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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6> 산자고(Tulpia edulis)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야생화는 열대 지방의 꽃들에 비해서 크기가 작으며 특히 이른 봄에 피는 꽃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맨눈으로는 정확히 관찰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물을 전문적으로 관찰하려는 사람들은 확대경을 지참하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봄철에 피는 꽃 중에 몸집 크기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 산자고가 있다. 산자고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중부지역 이남의 비교적 비옥한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산자고는 뿌리에서 가늘고 긴 선형(線型) 잎 2개가 돋아나오고 역시 같은 뿌리에서 꽃줄기 하나가 길게 뻗어 나오고 4-5월 경 꽃줄기 끝에 흰 꽃이 한 송이 씩 핀다. 잎은 가냘 퍼서 대부분 옆으로 쓰러진 모습으로 누워있고 꽃줄기도 몸집에 비해 커다란 꽃을 지탱하기가 힘겨워 대부분 휘어있다.
꽃잎은 6개로 꽃잎 뒷면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고 끝이 뾰족한 형태로 종 모양을 하고 있으며 꽃의 직경이 3 센티미터이다. 수술 6개, 암술 1개이고 수술 끝 부위에 노란 꽃 밥(화분)이 있으며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암술은 초록색을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끝이 벌어져 꽃가루받이가 준비되었음을 알린다. 봄꽃 들이 그러하듯이 산자고도 숲이 무성해지기 전에 일찍 열매를 맺고는 잎과 꽃줄기와 같은 지상부가 흔적도 없이 말라 죽는다.
산자고(山慈姑)의 자고(慈姑)는 한자로 ‘자애로운 시어머니‘ 라는 말이다. 산자고가 식물이름이 된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맞아드린 며느리가 등창이 나서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고 한다.
한날 시어머니가 뒷산에서 비교적 큰 꽃을 피운 가냘픈 식물을 발견하고 뿌리를 캐보니 알뿌리가 나왔다. 이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짓이겨서 등창에 발랐더니 감쪽같이 병이 나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정성으로 며느리의 등창을 나게 한 이 식물을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식물이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그 시대상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 라틴어 학명에서 속명 튤리파(Tulipa)는 꽃의 모양이 중동 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을 닮았다 하여 두건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튤리판(tulip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명 에듈리스(edulis)는 라틴어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자고는 식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학명에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자고의 영어명도 ‘먹을 수 있는 튤립’ 즉 에더블 튤립(edible tulip) 이라고 한다.
튤립도 산자고와 마찬가지로 알뿌리를 갖고 있다. 산자고를 순수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도 하는데 산자고의 모습이 ‘무릇‘과 비스한데서 비롯되었다. 두 식물의 잎의 모양이 닮았고 뿌리도 비늘줄기로서 비슷하다. 다만 꽃의 모양은 판이하게 다르다. 무릇의 꽃은 총상화서로 작은 꽃이 많이 달라붙은 이삭 모양을 하고 있다. 무릇도 식용가능하고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먹었다.
산자고의 잎과 줄기를 산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알뿌리는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종기를 비롯해서 피멍이나 어혈에 효능이 있고 화농성 종양과 임파선염에 쓰인다. 산자고 알뿌리에는 전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고 콜히친(colchicine)과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콜히친은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이며 유사분열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06-2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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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5> 돌나물(Sedum sarmentosum)
새콤하게 무친 봄나물은 겨우내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 살려주기에 충분하다. 봄철 밥상에 오르는 대표적인 봄나물 가운데 돌나물이 있다. 봄나물이 나기 시작하면 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봄나물은 일단 데친 다음에 양념장에 무쳐서 먹는데 반해 돌나물은 생것을 고추장에 무치거나 초무침 해 먹으며 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한다. 씹을 때 아삭거리고 향긋한 독특한 냄새까지 더해져 입맛을 돋우기에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봄나물이다.
돌나물은 돌나물과(전에는 꿩의비름과로 분류했음)의 여러해살이풀로서 전국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으며 야산의 바위틈이나 양지바른 땅에 무리지어 자란다. 15 센티미터 정도까지 자라지만 바로 서지 않고 땅위를 뻗어가면서 자라고 땅에 닿은 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번식한다.
줄기와 잎 전체가 뚱뚱한 다육질로서 물기가 많고 살이 쪄서 부드러운 촉감을 준다. 돌나물은 봄철에 돋아나지만 꽃은 늦봄인 5월에 개화하여 6월 한여름 내내 꽃을 피운다. 여러 송이의 노란 꽃이 무리 져서 핀다.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장 이어서 별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고 꽃은 끝이 뾰족한 피침 형이고 꽃 잎 사이사이로 꽃받침이 배열되어 있다. 수술은 10개 그리고 암술은 5개이다. 수술대는 꽃잎 크기정도로 길게 위로 뻗어있고 끝 부위에 붙어있는 꽃 밥은 수술대와 동일한 노란색을 띄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검게 변한다. 꽃 전체가 노란색을 띄고 있는데 여기에 검은색 꽃 밥이 더해지면 검은 색과 어울려 꽃이 더욱더 아름답게 보인다.
돌나물은 이름 그대로 돌 위에 자라는 식물이고 한자로 석상채(石上菜)라 하는데 한자명 역시 ‘돌 위에 자라는 채소’라는 뜻이다. 또는 불갑초(佛甲草)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연유는 조선시대 불교배척 운동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많은 불상이 목이 잘린 채 버려졌는데 그 때 돌나물이 잘려나가 떨어진 불상을 덥혀 보호해 준 까닭에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식물이름처럼 험난한 자연 조건인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서도 탐스러운 꽃을 피어내는 것을 보면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식물에서 받는 인상과는 전혀 다른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강인한 식물이다.
척박한 땅 어디서나 잘 자라므로 집 마당에 심어 길러서 나물로 이용 할 수 있다. 또는 아파트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 화분을 놓고 심어도 너무나 잘 자란다. 꽃 모양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 식물로 바위채송화가 있다.
하지만 잎의 모양과 줄기에 붙어있는 잎의 수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렵지 않게 구분이 가능하다. 두 식물 모두 잎자루가 없는 것은 공통이지만 줄기에 잎이 돋아난 모습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줄기에 3개의 잎이 돌려난 것이 돌나물이고 서로 어긋나고 크기가 좁고 작은 잎을 가진 것이 바위채송화다.
