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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31> 꽃말이(Trigonotis pedunculatus)
꽃이 사람의 눈길을 끌려면 뭐니 뭐니 해도 우선 크고 예뻐야 한다. 이른 봄 잎이 돋기 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의 나무꽃을 비롯해서 초본식물의 꽃도 지름이 적어도 몇 센티미터 정도 이상으로 대부분 꽃송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꽃송이가 지나치게 작아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식물도 무시 못 할 정도로 많다. 우선 눈에 잘 띄지 않으면 쓸모없는 하찮은 잡초 정도로 인식되어 존재 자체가 무시당해 지나쳐 버리기 쉽다.
이런 점에서 작은 꽃식물들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봄철에 꽃피는 대표적인 작은 꽃 중에 꽃마리가 있다. 꽃마리는 전국의 들이나 길가 또는 밭둑에 자라는 두해살이식물(월년초)로 지치과에 속한다.
줄기가 10~3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며 밑 부분에서 여러 개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 잎은 계란 모양이나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며 몸 전체에 짧은 털이 있다. 4월경에 줄기 윗부분에서 하늘색 또는 연보라색 작은 꽃이 차례로 한 송이씩 피어서 여러 송이가 차례로 달린다.
처음 꽃이 피고 나서 7월경까지도 연속적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꽃은 지름이 2밀리미터 정도로 아주 작아서 허리 굽혀서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꽃 모양이 잘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꽃송이가 워낙 깨알만큼이나 작다 보니 사진 촬영하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접사 렌즈를 바짝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면 꽃의 디테일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감탄할 정도의 예쁜 모습의 꽃이 확대되어 나타난다.
꽃은 작지만 완전화로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어서 꽃잎과 꽃받침 모두 각각 5개이다. 수술 5개, 암술 1개이고 암술과 수술은 모두 꽃 속에 있어서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연분홍색이고 막 피어난 꽃은 연한 하늘색이며 꽃 중앙에 정 5각형의 작은 구멍이 있고 노란색 띠로 둘러싸여 있다.
구멍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술머리가 조금 보인다. 노란색 띠는 암술과 수술이 있는 곳으로 벌레를 유인하기 위한 배려이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흰색으로 변한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식물 자체의 줄기도 약하고 꽃송이도 작은데 과연 꽃보다 덩치가 몇십 배 큰 대표적 곤충인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할까이다.
잠시 꽃을 관찰하면 아주 작은 개미가 꽃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작은 개미가 주 고객인 모양이다. 작으면 작은 대로 다 살아가는 수단이 있기 마련이고 모든 생명체는 종족 보존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것일 것이다.
꽃마리 보다 꽃의 사이즈가 10배 정도 큰 동속식물에 참꽃마리와 덩굴꽃마리가 있다. 두 식물 모두 꽃마리보다 1~2개월 늦게 꽃을 피우며 꽃마리의 꽃을 크게 확대한 형태이다.
꽃마리 식물명은 꽃줄기 끝부분이 말려 있다가 시계태엽이 풀리듯이 펴지면서 꽃이 핀다고 해서 ‘꽃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점차 ‘꽃마리’로 변한 것이라 한다. 속명 트리고노티스(Trigonotis)는 ‘삼각형’이라는 뜻의 희랍어 트리고노스(trigonos)에서 비롯되었고 꽃마리속 식물의 열매 모양이 삼각형인데 기인한다.
종명 페둔쿨라투스(pedunculatus)는 ‘꽃줄기’라는 뜻의 라틴어 ‘페둔쿨라리스(peduncularis)에서 비롯되었다. 백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왔던 선교사 부인이 쓴 책에서 꽃마리를 물망초로 알고 기록에 남겼다고 한다.
물망초의 영어명은 ‘나를 잊지 말라’는 뜻의 '퍼겟미낫'(forget-me-not)임으로 꽃마리는 ‘Korean forget-me-not'이 되었다. 꽃마리와 물망초의 꽃 모양은 닮았으나 꽃의 크기가 다르고 분류학적으로 과명은 동일한 지치과 이지만 속명은 다르다.
어린잎을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나고 나물로 먹을 수도 있으나 맵고 쓴 맛이 있으므로 찬물에 우려낸 후 조리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꽃을 포함해서 전초 말린 것을 부지채(附地菜)라 하고 밤에 오줌 싸는 증세인 야뇨증, 설사, 이질, 늑막염, 종독에 사용한다. 생풀을 찌어서 환부에 붙이거나 가루를 기름에 개서 바른다. 성분은 알려진 것이 없다.
2019-06-2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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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30> 명자나무(Chaenomeles speciosa)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대부분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운다. 매화나 산수유보다는 시기적으로 약간 늦지만, 봄꽃들의 꽃 향연에 참여하는 식물 중에 명자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원산으로 언제쯤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했기에 토종식물이나 진배없다.
매화만큼 유명세를 타지는 못하지만, 산당화(山棠花)라고도 부르는 명자나무는 야생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중부 이남에서는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기에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친숙한 나무다. 뿌리에서 나무줄기 여러 개가 돋아나는 작은 관목으로 1~2미터 정도로 사람 키만큼 자라는 장미과 식물이다.
줄기의 끝이 가시로 변하며 잎은 긴 타원형으로 줄기에 서로 어긋난다. 명자나무는 잎과 꽃봉오리가 거의 동시에 돋아난다. 잎이 돋아나 커지기 전에 이어서 꽃봉오리가 서너 개씩 맺히고 4월 초 봄이 무르익으면서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송이는 매화나 다른 봄꽃보다는 조금 크며 전형적인 장미과 꽃 모습을 하고 있다. 꽃 색은 원래 붉은색이지만 원예종으로 개발한 품종이 많아서 꽃 색도 다양해졌다. 지금은 붉은색 이외에도 분홍색, 흰색 등 여러 가지 꽃 색의 명자나무 꽃을 만날 수 있다.
명자나무는 수꽃 그리고 수술과 암술이 함께 있는 양성화(兩性花)가 동일한 나무에 같이 달린다. 이러한 식물을 수꽃양성화한그루 또는 웅성양성동주(雄性兩性同株)라 한다. 수꽃에는 당연히 꽃가루가 있고 양성화에는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수술에 꽃가루가 없다.
그래서 다른 개체 수꽃의 꽃가루로 꽃가루받이를 하게 된다. 수꽃과 양성화의 외모는 비슷하지만, 꽃 중심부를 자세히 관찰하면 수꽃과 양성화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양성화의 경우 중앙에 암술대가 길게 자리하고 암술대보다 짧은 수술대가 암술대 밑을 둘러싸고 있다.
꽃잎은 5개이고 수술은 30~40개 정도이며 꽃밥은 노란색이고 암술대는 5개이다. 가을에 황록색 또는 황색의 계란 크기 정도의 타원형 열매를 맺는다.
명자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풀명자가 있는데 원산지가 일본으로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자나무보다 나무의 크기를 비롯해서 사이즈가 모두 작아서 꽃송이와 열매도 작다. 흔히 명자나무와 함께 심는다.
경기도 일부에서는 명자나무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아가씨꽃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며 분재의 소재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옛사람들은 여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난다고 하여 집 정원에 명자나무를 심지 못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명자란 이름은 한자 이름 명사(榠樝)가 변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명(榠) 과 사(樝)는 모두 명자나무라는 뜻이다. 속명 케노멜레스(Chaenomeles)는 희랍어로 ‘갈라진다’는 케노(chaino)와 ‘사과’라는 멜레스(meles)의 합성어로 ‘갈라진 사과’를 의미한다.
