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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8> Cleft Lips (언청이)
미스 레빈이 다이어트약 Qysimia를 픽업하러 왔다. 조심스럽지만 임신 하셨냐고 물어 보았다. 임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약을 복용하는 중에는 절대로 임신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약을 전해 주었다.
Qysimia는 두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경련제인 Topiramate와 식욕억제제 Phentermine이 들어있다. Topiramate의 부작용인 식욕억제 기능과 Phentermine의 허기를 느끼는 시그널을 차단하는 작용을 엮어서 만든 다이어트 약이다.
이 약의 태아에 대한 치명적 부작용은 Topiramate로부터 온다. 사실 Topiramate뿐 아니라 대부분의 항경련제가 같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약이 입천장 갈림증이라는 소위 언청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약들은 임신 상태에서 복용하거나 복용 중 임신하면 절대 안 되는 카테고리 X의 약이다. 약물 부작용 외에도 유전적인 요인, 음주나 흡연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통계적으로 1,000명의 태아 중 1명 정도로 발생하는데 아시아인은 1,000명당 2명으로 발생 정도가 다른 인종 보다 2배 가량 많다고 한다. 어렸을 때 보면 동네에 한두 명의 아이들이 이 기형을 안고 살았는데 요즘은 수술로 대부분 흔적 없이 정상적으로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지난 해 슈퍼볼 우승팀 Denver Broncos의 쿼터백 Peyton Manning이다. 매닝은 18년간 선수 생활 중 2번의 슈퍼볼 우승, 4번의 MVP, 최장 Passing yards, 최다 Touchdown pass를 성공시킨 선수로 지난해 슈퍼볼 우승 후 은퇴했다.
하지만 매닝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언청이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매닝은 입술과 입 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므로 음식 섭취도 불편했고 청각장애와 언어장애까지 함께 왔다. 매닝이 더욱 더 괴로웠던 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어 우울증으로 고립된 사실이었다.
어린 시절 매닝은 두 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입안의 구멍을 메꾸는 수술과 뼈 조직을 잇몸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그 후 치아를 고정 시키기 위해 교정기를 10년 이상 하고 다녔고 귀와 입안에 오는 잦은 감염으로 병원문턱을 벗어나질 못했다. 또한 말이 새서 나오므로 언어 치료도 함께 받아야만 했다.
이런 역경을 딛고 매닝은 훌륭한 슈퍼스타로 성공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Peyback foundation"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입천장갈림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입천장갈림증은 인공유산이 금지된 주에서도 합법적으로 유산시킬 수 있는 선천적 기형인데 매닝의 스토리는 언청이를 임신한 부모들에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다.
항경련제는 발작 억제뿐 아니라 편두통을 예방하는데도 유효하게 쓰이므로 이러한 약을 복용중인 여성환자는 꽤 많다. 약사는 항상 이 약들을 복용하는 여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의 가능성을 환기시켜야 한다. 피치 못할 상황에선 되도록 기형 태아 확률이 낮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연구 결과 Depakote가 가장 높았고 Lamictal이 가장 낮았다.
*본 칼럼 '워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7-19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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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7> 또 가짜 처방전
미스터 윌리엄이 미세스 윌리엄의 약을 픽업하러 오셨다. 컴퓨터를 보니 일주일 전에 이미 픽업하셨다. Already picked up! 하니 마나님이 왜 헛걸음질 시키나 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참 있다 전화를 걸더니 와이프가 픽업 안 했다는데 다시 한 번 봐 달라고 했다.
다시 보니 6월 7일 5시 5분에 픽업해 간 기록이 보인다. 픽업한 게 확실하니 잘 찾아보시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약을 아무데나 놓고 못찾는 경우도 있고 약이 향정신성약인 Klonopin이라 약을 남용하려는 수법같기도 해서 내 응대가 좀 퉁명스러웠다.
다음날 미세스 윌리엄이 전화를 했다. 막 화를 내면서 나는 그 약국에 간 적도 없는데 언제 누가 내 약을 픽업했냐고 따진다. 어, 그래요? 미세스 윌리엄 파일을 보니 정말로 우리 약국에 온 적은 딱 한 번, 그 약을 픽업 한 날 밖에 없다.
그럼 처방전을 한 번 봅시다요. 처방전을 보니 뭐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환자 이름과 약 이름, 의사 이름, 필체, 그리고 전화 처방전도 아니고 닥터 오피스에서 발행한 처방전이고, 의사 주소, 서명, 모든 게 looks like perfect! 틀림없이 픽업 하셨으니까 잘 찾아보시라고 달래서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처방전을 보자. 어, 여기 환자 전화번호가 있네. 처방전을 받을 때 받아 둔 전화 번호가 처방전에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적어 준 걸 보면 더욱 더 가짜 처방전 같진 않은데... 어쨌든 전화를 한 번 걸어 보자. 전화를 걸어 보니 젊은 친구가 받는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 처방전을 가져 온 젊은 청년, 한 5분쯤 기다린 다음 약을 픽업해 갔다.
미스터 윌리엄을 바꿔 달라니 금방 바꿔 준다. 방금 전화를 받은 친구가 약을 픽업한 거라고 했더니 자기 조카란다. 알고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겨? 그러니까 조카가 약을 픽업 했는데 서로 연락이 잘 안된 건가요? 그렇단다. 그럼, 이제 상황 종료입니다. 다신 귀찮게 하지 마세여. 그가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날 미세스 윌리엄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내 약 내놔라!" 잡아 먹을 기세다. 같은 말 반복. 난 너네 약국에 간 적 없다. 누가 내 약 가져갔냐? 당장 내놔라. 화가 잔뜩 난 미세스 윌리엄은 내가 말 할 틈을 주지 않고 쏟아 붓는다.
