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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7> Honey, Do you want me to quit smoking?
미국에 와서 담배를 끊었다. 첫번째 이유는 담배를 같이 필 사람이 없었다. 난 그냥 담배를 피면서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그러는게 좋아서 담배를 피곤 했는데 미국에 오니 같이 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두번 째 이유는 건물안은 금연이므로 담배를 피우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니 뭐 그렇게까지 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담배 값이 너무 비쌌다. 그 당시 한국에서 제일 비싼 담배가 한 갑에 1000원 정도 했었는데 미국에 오니 한 갑에 5불이 넘었다. 그 때 당시 환율이 달라당 1,300원 정도였으므로 무려 7배나 비싼 값을 주고 담배를 사서 피게 되진 않았다. 그만큼 난 골초는 아니었다. 그래서 난 쉽게(?)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담배 끊기가 나처럼 쉽지는 않다. 끊었다 다시 피기를 수십번 하는 사람도 있고 지레 포기하고 기침을 해대면서도 계속 피워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담배는 끊어야 한다. 백해 무익이고 건강에 정말 해롭다. 사망원인 중에서 폐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데 대부분 담배 때문이다.
스스로 담배를 못 끊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약이 나와 있다. 대부분 니코틴 성분으로 패취나 껌 타입으로 나와 있는데 갑작스런 금연으로 인한 금단 현상을 막아 주면서 서서히 담배를 끊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그러나 이러한 니코틴 제제로 인해 담배를 끊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꾸준한 의지가 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보다 강력한 담배 끊는 약이 화이자에서 챈틱스(chantix; 성분명: varenicline)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니코틴 제제는 OTC일반약이므로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사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처방약이다. 먹는 약이므로 복용이 간편하고 금연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를 도와주기 위해 날짜별로 약을 blister pack 에 넣어 놓았다. 화이자에서는 날짜별로 따라가서 이 약을 복용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2주, 약 3 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3개월은 아무 것도 아니리라.
이 약은 강력하게 니코틴 리셉터에 결합한다. 그래서 담배를 피지 않고도 담배를 피는 효과를 느끼게 하여 담배를 피우는 욕망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강력한 효과에 비하면 부작용이 많지 않은 편이다. 요즘 약국에 처방이 많이 나온다. 최소한 3 개월은 먹어야 하므로 세계 1등 제약회사 화이자에 리피토 (lipitor) 와 노바스크(norvasc), 바이그라(Viagra)에 이어 또 하나의 준 효자 종목이 더해졌다.
세계적인 추세이긴 한데 남자보다 여자가 담배를 많이 피운다.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는 소문 때문인데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담배를 피우면 입맛이 없어지므로 그에 따른 다이어트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 같으나 담배 그 자체가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 약을 찿는 환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많다. 대부분의 보험이 흡연자도 환자로 취급해 이 약을 커버해 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보험이 이 약을 처리해 주진 않는다. 보험이 처리가 안되면 이 약을 자기돈 주고 사야 하는데 3개월치가 약 300불 정도 한다. 부담가는 금액이지만 3개월 이후에 담배를 정말 끊을 수만 있다면 그 이후엔 담배값이 안 들어가므로 한 번 시도할만한 금액이다.
한 쌍의 커플이 약국에 오더니 챈틱스 처방을 내 놓는다. 환자는 역시 여자 쪽. 안타깝게도 보험이 처리해 주지 않아 300불을 고스란히 내야 하니 남자가 좀 머뭇거린다. 여자가 Honey, Do you want me to quit smoking? 하니 y-e-s 하며 남자가 돈을 내준다. 아내, 혹은 애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특히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선 그 정도 돈은 별로 아까운게 아니다. 이 환자가 꾸준히 약을 복용하여 3 개월 후엔 확실하게 담배를 끊는 모습을 보기를 기원한다.
2009-03-31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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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5> 프레드릭 총격 사건
집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프레드릭이라는 도시에서 약사에 대한 총기 사건이 일어 났다. 일요일 대낮에 drive through 를 통해 손님이 약사를 향해 총을 발사해 약사가 팔을 맞고 크게 다쳤다. 범인은 다음 날 잡혔는데 마약에 중독돼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 한다.
범인은 Drive through 를 통해 금고에 있는 모든 향정신성 마약류를 몽땅 다 달라고 했고 약사가 거부하고 창문을 닫을려고 하자 총을 쐈다고 한다. 밤도 아니고 대낮에 범행을 저질른 것을 보면 계획적인 것은 아닌 것 같고 마약에 중독이 되어도 단단히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다.
Drive through pharmacy란 말 그대로 맥도날드나 버거킹등에서 시도한 걸 본 따서 약국에도 도입한 것으로 약국의 한 쪽 벽면에 창문을 만들어 그 창문을 통해 환자들로부터 처방전도 받고 처방약도 건네 주고 하는 시스템이다. 자가용이 주 교통 수단인 미국에서 손님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한 반면 일하는 종업원들은 일이 2배로 많아지는 피곤함이 있다. CVS Pharmacy 에서 이 시설을 처음 도입한 후로 매출이 많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 여파로 다른 약국도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다.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약사들이 의외로 범행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특히 24 hour pharmacy 나 drive through 가 있는 약국 (대부분 24 시간 약국은 drive through window가 있다.) 은 그 노출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이 번 사건 과 같이 drive through 를 통해 범행을 저질를 수도 있고 24 시간 약국의 경우 11시 이후 아침 8시까지는 보조원 없이 약사 혼자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간간히 야간에 사건이 일어나는 일이 보고가 되곤 한다. 아내가 사교 댄스 선생인 내 친구 약사 브라이언이 말해주기를 자기 동창생중에 한국 친구가 있었는데 워싱턴 남쪽에 있는 어퍼 말보로라는 도시의 약국에서 야간에 근무하다 강도의 총에 맞아 죽었다 한다.
일반 강도가 아닌 범인들은 주로 마약, 그 중에서도 Oxycontin 80 mg 을 요구한다. 이 약이 제일 효과가 커서 비싸게 되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방전에 특히 이 약이 적혀 있으면 가짜 처방전이 아닌지 우선 의심부터 한다. 실제로 범인들이 병원에서 처방전 책을 훔쳐서 가짜로 처방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의심이고 뭐고 없다 무조건 달라면 그냥 주는게 내 몸의 안전을 위해 최선이다. 사실 그 약이 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약국 본부에서도 이 번 사건 이후 각 약사에게 편지를 보내 무조건 범인이 달라면 다 주라고 지침이 내려왔다.
하여간 다친 약사만 안됐다. 목숨을 잃지 않고 팔만 다친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프레드릭은 우리 동네보다 더 시골이라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인가 보다. 지난 번에는 프레드릭을 지나 30분정도 더 올라간 헤이거스 타운까지 지원을 나갔었는데… 아내가 다시는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 말라한다. 100번 옳은 말이다. 안전보다 더 귀한게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2009-02-24 1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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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 미스 홍당무, 미스터 홍당무
영화 미스 홍당무에 나오는 주인공은 안면 홍조증 환자다. 주인공 아가씨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져 고생하는데 특히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내숭 떨지 못하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자주 황당해 한단다. 안면 홍조증은 감정의 변화가 일어 나거나 술을 마시거나 기온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혈관이 확장해서 일어나는 증세인데 질병이라고 하기 보단 그냥 일시적인 증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안타깝기는 해도 특별한 치료제는 없다. 그냥 빨갛게 되는 상황을 안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안면홍조증과 비슷한 질병이 있는데 그것은 Rosacea이다. Rosacea 는 일시적으로 얼굴이 빨개 지는게 아니라 항상 얼굴이 장미꽃처럼 빨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질병이다. 소위 셀틱족의 저주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영국과 아일랜드계의 사람들에 이런 증상이 많다. 미국 남부의 백인들을 레드넥 (red neck) 이라 하는데 조상이 땡볕에서 일하던 촌놈 출신이라 비아냥 거리느라 이 단어가 사용되었지만 실제로 이 지방 백인들은 백인이 아니라 빨간 홍인에 가깝다. 이들은 목 부위뿐 아니라 얼굴 대부분이 빨갛다.