명자나무 열매가 갈라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부친 이름이다. 명자나무의 열매는 갈라지지 않는다. 종명 스페시오사(speciosa)는 ‘화려하다‘는 뜻의 희랍어 스페시오수스(speciosus)에서 비롯되었다. 명자나무 열매의 외모를 묘사한 것이다.
사실 명자나무는 모과나무와 사촌 간이라 열매도 모과를 닮아서 과일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화려하지 못하며 볼품이 없다. 명자나무의 학명은 식물의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옛 기록에 의하면 명자나무 열매는 민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열매를 썰어서 말리거나 쪄서 식용으로 널리 쓰였고 밀전이나 사탕에 졸여서 먹었다고 전한다. 모과처럼 술을 담그면 향기가 좋고 술맛이 일품이라고 했으며 옷장에 넣어두면 벌레와 좀을 없애므로 좀약 대용으로 사용했다.
꽃을 말려서 꽃차로 마시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명자나무 열매의 약효가 모과와 거의 비슷하며 음식을 소화시키고 술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풀명자의 열매도 용도가 명자나무와 동일하다. 명자나무 열매는 향기가 좋은데 능금산을 비롯한 유기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비타민 C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2019-06-1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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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9> 통발(Utricularia japonica)
시골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동내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통발을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통발은 싸리나무나 대나무로 엮어 만든 고기잡이 어구(漁具)이다. 통발 입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구조로서 들어가기는 쉬워도 일단 들어가면 밖으로 빠져나오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통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통발은 통발과에 속하는 수생식물로서 전국의 연못이나 물이 고여 있는 논에 자라며 물에 사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벌레잡이(식충)식물이다.
이 식물의 특징은 뿌리가 없으며 줄기와 잎과 같은 식물체 모두가 물속에 잠겨 떠서 자란다. 꽃이 필 때만 꽃줄기가 수면 위로 10~2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 올라온다. 비교적 굵은 줄기는 2미터 정도로 자라고 잎은 서로 어긋나며 잎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갈라지고 갈라진 잎줄기는 실처럼 가늘다.
잎줄기 겨드랑이마다 작은 포충낭(捕虫囊)이라고 부르는 발레잡이주머니가 붙어있다. 겨울에는 물속에 가라앉은 채 겨울을 난다.
8~9월에 지상으로 자라나온 꽃줄기 끝에 4~7개의 밝은 노란색 꽃이 옆을 향해 핀다.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위아래로 갈라져서 입술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윗입술 꽃잎은 곧게 서며 아래 입술 꽃잎은 부채모양으로 돌출된 부위엔 적갈색 무늬가 있다. 꽃송이 밑에는 꽃부리가 짧거나 길게 붙어있다. 통발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꽃송이 밑에는 포라고 부르는 비늘조각 잎이 붙어 있다.
통발 한 포기에 4,000~5,000개 포충낭이 붙어 있으며 포충낭이 미니 어구처럼 작동해서 작은 벌레를 잡는다. 포충낭 속은 진공이고 뚜껑이 있다. 물벼륵이 돌아다니다가 뚜껑에 달린 섬모를 건드리면 뚜껑이 열리면서 순식간에 포충낭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어서 입구가 닫힌다.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붙잡힌 벌레는 포충낭 안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에 서서히 녹게 되며 식물체에 흡수되어 통발의 영양분이 된다. 뚜껑에 달린 섬모를 감각모(感覺毛)라 하며 매우 민감해서 벌레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벌레잡이식물이 자라는 곳은 영양분이 적고 대부분 습기가 많은 곳으로서 식물체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질소와 인이 부족하기 쉽다. 곤충이나 벌레는 훌륭한 단백질 보급원이 된다.
통발이라는 이름은 벌레잡이 주머니가 물고기 잡는데 사용하는 통발을 닮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중 어느 쪽 통발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고기잡이용 통발이 먼저일 개연성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 식물이 체계적으로 조사된 것은 일본 식민지 시절 일본 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었기에 물고기잡이 용 통발 사용이 시기적으로 포충낭 발견보다 더 빠를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포충낭이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기잡이용 통발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통발이라는 식물명을 붙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논리상 타당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영명은 블래더워트(bladderwort)라고 하는데 ‘방광을 닮은 식물’이라는 뜻이고 속명 우트리큘라리아(Utricularia)는 라티어로 ‘작은 병’을 뜻하는 ‘우트리쿨루스(utriculus)’에서 따온 것으로 모두 통발의 포충낭 모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남북한 합쳐서 12종의 식충식물이 자생하며 남한에는 7종이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충식물마다 먹이를 잡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끈끈이주걱은 잎으로 곤충이나 벌레를 잡는다.
끈끈이주걱의 잎 모양은 주걱 모양이고 잎에는 수많은 섬모가 있으며 여기서 끈적끈적한 액이 분비된다. 벌레가 액을 빨아먹으려 접근하면 끈끈이 액에 달라붙게 되고 주걱 모양 잎이 움츠려 벌레를 감싼다. 끈끈이 액 중에는 벌레를 녹이는 소화액이 들어있어서 서서히 벌레를 녹여서 흡수한다.
2019-05-2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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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8> 히어리(Corylopsis coreana)
봄에 꽃 피는 나무는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핀다. 매화,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 산수유와 같은 나무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봄을 상징하는 나무이기에 계절 변화에 무관심해도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히어리’라고 하는 나무가 있다. 숲 속에 숨어 있어서 주변에 자라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히어리는 전라도 지리산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고 경기도 광덕산, 백운산에도 분포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조록나뭇과에 속하는 2~4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는 작은 낙엽관목으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자란다. 비교적 커다란 둥근 모양의 잎을 갖고 있고 서로 어긋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3~4월 잎이 돋아나기 전에 노란색 꽃이 피는데 8~12개의 꽃으로 이루어진 이삭처럼 생긴 꽃송이가 아래를 향해 주렁주렁 매달린다. 꽃받침, 꽃잎이 각각 5개씩이고 수술 5개 암술대는 2개이며 꽃밥은 갈색이다. 최근 들어 고궁이나 식물원에 식재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자생지에는 개체 수가 줄어들기에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은 꽃가루받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충매화인 경우는 곤충이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이고 풍매화인 경우는 나뭇잎이 바람에 의한 꽃가루 이동에 방해가 되므로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므로 꽃가루받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결실을 보게 하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한 일생일대의 막중한 사업인 것이다.
식물은 생체시계로 밤의 길이와 기온변화를 감지하여 꽃피는 시기를 조절한다. 밤의 길이가 짧아지면 즉 낮의 길이가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장일성식물(長日性植物)이라고 하고 봄꽃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는 반대로 밤의 길이가 길어지면 즉 낮의 길이가 짧아질 때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단일성식물(短日性植物)이라 하고 가을꽃이 여기에 속한다. 밤과 낮의 길이와 무관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을 중일성식물(中日性植物)이라하고 계절과 관계없이 꽃을 피운다.
‘히어리’라는 식물명을 처음 접했을 때 어감이 토종 우리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외래종 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히어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1924년 일본 식물학자 우에키 호미키 박사가 전라도 조계산 송광사 부근에서 히어리를 처음 채집했고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발견 장소가 송광사 부근인 점을 고려하여‘송광’에 ‘납판화’란 한자를 더한 것이다.
