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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1> 꿩의다리(Thalictrum aquilegifolium)
7월 중순 백두산에는 꿩의다리를 길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특히 수목이 자라지 못하는 해발 1500미터 전후해서 평원에 펼쳐진 꿩의다리 군락은 마치 흰 양탄자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꿩의다리는 6~8월 경 우리나라 산 어디서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 중의 하나이다. 양지 바른 풀밭이나 반그늘 숲속에서 50~100센티미터 높이로 자라며 이웃 식물보다는 웃자라서 쉽게 눈에 띈다.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지고 가지 끝에 흰색의 작은 꽃송이가 무리지어 여러 송이 달려서 산방화서(繖房花序)를 이룬다.
꿩의다리 꽃의 생김새는 우리가 보통 보아온 꽃과는 차이가 많다.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이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꽃잎이나 꽃받침잎이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실 같은 화사(花絲)가 수평으로 방사상으로 배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화사가 바로 수술이고 암술도 소수 포함되어 있다.
이 꽃은 원래 꽃잎이 없으며 꽃잎 역할을 대신하는 꽃받침이 4개 있으나 개화과정에서 그 것 마저 일찌감치 탈락된 상태이다. 그래서 수술과 암술만 남게 된 것이고 이것이 실처럼 보이게 되어 꿩의다리 꽃의 독특한 모양새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불완전화이다.
꿩의다리는 비슷한 종류가 많아서 잎의 모양과 꽃의 새갈 등으로 구분하는데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좀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산꿩의다리, 발톱꿩의다리 등 10여종이 있다. 금꿩의다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꽃 수술이 황금색이어서 접두사로 ‘금’자가 붙었고 연잎꿩의다리는 잎의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고 해서 ‘연잎’이 부처 졌다.
식물의 꽃가루받이는 매개체의 종류에 따라서 곤충이 매개체이면 충매화, 바람이 매개체이면 풍매화이고 이 2 가지가 주류를 이룬다. 이 밖에 물이 매개체인 수매화(水媒花), 새가 매개체인 조매화(鳥媒花) 등이 있다.
풍매화에서는 꽃가루가 바람에 의해서 운반되는 경우인데 꽃잎이나 꽃받침잎은 바람을 유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바람 길을 막아서 수분을 방해하는 상황이 됨으로 이런 꽃 종류들은 생식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꽃잎이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원래 꽃잎과 꽃받침잎의 역할은 암술과 수술의 보호기능이 주목적이다. 꿩의다리는 대표적인 풍매화로서 꽃가루받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꽃잎은 퇴화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꽃받침마저도 꽃 피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꿩의다리 식물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꿩의다리 줄기가 깡마르고 단단하게 보이고 이것이 꿩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하여 부친 이름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몸집에 비해서 꿩의 다리는 비교적 가늘기 때문이다.
예부터 삼지구엽초는 남성의 성을 강화시키는 비약(秘藥)으로 널리 알려져 귀한 대접을 받았다. 줄기가 3개이고 각 줄기마다 3개의 잎이 달리므로 모두 9개의 잎을 갖는다 하여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꿩의다리의 잎도 삼지구엽초와 비슷하게 9장이어서 민간인들은 개삼지구엽초라 한다.
꿩의다리를 삼지구엽초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나 독성이 심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아그라의 발명으로 지금은 남성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발기부전증이 해결되었으니 삼지구엽초를 찾는 사람은 더 이상 없으리라 짐작된다.
한방에서는 덩이뿌리와 줄기 말린 것을 시과당송초(翅果唐松草)라 하여 피를 맑게 하고 해독의 효능이 있다하여 소염, 이질, 설사, 장염에 사용했다. 알려진 성분으로 베르베린, 탈릭민(thalicmine), 마그노플라빈(magnoflavin)등 이 알려져 있다.
2015-11-1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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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0> 큰금매화(Trollius macropetalus)
백두산은 천상화원(天上花園)이라고 할 만큼 온 산이 가지각색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꽃대궐이다. 대개 해발 1500미터 이상 고산지대는 추위와 바람으로 생육조건이 열악해서 활엽수는 물론 추위에 강한 침염수와 같은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
목본식물이 견디지 못하는 악 조건 지역을 초본식물이 대신 점령한다. 나무가 없는 평원지대라 그늘이 없고 강한 태양광선을 직접 받을 수 있어서 온도만 적당하다면 초본 식물에게는 나쁘지 않은 생육조건이 될 수도 있다.
연중 8개월이 눈으로 덮여 있는 백두산에서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1년 농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기간이 극히 짧다. 그래서 눈이 녹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되면 모진 겨울을 이겨낸 봄꽃들이 일시에 꽃망울을 터트려 온천지가 꽃으로 덮이게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개화시기가 각각 다르므로 방문시기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야생화의 종류도 달라진다. 서파코스는 2100미터까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고 여기서부터 천지까지는 1442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30분 정도 소요된다.
7월 중순 백두산 18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는 금매화, 하늘매발톱, 산속단 그리고 화살곰취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금매화는 정상부근의 꽃무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식물의 하나이다.
금매화는 고산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볼 수 없고 백두산을 비롯해서 북한의 높은 산에 자라는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40~8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원 줄기의 윗부분이 몇 개의 가지로 갈라지고 가지 끝마다 비교적 커다란 황금색 노란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꽃의 노란색이 너무나 강렬해서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다른 식물과 어울려 군락을 이루고 자라며 금매화는 2개의 형제식물이 있는데 애기금매화와 큰금매화이다. 3종 중에서 금매화는 꽃의 크기가 중간이고 애기금매화는 이 보다 작고 큰금매화는 크다.
금매화속 식물 중에서 꽃의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들어나는 것이 큰금매화이다. 5~7장 정도로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는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이고 8~18장의 송곳 모양이 수직으로 위로 솟아있는 것이 진짜 꽃잎이다.
이런 변형된 꽃잎을 수술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수술과 암술이 다수 있는데 크기가 꽃잎보다 짧다.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 모두 동일한 황금색이다. 수직과 수평배열을 통해 꽃의 크기가 확대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고 곤충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이다.
예로부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는 ‘매화’라는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금매화는 황금색을 가진 매화처럼 예뿐 꽃이라는 뜻에서 금매화(金梅花)라 불렀다. 연꽃을 닮았다하여 금련화(金蓮花)라 부르기도 했으며 꽃잎이 위로 길게 솟은 큰금매화를 장판금련화(長瓣金蓮花)라 부르기도 했다.
금매화는 우리나라 북부지방으로 분포가 한정되어 희귀식물이다. 고산식물임으로 저지대로 왔을 때 적응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경기도 ‘아침고요식물원’에는 큰금매화가 몇 포기 자라고 있다. 유럽에서도 유망한 관상식물 가능성이 있어서 품종 개발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식물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경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 기대된다.
