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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53> 미국 약국과 한국 약국의 차이 II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하고 왔다. 친구약국을 방문했는데 미국 약국과 많이 다른 점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약국크기에 차이가 많이 났다. 미국 약국은 드럭스토어에 슈퍼까지 포함되는 '자이언트' 비지니스 약국임에 비해 한국은 약국만 있는 소형 비지니스이니 약 5~10배 정도의 사이즈 차이가 났다. 처방전을 보면 한국은 인쇄된 처방전만 통용되고 있었는데 미국은 인쇄된 것 뿐 아니라 손으로 쓴 것, 그리고 팩스나 전자메일로도 처방전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전화로도 처방전을 받는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인쇄된 처방전만 허용 하는 게 좋다고 생각되지만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는 미국처럼 다른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갑자기 약이 떨어졌을 때라든지 멀리 여행을 가서 아플 경우 종이 처방전이 아닌 다른 방법이 더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실 근본적으로 문화 차이인데 미국이 보다 신용사회라 인쇄 외의 다른 방법을 허용하고 있다고 본다. 전화 처방전 같은 경우는 서로를 신뢰 못하는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처방전의 내용을 보면 한국은 전통적인 한방의 영향을 받아 한 처방전에 많은 약들을 함께 처방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항생제와 해열제, 소염제, 거기에 위장약 등을 함께 처방하고 있었는데 미국은 한 처방에 한 종류의 약만 처방한다. 같은 감기약 처방이라면 미국은 항생제만 처방하고 처방전이 필요 없는 OTC 해열제 등은 그냥 환자에게 알아서 사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하루에 100개의 조제건수를 올렸다고 하면 그것은 100개의 처방전을 받아 100종류의 약을 조제했다는 말이 된다. 아이들 약이어선지 몰라도 한국에선 약을 갈아 주는 경우가 많던데 미국에는 가루약인 경우는 거의 없다. 오직 소아 항생제의 경우만 미리 ready made된 가루약에 약사가 물만 부어서 현탁액으로 전해준다.한국은 동네약국과 문전약국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데 미국은 그 차이가 별로 없다. 미국은 한국처럼 '문전'이란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나오면 바로 약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굳이 병원 근처 약국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 근처 약국을 간다. 그게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미국은 약국 보조원이 조제를 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감수 부분은 약사가 한다. 모든 조제가 가루약이 아닌 제조회사에서 출시된 상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제는 보조원이 하고 약사는 약이 제대로 들어 있나만 확인하면 된다. 한국은 한 처방에 여러 약이 섞여 있으므로 보조원의 조제를 약사가 감수하기가 너무 어렵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보조원의 조제가 불가능하다.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리필이다. 한국에는 리필이 없으므로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와야 일을 시작한다. 반면 미국은 리필이 있으므로 아침에 문을 열면 리필처방전이 컴퓨터에 잔뜩 쌓여있고 일과 중에도 수시로 전화나 온라인으로 리필 요청이 들어 온다. 비지니스면에서나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서도 한국에서 리필은 꼭 도입돼야 한다. 또 한가지, 한국의 약사는 공부를 많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비지니스이기 때문에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에 비해 미국의 약사들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 약사들이 대부분 큰 회사의 종업원이고 달리 승진을 하는 것도 아니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릴랜드의 경우 2년에 한 번 면허 갱신할 때 30개의 논문을 읽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 점은 미국 약사들이 한국 약사들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2014-06-11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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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52> Off-Label Drugs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루증에 고민하던 매튜는 그 동안 여러 가지 조루증치료법들을 이용해 보았지만 그의 은밀한 고민은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창피했던 매튜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급기야는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그는 해결책을 찾았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우울증약 Paxil(paroxetine)이 조루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신과약인 이 약이 비뇨기과에서는 'Off-Label'로 조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이었던 것이다. Off-Label이란 약물을 FDA에서 허가가 난 효과가 아닌, 즉 packaging label이 아닌 다른 효과로 그 약을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그 '다른 효과'에 대해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의사들의 임상경험과 학술지 발표 등을 근거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Off-Label 처방을 허용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그 내용을 알려야 할 의무도 없다. 사실 Off-Label처방이 일반화된 약물의 경우 의사들도 Off-Label 처방을 인지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재 처방 5개중 1개가 Off-Label 처방이라는 통계가 있다.미스 머피는 고혈압으로 'label'된 Nadolol을 Off-Label로 수년간 편두통 치료제로 복용하고 있었는데 최근에야 자신이 Off-label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미스 머피는 그 동안 자기가 새로운 적응증과 부작용에 대한 실험 대상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은 약간 안 좋았지만 약이 효과도 있고 부작용도 특별한 것이 없었으니 불만은 그다지 없다 한다.Off-label 처방이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는 항암제 분야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1-2 종류의 암에 대해서만 일단 허가를 받고 출시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약들이 허가 받지 않은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래서 환자들이 'lable'된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을 경우 의사들이 Off-Label로 다른 항암제를 치료에 적용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소아 신경정신과에 쓰이는 약물은 대부분 Off-label 처방이다. 이 약물들은 대개 아이들에게는 test되지 않고 출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6세 이하의 환자에 대한 약물은 90%이상 Off-label 처방이다.하지만 Off-label 처방은 정식으로 허가 받은 사항이 아니므로 환자가 부작용 등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소송에 걸릴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mood stabilizer인 Seroquel을 치매환자의 비슷한 증상에 Off-Label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은 치매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약이다. 왜냐하면 이 약은 노인에게는 "black box" warning으로 label된 약물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의 경우 Off-Label효과에 유혹이 생겨 그 적응증을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슬그머니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물론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는다. 일례로 Warner-lambert사는 간질 발작 lable약인 Gabapentin이 Off-Label로 편두통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고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여 이 약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FDA는 이 회사를 고발하여 이 회사는 최종적으로 4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정부에 납부하였고 당연히 마케팅은 이 후 금지되었다.환자의 안전을 위해 Off-Label처방을 좀 더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계속 되어 왔지만 그로 인해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가 줄어든다는 반론에 항상 직면해왔다. 하지만 환자의 safety를 고려한다면 오래된(?) Off-Label 약물들은 정식으로 label 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4-05-28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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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51> 과장광고
