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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6> 삽주(Atractylodes japonica)
우리나라의 식물의 수는 약 4000여 종에 달하고 그 중 관상 가치가 있는 식물은 600여 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관상 가치의 기준은 무엇보다 꽃의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터이다.
미모의 관점에서 본다면 삽주 꽃은 관심을 끌만큼 화려하지 않아서 꽃 사진작가들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하지만, 꽃봉오리가 독특하고 또한 위장병에 효험이 좋은 약초로 알려져 예부터 다른 어떤 식물에 비해서도 지명도가 높다.
삽주는 전국 산속 양지바르고 건조한 땅에 자라며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국화과에서는 보기 드문 암수딴그루로서 암꽃을 피우는 개체와 양성화를 피우는 개체가 따로따로이다.
이른 봄에 갓 자라난 어린 순은 희고 부드러운 털이 덮여 있으나 줄기가 30~7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윗부분이 몇 개 가지로 갈라진다. 뿌리에서 돋아난 잎인 근생엽은 꽃이 필 무렵 말라 없어지고 줄기에 돋아난 잎은 서로 어긋난다.
줄기 밑쪽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있으며 3~5개로 깊게 갈라지지만 줄기 위쪽에 달린 잎은 갈라지지 않고 타원형 모습을 하고 있다. 줄기와 잎사귀는 매우 억세고 잎 가장자리에는 짧고 날카로운 바늘 같은 톱니가 나 있으며 식물 전체가 매우 강인하다.
삽주는 대표적인 가을꽃으로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접어는 8-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흰색이나 붉은색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는데 붉은 꽃은 드물고 주로 흰 꽃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식물의 꽃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피는데 삽주는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꽃이 핀다는 점이 특이하다.
꽃은 종처럼 생긴 두상화로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송이를 만든 형태이며 단위 꽃은 암술과 수술로만 형성된 통상화 이다. 꽃 주위를 섬유질의 그물 같기도 하고 또는 깃 모양이기도 한 외모의 포엽(苞葉)이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둘러싸고 있는 포엽의 수는 7~8개 이고 포엽이 여러 개 모인 것을 총포라 하며 포엽은 포(苞)라고도 하는 식물학 전문용어로서 꽃 주변에 형성된 고도로 변형된 잎을 뜻한다. 꽃송이의 외모가 마치 그물망으로 덮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송이 위로 곧게 돌출된 것이 암술대로서 암술머리가 둘로 갈라지고 수술은 암술보다 짧다.
삽주의 식물명 기원은 알려진 것이 없으나 최근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설명이 있어서 이를 소개한다. 고려사 기록에 의하면 과거시험 볼 때 과거시험 도구로 삽주(揷籌)라고 하는 기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삽주는 시험문제가 적힌 종이를 돌돌 말아서 꽂아 놓는 작은 항아리를 말한다. 과거생들은 삽주에서 종이마리 10개를 뽑아서 그중 6개의 정답을 설명할 수 있으면 합격한다고 했다. 이 삽주라고 하는 항아리에 시험지 두루마리가 꽂혀 있는 모양이 마치 삽주 꽃 모양을 닮아서 이런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설명이다.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맛 좋은 산나물 중의 하나이다. 한방에서는 봄과 가을에 뿌리줄기를 캐서 잔뿌리를 따낸 후 볕에 건조하여 약제로 사용하는데 껍질이 있는 그대로를 창출(蒼朮)이라 하고 껍질을 벗긴 것을 백출(白朮)이라 한다.
옛날 한방에서는 머리를 검게 하며 노인을 젊게 하여 불로장생하게 하는 장수의 묘약이라는 기록도 있으나 현대 과학적으로 믿기 어려운 주장일 뿐이다. 용도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적용되는 질환은 위장질환이며 만성 위장병이나 복통, 소화불량에 방향 건위제로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창출은 땀을 나게 하는 발한제로 그리고 백출은 땀을 나지 않게 하는 지한제(止汗劑)로 알려져 있으며 이뇨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삽주의 뿌리인 창출에는 정유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특유의 향기가 있으며 이 정유의 주성분은 아트락티론(atractylone)과 아트락티롤(atractyrol)이다.
2018-11-2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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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5> 닻꽃(Halenia corniculata)
태양계의 질서정연한 자연법칙에 따라 기록적인 폭염도 그 기세가 꺾이고 필연적으로 가을이 오고 겨울이 뒤를 이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생물이 바로 식물이다. 주변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면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여름에서 가을 계절로 바뀔 즈음 가장 먼저 피어나는 야생화 중에 닻꽃이 있다. 가을의 전령사인 셈이다. 닻꽃은 그 모양새가 주변의 보통 꽃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양으로 닻꽃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면 저런 기기묘묘한 꽃도 있구나 하고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된다.
닻꽃은 경기도 이북의 높은 산 양지바른 풀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로서 자생지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남쪽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만나기가 쉽지 않은 희귀식물에 속한다. 그래서 멸종위기의 야생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있는 화악산에 비교적 많이 자생하고 있고 백두산의 2천 미터 고지의 바위틈에도 자라고 있을 정도로 추위에 강하다. 닻꽃은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식물로 용담과에 속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줄기는 물론 뿌리까지 모두 고사해 버린다. 종자로만 번식이 가능하다.
줄기는 가늘고 네모지며 10~6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가지가 여러 개로 갈라진다. 고산식물이지만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없고 긴 타원형 내지 좁은 달걀 모양을 하고 있으며 3개의 잎맥이 뚜렷하다.
8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황록색 꽃이 한 송이 또는 여러 송이가 핀다. 꽃자루가 있으며 꽃받침과 꽃잎(화관)이 각각 4개이며 꽃받침은 완전히 갈라져서 가느다란 형태로 끝이 뾰족하며 녹색이다.
네 갈래로 갈라진 꽃잎은 각각 갈라진 잎 조각의 아래쪽으로 가늘고 기다란 돌출부가 위로 휘어져 있으며 이를 전문용어로 거(距)라 하고 며느리발톱, 또는 꽃뿔이라도 부른다.
꽃뿔은 꽃받침이나 꽃잎의 변형으로 생겨나며 속이 비어 있거나 꿀이 들어 있다. 꽃뿔은 달팽이 뿔을 닮기도 했지만, 사방으로 휘어져 뻗은 4개 꽃뿔의 전체모습은 닻을 닮았다.
꽃뿔을 가진 식물이 여럿 있으며 대표적인 것으로 물봉선, 삼지구엽초, 매발톱꽃 등이다. 특히 봄철에 닻꽃처럼 닻 모양의 꽃을 피우는 삼지구엽초를 ‘닻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닻꽃과 혼동하기 쉽다. 수술은 4개이고 암술은 1개이며 밖으로 노출되지 않고 꽃잎 안에 들어있다.
닻꽃을 닻꽃풀 또는 닻꽃용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닻꽃 이름은 꽃의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배가 정박할 때 배를 고정하기 위해서 도구로 쓰이는 것을 닻이라 하는데 꽃 모양이 바로 이 닻을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 이름은 하나이까리(ハナイカリ)이며 역시 닻꽃이라는 뜻이다.
닻꽃은 일본 이름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학명의 속명 할레니아(Halenia)는 린네(Linne)의 제자인 스웨덴 사람 야나스 페트리 할레니우스(Janas Petri Halenius)의 이름에서 비롯되었고 종명 코르니쿨라타(corniculata)는 ‘뿔’의 뜻인 라틴어 코르니쿨라투스(corniculatus)에서 비롯되었으며 꽃의 돌출부인 꽃뿔의 모양이 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린네는 스웨덴 사람으로서 식물의 이명법(二名法)을 창안하여 도입한 사람이다. 이명법은 속명(屬名)과 종명(種名) 그리고 최초의 발견자 이름으로 구성되며 전 세계 모든 학자가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면 이명법의 작명원칙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게 라틴명으로 이름을 지어서 발표한다. 작명하여 발표된 라틴어 식물명은 변경할 수 없다.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를 채취하여 건조한 것을 화묘(花錨)라 하고 열을 내리거나 해독 또는 피를 맑게 하고 출혈을 멎게 하는 데 사용했고 간염 치료에도 사용했다. 밝혀진 성분으로 키산톤(xanthone) 배당체 및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배당체가 있다.