대표적인 인물이 남부 알칸소 주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목은 잘 모르겠는데 얼굴은 항상 빨갛다. 죽은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도 이 Rosacea 환자였고 부시 전 대통령도 좀 빨갛다.
한국에선 재경부 강만수 전 장관이 Rosacea 환자로 추정된다. 처음 볼 땐 낮 술 한 잔 하셨나하는 느낌이었는데 항상 얼굴이 빨가신게 설마 매일 낮술을 드시겠나, 그건 아닌 것 같다. 혹시 자신의 경제 실책 때문에 국민들께 미안하고 또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신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가끔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오히려 빨간 철판(?)을 얼굴에 까신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뻔뻔하시니 그것도 아닌 듯 하다. 그냥 강장관님은 진성 Rosacea환자다.
안면홍조증은 몰라도 Rosacea는 질병이다. 하지만 셀틱족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지 Rosacea와 함께 오는 여드름등의 치료에 몇몇 약물이 쓰이고 있다.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정도가 최선이라는 말이 되겠다. 최근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Rosacea는 피부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의해 일어나는 만성 염증질환이라는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쓰이는 아주 특이한 약물이 있는데 Oracea라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항생제인 Doxycycline 을 항균작용은 나타내지 않고 항염증작용만 나타날 수 있게 제형화 시킨 약물이다. 즉, 30 mg의 immediate release form 과 10 mg의 sustained release form의 복합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약물은 항균작용이 없으므로 장기간 복용에 의한 내성균의 출현도 없다고 제조사인 Galderma Laboratories 는 주장하고 있다.
그 들의 홍보 책자를 보면 4 달 복용으로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치료 전과 치료 후의 사진을 실어 놓았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 환자들이 완치 되었지는 않았지만 많이 호전된 것은 확실한 듯 하였다.
요즘 들어 처방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1 달치가 보험이 없으면 300불, 4 달 치료한다면 1200불정도인데 이 제형을 만드느라 얼마나 개발비가 많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료인 Doxycycline 이 30불 정도이니 대박중의 대박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4500만에 이른다하니 그 중에 0.1 % 만 이 약을 복용한다해도 천문학적인 매상이 되겠다. Rosacea 가 아직은 질병과 증상의 경계에 있고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으니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 후 경제 사정이 호전되면 이 약은 웰빙 약품으로 큰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겠다.
2009-02-05 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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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1 야드는 몇 미터? 1 갤론은 몇 리터?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흐르는 강에 천개의 섬 (Thousand islands) 이라는 관광지가 있다. 사람사는 섬의 숫자로 보면 천 개까진 아니고 약 백 개 정도의 섬이 있는데 미국 부자들이 각각의 섬에 별장을 지어 놓고 휴가 때나 은퇴 후에 기거 하는 곳이다. 이 곳에 가면 관광선으로 섬 들을 쭉 둘러 볼 수 있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이 돌아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이다. 이 곳은 요란 벅적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미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집이 있는 메릴랜드의 베데스다에서 이 곳 까지 가려면 약 460 마일을 달려야 하는데 아침 부터 쉬지 않고 달리면 약 8 시간 정도 걸리지만 밥먹고 화장실 가고 그러면 10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지난 여름 우리 가족은 이렇게 10 시간을 달려온 후, 천 개의 섬을 둘러 보고 1 박 한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러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캐나다에 들어서서 이정표를 보니 나이아가라 까진 300 마일, 다시 약 5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다. 오우 케이, 한참을 쉬지 않고 달리는데 토론토에 두 시간 만에 도착했다. 내가 좀 과속하긴 했지만 토론토부터 나이아가라는 30분이면 가는데 어떻게 벌써 여길 다왔지? 의아해하다가 따-당!, 정답 발견. 여긴 캐나다, 미터법을 쓰는 나라, 그러니까 아까 내가 본 300 마일은 300 마일이 아니라 300km, 약 180 마일 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계속 마일에 익숙해 달려오다 이제 제대로 된 미터법을 보고도 그냥 마일로 착각하고 그냥 달렸다는건데. 갑자기 미터법을 안쓰는 미국에 대해 그간의 짜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미터 대신 피트나 야드, km대신 마일, 리터 대신 갤론, 그램 대신 파운드 또는 온스, 와! 정말 헷갈렸다. 처음엔 정말 감이 잘 안왔다. 자동차에도 속도계가 마일로 되어 있고, 물론 조그맣게 km 도 같이 병행해 있긴 하지만 처음에는 그 작은 km만 주로 보았다.
약국에서도 의사가 연고제나 액제를 처방할 때 온스를 주로 쓴다. 1 온스는 정확히 28.3495231그램 이지만 그냥 30 그램으로 계산한다. 또 부피로 1 온스 (fluid ounce) 도 정확하게는 29.5735 ml 이지만 반올림해서 30 ml로 계산한다. 실제로 액체 한 병은 500 ml, 1000 ml 가 아니라 473 ml (16 온스=1 pint) 를 기준으로 만들고 연고제중에도 1 온스, 1 파운드 (453.6 그램) 짜리 약들이 많다.
그리고 약 담는 플라스틱 bottle 은 13 드램 (dram), 40 드램 등의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단위를 쓴다. 16 드램이 1 온스라니까 1 드램은 약 1.9 ml, 그러니까 13 드램은 약 25ml 쯤 되겠다. 40 드램은 약 75 ml 이고. 다행히 정제나 캅셀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램, 미리그램등의 미터법을 쓰는데, 오래된 약들, 예를 들면 항경련제 phenobarbital 같은 약은 16.2mg (1/4 grain), 32.4 mg(1/2 grain), 64.8 mg (1 grain) 과 같이 grain 을 기준으로 쓴다. 협심증약인 니트로 글리세린도 0.4 mg (1/150 grain), 0.3 mg (1/200 grain)의 아주 특별한 용량을 사용한다. 심장병 예방에 쓰이는 베이비 아스피린 81mg 은 왜 굳이 81 mg 인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81mg은 1.25 grain 과 동일하였다.
지금이야 익숙해져 큰 문제는 없지만 특히 약사 자격시험 볼 때 이 생소한 단위들을 공부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미국 사람들도 한국와서 집이 몇 평이니 고기가 몇 근이며 쌀이 몇 말이니 하고 골탕 좀 먹었으면 고소한 생각이 들겠는데 우린 벌써 미터법으로 다 바꿔 버렸으니 그들이 한국에 와도 우리 단위를 공부할 일은 전혀 없을거다. 괜히 억울하기까지 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열 받아 그런진 몰라도 1월인데도 꽤 기온이 높은가보다. TV를 보니 기온 이 최고 44 도 란다. 흐, 44 도, 살인적인 더위 아닌가? 워싱턴 지역이 서울하고 대체로 위도가 같은데 1월에 웬 44도? 이건 지구 멸망의 조짐, 이상 기온? 정답은 섭씨 44도가 아니라 화씨로44 도다. 섭씨로 환산하면 약 7 도가 되겠다. 하여간 못말리는 미국이다. 강대국의 횡포 같기도 하고.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사실 이젠 익숙해져 큰 불편도 없다.
오늘도 난 집에서 15 마일 떨어진 나의 약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후 주유소에 가서 8 갤론의 기름을 넣고 시속 35 마일로 달려 약국에 도착했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지금 기온은 화씨 38도, 어제보다 다소 쌀쌀한 날씨이다.
2009-01-20 1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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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 예쁜 사슴이 옮기는 무서운 병
미국은 야생 동물 천국이다. 동물 보호가 워낙 잘 되어 있고 환경론자들의 입김이 워낙 강하므로 함부로 야생 동물을 잡거나 그 들의 터전인 자연을 훼손 시키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 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이 잘 보존된 미국에선 야생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가축만큼이나 보기가 쉽다.