한방에서 식물 전체를 말린 것을 석지갑(石指甲) 또는 석지초(石指草)라 하고 피를 맑게 하고 염증을 가라안치며 해독에 사용한다. 근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잎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며 사르멘토진(sarmentos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2016-06-0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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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4> 천남성(Arisaema amurense)
5-6월 한 여름 그늘지고 비옥한 음지에서 독특한 생김새의 꽃과 잎을 가진 색다른 식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천남성(天南星)이라는 식물이다.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전국 산 숲속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알뿌리에서 줄기 1개가 직접 돋아나 30 – 5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란다. 줄기를 감싸고 뻗어있는 잎줄기 끝에는 여러 개의 잎이 달린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1개의 잎이 5-11 갈래로 완전히 갈라져 독립된 잎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은 녹색 바탕에 흰 줄이 세로로 나있고 깔때기 모양이고 끝부분이 굽어져 뚜껑처럼 보인다. 여기서 꽃이라고 하는 부분은 진짜 꽃잎이 아니고 불염포(佛焰笣) 또는 화염포(火焰笣)라고 부르는데 천남성과 식물의 특징으로 잎이 고도로 변태되어 형성된다.
깔때기 모양의 불염포 안에 곤봉 모양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아래쪽에 암술과 수술이 빼곡히 붙어 있다. 수 그루의 꽃차례에는 자색의 꽃 밥으로 된 작은 수꽃이 달리고 암그루에는 녹색의 암꽃(씨방)이 붙어있다. 불염포는 생식기관인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굽어진 뚜껑은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천남성은 암꽃과 수꽃을 각각 따로 갖고 있는 암수딴그루(자웅이주) 식물이다. 그래서 꽃가루받이를 하려면 수꽃에서 암꽃으로 꽃가루를 옮겨다 줄 곤충의 도움이 필요하며 꽃가루받이에 성공하면 암꽃 개체에만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런데 천남성은 특이하게도 성을 바꾸는 성전환식물(性轉換植物)로 알려져 있다. 열매를 맺었던 개체는 이듬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거나 꽃을 피우더라도 성을 전환해서 암꽃이 아닌 수꽃만을 피운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휴식기간이 필요하며 식물이 생존하는 자구책이다. 수꽃 개체로 변신했다가 원기가 회복되면 다음해에는 다시 암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즉 식물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성을 바꾸며 생존한다. 여러 가지의 유사종이 있는데 잎 모양에 따라 둥근잎천남성, 넓은잎천남성, 무늬천남성, 두루미천남성 등이 있다.
10-11월 경 가을에는 먹음직스러운 옥수수 이삭 모양의 붉은 열매가 열린다. 옥수수알갱이처럼 생긴 붉은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은 집합과이다. 유독함으로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천남성을 ‘첫 남성’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첫 사랑의 연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천남성은 본래 남쪽 하늘에 뜨는 별이다. 이 별 이름을 그대로 식물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알뿌리 모양이 동굴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고 이것이 천남성별을 닮았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또는 덩이뿌리의 배열이 호랑이 발바닥처럼 보인다고 해서 호장(虎掌)이라고도 부르며 종명 아뮤렌스(amurense)는 천남성 분포가 많은 아무르 지방을 뜻한다.
천남성은 독성식물이다. 사약에 사용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고 살충제로도 쓸 정도이며 맨손으로 잎을 반복해서 접촉하면 가려움증과 함께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나 물집이 생긴다. 염소는 못 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온갖 식물을 다 뜯어 먹어서 섬 지방에서는 염소로 인한 식물상의 피해가 극심하지만 천남성만이 무성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염소가 유독 천남성은 먹지 않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알뿌리를 한약재로 쓰이는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중풍이나 반신불수 치료에 사용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어린 식물을 산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위험함으로 피해야 한다. 알뿌리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있으며 유독성 사포닌이 들어있다. 옥살산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서 독성이 강하다는 보고도 있다.
2016-05-2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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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3> 부들(Typha orientalis)
6-7월 경 얕은 연못이나 개울가 또는 습지를 거닐다 보면 핫도그 모양을 닮은 갈색 원통형 방망이가 풀대 끝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부들이라는 식물이다.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특이하게 생긴 갈색 방망이가 꽃인지 아니면 열매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헷갈리게 된다.
원통형 방망이는 꽃이기도 하고 열매이기도 하다. 6월 경 처음 생겨날 때는 노란색을 띄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른 초여름에 본 것은 꽃이고 늦여름이나 가을에 본 것은 열매이다.
부들은 부들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줄기는 1-1.5 미터 정도 곧게 수직으로 자라고 선형의 좁고 기다란 잎도 줄기 높이 정도로 자라며 줄기 밑 부분을 감싸고 있다. 부들은 암수한그루이며 줄기 끝에 적갈색 수꽃이삭(웅화서)이 있고 바로 그 밑에 둥근 원통 모양의 적갈색 암꽃이삭(자화서)이 붙어있다.
수꽃과 암꽃은 모두 꽃잎이 없다. 수꽃은 3개의 수술을 가진 수꽃만으로 구성되고 암꽃은 암술이 하나인 암꽃만으로 구성된다. 부들의 암꽃처럼 꽃가루가 없는 수많은 작은 꽃이 하나의 꽃대에 촘촘하게 무리지어 피어 육질을 형성한 것을 육수화서(肉穗花序) 또는 살이삭꽃차례라고 한다.
가을에 암꽃이삭이 완전히 여물게 되면 솜방망이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수 십 만 개의 작은 씨앗에 민들레 씨앗처럼 갓 털이 붙어 있어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잎이 부드러워서 ‘부들부들’하다는 뜻에서 부들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수꽃이삭과 암꽃이삭이 1-2 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애기부들이라고 한다. 방망이 크기가 약간 작을 뿐 식물 전체의 외모는 부들과 똑 같다.
부들은 풍매화(風媒花)로서 바람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한다. 곤충의 도움이 필요한 충매화와는 달리 구태여 화려한 꽃잎으로 단장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부들처럼 풍매화의 경우 꽃잎이 퇴화된 경우가 많다.
줄기 끝에 있는 웅화서(수꽃차례)는 꽃잎이 없는 수꽃들의 집합이고 바로 밑에 붙어있는 갈색 원통형 방망이는 자화서(암꽃차례)로서 꽃잎이 없는 암술이 모여서 형성된 것이다. 바람에 줄기가 흔들리면 위쪽에 있는 수꽃의 화분이 떨어지면서 아래쪽 암꽃과 꽃가루받이가 가능하게 된다.
부들은 예부터 많이 이용되었던 유용한 식물이다. 수생식물로서 수질을 정화하는 작용이 있음으로 수질정화 목적으로 연못 등에 일부러 심기도 한다. 또한 잎이 부드럽고 질겨서 방석이나 돗자리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죽순처럼 요리해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부들 꽃가루를 포황(蒲黃)이라 하고 볶아서 흑갈색이 된 것을 포황탄(蒲黃炭)이라 한다. 지혈작용이 있고 통경, 이뇨에 약재로 쓰인다. 꽃가루에는 이소람네틴(isorhamnet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개역성경에도 부들이 등장한다.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영어성경을 참조해 보았다. 히브리어 원문에 나오는 ‘agmon과 ’gome’는 영어로 ‘rush(골풀)나 papyrus(파피루스)로 번역되어 있다. 파피루스는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제조 원료로 사용되었던 식물이다.