미세스 존스가 가져온 처방전을 보니 Ursodiol 300mg, bid for 30days 즉, 담석치료제인 Ursodiol 300mg을 하루에 두 번 30일간 복용하라는 처방전을 가져왔다. 미세스 존스는 가슴아래 옆구리쪽이 몹시 아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쓸개에 담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의사는 수술을 하기 전에 약으로 일단 해결해 보자면서 이 약을 처방했다 한다. Ursodiol는 Ursodeoxycholic acid로 담즙의 주요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을 용해하는 작용이 있어 콜레스테롤로 인한 담석의 용해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모든 동물의 쓸개는 이 성분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초기에는 동물 추출물을 약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약물이 간장약으로 과대광고 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려 50년간이나 이 약이 간장약으로 팔렸다는 건 소비자에게나 담당회사에게나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곰 쓸개, 웅담의 효능 중 간에 좋다라는 한 줄이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거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웅담은 인삼이나 녹용 등이 그렇듯이 오만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다. 웅담은 소염, 해독작용뿐 아니라 소아 간질, 중풍, 고혈압, 심장병, 근육통, 그리고 눈을 밝게 해주는 효과 등이 있다. 또한 웅담은 설사, 종기 심지어는 치질에도 효과가 있다. 이런 웅담의 여러효과중 간 작용만 쏙 빼서 간장약이라고 광고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이 약은 웅담이 아니라 chemical 인 Ursodeoxycholic acid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Ursodeoxycholic acid가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 약간의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약이 처방약이라면 몰라도 모든 국민의 간장약으로 판매되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이 약의 체내 대사물인 lithocholic acid는 특정인에게는 오히려 간독성을 유발하는 약물이다. 따라서 Ursodeoxycholic acid는 절대로 일반약으로 판매되서는 안된다. 이렇게 오래된 약들은 약효 재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약도 정말 간에 효과가 있다면 반드시 재평가를 받아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과장광고로 소송까지 가서 소비자에게 배상해 준 사례가 있다. NASCAR라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광고하여 엄청난 매출을 올린 ExtenZe라는 남성 성기능 촉진제가 그것이다. 이 회사는 이 약은 생약이므로 절대 안전하며 특히 남성심볼의 크기를 증가시킨다고 과장광고 하였다. 효과는 커녕 부작용만 경험한 소비자들이 소송을 걸어 이 회사는 거액을 배상해 주고 지금은 그냥 성기능촉진제, 부작용주의라며 판매하고 있다. 사실 간에 좋은 약은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우리 몸의 간은 해독작용을 하다 지치므로 독성물질을 간으로 적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간 보호 작용이다. 즉, 술이나 담배 등의 해로운 chemical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간이 쉴 수 있도록 몸이 같이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휴식만큼 좋은 간장약은 없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5-14 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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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50> 혈우병 (Hemophilia) 이야기
혈우병 치료제 개발회사 Biogen의 연구 개발 책임자인 해밀턴 박사는 어느 날 아침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자기 이름은 라스푸틴 인데 지금 러시아 황태자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니 빨리 혈우병 Type B 치료제인 Alprolix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라스푸틴 이라면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 때 사람으로 러시아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하여 황후의 신임을 얻은 자가 아닌가? 그 후 온갖 악행을 저질러 결국 러시아 혁명의 원인을 만든 그 장본인, 괴승 라스푸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 저쪽에서 라스푸틴은 Alprolix 뿐 아니라 혹시 모르니 임상실험중인 혈우병 Type A 치료제인 Eloctate도 같이 보내달라고 재촉한다. 아니 이런 황당한 일이? 이 사람이 어떻게 미래로 연락을? 라스푸틴이 도술을 부려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했다더니 결국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라스푸틴과의 통화는 계속 되었다. 그는 얼마 전에는 혈액응고 인자 Factor VIII의 분비를 촉진하는 Desmopressin도 써 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약은 mild한 혈우병에나 효과가 있는 약이라 알렉세이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고. 그래서 라스푸틴은 유전자 조작법으로 만든 Factor VIII (Eloctate)과 Factor X (Alprolix)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이상한 전화지만 환자치료가 최우선이니 해밀턴 박사는 라스푸틴의 요구대로 두 약을 등기속달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황궁으로 보내 주었다. ㅎㅎ혈우병은 멘델의 유전법칙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유전질환이다. 여자에게는 잠재형으로 나타나며 이 잠재형의 여자와 건강한 남자 사이에서 50%의 확률로 혈우병을 가진 아들이 출생하게 된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는 아내 알렉산드라와 결혼하여 딸 넷을 낳고 혈우병을 가진 알렉세이를 얻었는데 황태자의 어머니 알렉산드라가 혈우병 잠재형 이었던 것이다. 알렉산드라의 혈우병인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서 왔는데 알렉산드라는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녀였고 빅토리아 여왕이 바로 혈우병 잠재형 이었기 때문이다. 혈우병은 유전병이기도 하지만 30% 정도는 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빅토리아 여왕도 그의 조상에서 혈우병 환자가 발견되지 않기에 돌연변이에 의한 잠재형으로 추정되고 있다.von Willebrand Disease도 혈액응고 인자 vWF가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우병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 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개나 돼지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다. 혈우병과 마찬가지로 혈액응고에 문제가 있으며 특히 이 병환자가 여성인 경우 월경시 과다출혈과 아이를 출산할 때 매우 위험하게 된다. 수혈과 유전자제제로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2009년에 FDA에서 승인된 Lysteda (Tranexamic acid)도 이러한 목적으로 쓰인다.라스푸틴이 어떻게 황태자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치료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알렉세이의 혈우병이 이 후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황후의 신임을 얻은 라스푸틴이 러시아 정치에 개입하여 온갖 폭정을 행함으로써 러시아 혁명을 앞당긴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로 인해 러시아 마지막 황태자 알렉세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혈우병이 아니라 볼세비키가 보낸 자객의 총격을 받고 죽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겨우 14살이었다.
