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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7> 전문 피임약과 일반 피임약
상담 창구에 30세 전후로 보이는 백인 아가씨가 다소곳이 서있다. 아무말도 없이 서 있길래 다가가서 May I help you? 했더니 상담이 필요하단다. 아주 조용히 얘기를 꺼내는데 어제 인공 임신중절을 했는데 배가 많이 아프단다. 그래서 마약 진통제인 Percocet의 처방전을 받아왔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아프겠냐고 물어온다. 속으로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요? 하면서 대강 3-4일은 갈 거라고 했다. 그런데 또 하나 불쑥 꺼내는 처방전이 비스테로이드 약물에 의한 위궤양에 쓰이는 Cytotec(제네릭명:Misoprostol)처방전이었다. 이 약은 강력한 유산 부작용효과(?)가 있어 본 효과인 위궤양 치료보다는 임신 중절의 목적으로 가끔 처방된다. 이 약은 정제이므로 위궤양 치료로는 경구로 투여하지만, 유산의 목적으로는 질좌제로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 아가씨 그게 궁금했나보다. 이 약이 질 안에서 녹느냐고 물어 온다. 물론 이 약은 질 안에서 녹는다. 아마 중절효과를 확실히 하고 싶어 의사가 이 약을 처방했나 본데 어쨋거나 처방전대로 4알을 하루에 한알씩 질 안에 투여하라고 하고 Percocet과 같이 주고 돌려 보냈다. 계속 아프면 의사에게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이 아가씨 계속 대화 중에 손을 약간씩 떤다. 말소리도 힘이 없고 조용하고. 아마 수술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죄책감에서도 그런 걸거다. 사실 살인을 한 게 아닌가? 그것도 자기 자식을. 한국에서 피임약에 대한 논란이 화제다. 사후 피임약은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돌리고 사전 피임약은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보건당국의 방침에 대해 약사, 의사, 그리고 여성단체들이 각자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사후피임약은 만 17-18세 이상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2006년에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되었고 사전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한 번도 일반약으로 판매된 역사가 없다.Plan B로 판매되는 사후피임약이 미국에서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할 때도 많은 진통이 있었다. FDA의 한 심사관은 그 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내었고 한국에서와 같이 종교단체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위의 예와 같이 피임의 실패로 인해 낙태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태를 막고자하는 뜻이 보다 강력하여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결국 이뤄지게 되었다.사전피임약은 한 번 복용하게 되면 계속 복용하는 것이 통례이고 특히 호르몬 제제이므로 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이 약군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 되고 있고 환자가 자기 몸에 맞는 약을 찾는 데 의사의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40여년간 일반약으로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던 것을 갑자기 처방약으로 전환하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별히 전문약으로 전환해야할 의학적 문제가 최근 발견된 것도 아닌데 그냥 미국의 예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성의 정서 문제도 있고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아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우리나라처럼 의사와 약사간의 대립이 심한 나라도 없다. 사실 이번 결정은 의사와 약사 눈치를 보다 양쪽에 한 가지씩 던져 준 것 같은 인상인데 정부의 결정이 각 이익 단체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결정은 국민의 편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각 이익단체도 결정에 수긍하게 되기 때문이다.미국 연방 정부에서는 여성의 권익 차원에서 인공 유산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주마다 개별법이 있어 인공 유산을 허용하지 않는 주가 있다. 다행히(?) 메릴랜드는 인공 유산을 허용하고 있어 위와같은 약을 조제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인공유산은 언제나 미국 대선의 단골 메뉴이다. 올해 벌어지는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abortion을 허용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강력하게 abortion의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어쨋거나 법이 허용하던 금지하던 자기 애를 죽이는 불행한 사태는 막는 것이 최선이다. 갖가지 피임약의 사용, 콘돔, 사전피임약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후 피임약이라도 동원해서 최소한 자기 자식을 죽이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2-07-18 0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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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6> 중국음식점엔 짜장면이 없다
몇 일 전에 회사에서 새로 나온 고혈압약에 대한 세미나가 있으니 참석할 약사는 미리 R.S.V.P를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내용도 약간 흥미있고 특히 세미나 장소가 내 약국 근처 베데스다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이런 류의 세미나가 어떤지 알아볼 겸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세미나는 신제품을 개발한 제약회사에서 마케팅 차원으로 진행하는 거였고 임상을 담당했던 의사가 약물의 효능에 대해 약사들에게 설명하는 식이었다. 대체적으로 참석자들은 내용에는 그다지 관심들이 없고 공짜 (?) 음식에만 관심이 있는 풍경이었는데 사실 모임의 목적 자체가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이었으므로 약사들이 약이름 정도라도 알고 돌아가면 주최측이나 참석자들이나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었다. 미국은 전세계 사람들이 이민 와서 만든 나라이므로 각 나라의 고유 문화가 곳곳에 스며져 있다. 그래서 그 나라를 직접 가보지 않아도 미국 안에서 전 세계의 문화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음식 문화를 접하긴 정말 쉽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국 음식점 부터 아시아의 타이, 베트남, 인도, 그리고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음식인 아랍권들의 음식들도 여기선 어렵지 않게 맛 볼수 있다. 여기에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음식과 브라질, 멕시코등의 중남미 음식, 심지어 아직 한번도 먹어 보진 않았지만 아프리카 여러 나라음식들도 마음만 먹으면 맛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음식이다. 스파게티를 비롯하여 라자니아, 피자 등은 우리 입 맛에 잘 맞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이탈리아는 우리와 같이 반도의 나라라 사람들 성질(?)도 비슷하고 그래서 음식 문화도 비숫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꼭 그런건 아닌게 ‘매운 맛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라고 선전하는 고추장 광고에 나오는 바로 치즈로 범벅된 그 음식이 이탈리아 음식 알프레도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 느끼함을 맛 본 적이 있으니 모든 이탈리아 음식이 한국 사람 입맛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고르면 이탈리라 음식은 우리와 비슷한 게 정말 많다. 이탈리안도 우리와 같이 칼라마리라고 오징어 종류를 먹고 우리가 좋아하는 마늘을 그들도 좋아하기 때문이다.세계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그래서 미국에도 중국사람이 참 많다. 중국 사람이 많으니 중국 음식점도 참 많다. 대도시는 거의 코너마다 중국 음식점이 있고 시골 구석구석 중국 음식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미국 사람들도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 값도 상대적으로 싸다. 점심으로 따지면 중국음식이나 맥도날드의 빅맥세트나 거의가격이 같다. 하지만 이런 중국 음식점엔 짜장면이 없다. 물론 짬뽕도 없고.그 전에 한국에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독일에 출장을 간 일이 있었다. 동네가 독일 남쪽 큰 도시 뮌헨에서 한참 더 남쪽으로 내려간 시골이라 한국 식당은 커녕 변변한 아시안 식당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매일 독일 음식에 찌들어(?) 살았었는데 한번은 도저히 못 참고 고향 맛을 찾고 있는 중 거리에서 작은 중국 음식점을 발견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메뉴판에서 열심히 짜장면을 찾았건만 짜장면은 커녕, 짬뽕도, 탕수육도 양장피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중 제일 그림이 만만한 걸 시켜 핫소스에 찍어 먹으며 약간의 느끼함을 달래긴 하였는데 물론 영 성에 차진 않았다.그렇다. 중국음식점엔 짜장면이 없다. 왜냐하면 짜장면은 한국음식이기 때문이다. 그 오리진이야 중국이 공산화될 때 한국으로 건너온 화교들이 개발한 음식이지만 당연히 짜장면은 한국음식이다. 그래서 미국이건 유럽이건 중국인이 운영하는 원조(?)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없다. 미국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인 Korean-Chinese Restaurant에 가야한다. 다행히 이 곳 워싱턴지역에서는 버지니아주의 애난데일에 가면 맛있는 짜장면을 5달러 이하에 사먹을 수가 있다. 아쉽게도 한국처럼 총알배달은 안 되지만 맛있는 짜장면은 이 곳에서 내가 누리는 작은 행복 중 하나이다.