2018-11-14 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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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4> 사위질빵(Clematis apiifolia)
사위질빵은 여름 한 철인 7~8월에 흰 꽃을 피우는 낙엽덩굴식물로서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한다. 전국 산야의 덤불 속이나 야트막한 관목을 뒤덮고 덩굴로 자라며 초본이 아닌 목본식물이다. 줄기가 네모지고 3미터 정도 크기로 자라며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줄기에 잎이 서로 마주나고 이 잎은 3장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있고(삼출겹잎) 작은 잎은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이나 긴 타원형 모양이고 잎 둘레가 다시 크게 갈라지기도 하고 잘게 톱니가 있다.
7~8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기다란 꽃대에 여러 송이의 작은 흰 꽃이 모여서 우산 모양으로 핀다. 꽃잎은 없고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으로 4개가 있으며 좁고 기다란 형태로서 완전히 갈라져 사방으로 뻗어있다.
암술과 수술은 많으며 암술대 길이와 수술대 길이가 비슷하고 완전히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열매를 수과(瘦果)라고 하는데 익으면 5~10개 정도가 모여서 있고 수과 하나하나에 암술대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술대에는 점차 깃털 모양의 백색 털이 생겨나고 그래서 열매의 전체모습이 마치 흰 공처럼 보이게 된다. 겨울에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바람을 타고 열매 하나하나가 날아가서 종자를 퍼뜨린다.
사위질빵이란 식물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사위’와 ‘질빵’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사위는 딸의 남편이고 질빵은 짐을 짊어지는데 사용하는 동아줄 같은 끈을 의미한다. 옛날 농가에서는 요즘처럼 비닐 끈 같은 것이 없었던 시절이라 짐을 꾸리거나 등짐을 지게 할 수 있는 끈이 부족했다.
그래서 임시변통으로 칡덩굴, 인동덩굴, 다래덩굴, 으름덩굴과 같은 덩굴식물을 잘라서 노끈 대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앞에서 언급한 덩굴은 질기고 단단해서 잘 끊어지지 않는 데 반해 유독 사위질빵만이 약해서 잘 끊어져서 멜빵 용도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하여 식물의 이름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위 사랑은 장모,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날 속담이 있다. 장모는 사위를 귀여워하고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귀여워하는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 속담이다.
장모는 귀여운 사위가 고생할까 봐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려고 일부러 겉모습은 튼실해 보이지만 잘 끊어지는 사위질빵 덩굴로 질빵을 만들어 준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얼마나 멋지고 기가 막힌 식물 이름인가? 우리 민족 내면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유머러스한 해악성이 식물 이름을 짓는데 표출된 것이다.
사위질빵과 유사한 식물 중에 할미밀망이 있다. 식물의 전체 모습이 사위질빵과 아주 유사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차이점은 꽃피는 시기가 사위질빵보다 조금 빨라서 5월 말경에 개화하고 꽃줄기 하나에 3송이의 꽃이 핀다.
잎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잎의 수도 4~5개로 더 많다. 바지나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어깨에 걸치는 끈이나 배낭이나 지게에 고정된 것을 ‘멜빵’이라 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멜빵’이 ‘밀빵’으로 되었다가 ‘밀망’으로 변음 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라틴명의 속명 클레마티스(Clematis)는 그리스어로 ‘덩굴식물’이라는 뜻이고 종명 아피스폴리아(apiisfolia)는 ‘파슬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피움(apium)과 ’잎’을 뜻하는 폴리아(folia)의 합성으로서 ‘파슬리 잎’이라는 뜻이다. 파슬리 잎을 닮은 덩굴식물이라는 뜻이다. 파슬리는 향기가 강한 허브 식물로서 특히 양식에 많이 사용되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채소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채취하여 껍질을 벗긴 후 건조한 것을 여위(女萎)라 하고 소화불량, 이질, 설사, 진경 등 위장질환과 진통 및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데 사용했다.
어린잎을 데쳐 잘 우려낸 다음 건조하여 보관했다가 사용하기도 하나 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빗과 식물로서 독성이 있으므로 나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알려진 성분은 아네모날(anemonal), 클레마틴(clematin)이 있으며 독성분이다.
2018-10-3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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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3> 백리향(Thymus quinquecostatus)
서양에서는 식용 또는 약용할 수 있는 식물 중에서 향이 있는 식물을 허브(herb)라고 한다. 본래 우리나라는 허브를 활용하는 문화가 별로 발달하지 않았으나 근래 외국의 영향을 받아 우리 생활 속으로 점차 침투되어 가고 있다.
허브는 외래종 식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 토종 허브 식물도 많이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백리향(百里香)을 곱을 수 있다. 시중에서 타임(thyme)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 바로 백리향 잎과 꽃을 말린 것이다.
백리향은 높은 산이나 초원지대 또는 해안가의 양지바른 바위틈에 무리 지어 자라는 꿀풀과에 속하는 아주 작은 나무로서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반관목이다. 백리향은 줄기가 땅 위에서 옆으로 퍼져나가면서 10센티미터 정도 자라며 줄기에서 돋아난 많은 가지는 높이가 불과 3~4센티미터 정도로 짧다.
그래서 원 줄기는 보이지 않고 위로 돋아난 가지 줄기만 보이므로 작은 초본식물로 잘 못 알기 쉽지만 진짜 나무다. 본래 자생지가 환경이 열악한 바위틈이지만 평지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므로 매우 강인한 식물이다.
식물명의 한자명에서 대략 짐작이 가듯이 꽃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백리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향기가 강하다는 표현일 뿐이다. 미국 배우 마린 먼로는 향수 샤넬 No 5만을 애용했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향에 대한 선호도는 다르다.
각종 향을 조합하여 향수 제조하는 사람을 조향사(調香士)라 하는데 특출 난 슈퍼 코를 갖고 있어서 몇 킬로 밖에 있는 장미 밭에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향기로 장미 밭의 규모를 알아 맞힐 정도라고 한다.
가지 줄기 마디마다 계란형 또는 타원형 잎이 2장씩 서로 마주나고 잎에는 흰털이 있으며 앞뒤 양면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곳이 정유를 분비하는 분비샘(腺点, 선점)이다. 식물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은 이 선점에서 분비한 방향성 정유 성분 때문이다.
6~7월경에 가지 끝에 입술 모양의 작은 분홍색 내지 홍자색 꽃이 여러 송이가 겹쳐서 피며 짧은 이삭 모양의 외모를 하고 있다. 꽃받침이 여러 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입술 모양을 하고 있고 윗입술꽃잎은 곧게 서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고 아랫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이고 길이가 모두 같거나 또는 2개는 길고 2개는 짧으며(이강융예) 암술은 1개이다. 암술과 수술이 모두 꽃잎 밖으로 길게 뻗어 있다. 꽃이 흰 것을 흰백리향이라 한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백리향을 섬백리향이라고 하며 백리향보다 줄기가 굵고 잎과 꽃도 모두 조금씩 크다. 나리분지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며 1962년에 천연기념물 50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속명 티무스(Thymus)는 고대 희랍어로 ‘방향성 식물’이라는 뜻이고 종명 퀸케코스타투스(quinquecostatus)는 희랍어로 '다섯'이라는 뜻의 퀸케(quinque)와 주맥(主脈)이라는 뜻의 코스타투스(costatus)의 합성어로 잎에 ’주맥이 5개‘라는 뜻이다.
