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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4> 칠면조 초상날 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 미국사람들은 칠면조 고기를 먹는다. 미국인구가 한 3억쯤 된다하니 대강 잡아도 3,000만 가구, 약 3,000만 마리의 칠면조가 같은 날 동시에 식탁에 오른다. 그 중 한 마리는 살려준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미국 대통령이 한 마리를 살려 주는 데 이 때 살아난 칠면조는 평생(?)을 디즈니월드에서 천수를 누리다 가는 행운을 누린다. 삼천만 분의 1의 확률이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에 처음 건너온 청교도들로부터 유래되었다.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도착한 때는 겨울이었는데 그들은 심한 식량난과 추위, 기후차와 영양 실조들의 원인으로 인해 첫 겨울에 102명 가운데 44명이나 죽을 정도로 빈곤과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 때 심한 고통 속에 있던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마음 좋은 인디언들이었는데, 인디언들은 청교도들에게 옥수수 등의 곡물을 갖다 주었고, 농사짓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다음해에 청교도들은 풍성한 곡식을 추수할 수 있었다. 이에 청교도들은 친절한 인디언들을 초대해 추수한 곡식과 칠면조 고기 등을 함께 먹으며 신대륙에서의 기쁜 첫 추수 감사절을 가졌다한다.
칠면조와 함께 미국인들은 매쉬드 포테이토, 크렌베리, 옥수수, 그리고 디저트로 펌킨파이를 먹는다. 칠면조 고기를 먹는 풍습은 첫 추수감사절 때 새 사냥을 갔던 사람이 칠면조를 잡아와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 것이란다. 칠면조들은 그 때 잽싸지 못한 조상 탓을 좀 해야겠다. 대량 학살의 유래가 거기에 있었으니까.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이다. 이날은 공식적인 휴일이고 그 다음 날 금요일은 자기휴가 등을 이용해 대부분 직장이 쉰다. 물론 학교도 쉰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연휴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이 된다. 하지만 약국은 안 쉰다. 24시간 오픈하는 약국은 물론 일반 약국도 보통 2시까지 오픈 한다. 내 약국은 추수감사절 당일만 문 닫고 그 다음은 평소 스케줄대로 오픈 하였다. 한국으로치면 추석 연휴인데 하루만 쉬고 문을 여니 이 부분에서는 약사라는 직업이 미국에서는 별로가 되겠다.
추수감사절은 우리 추석이랑 여러모로 비슷하다. 그 동안 헤어졌던 온 가족이 모이는 것도 비슷하고 땅덩어리가 넓어 한국처럼 도로가 마비되진 않지만 비행기 티켓이 매진되고 가격이 무지 뛴다.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해 먹고 얘기하고 놀고 그리고 남자들은 모여 미식축구를 본다. 프로 미식축구 경기는 주말이나 월요일에만 열리는데 추수감사절주엔 목요일에 열린다. 우리 같으면 TV보는 게 무슨 전통이야 하겠지만 미국사람들에겐 이게 우리 고스톱이랑 비슷한 거다.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방송에서 남은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재탕해 먹나 하는 내용이 아침방송에 나오는 것도 우리 추석이랑 비슷하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한다. 이날 새벽에는 모든 가게, 특히 전자상가들이 1년 중 가장 물건을 싸게 파는 파격세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가게 앞에는 새벽 일찍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베스트바이 등의 전자상가는 이날 새벽 일찍 문을 열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떨어지기 전에 빠르면 새벽 1∼2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올해는 목요일 저녁부터 아예 가게 앞에 텐트를 치고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다.
평소에는 거의 없던 배탈 환자가 추수감사절 이후에는 조금 있다. 미국사람들은 소화를 잘 시켜서 그런지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활명수나 훼스탈 등의 소화제가 없다. 그냥 펩토비스몰(Pepto-Bismol)이라고 비스무스가 들어간 핑크빛 약물이 온갖 배탈 병에 쓰이는데 효과는 모르겠다.
과음 환자들도 좀 보이고 블랙 프라이데이에 밖에서 떨다 감기 걸린 환자들도 좀 보인다. 가장 많은 경우는 아들이나 딸집에 여행 온 부모들이 상용약을 두고 와서 자기 동네 약국에서 트랜스퍼 해 달라는 경우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처방을 트랜스퍼 해주고 트랜스퍼 받았다. 역시 약사는 노는 날도 봉사하는 신뢰도 1위의 건강 파수꾼임이 틀림없다.
2009-12-08 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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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2> 백신러쉬
돼지 독감에 놀란 사람들이 일반 계절 독감(sesonal flu vaccine)이라도 맞겠다고 약국에 밀려오고 있다. 백신이 들어오는 날이면 정말 long-long line이 주사를 맞으려고 줄 서있다. 애들 울음소리로 난장판일 때도 있고. 수요가 엄청나니까 백신 공급이 원활치 못하다.
그래서 백신이 다시 떨어지면 줄은 싹 사라지지만 그 대신 전화통에 긴 줄이 다시 생긴다. Do you have seasonal flu shot? No, we are out of it now. When will you get it? We don't know yet, I am sorry. 비슷한 대화가 백신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반복된다.
독감백신은 돼지 독감에 효과가 없다. 그래도 아직 돼지독감백신이 대량으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어 일반 독감이라도 맞아 두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나 하는 생각도 있고 돼지 독감으로 인해 일반 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돼지 독감과 일반 독감의 증상이 매우 유사하니까 독감 백신을 맞아 두어 일단 일반 독감에 대한 걱정은 덜어 두고 돼지 독감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겠다는 나름대로의 전략 때문에도 그렇다. 만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돼지 독감으로 단정짓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약국엔 미니 클리닉이 있어 간호사가 독감 주사를 접종하지만 미니 클리닉이 없는 약국은 백신 담당약사가 백신을 접종하여야 한다. 그래도 CVS는 미니 클리닉도 있고 백신 담당 약사도 지원자에 한해서만 뽑기 때문에 나같이 게으른 약사는 다행히 백신 접종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약국, 특히 미니 클리닉이 없는 약국들, Safeway 같은 곳은 모든 약사가 백신 주사를 약사가 직접 접종해 주어야 한다. 더 짜증나는 건 약을 조제하다말고 백신 라인의 줄이 길어지면 가서 주사 놓고 다시 와서 조제하고 해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Safeway가 일반적으로 약사에 대한 대우가 좋다하는데 이런 거 보면 뭐 그렇게 좋은 것 같지도 않다.
돼지 독감 백신은 일부가 유통된다 하는데 아직 약국엔 오지 않았다. 나 같은 헬스케어 종사자들에게 먼저 우선권을 준다 하는데 아직 이러타 할 얘기가 없다. 사실 돼지독감 백신을 맞아야 되는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직 안전성이 확실하게 검증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백신을 맞은 학생이 부작용으로 뇌에 이상이 생겨 앞으로 가고 싶으면 걷지 못하고 뛰어야만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그래도 임산부를 비롯해 26세 이하의 아이들은 맞는 게 더 좋다라는 게 정설인 가 보다. 왜냐하면 부작용 확률과 걸릴 확률을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걸릴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26세 이상은 life time에 한 번쯤 이 바이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에 노출된 적이 있어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다 한다.
꽤 많은 돼지 독감 환자들이 약국에 타미풀루 처방전을 들고 온다. 하루에 2번, 5일치 처방은 치료용, 하루에 1알씩 10일간 복용처방은 집에 환자가 있을 경우 예방용이다. 하루에 못 와도 치료용 처방이 10명은 오는 것 같은데 아마 난 이미 노출 될 대로 돼서 백신을 안 맞아도 벌써 면역력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소아용 타미룰루가 제 때 공급되지 않아 캡슐을 까서 물약으로 조제해주고 있는데 캡슐을 일일이 까서 pastle에 갈아 조제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시간도 걸리고.
