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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8> 대박?
마스터스 골프대회의 단골 손님이던 타이거 우즈가 이번 대회에도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 대회는 세계 60위안에 들어야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데 한 때는 세계 골프계를 호랑이처럼 포효하던 타이거가 이제는 60위 안에도 못 드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골프도 예민한 운동이라 이혼 등의 개인적인 일들로 집중력을 잃어버린 이후 타이거는 좀처럼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거의 전부인 엘린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다 스웨덴의 골퍼 Parnevik의 아내를 만나 그의 아이들의 유모로 미국에 왔다. 외국의 아가씨들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엘린이 받은 Nanny 비자이다. Parnevik은 엘린을 타이거에게 소개했고 둘은 사랑을 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이도 둘 낳고 잘사는 것 같던 두 사람은 결국 타이거의 바람으로 파경을 맞게 되었다. 엘린은 위자료로 1억 달러를 타이거로부터 받았는데 옷가게 점원에서 막대한 부를 가진 신데렐라의 탄생이라고 언론들은 입방아를 찧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냥 결혼을 유지하고 같이 살면 남편의 재산을 다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금간 사랑으로 얻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게 정말로 대박 인지는 잘 모르겠다.
뉴햄프셔주 월마트의 약사였던 미스 McPadden은 18년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약국 테크니션을 비롯하여 보조 스텝들의 turn over가 잦아지면서 약국의 근무환경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미스 McPadden은 이런 나빠진 조건을 개선하고자 계속 회사에 지원을 요청했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숙한 직원들로 인한 일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에 대한 책임추궁 등의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스 McPadden은 결국 2개월 간의 병가를 내고 말았다.
병가에서 돌아온 미스 McPadden은 어느 날 한 테크니션이 자기 파일을 열어보고 미스 McPadden이 무슨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다른 직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미스 McPadden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이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지만 규정을 명백히 어긴 직원을 회사는 해고하지 않았고 단지 부서만 바꿔 같은 건물에 근무하게 했다.
오히려 그 후 미스 McPadden이 해고가 되었는데 약국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하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미스 McPadden을 회사는 눈의 가시로 여겼고 결국 사소한 기회가 생기자 보복성 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미스 McPadden은 이런 부당해고에 대해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2016년에 와서야 종결되었다. 그 사이 2014년에 다른 남자약사가 똑같이 약국열쇠를 잃어버렸는데도 해고되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소송은 남녀차별 건으로 번졌고 월마트는 이것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소송의 결과로 배심원단은 월마트에게 밀린 봉급과 향후 받을 봉급,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과 성차별 보상으로 미스 McPadden에게 무려 3,1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미스 McPadden은 그간 맘고생을 정말 많이 하였지만 고생한 보람 끝에 엄청난 대박이 그에게 찾아왔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영국의 대니 윌렛이 우승했다. 그 동안 미국에서 우승이 없던 그는 첫승을 대망의 마스터스 우승으로 장식했다. 더구나 그는 아내의 출산 예정일과 대회가 겹쳐 출전을 포기하려다가 다행히 조산으로 아이가 대회 전 출생하여 가까스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대니 윌렛 이야말로 20억원의 상금과 아들을 동시에 얻은 진정 대박의 사나이였다.
2016-04-20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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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7> 얘! 넌 엄마 없니?
영화 '마더'에서 엄마 김혜자는 자기 아들 원빈 대신 진범이라고 잡혀온 조금 덜 떨어진 청년에게 "얘! 넌 엄마 없니?" 하고 소리친다.
왜냐하면 진범인 아들 원빈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했던 '엄마' 김혜자는 맥없이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저 청년덕분에 자기 아들이 풀려났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넌 나 같은 엄마 없니? 엄마가 있다면 저 청년이 저렇게 쉽게 자백하진 않았을 텐데. 자기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겠지, 더구나 저 아이는 내 아들처럼 진짜 범인도 아닌데...
미국엄마들도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바쁘다. 소위 '사커맘'으로 불리는 엄마들은 애들을 미니밴에 싣고 축구장이나 야구장으로 그리고 오케스트라 등의 방과후 학습에 실어 나르느라 고달프고 바쁘다.
한국처럼 학원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땅덩어리가 넓어 한국처럼 이동거리가 짧지도 않다.주말엔 시합이나 연주가 있고 주중엔 연습하러 다녀야 한다. 대중교통 수단도 없고 애들끼리 내 보내면 불법이니 엄마가 해야 한다. 그래서 사커맘을 '슈퍼맘'이라고도 한다.
아이가 유전적 발작으로 고생하는 미세스 테일러는 7살 딸아이 약인 Trileptal을 타러 올 때마다 나에게 마냥 미안해한다. 왜냐하면 애가 복용하기 좋도록 flavor를 넣어달라고 나에게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flavoring이 공짜도 아니고 비용으로 3달러를 더 받는데도 아이가 매 번 포도향, 사과향, 풍선껌향 등으로 바꿔 달라하니 혹시 약사인 내가 귀찮아 할까봐 걱정이 돼서 굽신거리는 거다. 그게 다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다.
미스 고든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입양한 딸 애슐리가 있다. 한동안 엄마하고 아이하고 즐겁게 잘 다니더니만 애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추측건대 애가 자기 정체성에 고민이 생긴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주위력 결핍증(ADHD) 약들을 타가더니 점점 우울증약 등의 비중이 증가하고 심지어는 antianxiety 약인 Xanax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약도 잘 안듣는지 이 약 저 약 자주 바꿔보기도 하는게 보였다.
그러자 침착한 성격으로 보이는 미스 고든의 얼굴에도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면서 애에게 좋다는 것을 찾을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애슐리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미스 고든은 결국엔 애슐리를 애리조나에 있는 우울증 청소년을 위한 갱생 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홀로 된 미스 고든은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면서 약을 애슐리에게 보내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자주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애슐리는 애리조나에 있지만 엄마의 노력으로 곧 아픔을 극복하고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에 있을 땐 미국엄마는 한국엄마와 달리 좀 정이 없고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냉정하다라고 들었다. 애가 넘어져도 혼자 스스로 일어나게 나둔다라고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미국에 와서 보니 미국엄마들도 자식교육이나 자식 사랑은 한국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모자라지는 않은 듯하다.