백리향은 서양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알려져 치료약으로 사용했으며 로마인들은 우울증 치료에 많이 사용했다고 전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동양보다 유럽에서 더 광범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향료제조 원료로도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꽃을 포함한 식물 전체 말린 것을 지초(地椒) 또는 사향초(麝香草)라 하고 백일해, 기관지염 등으로 인한 기침 또는 복통, 소화불량, 위염과 같은 위장질환에 사용하며 기생충 구제에도 사용했다.
잎과 꽃을 말려서 녹차로 많이 사용하고 각종 향기가 나는 제품을 만들어 인기가 많다. 백리향은 희귀식물로 멸종위기종에 속했지만, 추위를 이기는 내한력(耐寒力)이 강하고 뿌리가 잘 내리므로(발근력,發根力) 삽목으로 번식이 잘 되어 지금은 많이 퍼져있다.
절개지 등에 지피식물로 이용하면 매우 좋으며 밀원식물과 관광자원으로도 훌륭하다. 이러한 목적으로 꽃이 크고 화려한 섬백리향이 주로 이용된다. 향기를 내는 정유의 주성분은 티몰(thymol), 카르베크롤(carvecrol), 시멘(cymene)이다.
2018-10-1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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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2> 정향풀(Amsonia elliptica)
정향(丁香)은 유명한 한약재로서 한방에서 방향 건위제(芳香健胃劑)로 위장질환에 많이 사용한다. 대개 약은 쓴맛이 나게 마련이지만 정향은 유쾌한 향기를 갖고 있다. 정향나무의 꽃을 따서 말린 것이고 꽃에 유제놀(eugenol)이라는 정유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좋은 향기가 난다.
초본식물 중에 정향풀이 있다. 혹시 정향풀이 정향나무와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정향풀을 찾아 나섰지만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정향풀은 서해안 백령도 인근에 있는 대청도에 자생하는 식물로서 서해안의 여러 섬을 따라 바닷가 습한 풀밭 또는 산자락에 주로 분포되어 있고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정향풀은 2017년 멸종위기종으로 새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식물에 속한다.
정향풀은 협죽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40~80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고 윗부분에서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좁고 기다라며 줄기에서 서로 어긋나지만, 윗부분에서는 마주난다.
5~6월에 가지 끝에 연한 하늘색 꽃이 10송이 정도 모여서 핀다.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며 5개로 깊게 갈라져서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고 꽃 중심에 구멍이 나 있으며 꽃받침 아랫부분은 기다란 대롱 모양을 하고 있다. 수술은 5개이고 암술은 1개이며 암술머리는 둥근 형태로 뭉뚝하다.
암술과 수술은 대롱 안에 들어있으며 꽃에는 향기도 꿀도 없다. 이러한 꽃의 구조로 볼 때 타가수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암술과 수술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고 꿀과 향기조차 없으니 꽃가루 매개체인 곤충을 유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음은 물론 바람을 이용한 꽃가루받이도 가능하지 않다.
타가수정에 의문이 생겨서 잠깐 곤충의 왕래를 지켜보았다. 예상대로 다른 꽃에 비해서 곤충의 방문이 거의 없었고 간혹 나비가 방문하여 꽃 중심부 구멍에 빨대를 꽂기는 했으나 잠시도 머물지 않았고 다른 꽃송이에 한두 번 더 방문했다가 즉시 날아가 버렸다.
예상 대로였지만 혹시 다른 어떤 방법이 동원되는지는 집중적인 관찰을 하지 않아 확정적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정향풀은 본래 타가수정 보다는 자가수정으로 번식하는 종으로 진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정향풀과 비슷한 식물 중에 개정향풀이 있다. 잎 모양, 줄기 등 식물의 전체모습이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지만, 잎이 약간 작으며 6~7월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 진짜 정향풀이 아니라는 뜻에서 개정향풀이라 한다.
정향풀 이름의 유래는 꽃이 정향나무의 꽃과 닮은 데서 비롯되었고 전한다. 원래 정향(丁香)나무의 이름은 꽃을 옆에서 보기에 “丁”(정)을 닮았고 또한 향기가 좋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향풀은 향기도 없고 꽃 모양도 정향나무꽃과 비슷하지 않다.
아무래도 정향풀은 어떤 면으로 보나 정향나무와는 공통점이 거의 없으므로 서로를 결부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속명 암소니아(Amsonia)는 18세기 미국 버지니아 의사 찰스 암손(Charles Amson) 박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고 종명 엘리팁쿠스(ellitipcus)는 타원형이라는 뜻으로 잎의 형태를 나타낸 것이다.
정향풀은 열을 내리는 효과 있다고 하고 또한 민간에서 성기능 강화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토된 바 없으며 유독식물이어서 장기사용은 금물이다.
현재 밝혀진 성분은 테트라하이드로세카민(tetrahydrosecamine), 플라이오카르파민(pleiocarpamine), 요힘빈(yohimbine) 등이다. 아마도 요힘빈 성분 때문에 성기능 개선제로 선전하는 모양이나 요힘빈의 성기능 개선 효과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합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발기부전 기능 개선제가 비아그라를 비롯한 많은 약이 있는데 구태여 위험천만한 독성식물에 의존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18-09-27 1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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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1> 지칭개(Hemistepta lyrata)
지칭개는 5-7월 늦봄에서 여름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꽃을 피워서 개화 기간이 길고 또한 밭이나 빈터의 반음지나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므로 쉽게 만날 수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식물(월년초)로서 가을에 발아하여 잎이 자라서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봄철에 줄기가 돋아나 원 줄기는 보통 60~90 센티미터 정도로 높이 자라며 속은 비어 있고 가지를 많이 친다.
장소에 따라서는 1미터 이상 크게 자란 것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전년도 늦가을에 뿌리에서 돋아난 근생엽은 방석처럼 땅바닥에 펼쳐져 있으며 꽃이 필 무렵 말라 없어진다. 줄기에 난 경생엽은 입자루가 없으며 근생엽에 비해서 크기가 작고 근생엽과 마찬가지로 뒷면에 백색 솜털이 나 있다.
5~7월에 가지 끝마다 연한 홍자색 또는 분홍색 꽃송이가 1개씩 위를 향해 곧게 서고 두상화(頭狀花)로서 생김새가 더벅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두상화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송이를 형성하는데 이때 단위 꽃은 설상화(舌狀花)와 통상화(筒狀花) 2종류가 있다.
설상화는 꽃잎을 갖고 있고 통상화는 꽃잎이 없다. 설상화는 꽃잎이 혀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설상화 또는 혀꽃이라 하고 통상화는 꽃잎이 없고 수술과 암술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롱처럼 보인다고 해서 통상화 또는 대롱꽃이라 한다.
국화과에 속하는 두상화는 3가지 형태가 있다. 민들레처럼 꽃송이 전체가 혀꽃만으로 구성된 것과 엉겅퀴처럼 대롱꽃만으로 구성된 것이 있고 혀꽃과 대롱꽃을 함께 가진 것이 있다. 지칭개는 혀꽃은 없고 대롱꽃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술은 5개이고 암술은 1개이다.
꽃받침은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국화과 식물에서는 꽃받침에 해당하는 것을 총포(總苞)라고 한다. 지칭개의 총포는 홍갈색의 닭 볏처럼 생긴 돌기가 8줄로 배열된 것이 특징이다. 간혹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는데 흰지칭개라 한다.