인터넷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금매화에 관한 정확하지 않은 기사가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금매화는 완전한 식용식물이서 싱싱한 채로 또는 말린 것을 음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금매화 차(茶)를 마실 수도 있다고 했다.
금매화는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이고 이 과에 속하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독성이 심해서 산나물로 먹지 않아야 하고 어린식물을 채취하여 먹더라도 데친 후 물로 여러 번 우려내야 한다고 주의시키고 있다. 한방에서는 꽃잎을 따서 건조하여 보관했다가 편도선염이나 인후염, 결막염 등 각종 감염증에 사용한다.
2015-10-2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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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9> 도라지(Platycodon grandiflorum)
도라지는 너무나 친숙한 토종식물로서 우리 민요에도 등장한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라는 도라지타령의 한 소절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다. 전국 산야 어디서나 양지바른 곳에 자라고 또한 농가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개화기가 7~8월경으로 가지 끝에 비교적 커다란 보라색 또는 흰 꽃을 피우며 40~10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 초롱꽃과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과 중국 등 극동 지역에만 분포하며 흰 꽃을 피우면 백도라지라 하고 꽃잎이 겹잎으로 피면 겹도라지라 한다.
한국산의 품질이 가장 우수해서 대만의 경우 한국산의 수입만을 허용한다고 한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받침이 진화된 것이고 통꽃으로 가장자리가 5개로 갈라져 있다.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대부분의 식물에서는 꽃이 떨어지지만 도라지의 경우는 꽃송이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자라나는 열매에 말라붙어 있다. 수술은 5개 그리고 암술은 1개이지만 개화 후 3~4일 되면 암술머리가 5개로 갈라진다.
암술머리가 갈라지기 전에는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으며 이처럼 갈라진다는 것은 꽃가루받이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이다. 개화 직전에 있는 커다란 봉오리를 열어보면 수술 다섯 개가 암술에 붙어서 꽃가루를 내고 있고 따라서 암술 주위에 많은 꽃가루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암술머리가 닫힌 상태임으로 수분은 되지 않는다.
꽃이 피면 암술에 붙어있던 꽃가루는 서서히 말라서 떨어져나가고 암술머리가 5가닥으로 갈라지면서 비로써 꽃가루받이 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 때 다른 꽃의 꽃가루를 묻힌 곤충이 방문하면 비로써 꽃가루받이가 성립된다. 같은 꽃송이 안에 있는 수술과 암술의 자가수분이 차단되도록 진화된 것이다.
도라지꽃에 개미를 넣고 꽃잎을 오므려 닫고 흔들면 꽃잎이 보라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개미가 위협을 느낄 때 개미산을 분비하는데 이 개미산(포름산)은 산성임으로 꽃잎에 함유되어 있는 안토시아닌과 작용하여 색깔이 변한 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산성과 염기성을 알아내는 천연 지시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라지라는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어감 상으로 순수한 우리말인 것 같은데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전설이 있을 뿐이다. ‘도’씨 집안에 ‘라지’라는 예쁜 외동딸이 있었는데 마음속으로 동네 나무꾼 총각을 사모했다고 한다.
고을 원님이 지나던 길에 ‘라지’를 보고 그 미모에 반해 강제로 끌고 가 버렸다. 결국 ‘라지’는 자결하고 말았고 딸의 소원대로 나무꾼이 다니던 길가에 묻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보라색 예쁜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이 처녀 이름대로 도라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도라지의 속명인 플라티코돈(platycodon)의 플라티스(platys)는 그리스어로 넓다는 뜻이고 초롱을 뜻하는 코돈(codon)과 합쳐서 ‘넓은 초롱’이라는 뜻임으로 도라지꽃을 잘 표현했다고 보여 진다.
몇 십 년 늙은 도라지는 산삼에 버금 갈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도라지를 오래 재배하려면 4~5년 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고 한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재배하면 저절로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다육질의 덩이뿌리가 이용되는데 껍질을 벗긴 후 물에 담가서 쓴맛을 우려 낸 후에 생으로 또는 데치거나 삶아서 반찬으로 먹는다.
어린 싹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길경(桔梗)이라 하고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거담제로 많이 사용하고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에 이용한다. 플라티코딘(platycodin)이라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고 식이섬유가 많아서 변비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2015-10-1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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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8> 잇꽃(홍화)(Carthamus tinctorus)
잇꽃은 약초원이나 재배지를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야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집트 원산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한 식물이어서 토종식물이나 마찬가지다.
국화과 식물로서 한두해살이풀이고 1 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가 돋아 있다. 7-8월에 여러 개로 갈라진 가지 끝에 붉은 색이 도는 노란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처음 꽃이 필 때는 노란색이지만 점차로 주황색으로 변했다가 결국 붉은 색으로 변하게 됨으로 붉은 꽃 즉 홍화(紅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 전체의 모습은 엉겅퀴 꽃을 닮았다.
잇꽃의 역사는 유구하다. 5천 여 년 전 이집트 무덤에서 잇꽃 씨앗이 처음 발견되었고 또한 미라를 감싸고 있는 아마포가 잇꽃으로 물들인 것으로 보아서 인류가 이용한 가장 오래된 천연 염료식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를 원산지로 한 잇꽃은 그 쓰임새 때문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중요한 재배작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양 부근 낙랑고분에서 잇꽃으로 물들인 화장품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서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천연염료는 광물, 동물, 식물에서 얻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절대적인 다수가 식물에서 얻게 된다. 세계에서 염료로 이용되는 식물은 문헌상으로 3,000 여종이 알려져 있지만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은 130 여 종 정도이고 그 중에서 잇꽃은 매우 중요한 자원식물이었다.
염료로 이용되는 부위는 식물에 따라 다르지만 꽃, 잎, 줄기, 뿌리, 수피(樹皮), 종자 또는 과일 등 다양하다. 오늘날과 같은 화학염료가 발달되기 전이었던 옛날에는 옷감을 염색하고 화장에 필요한 색소를 각종 식물에서 얻을 수밖에 없었고 잇꽃이 대표적인 식물이다.
잇꽃에서는 노란색과 붉은색을 분리하여 염색을 할 수 있었는데 노란색은 귀한 색으로 여겨 서민들에게는 노란색 사용이 법으로 금지 되었다고 한다. 입술연지나 시집가는 새색시 양쪽 뺨과 이마에 찍었던 붉은 점인 연지 곤지의 재료도 잇꽃에서 얻었던 것이다.
잇꽃에서 얻은 천연염료는 염색뿐만 아니라 식용색소로도 쓰였으며 종자에서 얻은 기름은 요리에 사용하거나 또는 호롱불을 밝히는 등유(燈油)로도 매우 중요했다. 1771년 이조 영조시대 서명웅의 저서인 고사신서(攷事新書)에는 염료식물로 잇꽃과 ‘쪽‘이 수록되어 있다.