미국 엄마들은 방과 후 애들을 실어 날으면서 차 안에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 엄마들보다 아이들과 유대관계가 매우 좋다. 이런 엄마들이 아이가 넘어지면 그냥 놔둔다고? 아니, 바로 가서 일으켜 준다. 미국 엄마 손이나 한국 엄마 손이나 아이들에게는 모두 약손인 것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04-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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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6> 기억의 저편
워싱턴에는 약대 역사의 산증인이 살고 계신다. 올해 연세 95세로 1945년에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방은호 선생님이 그 분이시다. 방은호 선생님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일리노이 약학대학을 다시 다니셨다.
그 후 이 곳 워싱턴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시면서 특히 한인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는데 앞장섰다. 연세에 비해 아직도 건강하셔서 얼마 전엔 손수 운전을 하시고 볼티모어까지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약대 동창회가 있는 날이면 꼭 참석하셔서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곤 한다.
이 분의 말씀 중에 하나가 최근의 일들은 정말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래된 어릴 때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달 전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80년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니던 일들은 기억이 잘 난다고 한다.
또 1주일 전에 만난 사람은 얼굴, 사연 등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70년 전에 만난 사람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한다. 사실 방선생님은 얼마 전 70년 전에 헤어진 배재학당 선배와 미국에서 해후했다. 만남이 70년만인데도 방선생님은 첫 눈에 그를 알아 보았다고 한다.
나도 50 중반이 돼가면서 기억력의 감퇴가 급격하게 오고 있다. 사람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 특히 숫자는 방금 들었는데도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처방전을 접수하면서 얼굴을 보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컴퓨터에 입력하고선 그 환자가 약을 픽업할 때는 누구신가? 하다가 어김없이 이름을 다시 묻는 것이 다반사이다.
생년월일 등은 너무 자꾸 물어봐 환자를 짜증나게 하는 일도 꽤 많다. 전에 없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며 모든 일을 기록하게 된 것도 요즘 내 기억력을 전혀 믿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피치 못할 습관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컴퓨터와 너무 닮았다. 자판에 글을 쓰고 저장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금방 사라진다(초단기 기억). 램(RAM)에 저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기간은 기억하는데(단기 기억), 하드에 저장하면 더욱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장기 기억).
어렸을 땐 자판에 글을 쓰면 바로 자동으로 뇌에 저장이 되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램이건 하드건간에 저장이 안되고 바로 날아가 버린다. 초단기 기억은 커녕 초단기 망각증상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방선생님 말씀대로 나도 아주 오래된 일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기억의 저편에 '동진약국'이 있다. 난 초등학교 때 서울 마포에 살았었는데 집에 가는 길 초입에 동진약국이 있었다. 지금이야 달라졌겠지만 옛날엔 약국이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이었다.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르면 꼭 엄마가 거기 아줌마들과 같이 수다 떨고 계셨다.
그러면 약사 아줌마가 "우리 똑똑한 덕근이 왔니?" 하고 반겨주셨다. 거의 매일 약국에 들를 때마다 많은 아줌마들 앞에서 같은 말씀을 하시니 어린 마음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약사 아줌마의 칭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후에 난 약대에 진학했다.
그 좋은 동진 약국 기억이 있어 난 약국에 엄마랑 같이 오는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한다. Sweet, Smart, Pretty 등의 미사여구를 마구 써가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려고 한다. 사실 미국애들, 특히 여자애들은 인형같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때가 많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중에 애들의 기억의 저편에 내가 한자락이라도 스며있기를 기대한다. 그 옛날 동진약국 약사님이 내 기억의 한편을 슬며시 차지했듯이 말이다.
2016-03-2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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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5> 개인 정보 지키기
미국에 오래 전에 와서 개인 약국을 운영하던 정약사는 최근 대박을 맞았다. 근처에 대형체인 약국이 들어서면서 그 체인 약국이 정약사가 갖고 있던 고객정보를 100만달러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체인 약국은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정약사를 그 새로 생긴 약국에 약사로 고용하였다. 이로써 정약사는 약사의 수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보 판매비만 덤으로 얻는 큰 행운을 얻었다.
개인 정보를 사고 파는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 인터넷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는 한국인 개인정보를 아주 쉽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단돈 5500원을 온라인으로 입금하면 바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ID를 넘겨받을 수 있다고. 이걸 보니 모든 한국인의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홈플러스는 할인 행사를 통해 고객을 모은 뒤 무려 2300만 건의 고객 정보를 보험회사에 213억에 팔아먹었다. 조사결과 경품행사는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통상 경품행사에는 응모권에 성명과 연락처만 쓰면 되지만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여부까지 적어내도록 했고 이를 기입하지 않은 고객은 추첨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황당하게도 홈플러스에 무죄를 선고했다.
2013년, 미국의 홈프로덕트 스토아 Target은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 4000만개를 해킹 당했다. 그로 인해 Target은 천만달러에 달하는 배상금 뿐 아니라 그 후폭풍으로 명성과 신용을 잃었다. 그 후 Target은 보다 안전한 신용카드 chip을 이용한 거래를 업계최초로 실행하고 있다.
크레딧 카드 등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건강정보는 더욱 중요하다. 개인 건강 정보는 HIPAA룰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만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해커들의 공격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일반 정보가 암시장에서 개당 2달러에 팔리는 것에 비해 건강정보는 그것의 10배인 20달러에 팔린다 하니 건강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약국 등이 해커들의 주타겟이 되었다.
요즈음 약국으로 오는 처방전의 50%이상이 electronic처방전이다. 정보의 전달이 신속하고 정확하여 종이 처방전 보다 약사나 의사 모두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해커들의 공격에 취약함을 노출하고 있다.
현재 약국에서는 소위 Electronic prescription monitoring programs이 각 주마다 확립되어 약을 조제할 때 향정신성 의약품의 남용을 즉시 체크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른 약국이나 다른 주, 메일 오더 등에서 조제 받은 약물들의 중복 조제를 막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불행하게도 해커의 표적이 되어 2009년에는 버지니아 시스템이 해킹을 당하고야 말았다. 해커들은 무려 3500만 건의 개인 정보를 도둑질하였고 그것을 돌려주는 댓가로 천만달러의 돈을 요구했다.