얼핏 보면 꽃송이가 엉겅퀴를 닮은 것으로 보이지만 엉겅퀴는 꽃송이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진한 홍자색이고 잎에는 사나운 가시가 돋아 있다. 조뱅이와도 혼돈 할 수 있으나 꽃송이를 자세히 비교해 보면 지칭개는 꽃 부분이 조밀하게 밀착된 반면에 조뱅이는 꽃 부분이 느슨하게 퍼져있다.
농지에 재배하는 농작물이 아닌 식물은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거름을 축낸다는 의미에서 잡초라고 하여 제거의 대상이다. 잡초 중에는 거름을 축내는 정도가 아니라 농작물의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는 성분을 방출해서 해로운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식물의 작용을 알레로파티(allelopathy) 또는 타감작용(他感作用)이라 하며 유해한 물질을 알레로물질(allelochemical) 또는 상대억제물질이라 한다. 푸른곰팡이가 분비하는 페니실린이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생작용과 같은 현상이다.
지칭개가 무, 유채류, 밀, 오이와 같은 농작물의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작물 소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어서 제초제를 사용해서 제거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지칭개라는 이름은 ‘즈츰개’에서 지칭개로 변했다는 설명이 있으나 자세한 내력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속명 헤미스텝타(Hemistepta)는 라틴어로 ‘절반’을 의미하는 헤미(hemi)와 화관(花冠)의 의미인 스텝타(stepta)의 합성어로서 꽃송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고 종명 리라타(lyrata)는 ‘희랍의 7현금 악기’를 뜻하는 리라(lyra)에서 비롯되었고 잎의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봄철에 어린 순을 뿌리째 캐서 데친 후 찬물에 우려낸 후 먹을 수 있지만, 쓴맛이 강하다. 냉이와 구별이 곤란할 정도 외모가 비슷하지만, 냉이는 독특한 향기가 있고 지칭개는 잎 뒷면에 털이 나 있어 하얗게 보인다.
한방에서 꽃을 포함한 모든 부위를 건조한 것을 이호채(泥胡菜)라하고 소화불량, 위염 또는 종기, 상처와 같은 것에 사용한다. 최근 연구에서 항암물질인 헤미스텝신 B(hemistepsin B)가 분리되었다. 흑색세포종과 결장암에 유효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8-09-1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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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0> 반디지치(Lithospermum zollingeri)
영·호남 남부지역에 자생하는 야생화 중에 반디지치라는 식물이 있다. 내륙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도 자생하지만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해안과 서해안 바닷가 해안 모래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치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4~5월경에 벽자색 꽃을 피운다. 이 꽃이 다른 식물의 꽃과 색다른 점은 형광(螢光)을 발산하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꽃식물이 많지 않은 해안가 지역 반디지치 꽃은 희소성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 있다.
반디지치는 줄기가 20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고 타원형 잎이 어긋나고 입자루가 없으며 전체적으로 억센 털이 있다.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벽자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꽃이 진 다음에는 줄기 밑 부분에서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어 나오고 가지 끝이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서 싹이 돋아나 다음 해에 새로운 구루가 탄생한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꽃잎도 5개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지고 각 꽃잎 조각에는 흰색 줄이 도드라져 있어서 별 모양을 하고 있다. 꽃 중심부에 작은 구멍이 있고 꽃부리가 기다란 대롱 모양이다. 수술 5개와 암술은 꽃부리 속에 붙어있어서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반디지치의 꿀을 따려는 곤충은 필히 기다란 빨대를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구멍으로 빨대를 꽂아 꿀을 빨 수가 있다. 꽃의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곤충이 반디지치의 꿀을 먹을 수 없으므로 꽃가루받이에 기여할 수 있는 곤충의 종류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디지치가 외견상 불리해 보이는 곤충의 제한적 접근전략을 행사하는 경우인데 왜 그런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꽃 종류마다 주로 방문하는 곤충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반디지치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일본 식물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있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이풀’를 호다루가주라(ホタルカズラ)하 하며 ‘호다루’는 ‘반딧불이’라는 뜻이다. 반디지치의 ‘반디’가 일본명 ‘반딧불이풀‘에서 왔고 지치는 뿌리가 지치의 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이다.
반딧불이는 우리가 흔히 개똥벌레라고 하는 곤충으로 여름밤 하늘에 형광 불빛을 내면서 공중을 날아다닌다. 벌레의 꽁무니에 있는 발광체가 불빛을 발산한다. 농촌 출신은 물론이고 도시 출신이라 하더라도 여름방학에 시골친척집에 놀러 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밤하늘의 반딧불이의 환상적인 군무를 기억할 것이라 짐작된다.
반딧불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자성어 중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 있다. 형(螢)이 반딧불이라는 뜻인데 중국 진나라 차윤(車胤)이 반딧불로 글을 읽고 손강(孫康)이 눈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반딧불이를 잡아 병에 모으면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문 수학에 꾸준히 정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밤하늘에 펼쳐지는 반딧불이 낭만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쉽다. 공해에 민감해서 개체 수가 줄어들어 우포늪을 비롯한 몇 곳을 제외하면 거의 멸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밭에 피어 있는 반디지치의 벽자색 꽃 색이 마치 여름밤 하늘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형광색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반딧불이와 연관시켰다는 것이다. 속명 리토스페르뮴(Lithospermum)은 그리스어로 ‘돌’이라는 뜻의 리토스(lithos)와 ‘씨앗‘의 뜻인 스페르마(sperma)의 합성어다.
돌처럼 단단한 씨앗에서 비롯되었다. 종명 졸링게리(zollingeri)는 네덜란드 식물학자 졸링거(Zollinger)의 이름에서 비롯되었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다.
반디지치와 동속식물인 지치의 뿌리를 쪽(홍화)과 함께 보라색을 낼 때 왕실에서 물감재료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어린싹을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반디지치의 열매를 지선도(地仙桃)라 하고 소화불량, 위통, 토혈과 같은 위장 관련 질환에 사용하고 이뇨제, 타박상, 피부병에도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루틴(rutin), 카페인산(caffeic acid)이 있다.
2018-08-2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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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9> 금창초(금란초)(Ajuga decombens)
꽃은 대개 지상으로 올라온 줄기나 꽃줄기에 달린다.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꽃송이가 땅바닥에 펼쳐져 있어서 마치 땅에서 꽃이 솟아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바로 금창초(金瘡草)라는 꽃이다.
금창초는 금란초라고도 부르며 꼴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무리 지어 자라는 아주 작은 식물이다. 4~6월경에 짙은 보라색(자주색) 꽃을 피우는데 식물 자체의 사이즈가 워낙 작은 데다가 꽃잎과 풀잎이 땅바닥에 방사상으로 펼쳐져 있어서 의도적으로 땅바닥을 주시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금창초는 따뜻한 남쪽 지방인 제주도, 울릉도, 그리고 영·호남 지역에 주로 자생함으로 중부지역 사람들은 개화기에 남부지방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쉽게 볼 수 없다. 볕이 잘 드는 산기슭이나 길가 풀밭에 자라지만 약간의 햇살만 비추면 대형 나무 밑 그늘진 곳에도 잘 자라므로 까다롭지 않은 야생화라 할 수 있다.
줄기가 2~3센티미터 정도로 짧고 땅바닥에 누워있고 뿌리에서 직접 자라난 잎(근생엽)과 줄기에 돋아난 잎(경생엽)이 땅을 덮으면서 방사상으로 펼쳐져 있다. 잎의 모양은 계란형이고 잎의 윗면은 짙은 녹색이나 뒷면은 자색이고 톱니가 있고 근생엽은 경생엽 보다 약간 크다. 식물 전체가 흰털로 덥혀 있고 추운 겨울도 잎이 마르지 않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꽃을 피운다.