납판화는 꽃받침과 턱잎이 마치 투명한 종이에 밀랍 먹인 것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1960년대 초 서울대 이창복 교수는 전남지역 식물조사단과 동행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 주목하게 되었다.
가사 내용은‘뒷동산 히어리에 단풍들면 우리네 한 해 살림도 끝이로구나’였다. 가사 속‘히어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송광납판화를 가리켰다. 송광납판화라는 딱딱한 한자 이름이 못마땅했던 이 교수는‘히어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학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송광사 인근 마을의 사투리인‘히어리’의 어원의 뜻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십오리→시오리→히어리로 변한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있다. 히어리가 십 오리에 하나씩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속명 코리로프시스(Corylopsis)는 희랍어로 ‘개암’을 뜻하는 코리로스(corylos)와 ‘닮았다’다는 뜻의 오프시스(opsis)의 합성어로‘개암나무를 닮았다’는 뜻이다. 코레아누스(coreanus)는‘한국’을 뜻한다.
말린 뿌리껍질을 민간약으로 사용하는데 열이 나서 오한이 올 때 또는 구역질이 날 때 끓인 물을 마신다. 알려진 성분으로 베르게닌(bergenin)이 있고 잎에는 퀘르시트린(quercitrin)을 함유한다. 가을에 노랗게 단풍도 예쁘게 들므로 관상식물로도 적격이다.
2019-05-1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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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7> 야고(Aeginetia indica)
억새밭에 자라는 한해살이식물로 야고라는 식물명을 가진 기생식물이 있다. 제주도 억새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식물 전공자나 식물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야고는 열당과에 속하며 크기가 10~15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작은 식물로 잎도 없고 뿌리도 없으며 비늘 같은 갈색 조각 몇 개가 억새 뿌리에 부착된 극히 단순하고 원시적인 기생식물이다.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고 필요한 영양분은 전적으로 숙주식물인 억새에 의존한다.
억새가 피기 시작하는 9~10월경에 지상 위로 갈색 꽃줄기가 자라나오면서 꽃줄기 끝에 원통 모양의 연한 홍자색 꽃이 한 송이씩 피는데 꽃송이가 옆을 향하고 있어 기역 자 모양을 하고 있다. 기역 자 모양의 꽃과 꽃자루가 옛날 할아버지들이 피던 곰방대와 흡사한 면도 있어서 담배더부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이 핀 상태에서도 보통 억새 숲으로 가려져 있어서 일부로 숲을 헤집고 숲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꽃받침은 배 모양으로 한쪽이 갈라지고 꽃잎은 통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다소 입술 모양을 하고 있다. 수술과 암술은 잎 속에 들어있어서 보이지 않으며 암술머리는 둥근 공 모양이고 수술은 4개이고 그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다(2강웅예).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 인가요’라는 노래가사에도 등장하는 ’으악새‘가 바로 억새이며 가을 단풍과 더불어 가을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전국의 억새가 많이 피는 곳을 찾아 억새 풍광을 구경하러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가는 등산객도 적지 않다.
서울 근교에는 억새를 많이 심어 놓은 하늘공원이 있어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다행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어느 날 하늘공원 억새밭에 야고가 나타나서 하늘공원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제주도에만 있고 육지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야고가 어떻게 하늘공원 억새밭에서 자랄 수 있게 된 것일까. 본래 하늘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더미를 흙으로 덮어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각종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고 특히 정상에는 억새밭을 조성해 놓아서 가을이면 억새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매년 가을마다 억새 축제를 통해서 시민들의 사랑받는 장소로 변모했다.
하늘공원에 옮겨 심은 억새는 전국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제주도산 억새에 야고가 같이 따라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야고를 구경하러 일부러 제주도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늘공원의 과거는 아름답지 못하다. 공원으로 탈바꿈한 난지도는 서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집하장으로 파리 떼와 악취가 진동하던 버림받은 땅이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가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축복의 장소일 수도 있었다.
폐지나 고철, 빈 병 같은 것들을 골라 재활용수집상에 팔아 생계를 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공원은 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깨끗한 하천으로 변모한 청계천과 더불어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계 복원의 성공적인 사례로 전 세계에서 많은 관계자가 벤치마킹하러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야고라는 식물명은 중국의 식물명을 따른 것인데 야고(野菰)라는 한자명의 뜻은 ‘들판에 자라는 줄풀’이라는 뜻으로 줄풀은 화본과(벼과) 식물이어서 분류학적으로 야고와는 무관하다. 줄풀의 열매는 고미(菰米)라 하며 야생 쌀(wild rice)로서 식용할 수 있다.
가을에 채취하여 건조한 것의 생약명도 야고라고 부르며 청혈, 해독, 인후통, 요로감염, 골수염 등에 처방한다. 염증이 생긴 부위에 식물을 생으로 찧어 바르기도 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히드록시베다요논배당체(hydroxy-β-ionone glucoside), 에기네토사이드(aeginetoside) 그리고 이소어쿠빈(isoaucubin)이 있으며 최근에 항암효과가 밝혀지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19-04-3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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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6> 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꽃향유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야생화가 있다. 꽃은 아름답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고 향유는 향기롭다는 뜻이니 꽃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식물일 것으로 이름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꽃 이름에 걸맞게 꽃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온통 향기를 발산함으로 곤충들이 좋아한다.
꽃향유는 꿀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식물로서 9-10월에 피는 가을꽃이다. 가을 산은 온통 흰색의 국화과 꽃들로 가득한데 그 가운데서도 가을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기죽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있는 보라색 또는 홍자색 이삭꽃을 만날 수 있다.
꽃향유는 줄기가 네모지고 털이 있으며 6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여러 개의 가지가 갈라지며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3~5cm 길이의 이삭꽃을 피운다.
자잘한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서 이삭 모양의 큰 꽃차례를 형성하는데 작은 꽃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하게 몰려서 꽃을 피우므로 꽃차례가 비대칭이다. 따라서 반대쪽은 꽃이 보이지 않게 되어 마치 머리 가르마처럼 줄이 나 있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마디마다 마주나며 달걀형으로 뒷면에는 정유를 분비하는 기름샘(선점, 腺點)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향유는 꽃이 아름답고 정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곤충들이 좋아하는 이름난 밀원식물이다. 꽃이삭을 형성하는 작은 꽃들은 꽃받침이 대롱 모양으로 끝이 5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입술 모양이고 윗입술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고 아랫입술은 다시 3갈래로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인데 그중에서 2개는 짧고 2개는 유별나게 길어서(2강웅예) 꽃 밖으로 길게 뻗어있다. 그래서 꽃이삭은 수많은 수술이 꽃잎 밖으로 삐죽삐죽 뻗어있는 독특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꽃향유보다 꽃송이가 작고 꽃 자체가 화려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를 향유(香薷)라 하며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으며 이를 흰꽃향유라 한다. 꽃향유를 노야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여성을 유혹하는데 장미꽃이 많이 이용된다고 하는데 장미꽃은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도 좋다. 여성은 장미의 아름다움과 향기 어느 쪽에 더 유혹을 받을까.