조카가 픽업했다니까요! 나도 소리를 같이 질렀다. 이렇게 하면 그런가? 하며 기가 죽을 줄 알았는데 '난 조카가 없어!' 한다. 에잉? 그럼 그 젊은 친구는 누구야? 그리고 그 미스터 윌리엄은? 목소리가 달랐나?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여 상황을 다시 파악한 후 전화를 준다 하고 미세스 윌리엄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그 처방전에 있는 전화로 다시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속았다! 가짜구나! 몇 번을 걸어도 같은 메시지. 몇 시간 전만 해도 같은 번호로 통화를 했었는데... 이것들이 들통날 까봐 그 사이에 전화를 해지했다.
확실히 모르니까 의사에게 팩스를 보내 처방전의 서명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다음 날 의사는 예상대로 자기 서명이 아니라고 확인 전화가 왔고 미세스 윌리엄에게 전화로 처방을 주었다.
즉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미세스 윌리엄의 지난 번 클레임은 가짜이니 지워달라고 하고 미세스 윌리엄에게 그 동안의 오해를 사과하고 약을 픽업해 가시라고 했다. 그리고 Fake Rx 보고를 담당자에게 하고 기나긴 상황을 종료하였다. 한두번도 아니지만 이번엔 정말 완벽하게 속았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7-05 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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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6> 강력한 마약 Carfentanil과 해독제
2002년 10월에 40여명의 체첸 반군 게릴라가 모스크바의 Dubrovka 극장에 난입하여 800여명의 인질을 잡고 체첸의 독립을 요구하는 인질극을 벌였다. 이 인질극은 4일 째 되는 날,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체첸 반군 전원이 사살되었고 인질 130명도 진압 과정에서 희생되었다.
러시아군은 진압 당일 날 유독가스를 펌프로 극장 안으로 분사하였는데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가스에 의해 체첸 반군 뿐 아니라 인질들도 호흡곤란으로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가스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인질극 진압 후 생존자들에게 그 즉시 마약 해독제인 Naloxone을 공급한 것으로 보아 마약의 한 종류로 추정되었다.
영국으로 귀국한 영국인 인질의 옷에 묻은 가스성분을 분석한 후 영국은 그 물질이 강력한 마약인 Carfentanil 인 것으로 발표하였다. Carfentanil은 코끼리나 하마 등의 대형동물들의 진정제로 쓰이는 약물로써 모약인 fentanyl 보다 100배의 효과가 있고 모르핀 보다는 무려 10,000배가 강력한 마약이다. 당연히 사람에게는 사용이 허가가 되어 있지 않는 이 물질을 예상되는 인질들의 희생을 무릅 쓰고 굳이 사용한 러시아에게 국제사회에서는 당시에 큰 의문을 제기했었다.
지난 4월 메릴랜드 주청 소재지인 Annapolis의 한 모텔에서 51살의 남성이 혼수 상태인 것을 모텔 종업원이 발견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시체는 마약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얼굴이 파란색으로 변한 상태였는데 시체를 부검한 결과 Carfentanil이 검출되었다.
연방 마약국(Drug Enforcement Agency)은 Carfentanil이 거리에서 팔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2016년 9월에 경고 메시지를 공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메릴랜드에서만 2017년에 벌써 4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Carfentanil은 암시장에서 헤로인으로 오인되어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Carfentanil은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하기 때문에 용량을 조절하지 못한 희생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EA검사관이나 경찰들은 비상시에 마약 중독환자들에게 투여하기 위해 항상 해독제 Naloxone 주사약을 들고 다닌다. Naloxone 뿐 아니라 Buprenorphine 또는 두 약물을 혼합한 Suboxone도 같은 용도로 쓰인다.
Buprenorphine은 마약 수용체의 소위 partial agonist로 마약중독자의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이 해독제가 마약 중독이 아닌 사람에게는 오히려 상당한 마약효과를 보일 수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약 해독제인 이 약으로 인한 사고가 2005년에 3,161건에서 2010년에는 30,135 명으로 무려 약 3만 건이 늘어났다. 그래서 이 약을 갈아서 태운 후 코로 흡입하는 것을 막고자 Film 형태의 약물이 출시되었고 특별히 허가를 받은 의사만 이 약들을 처방할 수 있도록 정부는 법규를 강화하였다.
거리에서 약을 사는 자발적 중독자뿐 아니라 오랜 통증으로 인한 비자발적 마약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오래된 부상이나 사고로 인한 만성통증 환자뿐 아니라 치과환자 등 비교적 경미한 통증에도 의사들은 마약 진통제 처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Addiction Clinic'이 또한 성업 중이다. 비보험으로만 운영하는 이 Clinic의 연 수입이 최소 $500,000 이라 하니 '병주고 약주더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 형국이 돼 버렸다.
2017-06-2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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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5> 닥터리의 생활영어
미국 생활 18년인데 아직도 영어는 자신 없다. 그 동안 현장에서 배운 영어를 한 번 정리해 본다.
1. Let me
미스터 윌슨이 전화로 자신의 고혈압약 Losartan을 리필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아쉽게도 No refill. Don't worry, Mr. Wilson, Let me take care of it, I will contact your Doctor to get a new Rx. 그리고 의사에게 전화 올 때까지 미리 몇 알 주기로 했다.
Let me do it, Let me do it. 우리 둘째도 아기일 때 항상 "내가 빨거애' 발음도 잘 안되면서 하던 말, 내가 할거야! 가 영어로 Let me do it.이다. Let me를 쓰는 게 처음엔 잘 안되더니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2. No problem
인턴시절 나의 멘토 약사 미스 패리는 고객이 Thank you라고 하면 No problem이라고 답했다. '어? You are welcome이 아니네'라고 그 땐 어색해 했는데 지금은 나도 고객에게 약을 전해주고 Thank you를 받으면 No problem으로 답할 때가 많다.