개인 정보가 약국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점점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electronic처방전이 늘어나고 환자의 기록이 모두 전산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료 개인 정보 1건에 20달러라는 유혹은 약국이 해커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약사들은 보다 심각하게 이런 사실을 받아들여 비밀번호 관리리든지 종업원 교육 등 약국 차원에서 최대한 방어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6-03-09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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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4> Lay Language
미스 허버트가 Estrace vaginal cream의 처방전을 가져왔다. Estrace크림은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여성호르몬 estrogen을 보충하기 위한 약이다. 처방전을 보니 apply 1 gram vaginally 2 times a week, then topically to vulva every other day라고 씌어 있었다. 우리말로 풀면 '질을 통해 이 약 1그램을 1주에 2번 주입하고 외음부에 격일로 바르시오'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Vulva는 외음부라는 점잖은 표현 보다는 'ㅂㅈ'의 한글 표현에 더욱 가깝다. 그래서 조금은 민망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왜 한글 표현은 저속하고 한자표현은 점잖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민망한 부위이니 조금은 돌려 말하는 게 낫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생활에서 많은 부분이 한자나 영어는 고상한 표현이고 순수 우리말은 조금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한글재단에 의하면 그 많은 한자표현들이 정작 중국에서 온 것도 아니고 일본식 한자표기가 대다수라고 한다.
고수부지, 공업단지, 지하철, 연봉, 승강장 등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들도 다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고 초중고 교과서에서 쓰던 우리말들도 어느덧 다 일본식 한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피는 혈액으로, 귀청을 고막으로, 가로막을 횡경막으로, 기름기는 지방으로, 쇠붙이는 금속으로, 원둘레는 원주로, 속셈은 암산으로 바뀌었는데 모두 다 일본식 한자말이라 한다.
반면에 병원에선 영어가 판을 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의사로 등장하는 정우가 야구선수 칠봉이의 MRI영상을 진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정우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룸바 스파인 엠알아이 검사상 엘포-파이브 에스원 사이 디스크 에이치엔피 소견입니다. 우선 피티나 컨저버티브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거의 외계어 수준인데 번역하면(?) “허리뼈 MRI상 4, 5번 허리뼈와 1번 엉덩이 뼈 부분에 디스크 증세가 있습니다. 우선 물리치료 등으로 천천히 치료를 하면서…” 정도가 되겠다.
미국도 병원에선 정우와 비슷한 용어를 쓴다. 물론 여기 의사들은 자기나라 말을 쓰는 거고 우리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나라 말을 하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전문 용어를 쓰는 것은 우선 의대에서 이렇게 외국어로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도 있고, 한편으론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권위도 세우면서, 또 어떤 경우엔 환자가 불필요하게 처치상황 등을 알 필요 없게 하기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의학용어도 오리진이 그리스나 라틴어에서부터 유래했으므로 우리들 한자용어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을 위한 Lay Language로 된 의학용어 사전과 약전 등이 따로 있다. Lay Language란 Terminology that an average non-professional can understand로 아주 쉬운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약국에서도 의사가 비록 처방전에 apply 2 drops in ophthalmic route bid라고 썼어도 환자에게 주는 약 포장에는 put 2 drops in eyes twice a day와 같이 Lay Language로 표기해서 준다.
몸풀기(출산), 애기집(자궁), 달못찬아이(미숙아), 물들체(염색체), 콩팥나눠심기(신장이식), 살버섯 (폴립), 가렴돋이(소양성 발진) 등 북한은 한자어로 된 의학용어나 외래어를 풀어 ‘다듬은 용어’로 쓰고 있다고 한다. 지식인층이 쓰는 말을 노동자층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라고.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하여' 세종대왕께서 우리 한글을 창제하셨으니 어느 분야던 되도록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지 않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사람들에게는 Lay Language가 있듯이 우리에겐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2016-02-2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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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3> 체중증가 부작용
전 물만 먹어도 살쪄요.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한 예능프로에서 그 중 한 분의 일상을 추적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잔 마시곤 다이어트 중이라고 시리얼과 우유만 먹는데 작지만 무려 시리얼 5봉 흡입, 침대로 다시 돌아가 빈둥거리며 계속 물 종류만 마시긴 하는데 그게 다 콜라나 주스 등 단 것들이었다. 거기다 늦은 퇴근으로 오늘 한끼만 먹는다고 달걀만 5개, 그리고 입가심으로 초코바 한 개. 결국 사실은 본인이 물만 마신다는 착각이었다.
사막에 사는 낙타는 자신의 혹에 지방을 저장하며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다. 낙타는 지방을 물로 전환시킬 수도 있어 물도 없는 사막에서 오랫동안 견딜 수 있다. 그래서 낙타는 평상시 기회만 있으면 열심히 먹어서 혹에 영양분을 저장해 둔다. 낙타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그렇다. 본능적으로 먹이만 있으면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열심히 먹어대는 것이다. 심지어 잠자는 겨울을 나기 위해 곰과 뱀 등은 가을까지 실컷 먹는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도 동물처럼 영양분을 몸 속에 본능적으로 저장하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뱃살이다. 다만 사람은 동물과 달리 본능이 하는 일을 이성으로 막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게 사람마다 달라 본능이 잘 억제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에 물만 마시는 분처럼 억제가 힘드신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성과 본능의 밸런스가 잘 유지되다가도 약의 부작용 때문에 그 밸런스가 무너진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약국으로 전화가 왔다. 자기는 항우울제 Paxil을 복용 중인데 약 복용 후 한달 새 10파운드가 쪘다며 같은 효과를 보면서 부작용이 적은 다른 약이 없냐고 물어왔다. Paxil은 소위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로 우리 몸에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기분을 좋게 하는 약이다. 그래서 이 약은 우울증 환자에 쓰이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SSRI가 Paxil과 같은 체중증가의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대체적으로 우울했을 땐 식욕이 떨어졌다가 약을 복용한 후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되면서 살이 찐다는 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이런 약을 복용한 환자들 중 25% 정도가 체중증가의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한다.