전문가의 말로는 시각보다는 후각의 영향을 더 깊게 받는다고 한다. 장미꽃 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순간 강한 남성의 체취로 착각하여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가 고객을 상대로 장미꽃의 효과에 대해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루 지나면 본정신이 돌아와서 유혹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장미꽃의 효과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꽃향유는 미모에서 장미에 적수가 되지 못하지만 꽃향기는 견주어 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속명 엘숄치아(Elsholtzia)는 독일의 의사이자 자연과학자인 요한 지그문트 엘숄츠(Johann Sigmund Elsholtz)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주로 방향성 식물의 작명에 사용한다. 종명 스플렌덴스(splendens)는 라틴어로 ‘찬란하다’는 뜻이다. 꽃향유 꽃의 화려함을 나타낸다.
한방에서는 꽃향유를 비롯한 유사식물을 향유(香薷)라 하며 열매를 포함한 식물 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열매가 익을 무렵 채취하여 햇볕에 건조하여 보관한다. 땀을 나게 하여 열을 내리므로 감기로 인한 오한, 두통, 복통, 구토, 설사에 사용한다.
등산할 때 입에서 냄새가 나면 임시변통으로 꽃향유 잎을 따서 씹으면 구취가 없어지며 집에서는 생즙을 짜서 양치질하면 입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을 산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알려진 성분으로 방향성 정유를 1% 정도 함유하고 있고 이 정유의 주성분은 엘숄치아케톤(elscholtziaketone)이다.
2019-04-1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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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5> 투구꽃(Aconitum jaluense)
가을 산과 들을 장식하는 야생화들은 대부분 희거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국화과 식물들이다. 국화과 식물 일색인 가을 숲에서 8~9월에 피기 시작하여 10월에 절정을 이루는 투구꽃은 보라색이다. 꽃의 모양이 국화과 식물 꽃 모양과는 판이하고 이색적이어서 눈길을 끌고도 남음이 있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 1미터 정도 크기로 자라지만 홀로 설 힘이 부족하여 대개는 다른 물체에 기대어 비스듬히 서 있다. 잎은 줄기에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손바닥처럼 3~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이 다시 갈라지기도 한다. 가지나 줄기 끝에 보라색 꽃이 한 송이씩 여러 송이가 모여서 핀다.
꽃받침이 변하여 꽃잎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식물계에서는 항용 있는 일이다. 투구꽃도 꽃받침이 꽃처럼 변한 것이고 5개로 갈라지며 위의 것은 투구모양이고 좌우의 2개는 도란형이며 하부의 2개는 기다란 타원형이다.
하부의 2개의 꽃잎은 곤충의 발판 역할을 하고 좌우의 꽃잎은 곤충이 옆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꽃의 중심을 따라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은 40개 정도로 다수이고 암술은 3~5개이다. 곤충이 꿀을 찾아 꽃 속으로 파고들 때 수술과 암술을 건들어서 꽃가루받이가 성사되도록 한다.
투구꽃이라는 이름은 꽃의 모양이 병사들이 쓰는 투구모양을 닮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꽃의 옆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투구를 쏙 빼닮았다. 옛날 우리나라 병사들이 쓰던 투구보다는 서양 로마 병사들이 쓰던 투구를 더 많이 닮은 것 같다.
속명 아코니툼(Aconitum)은 독성식물의 옛 라틴명이다. 영어명의 몽크스후드(monk's hood)나 독어명의 묀히스카페(Mönch'skappe) 는 모두 ‘수도승의 두건’을 뜻하는 말로서 꽃 모양이 두건을 닮았다고 해서 부친 이름이다. 많은 나라에서 투구꽃의 이름이 꽃 모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투구꽃의 신기한 점은 식물이 매년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인데 이동방식이 독특하다. 지금까지 자라온 원뿌리는 자기 임무를 다 마친 후에는 썩어 없어지고 이듬해에는 옆에 달린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오게 된다. 이렇게 해서 움직이는 거리가 매년 1cm 정도 된다고 한다.
백 년 후면 1m 정도 움직이게 되는 셈이니 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의 고충을 이해할 것 같다. 동일한 장소보다 옆의 토양에 양분이 더 많을 터이니 현명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투구꽃은 신농본초경에는 오두(烏頭)라는 명칭으로 수재 되어 있고 예부터 잘 알려진 식물이다. 맹독성 물질을 함유한 독초이며 한방에서는 말린 덩이뿌리를 초오(草烏)라 한다. 진통, 진경의 효능을 비롯한 다양한 약리효과가 있으나 맹독성이므로 일반인은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유사식물이 많으며 대표적인 것이 부자이다. 옛날 궁중에서 사약의 재료로 천남성과 같이 사용되었고 인디언들은 화살촉이나 창끝에 발라서 독화살을 만들었다. 서양에서도 일찍부터 투구꽃이나 부자의 독성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를 비롯한 각종 문학작품에서 범죄와 연루되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독살용으로 자주 이용되기 때문에 로마제국 말기에는 부자의 재배를 법으로 금지했으며 이 식물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발각되면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고대 희랍의 키오스섬에서는 늙고 병든 사람의 안락사용으로 투구꽃 독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투구꽃이 속해있는 아코니툼속 식물에는 아코니틴(aconitine), 메사코니틴(mesaconitine), 히파코니틴(hypaconitine)와 같은 맹독성 알칼로이드가 들어있고 강력한 강심작용을 나타내는 히게나민(higenamine)도 함유되어 있다.
2019-04-03 0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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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4> 분홍바늘꽃(Epilobium angustifolium)
분홍바늘꽃은 북방계 식물로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 자라는 바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평안도와 함경도 그리고 백두산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중국 동북부 지역과 몽골 그리고 시베리아 평원에 많이 분포한다.
원래 분홍바늘꽃은 무리 지어 자라지만 우리나라는 분홍바늘꽃이 자랄 수 있는 남방한계선 지역이라 자생지도 개체 수도 적어서 무리 지어 자라는 광경은 볼 수가 없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멸종 위험성이 높은 종이다.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1998년까지만 해도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했다.
불이 난 지역에 제일 먼저 자리 잡는 식물이 분홍바늘꽃이며 5~6년 지나면 관목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해서 나무숲으로 바뀐다. 무리 지어 자라는 분홍바늘꽃의 장관을 경험하려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해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9천 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이며 바이칼 호수를 거쳐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 1주일 정도 걸린다. 6~7월 여름철에 기차가 달리는 철로 변 평원에는 북방계 식물들이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많은 야생화 중에서도 무리 지어 자라는 분홍바늘꽃은 감탄할만한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는 1~1.5 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가지는 치지 않는다. 잎은 좁고 기다란 장방형으로 줄기를 나선형으로 돌면서 어긋나고 뿌리는 옆으로 퍼지면서 번식한다. 추운 지방에 자라는 식물임에도 줄기와 잎에는 털이 없다.
6~8월경에 줄기 윗부분이 꽃대로 변하여 꽃봉오리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꽃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분홍색 꽃을 피운다. 꽃송이에 붙어있는 꽃자루처럼 보이는 부분은 씨방으로 이것이 자라서 꽃이 지고 나면 가늘고 기다란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된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4개이고 수술 8개 그리고 암술은 1개로서 암술머리는 4갈래로 갈라져 뒤로 말리고 암술과 수술이 완전히 꽃잎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열매는 삭과로서 익으면 4갈래로 갈라지는데 열매 한 개에 300~400개의 갈색 씨앗이 들어있으며 부드러운 흰색 갓 털이 붙어있다.
생육 조건이 맞지 않으면 몇 년 동안이나 휴면한 후에도 싹이 틀 수 있다. 꽃이 피는 줄기 윗부분에는 꽃송이마다 가는 바늘잎처럼 생긴 포엽이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고 작아진다. 꽃의 밑이나 가까이에 있고 보통의 잎과 형태가 약간 다른 것을 포엽(苞葉)이라 한다.