어쨌거나 독감에 안 걸리는 게 중요하다. 손 자주 잘 씻고 절대로 깨끗하지 않은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열이 있거나 기침이 동반하면 빨리 조치를 취하고.
올해는 독감백신과 타미풀루가 대박 났다. 그래서 그런지 그럴듯한 음모론도 한참 같이 나 돈다. 에이, 설마 하면서도 왠지 찝찝한 건 나만이 아닐 듯 싶다. 조·중·동 식으로 아님 말고 ㅋㅋㅋ.
2009-11-10 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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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1> 주의 산만증
미국에는 ADHS 라는 병이 있다. 주위집중 부족증이라고나 할까? 물론 미국에만 있는 병이 아니고 한국에도 있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는 병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질병으로 한국 초등학생 남자애들의 20%는 이 병에 확실하게(?) 걸려 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이 병에 걸린 애 들을 많이 보았고 특히 잘 사는 집 애들, 소위 기죽지 않고 자란 애들이 잘 걸리는 병이다. 미국에서 이 병의 최초 진단은 학교 선생님이 하며 선생님은 이 병이 의심되는 학생의 부모를 호출하여 의사에게 가서 진단을 받고 애에게 약을 먹이라고 권한다.
미국에선 개인이 남에게 이유 없이 피해를 주는 것을 매우 싫어하므로 이 질병에 대해 절대로 관대하지가 않다. 공부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졸거나 혼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 건 용서하지만 소리를 낸다거나 다른 애들을 괴롭히거나 해서 다른 애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가차없는 벌을 내린다. 교실 뒷자리에 혼자 앉게 한다든지 심하면 교실 밖으로 쫓아내고 마지막엔 부모 호출하여 위와 같이 약을 먹으라고 권한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에서 나랑 같이 일하던 한국의 의사 선생님이 그런 호출을 받아 그 선생님이 황당해 하던 기억이 있다. 그 애는 내가 봐도 좀 개구장이였는데 학교에서 한국에서처럼 행동하다가 한국 선생님들에게는 OK 되던 일이 이 곳에선 제동을 받은 거였다. 그 의사 선생님은 애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야단 쳤다고 하면서 미국에 와서 애 기죽이고 가겠다고 심한 걱정을 하셨다. 그 후론 애가 기가 조금 죽었는지(?) 별 다른 얘기 없이 무사히 1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 돌아가면 병이 쉽게 재발되겠지만서도…
이처럼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구호(?)는 미국에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애들이 전부 기죽어서(?) 학교 다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 살 때 그렇게 설쳐대는 애들 때문에 눈살이 찌뿌려지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나 슈퍼에서나 백화점등에서 정말 가관이었던 애들이 참 많았다. 그 애 부모들은 애 기죽일까봐 전혀 타이를 생각을 안하고 도저히 못 참고 내가 좀 뭐라고 하면 당신이 뭔데 우리 애 기죽이냐고. 선생님들도 그 부모들의 사회적 지위가 무서워서(?) 그런지 별로 상관 안 했던 것 같다.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남자애들에겐 좀 관대한 문화가 그런 병들을 더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선 그렇게 기 살려서 뭐 할건데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때가 전두환 시절이었으니 사람들이 더 그랬었던 것 같기도. 많은 부모들은 남자애들 기 살려서 전두환처럼 거대한 조폭 두목을 만들고 싶었었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한국에서는 이런 질병에 너무 관대해서 탈이지만 미국에서는 반대로 너무 엄격해서 탈인 듯하다. 이 질병에 쓰는 약들은 methylamphetamine 등이 주성분인 Adderall, Concerta 등으로 불리는 향정신성 약물로 분류된 약들로 습관성이 있는 약들이다. 따라서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써야 되는 약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 때까지 이 약들을 먹는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약을 먹던 애들이 어른이 되면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하고 중년 이후론 신경안정제 먹기 시작한다. 그러니 미국의 의약 시장이 클 수밖에…
이 약이 효과는 꽤 있는 듯하다. 한 번은 나이가 50이 된 백인이 이 약을 먹길래 궁금해서 왜 아직도 이 약을 먹느냐 했더니 자기 직업이 정말 집중을 요하는 직업인데 이 약을 먹으면 집중이 정말 잘 돼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전에 한국 신문에서 부모들이 수험생들에게 집중을 위해 괜히(?) 이 약을 먹인다고 보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작 먹을 나이엔 안 먹고 대학입시라면 모든 것이 OK 되는 한국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 한 적이 있다.
2009-10-27 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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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0> 스마트한 흑인 젊은이들
흑인 테크니션들, 여태껏 만나본 흑인 테크니션, 흑인 약사들 대부분 미국 혼혈(?) 흑인들이 아니라 나처럼 이민자거나 이민 1.5세들이었던 것 같다. 오늘 같이 일하는 압둘은 내 나이랑 비슷한데 아프리카 니제리라는 나라에서 온 약사출신이고 내가 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약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 중에 있다.
외국에서 약대를 졸업한 사람이 미국에서 약사가 되려면 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6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빠르면 8개월에도 되지만 대체로 2년은 걸리는 것 같다. 나도 한 2년쯤 걸렸고, 본국의 서류 준비하는데 몇 개월 걸리고 영어시험, 인턴 1,560시간, 미국약대 졸업 인정시험, 약사 시험, 그리고 약사법규까지, 원래 영어시험은 토플과 스피킹 시험인 TSE 두 가지였는데 이젠 토플에 스피킹이 합쳐져 관문이 5개로 줄은 것 같지만 결국 부담은 마찬가지다.
외국인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무래도 영어 말하기 시험, TSE 인 것 같다. 나도 다섯 번이나 시험 봐서 겨우 됐으니.. 아시는 분은 일곱 번도 봤다하고, 언젠가 만난 인도 약사는 결국 포기하고 플로리다에가서 인턴을 하고 약사 면허를 딴 후 다시 메릴랜드로 돌아왔다고 했다. 플로리다는 다른 주와 달리 passing 점수가 5점 낮은 45점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합격점이 낮은 이유는 플로리다는 따뜻해서 노인네들이 많이 사시므로 그만큼 약사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늙으면 플로리다에 가서 살면서 내 또래의 노인네들 약이나 지어주며 살까도 생각해 본다. 압둘도 벌써 두 번이나 봤는데 두 번 다 45점 맞았단다. 이 친구는 영어 참 잘한다 생각했는데 아마 말이 느리고 목소리가 작아서 안 된거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전화 수화기에 대고 답을 해야하므로 목소리가 작아도 불리하고, 느려도 불리 할거다.
다른 두 흑인 아가씨들은 1.5세 인데 부키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수석 테크니션이고 헤리옷은 케냐에서 온 대학생이다. 헤리옷은 언젠가 아버지가 미시간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들었다. 애가 똑똑하고 열심이다. 몽고메리 칼리지를 다니는데 의대를 가겠다고 한다.
몽고메리 칼리지 같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는 애들은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공부를 못해서 갈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가는 애들-입학시험이 전혀 없으니까, 그리고 미국에 늦은 나이에 와서 영어가 잘 안 되는 애들, 그리고 돈이 없어 정규대학에 바로 가긴 힘드니까 커뮤니티에서 2년간 마친 후 정규대학의 3학년에 편입하는 경우다. 미국의 4년제 대학 특히 주립대학은 그래서 3학년 정원이 1, 2학년 보다 많다. 제도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의미다.
지난 번 워싱턴 포스트에서 한 가족이 특집으로 한 번 나온 가족은 자식을 4명인가 뒀는데 자식 4명 모두 몽고메리 칼리지부터 시작해서 대학원까지 진학한 케이스였다. 사립대학과 주립대학, 그리고 이 가족처럼 커뮤니티 칼리지부터 시작해서 3학년 때 4년제로 편입하는 경우의 비용을 비교했는데 물론 몇 만 달러씩 차이가 났다. 하지만 한국사람들로는 안될 일, 애가 누구 자식처럼 실력이 못 가면 모르되 어떻게든 4년제는 보내리라. 체면이 있지.