2012-07-04 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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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5> 무서운 약 부작용 Stevens-Johnson Syndrome
약을 복용하다보면 항상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병이 걸린다는 것은 우리 몸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고 약은 무너진 밸런스를 복원하는 일을 수행하여 질병을 낫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이 밸런스가 무너진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 모든 곳의 정상적인 조직에도 도달하기 때문에 원치않은 부작용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또한 약의 치료 메카니즘상 부작용이 동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알러지약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과 소염진통제의 위장장애 부작용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흔한(?) 부작용말고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부작용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Stevens-Johnson Syndrome 이라는 부작용으로 피부에 발적이 일어나면서 심하면 온몸에 화상을 입는 것처럼 되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무서운 부작용이다. 얼마전에 가까운 약국에서 이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있어 여기 소개한다.
미스 존스가 돌아가셨다. 쓰러지신지 약 한달 만에 Stevens-Johnson Syndrome 으로 돌아가셨단다. 원인은 통풍약 Zyloprim(일반명: Allopurinol)을 드시고 약 부작용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의 지병이 있으셨지만 85세의 연세에도 정정하셨던 분이라는데 어이없게도 약 부작용으로 돌아가셨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였지만 약을 직접 손으로 건낸 약사도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약사는 의사 처방대로 약을 조제했으니 법적으로야 문제는 없다할지라도 약의 부작용을 예상 못한 약사로서의 도의적 책임은 벗어나진 못할듯하다.
미스 존스가 약을 받으신 건 한달 전 쯤, 당뇨병의 지병이 있으셨던 미스 존스는 가끔 발가락쪽이 편치 않다며 항진균제 연고를 받아 가시곤 하셨다고 한다. 사실은 이건 당뇨병을 가진 분들의 합병증이다. 혈당 때문에 다리 쪽 감염이 쉽게 일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완치 되지 않는 증상이라 자주 발가락 쪽의 불편함을 호소하셨는데 어느날 통풍치료제인 Allopurinol 처방을 받아 오셨다고 한다. 약사는 미스 존스가 그 전에 하도 발가락 쪽의 불편함을 호소하셔서 결국 통풍이 있으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통풍은 대사 질환으로 요산(uric acid)이 밖으로 분비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어 발가락 쪽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아마 의사가 혈액 검사나 뇨 검사로 과다한 uric acid의 양을 측정한 후 처방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미스 존스가 약을 드시기 시작하고 한 일주일 후에 약국에 오셔서 약사에게 요즘 내 몸에 발진이 많이 난다고 하셨다고 한다. 이 때가 사실 point였는데 아쉽게도 약사는 약 부작용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냥 날씨가 건조하니 피부가 건조해서 피부알러지 같은게 아닐까하고 항히스타민제인 베나드릴하고 OTC 스테로이드 연고를 권해드렸다한다. 그리고 정 심하시면 의사를 찾아보시라고 했다 하는데..미스 존스는 그러고도 같은 약을 한 달을 더 드셨다한다. 쓰러지시기 전에는 피부과에도 다녀 오셨다고. 하도 몸에 난 발진이 번지니까 결국 피부과를 가신거다. 피부과 의사는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미스 존스의 증세가 바로 약 부작용이라고 진단하고 고단위의 스테로이드연고를 처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미스 존스는 약국에 오셔서 ‘그거 약 부작용이래’ 하시고 연고를 타가신 후 그 다음날 부터 혼수상태에 빠지셨다 한다.이 Stevens-Johnson Syndrome은 Allopurinol을 비롯하여 소염제인 Diclofenac, 항진균제 Fluconazole 등의 약 부작용으로 발생하며 심지어 인삼도 이런 부작용을 나타낸 기록이 있다고 한다. Allopurinol의 경우 Stevens-Johnson Syndrome 확률이 1-2%라고 하니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낮은 확률의 부작용도 아닌데 의사는 물론이고 약사도 집어내지 못한 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약사 공부할 때 부작용 리스트들을 달달 외워 보곤 했어도 정작 실제에서는 적용을 하지 못하고 참담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스 존스는 볼티모어에 있는 화상센터까지 헬기로 이동해서 치료를 받으시다가 결국은 돌아가셨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약사의 역할이 아쉬웠던 경우가 되겠다. 돌아가신 미스 존스의 명복을 빈다.
2012-06-21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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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4> 대서양에서 흡혈 파리(Biting fly)의 공격
한국에서 제약회사를 다닐 때 일본에 한 달 간 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때가 나에겐 최초의 외국 여행이었다. 당시는 군사 정권 시절이었고 나 자신도 병역을 이수하기 전이라 외국여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곤 허락 되지 않았다. 신혼 여행도 지금과 같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당시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나에겐 허락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운이 참 좋았다. 내가 간 곳은 동경에서 고속열차 신칸센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안전성 연구소란 곳으로 의약품의 전임상 연구를 행하던 기관이었다. 이 곳에서 난 약물의 독성 연구에 대한 연수를 한 달 동안 받았었다. 이 곳에서 근무하면서 점심식사후 근처를 산책하곤 했는데 그 연구소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연구소 바로 뒤에 바다가 있었다. 매일 매일 바닷가를 같이 연수한 동료랑 산책하다 어느날 갑자기 바다 이름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같이 산책하던 일본 아가씨에게 이 바다는 무슨 바다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 아가씨 왈 ‘고노와 태평양’ 이란다. 태-평-양? 뭔가가 내 머리를 한 대 꽝 치는 기분이었다. 태평양이라고? 나는 매일 점심을 먹고 태평양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태평양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바다 끝에는 아메리카 대륙이 있구나!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옛 대우의 노 사장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그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와 난 살게 되었다. 거기서도 난 미국 동부에 산다. 우리집에서 대서양까지는 차로 3시간 반 정도의 거리이다. 그러니까 250마일, 약 350km 정도 되겠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목포 거리지만 미국은 차가 거의 막히지 않으므로 우리집에서 대서양은 당일 코스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때쯤 도착해서 밥먹고 저녁 때 까지 놀다가 저녁 먹고 출발하면 밤 12시쯤 들어온다. 처음에 대서양에 발을 담가보곤 감개가 무량했다. 태평양이야 일본에 가서도 담가 볼 수 있지만 대서양이야 한국에선 지구 반대편이니 웬지 세계 일주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약국에 한 아줌마가 애를 데려 와서 벌레 물린데 무엇이 좋냐고 상담해 온다. 우선 애를 보자고 했는데 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다. 너무 가려워서 자꾸 긁었나 보다. 이 정도는 크림으로 안 되니 안티히스타민인 베나드릴 시럽을 복용해 주라고 했다. 하도 물린자리가 부어서 애 눈을 가렸다. 애 엄마 왈 바닷가에 놀러가서 파리에 물린 거라 하는데. 뭐, 파리? 파리도 사람을 무나? 지가 모긴줄 아나보네.파리가 사람을 문다? 사실이다. 미국에 처음 온 해에 대서양으로 해수욕을 갔었다. 한 4시간 걸려 달려간 바닷가, 정말 깨끗하고 그림 같았다. 미국의 해수욕장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유원지, 하나는 공원. 유원지는 마이애미 비치, 버지니아 비치, 메릴랜드의 오션시티처럼 호텔을 비롯하여 유흥업소들이 즐비한 곳이고 공원은 동네 파크처럼 바닷가에 약간의 편의 시설, 샤워실, 매점 정도만 있는 곳으로 공원 입장료를 받고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유흥지에는 젊은 애들이 주로 놀러 가고, 공원에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많다. 그러니까 공원에는 유흥시설이 하나도 없는 청정구역이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기도 하다. 한국과 같은 횟집도 없고 (횟집은 물론 유흥지에도 없다) 백사장으로 짜장면 배달 같은 것도 물론 없다.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거 자기가 싸가야 한다. 기껏 매점에서 파는 햄버거와 스낵 정도. 여름 어느날 도착한 곳은 메릴랜드 바닷가 파크, 짐을 내려 놓고 가져온 고기를 구어 먹고 있는데 따끔하며 뭔가가 내 다리를 물었다. 좀 있다 큰 애도 물렸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모기같은건 안 보이고 파리 몇마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저놈들 음식냄새 맡고 왔나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는데 또 따끔하길래 냅다 갈겼더니 모기가 잡히는 느낌이 아니라 큰 벌레가 잡히는 느낌이 손바닥안에 왔다. 아 이게 뭐야? 파리잖아. 헉 떨어져 죽은 파리에 내 피가 좀 묻어 있고. 파리에 물린 후 한 동안은 파리가 옮기는 더러운 질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청정지역 파리(?)라서 그런지 별일은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파리에게 물리는 그 더러운 느낌이 싫어 그 파크에는 다시는 가지 않았다. 참 세계는 넓고 별일도 많다.
