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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 21세기는 맞춤약학 시대 (上)
2006년 2월20∼21일 동경에서 제1회 FIP-일본약제학회 공동주최로‘Individualized Medicine (맞춤약학)’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안전성은 과학적 이슈인가 사회문화적 이슈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지금까지의 약물요법은 어른이면 1정, 어린이면 1/2정 식의 소위 일정량 투여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약물에 대한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갈게 되었다.
즉 어떤 약이 어떤 사람에게는 약효를 나타내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100여 년 전 환자를 약물, 음식, 환경에 대한 반응에 따라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4개의 체질로 나눈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약물유전학의 기원이 우리나라 6.25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흑인 병사에게 항말라리아 약인 프리마퀸을 투여하였더니 복용자의 약 10%에서 빈혈이 나타났는데, 이들에게는 G6PD라는 유전자가 부족하여 이 약을 대사시키는 효소 레벨이 낮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최근 약물유전학 (pharmacogenetics)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사람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그 때문에 약에 대한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
그 후 같은 약, 같은 용량으로 지구상의 모든 환자를 인종에 관계없이 치료하려는 생각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가지 용량으로 모든 환자를 고치겠다는 발상을 ‘One-size-fits-all’ 요법이라고 하는데 최근 이 요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 매년 미국에서만 입원환자 중 약 10만 명이 약물부작용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이들의 유전적 특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증상·나이·체중이나 기타 임상지표 등만을 보고 의약품을 투여하는 현재의 ‘One-size-fits-all’ 요법은 때로는 효과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셋째, 환자에게 올바른 약을, 올바른 용량으로,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주의사항과 함께 투여하였다면 대부분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앞으로 약물유전학이 발달되면, 환자나 질병을 유전적 특성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꼭 맞는 소위 ‘맞춤약의 조제 및 개발’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는 기성복보다 맞춤옷이 내 몸에 잘 맞는 것처럼 환자들에게 최적의 약물요법을 보장해 줄 것이다.
최근 한국인중 Cyp450 2D6란 효소의 레벨이 낮은 사람이 인구의 7% 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식약청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약인 치오다리진을 처방할 수 없도록 조치한 바가 있다. 이처럼 ‘맞춤약학’은 환자의 안전성과 치료를 보장하는 ‘약물요법의 꿈’이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6년제 약학교육에서 임상약학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는 ‘맞춤약학’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21세기는 꿈의 약물요법인 ‘맞춤약물요법의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8-01-02 1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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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 제약은 산업이다.
지난 11월 8일에는 대한약학회 총회 및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제1회 팜월드 포럼 (주제: 국내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열렸다. 이날 필자는 패널로 참여하여 “제약을 산업으로 보는 마인드를 가진 정부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였는데, 그 의견을 여기에 옮겨 보기로 한다
의약품은 국민 복지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들로 하여금 큰 비용 부담없이 안전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공급체계를 확립하여야 한다. 현재 복지부와 식약청은 각각 가격과 품질의 규제를 통하여 이 사명을 잘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을 복지의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은 의약품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인식할 우려가 있고, 규제만 하다 보면 제약산업 자체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
규제가 아니더라도 아시아의 제약산업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거의 다 고사되었을 정도로 다국적 기업에 밀리고 있다. 여기에 규제일변도 정책에 의하여 만약에 국내제약산업이 고사하게 된다면 국산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규제의 본목적이었던 복지도 달성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사명이라고 한다면 이런 상황, 즉 국산 의약품이 없어진 상황하에서는 정부는 정부의 존재이유 마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제약을 복지의 수단임과 동시에 엄연한 산업으로도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복지부나 식약청이 이런 시각, 즉 제약을 산업으로 이해하고 제약산업의 진흥에 힘을 쏟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복지부나 식약청의 사명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약을 산업으로 바라보는 정부 내 별도의 부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을까? 식품의 경우, 역시 복지부와 식약청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그 원료에 대해서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유사한 구도로 의약품의 복지적 측면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식약청이 규제하도록 하되 산업적 측면에 대해서는 진흥적 마인드를 갖는 부서가 담당하였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아버지는 엄하게 가르치고 (규제) 어머니는 따듯하게 격려해야 (장려) 자식이 바로 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 (결국 제약산업)을 21세기의 10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해 놓은 바 있다. 그러나 규제만 하는 산업이 성장동력산업이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10대 성장동력산업 선정에 걸맞는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정부 부서가 필요해 보인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러한 인식을 갖기에 적합한 부서는 산자부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산자부 산하에 “제약산업연구원” 같은 기관을 만들면 어떨까? 이 연구원을 통하여 제약을 산업으로, 그것도 문자 그대로 성장동력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한 마스터 플랜 (예컨대, 국제규제와 무역장벽, 신약개발 전략, 신약개발 인력 양성 및 수급 계획, 인허가 제도, 신약개발 기술의 관리, 의약품의 사후관리, 특허 등등)을 수립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마침 동화약품 (골다공증 신약기술 수출)을 비롯한 몇몇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 관련 기술을 선진국에 수출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겨울바람을 이겨낸 매화의 꽃봉우리처럼 소중하고 눈물겨운 결실들이다.