’쪽‘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서 원산지가 중국이고 잇꽃과 마찬가지로 재배식물이다. 쪽은 염색성분 인디고(indigo)가 잎에 존재한다. 7월 경 수확한 잎을 가공하여 색깔이 없는 백람(白藍,indigo white)을 얻는다. 옷감을 염색해도 처음에는 색이 나타나지 않지만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서 청색으로 변하며 이런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 더욱 더 짙은 청색을 얻을 수 있다.
우수한 화학염료의 발달로 말미암아 천연염료의 경제적 가치가 점차적으로 감소하게 됨으로서 잇꽃의 중요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천연염료는 합성염료에서 느낄 수 없는 우아하고 독특한 색채를 보여줌으로서 현재도 고급품의 염색에는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 염색 이외에 성인병에 도움이 되는 약효들이 밝혀짐에 따라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잇꽃을 수확할 때는 가위로 꽃봉오리만을 잘라내어서 이를 건조하여 보관하거나 사용한다. 민간에서 통경약이나 생리불순 또는 피를 맑게 하는데 사용한다.
홍화의 황색색소는 사프로옐로우 에이(safflor yellow A), 붉은 색소는 카르타민(carthamin)이고 다양한 플라본 성분이 밝혀졌고 종자에는 불포화 지방산인 리노렌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2015-09-2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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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7> 물옥잠(Monochoria korsakowii)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접어들 무렵인 9-10월 경 늪이나 연못 또는 저수지의 수심이 얕은 곳에서 예쁜 보라색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꽃이 물옥잠이다. 물옥잠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로서 전에는 주변 습지나 논두렁 부근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식물이지만 지나친 농약사용 탓인지 지금은 보기가 드물어 졌다.
뿌리에서 자란 잎자루는 길고 줄기에 자란 잎자루는 짧다. 잎은 심장모양이고 두껍고 윤기가 나며 만져보면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잎 밑면에 공기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옥잠화는 여러 송이의 꽃이 줄기 끝에 원뿔꼴로 달리며 꽃송이는 옆으로 향하고 있고 꽃잎은 6개이다.
수술은 6개 그리고 암술은 1개이며 암술대가 수술대 보다 길어서 위로 뻗어있다. 암술대와 수술대가 모두 꽃 잎 색과 같은 보라색을 하고 있고 비교적 커다란 노란색 꽃 밥은 보라색 꽃잎과 조화를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물옥잠이 논농사에서 문제의 잡초라는 어느 농학자의 글을 보고 쇼크 받은 일이 있다. 동일한 대상을 놓고도 각자 자신이 처해있는 처지와 생각에 따라 보고 느끼는 감정과 판단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아리따운 자태를 되도록 완벽하게 필름에 담으려는 필자는 대상 식물이 농민을 괴롭히는 해초(害草)일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는 미처 미치지 못했다. 농사에 방해되는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도를 모색해야하는 농학자의 처지와는 달랐던 것이다. 간혹 흰 꽃을 피우는 것도 있으며 흰물옥잠이라 한다.
물에 사는 옥잠화라 해서 물옥잠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옥잠화는 원래 중국이름이다. 옥잠화의 옥잠(玉簪)은 옥비녀라는 뜻이며 원산지가 중국인 옥잠화 꽃이 옥비녀를 닮았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피리를 잘 부는 사람에게 선녀가 건네준 옥비녀가 땅에 떨어져 이듬 해 핀 꽃이 옥잠화라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물옥잠과 옥잠화의 꽃 모양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 옥잠화는 기다란 나팔모양의 통꽃으로 흰색이고 아침에 오므라들고 저녁이면 활짝 피는 야행성 식물이다. 꽃 모양이나 식물자체의 모습에서 유사성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이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레옥잠과 물옥잠을 혼돈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레옥잠은 자생지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인 외래종이고 물옥잠은 우리나라에서 대대로 살아온 토종식물이다. 근래 부레옥잠은 수질정화능력이 우수하다고 하여 물이 정체되어 썩기 쉬운 곳이나 정화조 부근에 많이 키우고 있지만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뱃길을 막거나 수력발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하여 세계 10대 문제 잡초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다.
부레옥잠도 예쁜 꽃을 피우지만 어떤 연유에서 인지 곤충이 찾아오지 않아서 꽃가루받이가 되지 않아 씨앗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씨로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체의 밑 부분에서 싹이 돋아나 번식하게 된다. 이러한 번식방법을 영양번식이라 한다. 이에 반해서 물옥잠은 정상적인 꽃가루받이를 통해서 열매를 맺으므로 종자로 번식한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 모두를 약재로 쓰는데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우구(雨韭), 또는 우구화(雨久化)라 한다. 열을 내리고 천식을 가라앉히며 종기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효성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2015-09-0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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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6> 좀씀바귀(Ixeris stolonifera)
씀바귀는 초여름 5-6월에 접어들면서 노란 꽃을 피우는데 집 주변을 비롯해서 산과 들 그리고 풀밭 어디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더욱이 씁쓰레한 맛이 느껴지는 대표적인 봄나물의 하나여서 식탁에 자주 올라 유명하다.
꽃이 피기 전에 어린잎과 뿌리를 채취해서 데친 후 찬물에 충분히 쓴맛을 우려낸 후에 조리해야 한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쓴맛을 낸다. 씀바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가 가늘어서 가냘 퍼 보이고 20-50 센티미터 높이로 자란다.
뿌리에서 돋아난 잎은 기다란 모습을 하고 있고 줄기에 돋아난 잎은 잎 몸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좀씀바귀, 흰씀바귀, 선씀바귀, 꽃씀바귀, 벌씀바귀, 갯씀바귀 등 유사종이 많아서 구별이 쉽지 않다.
이 중에서 좀씀바귀는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뿌리에서 잎줄기와 꽃줄기가 직접 돋아나 5-10 센티미터로 자라고 줄기 끝에 동글동글한 계란형 잎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다른 종의 씀바귀와 쉽게 구별된다.
씀바귀, 씀바구 또는 고채(苦菜)라는 이름 모두가 쓴맛과 관련이 있는 명칭이다. 씀바귀 종류와 구별이 힘든 식물에 고들빼기가 있다. 고들빼기도 씀바귀와 마찬가지로 나물로 많이 이용되며 고들빼기 장아찌는 밑반찬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씀바귀는 보통 꽃잎이 5-7개 정도로 성글게 보인다. 씀바귀 꽃을 보통 혀꽃 또는 설상화(舌狀花)라 하는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혀처럼 생긴데서 비롯되었다. 좀씀바귀를 비롯한 다른 종들은 혀꽃잎이 20개 이상으로 수가 많아서 조밀하게 보인다.