3. Great, Excellent
워싱턴 시는 환경보호를 위해 비닐봉지를 5센트에 판매한다. Would you like to have a plastic bag? 하니 It would be great! 한다. 뭐 봉투 하나 챙겨준다는데, 그것도 지돈 내고 사는 건데 Great!까지, 또 리필을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니까 Excellent! 한다. 아직 난 이렇게까지 감탄사를 쓸 줄은 모른다. 어색하다. 4. Would you mind?
You don't have my prescription? 내 약이 아직 안되었나요? 네, 아직 안됐는데요 (No, Not yet) . 항상 헷갈리는 부정의문문. 많이 익숙해져 이젠 오히려 우리말이 헷갈려짐. Would you mind waiting a little bit? No가 기다린다는 거고 Yes가 안기다린다는 거지만 뭐 얼굴 표정 보고 짐작.
Yes 하고 기다리는 분도 있고 No 하고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한국말 칠칠맞다와 칠칠치 못하다가 같이 쓰이는 거와 비슷. 사실 그냥 Sure라고 하면 OK.
5. How are you doing?
텍사스대에 유학했던 어떤 박사님 일화. 지도교수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How are you doing? 해서 Going on elevator 했더니 교수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미국 오던 첫해에 들은 얘긴데 그 땐 학생이 맞는 말 했는데 그 교수 왜 웃어?했다.
알고 보니 How are you doing?은 How are you? 와 같은 말. 대체로 원어민들은 How are you doing? 이민자들은 How are you? 인듯. 나도 How are you doing?은 What are you doing? 같아 아직 어색하다.
6. 욕
What the fuck are you doing? 욕은 어렸을 때 배워야 잘 한다. 그래서 한국말로는 완벽 구사되는 나의 욕이 18년 살아도 영어로는 안 된다. 바람직한 일이다.
2017-06-07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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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4> 돼지 발정제
"결전의 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 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라면서 홍준표 후보는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라고 자문하며 당시의 심정을 서술했다. 중앙일보 기사다.
서부 아프리카에 사는 남자들은 말린 나무 껍질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여성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그러면 만족한 결과를 얻곤 했는데 그 비밀의 나무 껍질이 Yohimbe bark 이다. 그리고 이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이 Yohimbine이다.
요힘빈은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까지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였던 약물이다. 또한 우울증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성욕감퇴 등에도 쓰인다. 성기 부근의 혈류를 증가시키므로 성행위시 남성이나 여성의 성감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 없던 여성이 이 약으로 인해 갑자기 성적 흥분하는 일은 절대 없다.
이 요힘빈이 소위 돼지 발정제로 유명한 약물이다. 미국에서도 요힘빈나무 껍질 추출물에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남성정력에 좋다는 온갖 생약 추출물을 합한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광고에는 심지어 6개월 이상 복용하면 페니스의 길이와 굵기도 늘려 준다며 첫 달 공짜 라며 뭇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 약국에도 유사제품이 있어 처방전 없이 모든 사람들이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요힘빈은 장기간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발기부전약은 필요할 때나 복용하는 것이지 매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페니스 크기를 늘려준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요힘빈을 탄 술을 마신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힘빈은 갑자기 혈압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며 심장박동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대단히 위험한 약물이다. 이 후 식은 땀도 나고 불면증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약을 여성에게 몰래 먹였다니...
돼지 발정제 중 암퇘지 흥분제는 없다. 다만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배란조절 호르몬 주사가 있다. 호르몬 주사약을 술에 타 먹여 봐야 위와 간에서 다 분해되어 효과도 없을 테니 홍 후보가 친구에게 구해다 준 건 요힘빈으로 수퇘지용이다.
"우리 밖 네 귀의 말뚝 안에 얽어 매인 암퇘지는 바람을 맞으면서 유난히 소리를 친다. 말뚝을 싸고도는 종묘장(種苗場) 씨돝은 시뻘건 입에 거품을 뿜으면서 말뚝의 뒤를 돌아 그 위에 덥석 앞다리를 걸었다. 시꺼먼 바위 밑에 눌린 자라 모양인 암퇘지는 날카로운 비명을 울리며 전신을 요동한다. 미끄러진 씨돝은 게걸덕 거리며 다시 말뚝을 싸고 돈다. 앞뒤 우리에서 응하는 돼지들의 고함에 오후의 종묘장 안은 떠들썩했다. 반 시간이 넘어도 여의치 않았다. 둘러싸고 보던 사람들도 흥이 식어서 주춤주춤 움직인다. 여러 번째 말뚝 위에 덮쳤을 때에 육중한 힘에 말뚝이 와싹 무지러지면서 그 바람에 밑에 깔렸던 돼지는 말뚝의 테두리로 벗어져서 뛰어났다."
이효석의 소설 '돼지'에 나오는 발정제를 먹은 수퇘지가 어린 암퇘지를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그 여관에서 재현되었다. 발정제를 안 먹어도 엄청나게 발정된 수퇘지 같은 인간이 요힘빈의 부작용으로 쓰러진 가녀린 여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그 요힘빈을 구해다 준 사람중의 하나가 한 나라의 대통령후보였다. 그 후보가 대통령이 안된 것이 몹시 다행이지만 그런 후보가 상당한 득표로 대선을 완주했다는게 무척 절망스럽다.
2017-05-2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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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3> U Street, NW
워싱턴은 계획도시였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가 반반씩 내 놓은 땅에 프랑스 출신인 도시설계가 L'Enfant 이 주도한 신도시였다. 대체로 마름모 꼴의 워싱턴은North West, North East, South West, South East 이렇게 크게 4 부분으로 나눈 다음, 가로로는 A street부터 W street 까지, 세로로는 1st street부터 63rd street까지 바둑판처럼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 50개 주와 Puerto Rico를 포함한 51개의 Avenue가 있다. 이 Avenue등은 인접 메릴랜드 주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Massachusetts Avenue, Wisconsin Avenue, Connecticut Avenue, Georgia Avenue 등이 그것들이다.