2012-06-05 1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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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3>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부모 닮은걸 비교적 오래 쳐다봐야 알아낼 수 있지만 이 곳에선 워낙 표현형이 뚜렷해 세밀한 것 빼고는 자식과 부모가 닮은 점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연한 거지만 백인은 백인을 낳고 흑인은 흑인을 낳고 아시안은 아시안을 낳는다. 백인과 흑인이 결혼하면 반반씩 표현형이 나오지만 순수한(?) 흑인은 아프리카에서 갓 넘어온 흑인 밖에 없으므로 반반은 아니고 그 자식은 보다 백인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흑인이어도 미국에선 흑인이므로 백인과 흑인의 혼혈 자식은 거의 모두 흑인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서로 다른 인종간의 결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같은 아시안안에서도 인도사람은 인도사람과 이란 사람은 이란 사람과 중국사람은 중국사람과 결혼하는게 당연시되고 있으니 미국이 여러 인종이 더불어 모여 사는 멜팅-팟 (melting pot) 이라 주장하나 실제론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강가의 모래알과 같은지도 모른다. 하여간 거리를 나가면 흑인은 흑인끼리, 인도인은 인도사람끼리, 백인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류인 앵글로 색슨이 아니면 그리스인은 그리스인끼리,이탈리안도 그들끼리, 그리고 히스패닉은 정말로 엄청난 큰 무더기의 비슷한 사람들이 같이 다닌다. 이런 것을 보면서 참 세상엔 다양한 인종이 참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집 가까이 저먼타운(German town)이란 동네엔 Lancaster Dutch Market 이란 Amish super가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아침에만 약 4시간 정도 잠깐 여는데 완전 무공해 치즈와 잼, 그리고 약간의 농산물 등을 판매한다. 애미쉬 마을은 펜실베니아 주 랑카스터 라는 곳에 있다. 그 먼데서 여기까지 올려면 3시간 이상 걸리니까 슈퍼를 매일 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미쉬들은 차 운전 안하고 마차만 타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보다. 그런데 애미쉬자체가 돈같은거 모르고 옛날식으로 산다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장사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더라도 자기 동네에서 좌판 같은 소규모로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이건 비교적 대규모라 좀 의아했다. 하긴 애미쉬들도 먹구 살아야 하니까.그 전에 애미쉬 마을에 간 적이 있었다. 펜실베니아주의 랑카스터는 매릴랜드주의 베데스다에서 출발하면 차로 3시간은 걸린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가기 때문에 가고 오는 길이 제법 멋있다. 특히 가을철 단풍시즌엔 정말 좋다. 근처에 아웃렛도 있어 아이들도 좋아하고.애미쉬들은 타락한(?)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초기의 청교도 정신을 살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옛날식 집에서 전기도 없이 옛날식으로 살고 애들도 자기들방식으로 교육하고 자기들 방식으로 무공해로 농사지어 먹고 살면서 옷도 대부분 자기네들이 직접 만들어 입고 한마디로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옷 색깔은 하얀색 아니면 검정색이다. 가끔 보이는 애미쉬들 옷 입은 걸 보니 역시 검정과 흰색뿐이었다. 그런걸 보면 우리나라도 자급자족하다보니 백의민족이 되었지, 뭐 특별히 흰색을 좋아했던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의 한국의 옷차림, 얼마나 화려한가? 사실 요즘은 흰색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듯하니까.애미쉬들은 18세기 부터 독일, 스위스등지에서 건너온 메노나이트라는 교회에 속하는 보수적인 개신교 교파로 가족, 공동체, 형제애를 중시하며, 세속과 분리된 채 절대로 폭력을 거부하며 겸손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통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25만명 정도의 애미쉬가 있다고 한다.애미쉬 사람들은 집 안에서는 전기를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기는 삶의 리듬을 망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기불이 있으면 자연리듬을 잃어버려 자야 할 때 자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질 못한다. 전기가 없으니 당연히 라디오, TV 같은 것도 없지만 애미쉬들은 이런 것들로 가족간에 서로 깊은 대화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도시삶에서 전기 정도가 아니라 스마트 폰만 없어도 정말 불평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2012-05-23 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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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2> 채식주의자는 입병(Cold sore)에 잘 걸린다
막내 친구 새라네는 채식주의자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 대신 콩으로 만든 가짜 고기를 단백질 소스로 먹는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비건vegan)는 동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우유도 먹지 않는데 새라네는 다행히(?) 우유는 먹는다. 우유를 먹으니 치즈도 먹고 치즈 피자도 먹는다. 왜 다행이냐하면 새라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고기를 전혀 안 먹으니 차려 줄게 별로 없는데 어쨋든 우유를 먹으니 아내는 치즈 피자와 스낵으로 간식을 차린다.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새라는 키가 참 작다.미국에는 채식주의자가 참 많다.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는데 그 중에는 동물 보호주의자들도 꽤 많다. 잔인하게 도살되는 동물에 대한 연민이나 대량 번식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 투입되는 항생제등 약제 투입에 대한 거부감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도 있고 채식이 육식보다 몸에 좋다는 건강상의 이유인 경우도 있다.미국은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많으므로 어느 레스토랑을 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별도의 메뉴가 항상 준비되어 있고 아예 채식주의자들만의 레스토랑도 꽤 많은 편이다. 비행기 기내식에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별 메뉴가 있다. 인도사람들중 닭고기정도는 먹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많은 인도 사람들은 채식주의자이다.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 주위를 배회(?)하면서 우리의 허점을 노리는 놈 들이다. 그래서 병에 안 걸리려면 이 놈들에게 허점을 보이면 안되는데 면역기능이 약해 졌거나 체내 밸런스가 무너지면 이놈들은 어김없이 우리를 공격해 온다. 체내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한데 아무리 신경써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한다 해도 채식주의자들에겐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채식주의자들은 입술에 포진이 생기는 Cold sore에 잘 걸린다. Cold sore는 허피스 바이러스 (Herpes Simplex Virus, HSV)의 감염에 의한 질병으로 입주위에 통증으로 시작되다가 입술에 열도 나고, 블리스터가 생긴 다음 목 주위로 통증이 옮겨가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블리스터는 터지면서 최대 2주 후면 다행히 저절로 낫는 질병이다. 결국 저절로 낫긴 하지만 최대 2주간 매우 불편하고 통증이 따르므로 보통은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Cold sore는 알기닌과 라이신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알기닌이 많이 들어 있는 피넛츠 버터나 넛츠, wheat product, 오트밀, 오렌지쥬스, 포도 쥬스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은 과다 알기닌 섭취로 라이신의 부족이 발생하게 되고 그래서 Cold sore 에 잘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약물중에는 OTC로 Abreva(성분: Docosanol)가 가장 유명하며 잘 듣는다. 이 약물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메카니즘으로 Cold sore을 치료한다. 그 외 많은 약들은 Zilactin(성분: Benzocaine)과 같이 국소 마취효과로 질병 부위에 마취 효과를 줘서 체내 면역기능이 자연스럽게 바이러스를 퇴치하게끔 도와 준다. 라이신이 부족해서 Cold sore가 발생하므로 외부에서 라이신을 공급해 주는 라이신 연고도 발매되어 있다. 또한 Cold sore는 햇빛에 의해 trigger 될 수 있으므로 Zinc Oxide가 들어 있는 lip balms 등도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차를 먹고 난 티백을 블리스터에 문질러도 효과적이란 말도 있다. 이상의 OTC 연고가 효과가 없을 때는 Acyclovir(상품명: Zovirax)나 Penciclovir(상품명: Denavir)가 들어 있는 연고를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더 심한 경우는 Valacyclover(상품명: Valtrex)나 Pamciclovir(상품명: Famvir)가 들어 있는 경구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병이 그렇듯이 Cold sore도 예방이 최선이다. 우선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피로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항상 무리하지 않고 잠을 잘 자면 바이러스 공격은 걱정이 없다. 그리고 일단 Cold sore가 생기면 얼음으로 문질러 주어 더 커지거나 옆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줘야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골고루 잘 먹는 게 최고인데 채식주의자들도 고기는 안 먹어도 다른 영양소를 고루 고루 잘 섭취하여 부족한 영양분이 없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2012-05-09 0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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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1>원더 우먼이 나타났다!