어디서나 귀여운 다람쥐는 볼 수 있고, 여기선 거위 (goose) 라 하는 (편대를 이루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니 아마 한국의 기러기 인듯 싶다.) 커다란 새가 자기새끼들 하고 줄지어 길을 건너는 장면도, 더구나 한국에선 여러가지 이유로 보기 힘든 사슴이 3-4 마리씩 가족 단위로 노니는 것도 심심찮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천적이 사라져 다량 번식된 동물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가장 골치 아픈 게 도로로 뛰어드는 사슴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다. 경찰에 의하면 한 해에 사슴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메릴랜드 주에서만 500 건이 넘는다고 한다.
심야나 차량이 한적한 도로에선 사슴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특히 주의해야한다. 아침이면 도로 구석에 사슴이 죽어 넘어져 있는 광경이 쉽게 목격된다. 그걸 보노라면 온전하지 못한 동물 시체의 끔찍함과 함께 어젯밤에 엄청 놀랐을 운전자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른다. 사슴과 충돌하면 차량의 손상도 무시 못하게 커서 새로 산 차를 충돌 후 통째로 새 것으로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바라 보기에는 정말로 예쁜 사슴이 실제 생활에서는 본의 아니게 흉기로 변하는 경우가 또 있는데 그것은 라임 디지즈 (Lyme disease)라는 사슴이 옮기는 무서운 질병이다. 사실은 사슴에 기생하는 Tick이라는 벌레가 옮기는 병으로 한 번 걸리면 엄청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 전에는 원인을 잘 몰라 야외에서 캠핑한 후 원인 모를 고열등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원인을 알므로 여러 가지 항생제로 이 병의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원인균은 스피로헤타인 Borrelia 박테리아로 완치하는데는 최소 한 달에서 심한 경우 6 개월 간의 장기간을 요한다. 따라서 항생제 과다 노출에 의한 부작용등의 심한 후유증도 뒤따른다.
우리 동네 몽고메리 카운티에 사는 16 세 소녀 레이첼은 이 병에 무려 3 번이나 감염되었다 한다. 통상 이 질병은 등산이나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인데도 이 아가씨는 집에만 있었는데도 이 병에 걸렸다 한다. 이것을 보면 몽고메리 카운티에 얼마나 많은 사슴과 그리고 tick이 번창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애완 동물, 개나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tick을 묻혀오는 경우가 많아 애완 동물에 의해 2 차감염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레이첼의 경우도 이런 2차 감염의 경우일 것으로 추측된다.
사슴이 옮기는 또 다른 병이 있는데 말라리아 증상과 비슷한 babesiosis 라는 희귀 질병이다. 이 질병도 역시 tick 이 옮기는 질병인데 기생충인 프로토조아에 의해 발병되는 병이다. 이 질병은 혈액에 기생충이 감염된 것으로 혈소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빈혈을 일으킨다. 메릴랜드 주에서만 5명의 환자가 2007 년에 발생하였다. 뜻밖에도 한국에서도 한 할머니가 감염된 사례가 있는데 이 환자는 위암 때문에 위 절제술을 받았을 때 수혈을 받았는데 그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이 질병은 clindamycin 투여로 치료를 하는데 물론 조기 발견치 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메릴랜드 주 정부 통계에 따르면 메릴랜드 주에 사슴 수가 24만 마리에 달한다고 하니 사슴은 이제 점점 공공의 적(?)이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사슴 수 조절이 필연적이다. 아무리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보호하는게 우선이라도 해도 그에 따른 인간의 피해가 막대하다면 사냥을 해서라도 수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한국에는 특별한 이유(?)로 사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사슴 박멸은 정말 순식간일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목이 길어 슬픈 짐승, 사슴은 그저 바라 보는 것으로만으로 충분한 것이리라.
2008-12-24 0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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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 해피 얌 키퍼 (Yom Kippur)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막내가 일어나질 않는다. 지각 안하게 할려고 억지로 깨웠더니 오늘 학교 안 가는 날이란다. 엉? 왜? 휴일도 아닌데 왜 안가?. 막내가 졸음에 묻은 목소리로 아빠, 오늘은 얌 키퍼야, 학교 안 가는 날이야. 뭐, 얌 키퍼, 그게 뭔데? 유태인 휴일. 유태인 휴일인데 왜 학교 안가?. 나도 몰라 어쨋든 학교 안 가!
내가 사는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에는 유태인이 많이 산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학교마다 최소한 아시안 숫자 보단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유태인도 아시안 만큼이나 애들 교육에 정성을 들이는 민족이다. 카운티내에 많은 유태인 사립 학교가 있지만 그것으로 유태인 애들을 다 수용하기엔 부족했는지 유태인들은 공교육인 카운티 교육 위원회를 장악 했다. 물론 위원회를 장악했다해서 공교육을 유태인식으로 시킬순 없었지만 최소한 유태인 휴일은 학교 안가는 날로 해 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유능한 선생들을 배치해서 공립학교를 사립학교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래서 이 곳 몽고메리 학군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군중에 하나가 되었다.
얌 키퍼는 유태인 휴일로 일년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이라 한다. 하루종일 금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날이므로 비록 학교가 문을 열더라도 유태인들은 학교에 올 수가 없다 한다. 예전에 학교가 열렸을 때도 유태인 학생과 유태인 선생이 모두 결석이나 결근을 하므로 수업이 진행될 수가 없었다 하는데, 그러니 비 유태인 교육위원회더라도 어쩔 수 없이 얌 키퍼는 학교 문닫는 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얌키퍼 뿐 아니라 유태인 설날인 라샤샤나 (Rashashana)도 학교 안 가는 날이다. 참 나, 유태인 설날인데 왜 우리 애들이 학교 안가나?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나 베테랑 데이에는 학교에 간다. 유태인 휴일에 학교를 빼 먹었으니 그걸 보충하느라 연방 휴일엔 학교를 가는 것이다. 정말 지네 맘대로다. 그래서 아빠, 엄마와 애들이 휴일이 달라 가을엔 (언급한 휴일은 모두 가을) 애들과 어른이 같이 놀기도 힘들다. 물론 유태인들 은 예외지만.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유태인이 640만명이 살고 있단다. 본국인 이스라엘 인구가 700만 정도 한다니 본국 만큼의 인구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지만 유태인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정계, 재계뿐 아니라 문화계, 학계등 유태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12월에 백악관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서 있는 9 개의 촛불일 것이다. 그것은 유태인 명절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촛불로 9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점등된다. 미국 대통령의 근무처 바로 앞에 유태인의 상징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겠다.
지난 번 미국 의회에서 구제 금융을 처리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 증시의 충격을 줄이려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상정안을 마련하느라 부시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국회의원들이 매우 분주히 돌아다녔다. 소위 기독교의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제 금융안이 부결된 월요일, 의회지도자들은 하루 빨리 개정안을 만들어 다시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다음날 화요일이 라샤샤냐라고 의회를 휴회했다. 대단한 유태인 국가가 아닌가? 자기 나라 금융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처리해야할 법안을 앞두고 유태인 휴일이라고 국회가 휴회를 하다니. 더구나 자기들 종교의 안식일엔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말이다. 이거 짝퉁 이스라엘이 아닌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땐 난 유태인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다. 자기들만이 선택된 민족이라며 남의 땅 빼앗고 다른 민족 죽이고 하는게 인간의 보통 감정으론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국가나 민족에 관한 얘기고. 미국에 와서 유태인이 많이 사는 카운티에 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내 이웃에도 유태인이 살고 있고 애들 친구들 중에도 유태인이 꽤 많게 되었다. 애들끼리 친구니 어른들끼리도 쉽게 친해진다. 그 친구들 따라 유태인 성전인 시나고그도 가 보고 생일파티에도 초대되고 하니 개인적으로야 무슨 감정이 있겠나. 내가 아랍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 그럭저럭 중립적인 관점으로 돌아서는 내 자신을 느낀다. 결국 나도 이런 식으로 유태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오늘은 유태인 휴일인 얌 키퍼, 그래서 그런지 약국도 한산하다. 애들이 학교를 안가니 유태인이 아니라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가 보다. 이래저래 유태인의 영향력을 느껴보는 하루가 될 것 같다. 하여간 오늘은 해피 얌 키퍼 되겠다
2008-11-26 0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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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0> "독감주사는 약사가 놓아 드립니다"
감기 시즌이 다가왔다. 여기 저기서 언제 독감 예방 주사를 접종 받을 수 있냐고 문의전화가 빈번하다. 우리 약국도 11월에 두 번의 스케쥴이 예정 되어 있다.