내 새 약국의 주소는 1000 U Street, NW, Washington, DC, 20001이다. 바로 옆에 메트로역이 있는데 그 역 이름이 U street /African-American Civil War Memorial 이다. 이름처럼 남북 전쟁에 참여했던 무명의 흑인 병사를 기념하는 조각이 약국 바로 앞에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옆 Vermont Avenue에African-American Civil War Museum이 있다.
남북 전쟁 당시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비 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역사적인 거부 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해방된 흑인 노예들의 전쟁 참가를 이끌어 북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였다. 실제로 179,000명의 흑인 병사가 북군에 가담하였는데 노동노예 신분으로 강제로 참여한 남군의 흑인들과 비교했을 때 북군의 승리는 예정된 것이었다.
U Street는 젊음의 거리다. 특히 금요일 오후가 되면 젊은이들로 거리가 넘쳐난다. 가까운 곳에 Howard University가 있어 대학생들도 U Street로 몰린다. 레스토랑과 극장, 공연장, 칵테일 바, 나이트클럽 등이 젊은이들을 부른다. 거기에 하나 더, 많은 게이바들이 U Street 에 있다.
새 약국에 오면서 메릴랜드에 있던 그 전의 약국과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메릴랜드 약국에선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던 AIDS치료제 TRUVADA가 이곳에선 하루에 평균5병 이상 나간다. U Street에 왜 그렇게 게이바가 많은지 간접적으로 이해가 되는 이유이다. 새 약국엔 젊은 남자 고객들이 많은데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약이 바로 이 약이었다.
AIDS는 이제 거의 정복되었다. 완전히 박멸하지는 못하지만 약물로 바이러스의 활동을 제어 할 수 있게 되었다. AIDS정복에 혁혁한 공을 세운 Gilead 제약에 경의를 표한다. TRUVADA도 이 회사제품이다.
그 댓가로 회사는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우리 약국의 특별한(?) 젊은 남자들은 생명을 건질 정도로 아주 특별한 혜택을 누렸으니 Gilead에 더욱 감사해야 할 것이다.
2017-05-10 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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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2> 워싱턴 시내 약국으로 옮기다
메릴랜드 베데스다에서 10년간 일하던 약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정들었던 약국뿐 아니라 익숙한 이웃들을 떠나게 되어 만감이 교차했다. 마지막 1주일은 고객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느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동안 새로 태어난 아기들, 돌아가신 어르신들도 참 많았다. 결혼, 임신, 출산 등의 경사가 있으면 나에게 알려 축하해 달라고 하고, 몸을 다치거나 암 같은 나쁜 병이 걸려 약을 타러 오면 나에게 위로 받고 같이 걱정하곤 했던 내 고객들, 이제 그들을 뒤로 하고 워싱턴에 있는 새로운 약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작년에 워싱턴 D.C. 약사 면허를 취득하였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워싱턴 시내 약국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칼럼의 제목이 워싱턴 약국 일기인데 그 동안은 사실 생활권이 워싱턴인 워싱턴 근교 약국일기였다. 그런데 이제부턴 확실히 워싱턴 약국 일기가 되었다. 워싱턴 한복판, 백악관에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U street ,NW에 있는 약국에서 이제부터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워싱턴은 4등분 하여 Northwest, Northeast, Southwest, Southeast로 나눈다. 그 중 NW가 가장 안전하고 부자동네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워싱턴의 겉만 보고 그 때 당시 클린턴 대통령부부 외에는 모두 흑인만 거주하는 줄 알았는데 NW에는 백인들도 많이 산다. 더구나 요즘은 젊은이들이 교외 보다는 도시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그들을 위해 워싱턴 시내에 아파트나 콘도가 많아지고 있다. U street도 그런 곳이다.
문제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하 Parking garage는 멀리 떨어져 있고 Street parking은 2시간이 maximum이다. 그래도 다행히 가게 옆에 지하철 역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로 했다. 약간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건강을 위해선 더 좋은 일이다. 거기다 운전을 안 하면 손과 머리가 자유로와 진다.
워싱턴 지하철은 핸드폰이 잘 안 터진다. 그래서 책을 집어 들었다. 젊었을 때 읽었던 고전들을 섭렵할 계획이다. 즐거움이 하나 늘었다. 지난 번에 한 번 언급했듯이 미국사람들은 잘 앉지 않기 때문에 내가 책 읽을 자리는 항상 비어 있다.
워싱턴 지하철역은 좀 어둡다. 간접조명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고 신문 가판대, 매점 등도 없다. 광고도 거의 없다. 그래서 요금이 좀 비싼 편이다. 14개역 구간 요금으로 내가 내는 돈이 $ 4.45 (peaktime편도). 어쨌거나 이제부터 진짜 워싱턴 약국일기를 시작해 본다.
2017-04-19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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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1> Ibuprofen
에멀리가 사랑니를 뽑고 와선 항생제 Amoxicillin과 Vicodin(Hydrocodone/acetaminophen) 처방전을 가져왔다. 감염 방지와 통증억제를 위한 처방이다. 당연한 처방이긴 한데 이런 치과 처방전을 볼 때마다 진통제로 굳이 Vicodin 같은 강력한 마약진통제까지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어떤 치과의사는 Vicodin 보다 강력한 마약 진통제인 Percocet (Oxycodone/Acetaminophen)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것도 Normal dose 5mg/325mg가 아닌 10mg/325mg을 처방하는 치과 의사도 있었다.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지만 이런 처방전을 보면 의사가 당장의 자기 치료만 생각하고 다른 후유증 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2일 정도면 통증은 대부분 가시기 때문에 평균 5일치 처방된 마약 진통제의 여분이 집안에 돌아다니게 된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노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치과의사가 과잉 처방한 마약진통제 때문에 자신의 마약중독이 시작되었다고 치과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친구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송이지만 변호사의 나라 미국에서는 언제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소송 건 친구가 이길 확률도 꽤 높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Ibuprofen으로 진통제가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이부프로펜 등의 NSAIDs(Non 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도 마약이 아니어서 중독 가능성만 없을 뿐 마냥 안전한 약은 아니다. 가장 심한 부작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화기 궤양인데 NSAID의 이 부작용으로 매년 100,000명이 병원을 찾고, 그 중 7,000-10,000명이 죽는다고 한다.