이사야 19장 6절에서는 ’rush’로 35장 7절에는 ‘papyrus’로 되어 있으며 개혁성경에서는 모두 ‘부들’이라고 번역했다. 신구교가 공동으로 번역한 또 다른 성서에는 ‘왕골’이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부들과 왕골은 다른 식물이며 왕골이 원문에 더 가까운 번역으로 사료된다.
2016-05-1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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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2>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
봄 향기가 싱그러운 4-5월, 갓 돋아난 연 푸른 잎들이 아직은 그늘을 만들만큼 자라지 못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전국 산지의 물가나 습지에서 연 노란색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괭이눈이라는 식물이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위로 솟은 줄기 끝에 연 노란색 꽃송이가 달린다.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며 1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 꽃과는 다르게 모양새가 독특하다. 작은 꽃송이 여러 개가 모여서 하나의 큰 꽃송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꽃송이는 4개 꽃받침조각이 수직으로 곧게 배열되어 있고 그 안에 4개의 수술과 암술이 자리한다. 꽃잎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술에는 노란 화분이 붙어있다. 꽃을 둘러싸고 있는 이웃 잎들도 꽃송이처럼 연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노랗게 물들어 있은 잎을 꽃잎으로 착각하기 쉽다. 여러 개의 작은 꽃과 잎으로 구성된 구성체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마치 커다란 단일 꽃송이처럼 보이게 된다. 꽃이 피어나는 초기에는 푸른색을 띄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꽃 중심 부분이 노랗게 변하고 이어서 주변의 잎도 점점 노랗게 물들게 된다. 꽃가루받이에 필요한 벌이나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더 이상 곤충을 불러들일 필요가 없음으로 잎은 다시 초록색으로 돌아간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고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음으로 꽃가루받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꽃이 작으면 중요한 수분매개체인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의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은 꽃들은 몸집을 키우는 수단으로 작은 꽃 여러 개가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송이를 형성한다. 작은 꽃들이 모여서 커다란 꽃송이를 구성하는 방식을 화서(花序) 또는 꽃차례라고 한다. 각 식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며 그래서 꽃송이 모양새가 원추형을 만들기도 하고 또는 우산모양이나 이삭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진화론 측면에서도 하나의 커다란 꽃을 만들기보다는 작은 꽃 여러 개를 모아서 큰 꽃송이를 만드는 것이 종족보존에 훨씬 안전하다. 꽃송이가 크면 곤충의 눈에도 잘 띄므로 유리한 점도 있으나 다른 한편 초식동물 같은 적의 눈에도 잘 띄게 됨으로 불리한 점도 있다.
동물의 침입을 받았을 때 이동이 불가능함으로 침입을 고스라니 감내 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꽃송이가 완전히 훼손되거나 먹히게 됨으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서 큰 꽃송이를 만든 경우에는 침입을 받더라도 부분적 손상이 가능하다.
손상을 입지 않고 남아있는 구성단위 작은 꽃송이들은 수술과 암술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음으로 결실에 성공함으로서 종족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들은 큰 꽃을 피우기보다는 작은 꽃 여러 개가 모여서 하나의 큰 꽃송이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작은 꽃송이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수술이 마치 고양이 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고 또는 열매(삭과)가 반으로 갈라질 때 들어나는 까만 씨가 고양양이 눈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속명 크리소스플레늄 (Chrysosplenum)은 그리스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크리소스(chrysos)와 비장 (脾臟)을 뜻하는 스플린 (spleen)의 합성어이다. 어린잎과 줄기를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한방에서는 금전고엽초(金錢苦葉草)라 하고 악성 종기 치료에 이용하고 동물실험에서 항암성이 타나기도 했다. 크리소스프스플레놀(chrysosplenol)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2016-04-1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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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1> 앉은부채(Symprocarpus renifolius)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있고 봄을 느끼기엔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중순 경 산골짜기를 다니다 보면 얼어붙은 땅에서 짙은 자주색 주머니 모양의 식물이 삐죽하니 돋아나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앉은부채다.
모양새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런 모습의 꽃 모양이 아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저런 모습의 꽃도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이 아직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는 시기에 피는 꽃 중에 복수초가 있을 뿐이다. 밤에는 분명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 터인데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리도 성급하게 서둘러 땅 밖으로 모습을 들어 낸 것일까?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 할 뿐이다.
앉은부채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응달진 부식토가 많은 곳에 자라며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흔히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불염포(佛焰苞)라는 것이며 천남성과 식물의 특징이다. 이 불염포는 꽃 주변 잎사귀가 고도로 변형되어 형성되며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꽃을 둘러싸고 있는 불염포 내부온도는 외부온도 보다 5Co 정도 높다고 한다. 식물의 보온을 위해서 필요한 열은 뿌리에 저장되어 있는 녹말을 분해할 때 열을 발생시켜 개화기 동안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불염포는 두꺼운 육질로서 자주색 바탕에 진한 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나있고 안쪽에 도깨비 방망이 모양을 한 진짜 꽃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공 같은 곳에 수많은 작은 꽃이 달라붙어 있으며 이 작은 꽃들은 각각 4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구성되어 있고 꽃잎은 없다.
수술 머리에는 노란 꽃가루가 붙어있다. 꽃에서는 생선 썩은 냄새 같은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기며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이다. 일단 불염포 안으로 들어온 곤충은 외부보다는 따뜻함으로 오래 머물러 있게 된다. 불염포가 연한 노란색인 것도 있으며 노랑앉은부채라고 하며 개체수가 극히 적어 희귀종에 속한다.
꽃이 지기 시작할 무렵 꽃이 나있는 뿌리에서 돌돌 말린 잎이 돋아나며 완전히 자라나면 어른 손바닥보다도 더 큰 탐스럽고 싱싱한 부채모양을 이루게 된다. 6-7월에 옥수수 열매 모양의 빨간 열매가 익지만 야생동물이 뜯어먹어 쉽게 볼 수 없다. 사이즈가 작은 애기앉은부채도 있는데 앉은부채와는 반대로 꽃보다 잎이 먼저 돋아나며 꽃은 7월경에 핀다.
잎 모양새가 부채를 닮았다 하여 앉은부채라는 식물명을 얻었다고 하나 꽃 모양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를 닮았다하여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앉은부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스님의 좌선하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좌선풀’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 양배추 같은 식물이라는 뜻에서 '스컹크캐비지'(skunk cabbage)라고 부른다. 스컹크는 남 북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족재비과 동물로서 항문에서 심한 악취를 풍기는 동물이다.