백신 담당 약사가 많지 않으므로 몇 명이 한 바퀴 돌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대개 11 월까지는 끝내야 하므로 매년 이맘때면 백신 담당 약사는 매우 바쁘다. 자기 약국에서도 일해야지 쉬는 날엔 백신 접종하러 다녀야지. 돈은 엑스트라로 더 받지만 몸이 힘들다.
잠깐, 급 질문! 약사가 백신 주사를 놓는다고? Absolutely yes ! 미국에서 독감 예방주사는 약사의 영역이다. 물론 의사와 간호사도 백신을 접종하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약사가 독감 백신을 접종한다. 뉴욕, 뉴저지, 메인, 웨스트버지니아 4개주를 제외한 미국 전역의 약국에서 매년 독감 주사 접종이 진행되므로 미국의 독감 예방은 대부분 약사에 의해 이뤄진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체 약국내 미니 클리닉이 있는 곳은 간호사가 상주해 있으므로 언제든지 예약 없이 간호사가 백신을 놓아 드릴 수 있지만 미니 클리닉이 없는 곳은 백신 담당 약사가 오는 날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급하신 분은 인터넷에서 스케쥴표를 보고 백신 접종하는 가까운 약국을 찿아가면 된다.
약사가 백신 접종허가를 받으려면 간단한 트레이닝으로 허가를 받을 수가 있다. 20시간 가량의 온라인 클래스와 약간의 실전 연습을 거치면 바로 수료증을 받고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
우리 약국엔 동료 약사인 다이안이 백신 접종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독감 백신 예방철에 그녀는 이 약국 저 약국 돌아다니며 백신 접종을 해 주느라 매우 바쁘다. 나에게도 제의가 들어 왔으나 난 나중에 한다고 일단 피했다. 바쁘게 돌아 다니는게 귀찮고 약사가 백신을 접종하는게 한국인 약사인 나 자신이 어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사가 알면 뒤로 자빠질일이 아닌가? 약사가 감히 주사를 놓다니?
우리 약국 뿐 아니라 월그린, Safeway 등 다른 약국도 약사들이 백신을 접종한다.
전국적으로 10,000명 정도의 약사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약사면 언제라도 트레이닝을 받으면 자격증을 가질 수 있다. 약사들의 백신 접종 참여로 인해 동네 슈퍼, 동네 약국등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 있었으므로 그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선 의사에게 가서 독감 백신을 맞으려면 몇주 전 부터 예약해야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안 맞고하여 때를 놓치거나 할 경우도 생기는데 약사가 백신 접종에 참여하면서 이런 불편함은 단숨에 사라졌다. 약사의 백신 접종 참여로 질병에 대한 예방율이 많이 올라갔다는 학술 보고도 나왔다.
독감 백신 뿐 아니라 다른 백신도 약사가 직접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백신은 수요가 뜸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백신이 많으므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병원에서 맞는게 보통이다. 다만 독감 백신은 처방이 필요치 않고 매년 엄청난 수요가 존재하므로 약국에서 직접 접종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최소한 독감 백신은 당연히 약사가 놓는 것으로 미국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
약국끼리 경쟁을 하므로 백신의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약국마다 다르지만 보험이 없어도 독감 백신은 대략 30불 정도면 맞을 수 있다. 병원에서 맞아도 가격이 그 정도이긴 하지만 의사를 만나려고 예약을 해야하고 보험이 없으면 진찰료가 100불 이상이므로 당연히 약국에서 맞는 게 훨씬 싸다. 보험이 있어도 진찰료로 본인 부담액이 10불에서 20불까지 내야 하므로 부담 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사들의 백신 법종은 의사들의 요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모든 백신은 냉장보관해야 하고, 특히 수두 백신 같은 건 냉동 보관해야 하므로 의사의 입장에선 수요의 예측이 쉽지 않은 백신을 병원에서 재고로 갖고 가기가 매우 불편하였다. 그래서 의사 협회는 약사회에 백신의 재고와 함께 접종까지 의뢰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때는 미국 의사들이 좀 열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사사건건 약사의 영역에도 침범하는 한국의 의사들과 정말 많이 비교된다 하겠다.
올해엔 이미 늦었으니 다이안한테 백신을 맞고 나도 내년 부터는 백신 접종 약사를 시작해 볼까 한다. 그런데 내 가족들이 무서워서(?) 나한테서 백신을 맞을런지 모르겠다. 하긴 나도 은근히 겁이 나니까…
2008-11-04 1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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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 지느러미 유발 약물의 화려한 부활을 보다
미스터 매카티가 전화를 걸어 자신의 Thalomid (thalidomide) 처방전이 도착했는지 물어 온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를 위한 처방전은 도착 안했다. 이 약은 확실한 최기형 약물이므로 의사가 처방 전에 System for Thalidomide Education and Prescribing Safety (STEPS) program 에 전화를 걸어 확인 번호를 받고 처방해야 한다. 약사도 물론 조제 전에 이 시스템에 전화를 걸어 확인 번호를 부여 받은 후 조제 하여야 하며 환자는 그 전에 이 시스템에 등록하고 매 처방 마다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약물 주의 사항에 대한 survey 를 마쳐야 한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의사의 처방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 하다.
이 약물은 정말 유명한 약이다. 이 약물로 인해 미국 FDA가 독성 관리 업무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FDA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의 의약품 허가 제도도 이 약물에 의한 약화사고로 오늘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 약은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임신부의 입덧을 방지하고자 개발된 약이다. 이 약은 유럽 전역에 50년대말 부터 60 년초까지 팔렸는데 그 후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이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닮은 아이들을 출산하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약물이다. 지느러미 아이들이 유럽 전역에서 10000 여명이 출산되었다 하니 그 기간엔 유럽 곳곳에선 애기가 태어날 때마다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듯 하다. 그 후로 이 약의 생산과 판매는 금지되었고 이 약물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10 년쯤 지난 1964년에 이스라엘 의사 세스킨이라는 분이 통증에 의해 잠을 못이루는 한센씨병, 즉 나병 환자에게 우연히 이 약을 복용시키면서 이 약의 화려한 부활은 서곡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닥터 세스킨에 의해 thalidomide를 복용한 환자는 고통 없이 잠을 이룰 수 있었고 아침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한다. 이로부터 모든 한센씨병 환자에게 이 약은 임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 후 1991년에 록펠러 대학의 카플란 교수가 이 약물이 TNF-알파 를 억제함으로써 한센씨 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thalidomide 는 혈관 형성작용 (angiogenesis), 소염작용, 면역증강 작용 등이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게 되었다. 카플란 교수와 협력하여 제약회사 Celgene이 이 약물의 허가를 FDA 에 신청하였고 FDA는 백혈병의 일종인 multiple myeloma 와 한센씨병 erythema nodosum leprosum에 이 약물의 제한 사용을 허가 하여 본격적으로 이 약의 생산 판매가 이뤄지게 되었다.
미스터 매카티는 이 약물 50 mg을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는데 한 달치, 정확하게는 28일치를 한번에 가져간다. 물론 이 약은 리필이 허용되지 않는다. 본인 부담액이 150불 정도하는데 알고 봤더니 비보험가격이 무려 3500불이나 하였다. 그럼 3500불을 28일로 나누면 약 120불, 이 약값은 한 알에 무려 120 불이나 하는 약이다. 이러니 Celgene 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회사가 이 약물 하나만 갖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에 의하면 Thalomid의 일년 매출액만 무려 3억불이나 된다고 한다. 정말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닌가!