정신과 약 중 Zyprexa가 이러한 부작용이 심하다. Zyprexa의 제작사인 릴리사는 이 약의 체중중가 부작용으로 환자 3만명으로부터 소송이 걸려 무려 7억5000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하였다. 그리고 제품 라벨에 이 약물은 체중증가, 혈당상승, 지방상승의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라는 명령을 FDA로부터 받았다.
경구피임제도 체중증가를 유발하는 약물이다. 에스트로젠 호르몬에 의해 식욕이 증가하는 게 한 원인이고 그에 따른 fluid retention이 또 다른 원인이다.
대체적으로 항우울제나 정신과 약물이 체중증가의 부작용이 있다. 약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 식욕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을 중단할 수는 없다. 운동 등을 하면서 체중을 조절하거나 식사량을 조절하는게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전화 온 환자에게 Paxil보다는 Effexor나 Wellbutrin이 체증증가작용이 덜하다고 알려주면서 무리하게 약을 바꾸는 것보단 식사량 조절 등이 어떠냐고 권유해 보았다.
2016-02-1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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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2> 음주약사
한국에서도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큰일이지만 미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거의 재생이 힘들 정도다. 저녁 먹고 한잔 하게 되면 한국처럼 2차는 가지 않지만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도 발달되어 있지 않고 대리운전 시스템도 없는 곳이므로 집에는 가야겠기에 그냥 차를 몰게 된다. 사실 아주 많이 마시진 않았고 또 단속이 그렇게 심하진 않으므로 설마 하며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한국처럼 무조건 길을 막고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음주 사실이 적발 돼도 똑바로 걸어 보라는 둥, 숫자를 거꾸로 세보라는 등 정상참작의 여지를 주기 때문에 술 한잔 한 음주 운전자는 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더구나 경찰은 차가 심하게 갈지자로 운행하기 전까지는 운행하는 차를 괜히 단속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음주를 했더라도 정상적으로 차를 운행하면 빠져나갈 구멍은 널려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가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가끔 걸리는 신호 위반, 속도위반 등에 더불어 음주한 사실이 적발되면 가중처벌로 엄청난 곤욕을 당하게 된다.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 유치장에 잡혀 하룻밤을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벌금에 변호사 비용 등 금전적인 손실도 엄청나다.
더구나 차가 없으면 다닐 수도 없는 이 곳에서 면허정지로 차 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을 버터야 한다. 주위사람 도움으로 겨우 한 두 달 어렵게 살다 보면 내 다시는 이런 짓 안 한다는 치가 떨리는 맹세를 하게 된다고. 더 큰 문제는 이런 실수가 이 정도의 불편한 정도로 그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미주리주의 체인 약국에서 근무하던 피터는 어느 날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위와 같은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업무에 복귀 한 후 피터는 미주리주 Board of Pharmacy로부터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피터는 2년마다 약사 면허 갱신 할 때 경위서를 제출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경위서 제출을 미뤘다. 약사 면허 갱신 할 때 체포된 적이 있느냐? 있으면 설명하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주 후 Board는 조사관까지 약국으로 보냈고 이 조사관은 피터의 상사인 수퍼바이저와 인터뷰를 하고 조사 결과를 Board에 보냈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수퍼바이저는 조사관에게 피터는 기억력이 매우 약하고 위생적이지 못하며 어느 날은 더러운 옷을 입고 출근한 적도 있으며 심지어 근무 중 입에서 술냄새도 났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를 받은 Board는 당장 피터에게 신체적 정신적 감정을 받으라고 명령했고 피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의했다.
피터는 패닉에 빠졌다. 음주운전 체포 당한 사실에 정신감정까지 의뢰한다면 약국에서 해고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면허까지 박탈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터는 개인 카운셀러와 상담하고 정신적으로 아무 이상 없다는 상담기록을 Board에 제출했지만 Board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oard는 정상적인 약사 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체적 정신적 감정을 받으라고 재차 명령했다. 결국 피터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법원 판결은 피터에게 불리하게 내려졌고 피터는 꼼짝없이 신체적 정신적 감정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비록 감정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 해도 이제 피터의 약사로서의 장래는 불투명해졌다.
미주리 주 약사면허 박탈 뿐 아니라 이 결과로 타 주의 면허 획득도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한 잔의 술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지 피터는 그 땐 몰랐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회하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2016-01-27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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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1> 슬레이트 삼겹살
연예인들이 시골 강가로 캠핑을 가는 옛날 TV프로가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동네 폐가에서 슬레이트를 줏어다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서로 입에 넣어주고 좋다고 박수치고 하는데 결국 그들은 그 때 삼겹살과 함께 발암물질인 석면을 같이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하던 새마을 운동은 우리 시골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농촌 소득을 올려 주었다는 긍정적 평가부터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힌' 것 밖에 더 있냐는 박한 평가도 있다.
어쨌든 초가집은 사라지고 농가의 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하지만 이 슬레이트 지붕이 문제다. 왜냐하면 이 슬레이트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마을 운동 당시는 석면의 문제점을 몰랐다. 몰랐으니 거기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이 TV에도 나왔겠지. 하지만 석면은 무서운 발암물질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 인정자수는 총 65명(폐암 39명, 악성중피종 18명, 석면폐 등 8명)인데, 그 중 48명이 사망했다.
2014년 9월 24일까지 평온한 삶을 살던 크리스는 25일 아침 평상시 가던 맥도날드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다가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몸이 매우 느려지는 듯 하더니 배를 누가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이 몰려 오는 것이었다. 결국 심한 통증에 그만 의식을 잃고만 크리스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의식을 깨보니 아내가 병상 옆에서 울고 있었다. 의사는 크리스에게 뱃속에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으며 수술로 최대한 제거했지만 남아있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선치료와 함께 항암제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가 걸린 암은 소위 Peritoneal mesothelioma라는 암으로 석면에 위해 유발되는 암이라는 설명이었다.
크리스는 전화회사인 AT&T의 직원이다. 그는 땅속에 묻혀있는 전화 케이블선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을 같은 회사에서 15년 이상 해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 전화 케이블을 감싸고 있는 파이프가 대부분 석면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크리스는 석면 파이프를 절단해야 했고 그 작업 중에 크리스는 석면 가루를 계속 흡입할 수 밖에 없었다.