봄과 여름에 걸쳐서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개의 꽃이 피며 꽃대는 없고 꽃의 모습은 꿀풀과 식물이 그러하듯이 마치 붕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태로서 상순(윗) 꽃잎은 짧고 2갈래로 그리고 하순(아래) 꽃잎은 3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하순 꽃잎 3개 중 가운데 꽃잎이 가장 크고 끝이 얕게 갈라지며 흰 줄무늬가 있다. 꽃받침은 5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은 4개로서 2개는 길고 2개는 짧은 이강웅예(二强雄蕊)이다. 이강웅예는 꿀풀과 식물의 일반적인 형질이다.
꽃이 분홍색이고 내장산에 자라는 것을 내장금란초라 하지만 구별의 의미가 없다. 식물의 줄기가 위로 높게 자라는 것은 태양 빛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태양 빛은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에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로서 태양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식물자체의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가능한 한 주위의 다른 물체보다 높게 자라야 태양빛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바로 설 수 없는 식물은 주위의 풀이나 나무 같은 것을 지지대로 이용하여 되도록 높게 감고 올라간다. 금창초처럼 줄기가 위로 뻗지 않고 땅에 붙어있는 경우는 위로 자라는 식물과는 애당초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금창초가 자라고 있는 주위에는 그늘지게 하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무리 지어 자란다.
금창초는 금창소초(金瘡小草)에서 유래되었고 금창초의 한문 창(瘡)은 ‘부스럼’의 뜻인 점으로 볼 때 부스럼에 효능이 있는 풀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부스럼이나 종기에 생풀을 찧어 붙이거나 즙을 내어 바른다.
한방에서 잎, 줄기, 꽃, 뿌리 전체를 말린 것을 백모하고초(白毛夏枯草)라 하여 부스럼이나 종기 치료 이외에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열을 내리고 해독에도 사용한다. 어린 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쓴맛이 있음으로 찬물에 담가 두면 쓴맛이 없어진다.
알려진 성분으로 시아스테론(cyasterone), 엑디스테론(ecdysterone), 그리고 아주스테론(ajugasterone)이 있다. 에탄올 추출물이 황색포도상구균과 폐렴균에 항균작용이 있음이 밝혀졌다. 흙 위를 덮는데 지피식물로 적당하며 관상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2018-08-14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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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8> 홀아비꽃대(Chloranthus japonicus)
우리나라 야생화를 찾아다니다 보면 꽃 이름이 재미있고 해학적인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잦은 국란과 탐관오리에 시달리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유머를 잊지 않은 삶이 꽃 이름에도 내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4~5월경에 피는 봄꽃 홀아비꽃대도 꽃 모양뿐만 아니라 꽃 이름이 유머러스해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사투리로 호래비꽃대라고도 부른다. 산지의 나무 그늘 밑에 잘 자라며 홀아비꽃댓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홀아비꽃대는 통상적으로 생각되는 꽃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병을 청소하는 솔을 연상시키는 이삭 모양을 하고 있다, ‘홀아비’는 부인 없이 혼자 사는 사내를 일컫는 말로써 조금은 궁상맞고 처량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혹시나 이 꽃이 홀아비와 관련된 무슨 기상천외한 사연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홀아비꽃대는 구질구질한 홀아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의 독특한 모습의 꽃을 피운다.
자료조사로 알게 된 것은 홀아비꽃대의 ‘홀아비’는 ‘상처한 남자’를 일컫는 뜻이 아니라 한 포기 식물에서 꽃대 하나만이 촛대처럼 홀로 솟아 꽃이 피고 지는 외로운 풀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홀아비는 ‘홀로’란 뜻으로 쓰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는 한 개의 꽃대에 꽃받침과 꽃잎 없이 수술로만 구성된 불완전화에서 생긴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다. 굳이 홀아비와 연관 짓자면 꽃송이 전체가 실 같이 생긴 막대 모양의 흰 수술이 마치 몇 일간 수염을 깎지 않은 홀아비의 궁상맞은 턱수염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억지 설명도 있기는 하다. 일본 이름은 일인정(一人淨)이다.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고 마디마다 줄기가 돋아나 10~25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란다. 줄기 끝에 4장의 잎이 돌려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서로 마주 보고 돋아난 2장 잎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십자형을 하고 있고 마디 사이가 좁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잎이 있는 부위에서 2~3센티미터 정도 크기 꽃대 하나가 돋아나고 꽃대 주위에 꽃이 돌려나며 개화 전에는 4장의 잎으로 감싸여 있다. 결국 4개의 잎은 꽃잎과 꽃받침 대신에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꽃은 흰 실처럼 보이는 수술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솔을 연상시킨다.
꽃을 자세히 보면 3개의 수술대가 씨방에 합쳐져 있으며 3개의 수술대 중에서 바깥쪽 2개의 수술대는 아랫부분에 꽃밥(화분)을 가진 반면 가운데 수술대는 화분이 없다. 꽃밥은 노란색이고 꽃 전체에서 감미로운 향기를 풍긴다. 홀아비꽃대는 식물분류학적으로 미스터리한 의문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옥녀꽃대라는 식물이 있는데 식물의 전체모습이 홀아비꽃대를 닮았다. 다만 꽃대에 붙어있는 실 같이 생긴 수술이 홀아비꽃대에 비해서 가늘고 길이가 2~3배로 긴 것이 특징이다. 옥녀꽃대 이름은 두 식물의 생김새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홀아비꽃대의 처량한 신세를 감안해서 짝지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옥녀’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제도에 있는 옥녀봉의 ‘옥녀’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에서는 옥녀봉에서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옥녀꽃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남녀가 짝을 이룬 형국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위적인 작명이었더라면 과부꽃대가 더 궁합에 맞지 않을까. 라틴명의 속명 클로란투스(Chloranthus)는 희랍어로 ‘황록색’의 클로로아(chloroa)와 ‘꽃‘을 뜻하는 안투스(anthus)의 합성어로서 꽃밥의 색이 황록색인 데서 비롯되었다. 종명 야포니쿠스(japonicus)는 ’일본‘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 식물 전체를 말린 것을 은선초(銀線草)라 하며 중풍, 종기, 기관지염, 월경불순에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클로란타락톤(chloranthalactone)이 있다. 쥐의 백혈병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밝혀졌다. 항암제 개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2018-07-2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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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7> 꽃며느리밥풀(Melampyrum roseum)
전국 산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꽃 중에 꽃며느리밥풀이 있다. 현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식물로서 반기생식물이다. 영양분 공급을 완전히 숙주식물에 의존하는 기생식물과 다르게 반기생식물은 필요한 영양분 일부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
즉 기생식물은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으므로 필요한 영양분 모두를 전적으로 다른 나무나 식물에 기생해서 생존한다. 이에 반해서 반기생식물은 자체적으로 광합성을 할 수 있어서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으며 부족한 영양분만을 기생 숙주에 의존한다.
대부분 식물은 생육조건이 비슷한 다른 여러 종류의 식물들과 어울려서 자란다. 하지만 꽃며느리밥풀 주변에는 의외로 다른 식물이 보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마도 다른 식물에 대해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생육 환경 자체가 척박해서 다른 종류 식물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
꽃며느리밥풀은 볕이 잘 드는 큰 나무 밑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데 일반적으로 환경 자체가 매우 척박한 마른 땅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30~5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가지를 치며 잎은 좁고 기다란 형태이며 끝이 뾰족하고 마주난다. 줄기와 잎에는 잔털이 많이 나 있다. 줄기 윗부분에는 포엽이 많이 있는데 삼각형이고 끝이 뾰족하고 둘레에 가시가 돋아 있다.
포엽은 잎이 고도로 변형되어 만들어지며 여러 가지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잎보다 작아서 작은 잎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7~8월에 줄기 윗부분의 포엽(苞葉) 겨드랑이마다 꽃자루가 없는 홍자색 꽃이 이삭처럼 조롱조롱 매달린다.