문제는 관절염 환자들이 이 약들을 과량 상시 복용한다는 점이다. 미시즈 피셔도 같은 경우인데 가져 온 처방전을 보니 이부프로펜 800mg을 하루에 세 번 해서 한 달치 거기에다 리필 3 해서 왔다. 결국 4달치인데 그렇게 고용량을 매일 복용하면 관절염은 싹 나은 듯 하겠지만 미시즈 피셔의 위장이 견딜지 모르겠다.
이부프로펜은 약효 면에서 아주 좋은 약이다. 피곤하고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나 같은 경우 한 알만 먹어도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사실 800mg 한 알이라도 OTC용량 200mg의 4배 용량이니까. 이부프로펜 800mg은 약 한 알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약 크기도 엄청 크다.
NSAID는 작용기전이 COX-1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내지만 아울러 위장을 보호하는 Prostaglandin의 생성을 차단하고, 출혈을 억제하는 Thromboxane A2의 생성도 막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위장관 부작용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위장을 보호하는Prostaglandin인 Misosterol 등과 같이 투여하거나 위장의 산 분비를 억제하는 Zantac, Nexium, Omeprazole 등과 같이 투여하는데 이렇게 하면 NSAID에 의한 위궤양 발생을 반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의사가 이런 식으로 처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 대상 884개의 NSAID처방전 중 288개만 위와 같은 위장관 보호 약물 병용처방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시즈 피셔의 경우도 의사는 처방전에 심지어 식사 후 복용하라는 말도 쓰지 않았다.
의사가 안 하면 약사가 해야 한다. 약사는 NSAID 처방전을 가진 환자가 오면 꼭 식사 후 약을 드시라고 환기 시키고 Zantac이나 Omeprazole 등의 OTC 위장약을 병용하시라고 권해야 한다. NSAID는 의사나 약사에게 너무 쉬운 약이기 때문에 때론 소홀히 다룰 수가 있다. 쉬울수록 원칙을 지키는게 그래서 중요하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4-0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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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0> Telemedicine & Telepharmacy
약국에 한 환자가 오더니 자기 핸드폰을 들이민다. 이 환자의 핸드폰에는 의사가 이메일로 보낸 처방전이 있었다. 의사가 사인까지 한 처방전은 맞지만 현행법상 이메일 처방전을 받을 수는 없었다.
처방전 발행 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 한 후 전화처방전으로 등록한 뒤 조제를 마쳤다. 의사에게 확인을 안하고 약을 조제하면 환자는 같은 처방전을 여러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 테일러가 향정신성약물 Xanax처방전을 가져왔다. 딸인 레이첼의 처방전인데 미스 테일러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딸에게 약을 메일로 보내 준다고 한다. 처방전을 보니 얼씨구 의사는 펜실베니아에 있다. 동부의 의사가 서부의 환자를 진료해서 처방하고 약은 메릴랜드주의 약국에서 타간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니 의사는 화상전화로 환자를 진료한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에게 전화를 해서 캘리포니아주에서 의사를 찾아 그 쪽에서 약을 받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지 물어 보았다.
레이첼은 지금 의사가 자기가 펜실베니아에 거주할 때 담당의사여서 의사를 바꾸기가 싫어서라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말했다. 소위 Telemedicine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어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 동네가 많다. 그래서 의사나 약사가 존재하지 않는 동네의 환자들을 위해 원격 진료 시스템 (Telemedicine)과 원격 조제 시스템 (Telepharmacy)이 도입되었다.
화상통화를 한다거나 인터넷, 전화 등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처치하는 이런 Telemedicine 시스템은 주로 큰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환자가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고 큰 병원은 의사 인력이 풍부하므로 이런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이애미 소아병원은 이런 제도를 국제적으로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병원은 멀리 에콰도르, 바티칸에 있는 환자까지 Telemedicine 시스템으로 진료하고 있다. 시골환자들을 위해 시작한 이런 원격 진료 시스템은 노인들이나 병원 내원이 쉽지 않은 환자들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시간과 비용절약을 위해 일반환자들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Telemedicine 시스템은 2018년에 7백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피츠버그 대학병원은 이 시스템으로 환자는 내원 할 때보다 교통비를 포함하여 1인당 86.64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년간으론 무려 64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원격조제(Telepharmacy)는 대표적인 시골 주인 North Dakota에서 처음 도입되어 약사가 없는 시골 지역 주민들의 처방전 조제를 도와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약사가 없는 작은 시골 약국의 테크니션이 환자들이 가져온 처방전과 조제한 약을 스캔 한 후 컴퓨터로 올리면 약국 본부에서 근무하는 약사가 검수를 하고 전화로 환자와 복약상담을 한 후 약을 건네 주는 시스템이다. 본부에서 검수만 하면 되므로 North Dakota에서 시작된 Telepharmacy 시스템은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그 옛날 한국에도 약방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약사가 아닌 약종상 면허를 가진 분들이 미국의 Telepharmacy 처럼 산간 도서 등 약국이 없는 곳에 약 판매를 전문으로 운영되던 소규모 점포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약방이 사라져가듯 과잉 배출된 미국 약사들로 인해 Telepharmacy는 점점 사라질 지 모른다. 시골이라도 들어가 약국을 차릴 약사가 차고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3-22 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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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9>Tamiflu 효과 있다!