우리의 꿈, 신약강국의 꿈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징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제언한다. 지금 바로 제약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진흥을 서두르자고. 불씨가 있을 때 기름을 부어야 하지 않겠는가?
2007-12-13 1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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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 약대6년제 준비의 시급성과 방향성
2009년부터 약대6년제가 시작되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불투명한 바가 많다. 우선 2011년에 처음으로 타학과 2년 이상 수료자를 대상으로 6년제 약대신입생을 뽑을 것인지, 아니면 요즘 한국약학대학협의회(이하 약대협)의 노력처럼 2009년부터 타학과 2년이상 수료자를 대상으로 6년제 신입생을 뽑을 것인지부터 불투명하다.
2011년부터 약대 신입생을 뽑는 경우 어느 학과에 진학해서 어느 과목을 2년 이상 이수해야 약대 입시에 응할 수 있는지, 또 만약에 2009년부터 6년제 약대신입생을 뽑기로 한다면, 어떤 선수 (先修)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약대 응시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를 내년 초까지는 공시해야 할 것이다.
6년제 교육의 목표 또한 새삼스레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우리의 6년제는 소위 2+4년제로 미국의 경우에 가깝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4+2년제인 일본에 가깝다.
우리가 일본처럼 4+2년제를 채택했더라면 일본을 모방하기 쉬웠을 것이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무엇을 가르치고자 교육연한을 연장하려 하는가”를 명백히 하자고 주장하였다. 자칫하면 6년제는 “늙은(즉, 2년 이상 더 나이 먹은) 학생 4년 가르치는 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떠한 약사, 어떠한 약대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가?” 필자는 “임상약학 전문가, 신약개발지도자 또는 제약산업의 리더를 길러 내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강의 과목 또는 약사고시 과목을 중심으로 6년제를 설계하면 소위 “학과목 이기주의”에 의해 6년제는 필연적으로 ‘단순한 연한 늘이기’에 불과해질 우려가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6년제 약대 교육의 목표를 위의 3가지로 명쾌히 정의한 다음, 이에 필요한 지식을 4년에 걸쳐 단계별로 교육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소위 ‘목적이 이끄는 커리큘럼’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방식을 Bottom Up 식이라 한다면 새로운 교육방식은 Top Down 방식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6년제 하에서의 강의과목은 예컨대 임상약학 1, 2, 3, 4 및 신약개발학1, 2, 3, 4 그리고 제약산업학 1, 2, 3, 4 로 단순화시킬 수 있고, 현행 4년제 하 교육의 문제점인 일부 지식의 중복, 필수 지식교육의 누락, 학과목간 연계성 부족 및 교육목적 불투명 같은 문제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안은 다소 과격한 개혁 같아 보이긴 하지만, 6년제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약대6년제는 지금은 이미 그 구체적인 실행 모습이 드러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논의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비상시국임을 인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분위기는 약대협 내에서조차 별로 감지되지 않는다.
이제 시간표를 정해 놓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결정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이에 필자는 약대협, 대한약사회, 병원약사회,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가 ‘약대6년제실행위원회(가칭)’라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기를 제안한다. 약게는 물론 정부도 남의 일처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약학교육은, 다른 모든 교육과 함께, 우리나라, 우리국민의 것이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07-11-27 1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