꽃 모양은 기다란 통 모양이고 끝이 입술 모양을 하고 있다. 윗입술꽃잎은 투구모양이고 털이 있으며 아랫입술꽃잎은 3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그 중앙에 밥알처럼 생긴 흰색 무늬 2개가 있다. 수술은 4개이고 2개는 길고 2개는 짧으며(이강융예) 암술은 1개이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4갈래로 갈라지고 끝이 뾰족하다.
꽃며느리밥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며느리밥풀 속(屬)에는 변종이 많아서 이를 구분하기 위해 접두어를 ‘며느리밥풀’ 앞에 부친다. ‘꽃’은 유사 변종을 구분하기 위한 접두어이다. 꽃 이외에도 털, 수염, 애기, 새, 알 등의 접두어를 사용해서 변종을 구분한다.
며느리밥풀은 며느리와 관련된 슬픈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몹시 가난한 집에 시집온 어린 며느리가 밥을 짓는 과정에서 밥의 뜸이 잘 들었는지를 확인하려고 솥뚜껑을 열고 밥알 2개를 입에 넣고 씹으려는 순간 시어머니가 이를 목격했다. 어른보다 먼저 밥을 먹었다는 오해로 시어머니의 구박은 날로 심해져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죽고 말았다.
이듬해 며느리 무덤가에는 풀이 돋아나 예쁜 붉은 꽃이 피었는데 혓바닥처럼 생긴 꽃잎 위에 하얀 밥알을 닮은 2개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꽃 모양이 마치 밥알을 입에 물고 있는 듯이 보였다. 사람들은 옥황상제가 억울하게 죽은 며느리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꽃으로 환생시킨 것이라 했다.
며느리밥풀 속 식물의 특징인 밥알 모양 꽃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식물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며느리’가 들어간 식물명 중에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이 있다. 며느리밑씻개라는 식물은 잎과 줄기에 온통 가시가 돋아있다.
일을 본 뒤 실제로 이 식물을 밑씻개로 사용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질시와 증오가 배어 있는 고약한 식물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고부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일까. 이러한 고부갈등의 인간사가 식물 이름에 까지 투영된 것이 어떻게 보면 해학적이어서 쓴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초식동물의 사료나 밀원식물로 가치가 있으며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 말린 것을 산라화(山羅花), 또는 구수초(球琇草)라 하고 해독, 종기, 해열제로 사용한다. 성분으로 어쿠빈(aucubin), 카탈폴(catalpol)이 알려져 있다.
2018-07-1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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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6> 벌깨덩굴(Meehania urticifolia)
계절의 여왕 5월은 연중 가장 많은 종류의 꽃이 만발하는 시기로서 어디를 가든 꽃 대궐을 이룬다. 벌깨덩굴은 5월에 개화하는 꿀풀과 식물로써 산 숲속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개체 수가 많아서 어디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고 개화 기간이 길어서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야생화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15~3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줄기에 삼각형의 심장형 잎이 마주난다. 잎줄기는 없고 잎에는 톱니가 있다. 5월경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4~5송이 연보라색 꽃이 한쪽을 향해서 층층이 달린다.
꽃이 질 무렵이면 곧게 자랐던 줄기가 비스듬히 옆으로 누어서 땅에 닿게 되면서 마디마다 뿌리가 돋아나 새로운 개체로 번식한다.
꽃의 전체모습은 정면으로 바라볼 때 얼핏 보기에 뱀의 크게 벌린 입을 연상시킨다. 어떤 사람은 붕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꽃잎은 5개로 갈라지는데 위쪽으로 향한 꽃잎을 윗입술꽃잎이라 하며 짧고 두 갈래로 갈라진다.
아래쪽으로 향한 꽃잎을 아랫입술꽃잎이라 하며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중 가운데 꽃잎이 길게 돌출하여 밑으로 처져있고 꽃 내부와 함께 보라색 무늬가 있고 미세한 털이 돋아 있다. 꽃받침은 짧은 통 모양이고 끝은 5개로 짧게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이고 그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이강융예)으며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진다.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훌륭한 밀원식물이다.
꽃을 되도록 예쁘게 촬영하려는 꽃 사진작가들이 가장 고심하는 것은 꽃에 상처가 없는 꽃을 찾아내는 일이다. 꽃잎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상처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해하지만 이러한 상처는 곤충이 다녀간 흔적으로 꽃의 처지에서는 꽃가루받이가 성사되었다는 반가운 징표인 셈이다.
곤충의 날카로운 발끝이 닿았던 자리가 상처로 남아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 얼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곤충이 다녀가기 전 처녀 꽃봉오리를 찾아 촬영해야 아름다운 꽃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벌깨덩굴의 길게 돌출한 아랫입술꽃잎은 곤충들의 착륙지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꿀을 찾아 꽃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깨덩굴은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줄기에 뿌리가 돋아나 새로운 개체가 생길 수 있음으로 번식을 오로지 곤충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벌깨덩굴 이름의 명확한 유래를 문헌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추정일 뿐이다. 이름 뒤에 ‘덩굴’이 붙어있지만 줄기를 타고 오르거나 옆으로 길게 뻗는 그런 류의 덩굴식물은 아니다. 하지만 곧게 섰던 줄기가 옆으로 누우면서 땅에 닿으면 뿌리가 새로 돋아나 번식함으로 덩굴이라고 붙인 것 같다.
‘벌’은 꿀풀과 식물이므로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벌이 많이 찾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고 ‘깨’는 잎사귀 모양이 깻잎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할 수 있다. 벌개덩굴 또는 한자명인 지마화(芝麻花), 미한화(美漢花)라는 이름도 있다.
속명 메하니아(Meehania)는 미국의 저명한 식물학자 토마스 메한(Thomas Meehan)의 이름을 딴 것이고 종명 우르티시폴리아(urticifolia)는 ’쐬기풀’의 뜻인 라틴어 ‘우르티카’(urtica)와 잎‘의 뜻인 폴리아(folia)의 합성어이다. ’쇠기풀의 잎‘을 닮았다는 뜻이다. 꽃이 흰색인 것은 흰벌깨덩굴이라 하고 꽃이 붉은 것은 붉은벌깨덩굴이라 한다.
봄에 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맛 좋은 산나물 중의 하나이다. 꿀이 많음으로 중요한 밀원식물이고 지상부를 염료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방에서의 용도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고 민간약으로 강정제로 쓰거나 여자의 대하증에 사용한다고 한다. 약효 성분에 대한 최신연구에서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 유도체, 페닐에타놀(phenylethanol) 배당체가 분리되었다.
2018-06-2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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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5> 솜나물(Leibnitzia anandria)
솜나물은 봄철에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낮은 산이나 묘지 주위 잔디 풀밭에 자라는 작은 식물로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특이하게도 솜나물은 동일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봄과 가을에 모양이 다른 꽃을 피우는 두 종류가 있다.
뿌리에서 여러 개의 뿌리 잎이 돋아나며 잎자루가 짧고 길쭉한 타원형이다. 봄꽃의 경우 뿌리에서 돋아나는 1~3개의 꽃줄기는 5~1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잎 뒷면과 꽃줄기에는 거미줄 같은 흰 털로 덥혀 있다. 이 털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없어진다.
봄꽃은 3~5월 경 줄기 끝에 하늘을 향해서 하얀 꽃을 한 송이씩 피우며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는 연한 자주색을 띠고 있다. 가을꽃은 9월경에 꽃을 피운다. 봄꽃은 혀 모양(설상화) 꽃잎이 수평으로 둥글게 배열되고 중심부에는 통 모양의 통상화가 자리한다.