2014-04-30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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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9> 장애자 배려하는 미국
동네 어귀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려고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스쿨버스는 아이들로 꽉 차서 학교에 도착한다. 그런데 뒤늦게 또 다른 스쿨버스가 한 대가 단지 깊숙히 들어 온다. 이 동네 끝 집의 한 아이를 태우기 위해서다. 그 아이는 잘 걷지 못하는 장애아다. 그 한 아이를 위해 정부에서 전용기사와 전용 스쿨버스를 제공하고 있다.학교를 가면 잘 걷지 못하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받지만 지적 장애아들은 따로 교육을 받는다. 각 학교마다 특수 전문 교사가 있어 이 아이들을 거의 개인 교습하듯 가르친다. 미국 공공교육의 초점은 잘하는 아이들 쪽 보다는 따라 오기 힘든 아이들을 일정한 궤도까지 끌어 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 class도 그러한 제도의 일환이다. 이 아이들은 영어를 따로 배우다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ESOL선생님의 지도로 일반반으로 이동하게 된다.이러한 장애아들에 대한 제도가 미국에 정착된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그것이 그냥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전형으로 소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최고의 이념으로 손꼽히는 나라였다. 언뜻 보기엔 굉장히 합리적인 표현 같은 이 말에는 사실 무서운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은 버리고 가자는 말이기 때문이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가 미래에는 식량이 부족할 것이니 병자들은 죽게 내버려 두라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발달로 부를 축적한 미국은 뒤를 돌아다보게 되었고 결국 뒤처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게 되었다. 케이블 TV TLC의 "The Little Couple"은 난장이 부부의 생활을 생생히 담은 리얼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2009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데 난장이 부부 중 아내인 제니퍼는 키가 96cm이고 남편 윌리암은 112cm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니퍼는 Dr. Arnold로 텍사스병원의 소아과 의사다. 그 작은 키로 어떻게 의사 수련을 감당했을까 궁금하지만 미국의 훌륭한 장애자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존스홉킨스 병원 의사인 이승복 박사는 고등학교때 운동을 하다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그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의지도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그의 장애를 인정해 주고 학업과 수련을 계속 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준 학교측에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재활의학과를 선택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얼마 전 어느 약국 체인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자칩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자칩은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복용약물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복약지도 등을 담은 설명서를 시각장애인이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만든 전자칩이다. 이 회사는 이 칩과 함께 칩을 이용할 수 기계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 많은 약물에 대한 칩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일반 사기업에서 정말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맹자왈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측은지심'이 있다고 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도 처음엔 물질적인 최대행복에 기울었겠지만 차츰 정신적인 행복,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사회적 합의에 다다른 것일 것이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모든 장애인을 위한 제도도 주민들, 바로 우리 이웃들이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2014-04-16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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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8> 백인들의 무서운 유전병 Cystic Fibrosis
미세스 피셔는 정기적으로 아들 제임스의 inhaler를 픽업하는데 가끔 항생제 처방전도 같이 들고 온다. 난 제임스가 천식이 심해서 관련 약들을 복용하는 줄 알았더니 제임스는 Cystic Fibrosis 환자였다. 제임스는 호흡기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장기능에도 문제가 있고 생각보다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
Cystic Fibrosis는 유전병이다. 아메리칸 인디안이나 히스패닉, 아시안들에게도 간혹 발병하기도 하지만 95% 이상은 백인들, 특히 북부 유럽 출신들 백인들에게만 나타나는 유전병이다. 미국에만 현재 30,000명의 환자가 있으며 매년 2,000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Cystic Fibrosis는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CFTR)이라는 인체내 fluid를 조절하는 효소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문제가 발생하는 질병이다. 주로 thick mucus가 기도뿐 아니라 폐의 airway를 차단하여 호흡이 곤란하게 되고 이 sticky한 mucus에 의해 세균감염도 빈번하게 된다. Pancreas에도 thick mucus가 끼어 소화효소를 배출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소화장애, 변비 등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제대로 영양을 흡수 못하므로 성장에도 문제가 생기며 남자들은 생식기능을 잃어버린다.
질병의 처음 발견은 아이가 태어날 때 똥을 전혀 배설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발견할 수도 있고 아이의 뺨에 키스를 한 후 짠맛을 느껴 이상하다고 병원에 데려가서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전해질의 transfer를 조절하지 못하므로 땀에 유난히 salt가 많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Cystic Fibrosis carrier (-+)이면 엄마, 아빠는 평생 질병에 노출되지 않지만Cystic Fibrosis발병 (++)할 아이가 25% 확률로 생긴다. 이러한 congenital문제로 인해 임신 후에 유전자 검사로 Cystic Fibrosis가 확실하면 인공 유산하는 일은 현재 합법적이다.
Cystic Fibrosis 환자는 폐에 가래가 잔뜩 껴서 호흡 곤란이 오기 때문에 기도를 확장해 주는 약을 써서 항상 호흡을 원활히 해 주어야 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신선한 산소 등을 공급해 주고 마지막에는 lung transplant까지 시도 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세균 감염 때문에 자주 항생제를 복용하게 된다. 변비치료제는 항상 기본이고 소화장애에 의한 결핍된 영양소를 계속 공급해 줘야 한다. Pancreatic enzymes은 물론이고 다양한 단백질과 영양소들, 특히 비타민 A, D, E, K등은 꼭 공급해 줘야 한다. Salt가 이상 배설되므로 소금도 자주 섭취하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치료약은 아직 없다.
Kalydeco (Ivacaftor)라는 약이 Vertex Pharmaceuticals라는 회사에서 2012년에 개발되었으나 전체 Cystic Fibrosis 환자 중 겨우 4%의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약이고 효과도 10% 정도에 그쳐Cystic Fibrosis 환자와 가족들을 실망시켰다. 거기다 이 약의 약값은 한 달치 60알이 무려 $30,000 에 달해 치료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년 수입 $150,000이하 가정에는 Cystic Fibrosis재단과 NIH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free로 약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약회사의 터무니 없는 폭리는 의사들의 항의를 촉발시켰다. 의사들은 제약회사에 공개 편지를 써서 약을 개발하는데 제약회사의 노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우리 의사들의 임상과 연구가 바탕이 된 것이니 우리 기여 분 만큼 약값을 내리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아직 약값 인하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Cystic Fibrosis는 이렇게 치료약도 없고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조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Cystic Fibrosis환자의 평균수명은 37.5세에 불과하다. 제임스는 이제 17살의 소년인데 산술적으론 20년 밖에 안 남았다. 하지만 나날이 어두워지는 미세스 피셔의 얼굴을 보면 그 마저도 남지 않은 듯하다. Cystic Fibrosis는 유전자 질환이므로 유전학자들의 연구참여가 절실하다. 최근의 유전자 치료법 (Gene Therapy)의 비약적인 발전이 Cystic Fibrosis에도 조만간 적용되기를 기원해 본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4-03 1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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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7> Specialty Drugs
약국으로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배달되어 왔다. 미스터 로버트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Simponi (Golimumab)이다. Specialty Pharmacy가 보낸 약으로 미스터 로버트는 내일 약을 찾으로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류마티스관절염은 과다 분비된 TNF-alpha (tumor necrosis factor-alpha)라는 cytotoxin에 의해 관절이 공격당해 pain, stiffness, swelling등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Simponi는 이 TNF-alpha 의 Inhibitor이다.