1970년대부터 석면의 유해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석면 사용의 제한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아직 완전히 사용이 금지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케이블을 감싸고 있는 파이프는 석면을 포함하지 않는 재료를 쓰지만 오래된 케이블을 감싸고 있는 파이프는 규제를 받기 전이라 대부분 석면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건축현장에서 석면을 포함하는 건축재료는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오래된 집의 단열재는 대부분 석면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농촌 폐가의 슬레이트 지붕은 철거시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석면의 발암 잠복기는 10년에서 40년이다. 따라서 석면에 노출되더라도 당장은 건강에 표시가 나지 않아 작업자는 노출이 계속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크리스가 작업을 시작한지 15년이 되어서야 발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별 이상이 없어 계속 작업하다 덜컥 쓰러져 버린 것이다. 슬레이트에 삼겹살을 구워먹던 연예인들도 그 때 이 후 한 15년 정도 지났으니 지금쯤 잠복기가 지나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매년 미국에서 2700명 정도가 Mesothelioma로 판명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질병에 노출된 사람들이 대부분 현장 노동자들이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왜냐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들은 용역을 고용하며 이 용역들은 대부분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이들은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말 잘 듣고 착한 노동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석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2016-01-1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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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0> 약국 리베이트
오래 전 일이다. 잘 아는 약대 선배가 졸업 후 복지부에 취직을 했다. 지금이야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그 때는 공무원은 빈약한 급여로 인해 특히 약대생에게는 인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 선배에게 먹고 살기 힘든데 왜 거길 가냐했더니 공직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도 해보고 생각보다 먹고 사는 게 힘들지 않다고 들었다며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1년 후 만난 그 선배에게 일하기 어떠냐 했더니 일이 적성에 맞아 매우 만족하며 그리고 자기는 술을 좋아하는데 거의 매일 술 접대를 받아 아주 좋다고 한다. 제약회사 담당자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술을 사주고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오면 주머니에 고급만년필이나 갖가지 선물들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만난 그 선배는 이제 더 이상 술 접대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제약회사 담당자들이 자기에게 접대를 하려고 하면 아예 오늘 술 값의 반을 두고 가라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점점 타락하고 있는 평범한 한 공무원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지금은 보기 힘들 오래 된 아주 오래 된 일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처방의 댓가로 오가는 리베이트 제공은 아주 고질적인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수백건의 리베이트 건수가 적발되었으며 거기에는 무려 40여개 제약회사가 연루되었다니 거의 모든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건에선 향응을 받아 챙긴 의사가 무려 536명이었는데 제약회사는 해외관광과 골프비용 등 총 2억3,900만원을 뒷돈으로 제공했고, 의사들에게 554회에 걸쳐 3억5,9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대학병원 교수인 김모 의사는 2012년 3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전문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7개 대형 제약회사로부터 2,028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하니 정말 개탄할 일이다. 하지만 의사에게 의약품 처방권이 있는 한 리베이트의 관행이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도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리베이트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병원 뿐 아니라 드물긴 하지만 약국에도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제네릭과 제네릭간의 대체조제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체인 약국이 특정 제네릭 회사를 선택할 때 리베이트가 오고 갈 여지가 있다.
또한 노인 환자들을 케어하는 Nursing Home 약국에서는 리베이트 가능성이 더욱 높다. 왜냐하면 Nursing Home에서는 환자의 투여기록을 검토하면서 의사에게 처방전을 의뢰할 수 있는 상담약사(Consultant Pharmacist)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에는 미국에서 2번째로 큰 Nursing Home 약국 체인인 PharMerica가 제약회사 Abott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9백여만달러를 벌금으로 지불한 적이 있다. 이 약국의 상담 약사들은 환자들의 차트를 검토한 후 Abott의 항경련약 Depakote의 처방전을 의사들에게 의뢰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PharMerica약국이 Abott로부터 엄청난 양의 Kickback을 받은 것이 입증되었다.
Abott는 이 사건 뿐 아니라 다른 리베이트과정들이 모두 적발되면서 무려 15억달러의 돈을 지불했는데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회사가 견디는 것을 보면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얼마나 큰 것 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서 눈 여겨 볼 것은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Abott의 세일즈맨이었던 미스 맥코이드가 바로 그 Whistleblower였다. 미스 맥코이드는 1989년에 제정된 Whistleblower Protection Act에 의해서 보호받았으며 거액의 소송 결과로 인해 무려 백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잇단 내부고발자들이 오히려 직장이나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2015-12-30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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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9> Conflict of Interest
가족 중에 의사가 있으면 참 좋은 일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닥터 오닐이 메릴랜드주에 있는 딸 케이티가 아프다고 항생제 Azithromycin 처방을 전화로 주었다. 딸이 아프니까 멀리서라도 아빠가 챙겨줄 수가 있으니 집안에 의사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든든하다.우리 약국엔 의사 환자가 많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약도 스스로 처방하고 자기 가족의 약은 대부분 의사 자신이 셀프 처방한다. 소위 Conflict of Interest 한 면이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 되는 건 아니니깐 되도록이면 받아준다. 집안에 의사가 있으면 그 정도의 편의는 봐 주어야 하지 않는가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은 예외로 하고 있다.
같은 날 닥터 스펜서에게서 아들의 향정신성 약물 Diazepam 처방이 전화로 왔다. 닥터 스펜서는 추수감사절 기간이라 대부분의 닥터오피스가 휴가로 문을 닫아서 자기가 처방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Diazepam이 그 정도로 위급을 요하는 급한 처방은 아니라 생각되어 거절하였다. 아들에게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명백한 Conflict of Interest이기 때문이다. 정말 약물이 필요하면 온콜닥터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족들을 위해 셀프 처방을 하지만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특히 마약류만큼은 전문의사에게 처방을 의뢰한다. 그게 정도이기 때문이다. 치과의사가 항경련제를 처방한다든지 피부과 의사가 수면제를 처방한다든지 하는 일은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Conflict of Interest는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어떤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묵시적 협약 같은 것이다. 자기 가족이 지원한 회사에 면접관이 된다든지 신의약품 심사관에 개발 제약회사의 전임 직원이 심사원으로 선정된다면 이것은 명백한 Conflict of Interest이다.