해리옷은 두 번째 경우리라. 한국과 달리 미국 교수는 연봉이 형편없다. 그래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간 걸 거다. 부키도 수석 테크니션이니 그만큼 똑똑하다는 거고 그것도 약리학 시험등을 통과해야 하는 거니까. 부키도 아마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는 거로 알고 있다.
흑인이지만 아프리카흑인과 아메리카 흑인은 많이 다르다. 우리 아시안 처럼 미국에 있는 아프리카 흑인들도 그 나라에서는 엘리트 그룹들이 많이 건너온 것 같다. 압둘도 그렇고, 부키, 해리옷, 모두 스마트하고 또 나이스하다. 그 옛날 노예 사냥으로 마구잡이로 끌려온 그들의 조상들의 후손과는 다르다. 일단 똑똑하고 삶의 자세가 다르다.
모든 부분에서 흑인들은 조금만 잘하면 모든 부분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똑똑하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자기들끼리만 경쟁하면 되니까. 그 힘들다는 의대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도 들어갈 수가 있다. 흑인 쿼터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쿼터는 아메리카 흑인들을 위한 것이었을 텐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기는 거라고나 할까?
2009-10-13 1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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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9> 약달라고 떼쓰는 불쌍한 애론
애론이라는 청년이 어제 약, 제넥스 (Xanax: Alprazolam)을 가져갔는데 오늘 또 왔다.
신경안정제, 정확히 얘기하면 항불안약 (Antianxiety drug)이다. 약을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단다. 어제 돈 없다고 세 알만 달라고 했다가 나중에 와서 나머지를 가져간 걸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돈도 없는데 정신도 산만한 환자. 약도 잃어버리고, 무조건 와서 떼쓴다.
하루치만 달라고. 하지만 파일에 안타깝게도 리필이 없다. 이 약은 향정신성약물이므로 의사 처방 없이 약을 절대로 미리 줄 수 없다. 불쌍하다고 줬다간 면허증 반납해야한다. 그 전에 이 약과 관련된 사건도 있어서 절대로 안 된다고 버티는데 정말 땡강이다. 맛이 많이 간 환자다. 아직 23 살밖에 안 된 젊은인데 참 안 됐다.
의사에게 전화를 하니 벌써 퇴근한 후. 응답기에 메시지는 남겨놓았지만 오늘 안에 응답이 오진 않을 것 같다. 어제, 같은 의사한테 처방전을 전화로 받으면서 의사가 절대로 리필이 없다고 했는데 오늘 잃어버렸다고 떼쓰며 오다니. 이 말 저 말 횡설수설하는데 지금 약 기운이 떨어져 막 걱정 (anxiety)이 밀려온다(?) 한다. 약을 잃어버렸다는 게 거짓말 같기도 하고. 집에 가서 잘 찾아보라하니 이번엔 친구가 훔쳐 갔단다.
그럼 친구에게 가서 달라고 해보라 하니 플로리다로 가버렸단다. 어쨌든 계속 떼쓰다가 가버렸다. 환자는 환잔데 정말 못 말리는 환자다. 프로필을 보니 다른 의사가 다른 처방을 준 적이 있어 그 분에게 전화를 넣어 보았다.
하지만 그 의사 왈, 자기가 처방을 한 약이 아니므로 리필을 줄 수 없다 한다. 당연하다. 한참 후에 메시지를 받은 처방의사가 고맙게도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의 대답은 “노”였다. 환자를 못 믿겠단다. 의사를 설득해 보았는데 의사도 완강하다. 잠시 후에 간 줄 알았던 이 친구 다시 왔다.
의사가 처방을 거절했다 하니 또 횡설수설한다. 그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자니 다시 한 알만 달라고 조른다. 말투도 이상하고 목소리도 작고. 정말 한참 맛이 간 친구다. 어쩌나 불쌍해도 나로선 별 수가 없다.
의사도 거부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그렇게 중요한 약을 왜 잃어 버렸냐고 했더니 다시 친구가 훔쳐갔단다. 참, 별종일세. 그 전에 메릴랜드 주 약사회에서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편지를 받았다. 내용을 보니 당신이 조제한 약에 대해 환자가 고발을 해 왔단다. 무슨 고발? 심장이 다 떨렸다.
뭐가 잘못 되었기에 고발까지. 알고 봤더니 환자가 제넥스 8알 처방을 받았는데 6알밖에 못 받았단다. 그 땐 내가 내 약국이 아니라 다른 약국에 가서 하루만 일할 때였는데 그래서 사고(?)가 터졌다.
그 환자 왈 다음날 약국에 가서 부족한 2알을 더 달라 했더니 다른 약사가 못 준다고 해서 고발한 거란다. 그 때 바로 나한테 왔으면 그냥 sorry하고 두 알을 더 주었을 텐데. 다음날엔 다른 약사가 자기가 조제한 게 아니니 향정신성 약물을 그냥 줄 수는 없었을 게다. 그래서 어처구니 없이 고발을 당했다.
약국 본부에서 알아서 잘 해결해 주어서 별탈은 없었지만 식은땀은 좀 흘렸다. 사실 다른 약을 줬다거나 용량이 틀렸다거나 하는 환자의 건강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갯수의 문제니까 별 일없이 그냥 넘어 간 것 같다. 이런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약인데 계속 달라고 떼를 쓰니 저 인간 나를 진짜 시골의 동네 약장수로 아나보다. 왔다 갔다 도합 3시간 이상 저렇게 서서 떼를 부린다. 하다 못해 다시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의사가 받아 하루치만 주자 했더니 의사도 매우 완강하다. 하루치도 안 되겠단다. 하여간 환잔데 의사도 너무 하는 듯하다. 파일을 보니 당뇨병에 간질도 있는 듯한데… 결국 경찰을 부른다고 하니 도망가 버리긴 했지만 많이 찜찜하다. 약이 없다는 게 거짓말일지는 몰라도 환자에게 약을 못 준 게 약사로서 찜찜하고, 또 이 인간이 언제 돌변해 총 들고 다시 나타날까봐 뒤통수가 근지럽고 쭈빗 소름도 돋는다. 어쨌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다.
2009-09-29 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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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8> 아메리카 합중국
미국의 정식 명칭은 아메리카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50개의 작은 나라가 모여 이뤄진 연방공화국이란 뜻인데 사실은 전세계 이민자들이 합쳐서 만든 공화국이란 말이 더 어울릴듯하다.
내가 일하는 약국을 한 번 보면 무려 10 개국 이상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있다.
스토아 매니저인 Armie는 인도계로 중미에 있는 트리나디드 토바고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인도 사람들이 오래 전에 트리나디드 토바고에 이민 가서 정착한 후에 몇 세대가 지난 후 그 자손이 미국으로 다시 이민 온 경우이다. 보조 매니저인 Edan은 유태인이다. 이름이 이단이라 넌 항상 배신자라 했더니 영문도 모르고 잘 웃는다.
또 다른 보조 매니저 Rona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왔다. 아주 똑똑하다. 아시안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이민자들도 똑똑한 애들이 많다. 그 나라에서 좀 괜찮다 하는 애들이 미국으로 이민 오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이민국도 심사를 까다롭게 하므로 어중이 떠중이가 그냥 건너올 확률이 그만큼 낮다.
