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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3> 요로결석
미스터 샌더스가 처방전을 들고 왔다. 마약성 진통제 Percocet과 Tamsulosin이었다. Tamsulosin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물인데 미스터 샌더스는 요로 결석을 빼내려고 이 약 처방전을 받았다.
진통제는 당연히 결석에 따른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물이다. 미스터 샌더스는 결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첫 번째 결석 때는 다행히 약을 안 먹고도 결석이 나왔었는데 이번엔 쉽게 빠지지 않아 걱정이라 한다.
미국에서는 신장 결석환자가 매년 10만 명당 110명 정도가 발생한다. 반면 독일에서는 그 숫자가 700여명에 이른다. 아마도 이 결과는 유럽인들이 칼슘 성분이 많은 물을 섭취하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중국의 미스터 히라는 사람은 무려 420개의 신장 결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방면의 세계기록을 경신했는데 의사들은 두 시간 걸려 그 돌들을 다 빼냈다고 한다. 미스터 히라는 물은 적게 마시는 대신 주식으로 칼슘이 많이든 단단한 두부를 많이 먹었다고.
이와 같이 칼슘이 요로결석의 주범이다. 그리고 물을 잘 안 마시는 사람이 당연히 결석을 가질 확률이 높다. 미국의 남부 지방이 북부지방보다 결석 환자가 많은데 그 이유는 더운 날씨로 인해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결석이 몸에 생길 조건을 훨씬 높이기 때문이다. 위장약으로 칼슘약을 상복하거나 골다공증으로 칼슘약을 상복하는 분들도 결석의 위험이 높으니 약을 드실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나폴레옹도 신장 결석으로 고생했다고 하며 그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는 신장결석 제거 수술을 받다 죽었다고 한다. 유럽의 마시는 물은 칼슘이 주성분인 석회가 많이 들어있다. 지금이야 정수된 물을 마시겠지만 예전엔 다들 자연적으로 칼슘이 많이 포함된 물을 마셨으므로 체내결석의 형성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러므로 나폴레옹 가족 뿐 아니라 로마 황제 시저도 결석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과학자 뉴턴, 영국의 정치가 크롬웰, 러시아 피터 대제도 결석으로 고생하다 죽었다. 특히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결석으로 소변을 보지 못해 죽었다고 한다.
결석을 빼내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래서 소변으로 결석을 배출시켜야 한다. 이뇨제를 이런 목적으로 쓰는데 대표적인 이뇨제로 Hydrochlorothiazide, Chlorthalidone 등이 쓰인다.
Potassium citrate는 결석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 등의 예방 목적으로 쓰이는데 결석의 주성분인 Calcium oxalate 형성을 막고자 처방된다. 음료수 레모네이드에 citrate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약물을 복용하기 싫은 사람들은 레모네이드만 자주 마셔도 어느 정도 결석 형성을 예방 할 수 있다.
물이나 약물로 결석이 빠져 나오지 않으면 밖에서 깨부수거나 강제로 빼내는 방법밖에 없다. 초음파로 깨서 결석을 잘게 만들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먼저 시도하고 이 방법으로 잘 안되면 Ureteroscope를 요관에 삽입하여 하나 하나씩 끄집어 낸다. 그래도 안되면 개복 후 꺼낸다.
모든 질병은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게 진리이다. 많은 질병처럼 결석 예방도 식습관이 중요하다. 체내결석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칼슘이 너무 많이 든 음식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자. 아니면 레모네이드라도.
2015-09-1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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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2>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대학교 때 한창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대학원에서 실험을 하던 선배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교정에 라일락 꽃이 한창이던 그 시절, 선배는 밥을 사준다며 우리를 데리고 나오고선 라일락 잎을 씹어 보라고 했다. 그게 사랑의 맛이라면서. 그래서 아내와 나는 얼른 라일락 잎을 하나씩 따서 씹어 보았다.
향기로운 라일락 향이 입안에 쏴 하게 퍼지는 걸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 기대는 1 초도 벗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라일락 잎은 내가 이 세상에서 먹어본 것 중에 가장 썼기 때문이다. 퉤퉤 잎을 뱉고 있는 우리에게 선배는 낄낄거리며 사랑의 맛 체험이 어떠냐고 능청맞게 물었다.
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한다. 특히 한약을 복용하면 다들 쓰다고 하는데 난 감초 때문인지 그리 쓴 느낌이 없었다. 인삼 추출액을 지금도 가끔 마셔보면 아내와 아이들은 쓰다고 꼭 꿀을 넣어 마시는데 나는 그냥 '블랙'으로 마신다. 난 인삼의 고유의 맛이 masking 되는게 싫기 때문이다.
양약도 쓰다. 미국 약사를 하려고 약국에서 인턴을 막 시작 하던 때의 일이다. 같이 일하던 피터라는 친구가 나에게 M&M초콜릿을 권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씹었다가 바로 뱉어 버렸다. 너무 썼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로감염 진통제인 Phenazopyridine 알약이었는데 M&M초콜릿과 모양과 색깔이 너무 닮아서 내가 속은 것이다. 알고 봤더니 이 친구는 새로 오는 인턴들에게 계속 같은 장난을 했다. 지금 같으면 약갖고 장난한다고 해고감인데 그 땐 다들 웃고 지나갔다.
그런데 약 맛은 왜 쓸까? 학자들은 쓴맛이 우리 몸의 방어기전의 하나라는 견해다. 약은 케미칼이고 근본적으로는 독성물질이므로 몸이 일차적으로 약을 해로운 것으로 인지하고 거부한다는 거다. 쓰면 탁 뱉어버리는 행위는 몸속으로의 독성물질의 침투를 막는 일차저지선이라는 설이다.
이성적으로야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고 생각하지만 본능적으로는 나쁜 놈이라고 느끼는 거다. 그래서 아이들은 쓴 맛에 더 민감하다. 이성적 판단은 없으면서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아이들에게 약은 적은 용량으로도 큰 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더욱 거부감이 크다.
쓴 맛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다. 알다시피 정제나 캅셀제를 만들거나 액상제제의 경우 설탕이나 과즙을 첨가해 쓴 맛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인데 왜냐하면 아이들은 쓴 맛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정제나 캅셀제를 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가루약에 과일향을 넣어 아이들의 거부감을 줄여주려고 했고 Fillmaster라는 회사는 다양한 과일향 농축액을 만들어 아이들의 요구에 답할 수 있게 했다.