Conflict of Interest와 관련된 재밌는 연구가 있다. 그 동안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재료인 Bisphenol 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176가지의 연구가 있었다. 닥터 베이커가 그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제조회사가 연구 지원한 13종의 프로젝트에선 Bisphenol 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하나도 없었던 반면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용역한 연구에서는 무려 152건의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났다. 그만큼 Conflict of Interest가 얼마나 연구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이와 같이 Conflict of Interest에 의해 결과가 정반대로 나올 수가 있으므로 되도록 사전에 Conflict of Interest가 안 생기도록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우선 모든 자료들을 공개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Conflict of Interest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일단 결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결정이나 평가를 제 3기관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 달 한국과 일본의 야구시합이 일본에서 열렸는데 비록 중요한 심판은 아니지만 좌선심으로 일본심판이 배정되었다.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준결승이라는 중요한 게임에서 제3국 심판이 아니고 두팀 중 한팀의 나라 심판이 배정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명백한 Conflict of Interest이다. 한국이 이겼으니 다행이지 이럴 경우엔 일본은 오해를 안 살려면 오히려 한국의 심판을 배정해야 했다.
닥터 베일러는 한동안 자기 이웃에 암으로 고생하시는 환자에게 주는 것이라며 마약진통제인 Oxycodone 15mg 처방전을 직접 들고와 약을 타가곤 했다. 멀쩡해 보이는 환자가 번번히 같은 마약 처방전을 들고 오면 의사에게 전화해 확인해 보기라도 하지만 의사가 그렇다니 조금 의심은 가도 달리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결국은 마약에 중독된 의사 자신이 복용하려고 스스로 처방한 것이었다. 자기가 처방하고 자기가 약을 타가는 경우, Conflict of Interest의 극명한 경우였다.
*본 칼럼 ' 워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12-1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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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8> 고전하는 개인 약국 (Independent Pharmacy)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 삼성상회라는 조그만 회사를 설립한 후 이 회사를 기반으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대기업을 이루었다. 그 때 이병철 회장이 돈을 모은 비결은 무역업과 '별표 국수' 였다고 한다. 또한 정주영 회장은 쌀장사로 시작해 돈을 벌어 역시 오늘날의 현대를 이루었다.
최근 5조원대의 대박 기술료 수출을 달성한 한미약품의 시작은 현 회장의 이름을 상호로 딴 임성기 약국이었다. 나도 어릴 때 임질 매독 전문 임성기 약국이란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왠지 약국명과 잘 어울리는 광고라 약국이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약국은 번창해 임회장은 한미약품이라는 제약회사를 차리더니 마침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다.
미국의 최대 약국 체인인 Walgreen은 창립자 Mr. Walgreen이 1901년에 시카고에서 시작한 조그만 점포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 7000개, 유럽에 수 천개의 약국을 거느린 거대 약국 기업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Walgreen은 얼마전엔 업계 3위인 Rite Aid와 합병을 선언하고 조만간 공룡약국 체인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한 기업들이 그 동안은 많이 있었다. 한국의 상당수 제약회사들의 시작은 조그만 약국이었고 미국도 Walgreen뿐 아니라 체인 약국들의 시작은 동네의 작은 점포였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 대도약이 일개 약국으로부터 가능할 까는 의문이 든다. 아직도 미국의 약국 중 38%에 이르는 개인 약국(Independent Pharmacy)들이 요즘 무척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베데스다의 개인약국인 RiverRx의 소유주이며 약사인 Dhallan은 어느 날 두시간 동안 제네릭 항진균제 크림 처방을 조제할 것인지 아니면 환자를 체인 약국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왜냐하면 이 약의 약값은 지금 180달러 인데 보험회사에서는 겨우 60달러만 환급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 전에는 가끔 나오던 일이었는데 요즘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항우울제 Prozac 제네릭을 조제하면 26달러가 손해나고 류마티스약을 조제하면 83달러가 손해 난다. 이런 식으로 한 달 손해액은 무려 48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우선 제네릭 약값이 갑자기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약값이 100%, 1000% 올랐어도 보험회사는 최근 3개월간의 평균 가격으로 보전해 주기 때문에 그 손해는 너무 컸다.
두 번째로 보험회사가 자체 메일 오더 약국을 운영하며 개인 약국과 경쟁을 하더니 심지어는 보험회사가 약국 체인과 합병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연히 이 보험회사는 자기 약국을 더 선호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개인 약국의 보험 적용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RiverRx의 20년 단골고객인 미스 허치슨도 아쉽지만 약국을 옮겨야 될 처지에 놓였다. 새로 바뀐 보험이 RiverRx 약국을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 둘 떠난 고객이 2015년 한 해만도 전체의 20%나 된다고 Mr. Dhallan은 전했다.
RiverRx는 작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보았는데 오히려 처방수는 그 전 해보다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Mr. Dhallan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독점대기업의 횡포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끝이 창대 하기는 커녕 곧 쓰러져갈 개인 약국들의 미래가 안타깝게도 눈앞에 훤히 보이고 있다.
2015-12-0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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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7> 약국 로봇
집 근처의 하루에 500개 이상의 처방전을 처리하는 약국에 가보니 약국이 거의 공장이었다. 공장 수준에 맞게 테크니션이 무려 5명이나 되고 약을 하나하나 세어 주는 기기들도 여럿 보였다. 무엇보다도 약을 자동으로 담아 주는 로봇도 있었는데 컴퓨터에 처방전을 입력하고 명령 버튼을 쳐 주면 로봇이 자동으로 약을 병에 담아 내 준다.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한데 아마 2명 몫의 테크니션 역할은 충분히 할 듯하다. 로봇은 절대 지치질 않으니 더 이상일 것 같기도 하고.
동네 슈퍼 마켓도 두 명의 캐셔 자리를 없애고 손님이 직접 체크아웃 할 수 있는 계산대를 6개나 더 만들었다. 두 명의 캐셔 대신 6개의 계산대가 생기니 그 전보다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여러모로 편리해졌다. 손님도 좋고 회사도 좋은 데 익숙하던 캐셔 두 명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영국에선 기계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던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숴버리는 소위 "luddite" 운동이 일어났다. 주로 1800년대 영국의 북서쪽 지방에서 일어난 이 운동은 공장의 기계를 부숴버리는 일련의 야만적인 행위였지만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자본가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중의 하나였다.