총포는 통 모양으로 기와처럼 3줄로 배열된다. 가을에 피는 꽃은 봄철 꽃보다 더욱 몸집이 커서 꽃줄기가 30~6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잎자루가 길다. 꽃의 사이즈도 봄꽃보다 훨씬 크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봄꽃은 개방화(開放花)인데 반해서 가을꽃은 폐쇄화(閉鎖花)이다. 폐쇄화는 꽃잎이 벌어지지 않음으로 생식과 관련된 암술과 수술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서 꽃봉오리 속에서 폐쇄수분 즉 자가수분을 할 수 밖에 없다. 씨에는 민들레 씨처럼 누런색이나 갈색의 관모가 달려 있고 이것이 모여서 둥근 공 모양을 만든다. 바람에 관모 달린 씨가 하나씩 떨어져 날아간다.
폐쇄화는 꽃잎을 열지 않기 때문에 암술과 수술이 있다 하더라도 타가수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하지만 꽃잎이 열려있어서 꽃가루주머니와 암술머리가 수분매개체에 노출시키는 개방화에서도 자가수분은 흔히 있는 일로서 온대지역의 현화식물은 절반 이상이 자가수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가수분은 동종교배이므로 암수 유전자의 배합과정에서 열성인자의 배합확률이 높아져 종의 퇴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 세계에서는 적극 피하고 있고 식물계에서도 타가수분을 선호하는 종에서는 자가수분을 적극 차단하는 기전이 작동되고 있다.
식물계에서 자가수분하는 식물을 보면 타가수분하는 식물보다 꽃이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징이 있다. 동일개체에서도 타가수분과 자가수분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비꽃속 식물은 위쪽에 피어있는 꽃은 크기가 커서 곤충의 방문이 용이하여 타가수분을 하는 개방화이다.
반면에 아래쪽에 피는 꽃은 작을 뿐만 아니라 잎으로 가려져 있어서 매개 곤충의 눈에 띄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동종교배를 하게 된다. 자가수분의 장점은 곤충이나 동물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수분매개체가 방문하기 힘든 지역인 높은 산이나 극지방 같은 곳의 식물에서는 자가수분이 흔하게 나타난다. 솜나물이라는 이름은 잎과 줄기가 온통 미세한 하얀 털로 덥혀 있어서 마치 솜처럼 하얗게 보일 뿐만 아니라 나물로 먹을 수 있어서 생긴 것이다.
우리 들꽃 중에는 ‘솜’자가 들어간 것이 여럿 있다. 에델바이스로 알려진 솜다리, 솜방망이, 솜양지꽃, 솜분취 등이다. 이 식물들은 모두 흰털로 싸여있다. 까치취 또는 부싯깃나물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특히 부싯깃나물은 성냥이 없거나 귀하던 시절 말린 잎을 수리취 대신에 부싯돌에 올려놓고 불똥을 일으켜 불을 붙이는 데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속명 라이브니치아(Leibnitzia)은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인 동시에 자연과학자, 수학자인 고트프리드 빌헤름 폰 라이브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tz)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종명 아난드리아(anandria)는 희랍어로 ‘수술이 없다’는 의미의 아난드러스(anandrous)에서 비롯되었는데 아마도 폐쇄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나 떫은맛이 강함으로 데친 후 물에 잘 우려낸 다음에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전초 말린 것을 대정초(大丁草)라 하여 해열, 신경통, 관절염, 천식에 사용했으며 해독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밝혀진 성분으로 프루나신(prunacin)과 쿠마린(coumarin) 배당체가 있다.
2018-06-1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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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4> 미나리아재비(Ranunculus japonica)
미나리아재비는 굳이 힘들게 높은 산에 가지 않더라도 낮은 산이나 양지바르고 습기 있는 들판에 잘 자라는 봄꽃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4-5월경에 노란 꽃을 피우며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꽃잎에서는 마치 코팅을 한 것처럼 유별나게 반들반들하게 광택이 난다. 영국 계관시인 워즈워스는 잔디 사이사이 피어있는 민들레꽃을 밤하늘의 별과 같다고 찬미한 바 있다. 들판에 피어있는 미나리아재비 꽃들도 민들레 꽃 못지않게 땅에 떨어진 별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것 같다.
이렇게 예쁜 들꽃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것이 많으며 대부분 미모가 출중하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이 가장 촬영하고 싶어 하는 모델대상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익숙한 봄꽃인 노루귀, 복수초, 할미꽃이 모두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다.
뿌리에서 돋아난 여러 개의 잎은 잎자루가 길고 잎은 3~5 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갈라진 잎은 다시 2~3가닥으로 갈라진다. 뿌리에서 자란 줄기는 가지를 치면서 50~7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속은 비어있다.
줄기에 난 잎들은 크기가 작으며 잎줄기가 짧거나 없고 식물 전체는 부드러운 털로 덮여있다. 가지 끝마다 노란 꽃이 한 송이씩 핀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장이며 암술과 수술은 다수이고 꿀이 많아서 벌을 비롯한 곤충들이 좋아한다. 간혹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만나게 되는데 흰미나리아재비라 한다.
미나리아재비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미나리아재비는 과(科) 이름이기도 하며 100 여종 이상의 대가족 식물군을 이를 정도로 광범하게 분포한다. 이름의 연원을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아재비’의 합성어다.
‘아재비’라는 어미를 가진 식물들이 꾀 많은데 식물에는 생태와 생김새에서 공통점과 유사점이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기준식물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어미에 ‘아재비’를 추가하여 구별한다. 미나리는 식탁에 자주 오르는 나물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미나리라는 이름에서 미+나리의 ‘미’는 ‘물’을 뜻하는 말이므로 ‘물에서 자라는 채소라’는 뜻이다.
실제로 미나리는 논이나 물이 고여 있는 습지에 자란다. ‘아재비’는 ‘아저씨’의 낮춤말로 아주 가까운 사이를 지칭한다. 이렇게 낱말풀이를 하고보면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의 아저씨 벌 되는 식물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미나리와 미나리아재비는 식물분류학상 전혀 관련이 없다.
우선 과(科)가 서로 달라서 미나리는 산형과 식물로서 흰 꽃을 피우며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고 노란 꽃을 피운다. 외모에 있어서도 비슷한 점이 없으며 미나리는 털이 없지만 미나리아재비는 털로 덥혀 있다.
미나리하고 비슷하지도 않은데 왜 ‘미나리’에 ‘아재비’를 붙인 것일까. 혹시 옛날 사람들이 미나리아재비의 어린싹을 미나리의 아저씨 식물로 잘못 알고 미나리아재비라고 불렀던 것은 아닐까. 미나리는 독성이 전혀 없지만 미나리아재비는 독성이 강하다.
사약제조에 사용되었다는 부자도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대부분의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 맹독성이다. 식물에 관한 과학 정보가 부족했던 옛날 산야에 널려있는 풀들은 춘궁기 극복에 있어서 일등 공신이었다. 지금도 산나물 중독사건이 종종 발생하지만 옛날에는 미나리아재비로 인한 중독사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틴명의 속명 라눈쿨루스(Ranunculus)는 라틴어로 ‘올챙이’라는 뜻이다. 열매의 모양이 올챙이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전초 말린 것을 모간(毛茛)이라 하며 해열, 관절통, 편두통, 위통 등 통증에 쓰이며 말라리아, 황달에도 사용했다. 식물 성분으로 프로토아네모닌(protoanemonin), 라눈쿨린(ranunculin), 아네모닌(anemonin)이 들어있다.
종양세포 성장억제 활성이 밝혀져 항암제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역에 따라서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 경우가 있으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서양에서는 소, 말이 먹고 죽은 사례도 있었다.
