 특용작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으며 지금 현재 유명약초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2017-12-27 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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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2> 수리취(Synurus deltoides)
9~10월이 되면 들과 산은 온통 구절초와 쑥부쟁이로 대표되는 들국화로 덮인다. 하지만 대표적인 가을꽃과는 모양새가 전혀 다른 이색적인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 수리취가 있다. 수리취는 들국화와 마찬가지로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지만 희거나 연분홍색의 밝은 색상의 들국화 꽃과는 다르게 꽃송이가 검은 흑자색을 띄고 있다.
수리취는 낮은 산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고 비교적 높은 산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다. 양지바른 풀밭에 1미터 내외로 곧게 자라고 줄기 끝이 몇 개로 갈라진다. 뿌리에서 돋아난 잎은 꽃이 필 무렵이면 없어지거나 또는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잎 모양은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 모습을 하고 있고 잎줄기가 길며 어른 손바닥 정도로 크고 잎 윗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하얀 털로 덮여 있어서 흰색으로 보인다. 줄기에 돋아난 잎은 위로 올라가면서 어긋나며 크기가 점차 작아진다. 잎 뒷면이 백색이어서 꽃 피기 전이라도 다른 식물과 구별이 용이하다.
가지 끝마다 둥글한 모양의 흙 갈색 꽃이 한 송이씩 옆을 향해 달리는데 지름이 3~4 센티미터로 호두알 정도 크기다. 꽃송이의 대부분이 총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포에는 마치 고슴도치 가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끝이 날카로운 가시가 여러 줄로 배열되어 있고 거미줄 같은 흰털이 덮여 있으며 검은색을 띄고 있어서 험상 굳게 보인다.
꽃은 대롱꽃(통상화)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진한 자주색이다. 큰수리취는 수리취보다 줄기가 더 크게 자라고 꽃송이도 좀 더 크며 꽃 부위가 더 크게 벌어진다.
수리취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취나물의 한 종류로서 봄에 연한 잎을 따서 데쳐서 물에 담가 우려낸 다음 나물로 먹거나 쌈을 싸 먹는다. 데친 것을 말려서 저장했다가 시루떡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
수리취는 단오절에 해 먹는 수리떡 즉 수리취떡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원료이다. 지금은 단오명절이 예전에 비해서 그 중요성이나 대중성이 많이 줄어든 감이 없지 않지만 실은 매우 큰 명절의 하나였다.
찹쌀과 멥쌀에 수리취 잎을 넣고 함께 찌어서 둥글게 빚은 음식이 수리취떡이다. 수리취떡에서는 수리취의 독특한 향기가 나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으며 수리취의 살균작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리취의 중요한 역할은 불을 지피는데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수리취 잎을 말려 손으로 비비면 잎맥은 떨어져 나가고 하얀 섬유소만 남는데 이 수리취 섬유솜을 부싯깃이라 한다. 부싯돌 밑에 부싯깃을 놓고 부시라고 하는 강철조각으로 부싯돌을 내리치면 불똥이 튀어나와 섬유소에 옮겨 붙어 불씨를 만든다.
부싯돌은 석영(石英)의 일종인 단단한 차돌이 이용되었다. 성냥이 귀하던 시절 수리취 섬유솜은 담뱃불을 붙이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였다. 그래서 담배쌈지에는 담배 외에 부싯돌과 부시와 함께 수리취 섬유솜(부싯깃)은 필수품이었다.
딱딱한 꽃봉오리의 꽃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실내장식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리취 잎과 열매가 우엉과 비슷해 산에서 나는 우엉이라 해서 산우방(山牛芳)이라 하고 씨는 열을 내리고 해독, 종기치료 및 인후통에 사용했다.
수리취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단오 날 수리취떡을 해먹는 풍습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된 것을 보면 수리취라는 식물이름은 긴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취’는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국화과 식물을 일컫는 말이고 또한 옛날 단오를 속어로 ‘수리’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단오 음식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식이 수리떡(수리취떡)이다.