이 약은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된 약이라 당연히 현재 특허도 만료 되었고 50년전에 임신부들에게 팔릴 정도 약이라면 그 당시에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50년전의 기술로도 만들 수 있는 약이라면 이 약을 만드는데 무슨 특별한 기술도 드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비싼지 정말 미스테리다. 다만 생각할 수 있는 건 FDA가 본의 아니게(?) Celgene 에 독점을 허락해주어서 더욱 더 그렇게 된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이 약의 효과를 보려면 Thalomid 와 함께 스테로이드 제제를 병용 투여 해야 한다. 그래서 미스터 매카티는 스테로인드 일종인 prednisone 20 mg 과 함께 Thalomid 를 복용한다. 그에 의하면 이 약을 벌써 4 년 째 복용 중이라 한다. 지병인 multiple myeloma 는 아직 완치되진 않았지만 다행히 이 약에 의해 ‘control’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매 달 약값 150 불을 지불하지만 보험회사가 그를 위해 지불해주는 3350 불에 비하면 그 액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정말 문제아가 효자된 경우가 이 경우라 하겠다. 지느러미 유발 약물의 화려한 부활, 마치 쓰레기통에서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는 기분이다.
2008-10-20 1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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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 아르메니안
이름이 아르메니안이란다. 아르메니아 사람이라 아르메니안이라 한다는데 한국사람중에 이름이 코리안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하긴 한국에 김한국이라는 코메디안도 있었지. 그가 미국에 온다면 이름이 코리안이리라. 김미화하고 꽤 재밌게 코너를 진행했었는데, 인터넷을 보면 김미화씨는 아직도 활동하는 듯한데 김한국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그들이 웃겨주던 그 순악질 여사 코메디를 다시 보고 싶다. 미국에 온지 꽤 되니 고국에 두고 온 많은 게 그리워진다.
아르메니안은 국적이 이란이란다. 그녀에 의하면 오래 전에 이란의 파드왕이 아르메니아의 땅을 빼앗아 그 때부터 일부의 아르메니아인이 이란 사람이 되었단다. 지금 중국의 조선족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같은 이란이라도 나의 인턴 시절의 슈퍼바이저 미스 페리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미스 페리는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이란 사람 스타일, 축구경기등에서 보는 축구 선수들, 이를테면 알리 다에이 선수같은 타입인데 아르메니안은 그리스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종교도 이란은 대부분 이슬람인데 아르메니안은 이슬람이 아니라 그리스 정교란다. 그러고보니 그 지역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두 나라가 이웃하고 있는데 한 나라는 이슬람이고 한 나라는 기독교라는 얘기를 학교에서 배운 듯하다. 오래 전엔 서로 전쟁도 했던 것 같고.
그녀도 나와 같은 외국 약사로 미국의 약사 자격증을 따려고 인턴생활을 한달 전에 시작했단다. 한달된 것치곤 꽤 잘하는 편이다. 미국에 온지는 일 년 밖에 안됐고.
미국에 특히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중에 이란 사람들이 꽤 많다. 내가 인턴으로 일하던 Key West 약국의 미스 페리도 그렇고 German town의 바하, 그리고 Quince Orchard의 약사인 미리암도 이란인이다.
대부분의 이란인들은 카터 대통령 시절 팔레비왕조가 망할 때 많이들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서 비교적 우대해서 받아 주었을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이란인이 몰락 귀족층들이라 돈들도 많이 들고 왔을테니 미국이 마다했을리가 없다. 사실 그 옛날 러시아 혁명 당시 러시아 귀족들이 돈 들고 다른 유럽으로 튄 거(?) 같은 거라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쿠바가 공산화 되면서 쿠바의 몰락 정권계층이 플로리다로 몰려 왔듯이, 그리고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난민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듯이 그렇게 각 민족은 자기의 독특한 이민 역사가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이민 역사에는 그런 급격한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우리도 이민 역사가 있겠지만 나와 같이 그냥 어쩌다가 미국에 정착하게된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이런 소수 민족들의 자제들이 미국에서 백인들과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자격증을 가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란인 약사가 많은 거고 인도, 중국계 의사, 변호사들이 많은 이유일 거다. 한국사람들도 자식들을 어떻게든 의사나 변호사를 시킬려고 하니까. 뭐 사실 이 부분은 한국 본토안에서도 그러니까.
이 곳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백인들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어보는게 인사인데 그 전에 뉴욕주 시골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백인 약사에게 습관적으로 출신을 물어 봤더니 그녀가 좀 황당해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름이 크리스틴이었는데 자기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미국 사람인데 이 곳 메릴랜드에 오니까 모두들 자기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 본단다. 하긴 백인들만 우글거리는 뉴욕주 시골 출신이니 그녀에겐 그런 질문이 한국의 서울에서 한국 약사들이 서로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어보는 거와 같은 황당한 느낌이리라. 그녀 얘기론 자기가 졸업한 약대에선 유색인종은 25%도 안된다고 한다. 반면 메릴랜드 약대에는 거꾸로 백인이 아마 5%도 안되리라.
미국은 세계의 각 지역에서 각각의 인종들이 몰려와 각자의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면서 서로 어울려 사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이 곳에 살고 있는 난 어쩔 수 없이 한국의 국가 대표(?)의 자격을 갖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 행동, 모든 것에 코리아가 따라 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한국 민족의 우수성을 이들에게 알려 보겠다고 아이들과 함께 새삼 다짐해 본다.
2008-10-08 0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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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 이(lice) 는 금발을 좋아해?
상담 창구에 앳 된 금발의 아가씨가 날 기다리고 있다. May I help you? 하니 이 아가씨 왈, 자기 머리에 이(lice) 가 있나 봐 달란다. 참 나, 별 걸 다 상담하네. 이는 대단히 작아 잘 안 보이지만 내가 언뜻 보니 기어다니는게 보이지는 않고 특별히 머리가 가렵지 않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없으면 아마 이에 감염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집에 가서 언니나 엄마 한테 자세히 다시 잘 봐 달라고 부탁 하라고 해서 돌려 보냈다. 이 아가씨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집이 얼마 전에 이에 감염이 된 적이 있다하여 걱정되어 약국에 들른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나보고 그 머릴 헤쳐서 봐 달라고? 내가 지 오빠라도 되는 줄 아나 부지?
난 이(lice)를 본 적도 없고 이(lice)와 관계된 아무 경험도 없다. 어렸을 때 학생용 백과 사전에서 현미경으로 보고 그린 그림 (기억상 사진이 아니었던 것 같음) 정도나 본 것이 내 기억엔 그 끔찍하게 생긴 놈을 본 것이 전부이다. 언젠가 한국전쟁 기록 필름들을 텔레비젼에서 봤을 때 미군들이 분사기로 아이들 옷 사이 사이 DDT 를 뿜어 주는 것을 본 적도 있지만 아 그 땐 저렇게 이를 잡았구나, 그리고 정말 못 살 때라 이가 참 많았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가끔 소설책을 보면 아이들이 따뜻한 양지녘에 나란히 벽에 기대고 앉아 이잡기 시합을 한다는, 그냥 나로선 상상력에만 의존하게 되는 그런 풍경이 이에 대해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 내 아이들도 이로 인해 고생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무려 50 여년이 지난 지금, DDT를 한국의 애들에게 신나게 (?) 뿌려 주던 그 미군 아저씨 나라에서 매년 가을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집집마다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댁의 아이의 머리에서 이가 발견되면 꼭 치료한 후 애를 학교에 보내십시요' 라고. 왜냐하면 이는 이 애 저 애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꽤 많은 학부모가 이로 인해 상담을 해온다. 어떤약이 좋은지, 언제 써야 하는지, 벌레알은 깨끗이 제거 되는지, 재발 방지책은 없는지등. 평생 (?) 이에 대해선 겪어 보진 않던 후진국 (이젠 물론 아니지만 현재의 고국 상황을 보면 다시 추락할지도..) 출신 약사가 지구상의 최선진국 학부모들에게 이 퇴치법에 대해 상담해 줘야 하는 아이러니가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의 한 약국에서 해 마다 가을 신학기에 벌어진다. 아마 그들은 내가 그 옛날 그 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DDT를 뿌려 주던 바로 그 나라에서 온 약사인 줄은 모를게다.
어쨋거나 후진국에서만 있을 법한 이가 미국의 아이들을 공격한 건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내가 미국에 오던 해에도 이에 대한 가정 통신문을 받은 기억이 있으니까 최소한 10년은 되었다. 그리고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꾸준히 이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니 아직도 이가 미국 어린이를 공략중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 되겠다.