이른 봄철은 야생동물이 먹을거리가 없는 계절이다. 독성이 강한 식물이지만 풀이라곤 앉은부채 밖에 없기에 야생동물이 뜯어먹은 자국이 있는 앉은부채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야생동물이 죽을 정도의 독성은 아닌 모양이나 산나물로 이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어린잎을 데친 후 물에 담가서 독성분을 충분히 제거한 다음에 말려서 저장했다가 나물로 무쳐먹는다. 이런 나물을 묵나물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취숭(臭菘)이라 하고 강심, 진정제로 쓰고 특히 뿌리가 혈압강하 효능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옛날에 뿌리와 잎을 구토증을 없애고 진정제와 이뇨제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있다. 알려진 성분으로서 정유성분과 세로토닌이 있다.
2016-03-3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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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0> 작약(Paeonia lactiflora)
깊은 산 중에 다니다 보면 아주 드물게 흰 꽃이나 붉은 꽃을 피우는 작약을 만날 수 있다. 작약은 우리나라 각 처의 깊은 산 중에 자생하지만 야생상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아서 현재 환경부 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식물원이나 집 화단에서 관상용으로 심으며 특히 한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약 중의 하나이기도해서 농촌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작약은 미나리아제비과 여러해살이식물로 50-8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꽃송이는 비교적 크며 동양에는 홑꽃잎 품종이 많고 서양에는 겹꽃잎 품종이 많다.
봄에 싹이 돋아날 때는 잎과 줄기가 붉지만 자라면서 푸른색으로 변한다. 5-6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데 수술과 암술은 노란색이고 꽃은 활짝 피지 않고 반 정도 벌어진 상태이다. 꽃은 완전화로서 꽃받침 5개, 꽃잎 8-10개, 암술 3-5개이고 수술은 숫자가 많다.
같은 시기에 피는 꽃 중에 목단 꽃이 있는데 작약과 목단을 혼돈 하는 경우가 많다. 목단과 작약은 모두 동일한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이고 식물의 전체 생김새와 꽃 모양이 비슷해서 얼핏 보면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목단은 작은 키나무로서 목본(木本)식물이어서 겨울에도 줄기가 남아있고 이듬해에 줄기에 새 싹이 돋아난다.
하지만 작약은 초본(草本)식물임으로 겨울에 줄기는 완전히 말라버리고 뿌리만 살아남아 이듬 해 이른 봄에 뿌리에서 새 싹이 돋아나서 자라게 된다. 목단을 모란이라고도 부르며 작약하고는 자매지간이라 할 수 있다.
작약의 잎은 3개로 갈라지는데 목단의 잎은 잘게 여러 개로 갈라진다. 중국인들은 목단 꽃을 부의 상징으로 집에 부를 가져다주는 부귀화(富貴花)로 생각하여 유별나게 좋아하며 꽃 중에 으뜸이라 하여 ‘화왕(花王)’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영향으로 목단 꽃이 그려진 동양화 그림이 집이나 사무실 응접실에 걸려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작약은 꽃 중에 두 번 째라하여 ‘화상’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우리의 감각으로는 작약이 더 아름답다. 특히 붉은 꽃을 피우는 적작약이 가장 아름답다.
목단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신라 27대 선덕여왕의 일화로도 유명하다. 중국 당나라 태종이 목단 씨앗과 목단 그림을 선덕여왕에게 선물로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그림 속 목단 꽃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모란꽃에 향기가 없는 것을 짐작했다. 배필이 없는 자기를 놀리기 위해 일부로 나비가 없는 목단 꽃을 보내온 것을 알아차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목단 꽃에는 향기가 없다. 선덕여왕의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 할 뿐이다.
작약은 중국이름 작약(芍藥)을 그대로 받아드린 것이며 함박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꽃 모양이 크고 풍부함이 함지박처럼 넉넉하다고 붙여진 것이다. 함박꽃에 ‘나무’가 붙은 ‘함박꽃나무’를 함박꽃과 혼돈하기 쉬운데 함박꽃나무는 7-8 미터 이상 크게 자라는 목본식물로 작약 즉 함박꽃과 전혀 다른 식물이다.
기록에 의하면 작약은 중국에서는 기원 전 500년 경 부터 약초로 재배했고 서양에는 17 세기경에 전해졌으며 프랑스에서 많은 품종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속명 파에오니아(Paeon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에서 유래했다. 동서양 모두 식물명이 작약의 약성(藥性)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건조한 작약의 뿌리를 진통, 복통, 부인병 등 진통효과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성분으로 파에오니프로린(paeoniflorin)이 알려져 있다. 목단은 뿌리껍질을 목단피(牧丹皮)라 하여 한약으로 사용한다.
2016-03-1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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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9> 차나무(Thea sinensis)
차(茶)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기호음료의 하나이다. 하지만 차 원료를 제공하는 원식물인 차나무는 야생에서는 아무데나 자라지 않음으로 직접 목격할 기회가 없다. 차나무는 기후가 온화한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 주변에서 재배하는 늘푸른(상록) 관목으로 차나무과에 속한다.
야생의 차나무는 5 미터 까지 자란다고 하지만 차 생산 목적으로 재배하는 차나무는 새로 자라는 나무줄기를 잘라내는 전지(剪枝)를 자주 반복하여 1 미터 정도 높이를 유지한다. 따라서 차밭 농장에서는 차나무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가 마시는 차는 가공한 것임으로 차 잎의 생김새도 알아 볼 수 없다. 원래 차 잎은 가죽질이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기호음료용인 차는 봄철에 어린잎을 채취하여 가공하여 말린 것이며 이것을 발효시킨 것이 홍차다.
차나무도 예쁜 꽃을 피우는데 10-12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나무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1-3 송이의 하얀 흰 꽃이 아래를 향해 달린다. 꽃잎이 5-7장이고 수술은 그 수가 굉장히 많으며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가 셋으로 갈라진다. 암술머리가 갈라지는 것은 꽃가루받이를 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이다.
수술대와 꽃 밥은 노란색으로 흰 색의 꽃잎과 조화를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꽃이 늦가을에 피므로 꽃가루받이도 늦어질 수밖에 없고 계절적으로 늦게 열린 열매는 기온이 낮아서 자랄 수가 없다.
작은 열매는 겨울을 나고 이듬해 여름에 골프공 정도 크기로 자란다. 열매는 삭과로서 익으면 봉선을 따라 셋으로 갈라지며 3-4 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씨앗은 기름 짜는데 사용한다. 관광목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 전라남도 보성차밭이다.
차가 음료로 처음 도입된 것은 2700여 년 전 주나라시대(BC 771-122)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大廉)이 차나무 씨를 가져와 지리산 쌍계사와 화엄사 주변에 심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또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후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차나무 씨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불교와 함께 전해진 차나무는 남해안 일대 사찰 주변에서 널리 가꾸었고 현재 남아있는 차 서식지도 대부분 사찰 주변이다.