분홍바늘꽃 이름의 유래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바늘꽃이라는 뜻이며 바늘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아래 씨방이 가늘고 길게 자라며 이렇게 자란 열매 모습이 뜨개질에 사용하는 대바늘을 닮았다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11종의 바늘꽃이 자생하며 그중에서 분홍바늘꽃이 크고 화사한 분홍색 꽃을 피워서 바늘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영어명은 화이어위드(fireweed)라 하는데 불탄 자리에 제일 먼저 돋아나 자라는 식물이 분홍바늘꽃이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속명 에필로비움(Epilobium)은 희랍어로 ‘위‘라는 뜻의 에피(epi)와 ’꼬투리‘라는 뜻의 로보스(lobos)의 합성어로서 꽃잎이 씨방을 덮고 있다는 뜻이다. 종명 안구스티폴리움(angustifolium)은 리틴어로 ‘좁다‘ 는 뜻의 안구스투스(angustus)와 ’잎‘을 뜻하는 폴리움(folium)의 합성어로 ’좁은 잎‘이라는 뜻이다.
전초(全草)말린 것을 홍쾌자(紅筷子)라 하며 젖이 나오지 않을 때나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부팽만에 효능이 있다. 뿌리를 나우(糯芋)라 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멎게 한다. 분홍바늘꽃은 북미지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른 봄에 어린싹을 수집해서 식용한다고 하며 성장한 잎은 질기고 쓴맛이 난다. 껍질을 벗긴 줄기를 생으로도 먹는데 비타민 C와 프로비타민 A가 많다고 한다. 잎을 발효시킨 후 차로 마시며 개밥 제조에 혼합하기도 한다.
찰과상이나 곪은 데 생 줄기를 부처 놓으면 빨리 치료된다고 한다. 식물 성분으로 우르솔산(ursolic acid), 올레아놀산(oleanolic acid) 그리고 노나코잔(nonacosane)이 알려져 있다.
2019-03-2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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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3> 겨우살이(Viscum album)
겨울철에 시골 마을이나 산에 다니다 보면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키 큰 겨울나무 가지 끝에 까치집으로 착각할 정도로 많은 나뭇가지가 둥글게 뭉쳐서 자란 모습을 가끔 목격했을 것이다.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나뭇잎에 가려서 두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 식물은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라고 하는 작은 상록관목이다. 참나무, 오리나무, 뽕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박달나무와 같은 키 큰 낙엽활엽수에 주로 기생하는데 엽록소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 광합성을 통해 일부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숙주식물(宿主植物) 나무껍질에 달라붙은 씨가 발아하여 뿌리가 생기면서 나무껍질을 뚫고 나무속으로 파고들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여 생존함으로 이런 식물을 반기생식물이라 한다.
겨우살이는 겨우살잇과에 속하며 줄기가 계속해서 2개로 갈라지면서 60~90센티미터 정도 둥글게 자란다. 잎은 엽록소로 인해서 녹색 또는 황록색을 띠고 있고 두꺼운 가죽질이며 양면에 털이 없고 짝을 이뤄 서로 마주나며 장타원형 피침형이다.
겨우살이는 암수딴그루(자웅이주, 雌雄異株)로서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 핀다. 3~4월에 가지 끝 잎 사이에 엷은 황색의 꽃이 피는데 수꽃의 꽃잎(화피)은 두꺼운 삼각형으로 4갈래로 갈라지며 보통 3개씩 달린다. 암꽃은 수꽃보다 작으며 3~5개가 모여서 달린다.
수술대와 암술대는 없고 화분은 꽃잎에 직접 붙어있다. 10~11월 경 열매가 엷은 황색으로 익으며 반투명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들어있고 중심에 씨가 있다.
까치나 산비둘기와 같은 산새들이 겨우살이 열매를 좋아하며 끈적끈적한 과육을 먹다가 부리에 달라붙은 씨를 떼어내려고 주변의 나뭇가지에 비비거나 또는 열매를 먹고 다른 나무로 날아 간 새가 나무 위에 배설하는 과정에서 씨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전파된다. 열매가 붉은색인 개체도 있으며 붉은겨우살이라고 한다.
겨우살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2가지 설이 있다. 낙엽이 져 버린 숙주 나무에서 푸른색을 띠고 겨울을 지내므로 ‘겨울+살이’가 ‘겨우+살이’로 변했다는 설이고 다른 또 하나는 다른 나무에 붙어서 영양을 뺏어 먹으면서 생존하려니 ‘겨우겨우 힘들게 살아간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학명의 속명 ‘비스쿰(Viscum)‘은 ’끈적끈적하다’는 라틴어 비스코수스‘viscosus’에서 비롯되었고 종명 ‘알붐(album)’은 ‘흰색’의 뜻인 ‘알부스(albus)’에서 비롯되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매우 끈적거림으로 종자의 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겨우살이는 옛날부터 민간약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중국 최고(最古) 약물서인 신농본초경에 수록되어 있고 서양에서도 기원전부터 겨우살이와 관련된 희랍과 로마신화 그리고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겨우살이로 실내를 장식하는 관습이 있으며 겨우살이나무 밑에 서 있는 사람과는 누구든 허락 없이 키스해도 된다는 관습이 있어 처녀·총각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현재 민간에서 암에 좋다는 소문으로 겨우살이가 무차별 채취되고 있어서 멸종위기로 내몰릴 정도이다.
다행히 전남 광양의 한 독지가가 다년간의 연구 결과 겨우살이 열매를 각종 나무에 접종하여 증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성분연구에 따르면 한국산 겨우살이가 외국산에 비해서 탁월하게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공재배가 가능한 만큼 국내외 대량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겨우살이의 대량생산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상기생(桑寄生)이라 하며 최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방에서 각종 겨우살이를 상기생이라고 부른다. 한방에서는 산후유즙부족, 월경곤란과 같은 여성관련 질환, 신경통 및 고혈압에 사용한다. 함유성분으로 아비큘라린(avicularin), 퀘르세틴(quercetin)이 알려졌다. 최근 연구에서 항균작용 및 항바이러스작용도 입증된 바 있다.
2019-03-0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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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2> 해란초(Linaria japonica)
여름철 해변을 거닐다가 바닷가 모래밭에 피어있는 노란색 꽃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해변의 귀공자 풍모를 지닌 이 꽃은 해란초(海蘭草)로서 우리나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동해안 바닷가 해변 모래밭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꽃의 하나이다.
해란초는 동해안뿐만 아니라 다른 해안가 모래사장에서도 만날 수 있는 현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줄기는 20~4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며 잎은 마주나거나 3~4장씩 돌려나기도 한다.
잎의 모양은 타원형이거나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잎맥이 3개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비교적 늦여름인 7~8월경에 줄기 끝에 연한 노란색 꽃 여러 송이가 뭉쳐서 피고 9~10월 늦가을까지 오랫동안 피어있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고 꽃잎은 상하 입술 모양으로 위 꽃잎은 곧게 서고 2갈래로 갈라지며 아래 꽃잎은 크며 3갈래로 갈라진다. 꽃 야래 부위에 거(距)라고도 부르는 꿀주머니가 길게 휘어져 있다.