혀꽃잎 수만큼 암술과 수술을 갖고 있다. 결실을 맺으면 민들레처럼 솜뭉치 같은 씨가 생기며 각각의 씨에는 낙하산처럼 털을 가진 자루가 달려있어서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그런데 씀바귀는 꽃가루받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씨앗을 맺는 단위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위생식(單爲生殖,carthenocarpy)을 단위결실(單爲結實)이라고도 하는데 꽃가루받이 없이 밑씨가 그대로 씨(종자)로 발달하고 씨방은 성숙하여 열매가 된다.
암술에 꽃가루가 묻든 또는 묻지 않든 어미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씨앗이 생기게 된다. 동물세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처녀생식이라 하고 정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알만으로 성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단위결실을 하는 대표저인 식물이 무화과, 멜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다.
정상적인 번식은 꽃가루받이 후 밑씨는 종자로 발달하기 시작하고 씨방은 성숙하여 열매로 변형된다. 씨방이 열매로 성숙할 때 씨는 화학신호로서 호르몬을 분비하여 씨방조직을 확장시키고 성숙시켜 열매로 발달하게 한다.
자연 상태에서 수술이 있음에도 꽃가루받이가 일어나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가루의 발달상태가 나빠서 암술머리에 접촉하더라도 수정이 되지 않는 경우, 꽃가루는 정상이라도 자가불화합성(自家不和合性) 때문에 수정이 되지 않는 경우, 개화기에 기온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식물자체의 노화 등으로 단위결실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적으로 단위결실을 유도 할 수도 있는데 암술머리에 화학물질을 뿌리거나 바른다. 이러한 방식으로 씨 없는 과실을 얻을 수 있다. 식물호르몬인 옥신이나 지베렐린이 많이 사용된다.
한방에서 말린 전초를 황과채(黃瓜菜), 활혈초(活血草)라 하여 소화불량,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는데 사용하고 근래 항암작용 또는 수험생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험이 있다고 한다. 타락사스테롤이 함유되어 있다.
2015-08-2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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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5> 큰뱀무(Geum allepicum)
한여름인 6월에 접어들면서 산과 들은 온통 꽃으로 장식된다. 일 년 중 꽃이 가장 많이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노란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 뱀무가 있다. 꽃의 지름이 2 센티미터 정도이다.
동속 식물이고 꽃의 크기가 2.5 센티미터로 조금 크고 식물의 크기도 70 센티미터 정도인 것을 큰뱀무라고 한다. 곧게 자라고 줄기와 가지 끝에 각각 한 개 씩 노란 꽃이 여러 송이 핀다.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뿐만 아니라 뿌리에서도 커다란 잎이 돋아나고 잎의 생김새가 무 잎을 닮았고 뱀이 자주 다니는 풀밭에 자란다고 해서 뱀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뱀무 꽃의 특징은 암술의 생김새가 독특해서 보통 다른 꽃과는 차별되며 개성이 넘치는 꽃이다. 여러 개의 암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커다란 원추(圓錐) 형태로 마치 작은 밤송이를 반으로 갈라서 엎어 놓은 것처럼 보이고 푸른색을 띄고 있어서 노란 꽃잎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암술 주위를 수많은 수술이 둘러싸고 있는데 꽃이 피어나는 초기에는 수술대와 꽃 밥은 노란색을 띄고 있다가 시일이 자나면서 꽃 밥은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개씩이다.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붉은 색 또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것도 있지만 어색하고 본래모습의 노란 꽃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근래 우리주변에 꽃이 넘쳐나고 있다. 구태여 식물원과 온실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 특히 도로 주변에 장식용으로 심어놓은 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지방마다 꽃 축제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고 관람객을 유혹한다. 과거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처럼 꽃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넘쳐나는 꽃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토종 꽃이 아니라 서양에서 도입한 원예종 식물이라는 점이다. 꽃 축제에서 사용된 꽃은 거의 모두가 수입 원예종이다. 식물원에서도 외래 원예종 식물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마치 외국의 어느 식물원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수입 원예종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꽃송이가 커서 언 듯 보기에 화려하다. 또한 아무데나 잘 자라고 적응도 잘 하며 개화기간도 비교적 길다. 이에 비해서 우리 토종식물은 꽃이 작고 화려하지 않아 서양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감을 받게 된다.
그리고 관리가 까다로워서 옮겨 심어도 잘 자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개화기간도 짧다. 초기에는 잘 적응하다가도 몇 년 후에는 서서히 도태되기도 한다. 광릉요강꽃이나 개불알난 같은 식물은 옮겨 심으면 대부분 다 죽어버린다. 식물보호라는 측면에서 외래종 식물도입에는 관계기관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치상태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일반 관람객은 자기가 관람하고 있는 꽃이 우리 토종 꽃인지 아니면 외래종인지 구분 할 수 없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외국에서 들어온 원예종을 성형미인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야생화는 자연미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외래 산 원예종에 비해서 우리 토종 야생화가 훨씬 오밀조밀하고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예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식물전체를 약으로 사용하는데 뱀무를 수양매(水楊梅), 큰뱀무를 오기조양초(五氣朝陽草)라 하며 몸을 보하고 이뇨 및 다리, 허리 통증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특허출원까지 했다고 한다. 새로운 소득 작물로 부상할 것이 기대된다. 쓴맛이 없어서 훌륭한 산나물이고 뿌리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 장아찌로 먹기도 한다.
2015-08-1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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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4> 한계령풀(Leontice microrhyncha)
5월초 강원도 오대산, 함백산 또는 태백산에 가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란색 송이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꽃이 한계령풀이라는 야생화다. 꽃 이름에서 대충 예측이 가능하지만 설악산으로 가는 한계령 능선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해서 한계령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식물은 강원도 이북의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고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고산지대에 자라는 식물들은 대부분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털로 덥혀 있으나 한계령풀은 식물 전체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30-40 센티미터 정도 곧게 자란 줄기 끝 부분에 달린 긴 꽃자루에 여러 개의 작은 꽃으로 형성된 꽃송이가 달린다. 잎줄기에 타원형 모양의 잎이 3개씩 돋아나 있다.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6개이고 수술 6개 암술은 1개이며 모두 노란색이다. 긴 뿌리 끝에는 작은 감자알처럼 생긴 알뿌리(괴경,塊根)가 한 개 달려있으며 북한에서는 ‘메감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봄꽃은 대부분 다른 식물이 돋아나기 전에 일찍 꽃을 피우고 서둘러 열매를 맺고는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한계령풀은 다른 봄꽃에 비하면 조금 늦기는 하지만 결실을 맺고 지상에서 사라지진다는 점에서는 다른 봄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식물은 돋아나면서 꽃봉오리가 동시에 생겨서 열매도 신속하게 마무리한다.