Specialty Drug은 주로 바이오약물이며 난치병이나 희귀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또한 Specialty Drug은 스페셜한 관리와 취급을 요하며 대체로 값이 매우 비싸다 (한 달에 $600 이상). 이 전에는 일반약국에서도 Specialty Drug을 취급하였는데 요즘은 "limited distribution"으로 아예 Specialty pharmacy에서만 취급하도록 명문화하였다. Simponi의 경우 주사제로 한달에 한 번 관절에 직접 주사하는 약물이고 같은 성분의 Simponi Aria의 경우는 30분간 infusion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약들은 일반약국에서 핸들링하기가 쉽지 않아 Specialty pharmacy에서 다루게 된 것이다.
이러한 Specialty Drug으로는 Simponi외에도 빈혈치료제인 Procrit, 항암보조제인 Neulasta (Pegfilgrastim), 항암제 Rituxan, Multiple sclerosis 치료제인 Tacfidera, Cystic fibrosis에 쓰이는 Kalydeco등이 있다. Specialty Drugs은 일반약들에 비해 평균 50배가 비싸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약들은 그 보다 훨씬 비싸다. 예를들면 Simponi는 한 방 주사에 $5500, Tacfidera의 일년 비용은 $55,000, Kalydeco의 경우는 일년 비용이 무려 $300,000에 달한다.
이렇게 비싼 약을 보험회사가 쉽게 커버해 줄리가 없다. 어떻게든 싼 일반약으로 유도하거나 리필횟수를 줄이거나 하는 방법등을 동원하여 비용절감을 도모한다. 그래서 Specialty pharmacy 팀에는 약사, 간호사 뿐 아니라 보험회사와 협상할 보험 담당직원, 심지어 환자에게 융자도 상담해 주는 재정전문가도 속해 있다.
2012년에만 40개의 Brand약물의 특허가 만료되어 Big Pharma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제약회사도 일반약보다는 Specialty Drugs의 개발을 선호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3년에 FDA에서 허가 받은 신약의 60%는 Specialty Drug라 한다. 현재 Specialty Drug의 처방은 전체 1%에 불과하지만 그 비용은 25%에 달하며 2019년에는 그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갈수록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면서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고 있다. 새로운 질병은 기존의 치료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의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의 질병은 이상한 놈(병균), 이상한 물질(노폐물), 이상한 증상(혈압등)등 , 피아 구분이 확실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질병들은 자가면역 질환처럼 피아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은 질환이다. 그만큼 정밀한 약물의 개발이 필요한데 Specialty Drug들이 과연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Specialty Drug들이 일반약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치료약임은 틀림없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에는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3-12 1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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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6> Multiple Sclerosis
미스 루빈이 스페셜 주문한 Copaxone을 찾으러 왔다. 미스 루빈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의 약을 이렇게 찾으러 오는데 만성병인 Multiple Sclerosis 환자 미스 로빈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야 될지도 모른다.
Multiple Sclerosis는 신경을 싸고 있는 Myelin Sheath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Mistakenly하게 자기 면역 세포에 의해 공격을 받아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손상을 입은 Myelin Sheath로 인해 뇌로부터 감각 기관, 운동 기관, 시신경 등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고장을 일으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 증상들로는 안면마비, 발란스 이상, 경련, 혼미, blurred vision등이 있다.
Multiple Sclerosis는 전세계에 약 200만 명의 환자가 있으며 미국에서만 매 주 200명의 환자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위도상 북반구지역에 다발하는 질환이다. 북유럽이나, 미국 북부, 캐나다 등에 환자들이 많아 이 질병이 햇빛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는데 아직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데이터는 없다. 환자들은 주로 백인들이며 아시아인 환자는 극히 드물다.
유명한 가수 패밀리인 오스몬드 패밀리의 맏형, 앨랜 오스몬드가 이병에 걸려 25 년간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의 아들인 데이빗도 얼마 전 같은 병이 발병하였다. 데이빗의 증상은 아버지보다 더 나빠 강력한 스테로이드 없이는 한동안 휠체어에서 지내야 할 정도였다.
원인을 모르는 이 병은 오스몬드 부자에서 보듯 유전적인 원인도 있다. 데이빗은 처음에 뇌염모기와 비슷한 West Nile모기한테 물려 뇌염에 걸린 줄로 알았었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바이러스에 의해 잠재되어 있던 Multiple Sclerosis가 Trigger된 거라고 한다. 한Multiple Sclerosis환자는 실업, 이혼 등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이 병에 걸린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약물 Copaxone은 Myelin을 이루는 네가지 아미노산의 폴리머로 Regulatory T-Cell을 활성화시켜 Myelin을 공격하는 다른 T-cell을 억제해 준다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기전도 효과도 확실히 확립되어 있지는 않다. 또 다른 약으로는 베타인터페론이 있는데 비교적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장기적 사용에는 효과가 반감된다는 보고가 있고 무엇보다도 약값이 너무 비싸 (한 싸이클에 4000달러정도) 보험으로 처리하더라도 환자가 사용하는데 부담이 꽤 크다.
류마티스 질병, 크로한씨 병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그렇듯이 이 병에도 근본적 치료약은 없다. 베타인터페론이나Copaxone도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이지 병을 완치시키는 약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다행이 다른 자가면역질환같이 이 병도 잘만 관리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상적인 수명을 누린다고 한다.