수리떡의 원료인 수리취의 ‘수리’는 단오를 뜻하는 ‘수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따라서 ‘단오에 먹는 수리떡의 원료인 국화과 취나물’이라는 뜻에서 ‘수리취’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2017-12-1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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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1> 벌노랑이(Lotus corniculatus)
낮은 산이나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 또는 밭 가장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여름 꽃 중에 벌노랑이가 있다. 벌노랑이는 6~8월에 노랑 또는 주황색 꽃을 피우는데 꽃 모양이 보통 꽃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꽃을 처음 만났을 때 받는 첫 인상은 금방 알을 깨고 나온 귀여운 노란 병아리 같다는 느낌이다. 여러 송이가 모여서 피어있는 모습은 마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병아리를 연상케 한다.
벌노랑이는 콩과식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돋아나서 25~30 센티미터 정도로 옆으로 눕거나 비스듬히 기울면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5개의 작은 잎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잎을 만든다.
작은 잎 5개 중 2개는 줄기 가까이 붙어서 턱잎처럼 보이고 나머지 3개는 잎줄기 끝 쪽에 모여 있는 것이 특이하다. 잎겨드랑이에서 돋아나온 기다란 꽃줄기 끝에 1~4개의 노란 또는 주황색 꽃송이가 모여서 핀다. 향기가 좋아서 곤충들이 좋아하고 밀원식물로서도 가치가 있다.
꽃 모양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꽃잎의 수는 5개 이지만 형태상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이 세 종류의 꽃잎은 저마다 역할이 다르다. 정면에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꽃송이의 위쪽을 향해 곧게 배열되어 있는 꽃잎을 기꽃잎(기판,旗瓣)이라 하는데 꽃부리를 구성하는 꽃잎 중에 가장 크다. 또한 꽃잎에는 여러 개의 옅은 자색 줄 문의가 세로로 그려져 있다.
눈에 가장 잘 띄도록 배치되어 있음으로 곤충에게 여기 꽃이 있음을 알리는 깃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꽃잎이라고 부른다. 가운데 꽃잎은 좌우 양측으로 각각 1개인 2개 꽃잎이 날개처럼 좌우로 뻗어 있어서 날개꽃잎(익판, 翼瓣)이라 한다. 곤충의 착륙장 역할을 한다.
그리고 꽃부리의 하부에 위치해 있는 2개의 꽃잎은 그 모양이 뱃머리 같다하여 용골꽃잎(용골판, 龍骨瓣)이라 부르는데 소중한 수술과 암술을 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꽃송이를 바라보았을 때 수술과 암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용골꽃잎으로 감싸있기 때문이다.
벌은 이 용골꽃잎을 발로 밀어서 벌리고 꿀이 있는 장소로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꽃가루가 벌의 몸에 부착하게 된다. 꽃받침은 5개이고 수술이 10개, 암술 1개이다. 이러한 모습의 꽃모양은 콩과식물 계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꽃은 생김새가 다양해서 식물 종에 따라서 각각 다르고 또한 꽃가루받이 하는 방법도 다르다. 각각의 꽃 모양은 진화과정에서 꽃가루받이에 가장 적절하도록 변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다양성에 감탄할 뿐이다.
벌노랑이의 꽃 명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우선 ‘노랑이’이라는 이름에서 꽃이 노랗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 붙어 있는 ‘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보통은 꽃 모양이 나비처럼 생긴 노랑꽃이기 때문에 벌노랑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그러면 ‘벌노랑이’ 대신에 ‘나비노랑이’이라고 해야 이치에 맞는다. 혹자는 생김새는 나비 같지만 벌들이 더 좋아함으로 ‘벌’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인위적인 것 같다. 보다 합리적인 다른 해석이 있다. ‘벌’은 곤충 ‘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들판’을 의미하는 ‘벌’의 뜻이라는 것이다.