그런데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여태껏 상담해 주며 느낀 건 위에 아가씨처럼 주로 백인애들이 이에 잘 감염되는 듯하다. 흑인 부모들은 애들이 워낙 이를 달고 살아 크게 괘념 안하는지는 몰라도 (앗, 인종차별 발언?) 여태껏 상담한 부모는 대부분 백인, 그것도 금발들인 걸로 기억된다. 아마 그래서 이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끈질기게 번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금발을 좋아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이 이란 놈을 잡는가? 한국에서 생약학 시간 때 배웠는데 이를 죽이는 약은 제충국화除蟲菊花 라는 국화과 식물에서 나왔다. 이름 그대로 벌레를 구제하는 국화이다. 이 국화의 성분에 pyrethrin 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이를 방제하는 특효 성분이다. 유기 합성을 하는 사람들이 이 pyrethrin 을 구조 변형하여 더 강력한 이 제거약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permethrin 이다. 그래서 샴푸 타입 일반약 (OTC)으로 나와 있는 것은 이 두가지 성분중 하나가 1%미만으로 들어 있는 약이다. 그걸로 안 듣는 사람에게는 처방약으로 permethrin이 5% 들어 있는 크림약을 써야 한다. 약 30 그램의 크림을 머리 전체에 바르고 하루를 그냥 잔 후 (어떻게?) 아침에 씻어내면 이가 깨끗이 제거된다고 제조회사는 주장하고 있다. 그 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뿜어주던 DDT를 쓰면 보다 확실히 제거될 듯한데 독성이 심하므로 물론 오래 전에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런데 상담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이, lice 를 쌀, rice 로 발음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발음 박사 헨리 홍에 의하면 L은 '을' 을 앞에 넣어서 '을-라이스'로 하면 비교적 비슷한 'L' 발음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냥 생각 없이 발음하면 그냥 이, lice 가 쌀, rice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난 쌀이 머리에 기어 다닌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되고 이로 지은 밥을 먹고 살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머리가 간지러워진다. 혹시 아까 그 금발의 아가씨로부터 이가 옮은건 아닐까? 난 이가 좋아하는 금발이 아닌데…?
2008-09-24 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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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6> 다마스커스 약국에서
토요일 아침, 모처럼 쉬는 날 인데 휴대폰이 울린다. 받아 보니 pharmacy supervisor 인 스테파니 였다. Pharmacy supervisor는 약사를 고용하고 배치하고 교육시키고 하는 약사와 약국을 관리하는 사람들로 처음에는 약사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승진한 케이스다. 한 지역에 한 명의 pharmacy supervisor가 있는데 대개 15 개 정도의 약국을 한 pharmacy supervisor가 관리한다.
What's up? 하니 다마스커스 약국의 약사가 sick call 해서 cover 해 줄 약사가 필요하단다. 뭐 정중하게 요청하지만 듣는 사람에겐 반 강제다. 사실 extra pay 를 해 주므로 큰 불만은 없다. 오케이 해 놓고 다시 물어 보았다. 어디로 가라고?
다마스커스? 거긴 중동 시리아의 수도가 아닌가? 맞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가 미국 매릴랜드 주의 몽고메리 카운티에 있다. 아마 시리아 사람들이 제일 먼저 와서 살았던지 또는 시리아와 관련된 사람, 이를테면 초대 시리아 대사가 태어난 곳인지 그럴거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시리아 사람 같이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온통 백인 천지다. 아마 95%는 백인일 듯. 우리집에서 30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풍경은 완전히 틀리다. 완전 시골 전원 풍경 그 자체다. 마당 넓은 큰 집들이 여기 저기 보이고 목장들도 많이 보인다.
다마스커스에 가기 전에 저먼 타운 (German town) 이라는 동네를 지나 간다. 말 그대로 독일인들이 처음에 건너와서 살던 동네인 듯하다. 비록 지금은 모든 종류의 인종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변했지만 백인을 보면 웬지 독일 사람 같이 보인다.
옛날 영화 중에 파리, 텍사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가 이름 처럼 프랑스의 파리와 미국의 텍사스 와 관련된 영화인 줄 알았더니 텍사스 주에 있는 파리라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렇듯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먼저 온 사람들이 자기 고향의 이름을 따서 새 정착지에 이름을 붙이곤 하였다. 뉴욕이 대표적인 도시이고 런던, 랭커스터, 뉴햄프셔, 뉴저지 등 아무래도 영국의 지명을 딴 곳이 제일 많고 텍사스에 있는 파리같이 그 외의 다른 유럽 도시의 지명을 딴 도시들도 많다. 메릴랜드 바닷가의 최고 휴양지 Ocean city 근처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딴 지명이 있는데 본국과는 달리 매우 작은 도시이다. 서 북부 아이다호주에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도 있다.
동아시아 인들은 유럽인 보다 미국에 늦게 왔으므로 유럽인과 같은 공식적인 지명은 별로 가지지 못했다. 그냥 차이나 타운이나 리틀 도쿄, 코리아 타운등의 비공식 호칭들이 주를 이룬다. 더구나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이민 역사가 더 짧은 한국은 자기 지명을 심어 놓은데가 공식적으론 전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리스에는 현 한국 대통령이 존경한다고 주장하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이름을 딴 도산 우체국이 있다. 뭐 존경한다고 말하는 거야 자유지만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고 김 구 선생님을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소위 뉴라이트집단과 만찬을 하는 것 등을 보면 그가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님을 실제로 존경하는 것 같진 않다. 더구나 존경한다면서 안창호씨가 뭐냐? 대한민국 사람 중에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님을 안창호씨라고 호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사는 워싱턴 지역에는 버지니아의 애난데일이라는 도시가 비공식적으로 코리아 타운이라 불린다. 이 곳에 가면 약 100 여개의 한국 음식점이 있고, 은행, 서점, 빵집, 꽃가게, 문방구, 슈퍼, 노래방등, 고국과는 질과 양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아쉬운 가운데 그럭저럭 향수를 달랠 수가 있다.
얼마 전에 교포 신문엔 코리아라는 거리가 버지니아에서 발견돼 화제인데 그 곳에는 한국 사람은 한 분도 살지 않은 쉐난도우 국립공원 근처의 시골 동네라한다. 단지 약 100년 전에 그 곳에 우체국이 있었고 그 우체국 이름이 우연히 코리아 포스트 오피스여서 그 동네가 그렇게 불렸다 한다. 지금은 우체국은 사라지고 거리 이름만 남았는데 노란 머리 코리안 (동네 이름이 코리아니 그 사람들도 당연히 코리안) 들인 동네 사람들이 전혀 코리아에 대한 지식이 없어 한국 교민 단체가 코리아 페스티발을 내년에 그 곳에서 열려고 한다고 하는 소식이 있다.
이제는 미국 어느 지역을 가도 지명이 없는 곳은 없으니 한국의 지명을 어디에다 새로 붙이긴 틀렸다. 강남의 테헤란로처럼 국가간의 협약으로 서로 바꿔 부르기로 한다면 모를까 말이다.
어쨋거나 오늘 난 다마스커스에 와 있다. 손님들은 모두 백인, 직원도 나 빼고는 모두 백인, 확실히 이 곳은 중동의 다마스커스는 아닌 듯 싶다.
2008-09-10 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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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5>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
나는 다행히 아직 머리가 빠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머리 아저씨들은 머리에 꽤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제약 회사들도 대머리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오래 전에 미녹시딜(minoxidil) 이라는 약물이 대머리 치료제로 개발 되었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고혈압 환자가 부작용으로 털이 자라는 것을 보고 대머리 치료제로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약은 대머리 치료에 실제로는 그렇게 신통한 효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녹시딜 알약은 처방전이 필요하지만 로게인(Rogaine) 이라는 이름으로 샴푸로도 개발되어 처방전 없이 약국 선반에서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그다지 신통치는 않은 듯하다. 그만큼 대머리 치료가 어렵다는 것일게다.
미녹시딜에 이어 또 다른 대머리 치료제가 몇 년 전에 제약회사 머크(Merck) 에서 나왔다. 상품명이 프로페시아(Propecia) 인데 미녹시딜의 개발과정과 비슷한 경우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뒤이어 개발되었다.