독감 치료제로 쓰이는 타미플루는 이상한 부작용 증세로 일본에서 문제가 됐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먹은 128명이 이상행동 증세를 보였는데 이 가운데 8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SBS 취재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가 계속 '어이가 없어' '어이가 없어' 같은 이상한 말을 하고, 보고 있는 엄마에게 엄마가 말을 너무 빨리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후 이 증상은 사라지고 독감도 낫다고 하는데 이런 섬찟한 부작용들은 타미플루를 처방 받은 사람에게 약 복용을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구나 타미플루는 발매 초기부터 임상시험에 문제가 있었다는 둥, 대조군에 비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둥, 그리고 어차피 감기는 치료약이 없을 때도 다 앓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약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의구심까지 겹쳐 그 효과가 의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타미플루는 거의 유일한 독감치료제이기 때문에 독감 철이면 날개가 돋친 듯이 나가는 약이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독감에 걸렸다. 아내가 먼저 걸린 것 같은데 병원에 갔다 온 아내는 항생제 Z-Pak(azithromycin) 처방전을 받아오고 이 약을 먹고 어느 정도 나았다. 독감에 걸린 후 병이 더 악화되어 박테리아 감염까지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내의 병으로 확인된 것은 기관지 감염이었다.
난 으슬으슬 추운 고열과 함께 몸살이 왔는데 아내처럼 목은 안 아팠다. 독감일 것 같다며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의사나 그 처방을 받은 약사나 모두 한 마음 '그냥 견디면 될 텐데, 뭔 약을' 이런 심정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웬걸. 약을 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해열제도 먹지 않았는데 열이 내리고 몸이 가벼워졌다. 5일치 중 2일을 복용하니 거의 다 나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면 굉장한 효과가 아닌가? 더구나 효과를 100% 의심하고 있는 환자가 효과를 보았으니 플라세보 효과는 절대 아닐 테고.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나 보다. 질병관리 본부(CDC)에 의하면 올해 적중률은 48%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2명 중 한 명은 안 맞은 거나 똑같다는 소리다. 보통은 남반구의 겨울에 유행했던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해서 이 번 겨울에 북반구에서 유행할 백신을 제조한다고 하는데 이번 해엔 남반구의 바이러스가 적도를 넘어오지 못했던 것 같다.
독감 바이러스는 비교적 강한 놈이 아니고 우리를 조금 괴롭히다 나가는 놈들이라 원래부터 건강했던 사람들이라면 독감에 감염된다 하여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임신부나 노약자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항상 독감예방과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그나저나 제네릭 Tamiflu인 Oseltamivir의 10알 약값이 무려 110달러이다. 망할 놈의 보험이다. 제네릭이라도 아직 경쟁회사 제품이 나오지 않아 비싼 것은 이해하지만 보험회사도 타미플루의 약효를 의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효과도 없는데 먹으려면 비싼 돈 주고 사 먹으라는 무언의 압력. 하지만 먹어 본 내가 증명한다. 타미플루 분명 효과 있다!
2017-03-08 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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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8> Pharmacists Survey 2016
2016년 1년간 약사들의 직업만족도, 봉급, 복지 등에 대한 Pharmacists Survey가 약사 잡지 Drug topics에 실렸다. 한국 약사들에게 참고가 될 듯하여 정리해 올려본다. 우선 2015년에 비해 달라진 것은 약국 개국시간이 그 전에 비해 조금 단축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24시간 오픈 하던 약국이 많이 없어지고 오후 10시에 문을 닫던 약국도 대부분 오후 9시로 당겨졌다. 그리고 아침 오픈 시간도 오전 8시에서 오전 9시로 늦춰졌다.
보통 주당 몇 시간 일하냐는 설문에는 40~44시간 일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30~39시간이 뒤를 이었다. 병원 약사들의 경우 40시간이 표준이므로 대부분 병원 약사는 40~44시간 범주에 들어갔을 거고 아마도 신규 소매 약사들이나 개국시간이 단축된 약국의 약사들이 30~39시간 범주에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충 정규직 약사들은 평균 주 40시간 정도 일한다고 보면 되겠다.
시간당 임금은 얼마나 받는지 물어 보았다. 시간당 61~70달러가 41%로 가장 많았고 55~60달러가 27%, 51~55달러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61달러 이상은 소매약국 경력 약사들로 보이며 50달러 근처는 병원약사, 55달러 근처는 신규 약사들로 짐작된다. 시간당 71달러 이상 받는 약사들도 6%나 되었는데 Compounding, Radio-pharmacist 등 스페셜 전공 약사들로 추정된다.