기술이 눈부시게 진보하면서 인간의 삶은 점점 편리해졌지만 그에 따른 실직 위험 등 부작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례로 무인 자동차의 획기적 개발은 요즘 각광받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미래 직업 안전성을 현저히 낮추었다.
병원에서 기계가 진정제를 처방해주고, 호텔에서 사환 로봇이 객실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과학의 발전은 끝이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의 사람들에게는 1800년대에 영국 사람들이 겼었던 비슷한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소위 네오러다이트운동이다.
1998년 어느 날, 이탈리아 경찰은 스위스로 향하던 자동차를 검문하다 이 차에 폭탄이 가득 실린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이 폭탄들은 쥬리히에 건설 중이던 IBM 나노 테크센터를 폭파하려던 차량이었다. Il Silvestre라는 단체의 이 테러시도는 다행히도 경찰에 위해 중단 됐지만 그들은 나노테크놀로지가 환경을 파괴한다며 그 후에도 계속된 공격을 예고하고 있다.
2013년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에서 40마일 떨어진 실리콘밸리 본사로 향하던 구글 출근버스들이 일단의 주민들에 의해서 운행이 중지되었다. 성난 주민들은 버스의 바퀴를 펑크 내거나 심지어는 차의 유리창을 깨는 등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주민들은 구글 때문에 자신들의 주거비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아파트 렌트비는 방 두 개짜리가 월 4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급등했는데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사이 구글 통근버스 스톱지역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구글은 주민들의 요구대로 통근버스를 없애고 샌프란시스코시에 대중교통 개발비 명목으로 7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주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다행히 약국에서 로봇을 때려 부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소 두 사람의 일자리는 로봇에 의해 사라졌지만 로봇이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의 일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로봇 개발, 수리, 관리자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과학의 진보는 기존의 일자리를 없애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곤 했다. 같이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2015-11-1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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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6> 여성용 비아그라 Addyi
나의 첫 직장 제일제당 연구소는 경기도 이천에 있었다. 그래서 나와 아내도 이천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서울에서만 살던 우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거기서 이사 나올 때까지 낯선 시골 소도시의 정경을 마음껏 즐겼다.
그 때 이천 시장통에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 약사가 까마득한 대학교 선배였다.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가서 수다도 떨고 바둑도 두며 놀다가 손님이 오면 형님이 조제하는 걸 옆에서 지켜 보곤 하였다.
거의 모든 조제에 파란색의 작은 알약을 넣는 것을 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스테로이드 일종인 덱사메타존이었다. 이 약을 잘 써야 명의소릴 듣지 하던 형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 옛날 의약분업 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소위 만병통치약인 스테로이드계 약물 중 여성용약이 에스트로젠이다. 미국립보건원(NIH)에서 같이 일하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도 이 약에 대해 이천의 약사선배님과 같은 말을 했다.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 환자들에게 에스트로젠을 주면 다음 방문 때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다들 자기보고 명의라고 한다고.
폐경이 왔다는 것은 에스트로젠 분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그와 관련된 각종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통이나 안면홍조, 발열, 골다공증, 성욕감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의사 선생님이 명의로 칭송 받은 이유는 다른 것보다도 에스트로젠이 잃었던 성욕을 되살려주고 특히 질 내의 건조를 막아주어 이젠 끝난 것 같던 성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 사용하는 에스트로젠은 경구제 보다는 크림이나 질내 좌약 등이 사용된다. Premarin, Estrace cream 이나, Vagifem 질정제, 또는 Estring 등이 쓰이는데 아직 제네릭이 없어 꽤 비싼데도 50-60대 여성분들에게 아주 잘 나가는 약물들이다.
에스트로젠은 유방암 유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거나 다른 이유로 에스트로젠을 복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러한 분들 중 질건조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Osphena(Ospemifene)라는 약물이 나왔다. 이 약은 질이 건조해 섹스 때 고통을 느끼는 여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약물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섹스에 불만이 있는 여성이 44%에 이르고 질병인 Female sexual dysfunction (FSD)으로 진단이 될 수 있는 18세 이상 여성이 무려 12%에 이른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폐경이 오거나 복용하는 약물, 특히 우울증약이나 고혈압약들을 복용하다 보면 약물의 부작용 등으로 리비도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런 Female sexual dysfunction(FSD)의 여성들에게 남성 발기치료제 비아그라를 투여해서 효과를 본 사례가 많다. 비아그라가 성기에 혈류량을 증가시켜 남성의 성기를 발기시키듯 여성의 성기에도 혈류를 증가시켜 예민함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는 Addyi(Flibanserin)가 FDA에서 허가 되었다. Addyi는 비아그라처럼 성기의 혈류를 증진시키는 약이 아니라 성욕이 감퇴된 여성들의 성욕을 증진시키는 약이다.
저혈압과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FDA가 두 번의 반려 끝에 주의사항을 붙여 허가를 내주었다. 이런 이유로 남성용 비아그라의 대성공에 비해 출발은 미약할 듯하다. 하지만 500만에서 800만에 이르는 잠재 환자들의 기대가 언제 열풍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2015-11-0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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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5> 약사의 굴욕
미스터 히긴스가 고혈압약 Lisinopril 처방전을 들고 왔는데 한 달치 처방에, 두 달 리필로 총 세 달치 처방전이었다. 그런데 보험은 한 달치씩 세 번은 안 되고 한 번에 90일치로만 커버가 된단다.
그게 그건데 우습게도 이 정도 사안도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나중에 보험회사로부터 감사를 받을 때 커버된 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사무실에 전화하니 간호사도 아닌 비서가 뭐 그런 것 가지고 전화하냐는 말투다. 'Ok, Go ahead.' 약사의 굴욕이다.
미스 로버트가 피부병약 OVACE(Sodium Sulfacetamide) 처방전을 쿠폰과 같이 들고 왔다. 당연히 제조사 쿠폰과 같이 보냈으니 Brand name을 dispense 하라는 건데 처방전엔 그 말이 빠져있다.