차나무 잎 따기 회수는 생육상태에 따라서 다르며 보통 3-4회 정도이고 추운 곳에서는 1-2회 정도인 경우도 있다. 처음 수확한 어린잎을 최상품으로 친다. 2006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제11회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렸는데 여기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 잎으로 만든 천년차(千年茶) 1통(100g)이 경매에 부처져 1300만원에 팔렸다. 이 차나무는 수령이 1000년 정도로 추정되고 현재 경남 지정기념물이다.
차가 기호음료로 도입되던 초기에는 사찰에서 수도하는 고승들이 약용 또는 기호품으로 차를 즐겨 마셨다. 재배와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약용에서 기호음료로 발전한 것이다. 선비들도 자연에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할 때도 항상 차가 옆에 있었다.
옛 선비들이 남긴 차 그림(茶畵)을 통해서 당시의 차 문화를 짐작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다엽(茶葉)을 두통, 천식, 기침, 가래삭이는데(거담) 사용했다. 차의 성분으로 카페인, 테오브로민, 테오필린이 들어있으며 특히 카페인은 중추신경 흥분제로서 정신을 맑게 하고 사고력을 높이며 피로를 없앤다. 옛날 고승을 비롯해 정신활동을 하는 지식인층이 특히 차를 즐겼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에는 떫은맛을 지닌 탄닌도 많이 들어있다.
2016-03-0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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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8> 방가지똥(Sonchus oleraceus)
방가지똥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름이 독특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록의 계절 5월에 접어들면서 꽃이 피기 시작해서 9월 가을까지 비교적 오래 동안 꽃이 피어 있으며 제주지방에서는 한겨울에도 꽃이 핀 상태로 겨울을 나기도 한다.
전국 각지 집주변이나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로서 특별히 주목을 끌만한 미모와는 상관이 없는 평범한 꽃이다. 여름철은 각양각색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이 많은 시기여서 더더욱 이들 꽃과는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방가지똥은 국화과에 속하며 한두해살이식물(월년초)로서 가을에 싹트고 겨울을 난 다음 줄기가 자라고 꽃이 핀 뒤 말라 죽는다. 30-70 센티미터 높이로 자라며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노란 꽃을 피우는데 활짝 핀 자태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고 대부분 꽃잎이 오므라든 상태로 관찰된다. 태양이 강렬한 여름철에는 오전에 잠시 피어 있고, 흐린 날에는 비교적 오랫동안 피어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기온이 낮은 겨울에 종일 피어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 식물은 우리 토종이 아닌 귀화식물로서 언젠가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물의 모습은 얼핏 보면 엉겅퀴와 흡사하지만 엉겅퀴 꽃은 홍자색이지만 방가지똥 꽃은 노란색이고 크기도 작다. 줄기의 속은 비어있고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잎은 깊게 갈라지고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고 잎 가장자리에 날카롭고 억센 가시가 있다.
국화과 꽃들은 보통 한 송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작은 꽃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꽃잎이 있는 꽃은 설상화(舌狀花)라하고 꽃잎이 없는 암술과 수술을 통상화(筒狀花) 또는 관상화(管狀花)라 한다.
꽃송이는 설상화만으로 혹은 통상화만으로 구성되거나 또는 설상화와 통상화를 함께 갖고 있는 것 즉 세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방가지똥은 혀 꽃 즉 설상화로만 구성되어 있다. 꽃잎이 없이 통상화만으로 구성된 꽃은 엉겅퀴가 대표적이다. 설상화와 통상화를 함께 갖고 있는 대표적인 꽃은 해바라기 꽃이다. 꽃송이 둘레에 노란 혀 꽃(설상화)이 자리하고 중심부에 갈색 통상화로 채워진 형태이다.
방가지똥의 식물명이 독특해서 그 유래를 알아보려고 많은 문헌을 살펴보았지만 어떤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식물명은 꽃 모양과 식물의 특징 혹은 처음 발견된 지역명과 관련이 있다.
식물명을 처음 작명한 사람은 분명히 연유가 있었을 터인데 기록에서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애기똥풀과 쥐똥나무는 모두 ‘똥’을 포함하고 있다. 애기똥풀은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이 나오고 애기똥 비슷하다는데 유래했고 쥐똥나무는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국어사전에는 ‘방아개비’를 ‘방가지‘라고 한다는데 이 꽃이 방아개비 똥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더 더욱 모를 일이다. 영어명은 사우시슬(southitsle) 암퇴지엉겅퀴이라 하고 독어명은 콜디스텔(Kohl-distel) 양배추엉겅퀴라 한다. 방가지똥 전체의 모습이 엉겅퀴를 닮은 것과 관련이 있을 뿐 방가지똥과는 아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라틴어 종명 올레라세우스(oleraceus)는 ’야채‘라는 의미이다.
농촌에서는 번식력이 강해서 밭작물에 문제 잡초로 여겨지고 있지만 동물 사료로 훌륭하며 어린 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건조한 전초를 고거채(苦苣菜) 또는 고채(苦菜)라 하며 열을 내리고 독성을 없애며 위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근육종(sarcoma)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함유성분으로 손큐사이드(sonchuside), 굴르코잘루자닌(glucozaluzanin)이 있다.
2016-02-1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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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7> 감국(Chrysanthemum indicum)
가을 산행을 하다보면 마을 주변 산자락이나 높은 산에서 유난히 노란색의 꽃무리를 만나게 되는데 가을의 대표적인 꽃인 감국이다. 감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으로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이다.
9월 초가을부터 11월 늦가을 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피어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성급하게도 8월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키는 30-7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잎은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식물 전체가 짧은 털로 덥혀있다.
가지 끝에 한 송이씩 여러 송이가 부채모양으로 모여서 핀다. 꽃 모양은 두상화서로 꽃 중심 부에 통상화가 둥글게 자리 잡고 있고 가장자리에 한 줄로 설상화(혀 꽃)가 돌려 나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꽃이 흰 것도 간혹 볼 수 있는데 흰감국이라 한다.
같은 시기에 구분이 곤란할 정도로 감국과 흡사한 꽃이 피는데 이 꽃이 산국(山菊)이다. 감국과 산국은 꽃의 크기로 구분 하는데 꽃의 직경이 2-2.5 센티미터 정도 이면 감국이고 1.5 센티미터 정도로 조금 작으면 산국이다.
또는 혀 꽃의 길이가 가운데 부분 즉 통상화의 지름보다 같거나 길면 감국, 짧거나 비슷하면 산국이라 한다. 꽃잎을 따서 씹었을 때 감국은 단맛이 나고 산국은 쓴맛이 난다. 그래서 맛이 달콤한 국화라는 뜻으로 감국(甘菊)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산국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꽃이다. 감국과 산국을 구별하지 않고 꽃이 노랗다고 해서 황국(黃菊) 또는 야국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틴어 속명인 크리산티멈(Chrysanthemum)은 ‘황금색 꽃‘이라는 합성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피는 꽃 모두를 총칭해서 들국화라고 불렀는데 감국과 산국 이외에 구절초, 쑥부쟁이도 들국화에 포함된다.