2018-05-3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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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3> 미치광이풀(Scopolia japonica)
이른 봄 비교적 높은 산 속을 다니다 보면 노란빛의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미치광이풀이다. 노란 새싹은 봄볕이 강해지면서 점차로 녹색으로 변한다. 미치광이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깊은 산속 나무 밑에 자라며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과 일본에 분포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종류가 많지 않아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미치광이풀은 의외로 인지도가 낮아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마도 꽃이 검은 자주색으로 매력적이지 못하고 잎과 더불어 피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이 인지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대개 봄꽃은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운다. 노루귀, 복수초 같은 봄꽃은 워낙 꽃이 예뻐서인지 누구든지 쉽게 기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뿌리줄기에서 돋아난 줄기는 30~5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윗부분에서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지고 타원형의 잎이 마디마다 1~2개씩 돋아난다. 4~5월 경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3~5센티미터 정도의 기다란 꽃자루 끝에 작은 검은 자주색 종 모양 꽃이 한 송이씩 밑을 향해 달린다.
커다란 잎 사이에 꽃송이는 검게 보일 정도로 색깔이 짙다. 꽃받침은 끝이 깊게 5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이고 꽃밥은 흰색을 띠고 있고 암술은 1개이다.
간혹 노란 꽃을 피우는 것도 있는데 노랑미치광이풀이라고 한다. 꽃송이가 위로 향하거나 옆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목격되는데 매개 곤충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밑으로 향한다.
미치광이풀은 환경부 희귀식물 목록에 올라있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들어 개체 수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인데 약제로 수요가 많은 미치광이풀 뿌리가 중국에서 값싸게 수입되어서 약초꾼들이 산에서 약초 수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미치광이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의 회복력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예이다. 불행히도 우리니라 식물 중에 멸종 위기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귀중한 우리 생물자원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미치광이풀이라는 고약한 이름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소가 이 풀을 먹으면 독성이 매우 강해서 미친 듯이 날뛴다고 해서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사람도 이 풀을 먹으면 극도로 흥분해서 미친 사람 같이 날뛰거나 인사불성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독뿌리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날에 정신병자를 미치광이라고 불렀다.
미치광이풀은 독초임과 동시에 매우 중요한 약초이다. 미치광이풀에는 아트로핀(atropine), 스코폴라민(scopolamine) 그리고 히요스시아민(hyoscyamine)과 같은 맹독성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데 부교감신경마비 효능을 갖고 있다.
이 성분들은 약으로 매우 중요하며 미치광이풀은 이 성분제조의 중요한 원료약초이다. 북한에서는 살상 무기용 신경가스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가스에 대한 응급조치 약으로 아트로핀 해독 주사가 있다.
우리 군에서는 아트로핀 주사제를 개발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가스 공격을 받는 즉시 아트로핀 주사를 맞으면 해독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당한 김정남에게 사용한 독약이 VX라는 맹독성 신경가스로 보도되었는데 만일 그 당시 즉시 아트로핀 해독제 주사를 맞았다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뿌리 말린 것을 낭탕(莨菪)이라 하여 위경련, 복통, 근육통, 신경통과 같은 증상에 통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하고 안과에서는 초기 근시 치료에서 이트로핀 점안제를 동공산대(瞳孔散大) 목적으로 사용한다.
또는 차멀미, 뱃멀미와 같은 멀미약으로도 사용한다. 봄나물로 잘 못 알거나 뿌리의 맹독성을 알지 못하고 먹어서 중독되어 사망하거나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 자칭 식물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야생식물을 나물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2018-05-1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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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2> 금붓꽃(Iris minutoaurea)
붓꽃은 종류가 많아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종류는 15종이 알려져 있다. 금붓꽃은 ‘애기노랑붓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중부지방 산기슭 양지바른 풀밭이나 반그늘 밑에 자라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붓꽃과에 속한다.
뿌리는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고 기다란 칼 모양의 잎은 여러 개가 뭉쳐서 뿌리에서 직접 돋아나 10~2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며 꽃대보다 더 길다. 역시 뿌리에서 꽃줄기가 10~15센티미터 정도로 잎보다는 약간 짧은 높이로 자라고 4~5월경에 줄기 끝에 노란색 꽃이 하늘을 향해서 한 송이씩 핀다.
꽃 모양은 전형적인 붓꽃과 식물의 꽃을 닮았다. 꽃잎은 6개이고 그중 바깥의 3장이 진짜 꽃잎이고 이를 겉꽃덮이조각(外花被,외화피)라 하며 주걱 모양으로 옆으로 퍼지거나 밑으로 약간 처져있다.
이 외회피에는 노란 꽃잎 안쪽에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런 무늬는 꿀이 있는 곳으로 갈수록 점점 진해지는데 곤충에게 꿀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꽃 속에 있는 털이다. 나머지 3개는 속꽃덮이조각(內花被, 내화피) 이라 하며 수술이 꽃잎처럼 변한 것이다. 수술은 3개고 암술머리가 3갈래로 갈라져 있고 수술은 그 밑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아지 않는다. 금붓꽃은 노랑붓꽃과 구별이 쉽지 않은데 금붓꽃은 꽃대에 꽃송이가 1개 달리고 노랑붓꽃은 2송이가 달린다.
식물 이름을 지을 때 식물 특정 부위의 특징에 주목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즉 식물 뿌리 또는 잎 모양, 꽃송이의 생김새 또는 색깔, 꽃봉오리의 생김새가 주로 대상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나라마다 주목하는 식물 부위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꽃봉오리나 꽃의 생김새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서 서양은 꽃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금붓꽃의 이름은 꽃의 색깔과 개화하기 전 꽃봉오리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꽃 색이 노랗고 꽃봉오리의 생김새가 붓의 털 부분인 필봉(筆鋒)의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속명 아이리스(Iris)는 라틴어로 ‘무지개’라는 뜻이고 종명 미누토아우레아(minutoaurea)는 ‘작다’는 뜻의 미누토(minuto)와 ‘황금’의 뜻인 아우레우스(aureus)의 합성어로 ‘작은 황금’이라는 뜻이다. 학명의 뜻풀이는 ‘무지갯빛을 내는 황금색의 작은 노란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붓꽃에는 종류가 많다고 했는데 붓꽃 각각의 특징에 따라서 노랑꽃을 피우는 노랑붓꽃, 꽃잎에 무늬가 있는 노랑꽃을 피우는 노랑무늬붓꽃,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솔붓꽃, 잎이 실타래처럼 꼬였다고 타래붓꽃, 키가 작은 난쟁이붓꽃, 잎이 제비 날개처럼 날렵하다고 제비붓꽃, 잎이 부채처럼 넓은 부채붓꽃, 각시처럼 귀엽다고 각시붓꽃이다.
붓꽃 계통 식물을 난초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른 봄 숲속에서 볼 수 있는 보춘화(춘란)와 혼동하는 경우인데 과(科)가 다르고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른 봄에 꽃이 피고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한방에서는 붓꽃 뿌리줄기를 두시초(豆豉草)라 하여 소화불량, 치질, 피부병에 사용한다.
서양에는 붓꽃과 관련된 전설 또는 신화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서양 명칭인 아이리스와 관련된 희랍 또는 로마 신화를 소개한다. ‘아이리스’는 결혼의 여신 주노(Juno)의 시녀이름이다.
주노는 로마신화에서 주피터(Jupitor)의 부인 이름이고 희랍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내 이름이 헤라(Hera)이다. 아이리스는 미인이고 영특해서 주노가 특별히 귀여워하고 아꼈다. 주피터(제우스)는 아이리스의 미모에 반하여 집요하게 사랑을 요구하자 자신의 주인을 배반할 수 없었던 아이리스는 주노에게 사실을 고백했다.
주노(헤라)는 아이리스를 무지개가 되게 하여 순결을 지키게 했다. 붓꽃은 비가 내린 뒤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빛에 반사되면 무지개처럼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2018-05-02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