보험은 당연히 DAW(Drug AS Written)란 말이 없다고 Brand 제품을 커버 안 해 준단다. 이럴 때 난 그냥 처방전에 내가 DAW라고 쓰고 그냥 넘어가는데 이 곳에서 공부한 약사들은 그렇게 교육 받았다며 꼭 의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비서에게 허락 받는다. 약사의 굴욕이다.
미스 가르시아는 임신 초기부터 임신부 비타민(prenatal vitamin) 'Prenate Mini' 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조사가 기술적인 문제로 수많은 비타민 성분 중 하나가 1mg정도 바뀌었다. 그래서 약 고유번호인 NDC(National Drug Code)도 바뀌었는데 문제는 이럴 경우 새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처음엔 꼭 전화해서 새 처방전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냥 NDC만 바꿔 조제한다. 전화해 봐야 '뭐 그런 걸로 전화를' 하는 소리를 또 듣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은 처방전을 다시 받는 거다. 굴욕이다.
미스터 홉킨스가 항진균제 Nystatin 연고 처방을 가져왔는데 Cream인지 Ointment인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의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약국에 있는 걸 알아서 환자에게 주라는 거였는데 굳이 전화까지 했냐고 굴욕을 준다. 헐, 그래도 이 사안은 정도가 앞에 것 보단 훨씬 덜 굴욕적이다.
약국의 수입 대부분이 보험회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약사는 굴욕적이지만 보험회사가 하라는 대로 안 할 수가 없다. 약사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안 하면 돈을 못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험은 민간 보험이라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어떻게든 처방전 커버를 안할려고 노력한다. 그게 약사건, 의사건, 환자건 귀찮게 하여 되도록 늦게 돈을 지불하려 하거나, 더 나아가서 이들이 그 약을 포기하게도 만든다.
약국에서도 굳이 약사가 아니라 Lead technician이 의사에게 전화해서 리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약국은 항상 바쁘게 돌아가서 Lead technician의 업무량이 과다하기도 하고 또 약사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약사와 의사 비서와의 통화는 일상화가 되었다. 약사의 원초적 굴욕이다.
물론 약사가 굴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사는 응급처방권도 갖고 있어 의사와 연락이 여의치 못하면 의사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환자가 리필이 없을 경우 3-4일치를 약사의 판단으로 처방전 없이 줄 수 있는 것도 주말이면 쉽게 볼 수 있는 약사의 특권이다.
하지만 약사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약사의 직업만족도는 점점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 일하는 것은 그 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에 더해 체인 약국들이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과도한 마케팅을 약사들은 별수없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약사 공급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던 내 약사 초기에는 절대 볼 수 없던 풍경이지만 지금은 컨베이어 벨트가 쉴새 없이 돌아가는 작업환경에서도 약사들이 꼭 해야 하는 약사의 진정한 굴욕이다.
2015-10-2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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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4> 마약이야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위가 마약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무려 5종의 마약, 즉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초, 스파이스 등을 15번이나 상습 복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집안 배경의 덕이 아니었겠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사위의 집에서는 마약 투여에 사용한 주사기가 여러 개 발견되었는데 DNA분석 결과 본인과 공범들의 것과 다른 확인 되지 않은 DNA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니 미확인 DNA의 주인공은 이제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약국에 당뇨병 주사기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당뇨병약인 인슐린을 자가 주사하기 위해 사가는데 요즘은 대부분 인슐린이 펜 타입으로 쉽게 주사할 수 있게 제품이 나와 있어 실제로 이런 주사기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는 매우 드물다. 당뇨병 걸린 개나 고양이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려는 동물 주인이거나 혹은 펜 타입의 인슐린을 커버하지 않는 보험을 갖고 있는 몇몇 사람들만 이 주사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딱 보기에도 다른 목적으로 주사기를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주사기 판매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으므로 마약투여를 위한 주사기 구매에 걸림돌은 없다. 메릴랜드에서는 주사기 판매가 의사 처방전 없이 가능하며 간단한 신분증 제시만으로 합법적으로 주사기를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주사기만 구매하고 인슐린 등의 주사약은 조제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주사기 구입이 마약투여가 목적인 경우가 거의 99% 이다.
미국에서는 요즘 강력한 마약인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매일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람의 숫자가 미 전역에서 하루 11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구 20만명 규모의 펜실베니아 워싱턴카운티에선 911 출동이 일요일 7시 반 이후 한 시간 동안 8건이나 있었는데 놀랍게도 모두 마약 과다 복용 사건이었다.
헤로인은 디아세칠 모르핀(diacetylmorphine)으로 모르핀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만 용해성이 좋아 모르핀보다 환각작용에 빨리 이르게 한다. Oxycontin이나 Percocet 등의 처방약 진통제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헤로인의 길거리 판매가 급증하였다.
더구나 마리화나 합법화로 인해 암시장에서의 수입이 줄어든 마약상들은 강력한 마약 헤로인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처방약 마약 진통제가 암시장에서 1mg에 1달러에 팔리는데 1회 복용하려면 적어도 20mg은 필요하므로 총 20달러가 들지만 헤로인은 5-8달러면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암시장에선 헤로인이 대세다.
헤로인은 코로 흡입하거나 먹기도 하지만 숟가락에 헤로인을 얹어 증류수에 섞어 가열한 후 액체를 정맥주사를 통해 주입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처음에는 소량으로도 원하는 환각 효과을 일으키지만 점차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투여량을 늘리다가 결국 치사량에 이르게 된다.
마약류의 가장 큰 부작용은 호흡곤란이다. 그래서 마약 과다 복용자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외계인처럼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다고 한다. 간신히 살려낸다고 해도 뇌에 산소 공급이 상당기간 중단된 상태라 중독자는 식물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약사범의 재범율은 40%에 달한다. 그러니 김무성 대표는 가족 모임 때마다 사위를 잘 관찰하여야 할 것이다. 혹시 호흡이 가빠지거니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숨찬 모습이 보이면 그가 마약의 유혹에 다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김대표는 그에 따른 조치를 가족차원에서 서둘러 취해야 할 것이다.
2015-10-07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