어렸을 적에 '원기소'라는 아이들 영양제가 있었다. 맛이 좋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어느 날 사라지고 맛없는 다른 영양제들로 대체되었다. 미국에서도 아이들 영양제로 여러 제품이 나왔는데 우리 세 아이들에게 꾸준히 트라이 해 본 결과 단연 승자는 'Gummy' 제품이 최종적으로 낙찰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약이라도 효과보다는 맛이 최고다.
2015-09-0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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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1> 남자약, 여자약
약사의 하루 일과는 정말 바쁘다. 약을 조제하고 검수하면서 전화도 받고 약국 테크니션들에게 지시도 하면서 처방전도 챙기고 서류정리, 환자와 상담도 해야 하는 정신 없이 지나가는 일과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여자약사들은 놀랍게도 이 모든 일들을 최소한 두 세가지를 동시에 한다. 하지만 난 어림도 없다.
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도 없지만 시도해 봤자 실수투성이라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해야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남자약사들이 대부분 그렇다. 심창구 교수님이 '여성의 우월성'에서 언급하셨듯 여자들은 '마치 멀티 플레이어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다리미질과 요리와 애 머리 빗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는 어림도 없다.
남녀의 이런 능력 차이 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신체구조가 다르므로 당연히 남자가 먹는 약과 여자가 먹는 약이 따로 있다. 여성 호르몬제들, 경구피임약은 당연히 여성용약이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나 발기 부전치료제 등은 당연 남성용약이다.
남성의 고유 장기인 전립선에 작용하는 약인 Tamsulosin은 그래서 남성용 약임이 틀림이 없는데 미세스 폭스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약을 상복하고 있다. 이 약은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비대해진 전립선에 의해 소변 줄기가 약해질 때 주로 복용하는 약이다.
소위 알파 차단제로 불리는 이 약은 전립선의 알파 리셉터에 작용하는데 전립선외에 요로나 방광에도 이 알파 리셉터가 많이 분포되어 있어 여성인 미세스 폭스도 이 약으로 효과를 보게 되었다.
Clomiphene은 불임여성들의 배란을 촉진하기 위해 쓰이는 약물이다. 보통 월경이 시작한 후 5일째부터 약 5일간 매일 복용하여 임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약이다. 그런데 미스터 로버트도 이 약을 복용한다. 여성들처럼 한 달에 5일 정도만 복용하는게 아니라 미스터 로버트는 이 약을 매일 복용한다.
이 약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스스로 생성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외부에서 주입하는 테스토스테론과 달리 피드백 작용에 의한 자체 호르몬 생산을 방해하지 않는다. 더구나 약값도 테스토스테론 약물에 비해 훨씬 싸다.
갑상선은 여성 고유의 장기는 아니지만 갑상선 호르몬약인 Levothyroxine의 처방전 80%는 여성에게 발행된다. 여성의 갑상선 기능 저하가 남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Pyridium은 그냥 진통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방광염 등에 남성보다 잘 걸리므로 주로 여성에게 쓰인다. 남자가 이 약을 처방 받은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Macrobid는 광범위 항생제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여성의 요로 감염에 많이 쓰인다. 항진균제 Diflucan은 주로 여성의 질 yeast감염에 주로 쓰이는데 하루는 미스터 케네디가 Diflucan 처방전을 들고 와서 조금 생소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가 다르므로 그에 따른 내부 시스템도 많이 다르다. 약물 대사 시스템도 남녀가 조금 다른데 그러므로 같은 약을 투여해도 여성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제 Ambien의 경우도 약물 대사가 여성의 경우가 남성에 비해 훨씬 느리므로 FDA에서는 여성에게는 남성의 10mg보다 적은 5mg 용량을 권유하고 있다. 센시티브한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 하겠다.
2015-08-19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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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0> 주사 바늘에 찔리다
학교 다닐 때는 동물 실험 하면서 바늘에 많이 찔렸다. 실험약을 꼬리 정맥에 주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다 보니 실수로 여러 번 내 손가락을 찔렀다. 그 중에는 쥐 정맥을 찌른 주사바늘이 내 몸으로 들어 온 적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상풍에도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그 땐 그게 뭔지도 몰랐다. 회사에 가서야 수의대를 나온 연구원이 강력히 주장하여 약리독성 실험실 연구원 전원이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았다. 주사에 안 찔리는 게 최선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 때 당시 학교는 조금 엉성했었다.
카렌은 26년 경력의 간호사로 당시 병원의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카렌은 어느 날 노인 환자로부터 채혈한 후 주사기를 픽업 박스에 넣다가 그 안에 있던 다른 주사기에 오른손의 손가락이 찔리고 말았다. 하지만 주사기에 한 두 번 찔린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가 남아 있었다고 해도 박스에 있었으니 이미 감염성은 없으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후 그냥 손만 씻고 퇴근을 했다.
카렌의 생각대로 병원에서 HIV에 감염될 확률은 0.3% 밖에 되지 않는다. HIV는 공기 중에서 오래 살 수가 없으므로 병원에서 전염될 확률은 지극히 낮은 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확률이 20% 가량으로 HIV보다 훨씬 높으나 백신이 있으므로 대부분의 병원 종사자들은 백신접종을 맞았고 카렌도 B형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오래 전에 마쳤다.
하지만 주사기에 찔린 후 6개월 후 카렌은 몸의 이상을 느꼈다. 너무 피곤했고 열도 자주 났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 보니 카렌은 이미 HIV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되어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에이즈에 걸린 카렌은 더 이상 병원에서 일할 수 없었다. 카렌은 매일 16개의 약을 복용해야 했다. 다행히 HIV와 HCV에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어 카렌의 증상은 점점 호전되어 갔다. 그 후 건강이 많이 회복된 카렌은 지금 전국간호사협회 회장이 되어 간호사들의 권익에 앞장 서고 있다. 특히 주사 바늘에 찔린 사고에 대한 완벽한 준비를 각 병원이 준비하도록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나도 작년에 주사바늘에 찔렸다. 중국인 아가씨에게 독감 백신을 투여하고 난 후 피가 나는 주사 부위를 닦아 주다가 주사바늘에 찔렸다. 아가씨의 피가 묻어 있는 주사기에 왼손의 손가락이 찔린 것이다. 그 아가씨에게 병 걸린 것 없냐고 물어보고 없다고 해서 그냥 넘어 갈려고 했다.