나의 동료 다이안은 베트남 아가씨다. 아빠가 베트남 통일 때 미국으로 건너 왔다. 거의 쫓겨오다 시피 온 거 같다. 이 아가씨 왈 자기 아빠는 공산당을 정말 싫어한다고 한다. 아마도 그 당시 보트피플이었을지도.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한국 사람 많이 닮았다. 다이안을 처음 보았을 때 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아니었다. 어쨌든 똑똑하고 당돌한 아가씨다.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Jerry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아가씨다. 흑인인데 얼굴이 예쁘장하여 화장품 코너에서 일한다.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는 대국에 속한다. 인구도 1억이 넘고 경제도 다른 아프리카보다는 낫단다. 그래서 미국에도 나이지리아 출신이 꽤 많다. Jerry말고도 캐쉬어 중에 한 명인 Martha도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포토에서 일하는 제임스 와 칼라는 모두 백인이다. 칼라는 조상이 스칸디나비아 반도 계통인 듯한데 살갗이 정말 하얗다. 우리가 백인이라고 하는 정말 하얀 사람들은 이곳 북구 출신들인 것 같다. 정말 백옥같이 하얗다. 제임즈는 아마 독일계 이민자가 조상인 듯하다. 언뜻 보면 영화에 나오는 독일 군 같이 생겼다. 하지만 실제론 독일 군만큼 강인하진 않다. 오히려 제임스는 당뇨병 환자로 인슐린 펌프를 차고 다닐 정도로 약골이다.
죠지는 창고 정리 등의 일을 주로 하는데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다. 나이도 꽤 먹어 60세 가까이 되는 듯하다. 자메이카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나라로 그 옛날 아프리카 흑인들이 사탕수수 밭에 노예로 끌려온 나라다. 그래서 대부분이 흑인이다. 잘 알다시피 달리기를 정말 잘하는 나라이다.
또 한 명의 젊은 캐쉬어인 데이빗은 앵글로 색슨계 백인이다. 아주 잘 생겼다. 젊은 백인 남자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거 보기 힘든데 백인답지 않게(?) 열심히 일한다. 청소도 열심히 하고.
화장품 파트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는 라마는 이란 출신이다. 이 친구는 이란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물리치료가 전공이란다. 지금 미국에서 물리치료사 자격을 딸까, 아니면 의대를 갈까 고민중이란다. 이란도 아시아라 이 친구도 대부분의 아시아 애들 마냥 똑똑하다. 미국에선 물리치료사도 개업할 수 있고 취직을 해도 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인기 직종중의 하나이다. 한국과 달리 물리치료사가 되려면 석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저녁에만 와서 일하는 앨바 아줌만 투 잡을 뛰고 있는 볼리비아 출신이고 나이는 들었지만 미모가 뛰어난 펠리시아는 멕시칸이다. 이 가게에서 아줌마 파워를 자랑하는 두 중남미 아줌마다.
니시아는 인도 아가씨로 주로 저녁 시간을 담당하는 매니저다. 전형적인 인도 여자처럼 생겼는데 그래서 예쁘게 생겼다.
이와 같이 이 좁은 공간에만 한국, 이란, 베트남, 인도 등의 아시아,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멕시코, 볼리비아,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코 등 중남미, 그리고 조상이 각각 다른 백인, 유태인들이 모여 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곳에서 서로 협력하며 하모니를 이루어 살아가는 나라, 이 나라가 바로 아메리카 합중국이란 미국이란 나라다.
2009-09-15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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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7> 매기의 추억
미스터 맥도날드가 자신의 약을 픽업하러 오셨다. 이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first name이 뭐냐고 물으니까 ‘밥’이란다. 약 봉투에는 Robert라고 써 있는데 Bob 이라니? 알고 보니 Bob은 Robert의 줄임말, 즉 애칭이었다.
옛날 노래 중에 매기의 추억이란 노래가 있다. 난 어렸을 때 그게 한국 노래인 줄 알았다. 그리고 매기가 아니라 메기의 추억인 줄 알았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하는 너무나 유명한 가사의 노래인데 아주 어렸을 땐 여기서 나오는 매기가 물고기 메기인 줄 알았다. 노래 가사에 물레방아도 있고 같이 놀
고 라는 말도 있고 해서 소년이 물고기랑 노는 풍경을 노래한 것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노래는 미국 민요였다. 그리고 매기는 사람이었고 그것도 미국 사람이었고 Margaret의 애칭이었다. Margaret이 그리스 어원으로 진주라는 뜻이라는 건 최근에 알았다.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애칭으로 사람들을 호칭하는 경우가 많다. 부통령이었던 Al Gore의 정식 이름은 Albert Gore이다. 대통령 Bill Clinton은 William Clinton이다. Andy는 Andrew, Sandy 는 Sandra, Pat은 Patricia, Beth, Betty 혹은 Eli 는 Elizabeth, Alex는 Alexander 또는 Alexandria, Jeff는 Jeffrey, Tom은 Thomas의 애칭이다.
Taddy는 Theodore의 애칭이며 태디베어는 Roosebelt 대통령이 사냥 하던 중에 곰을 놓아준데서 유래된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 Jimmy Carter의 Jimmy는 James의 애칭이다.
대부분의 미국이름은 성경에서 나왔고 그래서 유태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David 은 다윗왕으로 부터 나왔고 John은 요한에서 Peter는 베드로, Paul은 바울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면 James는? 좀 엉뚱하게도 야고보에서 유래되었다
내가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 성함은 John Mcfarland 이시다. 그런데 어느날 주보를 보니 Jack Mcfarland로 서명을 하신 글이 있었다. 그래서 성당 친구 Sandy에게 신부님 이름이 잘못 인쇄된 게 아니냐 했더니 Jack이랑 John이랑 같은 거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많이 틀린데 그게 왜 같지?
한국 사람들의 이름은 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2 음절이지만 이 곳 사람들은 우리를 부를 때그 중에 하나만 발음한다. 그게 first name인줄 착각해서도 그렇고 full name을 발음하기 어려워서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첫 음절이 저절로 애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음절은 미들 네임처럼 되버린다.
이를테면 이름이 이명박이라면 Myung이 first name 이자 애칭이 되고 Pak는 그냥 P. 로 써서 미들네임 식으로 되는 것이다. 아마 지난번에 대통령이 미국 왔을 때 이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죠지 라고 부르고 부시 대통령은 명박 대통령을 Myung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매우 친한 사이니 서로 친근감을 나타내느라 이렇게 first name을 서로 부르지 않았을까? 아님 말고.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분들은 그냥 한국이름을 고집하는 데 미국에 온지 오래 됐거나 주로 미국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분들은 미국이름을 쓸려고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한 음절을 first name으로 하면 그냥 그게 미국 이름이 된다. 만일 이름이 이영애라면 Young이 first name이 되고 Ae는 미들네임 처럼 된다. Young A. Lee,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의 애칭 Doug은 원래 Douglas로 부터 유래 되었으나 내 약국에선 Dugkeun으로부터 유래 되었다. 내 중학교 때 별명이 오리였는데 내 중학교 동창들은 지난 번 한국에 가보니 내 애칭을 아직도 Doug이 아니라 Duck으로 부르길 원하는 것 같았다.
2009-09-02 1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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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6> 간호사 처방전, 검안사 처방전, 족부치료사 처방전
미스터 존스가 알러지 안약인 Patanol 처방전을 갖고 오셨다. 컴퓨터에 처방을 입력하는데 의사의 이름이 리스트에서 나오지 않는다. 처방전을 다시 보니 안경점의 검안사 (optometrist) 가 발행한 처방전이었다. 대부분의 검안사는 개인 office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결국은 안경점 이름을 집어넣어 등록을 완료하였다.
검안사라고 번역은 하였지만 한국의 안경점에 있는 검안사와는 물론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optometrist는 소위 doctor of optometry로 eye doctor로 불린다. Eye doctor가 되려면 school of optometry를 졸업해야 하는데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일반 대학을 최소한 3 년은 다닌 후에야 자격이 생긴다. 그리고 4년의 수업 연한을 마치면 doctor of optometry가 되어 안경점이나 안과 등에 근무할 수 있다. 참고로 안과의사는 opthamologist라 부른다.
이와 같은 고급 인력이 안경점에서 검안을 하다 보니 시력검사비와 안경 값이 굉장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경도 미국에선 보험 처리가 되는데 보험이 없으면 시력 검사비만 50 달러 (안경)에서 120 달러(콘택트 렌즈) 정도 한다. 여기에다 안경 값과 콘택트 렌즈 값을 합하면 300∼400 달러는 우습게 넘어버린다. 이러니 이제는 시력이 고정된 난 한국 갈 기회만 있으면 안경 하나 해오는 건 필수사항이 되 버렸다.