이 약은 DHT(5a-dihydrotestosterone) 라는 물질을 체내에 생산하는 5a-reductase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메카니즘으로 개발 되었는데 DHT가 전립선을 비대하게 하고 남자의 머리를 빠지게 하는 주원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머크(Merck) 에서는 하루에 1mg 투여로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다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의 탈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뿐 새로 머리카락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효과도 대머리 아저씨들에게는 희소식인지라 프로페시아는 약국에선 굉장히 잘 나가는 품목중의 하나이다.
한달치가 72불 정도 하는데 미용이나 성형, 다이어트에 관련된 것은 보험회사에서는 커버해 주지 않으므로 대머리 아저씨들은 매달 72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다른 초이스가 없으므로 (프로페시아가 나온 이후 미녹시딜 정제는 대머리 치료제로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대머리 아저씨들은 기꺼이 72불을 매달 지불하고 있다.
이 약은 제네릭이 아직 마켓에 나와 있지 않지만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로 쓰이는 같은 성분의 프로스카 (Proscar, 성분명: finasteride) 5mg 은 제네릭이 시장에 나와 있다. 대머리 치료 효과는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다가 뒤늦게 발견된 효과이고 전립선 비대증에 관한 특허는 이미 만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삭 빠른 대머리 의사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 5 mg 처방전을 자기 스스로 발행해 약국에서 제네릭을 조제 받은 후 pill cutter를 이용하여 4 등분하여 대머리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실제론 5 등분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1 알을 5 등분 하긴 힘들기 때문에 그냥 4 등분 하여 복용한다고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질병이므로 보험회사에서 당연히 커버를 해주고 또 프로스카 한알은 프로페시아 4 일치를 커버하니 금전적으로 보면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마다 본인 부담율은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전립선 치료제 1달치 10 불 정도면 무려 4 달치의 대머리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대강 계산해도 일년이면 800불 가량의 이득이 되겠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만일 환자에게 이런식으로 처방하다 들키면 이 의사는 보험회사에서 영원히 축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있는 사람들이 꼭 이런 짓을 한다.
이 약물은 메카니즘상 당연히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는 약이며 임신을 하고 있는 여성이 다루는 것은 물론 좋지 않다. 왜냐하면 남자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생식기 발육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민감한 여약사는 꼭 남자 테크니션에게만 이 약의 카운팅을 시킨다.
이렇듯 DHT는 성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물질이므로 대머리 치료를 위해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성욕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옛말에 대머리 아저씨들은 정력이 좋다 하였는데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머리털하고 성욕하고는 매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프로페시아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들은 정력에 좋다면 무슨 음식, 어떤 약이라도 드시는 모양인데 대머리 아저씨들은 머리털을 위해서라면 정력 감소 그까이거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걸 보니 대머리 아저씨들이 선천적으로 정력이 센게 틀림없는 사실인 듯 싶다.
2008-08-27 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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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4> 비지니스 프랜들리
드라마 주몽에서 소서노와 대적하다 나중에 주몽의 휘하에 들어오는 송양군장과 너무나 닮은 나의 동료 약사 미스터 알랜 허버트. 그래서 아내와 나는 그를 송양군장이라고 부른다. 생일 때만 되면 천연덕스럽게 또 21살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추정 나이 79세 가량의 노신사. 1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사는 요즘 보기 드문 열녀 아닌 열남. 그러면서 항상 자기는 SSC (Sexy Senior Citizen) 라고 떠벌리는 남자. 유태인이며 아들만 셋이고 반면에 세 손녀딸의 할아버지.
이 약국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면서도 한 번도 Chief 약사를 해보지 못했다. 그냥 늙은 병장이라고나 할까. 안타깝게도 약국에서 서서 일하기 좋게 등이 알맞게(?) 굽었다. 사실은 직업탓이리라. 30년 이상을 같은 자세로 계속 일을 했으니 등이 그에 맞춰 적당히 휘었다. 송양군장의 굽은 등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내 20년 후를 보는 것 같기도 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그런데 어디서 스태미나가 나오는지 근무하는 동안 잠시라도 앉아 쉬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는 10번도 더 앉건만. 밥도 안 먹고 그냥 스낵으로 적당히 때우고 음료수는 콜라 정도. 대단한 체력이다. 어쩌면 그냥 30여년을 이어 온 관성의 법칙으로 일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약사라는 특수 영역말고도 미국에는 정년이라는 게 없다.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일할 때 보면 겨울에도 매일 반바지 입고 뛰어 다니는 괴짜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분의 추정 나이는 그 때 당시 이미 80이 넘었다고 한다. 정년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나갈 의사가 없으면 언제든지 그냥 다닐 수 있다. 그래서 유난히 노인들이 현업에 많다. 물론 대부분이 적당한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지만 강제성은 없으므로 자율에 맞긴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런건 아니고 이런 얘기는 전문직이나 공무원에나 주로 해당되는 일이다. 일반 회사에서는 경쟁이 심하므로 정년은 없지만 적당한 나이가 되면 본의 아니게 나가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구조조정을 수시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보다 직장 안정성은 훨씬 더 떨어진다.
그리고 현재의 미국은 선진국이라 그런지(?) 노조의 파워가 많이 떨어졌고 더군다나 웬만한 기업은 노조도 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그렇게 닮고 싶어 하는 소위 ‘비지니스 프랜들리’ 에 의해 노동자 해고가 아주 쉽게 자행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회사에 입사할 때 신입사원은 입사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회사의 입사 계약서엔 ‘at will’이란 조항이 있다. 이 말은 사용자나 종업원이 언제든지 부담없이 헤어질 수 있다란 말이지만 실제론 at-will employee can be fired at any time, for any reason 이란 뜻이다.
심지어 텍사스의 어느 회사에서는 사장이 근로자가 입고 온 옷이 맘에 안든다고 그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일이 있었는데 at will 노동자는 이와 같은 터무니 없는 해고에도 법적으로 항변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무서운 ‘비지니스 프랜들리’의 나라다.
또한 해고 당사자는 자기의 해고 사실을 해고 당일 날 통보 받는다. 그리고 그 날로 경비 입회하에 짐을 싸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무슨 한국식으로 환송식이니 인수 인계니 하는 절차도 없다. 비지니스 프랜들리란 결국 ‘해고 프랜들리’ 인 것이다.
이런식으로 지난 20년 간 미국의 비지니스는 번창하였는진 몰라도 직장의 안정성을 잃은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많이 몰락하였다. 성장의 과실이 모두 CEO를 비롯한 임원진 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엄청난 갑부는 많이 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중산층은 그 만큼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한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CEO도 작년에 연봉외에 무려 300 만불의 보너스를 받았다 한다. 그 외에 스톡 옵션등을 포함하면 그의 수입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스톡 옵션도 못받는 대부분의 약사의 보너스는 그의 1000분의 1을 넘지 않는다. 내가 정말 CEO에 비해 1000분의 1 만큼의 기여밖에 못했을까? 내가 작년에 올린 매출액이 얼만데…
나도 들어올 때 at will 사인을 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로 면허가 정지되기 전에 약사인 내가 해고될 확률은 거의 없다. 현재의 약사 수급 행태로 보면 송양군장처럼 현장에서 죽을 때까지 일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약사를 직업으로 택한 게 미국에선 정말 잘 한 일이다. 아무쪼록 건강을 유지하면서 천년 만년 약사질(?) 하고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2008-08-13 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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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3> 난 서약합니다 (iPLEDGE). 임신 안할거예요!
미국에 오니 여드름 환자(?)들이 많이 안 보이는 듯하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 학교에 가 봐도 청춘의 심볼인 여드름 난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난 어렸을 때 정말 여드름이 많은 멍게(?) 학생이었다. 거의 대학 4학년 때까지 여드름을 달고 살았었는데 놀랍게도 결혼 전에, 이제 더 이상은 청년이 아니라는 듯 내 여드름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렇게 저절로 사라질 거니까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렇지가 않은 가 보다.