병원도 가야 하지만 보고서도 써야 하고 귀찮은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 룰에 의해 바로 Bloodborne pathogen인 HIV, HBV, HCV검사를 하고 잠복기가 있으니 매 4개월마다 다시 검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물과 비누로 손가락을 열심히 씻어 주고 약국을 나왔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아무래도 찝찝해서 NIH 맞은 편에 있는 Suburban Hospital의 응급실로 들어갔다. 피검사를 하고 일단 모두 음성임을 확인한 후 나중에 보고서 등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나선 4개월 마다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귀찮고 번거로와 병이 없다는 그 아가씨 말을 믿고 아직 안했다. 물론 바이러스들이 아직 잠복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약간은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께서는 이 연재가 갑자기 예고 없이 중단 되면 필자의 잠복된 바이러스가 발병한 거로 알고 계시라.
2015-08-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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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9> 약식동원 (藥食同源)
여름이 되니 수박이 제철이다. 슈퍼에 가니 큰 수박이 $6.99한다, 미국 처음 올 때 $4.99 정도 였는데 많이 올랐다. 하지만 하나 사면 온 가족이 배불리 먹고도 남으니 효과면에선 아직도 무척 싼 편이다. 더구나 한국에선 한 통이 15,000원 이상 한다니 물가 대비 이 가격은 한국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농축산물이 무척 싼데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박뿐 아니라 자몽(Grapefruit)도 싸다. 한 개에 1달러 정도니 그 큰 게 1,000원 정도다. 어렸을 때 미국 오렌지로 알고 먹었던 것인데 너무 시어서 이제는 싫다.
하지만 애들은 좋아하고 미국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과일이다.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르니 자몽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권장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몽은 약을 복용하고 있을 때는 절대 금물이다.
미스터 도날드가 그의 아내 미세즈 도날드를 응급실에 싣고 왔을 때 미세스 도날드는 거의 의식 불명이었다. 심장은 매우 약하게 뛰고 있었고 혈압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의사는 호흡기를 삽입하고 pace maker를 붙여 그녀를 겨우 살렸다.
미스터 도날드는 어쩐 일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미세즈 도날드는 혈압이 높고 편두통에 시달려 혈압약 Verapamil을 복용하고 있을 뿐이고 그 동안 아무 문제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의사에게 얘기했다. 그러나 혈액검사를 해 보니 Verapamil의 혈중농도가 무려 정상치의 5배나 높았다.
무슨 일인가? 미세즈 도날드가 자살이라도 시도한 것일까? 주치의 리차드 박사가 결국 원인을 알아냈다. 그것은 미세즈 도날드가 Verapamil을 복용하면서 자몽주스를 마셨기 때문이다.
자몽주스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Verapamil을 체내에서 분해시키는 효소를 억제해서 Verapamil의 혈중농도가 5배나 증가했다. 그에 따라 급격한 저혈압이 왔고 이어서 심장박동의 약화를 가져온 것이다.
콜레스테롤 저하약 Statin 류도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크게 영향을 받는다. Lipitor등의 고지혈증약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Rhabdomyolysis란 근육이 파열되는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자몽주스에 의해 Statin의 체내농도가 급격히 올라가 이러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하다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약방의 감초인 감초 때문이다. 감초가 체내의 potassium level을 낮추어 상대적으로 sodium의 level 을 올리고 이로 인해 심장병약 Digoxin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약물의 체내농도가 급격히 올라가 위험을 초래할 수가 있다. 감초는 또한 혈얍약의 효과도 낮출 수가 있으므로 복용 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의 첫 직장 제일제당 연구소 현관정문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글씨가 씌어진 액자가 걸려있다. 제일제당이 식품회사에서 출발해 제약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식품회사가 제약을 시작하게 된 명분을 나타낸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아도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모든 체내 작용은 케미칼로 이뤄지는데 약물은 물론이고 식품도 그 안에 케미칼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할 땐 음식도 가려먹어야 할 것이다.
2015-07-2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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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8> 사랑과 전쟁, HIPAA Violation
제인과 피터는 오래된 연인이었다. 둘은 사랑을 했지만 피터는 변심을 했고 새로운 여인 수잔을 만나 결혼까지 해버렸다. 이 후 제인은 출산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피터는 수잔에게 옛 애인이 아들을 낳았다고 했고 성기에 물집같은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약사인 수잔은 피터의 물집이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어 제인의 파일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제인은 수잔이 일하는 월그린의 오래된 환자였다. 이 때까지도 제인은 피터가 자기가 다니던 약국의 약사 수잔과 결혼한 사실을 몰랐었다. 수잔은 자신도 헤르페스에 걸릴 것이 두려워 제인의 파일에서 관련 약을 복용한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2010년 5월 29일 피터는 제인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내가 허튼소리 하는 게 아니거든. 너, 피임약 2009년 6월 이후 리필 안 했잖아. 그래서 결국 애가 생긴 거잖아, 왜 나한테 눈물 찔찔 짜면서 거짓말 했어. 이거 다 프린트해서 보여줄 수도 있어."
제인은 기가 막혔다. "프린트해 볼려면 해 보라구, 네가 내 투약기록 가지고 있는 건 불법이야, 내가 소송할 수도 있어. 어디서 그걸 얻었는지 말해 봐?"라고 대답했다. 피터는 "헤이, 제인, 여기 보니, 너 피임약 7월, 8월 리필 안 했잖아? 다 네 잘못이라구. 그러니까 더 이상 희생자 코스프레 하지마. 그리고 제인 이거 불법 아니거든. 내가 다 조치 취해 놓았다고."
제인은 월그린에 전화해서 누군가 내 투약기록을 전 남자친구에게 건네 주었다고 말하고 확인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월그린 본사에도 같은 요청을 했다. 하지만 당연히 범인은 색출되지 않았다. 수잔이 바로 그 조사담당 약사였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피터는 아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장난감 선물을 우편으로 제인의 집으로 보냈다. 제인은 보낸 사람 주소가 알고 있던 피터의 주소가 아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그 주소를 알아본 결과 제인은 그 주소가 수잔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잔이 바로 자기가 다니던 약국의 약사 그 수잔 임을 알고 경악했다.