미국엔 3월에 전국 대학 농구대회가 열린다. 소위 March madness라 불리는 대회로 지난 일 년 간의 각 지역 리그 성적을 토대로 대략 56개 팀을 뽑아 토너먼트로 자웅을 겨루는 매우 인기 있는 대회이다. 이 대회에 메릴랜드 대학이 2002년에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 그때 당시 모든 매스컴이 중계를 하고 우승팀에 대한 인터뷰 등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농구팀의 감독인데 바로 게리 윌리암스라는 사람이다. 전국적으로도 꽤 유명하고, 특히 메릴랜드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중에 스타가 되었다. 이 사람이 우리 약국에 왔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스타를 눈 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이 곳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근교이므로 TV 앵커들도 많이 산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NBC 방송의 11시 뉴스 메인 앵커도 한 번 왔었다. 서부와 3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그런지 이 곳 동부에선 메인 뉴스를 11시에 한다. 한국의 SBS 격인 폭스사만 10시에 메인 뉴스를 한다. 한국도 SBS는 메인 뉴스를 다른 방송보다 한 시간 먼저 한다고 들었다. 이것 말고도 두 방송의 보도 태도가 닮은 점이 많다.
폭스 뉴스의 아침 뉴스 메인 앵커우먼인 미스 세이모아는 우리 약국 단골인데 자기 약보다는 엄마 약과 남편 약을 찾으러 자주 온다. 우리 약국에서 한 10여 분 달리면 워싱턴 시내 외곽이 나오는데 거기에 폭스 방송국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스 방송에서 일기 예보 하는 친구도 가끔 온다.
테크니션 앨바가 방금 원더 우먼을 봤냐고 한다. 뭐? 원더 우먼, 그게 누군데. 아, 린다 카터. 그녀를 기억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 어린이들의 영웅이었던 그 원더 우먼. 육백만 불의 사나이, 소머즈, 헐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예쁘장하고 그리고 글래머였던 그 원더 우먼, 린다 카터가 방금 우리 약국에 들렀는데 내가 못 본 것이다. 지금쯤 60살을 훌쩍 넘었을 텐데. 앨바말로는 아직도 예쁘단다.
다른 애들도 다 얼굴을 봤다고 하지만 사실 바바나 마이클 등 젊은 테크니션 등은 원더 우먼이 누군지 모르니까 봐도 누군지 모를 테고 나나 앨바, 그리고 동료 약사 앨런 정도나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테다. 그 땐 워낙 인기가 있었으니까. 내가 많이 아쉬워하니 앨런 말로는 리필하러 자주 오니까 그 때 볼 기회가 있을거라 한다. 집에가서 애들한테 오늘 약국에 원더 우먼이 왔었다니까 원더걸스가 왔었냐고 반문한다. 하하하. 아이들이 원더 우먼을 알 리가 없지.
그러던 어느 날, 조금 분위기가 다른 중년의 여성 한 분이 미소를 가득 띄고 오셔서 의사에게 전화로 처방전이 온게 없냐고 물으신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까 본명을 댄다. 동료약사 앨런이 린다 카터로 전화가 왔다고 알려 준다. 린다 카터? 그러면 원더 우먼, 드디어 원더 우먼을 내 코 앞에서 보게 되었다. 60살은 넘었을 듯한 얼굴이긴 한데 아직도 미색이 완연하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처럼 키가 크고 좀 귀여운 인상은 그대로고. 다만 세월에 장사 없듯이 약간의 주름도 보이고. 하지만 어린 날의 우상을 직접 보니 정말 반가웠다.
2012-04-25 0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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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00> 암투병중인 고양이, 천둥 무서워 하는 개
고양이 제인은 지금 암투병중이다. 엄마 미스 왓슨이 제인의 항암제를 타러 오셨다. 미스 왓슨은 고양이만 집에 10마리가 넘는단다. 다 길잃은 고양이거나 애니멀 쉘터에서 데리고 온 고양이란다. 그래서 미스 왓슨의 고양이중엔 나이 든 것들이 많다. 제인은 그 중에 한 마리로 안타깝게도 암에 걸렸다. 백혈병의 일종인 암에 걸렸다는데 꽤 오랫동안 약을 가져 가는 것으로 보아 아직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미스 왓슨은 항암제 중 하나인 Leukeran (성분명: Chlorambucil) 이란 약을 타 가시는데 3주에 한 알씩 복용시킨다 한다. 다행이 약값은 매우 싸다. 그리고 3 주에 한 알 먹으니 비용이 한달에 10달러 정도 밖에 안한다. 항암제 치곤 무척 싼 편이다. 더구나 제인에게는 효과도 좋은 듯하니 일거 양득이다.고양이들은 이상하게 당뇨병 환자가 많다. 400마리 중에 한 마리 정도가 당뇨병에 걸린다 하는데 그에 비하면 개는 500마리 중에 한마리가 걸린다. 메릴랜드에서는 인슐린이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이다. 그래서 어차피 동물약은 보험 처리도 되지 않으니까 인슐린을 구입하러 고양이 엄마 아빠들이 가끔 처방전 없이 약국에 오신다. 당뇨병환자들은 혈당 조절이 힘들 때도 있고 주말이나 휴일에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을 위급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릴랜드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는 인슐린을 일반약으로 환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조치해 놓았다.애완 동물은 키울 때는 좋지만 나이가 조금 들면 이렇게 사람들처럼 성인병이나 암에 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식처럼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아프면 자식이 아픈 것만큼 안타깝다. 하지만 동물들의 치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이 처리 되지 않으므로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잘 아는 친구는 개가 2 마리 있었는데 그 중 한마리가 눈 근 처에 benign tumor 가 생겨서 2,000달러를 내고 수술을 해 주었다고 한다. 더구나 개들은 나이가 들면 심장병에 걸리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는데 심장병 수술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약값도 보험이 되지 않으므로 비싸다. 