약사들의 연봉은 11만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가 가장 많았다. 대강 평균 40시간 일하고 시간당 임금이 62달러 정도하면 연봉은 13만 달러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급여는 평균 2%가 오른 약사들이 가장 많았는데 그것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이다. 1% 미만 오른 약사들도 27%나 되었는데 이것은 약사들의 대우가 낮아지고 있다는 강력한 징표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약사들의 64%가 전년보다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29%는 2015년과 동일, 오직 6.2%만이 전년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하였다. 스트레스는 업무량이 늘어서(40%), 부족한 테크니션(35%) 때문이라는게 합해서 70%가 넘었고, 과도한 잡무(25%), 열악한 근무 환경(15%)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회사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한 11년차 약사는 몇 년 전 만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약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권유했으나 이제는 지인들에게 약사가 되라고 권유하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그 자신이 매년 업무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근무 환경을 몸소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원인은 약사 수급 조절의 실패인데 메릴랜드주만 하더라도 5년 전에 비해 약대 졸업생이 4 배가 늘었다. 그래서 요즘은 한 Job이 Open하면 40여 개의 이력서가 한꺼번에 접수된다고 한다. 이런 약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기존 약사들의 근무 환경도 많이 나빠졌고 스트레스도 아울러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직업과 현 상황에 만족한다는 약사가 71%나 되었다. 약사 연봉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고소득이고 기본적으로 약사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보람과 책임감이 어우러져 이런 직업만족도를 보여주지 않나 싶다. 지금 이 시간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약사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2017-02-2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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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7> Mr. Trump와 'Black Lung'
제인은 요즘 큰 근심이 생겼다. 재작년에 오바마케어 덕분에 가까스로 의료보험을 갖게 되었는데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던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보험이 없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로 보험을 갖게 되면서 제인은 많은 혜택을 누렸었다. 약값은 대개 1달러이거나 공짜였고 병원에서 본인 부담액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이것들이 모두 물거품에 놓일 처지가 되었으니 제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이가 26살이 넘어가면서 부모의 보험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던 제인은 파트타임 잡을 하면서 무보험 상태로 몇 년을 지내던 시절이 다시 올까 봐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에는 전통적으로 광산이 많은데 이곳 광부들도 요즘 제인과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자신들이 생애 마지막으로 기대고 있는 "Black Lung" benefit을 받기 어렵게 될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광부들은 일을 할 때 필터가 달린 마스크들 쓰고 한다. 하지만 작업이 1~2시간 지속 되면 필터에 먼지가 가득 차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러면 광부들은 숨을 쉬려 마스크를 벗게 되고 계속된 작업으로 폐는 먼지로 오염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십 수년 일하다 보면 광부들은 허파가 검은 색으로 변색된 "Black Lung"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많은 광부들은 자신이 Black Lung을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은 하면서도 쉽사리 의사를 찾아 가거나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을 꺼려한다. 왜냐하면 Black Lung으로 진단이 확인되면 광산에서 더는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당연히 환자로 확인된 광부를 윤리적 측면에서나 효율적 측면에서 계속 광산으로 투입할 수는 없다.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광부의 입장에서는 아프더라도 참고 일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다.
광부들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 이때부턴 필사적으로 Black Lung 진단을 받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Black Lung으로 진단을 받으면 일은 못하지만 사는 동안에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고 광부가 죽은 후에도 가족들에게 연금 형태로 보상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lack Lung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오바마케어 전에 광부들은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Black Lung이 광산 일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보상금을 지급하는 회사가 어떻게든 지불을 늦추거나 무효화 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광부가 스스로 자신의 병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광부는 이 혜택을 받기까지 무려 4년 반이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시행된 후 이 기간은 대폭 단축되었다. 광부의 Black Lung이 광산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전폭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는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였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몰려와 미국사람들 직업을 뺏어간다는 주장에 광부들도 내 자릴 뺏길까봐 트럼프에 묻지마 지지를 보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인구가 185만인데 광산업 종사자는 13만명이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광산 인구가 거의 50만에 가깝다. 하지만 이 곳의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어이없게도 지금 현실로 다가온 트럼프의 오바마케어 폐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말 '뭣이 중헌디' 모르는 사람들이다.
2017-02-08 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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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6> Emory J. Clark
합중국인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서로 어울려 살고 있지만 대개 도시에는 백인, 흑인, 아시아인등 모든 인종 등이 모여 살고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대부분 백인들이다. 먼저 백인들이 미국에 정착했고 뒤늦게 이민 온 유색인종 등의 직업은 거의 다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3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다마스커스란 동네가 있다. 시골이고 백인 동네이다. 이 곳 약국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데 약사인 나 빼고 4~5명의 보조원, Store manager, Cashiers등 일하는 직원이 모두 백인이었고 손님들의 95%도 백인이었다.
반면에 집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Prince George County가 있는데 그 곳은 흑인동네이다. 이 곳에 가서 일하면 약사인 나 빼고는 전 직원이 흑인이며 손님들의 95%도 흑인이다. 흑인이 대통령을 하는 지금 이 시대에도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일하는 게 조금은 어색한데 50여년 전에는 대놓고 인종차별이 있었다.
1952년에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Xavier 약대를 졸업한 Emory J. Clark은 자신의 약국을 개설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경험과 자금이 필요했던 에모리는 자신의 출생지였던 메사추세츠 주의 캠브리지시로 돌아와 약사직을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흑인이 조제한 약을 백인들이 복용하기 싫어할 것이라는 인종차별의 선입견으로 인해 에모리는 쉽게 직업을 찾지 못했다. 캠브리지시는 하버드대학이 있는 도시로 지금은 유색인종들의 거주 비율이 30% 정도 되지만 1950년대는 백인 거주 95% 동네였다.
에모리는 직업을 찾느라 무려 7개월이 걸렸는데 7개월 만에 찾은 직업도 약사가 아닌 약국 점원이었다. 급여도 주당 58달러의 저임금이었지만 그래도 일을 하다 보면 약사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일단 제의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에모리는 수 년간 이 약국에서 점원의 급여로 약사 일을 하였다. 하지만 이 급여로는 자신의 꿈인 약국 개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에모리는 약국을 그만두고 카트를 끌고 다니며 길거리 아이스크림 행상을 시작했다. 의외로 이 장사는 성공하여 에모리는 그가 원하던 약국개설의 자금을 마련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71년, 약국을 개설하려 하자 백인들의 반대가 시작되었다. 흑인 마약 중독자들이 동네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었다. 거기다가 당국은 에모리 약국은 오직 의약품만 취급해야 하며 의약부외품이나 건강식품 등은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면허를 내 주었다. 어쩔 수 없이 면허는 내 주지만 일찍 망해서 나가달라는 주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모리 약국은 살아 남았고 약국은 그 후 20여년을 더 지역을 위해 봉사하다 지난 1995년에 문을 닫았다. 약국을 은퇴한 에모리는 트럭 아이스크림 장사를 다시 시작하였고 그 후 20여년이 지난 작년에 공식적으로 은퇴하였다. 캠브리지시는 인종차별을 극복한 그를 기념하여 약국이 있던 자리를 Emory J. Clark Square로 명명하였는데 그것은 90살이 된 에모리에게 주는 감격스런 생일 선물이었다.