모든 의문이 풀렸다. 제인은 곧 수잔과 피터 그리고 월그린을 향해 소송을 걸었다. 2013년 7월 배심원단은 수잔과 월그린 그리고 피터에게 도합 18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그 중 140만 달러는 월그린과 수잔의 몫이고, 40만 달러는 피터의 책임이었다.
HIPAA는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의 약자로 1996년에 제정되었다. HIPAA에는 직업을 잃고도 계속해서 의료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는 조항과 오늘 얘기한 개인 의료기록 보호조항이 있다.
수잔은 제인의 의료기록을 피터에게 건네 주면서 명백히 HIPAA를 위반하였다. 수잔은 약사이므로 제인의 기록을 볼 수는 있으나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정당한 절차 없이 절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
수잔에게 교육을 소홀이 한 이유로 큰 배상을 하게 된 월그린은 현재 수잔에 대해 소송 중이다. 월그린은 수잔의 행위는 회사차원의 행위가 아니라 소위 '개인일탈'이란 주장이다. 이래저래 남자 하나 잘못 만난 수잔은 패가망신 중이다.
* 본 칼럼은 법정판결문을 기초로 재구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07-0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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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7> 납중독
예수님의 제자 마태오가 친구들과 같이 선술집에 앉아 있는데 예수님이 다른 제자와 함께 그 앞에 나타나셨다. 예수님 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마태오를 가리키는 예수님의 손길을 따라가며 주위의 어둠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성서 이야기를 당시의 일상 현실에 반영한 그림을 주로 그린 1600년대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지오의 명작 '성 마태오의 초대'를 묘사한 내용이다.
카라바지오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화가로 '성 마태오의 초대' '의심하는 성토마스' '호르페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딧' 등의 수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카라바지오는 성격이 괄괄하고 불같아서 사람들과 시비를 많이 붙었는데 심지어는 테니스 경기를 하다가 싸움을 벌여 상대방을 죽이고 도망가기까지 하였다. 그의 이런 성품은 원래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림 물감에 들어 있는 납에 의한 중독이란 설도 있다. 실제로 이른 나이의 죽음이 납에 의한 중독 사망이라고 2010년에는 공식발표까지 났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집 내부에 벽지를 바르는 대신 페인트를 칠한다. 미 정부가 납중독이 우려되어 1970년대 말에 휘발유와 페인트에 납을 넣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그전에 지은 집들은 당연히 납이 섞인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그러므로 낡은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새로 페인트를 칠하는 과정에서 날린 납 먼지가 불행하게도 아이들에게 납중독을 일으킬 수 가 있다.
얼마 전 일어난 볼티모어 폭동 사건의 시발점이 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도 그의 짧은 인생 동안 납중독으로 고생했었다고 한다. 그는1989년 8월 극빈층이 모여 사는 볼티모어 서쪽 샌드타운-윈체스터 지역에서 태어났는데 생후 22개월째 벌써 혈중 납농도가 37mcg/dl으로 현재의 기준치 5mcg/dl을 훨씬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1993년 당시 볼티모어 어린이 약 1만3천 명이 납중독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프레디의 거주 지역은 특히 납중독이 만연했었다고 한다. 납중독은 중독자의 지능을 떨어뜨리고 공격적 성향을 강화시킨다. 그래서 납중독 아동은 퇴학당할 가능성이 7배가 더 높고, 소년원에 갈 가능성도 6배가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들이 납 페인트 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그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수십 년 전의 납 트라우마가 볼티모어에 너무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첫 납중독에 걸린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었으며 아이들 뿐 아니라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ADHD)나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
로마가 망한 것도 납중독에 의한 것이란 설도 있다. 수도관이 납으로 만들어져 모든 시민들이 납이 포함된 물을 마셔서 모두 납중독에 걸렸다는 것이다. 베토벤도 납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때 당시 그가 즐겨 마시던 와인에 납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당시에는 납의 단맛을 이용해 와인을 제조했다니 지금으로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납의 흡수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오늘날 부모들은 아이들의 납중독위험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 장난감에 납이 포함되어 있는 페인트를 쓰는 제품이 많으므로 문제다. 납이 단맛을 내기 때문에 누구나 장난감을 핥아 보면 단맛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빠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빨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생후 6개월부터 혈중 납 농도와 지능지수(IQ)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혈중 납 농도가 1㎍/㎗이 올라갈 때마다 IQ는 1.1씩 떨어진다고 한다. 또 혈중 납 농도가 높은 아이에서 IQ 125 이상은 없으며 납 때문에 떨어진 IQ는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납중독에 시달리는 흑인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근거이며 우리 아이들을 납중독으로부터 더욱 조심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2015-06-2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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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6> 소금물 효과
한 젊은 손님이 목이 부었는데 (sore throat) 무슨 약이 좋냐고 물어 온다. OTC로는 Chloraceptic spray나 Cephacol 등이 있는데 약보다는 소금물로 가글링을 하는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Chloraceptic spray나 Cephacol은 각각 Phenol과 Benzocain이 들어 있는데 그냥 국소 마취효과로 진통효과만 줄 뿐이다.
심한 감염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이 약들로도 몇 일 후에 좋아지겠지만 목이 부은 것은 소금물의 삼투압 작용으로 부기를 가라 앉히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 나도 목이 아플 때마다 아내의 권유로 효과를 본 방법이다. 소금물에 의한 살균효과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약 보다는 낫다.
소금물은 코막힌데도 좋다. 코막힌데는 Sudafed(Pseudephedrine)를 복용하는데 이 약은 코막힌데 효과는 있지만 복용하다 보면 습관성이 생길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밤에 잠을 방해하므로 밤에 코막힐 때는 쓸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약 보다 소금물로 코를 헹궈 주는게 효과적이다. 소금물로 코 속을 세척을 하다 보면 막힌 코도 저절로 뚫린다. 상품으로 NeilMed 등이 나와있는데 환자에게는 그냥 콘텍트렌즈 클린하는 식염수로 코를 씻으라고 말해 줬다.
제일제당 연구소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데 나의 첫 직장이었다. 연구소 동료들하고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지냈는데 우리는 점심시간이면 농구나 족구를 하곤 했다. 그 때 당시 식품파트에서는 이온음료 게토레이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날 때 쯤이면 식품파트 연구원들이 한 양동이씩 시제품을 가져와 우리에게 테스트를 하곤 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하던 것이 한 달 쯤 지나니 정말 땀 흘린 뒤엔 최고의 음료가 되어 있었다. 게토레이는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었다.