수의사가 동물약을 직접 조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국으로 처방전을 가져오는 경우도 꽤 있다. 수의사들이 되도록이면 오래전에 발매되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을 처방하긴 하지만 인슐린이나 항생제 Augmentin (제네릭: Amoxicilin-Clavulanic acid)등의 약값은 만만치 않다. 우리 개 해피도 요로감염이 걸려 수의사에게 갔더니 진찰료 50달러에 14일치 약값 75달러를 내고 왔다. 항생제 오그멘틴을 처방 받았는데 오그멘틴은 발매된지 꽤 오래 된 약이라 제네릭 가격은 비싸지 않을 거로 기대했으나 기대완 달리 상당히 비쌌다. 약국에서는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되어 10달러 정도의 환자 부담액만 지불하므로 비보험 약가가 이렇게 비싼지는 몰랐다. 오그멘틴의 Amoxicilin쪽은 가격에 문제가 없겠지만Clavulanic acid 가 매우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Clavulanic acid특허는 이미 만료가 된지 오래지만 합성 경로가 길어 제조단가가 비싸다고 들었다. 내 약국의 아래층엔 동물 애완용품, 사료등도 판매하고, 수의사가 상주하는 동물병원, 그리고 주인이 여행시 개들을 맡기는 팻호텔도 있는Petsmart라는 가게가 있다. 우리 해피도 거기에 맡긴 적이 있는 곳으로 가끔 그 쪽에서 처방이 올라오기도 한다. 동물약에 없는 약들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한 번은 미스터 케인이 자기 애완견의 Xanax 처방을 들고 왔다. 이 약은 주 작용이Anti-anxiety로 그야말로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 권하는 신경 안정제이다. 개가 무슨 걱정이 많냐고 물어보니 자기 개는 천둥 번개을 너무 무서워 한단다. 그래서 천둥 번개 칠 때 미리 약을 먹여 걱정을 덜어 주려 한단다. 그럼 언제 천둥 번개가 칠 줄 알고 먹이냐 물어 봤더니 일기 예보 보고 그냥 먹인단다. 효과는 아주 좋다한다. 이 약은 제네릭 Alprazolam 이 아주 오래 전에 나와 있어 값이 아주 싸다. 미스터 케인은 비보험가 최저가인 10달러만 내고 약을 가져갔다. 애완 동물을 키우면 장점이 많다. 애완 동물에 의한 정서적 안정은 물론이고 개의 경우는 집 지켜주는 효과도 있다. 내 경우는 개의 용변을 처리하기 위한 아침 저녁 강제산책(?)에 의한 강제 운동이 건강에 조금은 도움이 된다. 휴일날 늦잠 자고 싶어도 우리 해피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으른 나를 강제로 깨워 주는 해피가 나의 건강 파수꾼이다. 내 아이가 아프면 치료해 주고 약을 먹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애완 동물도 아프면 치료해 주고 약을 먹이는 게 당연한 것이다.
2012-04-12 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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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9> 미국의 옻나무 포이즌 아이비 (Poison Ivy)
버지니아 서쪽엔 웨스트 버지니아를 경계로 쉐난도우 국립 공원이 있다. 가수 죤 덴버가 노래하던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고장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이 북쪽 메인 주에서 시작하여 뉴욕, 펜실베니아를 거쳐 버지니아, 테네시, 죠지아 주로 이어 진다. 미동부의 산은 한국 산과 달리 뾰족한 삼각산이 아니고 그냥 산맥, 직사각형 타입이다. 그래서 산정상이 매우 평평하다. 쉐난도우 국립 공원은 이 평평한 산 정상을 따라 도로를 만들어 버지니아에서 테네시까지 산을 따라 차로 달릴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래서 이 곳에서 한국의 등산 비스무레한 맛을 볼려면 물론 산 밑에서 올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은 먼저 차를 정상에 주차한 다음, 가령 폭포까지 내려 간다든지 하고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 오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와 같은 정상정복 같은 맛은 즐기기가 쉽지 않다. 산 밑에서 기껏 올라오면 정상에서 자동차가 씽씽 달리니 얼마니 허탈하겠나? 그래서 그럴바엔 그냥 산속을 거니는 하이킹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신 산 정상의 레스토랑에서 산 아래 경치를 바라 보면서 와인을 한 잔 하거나 근처의 평지에서 말을 타고 노니는 색다른 즐거움은 만끽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산에 가면 어디에나 있는 절집이 없다는 것이다. 산 밑에서 올라가다 약간 지칠때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산사, 그리고 그 곳 약수터에서 맛보는 시원한 그 물맛, 대웅전을 둘러 보고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탑을 한 바퀴 돌면 산바람 사이로 들리는 풍경 소리, 그런게 여긴 없다.
그리고 미국의 산은 무지무지 깨끗하다. 산에서 밥을 해 먹을려면 캠핑장소 같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도로가 있고 곳곳에 산 아래 도시에서와 같은 레스토랑이 있으므로 그냥 맨손으로 훌쩍 떠나 드라이브 하고 밥 사먹고 오면 그만이다. 한국처럼 계곡을 막고 자릿세를 받고 그런 것은 물론 전혀없다. 그래서 무척 깨끗하지만 가끔은 산 아래서 도토리 묵과 막걸리 한 잔이 아쉬울 때가 있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풍류도 또한 좋지 않은가?
한국의 야산에 가면 옻나무가 있다. 어렸을 때 개구장이들과 산에 놀러 갔다가 옻에 올른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똑같이 미국에도 옻나무가 있다. 다만 이름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지만 몸에 닿으면 발적이 일어나고 부어 오르고 가려운 특징이 한국의 옻나무에 의한 증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두 식물은 같은 독성물질 Urushiol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Urushiol이 피부에 닿으면 몸에 심한 발적이 생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아주 심한 부종을 보인다.