그래서 한계령풀은 우리나라 토종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감을 주는 식물이었다. 처음에는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로 알려져서 문헌에는 그렇게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는 멸종 위기 희귀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꽃을 관찰해 보면 한 송이씩 단독으로 피기도 하고 한계령풀처럼 작은 꽃들이 여러 개가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처럼 꽃송이를 이루고 있는 것을 관찰 수 있다. 대개 작은 꽃은 뭉쳐서 피고 큰 꽃은 따로 따로 핀다. 왜 그럴까? 꽃가루받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꽃이 크면 수분매개체인 곤충의 눈에 쉽게 띌 수 있지만 꽃이 작으면 그런 면에서 불리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작은 꽃의 경우 여러 개가 모여서 하나의 꽃송이를 만들어서 큰 꽃처럼 보이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작은 꽃들은 한꺼번에 피지 않고 순서에 따라 차례로 피게 된다.
개개의 꽃은 피어있는 기간이 하루나 이틀 밖에 되지 않더라도 꽃송이 전체로 볼 때는 꽃이 오래 동안 피어있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곤충은 오랫동안 먹이를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고 식물의 입장에서는 수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어서 유리하다. 작은 꽃이 모여서 송이 꽃을 형성하는 작업은 꽃과 곤충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작은 꽃들이 모여서 꽃송이의 형태를 만들게 되는데 우산모양이면 산형화서(傘形花序)라 하고 추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게 원추형이면 원추화서(圓錐花序)라 한다. 꽃송이는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에는 식물을 뜯어먹고 사는 포식자들이 많다. 큰 꽃을 갖는 다는 것은 수분매개체를 불러들이는 데는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포식자인 동물의 눈에도 노출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특히 꽃의 밑씨(배주, 胚珠)와 화분에는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분이 많아서 동물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먹이다.
밑씨나 화분을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고 큰 꽃일수록 많은 밑씨를 갖고 있어서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꽃이 크면 클수록 먹힐 위험성도 커짐으로 손실을 많이 보게 된다. 작은 꽃이 여러 개 모여서 집단으로 꽃송이를 만들 경우 작은 꽃 하나 또는 일부가 먹히거나 손상되더라도 손실이 훨씬 덜 심각 할 수 있다. 작은 꽃이 모여서 꽃송이를 만드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용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2015-07-2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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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3> 지느러미엉겅퀴(Carduus crispus)
엉겅퀴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희귀한 꽃이 아니라 마을 뒷산이나 집 근처 풀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어서 매우 친숙한 여름 꽃 중의 하나이다. 야생화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엉겅퀴는 대부분 알아본다.
엉겅퀴는 70센티미터에서 1미터 정도 자라고 갈라진 줄기 끝에 탐스러운 진분홍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줄기에는 백색 털이 나있고 기다란 톱니 모양의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돋아있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엉겅퀴 꽃에 호랑나비라도 한 마리 앉아서 꿀을 빨고 있다면 모든 사진작가들이 사진에 담고 싶어 하는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근래 그러한 광경을 거의 목격할 수 없다. 농약이나 환경오염 탓이겠지만 나비의 개체수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긴 꽃 중에 지느러미엉겅퀴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를 비롯해서 꽃의 모양과 잎 둘레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 등 흡사한 면이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엉겅퀴가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인 반면 지느러미엉겅퀴는 원산지가 유럽인 귀화종이고 귀화 시기는 우리나라 농경문화가 시작될 무렵이라고 하니 우리토종이나 진배없는 식물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엉겅퀴는 여러해살이풀인 반면 지느러미엉겅퀴는 두해살이풀(월년초)이다. 지느러미엉겅퀴의 특징은 줄기의 양측에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느러미엉겅퀴라는 이름을 얻었다. 엉겅퀴라는 이름의 유래는 피를 엉기게 하는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식물은 모두 국화과 식물이지만 속명(屬名)은 다르다. 엉겅퀴는 서슘속(Circium)이고 지느러미엉겅퀴는 카두스속(Carduus)이다. ‘서슘’은 그리스어로 ‘정맥확장’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카두스’는 라틴어로 ‘엉겅퀴’라는 뜻을 갖는다.
엉겅퀴나 지느러미엉겅퀴의 꽃처럼 머리모양의 꽃차례를 두상화서(頭狀花序)라고 하는데 두상화서는 겉으로 언 듯 보아 한 송이 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꽃이다.
두상화서를 구성하고 있는 꽃 하나하나가 꽃잎이 없는 통꽃일 경우 이를 통상화(筒狀花)라 하고 혓바닥 모양의 꽃잎이 있는 통꽃을 설상화(舌狀花)라 한다. 꽃에 따라서 통상화와 설상화를 모두 갖추고 있기도 하고 또는 통상화나 설상화 중에서 한가지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엉겅퀴는 통상화만으로 구성된 꽃의 대표적인 예이고 설상화만으로 만들어진 꽃의 대표적인 꽃은 민들레이다. 두상화서를 구성하는 작은 꽃들은 독자적으로 암술과 수술을 갖추고 있고 따라서 수정을 통해 각각 씨앗을 맺는다.
가을에 꽃이 지고나면 하얀 솜털뭉치 모양의 열매를 맺게 되는데 씨앗은 안쪽으로 배열되어 있고 씨앗 하나하나에 붙어있는 솜털은 외부를 향하여 배열되어 있어서 하얀 솜방망이처럼 보이게 된다. 씨앗 하나하나에 따로따로 달린 솜털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나라갈 수 있어서 씨앗을 퍼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씨앗의 솜털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가시가 있는 식물은 독성이 없다. 독성물질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 식물은 해충의 피해를 쉽게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가시를 만들어 해충이나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엉겅퀴도 가시가 있는 식물이어서 독성이 없음으로 어린식물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훌륭하며 줄기는 껍질을 벗겨서 생으로 먹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 엉겅퀴는 대계(大薊)라하고 지느러미엉겅퀴는 비렴(飛廉)이라 하여 피를 멎게 하는 지혈 또는 해열에 쓰인다.
2015-07-1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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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2> 하늘매발톱꽃(Aquilegia flavellata)
본격적인 여름 초입 5-7월 경 북부지역 고산지대 풀밭이나 양지바른 산골짜기에서 비교적 꽃송이가 큰 아름다운 벽자색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꽃이 하늘매발톱꽃이다.
50-70 센티미터 높이의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지고 가지 끝에 꽃송이가 옆을 바라보거나 다소곳이 아래를 향해 매달린다. 하늘매발톱꽃은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꽃 색깔이 다른 비슷한 종류가 많다.
보통 낮은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적자색 꽃이며 이를 매발톱꽃 이라하고 노랑꽃을 피우면 노랑매발톱꽃 그리고 드물지만 흰 꽃인 흰매발톱꽃도 있다.
꽃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중앙에 둥글게 배치된 꽃잎과 외각으로 배치된 꽃잎이 있다. 꽃송이 중앙에 배치된 5장이 진짜 꽃잎이고 외각으로 배열된 5장은 꽃잎처럼 보이지만 꽃받침이 꽃잎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꽃잎의 모습이 같아 보여도 출신성분이 다르다.