미스 워렌이 아들의 약을 픽업하러 오셨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두드려 보니 다른 약국의 minute clinic에서 간호사가 e-mail로 처방전을 보낸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약국에 클리닉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월그린이 제일 먼저 시작했고 CVS가 뒤따라서 이제는 각 지역에 두 세 개씩의 미니클리닉이 있다.
미니 클리닉은 약국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간호사가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행한다. 이러한 진단과 처방전을 발행하는 간호사를 일반 간호사(registered nurse)와 구분하여 Nurse practitioner라 부른다. Nurse practitioner가 되려면 최소한 석사 학위를 가져야 하고 병원에서 5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니 클리닉은 평일엔 8시에 open하여 저녁 8시까지, 그리고 주말엔 10시부터 4시까지 open 한다. 병원이 닫혀 있는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물론 진료비도 병원에 비해 저렴하여 보험이 없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약국 안에 있어 바로 진료와 조제가 같은 곳에 이뤄지는 편리함도 있다.
약국의 nurse practitioner는 감기나 눈병 등의 간단한 질병과 백신 접종 등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하지만 일반 병원의 nurse practitioner는 거의 의사들과 같은 수준의 진료와 처방을 한다. 물론 수술 등의 고단위 작업은 단독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에는 이 외에도 의사 보조사(PA: Physician assistant), 척추 전문의(chiropractor), 족부 치료사(podiatrist), 물리치료사(physical therapist) 등의 의료 관련 직종이 있다. PA와 물리치료사는 석사 학위 과정이며 chiropractor 와 podiatrist는 4년제로 학부과정 3년이 지난 후 응시할 수 있다. 졸업하면 doctor of chiropractor, doctor of podiatrist가 되어 스스로 자기 병원을 open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자기와 관련된 영역에서 진료와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에는 의사 외에도 진단과 처방을 발행할 수 있는 건강관련 직업이 상당히 많다. 공부를 많이 했으므로 의사보다야 못하지만 상당한 수입을 보장받는다. 그래서 미국의 국민들은 건강 관련 서비스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번에 등이 뻐근해 물리치료를 30분 받았더니 300 달러가 청구되었다. 물리 치료사는 말 몇 마디 물어보곤 안마 찜질 기계가 일은 다 했는데 진찰료, 처치료 등 포함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청구되었다. 그 후론 200 달러 짜리 안마 기계 사용해 집에서 자가 치료하고 있다.
2009-08-18 1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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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4> 영어도 못하는데 스페인어까지?
미국에 살면서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 중남미 사람들을 히스패닉이라 부른다. 물론 브라질 사람들은 포루투갈 말을 쓰지만 그 사람들도 포함해서 모두 히스패닉, 보다 정중한 언어로는 라티노라고 부른다. 70% 이상은 멕시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중남미 사람들이다. 인종적으로 백인도 있고 아이티나 도미니카 사람들처럼 흑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백인과 인디오들의 혼혈로 피부 색깔은 우리와 비슷하고 이목구비는 백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흑인을 제치고 가장 큰 소수 민족 집단이며 인구가 점점 불어나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 인구의 메이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공공 서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영어와 함께 스페인어는 거의 공용어가 되었다. 학교에서도 대부분의 애들은 스페인어를 제 1 외국어로 택해 공부하고 있다. 우리 애들도 큰 애는 중·고등학교 7년간 스페인어를 배웠고 대학에서도 부전공으로 스페인어를 택하고 있다. 둘째와 막내도 현재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라티노들에게는 영어 없이도 미국에서 그럭저럭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어쩌다 나같이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약사를 만나면 그들도 고생 좀 하게 된다. 사실 그들 보다 약사인 내가 더 고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젊은애들이 전혀 영어를 못하니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서울도 강남 사람들과 강북 사람들 다르듯, 이 곳 미국도 백인 거주 지역, 흑인, 히스패닉 거주지역이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법적으로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흑인이나 히스패닉들은 비용이 저렴한 아파트 등에 많이 거주하므로 자연스럽게 인종간 거주 지역이 구분된다. 그래서 히스패닉 거주지역의 약국에서 근무할 땐 스페인어 때문에 약간 고생할 때가 있다. 히스패닉 등은 멕시코 국경을 그냥 넘어와 불법체류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미국에서도 그들끼리 모여 살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그들끼리의 경제권도 형성되어서 굳이 영어를 안 배워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히스패닉들은 가난하므로 대부분 의료보험이 없다. 불법체류자도 많으므로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보험 환자들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그래서 처방전을 들고 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처방전을 들고 오면 주소나 생년월일 등은 최소한 영어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영어로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영어와 스페인어를 잘하는 히스패닉들이 주위에 많으므로 쉽게 그러한 불편은 해소되긴 한다. 그래서 약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종업원들을 같은 인종으로 배치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흑인 거주 지역에는 흑인 종업원이 많고 히스패닉 거주 지역엔 히스패닉 종업원이 많다. 굳이 특별히 노력 안 해도 그 지역에서 종업원을 뽑으면 같은 언어의 같은 인종이 근무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Bethesda city의 미 국립 보건원(NIH) 근처 내 약국에도 2명의 히스페닉 테크니션이 낮 근무 하나, 저녁 근무 하나씩 있어 가끔씩 찾아오는 히스패닉 손님들을 대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더구나 한국어에 너무나 능통한(?) 약사도 하나 있어 특별히 한국 고객들을 대하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사실 많진 않지만 한국분들이 오셔서 한국인 약사가 있으면 정말 좋아들 하신다. 병원이야 주소록에 나와 있는 한국인 의사가 있는 곳을 찾아가면 되지만 약국이야 한국사람이 있다고 특별히 광고도 안하고 숫자가 그리 많지도 않으니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뜻밖에 나 같은 한국인 약사를 만나면 정말 좋아하시고 어떨 때는 날 붙잡고 그 간의 모든 불편함과 억울함(?)을 호소하시곤 한다. 그 이후로는 편하니까 내 약국의 고객들이 되셨고 나도 특별히(?) 편의를 봐 드리고 있다. 외국에 나와 있으니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009-07-21 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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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3> 졸음 방지약
학교 다닐 때 약물학 시간, 식욕억제제에 관해 배울 때였다. 옆에 앉아 있던 뚱뚱한 선배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너 가장 좋은 식욕억제제가 뭔지 알아? 내 대답은 배운대로 그야 메트 암페타민류? 그 선배 왈, 놉!, 가장 좋은 식욕억제제는 밥이야, 임마.
하하, 그런식이라면 가장 좋은 졸음 방지약은 잠이 되겠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없다면? 아니면 째째 파리 (사실은 원음이 tsetse이므로 체체 파리가 맞는 발음이겠지만 웬지 째째파리가 더 익숙하다) 에 물린 것처럼 낮이고 밤이고 잠만 잔다면?
잠을 쫓기 위해 우린 커피를 마신다. 몇 잔이고 마시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쫓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쏟아지는 게 잠이다.
낮에 일을 해야 하는데도 쏟아지는 잠 때문에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미스타 존스가 그런 사람이다. 밤에 잠을 못 자고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미스 앤더슨이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워싱턴 DC에 있는 Children’s Hospital의 간호사로 근무한다. 간호사는 보통 3 교대로 근무를 하므로 3주에 한 주는 꼭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단다.
이런 분들이 먹는 약이 있다. 상품명이 Provigil이고 성분은 modafinil인데 이 약물은 소위 뇌를 각성시키는 작용이 있다. 이 약을 먹고 64시간을 말짱히 깨어 있었다는 기록도 있고 헬리콥터 운전병이 이 약을 먹고 40시간을 아무런 장애 없이 비행물체를 작동했다고도 한다.