Urushiol이 번지면 계속 발적을 하므로 깨끗이 닦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형제 자매들에게 전염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비누 그리고 Zinc acetate등의 수렴제를 이용해 닦아내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발적 등의 증상은 Benadryl이나 Pramoxine등의 항 히스타민제나 외용 진통제 등으로 치료한다. 심하면 경구제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산이나 들로 나가야 옻에 옮을 수 있지만 미국에선 집 앞에서 잔디를 깎다가도 쉽게(?) 포이즌 아이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봄 가을에는 이러한 환자가 꽤 많다. 뻘겋게 발적된 아들의 다리를 보여 주면서 적당한 약을 추천해 달라는 엄마, 아빠들의 약국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포이즌 아이비 뿐 아니라 포이즌 오크 (Poison oak), 수막(Sumac)등도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한다. 이것들도 Urushiol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Urushiol은 벤젠링에 수산기가 두 개 붙은 카테콜에 카본 산소가 15 개 (포이즌 아이비), 17개 (포이즌 오크)가 붙은 매우 리포필릭한 구조를 갖고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피부세포에 금방 침투하여 임뮤노젠의 역할을 하여 발적을 일으킨다. 미국에선 산이나 들에 다닐 때 뿐 아니라 집에서 잔디밭의 잡초를 뽑을 때도 항상 조심해야 된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2012-03-28 1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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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8> 원더걸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신약개발
워싱턴 포스트지에 끼워 들어 오는 광고지를 보니 월드마켓이라는 수입 상가 에서 " Create Authentic Korean Feast!" 라는 제목으로 한국 과자류, 라면, 차등을 광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향기를 맛보시라’는 글귀도 같이 붙어 있었다. 한국 마켓이 아닌 세븐 일레븐이나 코스코등에서도 이제는 라면이나 김, 심지어 제일제당의 자반 고등어까지 팔고 있지만 한국 사람 대상이 아닌 불특정 다수 미국인에게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것은 미국에 온 이 후로 처음 본다. 그만큼 한국의 과자도 이 곳에서 이미 유명해졌다는 증거이다.얼마 전엔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가 공중파 방송인 CBS와 ABC 방송에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고 또 다른 걸 그룹인 원더걸스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케이블 방송에서 영화까지 찍었다. 우리 아이들도 케이팝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나도 아이들과 같이 우리 걸그룹들이 나오는 방송, 영화를 모두 보았다. 우리 한국 아이들이 너무 예뻤고 영어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아이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뉴욕에서 케이팝 공연을 하면 전회 전석이 매진 된다 한다. 두 어달 전에 에스엠 타운 공연에 구경간 둘째에 의하면 그 큰 공연장이 완전히 꽉꽉 메워졌다한다. 나도 원더걸스를 좋아하는 막내의 성화에 못이겨 원더걸스의 공연을 두 번이나 따라 간 적이 있었다. 한 번은 뉴욕이고 한 번은 워싱턴 공연이었는데 물론 한국 애들의 관람객이 많긴 했지만 미국 애들도 상당히 많이 보러 온 걸 알 수 있었다. 인종적으로 보면 중국이나 베트남등 아시안 그룹과 히스패닉들, 그리고 백인, 흑인들이었는데 특히 흑인들이 케이팝을 많이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예전에는 재미동포 위문 공연이라는 것이 있었다. 주로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인데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한 번 구경간 적이 있었다. 흘러간 옛노래와 7080 노래에 아이돌 노래를 조금 끼워 맞춰 놓는 식이었다. 물론 관객은 모두 한국사람이었다. 그게 아마 마지막 위문공연일게다. 이제는 케이팝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50이 넘은 나도 이제 케이팝을 흥얼거리니 어렸을 때 팜송을 즐겨 듣던 내 청춘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이 곳의 대표 전자용품 매장, 베스트바이에 가면 한국산 제품이 절반이 넘는다. 텔레비젼 전시장을 가면 삼성전자, 엘지전자 제품들 사이에 일본 제품 몇개가 구색 맞추기식으로 전시되어 있고 휴대폰 , 냉장고, 세탁기 쪽으로 가도 마찬가지다. 미국 에 처음 왔을 때 99.99달러 짜리 대우 텔레비젼을 구석에서 쓸쓸히 지켜 보던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괄목상대할 변화가 왔다. 한국에서야 백혈병 사건등으로 비인간적이라는 좋지않은 이미지도 있지만 외국에 나와서 보는 삼성은 한국의 대표선수로서 손색이 없다.미국에 온지 13 년이 되었다. 13년 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 그 동안 한국은 눈부시게 발전 했다. 위에 말한 문화 부분, 전자 산업뿐 아니라 비록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이 후퇴하긴 했지만 정치 분야도 크게 발전했다. 그런 민주화의 토양과 자부심이 현재의 대한 민국 문화의 우수성,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13년 동안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안타깝게도 그 대표적인 분야가 제약 분야 로 생각된다. 물론 13년 전에 비하면 개발된 신약 갯수도 1-2 개에서 20개 가까이로 늘었고 제약회사의 매출도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아직 내가 일하고 있는 약국에까지 전해오는 느낌은 정말 미미할 뿐이다.약국에 일본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인도 제약회사들의 제품이 넘치고 넘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제품은 한 개도 없다. 그나마 엘지의 항생제 팩티브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처방으로 미미하게 생존하면서 버티더니 지금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제약회사 제품이 내가 일하는 약국에서 대박치는 모습을 정말 정말 간절히 보길원한다.
2012-03-14 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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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7> 암에 걸린 불쌍한 미스 스완손
모든 암의 치료에는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의 내방이 있을 때마다 많이 안타깝다.
어느 날 미스 스완손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방문하였다. 약명은 뉴라스타 (Neulasta, 일반명 Pegfilgrastim) 로 Filgristim 의 서방형 제제이다. 이 약은 소위 CSF (Colony Stimulating Factor) 라는 약물로 골수를 자극하여 백혈구의 증식을 돕는 약으로 항암제를 투여할 때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환자가 항암제의 독성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약물이다. 즉, 이제 겨우 33살의 미스 스완손은 슬프게도 암에 걸렸다.
주사 한 방에 3500달러나 한다. 따라서 재고 부담 때문에 약국에 이 약은 상비 되어 있지 않은데 보험을 체크해 보니 예상한 대로 Prior authorization이 필요하다. 즉, 처방한 의사가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 약이 환자에게 꼭 필요하다고 확인을 해 주기까진 보험회사는 보험가로 처리해 주지 않는다. 환자도 예상을 했는지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단다. 팩스로 의사에게 Prior authorization 요구서를 발송하였다.
이처럼 약가가 비싸거나 용법·용량이 일반적이 아닐 경우, 이를테면 위장약 프로토닉스는 보통 하루에 한 알을 복용하는 약물인데 만일 의사가 환자 상태를 고려하여 하루에 2알을 먹으라고 처방하면 바로 Prior authorization 이 요구된다. 미국의 보험회사는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므로 이처럼 비싼 약이나 과량의 약을 처방했을 경우에 손실을 최소화 하려고 Prior authorization 이라는 귀찮은 제도를 도입하였다.
다행히 그다음 주에 보험회사의 허락이 떨어져 미스 스완손은 25달러에 3500달러짜리 약을 받아갈 수 있었다. 암에 걸리면 병도 문제지만 환자나 가족들은 치료비 때문에 골병이 들기 마련인데 보험이 3500달러 짜리를 25달러에 처리해 주는 걸 보니 미스 스완손은 병원비, 약값만큼은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그야말로 진짜 보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보험은 그야말로 위기시의 보험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치료비 걱정은 없지만 암에 걸린 불쌍한 미스 스완손, 물론 병 걱정은 한이 없겠다. 일단 항암제에 의한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방지하기 위해 조프란 (Zofran,성분명 Ondancetron) 과 콤파진 (Compazine 성분명 Prochlorperazine) 등의 항구토약을 같이 가져 갔다. 암에 걸린 환자치곤 꽤 차분한 편이다. 약간 농담도 하고.