자고로 국화는 동양문화에 깊숙이 자라잡고 있다. 국(菊), 죽(竹), 매(梅), 란(蘭)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동양화나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며 절개의 상징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가을에 열리는 국화전시회에 가보면 자연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각양각색의 국화꽃을 감상할 수 있는데 개량된 원예종들이다. 다른 어떤 야생화보다도 국화는 원예종이 많으며 국화애호가들이 집에서 키우고 있다.
감국은 유용한 식물이어서 예부터 실생활 속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그 활용도가 다양 했다. 이른 봄에는 어린 싹을 산나물로 먹을 수 있고 가을에는 꽃향기가 좋은 국화꽃을 넣어 술을 담는데 국화주라 하여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약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국화주는 집안에 상비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꽃차(花茶)의 대표적인 것이 국화차인데 말린 감국 꽃을 차에 넣어서 마신다. 말린 국화꽃의 꽃향기가 날라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밀봉해서 보관한다. 음력 9월 9일에는 진달래 화전처럼 전을 부칠 때 국화꽃으로 국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꽃을 수증기로 증류하여 얻은 정유를 국화유(菊花油)라 하고 광란, 복통에 복용하거나 상처 난 곳에 바르기도 했다.
감국은 옛날부터 불로장수의 상서로운 영초(靈草)로 알려져 있어서 민간약으로도 많이 활용되어 왔다. 중국에서는 국화꽃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고 하고 국화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의 샘물을 마시고 고질병이 나았다는 등의 고사가 있을 정도여서 국화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우리나라 못지않게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고 염증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어서 감기로 인한 발열, 폐렴, 기관지염 등에 사용한다. 감국의 향기는 휘발성 정유(精油)로 크리산테논, 보르네올 등이 알려져 있다.
2016-02-0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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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6> 해국(Aster spathulifolius)
중부이남 남쪽 해안가를 비롯해서 제주도나 울릉도 또는 섬에서 쉽게 관찰되는 식
물 중에 해국(海菊)이라는 식물이 있다. 해국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로서 30-50 센티미터 정도 자라며 7월 한 여름부터 11월 늦가을 까지 긴 기간 동안 가지 끝에 연보라색 꽃을 한 송이씩 피운다.
지역에 따라서는 12월에도 꽃을 볼 수 있다. 바다의 국화라는 뜻에서 해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해변국’이라는 이름도 있다. 햇볕이 잘 드는 해안가 암벽이나 경사진 곳에 잘 자란다.
어쩌면 흙도 없고 물도 부족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가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먼 바다로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닷가에서 마냥 기다리는 아름다운 여인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식물의 강인한 일면을 짐작 할 수가 있다.
꽃 모양은 전형적인 국화과 계통 두상화로서 꽃잎은 연보라색이지만 중심부는 노란색을 띄고 있다. 보통 한 송이 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작은 꽃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꽃 모양을 형성한 것이다.
꽃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우리가 보통 꽃잎이라고 부르는 부분인 혀를 닮은 설상화(舌狀花)와 중심부에 촘촘히 배열되어 있는 노란부분인 꽃잎이 없는 대롱 모양의 통상화(筒狀花)로 이루어져 있다. 꽃의 구성원인 작은 꽃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수술과 암술을 갖고 있으며 각자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는다.
가을에는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와 같은 국화가 꽃이 만발하는 시기 이지만 해국은 자생지가 달라서 이러한 가을꽃들과는 구태여 경쟁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국화과 계통 가을꽃들은 비교적 높지 않은 야산이 주 무대임으로 노는 장소가 다르다.
가을이 저물어 가는 10월 늦가을이 되면 대부분의 가을꽃들이 절정기를 지나서 잎이 마르기 시작하고 꽃이 볼품없어 지는 시기에도 해국은 오히려 싱싱함을 자랑 하듯이 건재하게 피어 있다. 해국은 다른 쑥부쟁이속 식물과는 구별되게 잎이 주걱모양이고 부드러운 털로 덮여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구별이 용이하다.
잎에 털이 많은 것은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어내야 함으로 보온 때문이다. 이 식물의 속명은 아스타(Aster)이고 종명은 스파튤리폴리스(spathulifolius)다. ‘아스타’는 라틴어로 ‘별‘이라는 뜻이고 ’스파튤리폴리스’는 주걱 모양 잎을 뜻한다. 따라서 꽃은 별을 닮고 잎은 주걱을 닮았다는 뜻으로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낸 학명이다.
해국은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한 반목본성(半木本性) 식물이다. 줄기와 잎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서 몇 해씩 견디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줄기가 굵어지고 목질화 되어 마치 나무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식물을 목본(木本)과 초본(草本)으로 구분하는데 목본식물은 줄기가 죽지 않고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에 줄기에 새싹이 돋아나게 된다. 초본식물은 가을에 땅위로 자랐던 줄기와 잎이 완전히 말라 죽고 이듬해에 뿌리에서 새로 새싹이 돋아나는 식물을 말한다.
국화과 꽃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일시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부터 차례로 가운데를 향하여 연속적으로 꽃을 피운다. 따라서 두상화서의 밑씨들은 일시에 수정되기 보다는 다른 수술의 화분으로 꽃가루받이 할 확률이 커진다. 같은 봉오리의 씨앗이라도 개체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질 수 있음으로 진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돋보이는 전략일 수 있다. 국화과 식물은 22,000 여종에 달하며 현화식물 중에서 난초과 다음으로 큰 과(科)이다.
해국의 쓰임새에 관한 기록은 알려진 것이 없다.
2016-01-2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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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5> 종덩굴(Clematis fusca)
여름철 숲 속을 다니다 보면 종모양의 흙 자색 꽃이 달려있는 덩굴식물을 만나게 되는데 종덩굴이라는 식물이다. 종덩굴은 중부 이북의 그늘지고 습한 지역에 자라는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는 낙엽덩굴나무로서 3-5미터 정도 자란다.
6~7월 경 잎겨드랑이에 종모양의 진한 갈색의 꽃이 한 송이씩 아래를 향하여 달린다. 꽃은 꽃받침이 진화한 것으로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육질로서 두껍고 표면에 가는 털이 있다.
이 꽃받침 조각 끝부분이 약간 뒤로 말린 형태를 하고 있으며 꽃 내부에는 수많은 암술과 수술이 포함되어 있다.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덩굴식물이라 해서 종덩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식물의 모양새가 종덩굴과 완전히 닮았고 꽃의 색깔만 검은 색인 유사종 식물로서 검종덩굴이 있다. 종 모양의 검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 해서 검은색을 뜻하는 ‘검’자를 ‘종덩굴’ 앞에 부쳐진 이름으로 무궁화종덩굴이라고도 한다. 이 두 가지 식물 모두 종명이 푸스카(fusca)인데 라틴어로 ‘검다’는 뜻으로 꽃이 검거나 검은 색에 가까운 흙 자색에서 비롯되었다. 이 계통 식물의 씨에는 긴털이 달려 있다.