째째 파리는 중앙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데 이 째째 파리에 물리면 몇 일간 잠을 자다가 결국은 죽는다 한다. 사실 말이 잠자는 거지 혼수 상태에 빠져서 죽는 거다. 수면병이라 불리는 이것은 아주 무서운 질병으로 째째 파리가 옮기는 trypanosome라는 적혈구 만한 크기의 기생충에 의해 야기되는 질병이다. 이 무서운 질병 때문에 다른 아프리카의 나라들과 달리 중앙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도 있다. 대단한 째째 파리의 힘이다.
물론 Provigil이 째째파리에 물린 사람에게 효과가 있진 않다. 이 수면병에는 아직도 좋은 약은 없는데 병의 진척도에 따라 pentamidine, melarsoprol, suramin 등의 약물이 쓰인다.
Provigil은 가짜로 자는 게 아니라 진짜로 졸리운 데 쓰는 약이다. 미스터 존스도 그렇고 미스 앤더슨도 이 약의 효과는 정말 탁월하다고 한다. 간호사인 미스 앤더슨은 밤 근무 할 때 카페인 제제를 복용하곤 했는데 효과가 탁월하지 않아 간혹 졸음도 오거니와 부작용 때문에 가슴도 떨리고 소변이 자주 마려워 불편했었다 한다. 하지만 Provigil을 복용하기 시작하곤 밤새워 근무해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정신도 말짱해서 일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편, 미스터 존스는 정말 이상하게 째째파리에 물린 것처럼 하루 종일 졸렸었는데 이 약을 먹으면서 졸음 증상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다. 본사에 회의를 가면 항상 조는 선배가 있었다. 과도한 밤 문화(?)를 즐기느라 그런 듯도 하고 그 분의 업무자체가 반 강제로 밤 문화를 즐겨야 하는 직업이기도 했다. 내가 과장일 때 그 선배는 차장이었는데 브리핑이 시작되면 졸기 시작하다가도 디스커션할 때 되면 신기하게도 일어나 질문하고 하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회사를 이직한 후 그 선배가 결국은 해고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회의 때 마다 졸아대니 안 짤릴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Provigil을 복용했으면 정신이 바짝 들면서 그렇게 허망하게 짤리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과도한 한국의 밤 문화에는 이 특효약도 전혀 안 들었을 거 같은 생각도 같이 든다.
이 곳 워싱턴 약국에도 점심 후면 째째 파리떼(?)가 극성이라 나도 몰래 꼭 한 두 번은 물리곤 한다. 유사 째째 파리에 의한 급성 수면병(?)에는 잠이 최고지만 약국에서 잠을 잘 순 없으니 나도 Provigil의 복용을 한 번 고려해 보고자 한다.
2009-07-07 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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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2> 미국 약사 되는 법
미국 약사가 되려면 우선 미국 약대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 약대는 6년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학부 2년을 마친 다음 지원이 가능하다. 필라델피아 약대 (Philadelphia College of Pharmacy)나 보스턴에 있는 메사츄세츠 약대(Massachusetts college of Pharmacy and Health science)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학하여 6년을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어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약대는 학부 2 년을 마친 학생들을 신입생으로 받아 들인다. 우선 약대의 경쟁이 만만치 않고, 또 학부 2년안에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약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즘은 공식적으로야 6년제이지만 약대는 8년제에 가깝게 되었다.
약사가 되려면 우선 약대를 졸업해야 하는데 졸업을 하려면 우선 약대 4년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따야 하고 850시간 정도의 실습 (인턴) 을 약국이나 병원에서 현직 약사의 지도 아래 이수해야 한다. 인턴 실습은 대부분 방학 동안에 이루어지므로 인턴 이수에 의한 추가 소요 시간은 없다. 그리고 졸업 후 미국 약사회에서 주관하는 약사 시험 (Naplex: North American Pharmacist Licensure Examination)과 약사법규시험(MPJE :Multistate Pharmacy Jurisprudence Examination)에 합격해야 한다. 약사 법규는 각 주마다 다르므로 자기가 일하고자 하는 state 의 법규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즉, 메릴랜드 약사인 내가 인근 주인 버지니아에 가서 일하려면 버지니아 약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버지니아의 약사 법규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미국은 독립된 각 주가 모인 연방 정부이므로 이러한 주 정부 위주의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약사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심지어는 공인 중개사도 주마다 면허를 따야 한다.
미국 밖에서 약대를 졸업한 사람도 미국 약대를 다니지 않고 미국 약사 면허를 딸 수가 있다. 우선 미국 약사회 (NABP: National Association of Board of Pharmacy)에 외국 약대를 졸업한 기록을 제출한 후 미국 약대 졸업 동등 시험 (FPGEE: Foreign Pharmacy Graduate Equivalency Examination)의 응시 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한 후 영어 시험 (TOEFL)에 합격하면 인턴 실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인턴 실습은 현직 약사의 지도 아래 병원이나 약국에서 1560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상의 세가지 관문을 통과하면 미국 약대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을 갖춰 미국 약사 시험, 법규시험에 도전 할 수가 있다.
2003년 1월부터 미국 약사회는 5년제 이상 약대 졸업생에게만 FPGEE 응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응시생들 중 2003 년 이후 졸업생은 근본적으로 미국 약사 도전 기회를 박탈당했다. 앞으로 한국 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 그 때 졸업생들은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중에서 한국의 약대 졸업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관문은 역시 영어다. 영어 시험은 읽기(reading), 듣기(listening), 쓰기(writing)와 말하기(speaking)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말하기 시험이 어렵다. 우리의 영어 공부가 그동안 문법과 독해 (reading) 위주로만 이루어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말하기 시험이 TOEFL에 포함되기 전엔 따로 독립되어 있었는데 필자도 4번 도전 끝에 겨우 합격하였다. 다른 과목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시험도 어렵지만 또한 합격점수도 상당히 높아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점이 60점인데 2명의 심사관이 심사를 해서 평균 50점이 넘어야 합격이 된다. 점수는 10점 단위로 평가되는데 비록 한 심사관이 50점을 주더라도 다른 심사관이 40점을 주면 평균 45점이 되어 탈락하게 된다.