오스몬드 부자도 증상치료제 외에 여러 가지 약들을 써보는데 Homeopathy, 심지어 Aromatherapy 도 시도하고 있다. 거기에 50여가지 건강식품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서 Gluten-free (wheat-based products) 와 Casein-free (milk protein) 등 식단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금주는 물론 기본이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으로 오스몬드 부자의 증상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Multiple Sclerosis환자는 주위의 도움이 절실한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Multiple Sclerosis환자들의 이혼율이 일반인의 2배에 달한다는 안타까운 통계가 있다. 그만큼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많이 힘들다는 것의 반증이지만 가족의 Unconditional사랑이 Multiple Sclerosis환자뿐 아니라 모든 만성병환자에게 지속되기를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2-26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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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5> 시력검사
운전 면허를 갱신하라고 메일이 날라 왔는데 eye doctor에 가서 시력검사하고 사인을 받아서 제출하란다. 그 전에는 MVA(Motor Vehicle Administration)에서 보이나 안 보이나 정도의 간단한 시력 테스트만 받고 바로 면허를 내 주었는데 갑자기 대폭 바뀌었다. 아무래도 검안의사협회 등의 로비가 통했나 보다.시력검사비만 6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 하는데 안경을 쓰는 사람이야 그래도 어차피 할 검사니까 그렇다 쳐도 눈이 좋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약국에 와서 이 검사 어디서 하는지 물어 보러 온 히스패닉 노동자도 있었을 만큼 이 건은 많은 사람들에 생소한 일이다. Eye doctor는 Optometrist로 한국의 검안사와는 다르게 검안의사 정도로 번역이 되겠다. Eye doctor가 되려면 학부 2-3년을 마치고 4년제 Optometry School 을 졸업하여야 한다. Eye doctor는Doctor of Optometry로 시력검사 뿐 아니라 안과 질환 스크리닝도 하고 처방전도 발행한다. 수술 등만 안 할 뿐이지 안과의사(Ophthalmologist) 보다 환자들이 접근하기 쉬워Eye doctor는 미국민들의 눈 건강을 책임지는 1차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안경을 바꿀 때도 됐고 해서 이번 기회에 시력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사실 미국 와서는 시력 검사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가져 온 안경으로 처음 8년은 그냥 살았고 7년 전 한국 갔을 때 남대문시장에 가서 안경을 해 온 거로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다. 미국에서 안경 처방전은 2년간만 유효한데 나는 처방전 없이 15년을 쓰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요즘 시력이 나빠져 안경이 눈에 안 맞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참에 새삼 잘 됐다 싶었다. 예상대로 시력은 많이 나빠져 있었다. 노안은 오래 전에 와서 7년 전에도 이미 Bifocal (progressive)로 안경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근시 쪽이 더 나빠졌다. 나이도 있으니 Atropine을 넣고 동공확장을 한 후 질병검사도 같이 해 보았다. 검사 후 eye doctor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일반 증상이긴 하지만 눈으로 가는 일부 신경의 색깔이 변색되었고 그래서 녹내장(Glaucoma)의 가능성도 있으니 안과의사에게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라고 권유하였다.녹내장은 높은 안압에 따른 신경손상으로 인해 시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실명까지 하는 무서운 안과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눈 안의 액체 순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인데 우리 약국에도 주로 노인들 중에 환자가 많다. 그런데 나도 벌써 그 축에 끼는 것인지.치료약으로는 눈 안에 차 있는 액체를 배출해 주는 prostaglandin analog들, 예를 들면 Xalatan (latanoprost), Lumigan (bimatoprost), Travatan (travoprost) 등이 있고, 눈 안에 액체가 들어 오는 것을 차단하는 Beta-adrenergic receptor antagonist들, Timolol, betaxolol등이 있다. 그 외에 양 쪽 다 차단하는 Alphagan (brimonidine) 같은 약물도 있다.나이가 점점 들어 가니 고장이 나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순 없지만 무병장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고장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빨리 조치를 취하는게 장수의 지름길일터 내일 당장 안과의사에게 예약을 해야겠다.
2014-02-12 1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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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4> 마리화나(Marijuana) 합법화
미스터 캠밸이 어머니의 처방전을 가져왔는데 Marinol 5mg에 대한 처방전이었다. 마리놀은 에이즈환자들의 식욕 증진제로 쓰이거나 암환자들이 Chemotherapy후 메스꺼움 등에 쓰는 약이다. 마리놀은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THC(Terahydrocannabinol)의 Synthetic version 인데 그래서 이 합성약물뿐 만 아니라 마리화나 자체도 같은 식욕촉진 등의 효과가 있다. 환자에 의하면 악효는 아주 좋다고 한다.이러한 치료용으로 마리화나는 현재 미국 20여개 주에서 합법화 되어 있다. 이 주들에서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는 아직 마리화나의 판매, 소지, 구입은 불법이다. 그런데 콜로라도 주는 이 번에 한 발 더 나아가 담배처럼 recreation용으로 21세이상이면 누구나 마리화나를 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2014년 마리화나 판매 첫날 마리화나를 파는 가게를 둘러싸고 긴 줄이 늘어선 광경이 TV에서 방영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마리화나가 담배나 술보다 위험이 덜하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어 작년 주민투표에서 통과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연방법으로 마리화나는 마약이며 소지와 판매는 모두 불법이다. 그래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연방 정부에선 콜로라도 주의 이번 조치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판매개시 5일만에 500만 달러 어치가 팔렸다니 콜로라도 주정부의 숨은 의도가 여기에 있다. 마리화나의 판매세는 무려 25% 이며 그에 따른 주정부의 재정 수입이 대폭 늘어날 조짐이다. 인접주를 비롯한 다른 주 주민들도 콜로라도로 넘어와 마리화나를 구입하고 있으며 주정부는 콜로라도주의 관련 산업들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 옛날 캘리포니아의 'Gold Rush'에 빗대어 이번 현상을 'Green Rush'라고 할 정도다. 경험자의 말로는 마리화나를 피우면 갑자기 붕 뜨는 듯한 느낌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빈 속에 술을 털어넣고 담배를 피운 듯한 정도로 어지럽다고 한다. 무지하게 배가 고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밥솥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효과 덕분에 대마초를 에이즈나 암환자의 식욕 향상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화나를 하게되면 느끼는 모든 감각을 열배에서 수백배까지 증폭해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괜히 실실 웃게 되고 갑자기 예민해져서 작은 반응도 가볍게 넘기지 않게 된다고. 예를 들어 옷의 얼룩, 색깔, 질감, 패턴 등의 평소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갑자기 느낀다든가, 음악을 들으며 작곡자와 연주자의 의도, 음색, 주법, 음향 등이 뇌를 파고 들어오는 느낌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불법을 무릅쓰고 그동안 많이 애용(?) 하였다. 마리화나는 한국에서는 대마초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지만 그 옛날엔 삼베 옷을 만드는 원료일 뿐이었다. 대마초의 줄기에서 실을 뽑아 그것을 이용해 여름에 시원한 삼베옷을 만들어 입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 식물이 그 동안 문제가 안 되었던 것은 한국산 대마초는 THC성분이 적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대마초가 아무리 담배나 술보다 해가 덜 하다고 주장해도 대마초는 위험한 약물임에는 틀림 없다. 대마초가 환각작용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때문에 대마초를 피우고 운전이나 기계를 만지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콜로라도 주에서도 대마초를 피우고 운전하는 것은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하지만 그게 쉽게 규제가 될 지 의문이다. 만일 메릴랜드에서 같은 안이 주민투표로 올라 오면 난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약사는 무엇보다도 건강편에 서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1-29 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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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3> 멜라토닌(Melatonin)
한 손님이 멜라토닌이 어딨냐고 묻는다. 선반에서 찾아주니 자기는 지금 프랑스에 가는데 시차적응을 하려면 멜라토닌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미국 동부와 프랑스의 6시간 차이는 이 약으로 깔끔하게 시차 적응 할 수 있다고 한다. 난 한국에 가면 14시간이나 차이나는데 6시간 갖고 뭐 그러냐 했더니 너야말로 여행가면 멜라토닌을 꼭 챙겨 가라고 한다. 오케이. 슈어.