즉 ‘벌(들판)에 피는 노랑꽃’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학명의 속명 로투스(Lotus)는 라틴어로 ‘연꽃’이라는 뜻이고 종명 코르니큘라투스(corniculatus)는 ‘작은 뿔’을 의미한다. 학명을 풀이하면 ‘작은 뿔이 달린 연꽃’이라는 뜻이다. 학명을 지은 사람은 벌노랑이 꽃의 위로 돌출한 기꽃잎에서 뿔의 인상을 받은 모양이다. 열매가 콩꼬투리 같음으로 ‘노란들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벌노랑이는 콩과식물임으로 가축이 좋아해서 가축사료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꽃을 포함한 모든 부분이 약재로 이용되는데 뿌리를 백맥근(百脈根)이라 하고 해열 및 지혈작용이 있어서 감기, 인후염, 대장염, 혈변 등 치료에 사용된다. 성분은 알려진 것이 없다.
2017-11-2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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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0> 쇠서나물(Picris hieracioides)
요즘 젊은이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저주 한다지만 자고로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이러한 평가 속에는 산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뚜렷한 계절변화도 한 몫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9월 들어 아침저녁으로 서늘해 졌다. 가을의 시작이다.
요즘 산이나 들에 가보면 대표적인 가을꽃인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내세상이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이들 틈바구니에 노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쇠서나물이라는 식물이다.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라 한 여름인 6월에 이미 개화하여 늦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가을꽃과 어울리고 있는 식물이며 다른 식물에 비해 개화기간이 길다.
쇠서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며 두해살이식물(월년초)로서 싹이 돋아나서 이듬 해 꽃을 피운 후 말라죽는다. 줄기가 70-90 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고 여러 가닥으로 가지를 친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무렵 없어지고 줄기에 돋아 난 잎들은 서로 어긋나며 잎자루가 없고 좁고 기다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이 식물의 특징은 줄기와 잎 등 식물전체가 온통 억센 가시로 덥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독성이 없는 식물들은 자신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가 위한 자구책으로 가시로 무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가시가 있는 식물들은 독이 없으며 식용 가능한 것이다.
6-9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한 송이 씩 노란 꽃이 핀다. 국화과 식물에서는 꽃받침에 해당하는 부위를 총포라고 하는데 총포가 두 줄로 배열되어 있다. 총포는 포엽(苞葉) 여려 개가 모여 형성되는데 포엽은 잎이 고도로 변태한 것이며 작은 포엽이 기왓장을 잇는 모양으로 조밀하게 배열하여 꽃의 하부를 둘러싸고 있다.
꽃잎은 모두 혀 꽃(설상화)만으로 구성되고 수술은 20개 이상 그리고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는 둥글게 퍼져있다. 다른 국화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꽃이 지고 난 후 솜방망이 같은 열매가 생기고 종자 하나하나에 갓 털(관모)이 달려 있다.
종자에 붙어있는 갓 털은 종자기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함으로서 종자를 퍼뜨리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 갓 털은 백색 또는 옅은 갈색을 띄고 있다.
쇠서나물이라는 이름은 식물 전체가 거센 털로 덥혀 있어서 식물에 닿는 촉감이 마치 소의 혀같이 깔깔한 느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즉 쇠서나물은 ‘소의 혀 나물’ 이라는 뜻으로 ‘쇠설(舌) 나물’이 세월이 지나면서 ‘쇠서나물’로 바뀌었다.
우리말 ‘쇠’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소(牛)를 나타내기도 하고 또는 쇠붙이인 쇠(鐵) 즉 철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풀이름 앞에 붙은 ‘쇠’는 ‘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의 식물명에도 소라는 뜻인 ’우시(うし)‘가 식물명 앞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식물 이름을 지을 때 일본의 예를 참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서‘는 혀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설(舌)이 ’서‘로 변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쇠서는 ’소의 혀‘를 뜻하는 우설(牛舌)에서 비롯되었다.
학명의 뜻을 알아보면 속명 피크리스(Picris)는 희랍어로 ’쓰다‘는 뜻이고 속명 히에라시오이데스(hieracioides)는 ’hieracium’과 ‘oides’의 합성어다. ‘히에라시움’은 ‘노랑 국화과 식물’의 뜻이고 ‘오이데스’는 ’같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랑 국화과 식물 같다‘는 뜻이다. 학명은 ’쓴맛을 갖는 노랑 국화식물 같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쇠서나물을 묘사하고 있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한방에서는 말린 식물 전체를 모련채(毛蓮菜)라 하여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고미건위제 또는 진정 목적에 사용한다.