화분 매개체인 곤충의 눈에 잘 띄도록 가능한 한 꽃송이가 크게 보이도록 꽃받침이 꽃잎으로 진화한 경우다. 암술은 5-6개이고 수술은 암술 주위에 많은데 암술과 접해 있는 수술에는 꽃밥(화분)이 없는 헛수술이다.
꽃 이름 중에는 동물명이 붙은 것이 많은데 식물의 잎이나 꽃 모양이 동물의 특징을 닮은 데서 비롯되었다. 매발톱 꽃도 그 중의 하나이다. 5개의 꽃잎마다 뒤로 길게 뻗어 안으로 구부러진 꽃 뿔(거,距)이 마치 매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매발톱 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늘매발톱꽃의 ‘하늘’이라는 접두사는 높은 지역에 자생하는 매발톱꽃이라는 뜻으로 붙친 것이다. 산매발톱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명인 아퀼레기아(Aquilegia)는 라틴어의 ‘독수리’를 뜻하는 아퀼라(aquila)에서 유래했다. 서양 사람들은 갈구리 모양의 꽃 뿔을 매가 아닌 독수리 발톱을 닮은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매발톱꽃은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고 있지만 자가수정을 잘 하지 않고 다른 꽃의 화분과 타가수정을 선호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매발톱꽃을 매춘부를 닮았다하여 매춘화(賣春花)라 한다. 매발톱꽃은 변이가 심해서 품종이 다양하며 서양에서는 원예품종이 많이 개발되었다.
꽃 뿔 속은 비어있거나 꿀샘이 있어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꽃과 곤충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곤충이 꽃을 찾는 것은 식물을 위해 꽃가루를 날라주기 위한 자원봉사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먹이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꽃 안에 들어가서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가장 흔한 먹이가 달콤한 꿀이다. 꿀의 양과 성분은 찾아오는 매개동물의 크기와 항온동물인지 또는 변온동물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굴의 성분은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이지만 이러한 당 성분 이외에 아미노산, 단백질, 지질, 무기질, 비타민이 들어있어서 완벽한 먹이가 된다. 식물의 종족보존에 필수적인 꽃가루받이를 도와준 매개동물에게 꿀로서 보답하는 것이다.
때로는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지 않고 꿀만 흠처 먹는 도둑곤충이 있다. 이런 경우는 꽃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꿀샘 근처에 구멍을 뚫거나 파괴해서 꿀만 빨아먹는다. 그래서 이러한 꿀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식물이 질긴 꽃받침으로 감싸서 꿀샘을 보호하도록 진화한다.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은 일반적으로 독성이 있음으로 나물로 먹어서는 안 된다. 한방에서는 전초(全草)를 누두채(漏斗菜)라하여 월경불순 등 부인병 치료에 사용하며 뿌리는 두통과 소염에 사용한다. 아네모닌(anemonine)이 들어있다.
2015-07-0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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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 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큰꽃으아리는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는 아니지만 간혹 양지 바른 산기슭 덤불 속에서 시원스럽게 생긴 큼직한 연한 황색 또는 흰 꽃을 볼 수 있다. 큰꽃으아리는 2-4 m 정도 자라는 덩굴나무로서 키 작은 나무를 기어오르면서 자라는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이다.
꽃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고 국내 자생하는 클레마티스 속 식물 중 지름이 5 cm 정도로 가장 큰 꽃에 속한다.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 진화한 것이며 8개이고 암술과 수술이 다수이며 암술대에는 갈색털이 있다.
열매는 할미꽃 열매와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갖고 있다. 5월 경 꽃이 피는데 개화 직후부터 유별나게 많은 곤충들이 모여들어 꽃잎이 상처를 받기 쉬워서 깨끗한 상태의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많은 원예종이 개발되어 홍자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식물원에서 관상할 수 있다.
큰꽃으아리는 꽃이 크다고 해서 ‘으아리’ 앞에 ‘큰꽃’이라는 접두사를 부쳐서 만든 이름이다. 하지만 으아리 꽃과 큰꽃으아리 꽃은 크기뿐만 아니라 꽃의 모양이나 개화시기 등 여러 면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으아리 꽃은 꽃받침이 4개이고 암술과 수술이 꽃받침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으아리라는 식물명의 유래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산 속에서 으아리 꽃을 처음 만난다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으아’하고 소리를 지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라고 설명하는 학자들이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 나올 만큼 미모가 대단한 꽃도 아니다. 속명 클레마티스(Clematis)는 ‘마음이 아름답다’는 뜻을 갖고 있다.
자연에는 일견 무질서해 보여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질서가 존재하며 꽃도 예외가 아니어서 질서 정연한 수학적 원리가 작동한다. 무심코 지나칠 때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꽃은 완전히 분리된 꽃잎으로 구성되어 있고 꽃마다 꽃잎의 수가 다르다.
나팔꽃, 메꽃은 꽃잎 윗부분이 약간 갈라졌지만 꽃 전체는 서로 붙어 있는 통꽃임으로 꽃이 질 때 일부가 아닌 꽃 전체가 떨어진다. 그래서 이런 꽃들은 꽃잎을 1개로 계산한다. 입술망초는 2장, 닭의장풀과 연영초는 3장, 매화나 벚꽃은 5장, 큰꽃의아리는 8장이다.
관찰한 꽃잎의 개수를 차례대로 나열하면 1, 2, 3, 5, 8, 13, 21, 34, 55, 89 와 같은 수열(數列)을 얻을 수 있다. 언뜻 보기에 이렇게 나열된 숫자들 사이에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수의 합이 다음 수가 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즉 1과 2를 더한 값이 3이고 2와 3을 더한 값이 5이다. 89는 그 앞의 34와 55를 더한 것과 같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열을 피보나치수열이라 한다. 극소수의 예외가 있지만 꽃잎의 수는 피보나치 수에 따른다. 해바라기 씨나 솔방울의 씨 그리고 파인애플 껍질을 구성하고 있는 육각형의 수도 피보나치 수를 따른다.
자연에서 이런 수의 규칙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최소한의 공간에 가장 많은 씨앗을 또는 육각형을 배열해 낭비되는 공간을 최소화하려는 자연의 생존전략으로 이해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해 최적의 상태로 진화한 것이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꽃잎은 봉오리를 이루어서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고 있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감싸기 위해서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큰꽃으아리를 철전연(鐵轉蓮)이라 하고 으아리를 위령선(威靈仙)이라 하는데 적응증이 같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것을 신경통, 이뇨, 통증 등의 치료에 사용하며 알칼로이드인 아네모닌, 아네모놀이 들어 있다. 이 식물은 독성식물이다.