멜라토닌은 뇌 속에 있는 Pineal gland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분비가 밤 동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암흑의 호르몬이라고도 하는데 이 멜라토닌이 분비되어야 우리는 잠을 잘 수 있다. 시차가 나는 곳에 가면 이미 현지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해 아직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 잠을 못 이루게 된다. 이 때 외부에서 멜라토닌을 공급해 주면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이 호르몬은 1958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그 후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멜라토닌은 말의 발정, 철새의 이동, 개의 털갈이에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왔고 1982년 멜라토닌 연구의 개척자인 리처드 워트맨이 멜라토닌은 인간의 수면을 촉진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그 후 멜라토닌은 1993년부터 건강식품으로 지정되어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이 어둑해지면 사람의 몸에서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면서 졸음이 몰려온다. 체내 멜라토닌 양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은 보통 오전 1∼2시경이어서 그 시간에 우리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분비가 저하되는데 특히 분비 피크타임이 점점 앞당겨진다. 그래서 노인들은 일찍 졸리고 밤에 일찍 깨는 것이다. 반대로 청소년기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늦어져 청소년들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놀 수가 있다. 또한 멜라토닌의 분비는 빛에 민감하므로 멜라토닌이 한창 만들어져야 할 시간에 환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면 그만큼 멜라토닌 생산이 억제되어 잠을 쫓아 낼 수가 있다. 그러니 역으로 잠을 자고 싶으면 자기 전 컴퓨터, 핸드폰 사용은 자제하는게 좋다.
한방 등 동양철학에서도 잠에 대해서 잘 설명되어 있다. 이상곤 한의사의 글을 인용해 본다. '태양은 밝은 양기를 주관하며 달은 어두운 음기를 주관한다. 잠은 달과 같은 음기가 성할 때 잘 오는데 이 음기가 줄면 잠이 오지 않는다. <동의보감>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음기가 줄어들어 양기가 성한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신체는 수백만 년 동안 밤에는 잠을 자도록 빚어졌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밤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균형, 바로 양기와 음기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 즉 불면증은 바로 이렇게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그럼, 어떻게 음기를 만들어야 할까. 이상곤박사에 의하면 다리는 음기의 저장 창고라고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뇌에 집중된 기운을 발로 내리고 피가 다리 근육에서 활발해지게 하는 것이 음기를 배양하는 좋은 방법이라 한다. 그래서 하루 한 시간씩은 반드시 걷는 것이 좋다고. 또한 호흡법도 좋다한다. 들어 마시는 숨은 교감신경, 가늘고 길게 내쉬는 숨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는 것으로 천천히 내쉬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면 잠이 잘 오게 된다고 한다. 물론 족욕이나 가벼운 샤워도 긴장된 신경을 이완시켜 잠을 잘 오게 한다. 이렇게 한방에서 말하는 '음기' 와 멜라토닌이 같은 건 아니지만 잠에 대해서는 같은 원리로 같은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 유도 작용외에도 강력한 항산화작용이 있다. 이 작용은 비타민 E보다 2 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고 그에 따른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면역기능 증강효과도 있다. 예로부터 잠은 최고의 보약이라고 했으니 충분한 수면만큼 면역기능 증가, 노화방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잠이 안 오는 밤, 그대에게 멜라토닌 한 알을 권유해 본다.
2014-01-15 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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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2> Live with dignity, Die with dignity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죽였다. 역시 김씨 왕조답게 500년 전 조선을 그대로 빼 닮았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실해했듯이 상대만 거꾸로 되었을 뿐 같은 일이 21세기에 재현되었다. 남쪽에서도 이런 광경이 있었다. 박정희는 자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인혁당 관련 젊은이들을 형장의 이슬로 보냈다. 재심으로 죽은 이들의 명예는 회복되었지만 억울하게 죽은 명복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미국에서도 얼마 전 수십 년 전에 사형이 집행된 흑인 청년들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The Scottsboro Boys'라고 부르는 이 9명의 청년들은 백인 아가씨 2명을 강간했다는 이유로 사형 등에 처해졌는데 진실이 밝혀져 80년 만에야 신원이 회복되었다. 사형이 집행된 청년들은 전기의자에서 희생되었다고 한다.미국은 몇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에서 사형 제도가 남아 있다. 사형집행은 전기 의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기 의자를 사용 했을 경우 사형을 집행한 후 사체의 몰골이 너무 처참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주에서는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약물로는 수면제 Thiopental이나 Pentobarbital 등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신경마비제 Pancuronium bromide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Potassium chloride를 'Cocktail'로 만들어 주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칵테일을 약사가 조제한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보듯이 북한이나 남한, 심지어 미국에서도 잘못된 판결에 의한 사형집행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고 사형제도에 대한 폐지운동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형약물에 관련된 약사나 조제를 담당하는 Compounding Pharmacy는 윤리적 자책뿐 아니라 사형반대 운동자들에 의한 테러에도 노출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이 약물들의 공급이 부족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사형을 수 개월씩 연기 한 적도 있었다. 더구나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Thiopental을 생산했던 Hospira라는 회사가 이 약물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발표해 버려 각 주정부는 할 수 없이 이 약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수입된 약물이 FDA에서 인정 받지 못한 공장에서 생산된 약물이라 품질에 의문이 생겼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사형수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된 유럽에서는 사형을 목적으로 한 약물의 수출을 금지시키려 하고 있어 미국의 사형제도가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사형제도가 없는 대신 스위스에서는 자살을 도와 주는 회사가 있다. "Live with dignity, die with dignity"라는 모토로 설립된 Dignitas라는 회사는 1998년에 설립되어 그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살을 도왔다고 한다. 말기암환자나 루게릭 환자들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고객이었다. 환자는 치사약물의 구토를 막기 위해 항구토약물을 30분 전에 미리 투여하고 치사량의 세 배정도의 Pentobarbital을 오렌지주스 등과 섞어 준다. 그러면 환자는 5 분 안에 의식불명에 빠지고 30분 안에 평화롭게(?) 죽는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는 모든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하는데 비디오에서 환자는 수면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다. 이 전에 비해 인간 수명은 매우 길어졌다.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말도 되지만 질병에 대한 노출도 길어졌다는 의미이다. "Die with dignity"라는 모토가 사람들에게 점점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있는 이유이다.