검은 꽃을 피우는 식물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희소하다. 검종덩굴 꽃과 매우 흡사한 검은 꽃을 가진 식물로 요강나물이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며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나무로서 0.3-1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며 덩굴성인 검종덩굴과 차별화 된다.
농촌에서 종덩굴의 잎과 줄기를 산나물로 식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독성식물임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먹을 경우에는 반드시 데쳐서 충분히 잘 우려낸 후라야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자화철선연(紫花鐵線蓮)이라 하며 관절염을 치료하고 통증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검은 꽃은 왜 희귀할까? 인간의 감정으로도 검은 꽃에 대해서는 어떤 거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으로서 꽃가루받이를 위해 숙명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이다. 특히 곤충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곤충이 선호하는 색의 꽃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곤충은 과연 어떤 색의 꽃을 좋아할까? 일본 학자가 곤충이 선호하는 색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빈도수가 높은 꽃 색인 흰색, 노랑, 보라, 빨강, 초록 5가지에 대한 곤충의 방문회수를 관찰한 결과 곤충의 종류에 따라서 선호하는 색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래종 벌꿀은 초록색을 제일 좋아하고 제비나비는 빨간색을 배추흰나비는 초록색을 제외한 흰색, 노랑, 보라, 빨강을 거의 비슷한 정도로 좋아했다. 이 5가지 색은 모두 눈에 잘 띄는 밝은 색 계통이다. 인간의 꽃 색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빨간색이 절대적이었다. 검은 꽃은 곤충에게 매력이 없어서 꽃가루받이에 도움이 되지 않음으로 진화과정에서 피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꽃의 검은 색은 과연 검은 색소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 흙장미에서 색소를 추출한 결과 예상과는 다르게 검은 색소는 없었고 붉은 장미에 존재하는 안토시아닌만이 추출되었다. 꽃이 검게 보인 것은 검은 색소 때문이 아니라 안토시아닌의 농도와 꽃의 표피세포의 배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꽃뿐만 아니라 과일, 잎 또는 단풍 색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식물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식물성분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안토시아닌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식물세계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색은 이러한 식물성분의 다양한 배합으로 결정된다.
2016-01-0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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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4> 해오라비난초(Habenaria radiata)
7-8월 늦여름에 피는 꽃 중에 해오라비난초가 있다. 마치 학이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꽃은 어쩌면 저렇게 학의 모습을 빼닮았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워낙 희귀한 꽃이라 야생에서는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혹시 식물원이나 특별히 개인적으로 키우는 사람을 운 좋게 만나면 꽃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난초는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에 분포하며 볕이 잘 드는 습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난초과에 속한다. 꽃이 워낙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하여 멸종위기 종으로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는 식물이다.
꽃은 흰 색이고 꽃잎은 3개 그리고 수술과 암술은 융합된 형태로 꽃술대를 형성하고 있고 좌우대칭 형이다. 2개의 꽃잎은 위로 뻗어 있고 나머지 한 개 즉 세 번째 꽃잎은 수평으로 앞으로 뻗어있으며 3갈래로 다시 갈라진 형태를 하고 있다.
세 갈래 중에 가운데 조각은 혀 모양을 하고 있고 양 옆의 조각은 부채 모양인데 바깥쪽 가장자리가 잘게 갈라져 있다. 이 세 번째 꽃잎은 꽃가루 매개체인 곤충이 방문했을 때 착륙장 역할을 한다. 꽃의 전체 모습은 양 날개를 활짝 펼친 해오라기를 연상케 하는 모양새여서 해오라비(기)난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해오라비는 경상도 사투리로 해오라기를 말 한다. 해오라기는 백로과에 속하는 새로 온몸이 희고 목과 다리가 긴 새이다. 해오라비난초는 ‘꿈에도 만나고 싶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 처럼 아름다운 꽃이라면 누구나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10월 경 검은 열매가 달리며 열매 안에는 먼지처럼 보이는 종자가 수많이 들어 있다. 이 종자는 싹이 틀 수 있으나 발아율이 극히 불량해서 번식이 용이하지 않다. 뿌리는 타원형의 알뿌리다.
난초과 식물은 가장 진화한 식물군으로서 현화식물(顯花植物) 가운데 가장 큰 식물군을 이루고 있어서 현재 세계적으로 최소한 24,000 여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난초는 전통적으로 오랜 세월동안 동양화나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에 익숙하여 그림 속의 식물을 연상하게 된다. 선형으로 길게 뻗은 잎사귀 사이 꽃대에 작은 꽃송이 몇 개가 어울려져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식물이 바로 우리 의식 속에 형성된 난초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고아할 뿐만 아니라 식물 전체가 기품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의 난은 춘란이라 부르는 보춘화 이거나 한 겨울에 꽃을 피우는 한난(寒蘭)이다. 난 또는 난초는 난초과 식물을 통칭하는 말로서 난초라는 식물은 따로 없다.
모든 난초과 식물이 선형의 잎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 잎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난초도 종류가 많으며 꽃 모양에 따라 동물이름을 난초 앞에 붙인 것이 대부분이다. 해오라비를 비롯해서 갈매기, 제비, 잠자리, 새우, 감자, 지네발, 타래, 복주머니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난은 유별나게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梅), 죽(竹), 국(菊), 난(蘭)을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문인, 명사, 또는 화가의 화제(畵題)로 사랑을 받았다. 난을 멋지게 그릴 수 있는 것은 선비가 갖추어야 할 교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난초과 식물들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을 갖고 있어서 많은 원예가들의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난초는 어떤 꽃보다도 많은 원예종이 만들어져 현재 60,000여 종 이상의 잡종이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2015-12-2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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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 꽃무릇(석산)(Lycoris radiata)
9월 들어서 피는 대표적인 가을꽃 중에 붉은 꽃을 피우는 꽃무릇이 있다. 남부지방 절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수선화과에 속한다. 꽃의 생김새가 워낙 출중해서 처음 이 꽃을 접하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혹되고 만다.
이 식물의 특징은 잎은 없고 외줄기로 50 센티미터 정도 위로 곧게 뻗은 꽃대 끝에 5-7 송이의 붉은 꽃송이가 우산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꽃잎 6장, 수술 6개 그리고 암술 1개가 있으며 꽃잎은 뒤로 말리고 가장자리가 주름져 있다.
수술은 꽃 밖으로 길게 활처럼 뻗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다. 열매를 맺지 않음으로 꽃가루받이가 필요 없으니 곤충을 유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번식은 오직 알뿌리로 한다.