우리 몸의 체액과 동일한 농도인 등장액 0.9% 소금물로 만든 게토레이는 그래서 흡수가 빨리 되는데 특히 설사 등으로 탈수가 되었을 때는 아주 효과적이다. 또한 아이들용 제품인 Pedialyte는 소아과 의사들이 아이들 설사에 항상 추천하는 제품이다.
Epsom Salt라는 제품도 있다. 영국의 Epsom이라는 도시에서 처음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소금은 아니고 Magnecium sulfate이다. Epsom에 있는 온천의 주성분으로 목욕탕에 풀어 좌욕을 하거나 발만 담가 근육통 등의 완화에 쓰인다.
안약으로는 Muro128이 있다. 이 약은 고농도의 소금액(Hypertonic)으로 삼투압 효과로 눈의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OTC약인데 웬만한 처방약보다는 효과가 훨씬 좋다.
한 동안 소금요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천일염이다 죽염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복용도 하고 족욕, 좌욕 등을 해 본 분들도 많았다. 소금이 어느 정도 살균효과도 있으니 자기와 맞는다면 소금요법은 좋은 건강 요법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알레르기와 목이 부었을 때는 소금 가글링을 적극 권장한다.
2015-06-0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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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5> 약국 컨베이어 벨트
그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은 공장에서 나사 돌리는 작업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 가고 거기에 맞춰 찰리가 나사를 돌리면 그 다음 줄의 노동자는 망치질을 한다.
일은 리드미컬하게 해야 하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화장실에 갔다가 담배라도 하나 필려면 빅브라더가 나타나 빨리 복귀하라고 난리 친다. 일하다가 모기가 물어 긁을라고 하면 일이 밀려 뒤엉키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찰리는 공장에서 쫓겨난다.
컨베이어 벨트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포드 자동차회사의 창립자 포드이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위해 고민하던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된 조립라인을 도입하여 작업과정에서 자동차는 이동하고 노동자는 작업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테일러는 ‘집고 들고 걷고 구부리고 맞추는’ 작업 동작을 ‘초시계’로 측정해 반복작업을 표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능력을 향상시켰다. 테일러식 노동분업과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가 결합하면서 포드사의 생산량은 1910년 1만9000대에서 1913년 24만8천대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한국도 그러듯이 가난한 동네의 약국이 바쁘다. 가난해서 건강을 챙기기 힘들어 그런지 아픈 사람이 많다. 워싱턴 동쪽 Prince George County의 Rite Aid약국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그 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약국은 약국보조원들도 모두 흑인이었고 손님들도 대부분 흑인이었다.
동료 약사도 흑인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 약국에 비해 무지무지하게 바쁘고 마치 약국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라고. 이 약국뿐 아니라 같은 동네 약국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 한다.
처방전 접수를 받는 테크니션, 약을 담는 테크니션, 약사는 검수하고, 약 픽업 담당 테크니션, 거기다drive through까지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그렇게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같은 스피드로 벨트는 돌아가는데 여기에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만일 통화라도 길어지면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게 되고 그 자리에는 작업할 분량이 밀리게 된다. 자동차 공장의 기계적 작업보다도 머리를 쓰는 작업인데도 컨베이어 벨트의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컨베이어 벨트지만 두뇌가 아닌 손 노동만 필요로 하는 단순하고 반복된 작업은 노동자에게 일하는 재미를 앗아가 노동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대량생산방식 체계는 노동자를 기계화, 부품화 시킨다는 문제들이 제기 되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환자 상담도 해야 하고, 질병에 대해 의사와 토의도 해야 하고, 보험, 약값 할인도 체크해야 하고, Drug-Drug interaction도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데 컨베이어 벨트상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노동자를 기계 부픔으로 생각했던 포드는 자동차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서 놀랍게도 노동자의 임금을 노동계평균보다 무려 2배나 올려 주었다. 물론 포드는 노동자를 위한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포드는 노동자들 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줌으로써 그들이 포드자동차를 살 수 있는 ‘소비자’가 되게 만들고자 했을 뿐이었다.
약사들은 어느 정도 임금을 받고 있으나 보조원들은 그들의 작업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 그들은 약국 컨베이어 벨트 위의 노동자가 아니고 머리를 쓰는 고급인력이다. 보조원들이 행복해야 약사도 행복하고 환자도 행복하다. 그들의 처우를 개선해 줌으로써 환자가 더 보살핌을 받고 아울러 그들이 경제를 살리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포드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2015-05-20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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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4> 말 들어주기
평생 독신으로 사는 신부님들이 의외로 부부갈등이나 고부갈등, 자녀 교육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교인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그들의 가정 이야기를 신부님께 털어 놓기 때문이다.
고해성사는 자신의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자리지만 많은 신자들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신부님께 고백함으로써 죄사함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신부님이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신자들의 영혼은 치유되는 것이다.
미세스 힐러리가 한 동안 원인 모를 감염으로 고생했다. 거의 두 달이 넘게 미세스 힐러리가 복용한 항생제만 해도 Cipro, Flagyl, Z-pak, Cephalexin, Augmentin 등 퀴놀론 항생제를 비롯하여 세파계, 마크롤라이드 항생제 등등, 총 다섯 종류였다. 스테로이드 Prednisone도 20mg 하루 세 번 으로 20일을 복용하다 차츰 용량을 줄여 마지막에는 5mg을 이틀에 한 번 먹는 것으로 가져갔다.
미세스 힐러리는 약을 타러 올 때마다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사실 심한 증상은 아니라서 병원에 입원하고 하는 것은 아닌데 잔기침이 오래 가고 피곤하면서 마일드한 감염증상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내 영역이 아니지만 난 미세스 힐러리가 오면 시간이 되는한 오늘은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안 아프다는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병은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러는 사이에 미세스 힐러리의 미스테리한 감염은 다 나았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의 치료방법 중 첫번째는 들어 주는 것이라 한다. 환자 마음속의 고통, 불안, 상처 등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의사는 치료의 실마리를 잡기도 하지만 환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의 상처를 씻어내는 효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주는 것, 그건 당신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있다는 의사 표시이다.