2013-12-24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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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1> 남는 약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
미세스 그린버그가 약 한 보따리를 들고 와서 이 약들이 더 이상 필요 없는데 약국에서 받아 줄 수 있냐고 한다. 약국에서는 환자들이 가져간 약을 다시 받지는 않는다. 그 대신 환자는 'Take Away'라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봉투를 3달러 주고 사서 약을 담아 우체국에 갖다 주면 그 쪽에서 알아서 처리해 준다. 미세스 그린버그는 결국 'Take Away' 봉투를 사가지고 갔다. 예전에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약국에서 처리해 준 적이 있었는데 재고 정리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Percocet같은 마약류관리에 크게 문제가 되서 이제는 더 이상 받지 않는다.
집집마다 약이 남아 골치거리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1년에 안쓰고 버리는 약이 200만 파운드나 된다고 한다. 특히 처방약 같은 경우 부엌 찬장이나 화장실 선반에 두게 되는데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복용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해서 골치거리다. 그냥 쓰레기로 버리자니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고, 변기에 흘려 보내자니 환경 오염에 기여하는듯해서 고민하는 가정이 많다. 심지어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마약 오남용자들도 있다고 하니 그래서 미세스 골드버그도 약을 몽땅 약국에 들고 온 것이었다.
약을 잘 버리는 방법에 대해 FDA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았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일단 약병에서 약 이름과 개인 정보를 제거하고 약을 갈아서 찌꺼기 커피나 음식물 쓰레기에 섞어 밀봉백에 넣어 버리라는 거다. 하지만 약을 갈고 밀봉백에 넣고 이런 작업들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마약류들은 변기에서 흘려 보내라고 권고한다. 이런 약물들은 아이들이나 애완동물들이 섭취했을 경우 호흡마비 등의 약화사고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마약 진통제 Fentanyl Patch 같은 경우에는 쓰고 난 패치에도 약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변기로 flushing해 버리는 걸 권장하고 있다.
일년에 1-2번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서National Take Back Initiative라고 날을 정해 안 쓰는 약을 수집해 가는 날이 있다. 뉴스에 의하면 지난 4월에는 50만 파운드의 약이 수집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아진 약들은 소각로에서 소각되는데 플러싱해 버리는 마약류의 수질 오염 문제등과 함께 환경오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약국에서도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이 문제다. 약 종류마다 다르지만 반송하면 대개 출고가의 3-40% 정도를 refund받고 있다. 사실 이런 재고는 약국경영에도 차질을 줄 정도인데 개인 약국과 달리 체인 약국이라 재고에는 덜 신경 쓰고 있다. 그래도 대형체인이라 대행회사가 있어 모아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약국에 가끔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들고 와서 복용해도 되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No"지만 만일 우리 집이라면 "Yes"다. 제약회사에서 유효기간 실험할 때 성분이 변할 때까지 실험 하기 보다는 보통 판매할 수 있는 기간 까지만 실험 하기 때문이다. 경구투여제의 경우 보통 3년의 유효기간을 주는데 3년에서 1,2달 지났다고 성분의 급격한 변화는 거의 없다.
약을 남기지 않으려면 처방 양을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약효를 고려하면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항생제의 경우 대부분 10일치를 처방하는데 대체로 좀 많은 양인 것 같다. 그래서 한 5-7일 복용하다 상태가 좋아지면 복용을 중단하게 되고 그래서 약이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다섯 식구 약이 한 보따리인데 위장약, 콜레스테롤약, 항생제 등등 버리긴 그렇고 해서 언젠가 쓸 상비약으로 그냥 보관하고 있다.
2013-12-04 1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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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0> 간독성 유발 약물 타이레놀
진통제 "타이레놀(Acetaminophen)과 애더빌(Ibuprofen) 중에 어느게 더 좋은 가요?" "위장장애가 없으시면 애더빌을 드시구요, 그렇지 않으면 타이레놀을 드십시요." 타이레놀과 애더빌 중에 추천을 해 달라면 난 이렇게 대답해 준다. 꼭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질문에 짧게 대답할 수 있게 나 나름대로 고안한 답이다. OTC 상담을 하다보면 환자들은 복잡한 설명보다는 약사가 결론으로 딱 찍어 주기를 원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회사의 인공누액을 들고 와서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난 주저 없이 그냥 한 회사 것을 추천해 준다. 사실상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설명을 해 주고 환자보고 선택하게 하면 대부분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말투에서 이 약사 실력 없네 하는 느낌까지도 전해진다. 같은 이유로 알러지약 Zyrtec과 Claritin을 들고 오면 난 Claritin을 추천해 준다.팽팽하던(?) 타이레놀과 애더빌의 승부를 FDA가 확실히 갈라 놓았다. FDA는 최근에 타이레놀의 간독성과 알러지 유발작용을 고려하여 복합진통제 처방약에 들어가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양을 325mg 이하로 줄이라고 각 제약회사에 권고, 사실상 명령하였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복합 진통제 Vicodin의 경우에 Hydrocodone/ Acetaminophen: 5mg/300 과 5mg/500mg 두 종류가 있는데 5mg/500mg은 더 이상 생산하지 말고 마켓에서 거둬 들이라는 것이다. 마약진통제인Oxycodone과 Acetaminophen의 복합제도 마찬가지로Acetaminophen의 양을 325mg 이하로 제한하고 그 이상의Acetaminophen이 들어 있는 품목들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하였다.Hydrocodone/ Acetaminophen과Oxycodone/ Acetaminophen 복합제 는 대개 Take 1-2 tablets every 4-6 hours as needed for pain으로 처방하는데 그러면 최대 하루에 12개를 먹게 되고Acetaminophen 500mg이 들어 있는 Vicodin의 경우 하루 6g까지 복용하게 되어 하루 허용량 4g을 훌쩍 넘게 된다. 