암술은 하나로 암술머리가 둥글며 꽃잎 색깔보다 진한 주황색을 띠고 있어서 꽃잎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술은 4개이며 2개는 길고 2개는 짧다(이강웅예). 유사 종으로 좁은잎해란초가 있으며 북방계 식물로서 북한 지역과 만주, 몽골지역에 분포한다. 두 종은 잎이 좁다는 차이점이 있다.
관찰자에 따르면 해란초를 찾는 곤충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곤충마다 좋아하는 꽃의 종류가 각각 다르지만 어떤 꽃이든지 좋아하는 곤충이 있게 마련인데 해란초에는 곤충의 방문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연유인지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란초의 자생지는 해변 모래땅인데 놀랍게도 해발 1200미터가 넘는 백두대간 향로봉 정상 가까이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군락지가 발견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마도 씨앗이 바닷바람에 날려서 산 정상까지 전달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해란초의 씨앗에는 날개가 달려있으므로 충분히 가능한 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진지 공사에 사용된 바닷모래에 씨앗이 썩여온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백두대간 이외의 장소에서도 해란초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서 씨앗이 날려갔을 개연성이 더 큰 것으로 생각한다.
하늘공원에는 억새가 많이 심어져 있다, 억새가 꽃을 피우기 시작할 무렵인 9월에 억새 숲속에서 ‘야고’를 볼 수 있다. ‘야고’는 제주도 억새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억새 기생식물이고 내륙에서는 볼 수 없었다. 하늘공원 억새밭에 ‘야고’의 출현 경위를 추적해 본 결과 하늘공원에 이식한 억새는 제주도에서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억새를 가져올 때 기생식물인 ‘야고’도 같이 묻어서 온 것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식물은 스스로 이동이 불가함으로 반드시 이동수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귀화식물로 알려진 대부분의 외래종 식물은 필요에 따라 직접 도입한 것도 있지만 어떤 경로로든 화물 이동과정에서 썩혀 들어 온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해란초의 원래 이름은 ‘꽁지꽃’이었지만 현재의 공인명칭은 해란초이다. 꽃모습이 난 꽃을 닮았고 해변에 핀다고 해서 부쳐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만 보면 난초 식물로 오해하기 쉬운 식물이지만 난초과 식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현삼과 식물이다.
속명 리나리아(Linaria)는 희랍어로 ‘아마(亞麻)‘라는 뜻의 ’리눔’(linum)에서 비롯되었고 해란초의 잎이 아마 잎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해란초의 영어명은 토드플랙스(toadflax)인데 역시 아마(flax)와의 합성어이다.
민간에서는 꽃을 포함한 전초(全草) 말린 것이 황달과 피부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말린 전초를 유천어(柳穿魚)라하고 황달과 피부병 이외에 해열 해독에도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은 페가민(pegamine), 리나린(linarin)이 있다.
2019-02-2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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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1> 백량금(Ardisia crenata)
삭막한 겨울에 식물원 온실이나 꽃집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식물 중에 백량금이 있다. 백량금은 잎과 열매의 모습이 다른 어떤 식물보다 출중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관상수의 하나이다.
작은 구술 같은 매력적인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광택이 나는 적당한 크기의 건강한 푸른 잎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싱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완벽한 외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들여온 원예종 식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자금우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토종 나무이다. 특히 백량금의 매력은 예쁜 붉은 열매가 오랫동안 달려있는데 있다.
백량금은 제주도, 거문도, 홍도와 같은 섬과 남쪽 해안의 우거진 숲속이나 골짜기에 1미터 내외로 자라는 작은 나무로서 겨울에도 낙엽이 지지 않는 상록성 활엽수이다.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고 음지에 잘 자라므로 실내에서 키우기가 안성맞춤이어서 각 가정에서 실내조경 소재로 인기가 높다.
가지 줄기에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으로 가죽질로 두껍고 반질반질 윤이 나고 잎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의 톱니로 되어있다. 6~8월에 가지 끝에 작은 흰 꽃이 여러 송이 모여서 핀다.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뒤로 젖혀져 말린다.
수술은 5개이지만 붙어서 모여 있고 수술대 사이로 암술머리가 화살촉처럼 뾰족하게 돋아나와 모양이 독특하다. 꽃이 지고 나면 초록색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며 가을이 되면서 붉게 익는다. 광택이 나는 붉은 열매 송이는 가을부터 다음 해 봄철 꽃이 피고 질 때까지 계속 가지에 달려있다.
야생에서 대부분의 나무 열매는 새들의 먹이로 중요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백량금 열매를 새들이 먹지 않아서 겨울에도 그대로 달려있을 수 있다. 아마도 독성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자생지에서는 마구 캐어가는 바람에 찾아보기 어렵게 된 희귀식물에 속한다.
백량금과 잎과 열매가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자금우과 3총사가 있다. 자금우와 산호수가 바로 당사자인데 열매와 잎을 잘 관찰하면 구분할 수 있다. 잎을 비교해 보면 백량금 잎은 톱니가 물결 모양이고 자금우는 잎 가장자리 톱니가 작고 산호수는 잎 가장자리 톱니가 크고 양면에 털이 있다.
열매를 보면 세 가지 식물 모두 같은 크기와 모양의 붉은 색 열매이지만 열매의 수에서 차이가 난다. 백량금은 열매가 많이 달린 송이를 이루고 있지만 자금우와 산호수는 열매가 보통 2개 정도이고 간혹 3개인 경우도 있으나 극히 드물다.
금이 백량이면 엄청나게 큰 가치인데 어떤 연유로 이 식물이 백량금(百兩金)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열매의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사시사철 푸르고 일 년 내내 붉은 아름다운 열매를 달고 있는 이 출중한 미모의 식물은 백량금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샛말로 표현한다면 백만 불짜리다. 일본에서는 만량(万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우리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모양이다.
속명 아르디지아(Ardisia)는 희랍어로 ‘창(槍)’이라는 뜻의 아르디스(ardis)에서 비롯되었는데 꽃의 중심에 자리한 수술 사이에서 암술이 바늘처럼 삐져나온 모습이 뾰족한 창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종명 크레나타(crenata)는 ‘가리비(부채) 모양으로 잘랐다’는 뜻의 크레나테(crenate)에서 비롯되었는데 화분(花粉)의 생김새를 나타낸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주사근(朱砂根)이라 하며 잎은 주사근엽(朱砂根葉)이라 하고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며 염증을 가라앉게 하는 데 사용하며 또한 편도선염, 인두염에도 사용한다. 물로 달인 액에 대한 항균시험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입증되었다.
2019-02-0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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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0> 꽃고비(Polemonium racemosum)
우리나라 땅덩어리는 작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어 기온 차가 크고 4계절이 뚜렷한 온대지역이라 식물의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불행히도 국토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상호왕래가 끊긴 지 70여 년이 넘었다.
국토분단은 북한지역 접근을 불가능하게 했고 이산가족과 같은 민족의 비극이 초래되었다. 뿐만 아니라 평안도나 함경도와 같은 추운 고산지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을 남한지역에서는 볼 수 없으므로 북한의 우리 꽃을 보려면 남의 나라에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자원 식물조사를 통한 여러 가지 중요한 학술교류 연구도 완전히 차단될 수밖에 없다.
꽃고비는 대표적인 북방계 식물로서 꽃고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며 평안북도와 함경도 그리고 백두산 일대의 고산지대에 자생하고 남한지역에는 자라지 않는다. 마른 땅보다는 습기가 있는 지역을 좋아하며 풀밭이나 목초지 그리고 산림지역에 잘 자란다.