한 주 후에 미스 스완손은 Emend 처방을 들고 다시 약국을 방문하였는데 이번에는 모자를 쓰고 보호자와 같이 방문하였다. 항암제 치료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듯하다. 몸이 많이 약해진 듯 보였고 그래서 보호자랑 같이 온 것이리라. 이멘드 (Emend, 성분명, Aprepitant) 는 구토중추를 자극하는 세레토닌의 유리를 억제하는 조프란과 달리 Substance P라는 물질의 유리를 억제하여 보다 강력한 항구토효과를 나타낸다고 제약회사는 주장하고 있고 그래서 특별히 항암제 투여 시의 구토 억제제로 허가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항암제 처방시 동시에 Emend trifold pack (3알 처방)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많이 풀이 죽었지만 아직도 명랑한 듯한 33살의 꽃다운 나이인 미스 스완손, 꼭 완쾌 되어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2-02-29 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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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6> 불만제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2-3년 후 곧 돌아 갈 것이니 미국에 있는 동안은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국 방송시청이나 이 곳에서 동포들이 많이 빌려보는 드라마 비디오도 전혀 빌려 보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방송을 온가족이 열심히 시청하였고 심지어 성당도 미국 성당을 다니고 성경공부도 그들과 같이 하였다.그런데 예상보다 체류기간이 길어지면서 4살 때 미국에 온 막내가 한국말을 잊어버리기 시작하는 기미가 보였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영어하고 집에와서도 영어 위주 생활을 하니 한국에서 돌 지나 겨우 3년 배운 짧은 한국어를 아이가 점점 잃어 버리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그래서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우리도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 드라마를 빌려 보기 시작하였다. 그 때 처음 빌려본 드라마는 불후의 명작 대장금이었다. 너무 재밌었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사실 대장금은 너무 유명해 내 약국의 테크니션이었던 이란 청년 메이섬에 의하면 대장금은 이란에서도 선풍적인 인기였다 한다. 시청율이 무려 95% 였으며 대장금이 방영되는 일요일 저녁은 거리에 차가 한대도 없었다 한다.그렇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타고 음악 프로까지 확산되어 막내는 자연스레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 실력이 저절로 늘게 되었다. 결국 미국에 정착하기로 한 후에는 한국 방송채널까지 신청하여 이제는 24시간 한국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래서 이젠 한국에서와 같이 드라마, 쇼 프로는 물론, 예능프로 및 뉴스, 토론 프로 등도 시청하는 데 얼마 전엔 불만제로라는 고발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 프로에선 어이없게도 약사들의 행위를 막 고발하고 있었다. 아이들 약을 약사가 믹서로 갈아 주는데 그 믹서를 전혀 청소를 하지 않고 새로운 약을 분쇄한다고 몰래 카메라를 들이 대고 고발하면서 아울러 장갑을 안끼고 맨손으로 약을 조제 하는 장면도 보여 주었다. 사회자는 약국 조제실 풍경이 이렇게 비위생적이고 위험하니 정말 문제다라면서 약사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었다.사실 이런 장면은 미국에서는 전혀 없는 풍경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선 소아약을 믹서로 갈아 주는 일도 없고 장갑을 끼고 조제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조제(Production)는 그냥 트레이에 약을 쏟아 붇고 스패튤라로 갯수를 세서 처방약 병에 그냥 담는 간단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테크니션이 하는 일이지 약사가 하는 일도 아니다. 약사는 그냥 나중에 약이 잘 들어갔나 검수(Verify)만 할 뿐이다.소아 감기약 처방도 미국 의사들은 처방전이 필요한 항생제만 처방하고 나머진 약사에게 물어 보든지 아니면 OTC를 알아서 구입해 복용하라고 한다. 소아용 항생제는 이미가루 상태로 제약회사에서 공급되고 있으므로 약사가 물을 넣고 서스펜션을 만들어 환자에게 건네주면 그만이니 믹서를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소아용 항생제외에 가루약은 거의 없으며 소아용 OTC약은 일반약 선반에서 필요하면 약사와 상담 후에 환자가 자유롭게 구입하면 된다.그런데 한국은 한방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어 이 약 저 약 합쳐 그물식으로 처방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소아의 처방일 경우도 OTC까지 함께 복합 처방을 해서 거기다 같이 넣어 갈아 주라하니 불만제로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을 보니 처방이 계속 믹서로 갈아야 되는 상황인 거 같던데 당연히 믹서를 그 때 그 때마다 세척을 해야하겠지만 바쁠 땐 그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환자에게 훨씬 친절하게 조제를 해 주는듯 싶다. 하지만 OTC를 제약회사에서 공급해 주는 상태에서 굳이 처방에 함께 넣어 조제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 마지막에 나온 이숙경 교수의 지적처럼 이런 가루 복합 처방은 앞으로 한국에서도 점차 지양 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2-02-15 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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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5> 약대 학생들에게
지난 1월 2일엔 경북대 약대 학생들 5명이 약국을 방문하였다. 전형적인 체인 약국인 CVS를 둘러보고 이웃의 슈퍼약국인 Safeway도 살펴 보고 주변의 개인 약국 (Independent Pharmacy) 까지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그 날이 마침 공휴일 (1월 1일이 일요일이라 월요일이 쉬는 날)이라 아쉽게도 개인 약국은 문을 닫아 개인약국은 그냥 유리창 너머로 둘러보는데에 그쳤다. 저녁식사까지 포함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많아 그 때 학생들과 나눈 얘기와 못다한 얘기들을 이 지면을 빌어 한국에 있는 약대 학생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다.학생들의 관심은 일단 미국 약사 생활이 어떤가일거다. 첫번째로 '약사 연봉이 얼마나 될까'가 궁금할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 약사들 대부분은 체인 약국에 고용된 종업원이기 때문에 본인이 약국을 개업하기 전에는 많은 돈을 벌 기회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봉이 적은 편은 아니다. 미국 전체로 보았을 때 상층에 속하는 연봉이며 일주일 40시간을 일하면 대개 10여만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약사는 시간제 근무이므로 추가 시간 근무에 대해 추가 수당을 받는다. 그래서 역으로 본인이 돈을 더 벌기 원하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외에 초과 근무는 전혀 없다. 미국에서 약대 6년을 졸업하면 대개 만 22-24세 정도가 된다. 그 때 부터 연봉이 10여만달러씩 되니 직업으로는 꽤 괜찮은 직업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약사는 승진이나 호봉 승급이 거의 없어 새로 들어온 약사나 20년을 근무한 약사나 연봉차이는 거의 없다. 종업원 약사가 좋은 점 중에 하나는 회사 일을 전혀 집에 갖고 오지 않는 다는 거다. 약국 안에서 근무할 때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보람과 함께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는 있으나 약국 문을 나서면 그때부턴 일로부터 해방이다. 완전히 자기 시간이라 못다한 공부도 할 수 있고 취미생활등 가족과의 생활들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약사는 사회적으로도 평판이 좋다. 미국 국민들이 평가하는 직업 신뢰도에서 매년 2-3위에 랭크되어 있다. 미국 약사 되는 법은 지난 번에 설명했다. 미국 약대를 졸업하지 않고 나처럼 한국 약사가 미국 약사로 트랜스퍼 하는 데는 영어 말하기시험이 조금 난관이지만 전혀 극복 못될 것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 봐도 한국분들은 고생은 했지만 영어시험등 다 통과해서 모두 미국 약사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취직이다. 약사가 과잉공급되고 있다. 신규 약대 증가로 인한 약대 정원 증가, 경제 사정으로 인한 은퇴약사의 감소, 장롱 면허자들의 재취업등으로 미국 약사의 공급이 급격하게 늘었다. 메릴랜드주만 하더라도 몇년전에 비해 약대 정원이 2배이상이 늘었다. 그래도 졸업한 약사들은 늦게라도 꾸준히 취직은 되고 있으나 문제는 외국인약사의 취직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처럼 영주권을 취득한 후 약국에 취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영주권이나 취업 비자가 없는 분들에게 약국에서 따로 취업비자를 내 주지 않는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외국인약사에게 비자는 물론이고 사이닝보너스까지 제시하던 풍경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옛날 모습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렇다는거지 경제야 항상 사이클이므로 약대 학생들이 졸업할 땐 어떤 다른 상황들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약사는 좋은 직업이다. 직업자체가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보람찬 직업이며 그러면서 연봉도 좋고 여가를 즐길 시간 여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많은 일들을 해결해 주는 것은 학창시절에 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안 한 나는 그래서 나중에 그걸 보충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학교 다닐땐 공부안 할 핑계거리가 많았다. 1980년대에는 학교내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데모하다 교정에서 죽은 학생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선 공부하는게 심지어 비겁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명박 정부들어 민주주의가 많이 후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니까 공부 열심히 하자. 속된말로 피가되고 살이된다. 아울러 아픈 사람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자.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동기들을 잘 챙겨주기 바란다. 미래의 전문가들이다.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도 좋지만 나중에 일을 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여러분 동기들이다.경북대 약대글로벌챌린지 학생들을 비롯한 한국의 약대 학생들의 앞날에 건승을 빈다.