영어 말하기 시험 공부엔 왕도가 없다. 그냥 인턴 실습을 하면서 서서히 늘어가는 본인의 영어 실력을 믿을 수밖엔 없다. 약사라는 직업이 국민들 건강을 다루는 직업이라 완벽하진 않아도 의사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약사를 뽑기 위해 커트라인을 이렇게 높여 놓았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영어 소통이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나를 보면 보다 강화된 영어 시험에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지금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겐 많이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
2009-06-23 1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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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1> 한국말 모르는 안젤라 킴, 일본말 유창한 케이티 와이너
몽고메리 카운티 락빌 시 store에 지원을 나갔다. 보조원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구면인 백인인 레이첼이었고 또 하나는 아마 신참인 듯 한데 아시안 아가씨였다. 혹시 한국 사람? 역시 이름이 안젤라 김, 한국 아가씨였다. 미국사람들은 한국사람, 중국사람, 일본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한국 사람인 난 이름을 안 보고도 안젤라가 한국 사람인 걸 첫 눈에 알 수 있었다. 어디서나 한국 사람을 보면 반가운 법. 슬며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이 약국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 봤더니 쑥스럽게도 이 아가씨,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하고 자기 형제들도 다 한국말을 못한다 한다. 그럼 부모님들과는 어떻게 의사가 통하냐 했더니 영어로 한단다. 참, 대략 난감인 집안이구만. 부모님도 한국말을 못하시는 2 세냐고 했더니 부모님은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이민 오신 분들이란다. 부모가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 한 들 그 집안, 부모 자식간의 대화가 잘도 되겠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확실한 한국 라스트 네임, 이를테면 Kim, Song, Shin, Park (Parks 라는 미국 라스트 네임도 있어 약간 헷갈리지만, 생김새가 다르니 구별은 쉽다. Lee는 중국사람들 중에도 이 라스트 네임을 쓰는 사람들도 있고 Vivian Lee 처럼 미국 성도 있어 한국만의 고유의 성은 아니다.) 등의 라스트 네임의 손님이 오면 매우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게 객지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끼리의 인지상정일게다. 하지만 조금 젊은층으로 내려 가면 괜히 한국말로 인사 했다가 안젤라의 경우처럼 I can’t speak Korean 이란 대답을 들을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 무안할 때가 있다. 심지어는 내가 한국말을 자기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젊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라스트네임이 Kim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보다 10년 이상 전에 이민 오신 분들은 대부분 애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지 않았다. 우선 부모 본인들이 처음에 영어로 인한 고생을 많이 했으므로 아이들은 그냥 영어만 잘하면 된다 하는 생각이 많아서였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한국의 위상이 높지 않아 이중언어의 필요성도 별로 높지 않았고 그에 따른 부모님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의식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지금은 한국의 위상도 많이 높아져 한국계 회사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 회사에서도 이중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찿게 되었다. 또 그런 사람이 실제로 꼭 필요하지 않아도 인터뷰시 자기 민족의 말을 할 줄 모르면 좀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부모들이 애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 이민 오신 분들은 그 전 분들 보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무래도 적고 그래서 애들에게 되도록이면 한국말을 집에서 하라고 애를 쓰고 있다. 영어는 어차피 학교에서 배울꺼니까 말이다. 이렇게 요즘 들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한국말을 못하는 한국애들은 수두룩하다. 자기들끼린 영어가 편하니까 전부 영어로 떠들고, 교회나 성당에서도 애들을 위한 예배나 미사는 모두 영어로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막내 친구 케이티 와이너는 일본인 엄마와 미국인 아버지와의 혼혈아다. 막내와 같이 주말에 축구를 하는데 토요일에 일본인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겹치면 축구 시합 을 빠질 때가 많다. 케이티는 엄마와 항상 일본말로 얘기한다. 동생이 둘 있는데 자기들끼리도 주로 일본말로 대화 한다. 아빠가 미국사람이고 미국에서 태어나서 가족 모두가 미국에 사는데도 엄마가 일본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케이티는 일본 말을 잘한다. 안젤라 킴네와 너무 비교된다. 사실 안젤라네 말고도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에 온 애들 중 한국말 못하는 애가 태반이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영어만 하는 영어 몰입교육(?)의 결과물인 것이다. 나의 세 딸 들도 자꾸 한국말을 잊어버려 한국어 특별 몰입 교육이라도 해야 되는게 아닌가 걱정이다. 하여간 일본인들의 집요함이 무섭다. 그리고 영어 만능인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럽다.
2009-06-09 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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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0> "전국민 의료 보험 제도를 사수하라!"
미스 캠블의 처방전을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보험처리를 하려는데 거절 메세지가 올라왔다. 거절 내용을 보니 4월말로 보험 계약이 해지되어 있었다. 미스 캠블에게 보험이 expire 되었다 하니 그럴 리가 없단다. 회사에서 사실 4월말에 짤리긴 했지만 5월까진 보험을 유지시켜 준다고 회사가 약속했다 한다. 하지만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해고와 동시에 보험을 끊은 것이다. 내일 회사에 연락한 후 다시 온다고 돌아갔는데 뒷 모습이 몹시 처량하다.
요즘 약국에서 많이 보는 풍경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해고 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고 되면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문제지만 당뇨나 혈압등 지병이 있는 분들, 상용약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은 의료 보험이 끊겨 의료비 감당이 어렵게 된다.
미스 캠블의 경우 항우울약 Effexor XR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보험이 있었을 땐 한 달 환자 부담액(copay)이 20불 이었지만 보험이 없는 지금 그 부담액은 170불이나 된다. 가뜩이나 우울해서 약을 먹고 있는데 주변 상황이 그녀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약을 제네릭이 있는 약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지만 우울증약의 경우 갑자기 약을 끊으면 금단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사실 자기한테 맞는 약을 찿는 것도 쉽진 않다. 여러 약 시도 끝에 겨우 찿은 약인데 돈 때문에 다시 그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래저래 더 우울한 것이다.
워싱턴 근교 실버 스프링이라는 도시의 CVS Pharmacy 에서 일하고 있는 할머니 약사 비벌리는 작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6개월 간 일을 쉬었다. 하지만 더 이상 쉴 수 가 없었던게 의료 보험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일을 안하면 직장도 끊어 지지만 무엇보다도 보험이 끊어지기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일을 해야했다. 보험이 끊기면 항암제 치료등에 관련된 막대한 의료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오래 전에 은퇴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별도의 의료 보험이 없었고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부양가족으로 등재가 안된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다시 일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한 번 의료 보험이 끊기면 비벌리 같은 경우 이미 암환자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인 의료 보험 회사에선 절대로 그녀의 재가입을 허가해줄 리가 없다. 그래서 비벌리는 힘들어도 기를 쓰고 일하고 있다. 그녀 나이 이미 63세, 거의 은퇴할 나이지만 비벌리는 몸에 암세포를 지니고도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부모뿐 아니라 자식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으면 19세에 부양 가족에서 자동 탈락이고, 대학을 다녀도 23살이 되면 부양가족에서 완전 탈락된다. 그래서 이래저래 미국 대학생 중에 50% 정도는 의료 보험이 없다.
한국은 어떤가? 설사 실직을 하더라도 지역의료 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그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 하지 않은가? 미국에선 직장이 보험료를 70-100% 가량을 내주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직장에서 짤렸을 경우 자기 돈으로 쉽게 의료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다. 보통 그 비용이 일년에 가족 보험인 경우 만 오천불 가까이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실직당해 돈이 없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의료 보험비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민간의료보험은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환자들의 신규가입을 거절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의료 보험 회사인 Aetna 의 작년 매출은 약 310억불, 순익은 14억불이었다. 14 억불의 수익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료의 사각 지대에서 고통를 받았을까? 이건 물론 보험회사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한국의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는 그나마 몇 안되는 한국의 장점 중 하나다. 그런데 부자만을 위한 한국 정부는 자꾸 이것을 바꿔 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 민간의료보험인 Aetna에 가입 되어 있는 난 한국이 전국민 의료 보험제도에서 민간 의료 보험제도로 바뀌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난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멀리서 그 논란을 지켜보는게 너무나 안타깝다. 만일 제도가 바뀐다면 중산층이하 서민등이 당할 피해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연사(?) 이역만리에서 이렇게 목놓아 외쳐 본다. 한국민이여, 전국민 의료 보험제도를 끝까지 사수하라! 사수하라!
2009-05-21 1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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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9> 황당한 처방엔 약사의 역할이 중요
미스 타일러가 5 살 짜리 딸, 매기의 항생제 처방전을 들고 왔다. 아목시실린 400mg/5ml 시럽 처방전인데 복용량이 어머 어마하다. 19ml, 그러니까 약 1500mg을 하루에 2번, 다 합쳐서 하루에 3000mg 을 먹으란다. 어른들의 복용량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최대 500mg, 하루에 세 번인데 어른 복용량 보다 2배가 많다. 아이들 처방은 보통 400mg 하루에 두 번이거나, 많아야 800mg 하루에 두 번인데, 그 두 배이니 문제가 많은 처방이 되겠다.
처방전은 워싱턴 시내에 있는 죠지타운 대학 병원에서 왔다. 의사가 종합병원에 있는 의사니 아마도 레지던트? 의사에게 전화를 거니 조금 젊은 목소리, 역시 경험이 적은 듯, 처방이 좀 세다고 했더니 의사 왈, 체중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그 복용량이 맞다 한다. 의사가 맞다니 뭐, 약사로선 별 재간이 없다. 잘못되면 의사가 책임 지겠지하며 조제를 하는데 계속 찜찜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Are you sure? 하면서 다른 의사들의 처방량을 알려주고 당신 처방은 내가 본 처방 중에 unusually very high라 하니 자기가 체중 고려하여 계산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바꿀 생각을 안 한다. OK, 두 번이나 전화해 확인했으니 더 이상 내 책임은 없다. 그냥 Go 하려는데 전화가 따르릉 울린다. 그 의사다.