2015-06-1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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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 깽깽이풀(Jeffersonia dubia)
깽깽이풀이라는 야생화가 있다. 식물이름 자체가 정답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깽깽이풀을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이다. 야생화 사진촬영에 입문하지 꽤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산속에서 이 꽃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야생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귀한 꽃이라는 사실과 지금은 법적으로 보호 받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그 후에 알게 되었다.
개체수가 적으니 자연히 눈에 띠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3-4월 경 잎이 나기 전에 연한 홍자색 꽃을 먼저 피운다. 뿌리에서 1-2개의 꽃줄기가 직접 돋아나고 그 끝에 한 송이 씩 꽃이 달린다. 꽃받침 4장, 꽃잎 6-8장, 수술 8개 그리고 암술은 1개로 끝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뿌리에서 직접 돋아난 여러 개의 잎줄기에 하트 모양의 잎이 한 장 씩 달리는데 어린잎은 진한 자주색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으로 변해서 자주색 잎과 녹색 잎이 적절히 배합되어 식물 전체가 스마트하고 멋이 있다. 잎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패어있고 잎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연꽃잎처럼 물에 젖지 않고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깽깽이풀이라는 이 정겨운 이름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를 소개하면 강아지가 이 풀을 굉장히 좋아하며 이 풀을 뜯어 먹으면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린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강아지는 이 꽃을 잘 먹는다고 한다. 뿌리가 노랗고 잎이 연잎 같다고 해서 황련(黃蓮)이라고도 부른다.
깽깽이풀은 번식에 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멸종 희귀종이 된 연유는 무엇일까 ? 두 가지 원인을 들고 있는데 생태변화와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행위이다. 깽깽이풀은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자라지만 얼마간의 햇빛을 보아야만 한다. 나무가 있더라도 볕이 있는 곳이 최적지이다. 요즘엔 숲이 너무 우거져서 작은 식물들은 볕을 볼 수 없어서 자라기 힘든 환경이다.
이것은 비단 깽깽이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거의 모든 식물에 해당되며 숲으로 인해 많은 초본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깽깽이풀은 귀한 약재로 알려져 있어서 옛날 민간약이나 한방약에 의존하던 시절 뿌리를 약재로 쓰려고 캐어갔고 지금은 야생화로 팔기 위해 캐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씨앗을 수집해서 심으면 잘 자라므로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만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몇몇 장사꾼들의 돈벌이 때문에 이 정겨운 식물이 우리 곁에서 사라질 위기에 방치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가 아닐까 ?
흥미롭게도 깽깽이풀 종자를 멀리 퍼뜨리는데 개미가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인간의 행위와 대비 되면서 개미만도 못하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깽깽이풀 종자 표면에 꿀을 분비하는 밀선(蜜腺)이 있어서 개미들이 씨앗을 좋아하고 집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식물이 씨앗을 퍼뜨리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깽깽이풀은 꿀을 만들어 개미를 동원 하는 것이다. 참으로 지혜로운 풀이란 생각이 든다.
깽깽이풀 뿌리의 생약명은 선황련(鮮黃蓮)이라 하고 황색을 띠는데 베르베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베르베린은 황색이고 쓴맛이 강하며 강력한 살균작용이 있어서 소화불량, 설사, 이질, 장염과 같은 소화기 계통 질병 치료와 해독작용에 사용되었고 매우 중요한 약초에 속한다.
2015-05-2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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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 타래붓꽃(Iris pallasii var. chinensis)
초여름에 접어드는 5-6월 낮은 산이나 들의 건조한 풀밭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하늘빛이 감도는 연한 보라색 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꽃이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인 타래붓꽃이다.
붓꽃은 우리 야생화 중에서는 비교적 크고 세련되어 보여서 혹시 서양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우리가 보통 붓꽃이라고 부르는 꽃은 10여종이 되며 잎과 꽃 모양의 생김새가 거의 같아서 구별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붓꽃 종류 식물들은 뿌리서부터 길게 자라난 잎이 선형(線型)으로 칼 모양을 하고 있는데 타래붓꽃만이 유일하게 잎이 나선 모양으로 비틀려 있어서 확실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타래붓꽃이라는 이름도 실타래모양으로 잎이 말리는 붓꽃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고 붓꽃은 꽃봉오리 모습이 옛 선비들이 쓰던 붓과 모양이 닮은 데서 비롯되었다.
잎보다 짧은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며 향기가 있다. 타래붓꽃은 모양과 구성에 있어서 통상적인 꽃과는 차이가 있다. 붓꽃은 꽃잎이 6장이다. 주걱 모양의 꽃잎 3개는 옆으로 배열되어 있고 이것이 진짜 꽃이며 이를 외화피(外花被)라 하고 무늬가 그려져 있다. 나머지 안쪽의 3장의 꽃잎은 수술이 꽃잎처럼 변한 것으로 이를 내화피(內花被)라 하며 곧게 서있다.
수술이 꽃잎으로 변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암술은 1개 그리고 수술은 3개이다. 암술대의 끝은 3갈래로 갈라지고 각각의 끝이 다시 얕게 2개로 갈라져서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암술은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타래붓꽃의 암술은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꽃잎으로 착각하기 쉽다. 수술은 암술 밑에 가려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붓꽃 식물과 혼동되어 구별이 쉽지 않은 꽃 중에 꽃창포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꽃의 구조도 같지만 꽃잎이 진한 보라색이고 안쪽에 노란 무늬가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또 한 가지 구분 점은 꽃창포는 잎 중앙을 관통하는 중심맥이 비교적 두렷하지만 붓꽃은 뚜렷하지 않다. 붓꽃은 건조한 땅에 자라지만 꽃창포는 습지나 개울가에 자란다.
우리나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카드놀이에 화투가 있다. 화투장 중에 5월 난초라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난초가 아니라 붓꽃 혹은 꽃창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붓꽃이 피는 시기도 5-6월인 점을 감안하면 화투를 처음 창안한 사람은 난초가 아닌 붓꽃을 그린 것이 분명하다. 화투놀이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무르지만 오늘날 까지도 5월 난초로 통용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식물에 대해서 얼마나 무심한 가를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붓꽃을 아이리스(Iris)라고 한다. 붓꽃의 속명이 아이리스이고 무지개를 뜻한다. 꽃잎 안쪽에 무지개 같이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리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주노’의 시녀다. ‘주노’의 남편 ‘주피터’가 아이리스의 아름다움을 탐내어 집요하게 사랑을 요구하자 자신의 주인 ‘주노’를 배신 할 수 없었던 ‘아이리스’는 무지개로 변하여 ‘주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방에서는 타래붓꽃의 종자를 마린자(馬藺子), 꽃을 마린화(馬藺花), 잎을 마린엽(馬藺葉), 뿌리를 마린근(馬藺根)이라 하고 열을 내리고 지혈, 황달에 좋으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열매껍질에 팔로손(pallosone)을 함유하며 항암작용이 있다.