세월호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엄마 두 분이 워싱턴에 왔었다. 그 분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익히 다 알고 있었지만 그 분들의 말을 들어주고 내가 그 억울함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그 자리에 갔었다. 잃어버린 아이들과 또래의 아이를 가진 부모로써 그분들께 진정한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그 분들이 쓴 책을 사 주고 안아드리고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랬다.
미스터 존슨은 뇌암 Brain tumor로 고생하고 있다. 벌써 2번이나 뇌수술을 했다. 수술과 암에 따른 피치 못할 뇌손상 때문에 고용량의 항경련제 Oxtellar를 복용하면서 예기치 못한 발작을 막고 있고 손 떨림 증상을 막기 위해 파킨슨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약, 수면제 등도 과량복용하고 있다.
미스터 존슨은 약국만 오면 자신 이마의 수술자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투병을 해 왔고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지 모든 스토리를 자세히 나에게 이야기 한다. 약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 난 그냥 가만히 들어만 준다. 그러면 병 때문에 많이 우울했던 미스터 존슨은 그렇게 한바탕 털어내곤 기분이 많이 좋아져서 돌아가곤 한다.
의사, 간호사, 심리치료사, 약사 등 Health Care Provider중에서 환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약사다. 더구나 상담에 대한 비용이 전혀 없다. 대부분의 약사들이 바쁘지만 모든 약사들에게 상담은 의무이다. 그만큼 약사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미세스 힐러리에게 훌륭한 약사가 될 수 있었다.
*본 칼럼 ' 워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05-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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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3> 베데스다
예루살렘에는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있었다. 이따금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물을 휘젓곤 하였는데 물이 움직일 때에 맨 먼저 못에 들어 가는 사람은 무슨 병이라도 다 나았다. 예수님은 이 연못가에서 38년이나 병으로 앓고 있었으나 움직이지 못해 연못에 들어갈 수 없는 환자를 고쳐 주셨다 (요한 복음 ).
난 이 성경의 지명을 딴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County의 베데스다란 City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 City는 한국의 '동' '읍'과 맞먹는 지역 단위이고 한국의 '시' 와 '군'은 여기의 County와 맞먹는 지명이다.
대도시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City'들이 그러듯 City의 작은 도심에는 비교적 큰 빌딩의 비지니스 지역이 있고 외곽에는 주거지역 대부분과 슈퍼나 약국 등의 근린 편의구역들이 있다.난 베데스다 외곽의 주거지역에 살면서 베데스다 도심의 약국에 근무한다. 집에서 약국까지는 차로 20여분 거리이며 출퇴근 할 때마다 16년 전에 처음 미국에 와서 3년 동안 머물던 NIH (National Health Institute)를 지나서 간다. 결국 난 16년 동안 직장은 다르지만 한 지역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이다.
미 국립 보건원 NIH는 27개의 연구소와 임상병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소로는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를 비롯해 심장, 면역, 노화, 눈, 관절염 등 모든 질병을 망라한 연구소들이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온 Post-Doc들이 이 연구소들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박사들과 그 가족들이 베데스다와 인근 Rockville City에 주거하고 있다.
난 NIH 국립암연구소의 Laboratory of Cell Regulation and Carcinogenesis 에서 3년간 일하면서 3개의 제1저자 논문을 비롯해 7개의 논문을 작성하면서 비교적 성공적인 Post-Doc 생활을 했었다.
나의 멘토는 지금은 한국의 차병원 암연구소장인 김성진박사였으며 김박사님은 호암의학상을 수상하실 정도로 세계적인 석학이시다. 그 당시 Lab Chief은 고 Dr. Anita Roberts 이었는데 아니타는 TGF-beta 라는 단백질을 당시 실장이던 Dr. Michael Sporn의 Post-Doc으로 있을 때 처음 발견하신 분이다. 안타깝게도 64세에 미국사람으론 아주 드문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나의 대표적 논문은 간염바이러스가 TGF-beta와 연합하여 간경화를 일으키는 기전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그 때 당시 Impact factor 19.9인 Genes and Development라는 Journal에 실렸으며 논문이 accept 되었을 때 김성진 박사를 비롯해 아니타 그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기억이 새롭다.
미국에 처음 발 디딘 곳, 이 곳 베데스다 근처에서만 벌써 16년을 살았으니 한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오래 살았다. 별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 살 것이니 베데스다는 나의 제2의 고향이다. 그 많은 도시 중에서 예수님이 병자를 고쳐주며 기적을 행한 베데스다에서 사는 행운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2015-04-2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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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2> 광물성약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메달을 깨물곤 한다. 자신이 이룬 결과가 무척 좋아서 카메라맨들에게 서비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금이나 은, 구리 등을 먹으면 우리 몸에 약효가 있을까? 수은이나 납, 비소 등의 중금속은 독성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 은 등의 귀금속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할까?
금은 귀한 거니까 귀한 만큼 몸에도 좋을 것이다라고 서양귀족들은 차에 금가루를 넣어 마신 기록이 있다. 실제로 어떤 효과를 봤을지는 모르지만 심리적 효과인 플라세보 효과는 확실히 얻었을 가능성은 높다. 왜? 비싼거니까. 실제로 금은 19세기경에 우울증, 간질발작 등에 쓰였고 관절염,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에 쓰였다.
금 자체는 불활성으로 약효를 나타냈을 수는 없고 금속염(salt) 형태나 다른 화합물 형태로 쓰였는데 현재도 금 화합물인 Auranofin이 Ridaura라는 상품명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관절염환자가 금반지를 끼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한방에서도 금이 심장과 간, 신장에 작용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신을 안정시키며 해독작용을 하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이유로 우황청심환 같은 신경정신과 계통의 약에는 금박을 씌운다.
은은 확실한 살균효과가 있다. 은과 접촉해 6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은 없다고 알려졌고 1리터의 물을 소독하는데 수백만분의 1그램의 은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도 은의 살균효과에 대해 언급했고 12세기경에도 의사들은 부상당한 환자들을 수술할 때 감염방지약으로 은을 썼다. 현재도 화상을 입었을 경우 균의 감염을 막는 필수약물로 Silver sulfidizide크림이 쓰인다.
핸드폰이나 노트북 건전지를 만드는 원소기호 3번인 리튬(lithium)도 중요한 약물로 쓰인다. 리튬은 약물로는 처음에 통풍 치료에 쓰였고 그 후 심장병에도 쓰인 적이 있다. 음료수 7-UP의 전신 음료수에는 리튬이 들어갔었는데 숙취제거 음료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리튬 독성 때문에 FDA에선 이 리튬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였다. 리튬은 현재 조울증(Bipolar disorder)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이다.