2017-11-1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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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9> 능소화(Campsis grandiflora)
능소화는 추위에 약해서 중부이남 지역에 서식하며 사찰이나 개인주택에 관상수로 많이 심어서 여름 한철 어디서나 꽃을 감상 할 수 있다. 근래에는 도로변에 벽면녹화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어서 더욱 더 친근한 식물이 되었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이 워낙 오래여서 토종 나무나 진배없다. 줄기에 흡착뿌리(흡반)가 있어서 고목이나 집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면서 10 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는 덩굴나무로서 능소화과에 속한다.
8-9월 한 여름에 가지 끝에 5-15 송이의 나팔꽃 모양의 주황색이나 짙은 적황색 꽃이 모여서 핀다. 꽃받침은 5개이고 꽃잎은 5개로 갈라지며 암술은 1개로 암술머리가 2개로 갈라져 주걱모양을 하고 있다. 수술은 4개로서 2개는 길고 2개는 짧다(이강웅예).
작은 잎 7-9장이 마주 배열되어서 하나의 커다란 잎을 형성하는데 이런 형태의 잎을 작은 잎의 수가 홀수 인관계로 홀수깃모양겹잎(기수우상복엽,奇數羽狀複葉) 이라고 한다. 꽃의 크기가 조금 작고 색이 붉는 것은 미국산 능소화다.
수술 4개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은 이강웅예 식물이 의외로 많다. 능소화도 이강웅예 식물로서 한 쌍의 수술은 암술보다 위에 그리고 다른 한 쌍은 암술 아래쪽에 배열되어 있다. 전형적인 이강웅예형 수술의 배치형태로서 암술을 아래위로 포위하고 있다.
수술이 이런 형태로 배치되는 데는 분명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궁금했지만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6-7년 전 중국 생물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긴 수술과 짧은 수술을 담당하는 곤충의 종류가 다르다고 했다. 긴 수술은 꼬마 꽃 벌이 그리고 짧은 수술은 말벌이 주로 찾는다고 했다. 곤충마다 선호하는 수술이 다르므로 꽃가루 확산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능소화(陵宵花)는 한자명이 그대로 우리이름이 되었다. 속명 캄프시스(Campsis)는 라틴어로 ‘굽은 수술’이라는 뜻이고 종명 그란디플로라(grandiflora)는 ‘커다란 꽃’이라는 뜻이다. 학명을 풀이하면 ‘굽은 수술을 가진 커다란 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능소화는 양반꽃이라 하여 옛날에는 궁궐이나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일반 상민이 이 꽃을 심으면 잡아다 곤장을 때리고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다는 이야기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퍼져 있다.
또한 꽃 냄새를 코로 맡으면 뇌가 손상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능소화 화분의 실명설 내지 유해설은 사실과 다르다. 능소화 꽃가루의 미세구조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 보면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이어서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꽃가루뿐만 아니라 꽃, 잎, 줄기, 뿌리 등 능소화의 모든 부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세포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능소화 꽃가루 실명설은 염증유발 가능성이 과대 포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능소화는 풍매화가 아닌 충매화임으로 화분이 바람에 날릴 가능성도 적어서 눈 속으로 들어갈 위험성도 거의 없다.
능소화의 꽃말이 ‘명예‘라지만 어여쁜 여인이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 듯 피어 있는 모습은 ’기다림‘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래서 능소화와 관련된 전설도 기다리다 지처 요절한 궁녀의 슬픈 이야기이다. 옛날 ’소화‘라는 궁녀가 단 한 번의 성은을 입고 빈이 되었으나 그 후 다시는 찾아오지 않은 임금님을 기다리다 요절했다.
궁녀의 유언대로 궁궐 담 밑에 시신을 묻었는데 훗날 궁녀 무덤에서 꽃나무가 자라 피운 꽃이 능소화라 했다. 능소화는 시들지 않고 활짝 핀 모습으로 송이채 떨어진다. 궁녀의 마음이 잘 표현된 혼이 깃든 꽃이다.