10월에 꽃이 지고 나면 비로써 잎이 돋아나서 겨울을 나고 4-5월 경 흔적도 없이 잎이 말라 자취를 감춘다. 잎 모양은 넓은 선형(線型)으로 난초를 닮았다. 9월 들어서 알뿌리에서 굵은 꽃대가 올라와서 풀잎 없는 꽃을 피운다. 즉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어 잎과 꽃이 함께 할 수 없다.
꽃무릇을 석산(石蒜)이라고도 하는데 ‘산(蒜)’은 원래 ‘달래’를 뜻하지만 ‘마늘’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늘은 대산(大蒜)이다. 석산이라는 이름은 꽃무릇의 알뿌리의 맛이 매우면서 달고 마늘냄새가 나는데서 비롯되었다.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와 전라남도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군락이 널리 알려져 유명하다.
꽃무릇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이곳을 찾아야 하는데 일기조건이 일정하지 않아 꽃 피는 시기가 해마다 차이가 있어서 개화일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너무 이르거나 늦어서 허탕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최상의 아름다운 꽃무릇을 촬영하는 것은 용이한 일 이 아니었다. 하지만 근래 서울 근교의 식물원이나 사찰에서도 꽃무릇을 키우고 있어서 구태여 고창이나 영광의 절로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꽃무릇을 사찰에서 많이 심는 이유는 예로부터 제지술이 발달한 사찰에서 불경제본과 서화나 탱화를 제작하려면 접착제가 많이 필요했고 꽃무릇에는 양질의 전분이 많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이다.
꽃무릇과 비슷한 꽃 중에 상사화가 있다. 많은 사람이 꽃무릇을 상사화라 부르기도 하는데 상사화라는 꽃은 따로 있다. 두 식물의 생태가 비슷해서 잎과 꽃이 함께 달리지 않는 것은 똑 같다. 그러나 개화시기가 달라서 상사화는 여름 꽃이고 꽃무릇은 가을꽃이며 꽃 색도 달라서 석산은 붉은 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이다.
꽃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다. 석산의 경우 수술이 꽃 밖으로 길게 뻗어 나와 있지만 상사화에서는 수술대와 암술대가 비교적 길지만 꽃 내부에 있으며 꽃잎이 주름지지 않았다. 꽃무릇과 상사화 모두 우리나라 토종식물은 아니고 먼 옛날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정서적으로 우리 토종 꽃이나 진배없다. 상사화란 이름은 꽃과 잎이 함께하지 못하는 이 식물의 생태가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처지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무릇과 상사화와 비슷한 우리 특산식물로 백양꽃(Lycoris koreana Nakai)이 있다. 처음 발견된 곳이 전라북도 백양사 주변이어서 백양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꽃 모양은 상사화를 닮았고 꽃의 색깔은 진한 황색이고 희귀식물인 동시에 특산식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속명 라이코리스(Lycor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라이코리스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꽃이 워낙 출중하게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유명하며 알뿌리는 전분제조 원료로 쓰일 수 있다. 한방에서 알뿌리 말린 것을 석산이라 하고 가래를 삭이고 이뇨, 해독에 사용한다. 맹독성 알카로이드인 라이코린(lycorine)이 들어있음으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2015-12-0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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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 개망초(Erigeron annuus)
망초와 개망초는 여름철 길가나 공터 등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잘 알려진 식물이다. 땅에 떨어진 씨가 싹이 터서 잎을 가진 채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꽃을 피우고 말라 죽는 두해살이풀(월년초)이다.
망초와 개망초는 모두 국화과식물이며 0.5-1 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위로 자란다. 하지만 잎이나 줄기가 비슷하여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꽃 모양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개망초는 6-7월에 꽃의 직경이 2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푸른빛을 띤 흰 꽃을 피운다.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는 꽃잎은 혀꽃(설상화)이고 암꽃이며 중심에 둥근 노란색 부분은 가늘고 긴 관으로 구성 되어있는 대롱꽃(통상화, 筒狀花)이다. 대표적인 국화과 꽃 모양을 닮았다. 망초는 개망초 보다 한 달 정도 늦은 7-9월에 개화하는데 혀꽃이 활짝 피어도 조금만 벌어지므로 꽃이 피다만 것처럼 꽃송이가 적어 보여 개망초에 비해 볼품이 없어 보인다.
망초와 개망초는 원산지가 북미로서 귀화식물이고 과거 우리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식물이다. 저주의 대상이 되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번식력이 너무나 왕성해서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밭작물에 골치 아픈 잡초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일합방이 진행되던 1900년 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던 해가 1905년이고 한일합방이 1910년에 체결되었다. 그 무렵 전에는 보지 못하던 흰색 꽃이 철도가 놓인 곳을 따라 급격히 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농촌 사람들은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식물의 씨앗을 뿌려 퍼트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소문은 점점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망한다는 뜻풀이를 가진 잃을 ‘망(亡)’자를 써서 망국초(亡國草)라 불렀는데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망초(亡草)가 되었다.
그 얼마 후 또 다른 보지 못하던 새로운 꽃이 나타났는데 망초와 비슷하지만 모습이 더 예쁜 꽃이었다. 당시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그 시대 사람들은 뒤틀린 마음에서 실은 더 예쁜 새로운 식물을 ‘망초’보다도 못한 ‘개망초’라고 불렀다. 접두사 ‘개’는 대개 무엇보다도 못한 이란 의미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일본인들이 씨앗을 퍼뜨렸다하여 ‘외풀’이라고 불렀고 꽃 모양이 계란플라이를 닮았다 하여 ‘계란풀’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어떻게 망초가 조선 땅에 전파된 것일까 ? 과연 당시 조선인의 생각처럼 일본인의 고의적인 소행일까 ? 일사보호조약을 체결한 일본은 항구에 도착한 화물을 내륙으로 운반해야 했고 다른 한편 조선의 농산물을 일본으로 실어 나루기 위해서 서울-부산 간 철도를 개설했다.
이때 철로 밑에 까는 침목을 북미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하는데 망초 씨가 침목에 묻어서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도 철로를 따라 망초와 개망초가 많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기찻길은 어디론가 떠남을 상징하는 낭만적인 단어인데 당시의 조선인들은 그런 낭만적인 기분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 망한 것이 어찌 망초와 개망초 탓이었겠는가 ?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침략을 당한 우리 자신의 무능과 또한 침략을 자행한 일본의 책임을 예쁜 꽃에 전가한 것은 떳떳치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망초와 개망초는 씨앗에 깃털이 붙어 있어서 바람에 잘 날라 갈 수 있는 풍매화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강한 망초는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연한 순은 데쳐서 우려낸 다음 나물로 무쳐먹거나 국거리로 삼는다. 한방에서는 전초 말린 것을 비봉(飛蓬)이라 하며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고 가려움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성분으로 리모넨(limonene)과 리나로올(linalool)이 알려져 있다.
2015-11-25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