의사왈, 계산은 맞는데 당신이 자꾸 찜찜해하니 복용량을 좀 줄이겠다며 딴 의사들의 처방량을 물어 본다. 그러더니 복용량을 1000mg, 하루에 두 번으로 줄였다. 아직도 고용량이긴 하지만 참을만한 양이다. 이제 좀 맘이 놓인다.
미스 타일러에게 약을 전해 주는데 미스 타일러가 1500mg 두 번으로 알고 있었는데 복용량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어 온다. 그래서 처음의 복용량이 너무 세서 의사와 상의 끝에 1000mg 두 번으로 줄였다고 알려 줬다. 그랬더니 미스 타일러 탱큐 연발한다. 매기는 미스 타일러의 세 번째 아이인데, 자기가 애를 셋 키워 본 경험으로도 1500mg 하루 두 번은 너무 고용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의사에게 얘기 했는데도 의사가 자꾸 맞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가져오긴 했지만 계속 찜찜해 있었다 한다. 조금 뿌듯. 어쨋거나 상황 종료.
미스터 콜이 부인의 Oxycontin 10mg 처방전을 들고 오셨다. 마약 진통제인 Oxycontin은 oxycodone의 서방형 (extended release) 제제로 하루에 1알 내지는 2 알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보통이 되겠다. 그런데 이 처방은 3∼4 시간마다 2∼3알씩 복용하라고 되어 있다. 누구 죽일 일 있나? 아마도 의사는 서방형과 일반형을 착각한 듯 싶다. 어디서 처방을 했나 보니 역시 병원, 죠지워싱턴 대학 병원이다.
대학 병원에서 오는 처방전에는 이와 같은 실수가 많다. 종합병원은 주로 수술을 위주로 운영을 하고 또한 레지던트 등 경험이 적은 젊은 의사가 많이 처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좀 약에 대해 무식하다(?). 또 의사들이 바쁘기 때문에 연락도 힘들어 좀 짜증이 난다. 처방도 부실한데다 연락도 잘 안되니 대략 난감이다. }
어쨋거나 미스터 콜이 기다리고 계시니 병원에 전화를 넣었다. 대학 병원 교환이 받더니 담당 의사를 호출한 후 전화를 해 주겠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30분쯤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온다. 기다리던 미스터 콜이 더는 못 기다리겠는지 다시 오겠단다. 미스터 콜의 핸드폰 번호를 받아 두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또 한 번 호출을 요청하였다. 다시 30분이 지난 후 같은 부서에 있는 다른 의사가 전화를 걸어 처방을 일반형인 oxycodone 5mg으로 바꿔 주었다. 이제 처방이 좀 정신차린(?) 처방이 되었다.
원칙적으론 마약 진통제 에 대해선 전화로 약명과 용량을 바꿀 수가 없게 되어 있으나 1 시간을 기다린 미스터 콜에게 다시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 오라 하기엔 너무 미안하였다. 또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그의 아내가 진통제가 당장 필요할텐데 다시 받아 오려면 오며 가며 대략 3 시간은 걸릴테니 환자를 생각해서도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조제를 해서 내 보냈는데 규정을 어기니 조금은 찜찜하였다.
감사가 나오면 당장 경고감. 하지만 준 위급 사항 정도로 넘어 갈 수도 있을듯하다. 하여간 대략 난감인 병원 의사들 때문에 약사들 그리고 환자들이 고생이다. 어쨋거나 오늘은 의약 분업에서 약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본 날이 될 듯.
2009-05-06 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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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8> Klonopin 웨하스
우리 막내는 4 살 때 미국에 왔다. 비록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몇 안 되는 한국에 대한 기억 중에 해태 웨하스가 있다. 잘 알다시피 웨하스는 입에서 살살 녹기 때문에 아기들에게 잘 집어주는 품목중에 하나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돼 그 기억이 나서 미국 슈퍼에 갔다. 하나 사주려고 여기 저기 찾아보니 웨하스가 아니라 wafers, 즉, 웨이퍼스였다. 근데 왜 웨하스가 됐지?
그건 일본말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일본어 가나에는 글자가 많지 않으므로 특히 외국어를 일본어로 표기할 때 고생하게 된다. 그래서 맥도날드도 일본어로는 마구도나루도가 된다. 물론 개네라고 설마 맥도날드를 마구도나루도로 발음하지는 않겠지만 맥도날드를 마구도나르도외에는 달리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 글자가 그러니까 맥도날드를 그냥 마구도나루도로 발음할지도 모른다. 지난 번 WBC 중계할 때도 보니까 야구에서도 홈런을 호므랑이라고 발음하더라. 김치도 기무치이고. 그래서 wafers도 F를 표현할 글자가 없어 할 수 없이 웨하스로 된 건데 부끄럽게도 그걸 한국에 그대로 들여 왔다. 한글은 글자가 정말 풍부하여 전세계의 모든 언어를 한국어로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도 일제시대를 거친 상처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국적없는 과자명을 만들어 놓았다.
사실 이건 약과다. 크라운 산도로 가면 더욱 더 처참하다. 산도는 샌드위치의 준말, 샌드에서 나온 거다. 일본 애들이 sand를 일본어로 표기하려고 보니 그들의 가나에는 적당한 글자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산도로 표기한 걸 창피한 줄 모르고 그대로 가져왔다. 일본어에는 모음이 아이우에오 5개밖에 없으므로 sand 를 산도로밖에 표기할 수밖에 없다. 일본 가나는 기본 10개에 복모음까지 합치면 정말로 글자가 풍부한 한글을 절대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런데도 산도라니?
또 있다. 뽀빠이 살려줘요의 뽀빠이다. 다행이 이거는 한국에 치킨 체인점 Popeyes가 들어 가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교정이 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면 너무 창피한 일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약대를 다닐 때 실험 시간 때의 일이다. 실험을 막 시작하려고 실험책 교과서를 들춰보니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을 비이커에 넣고 ‘자비’ 한다고 되어 있었다. 웬 자비? 무식한 난 처음엔 비이커에 부처님의 자비심(?)을 베푸는 건 지 알았다. 알고 봤더니 자비는 삶을자(煮), 끓일 비(沸) 해서 펄펄 끓인다는 뜻이다. 어원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으나 일본식 한자 냄새가 폴폴 난다. 설사 그게 아니라 해도 그냥 넣고 끓인다면 될 걸 굳이 자비한다고 써야하는지… 끓이는 거랑 자비하는 거랑 뭐가 다른데?
미스 골드만이 신경안정제 Klonopin(성분명 clonazepam) 처방전을 들고 오셨다. 약을 조제하다가 처방전을 다시 확인 하니 Klonopin regular tablet이 아니라 Klonopin 웨하스, 즉, wafers였다. Klonopin wafers 는 소위 orally disintegrating tablet으로 삼키지 않고 입에만 넣어 주면 저절로 녹아서 흡수되게 만들어 놓은 특수 제형이다. 바로 해태 웨하스 같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것이다. 정제를 삼키기 어려운 사람, 특히 이 약은 항 경련제로도 쓰이기 때문에 환자가 경련중이거나 혹은 약을 삼키기 힘든 아주 어린 소아 등에게 신속한 투여와 신속한 약물 흡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중국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들의 조어 능력에는 감탄한 적이 많다. 일례로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으로 명명하여 뜻(입을 즐겁게 함)과 소리(커쿠컬러로 발음된다함)를 일치시키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중국 한자도 영어 Coca cola를 글자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오직 한글만 원음과 거의 똑같이 코카 콜라로 표기할 수 있다. 새삼 한글의 과학성과 세종대왕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9-04-14 1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