꽃고비를 보려면 중국 동북지역에 속해있는 백두산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만 중국 동북지역을 넘어 몽골과 우수리에도 많이 분포한다. 꽃고비와 같은 북방계 식물뿐만 아니라 남한 지역에도 서식하지만 만나기 힘든 희귀종 식물을 사진 촬영하러 거의 해마다 백두산 일대와 만주지방 산야를 여러 차례 탐사한 바 있다.
꽃고비는 줄기가 60~10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작은 가지가 나 있으며 잎은 고사리 잎 모양을 닮기도 하고 새의 깃털 모양이다. 잎자루는 없고 계란형의 작은 잎이 6~12쌍 마주나있고 잎맥 끄트머리에 잎이 한 개 더 있어서 작은 잎의 수는 홀수이다. 이러한 형태의 잎을 홀수 깃털 겹잎(奇數羽狀複葉, 기수우상복엽)이라 한다.
6~8월에 줄기 끝과 줄기 중간에 돋아난 작은 가지에 보라색(벽자색) 꽃이 원추꽃차례로 핀다.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개로 갈라지고 꽃받침에는 가는 털이 나 있으며 수술 5개 그리고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가 3가닥으로 갈라진다. 흰 꽃이 피는 것은 흰꽃고비라 한다. 꽃향기가 좋고 특히 고양이가 이 향기를 좋아한다고 하며 훌륭한 밀원식물이다.
식물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고 다만 이 식물 잎이 고비 잎과 닮은 구석이 있고 꽃이 피어있으니 꽃고비라고 부른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고비는 꽃이 피지 않는 양치류식물로서 식물분류학적으로 꽃고비와 연관이 전혀 없다.
속명 폴레모니움(Polemonium)은 그리스어로 ‘초본성 여러해살이식물’이란 뜻이고 종명 라세모즘(racemosum)은 ‘줄기가 짧은 꽃’이라는 뜻이다. 꽃고비의 특성을 설명한 것이다. 꽃고비의 영어명과 독어명은 같이 ‘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 Jakobsleiter)다. 곧게 선 기다란 줄기에 층층이 핀 꽃이 사다리로 보였나 보다.
야곱은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유명 인물로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조상 아브라함의 아들이 이삭이고 야곱은 이삭이 나이 육십에 얻은 쌍둥이 작은 아들이다. 늙어서 눈이 어두운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인 형 에서에게 내릴 축복을 가로챈다.
분노한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 하자 외삼촌 집으로 도망가는 도중에 날이 저물어 들판에서 돌을 베개 삼아 잠을 잘 때 꿈을 꾸게 된다. 사다리가 땅에서 하늘까지 연결되어 있고 사다리 위에서는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광경이 보였다.
이때 야곱은 어느 곳에 있든지 지켜 줄 것이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다. 야곱의 사다리를 따라 오르면 천국까지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이후 생기게 된 연유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뿌리를 이질, 치통, 동물 물린데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세기 유럽에서는 매독, 광견병에 사용했다고 하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화인(花荵) 또는 화총(花葱)이라 하고 가래를 삭이고 불면증, 위장 출혈, 월경과다, 토혈에 사용한다. 성분은 알려진 것이 없다.
2019-01-2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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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9> 숫잔대(Loberia sessilifolia)
7~8월 늦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 숫잔대가 있다. 숫잔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대부분의 초롱꽃과 식물은 종 모양 꽃을 피우는 데 반해서 숫잔대는 입술 모양의 꽃을 피운다. 전국의 늪지대나 습기가 많은 풀밭에 자란다.
줄기가 50~100센티미터 높이로 곧게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잎은 피침형으로 가늘고 길며 입자루가 없고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줄기 위로 올라가면서 잎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어긋난다. 식물 전체에 털이 없다.
7~8월에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마다 보라색 꽃이 한 송이씩 여러 송이가 달리며 꽃이 핀 전체 모습은 이삭 모양이다. 꽃받침은 5갈래로 갈라지고 꽃송이 모양은 입술 모양으로 윗입술(상순) 꽃잎은 2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아랫입술(하순) 꽃잎은 3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중앙에 흰색 무늬가 있고 꽃잎 가장자리에는 가느다란 털이 돌려나 있다.
수술은 5개 그리고 암술은 하나지만 꽃이 처음 필 때는 꽃잎 위쪽으로 휘어있는 뱀 대가리처럼 생긴 수술 하나만 보이고 암술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처럼 뭉쳐 있던 5개 수술 사이에서 보이지 않던 암술머리가 밖으로 삐져나온다.
이 과정을 보면 암술과 수술이 시간차를 두고 성숙하는 것인데 동종교배를 피하기 위한 작전인 것이다. 즉 동일한 꽃송이 속에 공존하는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꽃가루받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암술과 수술이 동시에 성숙하는 종류의 식물에서는 암술대와 수술대의 길이에 차이가 있다. 암술대 길이가 수술대 길이 보다 짧은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암술대 길이가 수술대 길이보다 길어서 암술머리가 꽃가루를 묻혀오는 곤충의 몸에 먼저 닿도록 구조적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개체의 꽃가루가 꽃가루받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사회에서 근친결혼을 피하는 원리와 같아서 식물에서도 동종교배를 반복하면 생물이 퇴화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숫잔대를 성전환식물로 기술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성전환이 아니다. 처음부터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양성식물이고 다만 성숙 시기만을 다르게 조절하는 경우이므로 암술이 수술로 또는 수술이 암술로 바뀌는 성전환과는 다르다.
천남성은 성전환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암꽃과 수꽃을 각각 따로 가진 암수딴그루(자웅이주) 식물이다. 열매를 맺었던 개체는 이듬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거나 꽃을 피우더라도 성을 전환해서 암꽃이 아닌 수꽃만을 피운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휴식기 간이 필요하며 식물이 생존하는 자구책이다. 수꽃 개체로 변신했다가 원기가 회복되면 다음 해에는 다시 암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즉 식물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성을 바꾸며 생존한다.
숫잔대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지만 ‘습잔대’가 변한 것이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이 식물은 습한 곳에 자라기 때문에 ‘습잔대’라고도 부르는데 이 별명이 변음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명 로벨리아(Lobelia)는 마티아 드 로벨(Mathias de l’Obel)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로벨은 유럽의 중세국가 플랑드르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이다. 종명 세실리폴리아(sessilifolia)는 ‘꼭지가 없다’는 뜻의 세실리스(sessilis)와 ‘잎’의 뜻인 폴리아(folia)의 합성어로 ‘잎자루가 없는 잎’이라는 뜻이다. 숫잔대 잎은 잎자루가 없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식물 전체 말린 것을 산경채(山梗菜)라 하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기관지염과 편도선염에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이뇨제 또는 설사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알려진 성분은 로벨린(lobeline)이며 유독성 알칼로이드로서 호흡중추흥분작용이 있어서 호흡곤란 치료에 사용한다.
2019-01-0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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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8> 하늘타리(Trichosanthes kirilowii)
하늘타리는 남부 따뜻한 지방의 산기슭과 들에 분포하고 특히 제주도와 다도해 여러 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덩굴성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박과에 속한다. 덩굴손이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면서 줄기가 10미터 정도로 자라고 마디마다 손바닥만큼이나 큰 잎이 어긋난다. 단풍잎처럼 5~7갈래로 갈라지고 표면에는 털이 있고 뿌리는 고구마처럼 생긴 커다란 덩이뿌리이다.