얼마 전에 한국 아주머니가 중고등학생인 아들 둘이 모두 여드름 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타 갔다. 보험으로 처리가 안 돼 약값이 꽤 비싼데도 아들들의 성화를 당할 수가 없다 한다. 이렇듯 여자 애들도 아니고 요즘은 남자 애들도 꽤 여드름에 신경 쓰나 보다. 하긴 나도 신경 전혀 안 쓴 건 아니니까, 있는 것 보다 없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니까 애들 심정이 이해는 간다.
환자들의 요구가 많으므로 나와 있는 여드름 약의 종류는 꽤 많다. 처방이 필요치 않은 OTC 일반 약은 잘 듣지 않으므로 여드름 약은 대부분 처방약이다. 연고제도 있고 알약도 있다. 여드름이 여드름 박테리아가 피지방 (sebum)을 먹이로 하여 피부에 기생하고 있는 것이므로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 주로 clindamycin, erythromycin 정제 나 캡슐, 그리고이를 원료로 하는 연고제등이 많이 나와 있다. 그리고 약한 항생효과와 각질 제거효과가 있는 benzoyl peroxide 는 주로 연고제나 세면제등의 원료로 쓰이며 비타민 A와 구조가 유사한 tretinoid, isotretinoid 를 원료로 한 연고제, 정제도 많이 나와 있다. 또한 이들 성분들의 복합제도 많이 나와 있는데, enzaclin, Benzamycin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isotretinoid 이다. Accutane, Sotret 등의 이름으로 팔리는 이 약물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피지방의 생성을 근본적으로 차단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드름은 매우 뿌리가 깊은 질병이므로 모든 여드름 약은 최소한 3개월 이상, 보통은 6개월 이상 투여해야 한다. isotretinoind 도 마찬가진데 이 약을 복용하면 처음 1개월간은 여드름이 오히려 악화 되다가 3 개월쯤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6 개월이면 여드름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부작용이 있는데 우울증, 뼈 조직 손실, 콜레스테롤 증가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무엇보다도 이 약을 임신부가 먹으면 확실하게(?) 기형아를 낳게 된다. 그래서 여성이 이 약을 먹으려면 임신 테스트를 해서 현재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하고 또한 이 약을 먹는 동안 임신 하지 않겠다는 서약 (?)을 해야 한다. 소위 iPLEDGE 라는 시스템이 그것인데 이 약을 생산하는 제약 회사들이 이 약의 판매를 허가 받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나는 서약합니다' (iPLEDGE) 시스템에 의사는 이 약을 처방하기 전에 환자가 임신 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해야 하고 그리고 이 약을 어떤 환자에게 처방 한다는 사실을 보고 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iPLEDGE 번호와 등록 카드를 부여 받는다.
이 약의 처방전을 받은 약사 또한 iPLEDGE 에 전화를 걸어 이 약의 조제를 보고 해야하며 iPLEDGE에서 허가 번호를 받은 후 조제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부터 환자의 픽업 까지는 7일 이상이 걸리면 안 되고 만일 7일이 넘으면 모든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야한다.
그리고 처방은 1달치 이상은 허가 되지 않으므로 매달 똑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해야 한다. 임신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이런 제한을 많이 두었다. 남자도 이 약을 받아 복용하려면 임신 테스트를 빼고는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 약을 복용하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 그 만큼 여드름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들의 좀 더 예뻐지고 깨끗해 보이겠다는 욕망을 누가 탓하겠는가. 이들을 보면서 통학길 버스 맨 뒷자리에서 얼굴의 여드름을 쭉쭉 짜내던 내 옛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30 년의 세월의 흐름은 젊은이들의 멍게 투성이 얼굴을 이렇게 깨끗하게 만들었다.
2008-07-30 0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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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 Spelling Bee, 눈치 Bee
워싱턴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전국 철자법 알아 맞추기 대회 (National Spelling Bee)가 열린다. 초등학교 학생 부터 중학교까지의 학생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데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생들은 자기 지역에서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전국대회 우승자에게는 35,000 불의 장학금과 부상이 수여되며 준결승까진 ESPN에서, 결승전은 ABC방송국에서 생중계 한다. 문제는 모두 웹스터 사전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에서 출제 되며 경기는 토너멘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몇년 전 부터 경기는 미국외로 확대되어 미국뿐 아니라 뉴질랜드, 캐나다등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들에서도 예선 경기가 열려 그 나라들도 본선에 대표선수를 파견할 수 있게 되었다.
뜻 밖에도 올해는 한국 대표도 본선 대회가 열리는 워싱턴에 합류하게 되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가 아니면서도 영어 철자법 대회에 나오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것이 자랑스러운 일인지 창피해야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의 영어 교육이 영어 본국에 버금갈만큼 요란하다는 증거는 되겠다.
한국에서 철자법 대회가 열린다면 어떨까? 중학교 3학년 애들 중 철자법 틀리는 애들이 몇이나 있을까? 초등학교 애들이라도 1-2학년 애들을 제외하고 아무리 단어가 어렵다한들 철자법 모르는 애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도데체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가능이나 할까? 문제를 동아 출판사의 국어 사전에서 출제하든 금성 출판사의 대 백과 사전에서 출제한들 그거 못 맞출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어에는 주변의 여러나라의 언어가 외래어로 편입되면서 철자법의 일정한 규칙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프랑스 어원도 있고 라틴어, 스페인어 어원등 다양한 언어들이 영어에 스며들어와 이러한 복잡한 단어들로 인해 영어의 철자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게 어렵게 되었다 한다. 그에 비하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늦게 발명된 (?) 언어로서 정말로 Every body 가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는 글이다. 방명록에 철자법 꼭 틀리는 딱 한 사람만 빼고는 말이다.
의사가 전화로 처방전을 불러 주면 환자이름, 약이름, 용법, 의사 이름이 헷갈릴 때가 꽤 있다. 그러면 꼭 How do you spell it? 하며 spelling 확인을 한다. 미국은 다민종 사회라 의사도 여러 지역에서 왔기 때문에 각자 발음과 엑센트가 다 다르다. 스패니쉬 의사, 중국, 인도, 러시아, 프랑스에서 온 1 세 의사들의 엑센트는 매우 심하므로 정확을 기하려면 스펠링을 되묻는게 좋다.
한국이라면 아무리 엑센트가 심해도 철자법을 되묻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게 꼭 나쁘지만은 아닌게 every body가 서로 철자를 묻곤 하니 후천성 영어 청각 장애자 (?)인 난 여기에 슬며시 묻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이라면 상식에 속하는 단어를 여기선 놓칠 때가 정말 많다.
한 번은 한 고객이 쌍둥이 아이들 처방전을 들고 와서 자기 아이들은 이란성 쌍둥이라 아픈 날이 같다는 둥 하고 말하는데 눈치론 알아 들었지만 이란성 쌍둥이란 단어는 못 알아 들었다. 나중에 사전에서 찿아 보니 그 단어는 Fraternal twin 이었다. 물론 내가 알아 듣기 쉽게 two-egged twin이라 했으면 좋았겠지만 날 위해서 미국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는거니까.
이렇듯 이 곳에서 교육 받지 않은 난 이곳에선 상식인 단어가 쉽지 않다. 또 다른 환자가 What is good for jock itch? 라고 묻는데 내가 못 알아 들으니까 사타구니를 가리킨다. 그제서야 난 jock itch가 음부 가려움증임을 알고 항진균제인 라미실 크림 (Lamisil, 성분명: terbinafine)을 집어 주었다. 또 한 번은 Eczema 에는 뭐가 좋나요? 라고 물어 오길래 eczema 가 뭐냐고 약사가 되묻긴 그렇고, 어디 한 번 볼까요? 하며 부위를 보니 발진 정도의 의미인 것 같아 소염제인 코티졸 크림(Cortisol, 성분명: hydrocortisone)을 추천하였다.
가끔 이렇게 힘들지만 그렇다고 정식으로 다시 공부 할 수는 없고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환자한테 배워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눈치만 느는 것 같다. 아마 눈치 Bee 대회라도 열리면 내가 1등은 따 논 당상이 아닐까?
2008-07-16 07: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