물론 처방전에 maximum 8 tabs/24 hrs, 이런식으로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그냥 의사의 용법을 따라가다 보면Acetaminophen과용량에 자기도 모르게 처하게 된다. 이 점을 고려하여 FDA가 복합제의Acetaminophen의 양을 325mg이하로 내리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1990-1998사이에 Acetaminophen 과복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건 수가 연평균 56,000건이나 되며 그 중 26,000명이 입원하였고 매년 458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에는 Acute liver failure의 48%는 Acetaminophen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고Acetaminophen이Acute liver failure의 'leading cause'라는 이 사실은 2007년에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처방약뿐 아니라 OTC도 문제가 될 수 있다. OTC 타이레놀은 500mg 짜리 2알을 6시간마다 복용하라 하면서 하루 6알이 최대복용량이다라고 적혀있지만 이것도 실수로 계속 복용하면 임계치 4g에 도달하게 된다. 더구나 Tylenol Arthritis란 제품은Acetaminophen이 한 알에650mg 이나 들어 있는데 용법대로 복용해도 쉽게 4g에 육박하고 만일 환자가 주의사항에 신경 안쓰면 과용량 복용에 의한 간독성 가능성은 매우 높게 된다. 이래서 OTC도 약사 감독하에 판매되는게 보다 바람직했던건데 한국정부의 슈퍼판매 결정의 조급함이 아쉽다.미스 케네디는 Acetaminophen이 750mg이 들어 있는 Vicodin ES을 복용하고 있다. Regular Vicodin (Hydrocodone/ Acetaminophen : 5/500mg)으로 부족하여 용량을 올린 케이스다. 미스케네디는 이번 FDA news를 접하더니 자기는 300mg으로는 어림 없다며 OTC 타이레놀500mg을 Vicodin과 같이 복용하겠다고 한다. 간독성과 알러지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하였지만 자기는 여태 문제가 없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약사로서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이제껏 그랬지만 그녀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3-11-20 1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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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39> 아, 냄새!
미스터 켈리가 처방전을 들고 왔다. 성인병약 처방전인데 그가 항상 복용하는 약이다. 미스터 켈리는 올해 45살인데 난 이사람이 약국에 오는 걸 싫어한다. 왜냐하면 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나는 냄새와는 다른 이상한, 굳이 표현하자면 치즈 썩는 냄새 같은게 난다. 미스터 켈리는 나에게 매우 친근한 사람인데 내가 냄새 때문에 잘 응대를 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
미스터 켈리가 남자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가씨인 미스 레이놀드도 같은 냄새가 난다. 특히 3층의 요가 클래스를 갔다 온 후 약국에 온 날은 땀냄새와 겹쳐 정말 견딜 수가 없다. 그 예쁜 얼굴을 바로 쳐다 볼 수 없을 정도다. 미스터 켈리나 미스 레이놀드가 백인이라서 그런 특유의 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흑인인 미스 존슨도 같은 냄새가 난다. 향수로 약간 가려졌지만 그 독특한 냄새가 나의 무딘 코를 강하게 찌른다.
냄새가 어느정도냐하면 냄새 나는 손님이 앞에 있으면 냄새 때문에 일을 하기 힘들 정도다. 손님이 가고 난 후에도 냄새의 여운(?)이 코에 남아 한동안 그 냄새에 시달리고 그 냄새의 기억도 한참 간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여자나 남자나 노인이나 젊은이나 구별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 이 냄새는 음식에 기인한 듯 싶다. 치즈가 그 원인일 듯 한데 확실한 근거는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한 5% 정도의 사람들에게서 냄새가 난다.
씻지 않으면 물론 냄새가 난다. 우리 약국에 오는 노숙자 환자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오면 씻지 않은 냄새가 멀리서부터 난다. 그렇지만 이 냄새는 미스터 켈리 등의 냄새와는 달리 익숙한(?) 냄새이다. 역사상 냄새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프랑스의 루이 14세이다. 그는 소위 태양왕으로 스스로를 칭하면서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한편으론 폭정으로 민중들을 괴롭히고 한편으론 냄새로 주위사람들을 괴롭힌 인간이었다. 그는 절대로 몸을 씻는 일이 없었고 그냥 아침에 고양이 세수만 했다고 한다. 거기다 이빨 썩는 냄새도 나서 왕을 시중드는 사람들은 정말 고역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여자들은 항상 향수를 뒤집어 쓰고 그를 맞았다고 하는데 프랑스 향수가 발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남부 아시아 사람들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 종교의식 때문에 향냄새가 배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겨드랑이 암내가 나는 사람도 많고 카레 냄새와 암내가 섞여 나는 사람도 꽤 있다. 그들은 카레 말고도 실란트로(Cilantro)라는 채소를 즐겨 먹는데 혹시 그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실란트로 냄새가 암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란트로는 멕시코 사람들도 즐겨 먹는데 멕시코 음식에 들어 있는 실란트로의 향은 동남아 쪽 것 보다는 약하다. 그래서 그런지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실란트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실란트로의 향은 모기를 쫓아 내는 효과가 있어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향이 강한 것을 더 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 냄새는 정말 역하다.
약도 냄새 나는 약이 있다. Armour® Thyroid라는 Natural Thyroid는 돼지에서 추출한 약으로 고약한 냄새가 난다. 당뇨병약 Metformin도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이 약의 구조에 시안이 섞여 있어 그렇다. 코팅을 했는데도 냄새가 나는데 이 약들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자주 냄새의 역류를 경험한다 한다.
우리끼리라 잘 모르지만 한국사람들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 미국 이민 초기에 한국사람들이 마늘 냄새 난다고 양키들이 내뱉던 말들이 그냥 인종차별로 하는 말들만은 아니었다. 한국음식엔 정말 마늘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난 삼겹살 등 고기 먹을 땐 꼭 생마늘을 같이 먹으니 말은 안했지만 미스터 켈리도 내 냄새 때문에 코를 찡그렸을지도 모를일이다. 미국에서 두루두루 여러 인종들이랑 섞여 살려면 그들의 냄새에도 익숙해 져야 할 것이다.
*본 칼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3-11-06 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