하늘타리는 암수딴그루 식물이어서 수꽃과 암꽃이 따로따로 피고 꽃의 생김새도 다른 꽃에 비해서 매우 특이하다. 꽃은 7~8월 한여름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기다란 꽃자루 끝에 흰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암꽃의 꽃자루는 3센티미터 정도이고 수꽃의 꽃자루는 15센티미터 정도로 길다.
박꽃처럼 해가 떨어진 저녁 무렵에 피는데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꽃잎은 다시 실처럼 잘게 갈라진다. 꽃 모습은 마치 산발한 할머니 머리를 연상시킨다. 밤에는 실 모양의 꽃잎들이 쭉쭉 뻗어있지만, 아침에 동이 틀 무렵부터는 곱슬머리 모양으로 오므라든다.
흰 꽃은 밤나방과 같은 야행성 곤충의 눈에는 잘 띄어서 꽃가루받이에 중요하다. 암꽃에는 암술이 1개이고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지고 화분이 없는 헛수술이 있으며 수꽃에는 암술은 없고 3개의 수술만이 있다. 노랑하늘타리도 있다.
꽃이 지면서 주먹만 한 크기의 타원형 푸른 열매가 열리는데 가을에 오렌지색으로 익는다. 이 열매 속에는 다갈색의 많은 씨가 들어있다. 근래에는 이농한 농촌의 빈 집터가 많아지면서 번식력이 왕성한 하늘타리가 무성하게 자라 집을 뒤덮고 있고 가을철에는 넝쿨 줄기에 황금빛으로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의 농촌풍경을 연출한다.
하늘타리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덩굴줄기가 하늘을 향해 다른 물체를 타고 올라간다고 해서 하늘타리라고 불리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보는 학자들도 있다.
하늘타리 속명 트리코산테스(trichosanthes)는 그리스어로 ‘머리카락’이란 뜻의 “트릭스(trix)“와 ‘꽃’이란 뜻의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다. 따라서 ‘머리카락 같은 꽃’이라는 뜻이므로 꽃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하늘타리 열매를 방에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데 하얀 머리를 풀어헤친 듯한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를 진짜 귀신마저 무서워할 정도인 모양이다.
하늘타리는 버릴 것이 없는 매우 유용한 자원 식물로서 새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에서는 녹말을 만들어 식용한다. 한방에서는 하늘타리 열매를 괄루(括樓), 덩이뿌리를 괄루근(括樓根), 가루로 만든 것을 천화분(天花粉), 씨를 괄루인(括樓仁)이라 하여 모두 약제로 사용한다. 씨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천식에도 사용한다. 뿌리는 열을 내리고 갈증을 없애고 종기에 사용한다.
뿌리의 성분으로 트리코산틴(trichosanthin), 쿠크르비타신(cucurbitacin), 트리코잔(trichosan)이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뿌리에 함유된 트리코산틴(trichosanthin)은 234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당단백질로서 비교적 강한 항암 활성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져 종양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세포독성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유방암과 폐암에 대한 항암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트리코잔(trichosan)은 혈당 강하작용성분으로 밝혀졌으며 동물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중국에서는 한때 괄루근이 피임약으로 고려된 바 있는데 항암 성분인 트리코산틴(trichosanthin)이 배란된 난자나 여포의 퇴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임신 3개월에서 6개월 때 96%의 임신중절 효과가 입증되었다. 따라서 괄루근의 알코올 추출물은 유산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임신 중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2018-12-2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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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7> 칡(Pueraria thunbergiana)
칡은 잘 알려진 콩과에 속하는 낙엽 덩굴식물이다. 전국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이나 잡목림에서 줄기가 지면을 덮거나 나무줄기를 타고 뻗어 나가면서 10미터 이상 자란다. 줄기는 가늘고 단단하며 밑 부분은 목질화되어 나무처럼 보이고 어린줄기는 황갈색 털로 덮여있다.
잎은 기다란 잎자루를 가진 작은 잎 3장으로 구성된 겹잎(삼출 겹잎)으로 마디마다 어긋난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2~3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칡은 본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동양에만 분포되어 있었으나 19세기경에 북미에도 귀화해 자란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꽃대에 나비 모양의 홍자색 꽃이 이삭 모양으로 뭉쳐서 핀다. 꽃은 이삭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피며 강한 향기를 풍긴다. 꽃 모양은 전형적인 콩과식물 꽃 모양을 하고 있다.
윗부분에 위치한 기 꽃잎(기판)은 넓은 타원형으로 우산처럼 위를 덮고 있고 아랫부분 중심의 용골 꽃잎(용골판)은 양쪽의 날개 꽃잎(익판)보다 길며 꽃의 중심부는 노랗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이고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콩꼬투리가 여러 개 달리는데 갈색 털로 덮여있다.
칡의 영어명은 쿠주(kudzu)이며 일본 명인 쿠주(クズ)를 그대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속명 푸에라리아(Pueraria)는 덴마크 식물학자 푸에라린(Puerarin)(1765-1845)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덩굴성 식물에 주로 적용한다.
종명 툰베르기아나(thunbergiana)는 린네 학파인 칼 피터 툰베르그(Carl Peter Thunberg)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전 세계를 비롯한 일본을 방문하여 칡과 관련이 있다. 후에 웁살라 대학의 식물학 교수가 되었다.
칡은 쓰임새 많은 매우 유용한 식물임과 동시에 유해성 식물로 악명이 높아 제거의 대상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뿌리와 꽃을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한방에서는 칡의 뿌리를 갈근(葛根), 꽃을 갈화(葛花)하며 갈근은 갈근탕의 중요한 원료로서 해열, 진통, 고혈압에 사용한다.
특히 건조한 칡의 꽃인 갈화는 갈증을 없애고 숙취로 인한 구토, 식욕부진, 장 출혈 증세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술 깨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칡의 전분을 갈분(葛粉)이라 하고 농촌에서 가뭄이나 전란으로 식량이 모자라던 시절 중요한 구황식물(救荒植物)로 많은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데 기여했다.
잎은 건조하여 차대용으로 이용한다. 칡덩굴의 껍질로 짠 옷감을 갈포(葛布) 그리고 종이를 갈포지(葛布紙)라 하는데 최근 실내장식용 벽지로 쓰인다고 한다. 또한 농촌에서 칡덩굴로 삼태기, 광주리, 바구니 같은 생활용 기구를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했고 끈 대용으로도 널리 사용했다.
뿌리, 줄기, 꽃, 잎 모두가 우리 생활에 요긴하게 응용되는 식물도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칡은 콩과식물이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생명력이 지나치게 왕성해 생태계에 해로운 면도 있다.
1876년 미국 남부는 일본에서 칡을 도입했는데 주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1953년 미국 농림부는 유해식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고 칡 제거에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출한다고 한다.
모든 식물은 태양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지혜롭게도 이웃과 조금씩 나눠 가짐으로써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칡은 커다란 넓은 잎을 갖고 있어서 덩굴이 다른 식물을 덮어버리면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고사하게 된다.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단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칡의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의 갈(葛)은 칡이며 등(藤)은 등나무이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으면서 자라고 칡은 왼쪽으로 감으면서 자라므로 두 식물이 얽힌 상황이 인간시회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뿌리에는 프에라린(puerarin), daidzein(다이드제인), daidzin(다이드진)이 있고 꽃인 갈화에는 텍토리게닌(tectorigenin)이 있다.
2018-12-12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