조울증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우울할 때는 우울증 환자보다 더 우울하고 maniac 할 때는 더욱 더 광적으로 변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비비안 리도 조울증이 매우 심해서 배우생활 뿐 아니라 로렌스 올리비에와의 결혼 생활도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사람 중 무려 570만명이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조울증 환자의 5명중 1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빈 윌리암스도 영화에서 보여준 명랑한 것과는 달리 조울증 증세로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리튬 역시 salt로 복용을 해서 리튬+이온이 체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기분을 좋게 하는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하고 Mood를 조절하는 enzyme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아예 리튬이 환자의 뇌기능을 reset하여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많은 조울증 환자들이 lithium의 효과를 보는 것은 확실하지만 로빈 윌리암스 처럼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 더 좋은 약의 개발을 기대해 본다.
2015-04-0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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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1> 누가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한가?
최근 뉴스 보도다. "30살인 러시아 배우 드미트리 니콜라는 모스크바의 한 술집에서 금발의 미녀를 만났다. 그는 유부남이었지만 미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여성의 제안에 따라 사우나로 이동한 두 사람은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드미트리의 기억은 끊겼다.
다음날 드미트리는 사우나가 아닌 버스정류장에서 깨어났다. 그는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바지에 흥건한 핏자국을 발견했다. 급히 병원을 찾은 드미트리는 “고환이 제거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고환도 잃고 아내의 신뢰도 잃은 드미트리는 응급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니콜라는 이제 고환이 없으므로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을 약으로 평생 복용하여야한다.
우리 약국의 미스터 죤슨도 테스토스테론을 평생 복용하여야한다. 그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성전환자이기 때문이다. 미스터 죤슨은 원래 여자이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당연히 분비되지 않는다. 남성으로서의 성징들, 이를테면 목소리, 털,근육,목젖등을 유지하려면 그는 테스토스테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스터 죤슨은 한 달에 한 번씩 테스토스테론 주사제를 픽업해 간다.
미세즈 홉킨스는 석 달에 한 번 약국에 와서 남편 미스터 홉킨스의 젤 타입 테스토스테론 (Androgel) 석달치를 픽업해 간다. 남편의 건강 상태를 아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미세즈 홉킨스는 약을 걸르는 일 없이 꼬박꼬박 시간 맞춰 약국을 방문한다. 30세 이후부터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1 년에 1% 씩 줄어들므로 60이 다 되가는 미스터 홉킨스의 기능저하를 막기 위해 아내는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스터 레빈은 옆건물 헬스클럽 강사다. 그는 헬스클럽 강사답게 체격이 매우 좋다. 팔이나 어깨등을 보면 근육이 울퉁불퉁 대단하다. 그는 나한테 독감주사 맞은 사람중에 팔뚝이 제일 굵은 사람이다. 목소리도 남저음으로 그를 보면 남성다움이 넘쳐흐른다.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비결은 테스토스테론이다. 그는 미스터 죤슨보다 2배용량의 테스토스테론을 한달에 두 번 주사 맞고 있다. 직업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즐기고 있다.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돼 의사와 대화를 했지만 의사도 미스터 레빈이 만족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 프로야구 홈런왕인 배리본즈는 2001년에73개의 홈런을 때려내 1998년에70개로 그 때까지 한 해 홈런 신기록을 기록한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전이나 그 후 보통 40여개 정도만 치면 그 해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이 들의 기록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차 후 이 들의 기록이 테스토스테론의 도움이 컷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기록들은 모두 빛이 바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놀라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배리본즈나 마크 맥과이어 모두 아직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테스토스테론때문에 1968년 동계올림픽부터 도핑검사가 시작되었고 이 후 많은 선수들이 도핑검사 양성을 받아 그들의 업적이 박탈당했다. 100m육상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벤 죤슨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이 나와 금메달은 물론 그 전의 모든 기록이 말소되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육상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건 마리아 존스도 2007년에 테스토스테론류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모든 메달이 박탈당했다. 당연히 그들의 경기력이 모두 정당한 방법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고 판정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박태환 선수가 맞은 Nebido라는 제품은 독일 바이엘사 제품으로 1000mg의 고용량 테스토스테론 제제이다. 그것은 미스터 죤슨의 것 보다 무려 10배용량이며 미스터 레빈의 것 보다도 5 배의 용량이다. 효과가 최소 10주에서 14주까지 지속된다. 그러므로 박태환 선수가 아시안 게임전에 이 주사를 맞았다면 약물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제품이름이 new libido라는 뜻으로 테스토스테론제제라는 것을 분명히 암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수영선수가 그것을 몰랐다는 것도 안타깝고 전문가인 담당의사가 그 정도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게 난 믿기지가 않는다. 부디 수영영웅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2015-03-1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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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0> 관절염