2015-05-1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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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 솜다리(Leontopodium coreanum)
‘솜다리’라는 식물명에 생소해 하는 사람도 ‘에델바이스’라면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에델바이스는 식물명이고 또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노래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폰 트랩 대령의 7 남매와 가장교사 마리아 수녀가 부르는 에델바이스 합창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애창곡의 하나로 유명하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높은 고산지대에 자라는 식물로서 별처럼 생긴 하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에델바이스는 흰 꽃의 순순함을 표현하는 ‘고귀한 흰색‘이라는 독일 말이다. 에델바이스를 처음 본 것은 독일 유학시절이다.
여름방학동안 독일 전역의 제약회사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독일의 남쪽지방은 알프스와 인접해 있어서 일정 중 하루는 알프스 등반이었다. 이 때 알프스의 대표적 식물인 에델바이스를 처음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정상 부근의 바위틈에 피어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에델바이스의 우리나라 식물명이 솜다리다. 엄격히 말하면 유럽의 에델바이스와 우리나라의 솜다리는 종이 다르지만 겉모습이 매우 유사하다. 유럽산의 학명은 레온토포디움 알피눔(Leontopodium alpinum)이고 우리나라 것은 레온토포디움 코레아눔(L. coreanum)으로서 한국 특산종이다.
외솜다리도 있는데 ‘외’는 일본산 솜다리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널리 분포되어 있다. 속명 Leontopodium은 그리스어로 ‘leon’(사자)와 ‘podium’(발)의 합성어로 두상화의 형태가 사자 발과 비슷하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솜다리는 고산지대의 갈라진 바위틈이나 자갈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고산식물이라 식물전체가 솜털로 덥혀 있다. 국화과에 속하며 5-6월에 줄기 끝에 한 송이씩 핀다. 우리에게 5개의 흰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이 아니고 포(苞)라고 부르는데 잎이 변형된 것으로 벨벳 같은 하얀 털로 덥혀 있다.
두상화의 중심에 8-15개 정도의 노란 색 둥근 구형 모양의 것들이 조밀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이 진짜 꽃이다. 둥근 것 하나하나가 다시 수없이 많은 작은 꽃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국화과의 두상화서는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 모양을 만든다. 대표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민들레를 예로 들면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들레 꽃송이를 하나의 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100개 이상의 작은 꽃들이 조밀하게 모여서 핀 것이다.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암술과 수술을 갖는 독립된 꽃이다. 따라서 꽃가루받이도 각자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해서 각자 씨를 생산하게 되며 이처럼 만들어진 씨들은 서로 다른 유전적 특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생식 방식은 두상화서를 갖는 국화과 식물들의 특징 중 하나로서 진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전략적으로 유리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화과 식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다른 과 식물에 비해서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서 입증 된다. 국화과 식물은 22,000 여종에 달하며 현화식물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식물군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 식물군은 난초과 식물로서 24,000여종이 있다.
솜다리는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보호해야 할 희귀식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채취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자연 상태에서는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우리 곁을 떠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가 아니겠는 가 ?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커다란 범죄행위인 것이다.
2015-04-2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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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 두메양귀비(Papaver radicatum)
7-8월에 백두산에 올라가 본 사람은 산 중턱부터 온 산을 뒤 덮고 있는 노란색 꽃물결을 목격했을 것이다. 대부분은 천지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짚차를 이용함으로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꽃에 가까이 접근 할 수가 없으니 자세히 관찰 할 수 없이 먼발치로만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 노란색 꽃이 두메양귀비다. 백두산의 비탈진 화산지대 자갈밭에 무리지어 자라며 북부지방의 다른 높은 고산지대에도 분포하는 식물이다. 백두산 관광을 하면서 누구나 느끼겠지만 중국이 아닌 북한을 통해 직접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북한쪽 백두산 중턱에도 온 산이 두메양귀비꽃으로 뒤 덮인 광경이 연출되고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두메양귀비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식물(월년초)로서 뿌리부터 5-10cm 정도 올라온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대형의 노란색 꽃이 핀다.
꽃대에는 잎이 없다. 추운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식물임으로 식물 전체가 갈색 털로 덥혀 있다. 대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의 꽃들은 꽃잎이 두텁다. 세찬 바람과 낮과 밤의 기온차 등의 극심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두메양귀비의 꽃잎은 고산지대식물의 꽃답지 않게 매우 얇다. 수시로 몰아닥치는 세찬 바람에 쉽게 손상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나약해 보인다. 4장의 꽃잎이 겹쳐있고 암술 1개와 많은 수술이 있다.
양귀비속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암술머리가 방사상으로 넓은 판 모양을 하고 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세찬 바람으로 인해 꽃줄기가 옆으로 누운 형태를 하기도 한다. 고산지대에 자라는 양귀비라는 뜻으로 산골자기라는 뜻의 ‘두메‘를 양귀비 앞에 부쳐서 두메양귀비라고 부른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흰색 꽃이 피는 흰두메양귀비도 있다. 양귀비보다는 함량이 적지만 아편성분인 모르핀을 비롯해서 아편 알칼로이드가 들어있다. 양귀비 종류에는 100여종 이상이 있으며 아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재배가치가 있는 양귀비는 파파베르 솜니페룸(P. somniferum)과 파파베르 세티게룸(P. setigerum) 2종뿐이다.
흰색과 붉은 색 꽃을 피우며 두메양귀비 꽃 보다 더 크고 꽃 피는 시기도 5-6월경으로 조금 빠르다. 꽃이 지고난 후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왕관 모양으로 생긴 미숙과(未熟果)에 칼로 상처를 내면 흰색의 유액이 흘러나오며 잠시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굳어진다.
이것을 긁어모은 것이 생아편이다. 인도, 터키 또는 동남아 아시아 국가들이 모르핀 제조 원료인 생아편 생산을 위해서 집단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귀비 재배를 법으로 금하고 있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학술연구용으로 약초원에서 제한된 숫자를 키울 수 있다. 두메양귀비 식물 전체를 건조한 것을 산앵속(山櫻粟)이라하며 진통, 진경효능이 있음으로 민간에서 비상약으로 이용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는 개양귀비가 있다. 개양귀비는 유럽 여러 나라의 산과 들에 야생하는 한해살이식물이며 보통 주황색 내지 붉은 색 꽃이 피지만 흰 꽃이 피는 것도 있다. 지금은 관상용으로 개량하여 꽃 색이 더 다양해졌다.
개양귀비에도 극미량의 아편알칼로이드 성분의 들어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여서 우리나라도 관상용으로 재배를 허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배해 왔으며 씨는 빵에 넣어 먹거나 기름을 짜서 이용한다. 말린 개양귀비 전초를 민간약으로 설사, 복통에 사용한다.
2015-04-15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