능소화는 꽃을 질병치료에 사용하는데 특히 여성 관련 질환에 많이 사용된다. 통경효과가 있어서 무월경, 월경불순, 산후출혈, 대하증에 활용된다.
2017-11-01 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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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8> 송장풀(Leonurus macroranthus)
범상치 않은 꽃 이름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던 주인공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송장풀’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토록 아름다운 꽃식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생겨난 것일까.
피치 못할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 만 같다. 송장풀은 전국에 분포하며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란다. 다른 식물에 비해서 비교적 늦은 8-9월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에 연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식물전체가 갈색 털로 덮여있고 줄기는 네모지고 60-9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며 가지는 치지 않는다. 잎은 서로 마주나며 잎줄기가 있고 긴 타원형으로 커다란 톱니가 있다. 줄기에 층을 이루며 꽃이 피는데 각 층에 5-6 송이 꽃이 둥글게 돌려난다.
꽃 모양은 입술 꼴이고 상하로 갈라지며 마치 뱀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윗입술꽃잎은 투구모양이고 뒷면에 흰 털이 있으며 아랫입술꽃잎은 3개로 짧게 갈라진다. 특히 윗입술꽃잎 안쪽에 수술이 붙어있고 꽃 밥이 진한 갈색이어서 뱀의 이빨처럼 보인다.
꽃받침은 5개이며 끝이 바늘처럼 뾰족하다. 암술은 1개이고 수술은 4개로서 2개는 길고 2개는 짭다(이강융예).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으며 흰송장풀이라 부른다.
송장풀과 비슷한 식물 중에 익모초와 속단이 있으며 이들 식물들도 층을 이루며 꽃을 피운다. 그래서 송장풀은 ‘산익모초’나 ‘개속단’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송장풀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기 위해서 동의보감이나 향약집성방과 같은 옛 문헌을 찾아보았지만 송장풀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기록을 전혀 확인 할 수 없었다.
송장풀은 꿀풀과 식물이고 꿀풀과 식물은 대개 밀원식물임으로 송장풀도 꿀과 향기가 예상되지만 냄새를 맡아보면 유쾌하지 않은 된장 썩은 냄새가 난다. 그래서 꽃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다하여 송장풀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축하는 사람도 있다.
송장풀 꽃 이름의 유래를 일본 이름과 연관 짓는 학자도 있다. 송장풀의 일본명은 키세와타(キセワタ, 着セ綿)로서 ‘국화 꽃에 씌운 쏨’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송장풀이 옛 풍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신성한 꽃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음력 9월 8일에 송장풀 꽃 위에 솜을 덮어놓고 다음날 아침 중광절에 솜에 맺힌 이슬로 몸을 닦으면 노화방지에 좋다는 풍습이 있다. 또한 왕을 배알하는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키세와타 이슬로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성스러운 꽃으로 여기는 ‘키세와타’를 해방 후 우리말로 된 식물 책을 제작하면서 일본 식민지 정책에 대한 분풀이로 송장풀이란 혐오스러운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추론이 등장한 것으로 짐작되는 면이 있다.
1956년 발간된 정태현 교수 저 한국 최초의 「한국식물감」에는 송장풀로 기록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 파견 나온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은 식물분류 학자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학자가 없었고 우리식물에 대한 식물연구는 전적으로 일인 나가이에 의해 수행되었다.
해방 후 우리나라 식물연구는 일본인 학자들이 수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송장풀이라는 식물이름이 해방 후에 등장한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일본 분풀이론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유이다.
송장풀은 한자어로 조소(糙蘇), 또는 대화익모초(大花益母草)라 부르며 한방서에 기록이 없음으로 한약재로 사용되지 않았다. 중국 이시진의 저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송장풀에 관한 기록은 없다. 다만 민간에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이뇨제로 쓰였으며 강장, 중풍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부터가 미스터리인 송장풀은 과학적인 연구기록도 거의 없다.