2017-01-25 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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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5> 환각치료제 Psilocybin
미시즈 베이커로부터 약국으로 카드가 한 장 날라왔다. 미스터 베이커와 미시즈 베이커, 그리고 아들 맥스가 함께 찍은 사진이 표지인 카드다. 그 동안 미스터 베이커를 돌봐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미스터 베이커가 슬프게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이었다.
미스터 베이커는 우리 약국의 오래된 환자로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1년 전부터 알게 된 췌장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었다. 미스터 베이커는 심장병약부터 고혈압, 콜레스테롤약 등 7~8종의 약들을 복용하고 있었다. 카드는 이제 이 약들의 조제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이렇게 한 분 한 분 보내는 내 직업이 서글플 때가 많다.
대장암으로 사망한 배우 김자옥씨는 암은 죽기 전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병이라 어쩌면 고마운 병이라고도 했다. 지인들에게 안녕을 준비할 수 있고 지나간 삶을 돌아보며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일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암환자들에겐 그 보다는 죽음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훨씬 앞설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 우울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존스 홉킨스의 Dr. Roland Griffiths는 멕시칸 버섯의 추출물에서 얻은 Psilocybin을 암환자에 투여하여 이러한 우울증에 괄목한 효과를 보았다.
Psilocybin은 Hallucination을 유발하는 소위 Schedule I 약물이다.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모르핀 등의 마약은 Schedule II 약물로 엄격한 규제 하에 병원, 약국에서 쓰이고 있지만, 헤로인이나 LSD 등, 치료효과는 전혀 없고 환각작용만 있는 약물들은 Schedule I 으로 분류하여 소지만 하고 있어도 범죄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의사들은 끊임없이 이런 Schedule I 약물들의 사용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는데 Psilocybin연구도 그 중의 하나이다.
"환하게 형광을 비추는 심해어들이 내 주위를 지나가고 있다. 아름답다. 나는 그 생물체들과 같이 유영을 하며 황홀하게 바라보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편안하게 새처럼 날고 있다. 그리고 우주로도 가본다.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보기도 하고 다른 별들로 천천히 가 보기도 한다. 행복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Psilocybin을 복용하고 환각작용을 경험한 미시즈 빈센트의 이야기다.
림포마를 앓고 있는 미시즈 빈센트는 1년 전, 의사로부터 치료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상태가 호전되지도 않고 악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자기가 죽고 난 후 혼자 남을 아들에 대한 걱정 등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그래서 미시즈 빈센트는 이번에 Psilocybin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임상실험에는 모두 30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미시즈 빈센트를 포함하여 18명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Psilocybin으로 행복한 환각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은 이 후 거의 1년 동안, 그리고 어떤 환자들은 죽을 때까지 우울증 증세 없이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행복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어쩌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한 일일 것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1-0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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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14> 약은 약사에게
얼마 전에 한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무릎 아픈데 좋은 약을 받으러 이모를 만나러 가신다는 거다. 무슨 약이길래 그러신가 궁금했는데 가져오신 약을 보니 Celebrex였다. 이모가 이 약으로 아주 좋은 효과를 보고 있기에 어머니에게도 한 번 드셔보라고 권하신 거다. 어머니도 드셔보시더니 아주 좋다며 이 후 의사에게 처방 받겠다고 말씀하셨다.
폐경기 이후 여성들은 에스트로젠 호르몬의 분비가 현저히 약해지면서 뼈 밀도가 감소하고 그에 따른 골다공증이 오면서 무릎관절 등에 통증도 따라오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관절염도 무릎통증의 주범이다. 어머니나 이모나 나이가 있으시니 같은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거다.
Celebrex는 소위 COX-2 저해제로서 기존의 COX-1 저해제인 Ibuprofen이나 Naproxen 같은 NSAIDs (Non Steroid Anti Inflammatory Drugs)에 비해 위장장애가 적다는 약물이다. 다른 경쟁 약들이 심장쪽 부작용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독보적으로 매출을 올렸고 지금 제네릭약도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한 60대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 Celebrex에 대해서 자세한 상담을 요청했다. 부작용이 뭐냔거다. 사실 이 약의 단기 부작용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Celebrex는 NSAID의 위장장애 부작용경감을 목표로 만든 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떨어져나간 다른 경쟁약들과 마찬가지로 심장발작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문제는 이 약이 치료약이 아니고 증상 완화약이라 대부분 환자들이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기간 복용은 권하지 않는다 했더니 그러면 Vimovo는 어떠냐고 물어온다.
Vimovo는 진통제 Naproxen과 Proton pump저해제인 Nexium을 믹스해 서방형제제로 만든 제품으로 나프록센이 진통효과는 좋으나 위장장애가 심하므로 그 부작용을 넥시움으로 막아 보겠다는 매우 심플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이런 복합제약은 따로 따로 처방해 복용할 수도 있고 위장 장애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넥시움이나 다른 약을 복용해도 늦지 않다고 의사나 환자도 생각한다. 하기에 아직 제네릭도 안 나와 값이 비싼 이 약의 처방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말을 해 줬더니 얼른 Celebrex 처방전을 내놓는다.
미스 스미스가 요즘 갑자기 고혈압이 생겼는데 어떤 약이 좋은지 물어온다. 프로필을 보니 골다공증약 Fosamax를 장기간 드시고 있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Fosamax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의 10%가 혈압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혈압이 올라간 걸지도 모른다고 말씀 드리고 그렇다고 골다공증약을 중단할 수는 없으니 의사와 상담해 보라고 했다.
칼슘길항제 Norvasc와 Angiotensin Inhibitor인 Losartan이 요즘 고혈압약의 대세인데 문헌에 보면 Norvasc가 골다공증에 약간의 도움이 되니 Norvasc를 처방 받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하지만 미스 스미스가 나중에 받아온 처방전은 Losartan이었다.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처방은 결국 의사로 부터.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12-21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