한국에 가족여행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리 애 앞자리가 비게 되서 아이가 앉았는데 멀리서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거기 내 자리니 당장 일어나라고 우리 애에게 호통을 치는게 아닌가. 애가 놀래서 일어나 그 할머니에게 자리를 드리긴 했지만 애나 나나 무척 당황했었다. 나중에 애는 아빠, 한국엔 깡패할머니가 많나 봐 하기에 웃고 넘어갔지만 좀 씁쓸했다.벨기에에 학회 참가로 간 적이 있었다. 장소가 브뤼셀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시내의 숙소에 자리잡은 참가자들은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학회장소로 이동했다. 제법 큰 학회라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이동을 하곤 했는데 지하철에 빈자리가 많은 데도 서양사람들은 자리에 앉지를 않는 것이었다.반대로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모두 앉아 갔지만. 그 때는 서양사람들은 다리가 길어 앉는 것이 서는 것 보다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 가서 지하철을 타 보니 다리가 짧은 일본 사람들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도 서서 가고 있었다. 고단한 한국인의 삶이 지하철 자리쟁탈전의 바탕에 깔린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미국 사람들도 잘 앉지 않는다. 파티 같은데 가도 그냥 서서 몇 시간씩 얘기하고 논다. 서비스 직종 등의 일터에서 직원은 중간에 잠시 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루 종일 서서 서비스를 한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약사나 약국보조원들도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사실 바빠서 앉을 시간도 없는 약국도 많다. 몇몇 약국에 간이 의자 정도는 있지만 그나마 아예 치워버린 약국도 많다. 일할때 걸리적 거리기 때문이다. 체인 약국 Rite aid는 아예 공식적으로 약국에서 의자를 없애버렸다고 한다.그렇게 보통 8시간, 많으면 하루에 13시간을 서서 일하는 약사들이 존경스럽다. 나는 한 두시간도 힘들어서 서서 일 못한다. 그래서 난 가게 화장품 코너에서 편안한 의자를 약국에 갖다 놓았다. 그래도 바쁠 땐 몇 시간 씩 나도 서서 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리, 특히 무릎이 많이 아프다. 정년퇴직이 없어도 약사들은 대개 60세가 넘으면 은퇴를 하는데 대부분은 무릎 관절에 문제가 있어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렇다.미스 로버트가 어느 날 갑자기 보조 보행기를 끌고 나타났다. 왜 그러냐 했더니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미 한 쪽을 지난 달에 했는데 성공적이라 다른 쪽마저 1주일 전에 했다고 한다. 그 동안 Ibuprofen이니 Celebrex니 통증완화제 이 약 저 약 복용해 봤지만 일시적일 뿐이라 근본적인 효과는 없었고 관절의 성분으로 판매되는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등 건강보조제도 꾸준히 복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관절은 뼈와 뼈 사이의 원활한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닳아 없어지게 된다. 자주 쓰면 쓸 수록 없어지면서 재생이 전혀 되지 않으므로 관절에 무리가 가는 심한 운동은 삼가 하는 게 좋다. 특히 비만은 관절에 무게를 가해 손상을 입히므로 몸무게를 줄이는 게 관절에는 필수적이다.인공관절 수술 외에 세포치료법으로 관절을 재생시키려는 시도들이 있다. 자신의 척수에서 줄기 세포를 뽑아 관절 부위에 주입시키는 방법이 이미 실용화 되었고 관절세포를 증식시키는 인자가 포함된 관절세포를 대량 배양하는 방법이 현재 임상시험 중에 있다.필자가 관여했던 티슈진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관절 부위에는 혈관이 없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음을 착안해 개발되었다. 육손을 가진 기형아의 여섯번 째 손가락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추출한 관절세포에 TGF-beta란 관절 세포 증식인자를 삽입하여 관절의 재생을 유도하는 방법인데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조만간 상용화를 기대해 본다.관절염은 약사들의 직업병이나 다름없다. 나도 벌써 오른 무릎이 가끔 시리다. 한국에 있는 내 동기들은 영하 10도에도 산에 오르내리는데 비교해보면 미국 약사생활이 한국에 비해 훨씬 고달픈가 보다. 난 종업원이지만 내 친구들은 사장님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고. 이러다 나중에 더 나빠지면 티슈진이나 한 방 맞아야겠다.*본 칼럼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02-2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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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69> 기록의 중요성
이집트의 한 피라미드는 건축하는데 10만 명이 3개월 교대로 20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수십만 명이 몇 백 년을 걸쳐 쌓은 것이다.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후손들이 덕을 좀 보고 있지만 백성들을 죽도록 고생시켜 만든 그러한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오히려 우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허성도 교수는 말했다.그대신 우리에겐 기록의 문화가 있다. 전문 사관이 조선왕조 500년을 기록한 왕조 실록이 있고 오늘날 비서실격인 승정원의 승지들이 기록한 '승정원 일기'가 있다. 거기다가 왕 스스로 적은 일기인 '일성록'이 정조 대왕부터 1910년까지의 150년간의 기록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대기록은 조선왕조 실록은 6,400만자 승정원 일기는 임진왜란 때 일부가 불탔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억 5000만자의 분량이다. 조선왕조 실록은 개략적으로 번역이 되었지만 승정원 일기나 일성록은 앞으로 번역하는데 80여년이 더 걸린다 하니 그 방대함에 놀랄뿐이다. 모든 방면의 기록이 중요하지만 연구소의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그렇지만 NIH에서 연구를 할 때보면 책임자들은 연구노트 작성에 매우 민감하였다. 당연히 실패한 실험이든 성공한 실험이든 모든 연구 기록을 다 적어놔야 다음 연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그 때 당시 미국은 선발명주의 특허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노트작성이 더욱 더 중요한 사항이었다. 특허분쟁이 있을 경우 연구노트가 증거로 제출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약국에서도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환자의 편의나 응급상황을 고려하여 전화처방전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화의 정확한 기록에 무척 신경 써야 한다. 한 두자의 잘못된 기록이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 또는 Secretary 등이 전화를 할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말과 글은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다르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약국간에 처방전을 트랜스퍼할 때도 전화를 이용하는데 양쪽의 약사들간의 의사소통도 잘 되야겠지만 그 통화내용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medication error가 약국간의 트랜스퍼할 경우에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약국에서의 기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년 경력의 약사 제프가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약국 환자인 엘렌에게서 받은 전화였다. 당시 나이 75세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던 엘렌은 심장병약 Digoxin 0.1mg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에서 울먹이며 "제프, 왜 내 약 Digoxin을 easy-open cap bottle에 담았어?" 하는 것이었다. Child safety cap은 아이들이 쉽게 열지 못하도록 꾹 눌러서 열수 있게 만든 것인데 easy-open cap은 애들이 없는 집, 특히 노인들은 Child safety cap의 경우 힘이 없어 약 병을 열수 없을 수도 있어 easy-open cap을 선호한다. 실제로 협심증약인 Nitroglycerin은 항상 easy-open cap으로 나온다. 비상상황에서 환자가 쉽게 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엘렌이 노인이므로 당연히 easy-open cap을 요구했었나 보다 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이니 제프의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놀랍게도 놀러 온 손자가 약을 먹고 죽었다고 한다. 옴팡 잘못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제프는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처방전을 들춰 보았다. 오, 탱큐 갓! 처방전엔 easy-open cap request란 말이 씌여 있었다. 제프가 직접 쓴 것이었다. 이 한 줄의 기록 덕분에 제프는 소송을 면할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건 약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처방전 변경이나 의사와의 상담내용 등은 날짜, 시간, 통화자들의 이름과 함께 정확하게 기록해 두어야 한다. 소송이 만능인 나라에서 현명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다.*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02-11 0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