2017-10-1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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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7> 박주가리(Metaplexis japonica)
7-8월 늦여름 들이나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을 거닐다 보면 작은 종 모양의 연보라색 꽃이 피어있는 넝쿨식물을 만나게 된다. 마치 털옷을 입은 것처럼 꽃 안쪽이 보송보송한 솜털로 쌓여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볼수록 정이 든다.
이 식물이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인 박주가리이며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넝쿨식물은 되도록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는 주위의 다른 식물보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홀로 설 수 없으니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 나무나 풀대를 지주대로 하여 감고 올라가면서 3미터 정도 자란다. 덩굴식물의 생존전략이다. 덩굴식물은 지주대를 감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감기도 하고 또는 왼쪽방향으로 감기도 한다.
박주가리는 인동덩굴과 마찬가지로 왼쪽방향(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간다. 나팔꽃이나 칡덩굴은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잎자루가 기다란 심장형 잎이 줄기에 서로 마주나 있고 잎겨드랑이에서 기다란 꽃대가 자라나오고 꽃대 끝에 열 송이 정도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핀다. 간혹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다.
작은 꽃을 살펴보면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개이고 꽃잎은 깊게 갈라져 뒤로 말린 형태를 하고 있다. 암술은 한 개이고 수술은 5개이다. 암술은 암술대가 길어서 꽃 잎 밖으로 뻗어있음으로 쉽게 눈에 띄지만 수술은 보이지 않는다.
꽃잎을 아래로 저치면 암술 대 밑에 수술이 붙어 있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암술은 성숙하면 암술머리가 2개로 갈라지며 동종교배를 피하기 위해 수술과 동 떨어지게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우유 같은 흰 즙액이 나온다. 이 즙은 사마귀가 떨어질 정도로 강하며 곤충이 먹으면 죽을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왕나비애벌레는 박주가리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박주가리의 독성분이 애 벌레 몸속에 축적되어서 나비가 되었을 때 천적인 새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한다.
열매는 기다란 표주박 모양이고 익으면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털이 여러 개 달린 납작한 진한 갈색 씨가 수도 없이 많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씨에 달린 털을 종발(種髮, 씨털)이라 하며 2cm 정도로 길고 은백색의 명주실 같이 빤짝거린다.
씨는 바람에 의해 멀리 까지 날아갈 수 있음으로 민들레처럼 종족을 퍼뜨리는데 바람을 이용하는 식물이다. 박주가리 씨에 붙어있는 솜털(종발)을 옛날에 도장밥이나 바늘쌈지 제조에 솜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박주가리라는 식물명은 열매의 생김새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다. 속명 메타플렉시스(Metaplexis)는 라틴어로 ‘뒤얽힘. 이라는 뜻으로 넝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종명 야포니카(japonica)는 ’일본‘을 의미한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장소가 일본이고 학명을 처음 작명한 사람이 일본인 마키노다. 학명을 풀이하면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넝클식믈‘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박주가리와 모습이 비슷한 식물 중에 하수오가 있다. 한 동안 매스컴에서 가짜 하수오로 떠들썩했지만 잎과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꽃 모양은 확연히 구별된다. 박주가리 꽃은 솜털이 있는 종모양인 반면 하수오는 수없이 많은 자잘한 꽃이 꽃줄기에 달려있고 볼품이 없다. 하수오는 야생상태에서는 볼 수 없고 재배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지만 흰 즙에는 경련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들어있음으로 끓는 물에 데친 후 잘 우려낸 다음에 식용해야 한다. 덜 익은 씨를 먹기도 하는데 달콤한 맛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이 핀 전초를 건조한 것을 나마(蘿藦)라하고 또한 익은 열매를 나마자(蘿藦子)라고 한다.
나마와 나마자는 용도가 동일하다. 강장, 강정, 해독의 효능이 있다하여 허약증, 발기부전, 종기, 벌레물린 상처에 사용한다. 종기나 뱀, 벌레에 물린 상처에는 생잎을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성분으로 벤조일라마논(benzoylramanone), 자르코틴(sarcotin)이 들어있다.
2017-09-27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