2012-02-01 0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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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4> Nasty Customers
미스 펠드만이 스테로이드 안약인 Lotemax (성분명, Loteprednol) 의 처방전을 가져 왔다. 분명히 보험을 적용했는데도 본인 부담액이 무려 80달러나 되었다. 오리지날 가격이 100달러 정도 하니 겨우 20달러 정도만 보험으로 처리 되었다. Your copay will be $80. 하니 미스 펠드만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번엔 20달러 밖에 안냈는데 왜 지금은 80달러냐고 잡아 먹을 기세다. OK, Mam, come down, I will check for you. 하고 컴퓨터룰 두드려 보니 그녀 말이 맞다. 지난 번엔 본인 부담액이 20달러였는데 지금은 80달러이다. 나도 모른다. 왜 그런지. 제네릭이 시장에 나왔는데도 브랜드를 선택할 경우 이런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에서는 제네릭이 있을 경우 브랜드 약물의 본인 부담액을 왕창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Lotemax는 아직 제네릭이 안나왔기 때문에 이 경우는 아니다. 아마 보험 약관이 바뀌었거나 이번 달 부터 새 회계년도가 시작되면서 deductable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는 고객과 보험 회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소리칠 일이 아닌데도 성질 급한 인간들은 약사한테 화를 낸다. 가격에 대해선 약사는 그냥 보험 회사와 고객과의 서비스를 대행해줄 뿐, 본인 부담액은 보험회사가 결정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약사 초기엔 열받아 같이 싸우기도 했지만 이젠 경험이 많아 환자를 진정 시키고 보험 회사의 고객서비스에 알아보라고 침착하게 알려 준다. 그러면 십중 팔구 위에 언급한 원인 중에 하나인데 괜히 화 내서 미안하다고 한 고객은 거의 없다. 그러니 열 받으면 나만 손해다. 미스 펠드만도 마찬가지, 고객 서비스에 알아보시라고 하고 돌려 보냈다. 미스터 피셔가 약국에 와서 다짜고짜 신경 안정제인 Ativan (성분명, Lorazepam) 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 봐도 미스터 피셔의 Ativan 약 봉지는 보이지 않았다. When did you drop off? 하니 어제 전화로 자동응답 시스템에 리필을 요청했단다. 컴퓨터로 체크해 보니 리필이 남아 있지 않아 자동으로 의사에게 리필을 요청하는 팩스가 보내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사로부터 새 처방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직 의사의 처방전이 도착하지 않았다하니 냅다 소리부터 질른다. 왜 여태 그것을 체크 안 했냐고 한다. 그게 약사의 의무란다. 오케이, 환자를 최대한으로 케어하는게 약사의 의무 맞다 하지만 리필이 없어 팩스로 의사에게 이미 리필을 요청 하였으니 거기서 부턴 이젠 의사의 영역이다. 향정신성 의약품 (control drug)이 아니면 처방전이 올 때까지 몇 알 미리 주고 부드럽게 끝낼 수 있는데 이 약은 3 급 향정신성 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는 절대로 약사가 임의로 환자에게 줄 수 없다. 약을 못 준다니 더 난리다. 본부에 전화를 한다는 둥, 이름이 뭐냐는 둥, 어이구 살 판 났다. 부랴부랴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뿔사 의사는 휴가 중이란다. 그래서 처방전이 아직 안 온 거다. 할 수 없이 환자에게 온 콜 의사를 찾아내 처방전을 요청 할테니 집에 가셔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돌아 가면서도 뭘 잘했다고 구시렁 거린다. 자기 약은 자기가 챙겨야지 리필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약국에 와서 행패를 부리니 누가 좋다 하겠는가. 약사가 모든 환자들의 리필이 떨어지기 전에 환자 프로필을 확인한 후 일일이 의사에게 리필을 요청하면 좋겠지만 하루에 2-3 백건의 처방전을 다루는 현실에서 그건 절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환자가 적은 개인 약국 같은데서나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이지만 개인 약국은 나름대로 다른 단점이 있으니까 우리같은 체인 약국에 온 거면서도 개인 약국과 같은 서비스를 원한다. 뭐 다 좋은데 왜 소리 질러. 다행이 온 콜 의사가 처방을 주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일반약보다 책임이 더 따르므로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온 콜의사는 대개 처방을 안 주는데 경험이 많아서인지, 또는 반대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순순히 주었다. 별로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욕을 들으니 기분이 참 안 좋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해 주고도 찜찜하다. 미스터 피셔가 원하는 최상의 서비스가 아니니까 고맙다는 소릴 못 듣기 때문이다. 성질은 나지만 약사가 참아야지 어떻하겠는가. 다 환자가 몸이 아파 스트레스가 쌓여서 일어난 일이니 환자를 케어해야 하는 약사가 백 번 이해해야한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다.
2012-01-18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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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3> 약값은 미국이 제일 비싸다.
멕시코에 간 적이 있었다. 놀러 갔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약국을 둘러 보게 되었다. 약의 포장은 아주 조잡하였지만 미국에서의 처방약들, 이를테면 Viagra, Lipitor, Nexium 등의 약들이 의사 처방없이 마구 싸게 팔리고 있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아직 특허 만료가 되지 않은 약들도 제네릭으로 당당하게(?) 나와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약국에 약사가 없다는 거다. 혹자는 멕시코에는 아예 약사제도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약사가 아니어도 약국을 개설하고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약사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거라 한다. 대학에 다닐 때 한참 제국주의와 그에 따른 종속이론등에 심취해(?) 있었다. 그래서 제약회사는 자기들이 개발한 약을 선진국 국민들이 사용하기 전에 제3세계 나라에 싼 값에 공급한 후 제4상 시험, 즉 시판 후 시험을 시행하고 그 후 확실한 안전성이 확보되면 선진국 국민들이 그제서야 안심하고 쓰기 시작한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은 그 약품을 이미 시장이 확보된 제3세계에 다시 비싼 값에 공급하고, 이런 방법으로 선진국이 개발 도상국의 국민들을 착취한다고 굳게(?) 믿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이 곳 제약회사들은 대단히 자본주의 속성을 지녔으므로 그런 민족성이니 하는 건 전혀 고려치 않는 것 같다. 둘째로 제약회사들이 이미 FDA에서 허가를 받은 약을 제3세계에 또 다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굳이 손해 보면서까지 싼 값에 공급할리가 없다. 사실 카피약인 제네릭 약이 나오기 전까지 특허로 보호된 약물의 약값은 정말로 비싸다. 고 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는 한달치가 200달러 가까이 하고 위장약 넥시움 (Nexium)은 250달러 정도 한다. 이런 약들은 한달만 먹고 끝나는게 아니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이므로 보험 없이 이 비싼약을 쉽게 사 먹을 순 없다. 그러므로 미국 제약회사가 이렇게 비싼 약을 제3세계 국가에 별 이유 없이 자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세계 보건 기구등을 통한 에이즈치료제 공급등의 자선행위는 회사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이고. 이렇듯 미국에서의 약 값은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그래서 약을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노인들에게는약값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매 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처방약에 대한 이슈는 단골 이슈가 되버렸다. 통계에 의하면 60세까지는 1-2개의 약을 상복하고 75세까지는 3-4개의 약을, 그리고 76세 이후가 되면 7-8개 이상의 약을 상복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분들은 약값을 절약하기 위해 3개월치를 한꺼번에 구입한다던지, 메일 오더 약국을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캐나다에 가서 사오든지 하는 방법을 쓰곤 하는데 그래도 그게 크게 절약이 되진 않은지라 비싼 약값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 우선 약을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그 만큼 약 값이 비싸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같은 약이 굳이 미국에서 더 비싼지에 대해선 매우 불만들이 많으시다. 미국에서 개발한 약이 미국에서 제일 비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 왜 그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물가가 비싼 것도 한 이유일테다. 듣기론 제약 회사의 국회 로비가 너무 세서 국회 의원들도 어떻게 제지하지 못한다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어쨋든 미국에서의 약값이 제일 비싼 건 사실이고 그래서 캐나다에 인터넷 약국을 차려 놓고 미국에 보다 싼 값에 약을 공급하는 업체가 많이 성업중이다. 보통은 모든 물품이 원산지가 싼 편인데 약 만큼은 미국 국민들이 좀 많이 손해를 보는 듯하다. 자본 주의 사회에선 민족성이란 것, 자국민의 이익이란 것, 그 보다 더 우선 되는게 자본 (회사)의 이익인 가 보다.
2011-12-28 10:18 |